[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우리나라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성장 촉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19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출산·육아 모범 수출 기업 시상식’ 및 ‘저출산 시대 기업의 역할 제고 포럼’ 자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 재직자의 결혼·출산율은 중소기업 대비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대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성장 촉진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경제적 안정성 토대 위에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 동기를 강화해 초저출산율을 극복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월 ‘출산·육아 모범 수출 기업’ 공모를 실시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출산·육아 지원을 통해 기업 경영 성과나 수출 실적 창출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동 공모에는 85개 기업이 지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사내 기혼자·아동 자녀 비율 △최근 수출 실적·영업 이익 증가 추이 △가족 친화 제도 운영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9일 9개사를 수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근로자수 대비 기혼자 및 출산 아동 자녀 비율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Pregnancy 친화’ 부문에는 ㈜희창유업, 디엑스앤브이엑스(주), ㈜인동에프엔이 선정돼어 한국무역협회 회장상을 수상했다. 식품 소재 제조기업 ㈜희창유업은 전체 근로자 대비 아동 자녀의 비율이 36.4%로 지원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디엑스앤브이엑스(주)는 임신·출산 직원을 배려하는 조직 문화를 보유해 사내 기혼자 수 대비 출산 아동 자녀 비율이 65%였다. 여성 의류 전문기업 ㈜인동에프엔은 전체 근로자의 60% 이상이 여성 직원이었다. 출산 축하금(1000만 원) 지원 등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도입해 직원 아동 자녀수가 100명에 달하며 출산율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가정 양립 문화를 바탕으로 최근 영업 이익, 수출 실적 등 경영 성과가 신장된 기업은 ‘Business Growth 성장’ 부문에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수산중공업은 출산·육아를 적극 지원해 기혼 여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수출 실적도 40% 증가하는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나타냈다. ㈜중앙백신연구소는 여성 인력 비율이 높은 해외 사업 본부의 기여를 바탕으로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유한양행은 올 8월부터 자녀 출생 시 1000만원을 지급하는 출산 지원금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저 출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가족 친화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임신·출산 직원 복지 향상에 힘쓴 ‘Care 제도’ 부문에는 오스템임플란트(주), ㈜현대에버다임, ㈜슈프리마가 선정돼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수상 기업 9개 사는 직원들의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통해 출산율 제고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충성심 강화로 경영 성과도 높였다"며 "무역협회는 이러한 모범 사례를 업계에 확산해 초저출산도 극복하면서 동시에 경영 성과도 높이는 기업들이 확대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시상식 이후 ‘저출산 시대, 기업의 역할 제고 포럼’을 개최해 출산·육아 모범 기업 사례 공유와 기업 친화적 출산·육아 지원을 위한 정책 제언을 발표했다. 발표 세션에서는 ㈜인동에프엔이 출산·결혼·첫돌 축하금, 육아수당, 가정의 날 4시30분 퇴근, 출퇴근 시간 조정 등 일·가정 양립 우수 제도 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김민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저출산 및 생산 인구 부족 문제 대응을 위해 △기업 인센티브형 출산·양육 정책 △유휴 인력 경제 활동 촉진 △해외 인력의 양·질적 강화 △기업 생산성 제고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남현주 가천대 교수는 "독일 기업들은 가족 친화 정책으로 유연 근무를 통한 부모 시간 보장, 가족 돌봄을 위한 재가(在家) 서비스 및 장기 요양 인력 연계, 지역 사회 내 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가족 친화성 증진 노력 등 출산율 확대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기업·근로자 등 각 주체의 노력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기업은 근로자가 적기에 돌봄 시간을 부여받고, 업무 시간 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팀장은 "기업이 육아 휴직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싶어도 기업 규모의 한계로 인해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기업 규모에 맞는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어린이집 등 기관 돌봄 인프라가 국가 시스템으로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나, 일하는 부모의 출퇴근 시간과 돌봄 시설 등하원 시간 사이의 공백이 존재한다"며 "기업 규제 강화보다 맞벌이 가구의 다양한 근로 형태 및 육아 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방안 제시 등 상생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yes@ekn.kr(사진 1) 출산 육아 모범 수출기업 시상식 19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출산 육아 모범 수출기업 시상식’에서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