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 행동주의펀드 공세 등에 휘말려 시끄럽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을 겨냥한 여론전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무리한 배당 확대 요구 등을 받고 있어 자칫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조카의 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금호석화의 명분 없는 자사주 교환에 강력 대응하겠다"며 "자사주 상호 교환(처분)을 통한 회사간 상호주 보유는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회사가 내세우는 ESG 경영 철학에도 반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비판했다.박 전 상무는 2021년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고배당, 경영진 교체 등을 기치로 내걸고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이듬해까지 이어진 주총 표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최근 나온 입장문은 박 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과 OCI간 자기주식 맞교환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박 전 상무는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항소하겠다"며 "향후 주주들의 피해를 방치하는 행태를 할 경우에도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내년 주총시즌에도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본다. 삼성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타깃이 됐다. 미국계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며 주주 환원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펀드는 삼성물산 지분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외국 행동주의 펀드와 엮인 것은 올해 들어서만 이번이 세 번째다.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털은 지난 6일 자사주 매입·이사회 다각화, 지주회사 체제 재편 등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간에 약 33조원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도 삼성물산에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차근차근 준비 중인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배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재계 관심시다.한국타이어그룹에서 최근 벌어진 ‘형제의 난’은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장남 조현식 고문이 지분율 싸움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데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2.03%에 이른다. 조현식 고문은 18.93%,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는 10.61%를 각각 보유 중이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지난 7일 차남 조현범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장내 매수했다. 조 명예회장은 앞서 "회사와 투자자들의 혼란과 혼선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 인상할 시 직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조현범 회장 측 지분율이 44.75%까지 높아졌다. 한국앤컴퍼니 지분에 투자한 hy도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MBK파트너스 측은 지난 15일 공개매수가를 2만4000원으로 올리는 승부수를 띄우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각종 소송전 등이 난무하는 만큼 한국타이어 형제간 분쟁이 내년 3월 이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롯데그룹 역시 경영권 분쟁을 완전히 종결 짓지 못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을 중심으로 꾸준히 여론전을 펼치며 신동빈 회장을 공격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 신유열 전무 승계 등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무산될 경우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양사 합병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백기사’로 나선 모양새인데 이 같은 계획이 백지화된다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한 ‘3자연합’의 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주총에서는 다양한 행동주의펀드들이 소액주주를 등에 업고 주총에서 표대결을 펼쳤다. 태광산업과 BYC를 노린 트러스톤자산운용, JB금융지주를 겨냥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KT&G를 공략했던 플래쉬라이트 캐피탈파트너스와 안다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의 주주제안은 대부분 부결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운 일부 세력이 주총 시즌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경영활동에) 분명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yes@ekn.kr자료사진.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