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과 관련 “사과" “송구" 등 표현을 써가며 한층 낮은 자세를 보였다. 집권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을 언급하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사안을 포함 다른 현안에 대해 머리를 숙인 적은 있지만 '사과' 표현을 쓴 적이 없었다. 이전까지는 '부족' '송구' '죄송'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또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점을 언급하며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아울러 “협치와 소통"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언론, 여야 정치권 등과의 소통 강화를 예고했다. 정부의 정책추진도 국민이 보다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민감한 현안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모순", “정치공세" 등을 강조하며 강경한 대응도 이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빨간색 넥타이와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집무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약 20여분 동안 '국민보고'를 했다. 지난 2년간 국정 운영 성과를 설명하고 앞으로 3년간의 계획을 설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봄은 깊어 가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이어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국회와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가겠다", “저와 정부를 향한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는 발언을 통해 몸을 낮췄다. 야권을 향한 '협력' 메시지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면서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하는 '아이돌봄 지원법'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저출생대응기획부을 신설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1시간 넘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질의응답은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순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인 사안에서는 몸을 낮추거나, 강경한 목소리를 냈지만 경제·사회 등 대부분의 사안에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우선 첫 질문인 총선 참패 원인 진단에서 “민생에 있어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들과의 소통은 민생토론회나 간담회에서 수 천명의 국민을 만나긴 했지만 앞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더 자주 갖고, 언론을 통해서 국민께 설명하고 이해시켜드리고 미흡한 부분, 부족한 부분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반성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만남을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도 “어떤 정치인과도 선을 긋거나 하지 안혹 열어 놓을 것"이라며 “서로가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소통을 강조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는 잠시 멈칫하며 곧바로 대답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 원내대표, 한 위원장 이렇게 점심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던 것 같다"며 “바로 그 문제는 풀었다. 한 위원장은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과 오찬이 불발된 이후 만남을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인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에는 국군통수권자로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하면서 다 드러날 것"이라며 “수사 경과와 결과가 국민들께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민감한 사안인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질문에는 '정치 공세'라고 규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우선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또는 경찰의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그런 수사가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번에 재의요구에서 했던 특검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상태를 알 수 없었다며 강경한 어조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는 인사 검증하는 정부기관에서도 전혀 알 수 없는 거. 보안사항이고 유출되면 형사처벌 대상된다는 점 먼저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또 “어디 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아마 공직 인사 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며 “출국금지를 연말에 걸었다고 하는데, 출국금지 걸면 반드시 불러야 하는데 두번을 연장하면서도 소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강조했던 저출생·물가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강하게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금투세 폐지와 반도체 규제 완화,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회견에 대해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께서 궁금해할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면서 “입장차가 있는 여러 특검 등의 사안을 두고는 특검의 본질과 취지를 강조하며 진상을 밝히기 위한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와 함께 협조의 뜻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 국정 운영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었다"고 혹평한 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을 '정치 공세'로 규정한 것을 두고 “김 여사가 불가침의 성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