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심각성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요소를 반영한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흔히 활용하는 폐플라스틱과 의류 뿐 아닌 안전모까지 '새활용'에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울산에 소재를 둔 친환경 기업 우시산으로, 해양 보호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 콘셉트에도 고래와 해마 등 해양생물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변의현 대표는 “우시산의 본사가 있는 울산은 고래로 유명한 도시였으나, 해양생태계 파괴로 개체 수가 줄어 귀신고래의 경우 1970년대 중반 이후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우시산은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줄여 고래를 살린다는 목표로 다양한 재활용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고통 받는 해양생물은 고래 뿐 아닌 해마와 거북이, 물범 등으로 다양한 만큼, 우시산은 현재 각종 멸종위기 해양생물 캐릭터를 재활용 제품에 디자인에 사용하고 있다. 해마다 버려지는 국내 폐의류가 30만톤에 이르기 때문으로, 폐의류를 찢고 갈아 섬유의 원료로 되돌리는 해섬 작업을 거쳐 장갑과 양말, 티셔츠 등을 제조하고 있다. 또한,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 후 파쇄와 세척 과정을 거치면 섬유를 제조 가능한 플레이크가 된다는 점을 이용해 만든 솜을 이불과 인형의 충진제로 사용 중이다. 플레이크를 녹여 만든 장섬유 원사로는 티셔츠와 에코백 등 다양한 섬유 제품을 만들고 있다. 아울러 우시산은 지난해 3월 '2023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서 안전브랜드 '웨일씰(Whale Seal)'도 처음 선보였다. '웨일씰'은 해양수산부·해양환경공단과 함께 선박 폐로프와 어민들이 모아준 페트병을 활용해 개발한 해양폐기물 새활용 제품인 것이 특징으로, 고래와 특수부대 등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현재 '웨일씰' 브랜드 상품에는 국내 최초로 폐안전모를 새활용해 만든 경작업모와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안전조끼·장갑, 불량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한 특허출원 안전콘 등이 있다. 친환경 요소와 함께 성능도 잡기 위해 경량 작업모인 '리캡'을 일반 제품 대비 가볍고 단단하게 설계해 충격 흡수율을 높이고 항균 기능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변 대표는 “우시산은 세계 최초러 친환경 PHA(생분해성 플라스틱) 섬유 코팅제를 적용한 우산도 판매하고 있다"며 “고온 환경(58℃)의 특수 장비 안에서만 생분해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해양·토양·담수 등 미생물이 서식하는 모든 지구환경에서 자연분해 되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우시산은 현재 전 제품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5년 SK에너지 사회적경제 창업팀으로 출발한 우시산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환원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시산은 현재 울산과 부산, 대구에 장애인 작업장을 운영 중으로, 30여 명의 발달장애인들이 헌옷 재단 등의 자원순환 작업을 맡았다. 특히, 송종구 발달장애인 디자이너가 그린 고래 등의 멸종위기 바다생물은 이불 등 새활용 제품들에 적용되고 있다. 우시산은 매년 매출의 약 5%도 현금·장학금 등으로 지역사회에 기부 중이다. 변 대표는 “코로나 기간 어려움을 겪었으나 다행히 저희가 외치던 고래보호, 바다보호 등의 가치에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공감해주셨다"며 “이런 기업은 살려야 한다며 이른바 '돈쭐 열풍'으로 저희 제품을 지속 구매해주신 덕분에 코로나로 2년간 매장의 문을 열지 못했으나 매출과 직원은 오히려 더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우시산은 지난 2018년 SK이노베이션 스타사회적기업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금까지 집중 육성을 받고 있다. 2019년부터는 플라스틱 새활용 제품 개발과 유통, 판매 등 사업 전반에 SK그룹과 함께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과 2022년 환경부 생물 다양성 보전 장관상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우시산은 현재 해외 수출을 위한 판매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21년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상괭이 타올 200세트를 시범적으로 미국에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다양한 제품을 더 많은 액수로 수출한다는 목표다. 변 대표는 “커피 한 잔 마실 가격으로 티셔츠 한 장을 사 입고 쉽게 버릴 수 있는데 힘들게 헌옷을 모아 돈을 들여 새활용 할 필요가 있나 반문할지 모르나,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다양한 자원순환 네트워크와 우수한 기술로 고래와 바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해외에서도 존경받는 환경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