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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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신연수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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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칼럼] 의료개혁, 윤정부 스타일

의정(醫政)갈등이 8개월 되었다. 의료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민들마저 의료계가 나쁘니, 정부가 나쁘니 갑론을박 중이다. 분명한 건 정책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국민은 경제정책이든 의료정책이든 정책을 하라고 세금을 내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고, 공무원 월급을 주는 것이다. 환자 치료가 본업인 의료인들에게 정책 대안을 내놓으라는 정부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정부가 의료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해 정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작금의 의정갈등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 추진 시기부터 내용까지 미심쩍은 정책 첫째 정책 발표 시기.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이 처음 발표된 것은 4·10 총선을 앞둔 2월초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 승리가 예상되던 때였다. 윤 대통령이 2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의사 인력이 2035년까지 1만5천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 뒤 같은 날 보건복지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국 대학에 신청을 받아서 3월 20일 대학별 증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의대 정원을 현재의 3058명에서 무려 65%나 늘리는 정책이 선거 직전, 불과 한 달 열흘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둘째 정책 시행 과정. 정부는 '4대 의료개혁 패키지'를 추진한다고 했다.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이 포함돼 있는데 정작 2월 6일 발표에는 2천명 증원 외에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다만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의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제야 개혁 방안을 논의할 회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한 셈이다. 그리고 그 위원회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이 나온 것이 8월 30일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은 4월에야 연구 용역을 시작한다고 했고, 응급실 수가 인상은 응급실 대란 위기가 커지자 9월 들어서 발표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의료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무조건 의대 증원부터 발표하고 실제 개혁의 내용은 그 다음부터 채워나가는 중이라고 의심할 만하다. 셋째 정책 내용. 대통령과 정부는 2천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를 통해 나왔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이제 이것을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정부는 발표 직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했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많은 우려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냥 발표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당시 복지부 장관은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5천명 부족할 것이란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수요 예측이란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사실은 경제학 박사인 복지부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숫자만 늘린다고 의사들이 지방과 필수의료로 갈 것인지, 우수 인력을 전부 의대로 흡수하면 반도체 AI 등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첨단 산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종합적인 고려는 아예 없다. ◇ 사교육 카르텔, 연구개발 카르텔. 의료계 카르텔…, 다음은? 정부가 의대증원을 밀어붙인 과정을 보면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했던 때와 비슷하다. 지난해 대통령이 느닷없이 “연구개발 카르텔 타파"를 지시하자 올해 연구개발 관련 예산을 10% 이상, 26조 원 넘게 줄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내년엔 연구개발비 예산을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연구개발 생태계에는 깊은 상처가 났다. 이번에는 코로나 영웅이었던 의사들을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 집단으로 낙인찍어 국민 분열과 의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의사 수는 선진국 모임인 OECD 평균보다 적지만 의사들의 부지런함과 효율적 시스템으로 한국의 의료접근성과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족한 분야는 세심하게 보완해야지 100일 전투하듯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지금 2026년 증원 유예냐, 2025년부터 유예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유급된 의대생을 포함해 내년에 7500여 명, 평소의 2배 이상의 학생들로 의학교육이 파행을 겪고, 이런 엉터리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해칠 것을 생각한다면 2025년도는 증원이 아니라 입시 중단을 하는게 맞지 싶다. 이게 다 정부가 개혁이란 미명 아래 즉흥적이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탓이다. 이젠 정부가 또 무슨 개혁을 추진한다고 할지 겁난다. 연금개혁은 중장년층을, 노동개혁은 노동자를 기득권 카르텔로 낙인찍어 세대간, 계층간 대립을 부추기고 공연한 소란만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신연수칼럼] 이재명, ‘여의도 제왕’에서 벗어나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하는 말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영혼 없이 의례적인 말을 할 때가 있다. 일반인들도 그런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의례적인 말이었다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그건 거짓말이었소" 하는 식으로 정면 부정하는 일은 별로 없다.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100% 진실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경쟁하거나 싸우는 상대라도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며, 특히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그건 가짜였다며 자신이 했던 앞의 행동을 전면 부인해버렸다. 그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심각한 일이다. 그가 언제든지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사례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방위산업체에 2억 3100만원 상당의 주식 투자를 한 일이다. 0.73%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후 많은 지지자들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후보 본인은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하고,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지원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부인의 법인카드 남용 의혹과 함께 공공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행동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살아 남아야겠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한다. ◇헌정사에 새 역사 쓰는 '이재명의 민주당' 그제 8·1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압도적 지지로 연임이 확정됐다. 민주당 계열에서 당 대표를 연임한 것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표 이후 24년 만이다. 민주 정당의 선거에서 85%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되는 것도 역사에 없던 일이다. 민주당은 지난 4·10 총선에서 이재명 1극 체제를 완성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의 공천이 이뤄지며 수준 미달이라는 비판을 받는 다수의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당헌 당규를 고치는 일은 이제 이야깃거리조차 안 될 정도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처럼 헌정사에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지지자들의 말처럼 야권에 그를 대체할 사람이 없을 만큼 이 대표가 뛰어난 지도자이고, 전당대회의 주인인 당원들의 지지가 열렬하기 때문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 것을 이 대표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누가 뭐래도 그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양까지 나올 만큼 강한 팬덤을 갖고 있다. ◇'먹사니즘'의 진심, 행동으로 보여주길 다만 당 대표 연임이 그의 말대로 '개인적으로는 손해지만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이라면 그 진심을 증명하는 일은 그의 몫이다. 그는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출범한지 두 달이 넘은 22대 국회의 모습은 먹사니즘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 법사위원장은 소수당에게 주던 관례도 무시하고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알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22대 국회는 사상 처음으로 아직 개원식도 열지 못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대통령의 막무가내 인사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같은 '내맘대로 국정운영'이 촉발한 측면도 크지만, 현재의 국회 파행에서 민주당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정부 여당과 합의하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대통령 거부권이 뻔한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것은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강성 지지층에만 호소하려는 입법 독주로 보일 수 있다.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대통령 거부권으로 이어지는 무한정 도돌이표에 민생은 신음하고 국민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거대 야당 대표를 자임한 게 아니라면, 애국위민(愛國爲民)의 수권(受權)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표가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준다면 민주당에 비판적인 중도층도 돌아올 것이다. 설마 내심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신연수 칼럼] 한동훈, 반윤(反尹)만으로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검사가 대통령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뚜렷이 각인시켰다는 점이란다. 우리 국민은 군부 독재와 싸워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군인이 정치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갖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를 겪으며 검찰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는 점에서 반어(反語)적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못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국민의 한숨은 늘 3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정 지지도에서도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가 2년여 동안 보여준 좌충우돌 식 국정운영과 고집불통, 남에게는 정의와 공정을 들이댔던 대통령이 자기 식구는 한없이 싸고도는 상황이 낮은 지지도의 주요 원인이다. 여당에서 제1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대표도 검사 출신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가장 아꼈던 측근이고,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함께 영광과 고난을 나누었던 동지다. 타협하지 않고 '법대로' 밀고 나가는 검찰 정권의 문제, 검사 경력이 거의 전부인 개인적인 한계를 한 대표 역시 고스란히 가질 수밖에 없다. ◇ 한동훈 앞에 놓인 딜레마 그런 한 대표가 보름 전 전당대회에서 '변화'를 외치며 당선됐다. 4명의 후보들 가운데 윤 대통령과 제일 잘 아는 사이면서도, 당정(黨政) 일치를 주장하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비윤(非尹), 때로는 반윤(反尹) 노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리고 당심(黨心)과 민심에서 모두 62% 넘는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정부·여당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국힘 지지자들과 국민 여론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다. 이번 선거기간에 불거진 두 가지 큰 사건,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과 나경원 의원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논란은 국힘의 강성 당원들과 친윤(親尹) 의원들을 경악하게 했다. 두 사건은 한 대표가 처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아무리 친해도, 설사 '우리 편'이어도 공(公)과 사(私), 불법과 합법은 구별하는 태도를 보여줬다는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여야 모두 자기 진영만 챙기며 '내로남불' 하는 정치권에 질린 국민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비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변화의 방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 둘째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는 것, 셋째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지층만 바라보던 정부 여당의 실점(失點)을 만회하고,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다가올 지방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국힘이 이기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 민심이 움직이면 당심도 따라 방향은 잡았으나 내용을 채우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우선 그 스스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와 채 해병 특검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는 대표가 된 후 부쩍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말로만 민생을 찾을게 아니라 실제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의정(醫政) 충돌로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 의료 시스템과 위메프 사태, 전세사기 피해 등 많은 민생 과제가 쌓여 있다. 혹여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으나 국민과 소통을 잘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미온적인 대책만 내놨다가는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려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오세훈의 '약자와의 동행', 이재명의 '기본 사회'처럼,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있건 없건 한동훈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정책 브랜드가 필요하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한 대표의 과제로 당내 통합과 당내 지지기반 구축을 꼽는 다. 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 논란에서 보듯이 여전히 저항 세력이 많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일이다. 국회의원도 아닌 원외 당 대표로서 그가 의지할 곳은 국민 여론 밖에 없다. 이번 당 대표 선거가 보여줬듯이 민심이 움직이면 당심도 따라올 것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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