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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에도 필요한 LNG…“CCUS 기술개발 속도 내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탄소 배출이 적고, 빠른 출력조절이 가능해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LNG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영구적으로 저장 또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LNG산업협회는 서울 강남 오크우드프리미어코엑스센터에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을 주제로 '제10회 LNG 포럼'을 17일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류호정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감축량평가연구단 박사가 주제발표를 통해 LNG발전의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과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 발표했다.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동시에 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 40기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 LNG는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출력조절이 빨라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포럼에 따르면 석탄의 탄소배출량은 MJ당 0.093kg이나 LNG는 0.056kg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전체 발전 설비용량 중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8.5%, 203년 25.8%다. 같은 기간 석탄발전 비중이 15.4%, 8.3%로 줄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LNG는 계속 활용될 계획이다. 그러나 LNG도 탄소를 배출하므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화력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CCUS 기술이 필요하다. 정부의 2035 NDC에도 CCUS를 통한 탄소 감축량은 53% 감축시나리오에서 -1120만CO2톤, 61% 감축시나리오에서 -2030만CO2톤이 들어가 있다. 류 박사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CCUS 기술수준은 미국과 비교하면 약 80% 수준이다. 특히 실증단계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페트로노바 석탄발전소에서 하루 4776톤 규모로 탄소를 포집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령석탄발전소에서 하루 200톤, 울산LNG 발전소에 하루 10톤 정도의 포집 실증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규모 실증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CCUS가 경제성을 갖추려면 탄소배출권 가격과 동등한 수준이 돼야 한다. 현재 CCUS는 비용은 톤당 100~200달러 수준이지만,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1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의 배출권 가격은 각각 30~40달러, 약 80달러 수준이다. 류 박사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LNG발전의 탄소배출량은 낮다"며 “CCUS는 탄소 및 배출권 가격 등에 의해 경제성이 갖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섭 한국CCUS추진단장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산화탄소를 단시간에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CCUS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에너지 위기에서 원전 가동률 높이기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가 단행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류비·물가·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원유뿐이 아니다. 천연가스(LNG) 공급에 병목을 만들 우려도 있다. 특히 LNG는 파이프라인 우회가 거의 불가능해 선박 운항이 멈추면 공급이 즉각적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이들 원유가 대부분 호르무즈를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석유비축량은 약 200일 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소비량을 감안하면 약 2개월 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다. LNG는 45일 그리고 석탄은 15일 분 정도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을 위한 우라늄은 3년 분 정도가 비축되고 있다. 당장의 경제상황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정도에 따라서 민감하게 바뀔 것이다. 에너지 당국도 호르무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은 대응이고 정책은 아니다. 에너지 정책에서는 이미 이런 상황이 고려되었어야 한다.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목적이 이러한 급변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여년의 우리 에너지정책은 LNG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민간발전사 우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안정화 등은 결국 LNG 발전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온실가스 간접배출분을 포함하면 석탄발전과 LNG발전은 비슷한 수준임에도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고 LNG발전을 늘린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탈원전 정부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인 것도 재생에너지보다는 LNG 발전소 증가로 이어졌다. 천연가스 공급의 취약성 그리고 액화천연가스의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격의 폭등과 폭락이 빈번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에너지 정책에 반영되었어야 할 것들이다. 지금 제시되고 있은 대응책은 석탄발전량과 원자력발전량을 늘리는 것이다. 석탄발전은 석탄발전량 80% 상한제를 해제하면 늘일 수 있다. 그런데 원자력발전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법률과 규제가 허락하는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량을 더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원전가동률은 80% 수준이지만 더 오래된 원전을 운영하는 미국의 가동률은 90%가 넘는다. 원전 1호기당 불시정지횟수 등의 안전운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간접적인 지표들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이 낮은 것은 규제의 문제이다. 규제의 문제는 규제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규제는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규제기관이 강하면 규제의 수준은 높아진다. 더 안전해진다고 볼 수 있다. 사업자가 강하면 규제의 수준이 낮아 지지만 경제성은 더 좋아진다. 이 양자의 팽팽한 밀고 당김이 당사자에게는 피곤한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최적의 안전성과 최고의 경제성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통제 본능이 있다. 즉 감독자는 피감기관을 점점 더 감독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그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통제의 욕구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여야 한다. 30년쯤 전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력발전사업자인 당시 한국전력이 구매하는 핵연료에 대해 검사하고 검사필증을 부여하였다. 문제가 있는 핵연료를 구매하면 운전상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는 어련히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인수검사의 차원에서 검사할 것이었다. 그러나 규제담당자는 한사코 해당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후 검사필증을 부여했던 핵연료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규제를 폐지했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폐지하는 과정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 규제자의 밥줄 또는 다른 전문성의 부재에 의해서 결정될 필요는 없다. 원자력발전소 정기점검중 규제기관의 입회가 필요한 시점에서 규제자가 빨리 입회를 하거나 정기검사를 마치고 재가동 승인을 하는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으로 안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가동률을 높일 방안이 있을 것이다. 계속운전 심사 때문에 멈춰있는 원전이 있다면 심사를 가속할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규제는 그대로 두더라도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또 미국은 어떻게 하길래 가동률이 90%가 넘는지를 보고 우리가 그렇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원자력발전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면 원자력계는 이에 부응하여야 한다. 정범진

[환경포커스] 이란의 진짜 위기는 ‘물 부족’…소양강댐의 73배 지하수 사라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의 충격과는 별개로 이란 사회를 오랫동안 압박해 온 구조적 위기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바로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란의 물 부족 위기를 단순한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 정책과 거버넌스 실패가 누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제재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수자원 관리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고, 전쟁 상황에서 이란 국민의 생활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자연재해가 아닌 '거버넌스 주도 위기' 이란의 물 위기를 가장 강하게 지적한 연구 중 하나는 독일 함부르크 공과대학교 지리-수문정보학 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다. 국제 연구진은 이달 초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란의 상황을 “거버넌스 주도의 물 붕괴(governance-driven water collapse)"로 규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심각한 환경 위기 중 하나로 물 부족을 겪고 있고, 전국적으로 호수와 강, 습지가 빠른 속도로 말라가고 있다. 저수지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던 수자원 체계가 사실상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이러한 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책의 실패라고 강조한다. 국가 발전 전략에서 환경 보호보다 정치적·지정학적 목표가 우선되면서 수자원 관리 정책이 장기간 방치됐다는 것이다. ◇농업 중심 정책이 만든 물 소비 구조 이란 물 위기의 핵심에는 국가가 추진해 온 식량 자급자족 정책이 있다. 국제 제재와 경제적 고립 속에서 정부는 식량 안보를 위해 농업 확대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수자원 구조를 극단적으로 왜곡시켰다. 연구에 따르면 이란 농업 부문은 국가 전체 수자원의 약 90~92%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적 효율성이 낮은 산업이 대부분의 수자원을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 집약적인 작물이 건조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재배되었고, 관개 농업이 급속히 확대됐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지하수 고갈로 이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약 20년 동안 이란에서는 약 211㎦ (2110억㎥, 소양호 저수량의 약 73배)규모의 지하수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의 고갈로 평가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반 침하까지 발생하고 있다.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야즈드 등 주요 도시에서는 지반 침하로 건물과 도로, 문화유산 시설에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분절된 행정 체계와 정책 실패 이란의 물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요인은 행정 구조의 비효율성이다. 연구진은 이란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분절된 거버넌스(fragmented governance)' 구조라고 설명한다. 수자원 배분, 농업 정책, 환경 보호, 인프라 투자 등이 서로 다른 부처와 지방 정부에 나뉘어 있어 정책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역 단위의 물 관리나 지하수 취수 제한과 같은 장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또한 물과 전기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정책도 문제로 지적된다. 농업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제공된 보조금은 단기적으로는 농가에 도움이 됐지만, 물 절약과 효율적 관개 기술 도입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 제재가 만든 기술 격차 이란의 물 관리 위기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는 스웨덴 룬드대학교 중동연구센터의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 연구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는데, 연구팀은 '통합 수자원 전략 회복력 지수(IWSRI)'를 활용해 이란의 정책 회복력을 평가했다. 주변 다른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이란은 중간 수준의 정책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안정성과 부패, 장기 계획 부족으로 인해 실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연구팀이 제시했다. 특히 국제 제재가 수자원 관리 기술 도입을 가로막은 핵심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재로 인해 외국인 투자와 금융 자본 유입이 제한되었고, 장비 공급망도 크게 교란되었다. 그 결과 △폐수 재활용 시스템 △도시 수자원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 △누수 제어 장비 △정밀 관개 시스템 등과 같은 핵심 기술 도입이 늦어졌다. 이러한 기술 격차는 도시의 수자원 손실을 키우고, 농업 용수의 이용 효율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 부족, 갈등의 '잠재적 배경 요인' 물 부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갈등의 배경 요인이 될 수 있다. 물은 특히 중동 지역에서 전략적 자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이 감소하면 농촌 지역의 생계 기반이 붕괴되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도시 지역의 경제 불안과 정치적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물 위기가 현재의 군사적 충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 내부의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구조적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이란에서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했는데, 당시 시위는 정치적·경제적 불만이 핵심 원인이었지만, 물 부족과 환경 위기가 농업 붕괴, 생활비 상승, 지역 경제 침체를 통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한편, 전쟁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취약성은 앞으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군사 충돌은 상수도 시설, 댐, 관개 시설과 같은 핵심 인프라를 파괴할 수 있고, 물 공급 자체가 군사 전략의 일부로 이용될 위험도 있다. 이미 지하수 고갈과 저수지 감소로 취약해진 이란의 수자원 체계는 이러한 충격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물 부족은 식량 생산 감소, 공중보건 문제, 대규모 이주 등 복합적 사회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함부르크 공과대학 연구팀은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해결책으로 △유역 단위 수자원 관리 체계 구축 △지하수 취수 제한 제도 도입 △수자원 데이터의 투명한 공유 시스템 구축 △물 집약적 산업 의존도 감소 △경제 구조의 다각화 등이다. 궁극적으로 이란의 물 위기는 자연적 한계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행정적 의사결정 구조와 국가 전략의 재설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물 문제는 이란 사회의 가장 심각한 장기적 위기 중 하나로 남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재벌승계지도] 신동빈 ‘뉴롯데’ 꿈, 지배구조 정리가 첫걸음

롯데그룹은 지난 10여년간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롯데' 비전을 내걸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들을 과감히 해소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승계를 위한 중장기 밑그림도 그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과 일본 롯데 사이 '소유권 분리'가 급선무다.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분 관계를 재정비하는 작업이 첫걸음이다.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소유와 경영을 아우르는 '신동빈 체제'가 완성된 이후에는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에게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소유권에 대한 승계 고민은 지배구조가 정리된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경영권 측면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성공적으로 발굴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韓日 넘나드는 롯데그룹 지배구조…형제간 분쟁 발단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2017년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며 투명화 작업에 돌입했지만 아직 정리가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롯데지주다. 2017년 10월 공식 출범하며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마쳤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도 매각했다. 롯데지주는 현재 실질적으로 그룹의 인사, 전략,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04%)이다(이하 11일 기준, 비상장사는 지난해 기업집단현황공시 또는 분기보고서 기준). 호텔롯데가 11.1%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다.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43.44%가 된다. 국민연금공단 지분(6.02%)과 자사주(27.51%)도 있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것은 롯데지주가 출범 당시 계열사들 물량을 대부분 떠안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4개사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한 뒤 투자회사를 합치는 식으로 지주사를 만들었다. 해당 물량들은 상법 개정 기조와 맞물려 대부분 없어질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전체 자사주 2885만8476주 중 5% 가량인 520여만주를 이달 31일 소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호텔롯데가 '옥상옥' 구조에 자리했다는 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면세점제주(100%), 롯데건설(43.3%), 롯데알미늄(38.23%), 롯데물산(32.83%), 롯데상사(32.57%), 롯데캐피탈(32.59%), 대홍기획(20.02%), 롯데GRS(18.77%), 롯데글로벌로지스(15.05%), 롯데자산개발(10.62%), 롯데쇼핑(8.86%), 한국후지필름(8%), 롯데웰푸드(0.01%) 등 주식을 보유 중이다.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렌탈(38.14%)과 금융 계열사 롯데벤처스(39.97%) 등에서는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도 한다.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어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들고 있다. 호텔롯데 주요 주주는 이밖에 L제1투자회사(8.60%), L제2투자회사(3.32%), L제4투자회사(15.63%), L제5투자회사(3.60%), L제6투자회사(3.97%), L제7투자회사(9.40%), L제8투자회사(5.76%), L제9투자회사(10.41%), L제10투자회사(4.44%), L제11투자회사(3.32%), L제12투자회사(4.20%) 등이 있다. 이 중 제1·7·8·9·10·11·12 회사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100% 자회사다. 롯데홀딩스는 제2투자회사를 100% 거느리고, 제2투자회사는 또 제3·4·5·6투자회사 지분을 전량 들고 있다. 호텔롯데에는 광윤사(5.45%)와 패밀리(2.11%) 몫도 있다. 일본 자본이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순환출자 구조로 서로 지분을 나눠가졌다. 롯데홀딩스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분을 30.98% 들었고,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롯데홀딩스 주식 10.65%를 보유했다. 이 위에는 광윤사라는 회사가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4%,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주식 1.70%를 소유했다. 광윤사 주식은 총수일가 특수관계인들이 99.83%를 가졌다. 거칠게 요약하면 총수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호텔롯데→롯데지주→한국 내 주요 계열사 순으로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양국을 넘나드는 복잡한 지배구조는 2015년 '형제의 난'이 일어난 발단이 됐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지만, 지분 측면에서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50.28%)다. 신동빈 회장 지분율은 37.85%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신동빈 회장의 친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씨도 지분 10%를 가졌다. 최근 별세한 故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지분 0.28%는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1남3녀에게 상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각각 1.77%, 2.69% 가지고 있다. 오히려 故 신영자 의장 지분율이 3.15%에 달한다.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신동주 회장이 5.12%, 신동빈 회장이 4.61%를 보유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홀딩스 지분 구도다. 롯데홀딩스 주주 구성을 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미도리상사(5.23%), 패밀리(4.61%), 롯데그린서비스(4.10%), KYUNG YU PTE LTD(3.21%) 등 일본 내 다른 회사들이 주식을 나눠 가졌다. 이 회사들은 롯데홀딩스의 자회사이자 주주라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다. KYUNG YU PTE LTD의 경우 'CHINA RISE ENTERPRISE LIMITED'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이 상단에는 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씨(50%)와 그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50%)이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분들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광윤사(28.14%)를 지배한다 해도 쉽게 과반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롯데홀딩스 주주 명단에는 여기에 임원지주회(5.96%)와 기타(28.81%)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업원지주회가 들어있다. 종업원지주회는 단일 법인이 아니라 이 회사 직원들의 결사체다. 의결권 행사 시 이사장이 한 번에 표를 던지는 특징이 있다. 광윤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조직·단체들은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 신동빈 '뉴롯데' 韓-日 고리 끊기는 선택 아닌 필수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에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면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배경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 정돈된 지배 체계를 완성할 경우 경영권 분쟁 발생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각 계열사 간 시너지나 영업 활동 개선 측면에서도 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야심차게 롯데지주를 출범했지만 호텔롯데 위치를 재조정하는 '숙제'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롯데그룹이 추진한 방법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이다. 신주를 대거 발행하는 방식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배력을 확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측 지분율을 과반 이하로 낮추면 한국 계열사들이 경영권 분쟁 여지가 사라진다.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지분을 취득해 지주사 체제를 깔끔하게 완성하는 안도 한때 시장에서 거론됐다. 이른 시일 내 상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사업이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해당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이후 좀처럼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변하며 이익도 예전처럼 창출하기 힘들어졌다.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6조4950억원, 2023년 4조7540억원, 2024년 5조691억원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각각 799억3858만원, 455억9123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상장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제값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신동주 회장과의 끊임없는 갈등 역시 상장 심사 시 '질적 요건'을 감점시키는 요인이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또한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자본 흐름 면에서도 비상등을 켠 처지다. 롯데렌탈 매각 불발, 롯데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등이 맞물린 결과다. 호텔롯데는 보유하고 있던 롯데렌탈 지분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팔아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려고 했다. 공정위가 최근 이를 불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 침체 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롯데건설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붓거나 지원하기로 약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작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롯데 측이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유가증권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잠정 중단 상태다. 투자자들의 물량은 일단 호텔롯데가 떠안았다. 롯데지주는 주가수익스와프(PRS) 같은 복잡한 금융 기법을 동원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올해 상장에 성공할 경우 그룹 뿐 아니라 호텔롯데의 자금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한국-일본간 지배구조 고리를 끊어내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진단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10여년간 유독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2017년에는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아 휘청였고, 2019년에는 '노 재팬'(No Japan) 불똥까지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주력인 유통·면세 사업의 숨통을 조였다. 이후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재무 리스크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 중 경영권 분쟁과 노 재팬에 따른 타격은 그 궤를 같이한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번지며 이미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두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가짜뉴스들이 공통적으로 번졌다. 롯데칠성(당시 롯데주류)은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며 '처음처럼은 한국 소주입니다'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를 성공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롯데그룹 승계지도를 그리는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 韓사업 정상궤도 올려야…신유열 행보에도 관심 롯데그룹 개인·법인들은 지배구조 정리 과정에서 롯데지주 지분도 소폭 팔거나 양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소소하게 엮여있는 계열사 간 출자도 손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지주 주주에는 신동빈 회장(13.04%)과 호텔롯데(11.10%) 외에 롯데알미늄(5.06%), 롯데물산(5.00%), 롯데장학재단(3.24%), 부산롯데호텔(0.94%)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측에서도 롯데홀딩스(2.49%), L제2투자회사(1.48%), L제12투자회사(0.79%) 등이 엮여있다. 신유열 부사장은 0.03% 가량만 지분을 확보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25.31%), 롯데쇼핑(40.00%), 롯데웰푸드(48.13%), 롯데칠성(45.00%), 롯데이노베이트(66.10%), 롯데바이오로직스(80%), 롯데글로벌로지스(46.04%), 코리아세븐(92.47%), 롯데GRS(54.44%)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주요 갈래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46.94%)와 롯데정밀화학(43.50%) 등 화학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세워 지배구조 복잡함을 해소하려는 시도도 한 적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과 업황 부진에 이같은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주식을 가진 주주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물산(20.00%), 일본 롯데홀딩스(9.19%) 등이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지주 외에도 신동빈 회장(10.00%)과 호텔롯데(8.86%) 등을 위에 두고 있다. 아래로는 롯데하이마트(65.25%)가 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물산이 계열사 주식을 많이 소유했다는 사실도 포인트다. 롯데알미늄은 롯데지주(5.06%), 롯데칠성(7.64%), 롯데웰푸드(6.91%), 롯데건설(9.51%) 등 주요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지주(5.00%)와 롯데케미칼(20.00%) 지분율이 높다. 롯데물산에는 다시 일본계 자본이 들어온다. 일본 롯데홀딩스(60.10%)와 L제3투자회사(5.25%)가 롯데물산 상단에 있다. 이밖에 호텔롯데(32.83%)와 신동빈 회장(1.82%) 지분도 있다. 롯데알미늄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38.23%)가 최대주주로 있고 L제2투자회사(34.91%)와 광윤사(22.84%)가 주요 주주다. 롯데그룹은 결국 일본 자본과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투명화 작업을 통해 '신동빈 체제'를 굳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텔롯데 상장이 최우선 과제지만 실현이 어려워질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합병 등 방법도 거론된다. 호텔롯데 주주는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 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론적으로는 반대쪽인 롯데지주 주주들의 마음을 잡으면 된다는 얘기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큰 '도박'이다. 면세점 사업 부진 등 여파로 기업 가치가 낮게 측정된 상황에서 어설프게 합병을 추진할 경우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재계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호텔롯데를 성공적으로 상장해 일본 지분을 희석한 뒤 △호텔롯데를 투자·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다음 △주력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법이다. 그룹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업종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몸값이 낮게 책정돼 그룹 체계 개편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균형점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 또는 증여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뉴롯데' 비전 실현에 짧게는 수년 많게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경영권은 완전히 인정받았지만 소유는 불완전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신유열 부사장은 소유보다 경영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완전히 장악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등과 동행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현명하다는 분석이다. 신유열 부사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하면서다.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듬해에는 전무로 초고속승진을 하며 그룹 미래성장실장 역할을 맡았다. 바이오,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발굴과 개발을 총괄하는 게 임무다. 2024년 부사장 직함을 달았고 작년부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신유열 부사장이 상무보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서는 데 걸린 시간은 2년6개월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역할도 맡고 있어 '신유열 체제' 준비 작업에는 속도가 나는 중이다. 업계 이목은 바이오에 쏠린다. 신유열 부사장이 처음으로 국내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실질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룹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이밖에 다른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 측면에서 신유열 부사장은 일본 롯데그룹 쪽에서 주로 자금을 수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롯데지주에서는 아직 미등기임원이라 보수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등기이사로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이 아니다. 롯데지주 지분은 2024년부터 조금씩 매집하고 있다. 아직 지분율은 0.03%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지주 주식을 모은다는 사실은 롯데그룹이 이 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라고 해석한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실현은 3세 지분·경영권 승계 관점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년전 경유 1톤트럭 생산 중단, “신의 한수 였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년전 경유 1톤 트럭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LPG와 전기로 대체하면서 그나마 덜한 충격을 받고 있다. 17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경유 수출이 막히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기준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중동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 배럴당 92.9달러에서 이달 13일 192.5달러로 108.3% 올랐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휘발유(옥탄가 92론) 가격은 79.6달러에서 136.4달러로 71.4% 오름세에 그쳤다. 경유 가격이 더 오른 이유는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주요 경유 공급지역인 중동산 수출이 막히면서 수급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는 성상이 중(重)질유가 많아 끓는점이 휘발유보다 낮은 경유 생산에 유리하다. 세계 1위 경유 공급사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열효율이 높아 연비가 좋다. 그래서 주로 트럭, 버스 등 상업용 차량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여느 때였다면 최근의 경유 가격 상승으로 물류비가 크게 증가해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동산 경유 공급이 막힌지 2주일이 넘어가는 데도 국내 물류시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업계는 상업용 차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1톤트럭의 연료가 경유에서 LPG와 전기로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4년부터 어린이 통학차량과 택배차량에 대해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실상 경유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현대기아차는 전격적으로 2023년 말부터 경유 1톤트럭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경유 1톤트럭의 연간 판매량은 10만~15만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후부와 현대기아차의 결정은 무모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정책은 예정대로 시행됐고, 경유 1톤트럭은 차츰 LPG트럭과 전기트럭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이 정책은 시행된지 만 2년째인 현재 중동 사태를 맞으면서 '신의 한수'였다는 재평가를 받고 있다. LPG업계에 따르면 LPG 1톤트럭은 2023년 4614대에서 2024년 9만2038대, 2025년 7만8334대가 판매됐고, 전기 1톤트럭은 2023년 4만951대에서 2024년 1만7228대, 2025년 1만4235대가 판매됐다. 2년간 20만1835대의 경유 1톤트럭이 LPG와 전기로 대체된 것이다. 전기트럭은 충전시간이 긴 것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아 운전자들이 LPG트럭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휘발유, 경유 중심의 수송연료를 다변화(믹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는 원유를 정제해서 생산하는데, 우리나라는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중동 리스크에 항상 취약하다. 반면 LPG는 거의 전량을 북미에서 들여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LPG 수입량 800만톤 중 미국 707만톤, 사우디아라비아 61만톤, 캐나다 26만톤 등이다. 전기 역시 원자력 30%, 석탄 30%, 재생에너지 10%, LNG 20% 등으로 수급은 안정적이다. LPG와 전기 가격도 전쟁 이후로도 아직 오르지 않았다. 연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전쟁은 다시 한번 에너지 믹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며 “갈수록 에너지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수송연료 믹스를 더욱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주총시즌 ‘개정상법 전초전’…재계, 경영권 방어 ‘기선잡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번주부터 '주총 시즌을 맞는다. 무엇보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난해 두 차례 걸친 상법 개정에 따른 '주주권리 강화'를 놓고 기업과 일반투자자 간 '정면대결'이 어떻게 귀결되느냐 여부다. 일단 주요 기업들은 주총을 준비하면서 개정 상법이 새로 규정한 '3% 룰',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들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16일 재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7일 현대모비스를 기점으로 1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들, 19일 한화오션, 20일 기아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어 23일 LG전자, 25일 SK하이닉스, 26일 현대자동차 등 다음주까지 총회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 주총 앞두고 기업들 개정상법 대비 '안전장치' 마련 기업들 입장에서 올해 주총 키워드는 단연 '상법 개정'이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주요 법안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주주 등 총수 일가의 힘은 빼고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키워주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3% 룰'이 오는 7월 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법이다. 이로 인해 총수 일가 등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마음대로 뽑기 어려워졌다. 오는 9월 10일부터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규정도 도입된다. 그동안 이사진을 먼저 뽑은 뒤 그 중 감사를 골랐지만, 앞으로는 처음부터 감사위원이 될 이사 1명을 따로 투표한다는 의미다. 집중투표제도 의무화된다. 이사를 여러 명 뽑을 때 주주에게 '뽑는 이사 수' 만큼 표를 주는 게 핵심이다. 대주주가 반대하는 후보도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이사 임기 늘리고 인원 수 줄이는 등 '사전 방어선' 구축 기업들은 만일에 대비해 다양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 제25조의 이사 임기 규정을 수정하는 안건을 올렸다. 기존에는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고 고정했지만 이를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로 유연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사 임기를 1~2년으로 설정해 '시차 임기제'를 운영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주총에서 뽑는 이사 수 자체를 줄여 집중투표제의 '몰아주기' 효과를 줄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찾았다. 한화오션은 이번 주총 2-6호 의안으로 이사의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상정했다. 지주사인 ㈜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등도 같은 안건을 올렸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이사 정원 자체를 기존 '13명 이내'에서 '7명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밖에 LS일렉트릭도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임기 관련 문구도 '3년으로 한다'에서 '3년으로 하되 이사별로 달리할 수 있다'고 바꾼다. 셀트리온은 '3인 이상 15인'에서 '3인 이상 9인'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효성 역시 '3인 이상 16인 이내'에서 '3인 이상 9인 이하'로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 소액주주측 기업 선제대응에 반발…외국계 펀드, 주주제안 공세 소액주주 입장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이같은 재계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한화그룹 상장회사의 이사 수·임기 관련 정관변경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개정 상법에도 불구하고 시차임기제로 집중투표제 도입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한화 계열사의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제안 및 경영권 분쟁 측면에서도 올해 주총 시즌은 눈길을 잡는다.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 측에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선임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에 독립이사 선임을 주문했다. 트러스트자산운용은 KCC에 삼성물산 지분을 유동화하자고 요청했다. 액트는 DB하이텍에 특별감사인을 선출해 내부거래 진상을 규명하자고 주장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에서는 영풍 측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와 경영을 분리하자고 제안하며 현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최대주주 롯데쇼핑이 단독으로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면서 2대 주주 태광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가 자사주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앞으로 변화 양상이 주목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4일째…휘발유 64원, 경유 85원 하락

정부가 이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전국 주유소 가격이 단기 급등 이후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책 시행 직전까지 급등했던 기름값이 주요 지역과 정유사 공급가격을 중심으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단기 안정 신호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38.62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름값은 3월 초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단기간 급등했지만 이달 13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며 일부 가격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이달 3일 1704.48원에서 상승하기 시작해 4일 1739.87원, 6일 1847.08원, 10일 1905.70원, 11일 1906.97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일 1902.51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정부의 계속되는 가격 하락 압박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13일 1893.29원으로 내렸고, 14일 1856.55원, 15일 1843.10원, 16일 1838.62원으로 연속 하락했다. 자동차용 경유 가격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은 이달 3일 1609.72원에서 상승하기 시작해 4일 1659.35원, 6일 1849.02원, 8일 1913.75원, 10일 1929.40원, 11일 1931.22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일 1924.46원으로 하락했다. 경유 가격은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13일 1911.10원으로 떨어졌고, 14일 1862.77원, 15일 1844.69원, 16일 1839.31원으로 연속 하락했다. 최고가격제 이후 휘발유는 63.9원, 경유는 85.2원 하락했다. 지역별 가격도 정책 시행 후 하락 흐름을 보였다. 휘발유 기준 서울 지역의 평균가격은 13일 2126.14원에서 14일 2107.43원, 15일 2076.29원, 16일 2072.00원까지 내려갔다. 경기 지역은 13일 1889.86원에서 14일 1834.03원, 16일 1819.12원까지 하락했다. 강원 지역은 1857.55원에서 1814.33원으로, 충남은 1917.15원에서 1851.21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최고가격제 이후 정유사 폴별 중에서는 에쓰오일이 가장 낮아졌다. 정책이 시행된 13일 기준 정유사 폴별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에쓰오일 1911.99원 △SK에너지 1908.64원 △GS칼텍스 1899.20원 △HD현대오일뱅크 1896.99원 △알뜰주유소 1860.85원으로 에쓰오일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16일 기준 가격은 △SK에너지 1846.38원 △GS칼텍스 1843.73원 △HD현대오일뱅크 1838.89원 △에쓰오일 1843.73원 △알뜰주유소 1819.20원으로 하락해 에쓰오일이 가장 많은 하락폭 68.3원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은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추가 대응책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합의된 비축 원유 약 2246만배럴을 향후 3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방출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급 안정 차원에서 발전 구조 조정도 검토한다. 석탄 발전 상한제를 해제해 설비 용량의 80%까지 발전을 허용하고 정비 중인 원전도 조기 가동해 현재 60% 후반대인 원전 이용률을 5월 중순까지 8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생존 위협 폭염에 ‘중대경보’ 신설…생존 행동수칙 전파

올해 여름부터 생존에 위협을 줄 정도의 더위가 오면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면 휴식 및 무더위쉼터로 이동 등 생존을 위한 행동 수칙도 전파된다. 기상청은 16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후위기 시대,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폭염중대경보 및 열대야주의보 신설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폭염중대경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8℃(도) 또는 일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예상되면 발령된다. 만약 최근 10년 동안 폭염중대경보가 있었다면 총 90일 발령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 연속 발령될 수 있었다. 폭염중대경보는 폭염이 실제 국민의 생명에 위협을 주기에 신설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수는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23년 온열질환자 수는 2818명, 2024년 3704명, 지난해 4460명으로 나타났다. 폭염일수가 31일로 가장 많았던 2018년에는 온열질환자 수가 4526명에 이르렀다. 온열질환자 수는 적게는 2011년 443명까지 나타났지만 많게는 10배까지 늘어나는 등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폭염중대예보 시 3단계 행동 수칙인 '멈춤, 이동, 확인'을 소개했다. 모든 야외활동을 멈추고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 있다면 냉방시설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더위쉼터로 이동하고 혼자 사는 노인이나 이웃을 확인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폭염중대경보는 극단적 고온으로 사망 위험성이 높아진 최상위 단계 경보로 그 하위 단계인 폭염경보로도 충분히 위험해 야외활동을 멈추는 게 필요하다. 폭염경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예상되면 발령된다. 김 과장은 “폭염중대경보를 올해 6월 1일부터 1단계 시범운영으로 실시해보고 내년에 긴급재난문자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폭염중대경보뿐 아니라 열대야주의보도 발령한다. 열대야주의보는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면 발령되며 실내 온도 관리 및 수분 섭취 등의 행동을 권고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안보 위기에 석탄발전 가동제한 해제…“미세먼지 늘겠네”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감이 커지자 석탄과 원자력 발전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봄철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을 제한하는 조치에도 지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는 16일 국회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와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당정은 회의에서 석탄 발전량을 설비용량의 80%로 제한한 상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한 수리 중인 원전 발전소를 5월 중순까지 조기 정비해 원전 이용률을 현재 60% 후반대에서 8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NG 발전은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LNG 수급 약 20%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석탄과 원전을 최대한 돌려 LNG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석탄발전의 가동정지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제7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52기 공공 석탄발전의 최대 가동정지 규모를 겨울철 17기에서 봄철 29기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 위기가 커지면서 이번 달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석탄발전 가동을 제한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 인천, 경기, 충남은 미세먼지가 '나쁨'을 기록했고, 초미세먼지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7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는 계속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당정은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합의된 비축량인 2246만 배럴을 향후 3개월간 단계적으로 방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주 중 현재의 산업 위기관리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비축유 방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민생·에너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3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재 원유 비축량은 208일분, 액화천연가스(LNG)는 9일분이다. LNG의 경우 오는 12월 말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부채 더 쌓이게 된 한전, 에너지 대전환 속도도 늦어진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한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러-우 사태때 쌓인 약 200조원의 부채가 줄어드나 싶었지만,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다시 늘어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한전은 국내 송배전망 독점 사업자로서, 재무 상태가 악화되면 망 투자도 할 수 없게 된다. 망 구축이 안되면 정부의 역점사업인 태양광 보급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크게 오른 국제 에너지 가격이 슬슬 국내 전기 및 가스 요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국내 전기요금은 한계마진 시스템에 의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로 결정된다. LNG는 크게 장기물량과 현물이 있다. 현물 가격은 전쟁 전 MMBtu당 10달러 중반대에서 16일 현재 18.3달러로 올랐다. 장기물량은 대체로 국제유가(브렌트유) 연동으로 정해진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72.5달러에서 13일 103.1달러로 올랐다. 여기에 함께 고려되는 환율까지 1466원에서 1496원으로 오른 상태다. LNG는 수입 기간이 길어 국제 가격이 당장 국내 시장에 미치진 않는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지 17일째로 접어들고 있어 이제 LNG 수입가격도 슬슬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6일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의 최대치로 kWh당 179.89원이 등장했다. 기존 최대치는 130원대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LNG 물량이 본격적으로 전력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요금 결정 기준인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SMP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라야 한다. 하지만 한전은 요금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요금 동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생경제 충격 완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절대로 허비해서는 안 되겠다"면서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또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해 유류세 인하, 화물차, 대중교통, 농업인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SMP가 올랐는데,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그 차이만큼을 한전이 흡수해야 한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를 상기시킨다. 당시에도 한전은 전쟁으로 LNG 수입단가가 크게 올랐지만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200조원의 부채를 떠 안게 됐다. 이후 수입단가가 내려가면서 한전 부채가 줄어드나 싶었는데, 또 다시 전쟁이 터지면서 부채가 다시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한전의 부채 총액은 205조7370억원이다. 문제는 한전의 재무 여력이 악화되면 전력망 구축도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한전은 국내 유일한 송배전망 사업자이다. 전력망이 구축이 더뎌지면 이재명 정부의 역점사업인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대전환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또한 한전의 부채가 더 쌓이게 되면 이자비용 부담이 더 늘어나 수익으로 이자비용만 내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현재도 한전의 하루 이자만 119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은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에너지 대전환의 선봉에 있기 때문에 한전의 재무상태 악화는 대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무조건 요금을 동결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국제 가격을 반영시켜야 소비절약도 유도하고 한전 재무력도 위험수준에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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