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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파키스탄이 K-GX에 던지는 질문

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목표 발표가 아니라 개인의 계산기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실린 와지드 이슬람(Wajid Islam) 등의 연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9년 2.6TWh에서 2025년 36.6TWh로 14배 늘어 전체 발전량의 22.5%에 이르렀다. 2026년 1분기에는 12.1TWh로 전체의 32.3%를 차지해 석탄·가스·원자력·수력을 제치고 단일 최대 발전원이 됐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국가 태양광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백만 가구와 기업이 저마다 패널을 사들인 개별 결정이 쌓여 만든 결과다. 동력은 경제성이었다. 파키스탄의 평균 전기요금은 2022 회계연도 약 16.9루피/kWh에서 2025 회계연도 35.5루피/kWh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전력 부족으로 지역과 시기에 따라 하루 8~10시간, 길게는 12~15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졌다.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옥상 태양광은 2~4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투자가 됐다. 물론 한국이 요금 폭등과 정전을 겪을 우려는 없다. 그러나 설치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조건이 '확실한 경제성'이라는 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은 정부보다 빨랐다. 2020년 이후 2026년 8월까지 파키스탄이 수입한 중국산 모듈은 56GW가 넘지만, 엠버(Ember)·EI(Energy Institute) 등이 집계한 2025년 말 누적 설치 용량은 3.7GW에 그쳤다. 수입 규모가 통계상 용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전력 회사는 이런 속도에 대비하지 못했다. 자금력이 있는 가구와 기업이 태양광을 도입해 전력망을 이탈하자 전력 회사는 수익 감소와 고정비 부담 가중, 이른바 '유틸리티 데스 스파이럴(Utility Death Spiral)'에 직면했다. 잉여 전력을 소매 요금으로 보상하는 순계량(Net Metering)이 태양광을 설치하니 않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로 불거졌고, 파키스탄 당국은 2025년 12월 신규 연결부터 순청구(Net Billing)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산하 PVPS의 2026년 보고서는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25년 신규 설치 상위 10개국 중 6개국에서 분산형이 절반을 넘었다. 파키스탄 98.6%, 프랑스 67.6%, 브라질 65.8%, 이탈리아 59.7%, 일본 59.3%, 독일 52.3%다. 한국은 신규 설치 13위에 머물렀고 분산형 비중은 23.3%, 중앙집중형이 76.7%다. 국토가 좁은 데다 산지·농지 규제와 주민·계통 수용성 문제가 겹친 한국에서 대규모 태양광 모델은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에 부딪힌다. 실제로 한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2025년 8월까지 2.47GW에서 2026년 8월까지 2.38GW로 약 3.6% 줄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보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장의 수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정책 선언이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출범 16개월 만에 설계를 끝내고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53~61%, 배출권 4기 할당과 이를 뒷받침할 법률 대부분이 9월까지 확정됐고, 이를 묶는 총괄 전략인 K-GX(10년 1,000조 원)를 10월 7일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태양광 정책의 무게가 상당 부분 대규모 사업, 특히 공기업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경쟁입찰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규모 사업자는 입찰 부담과 계통 접속 비용 등을 떠안는다. 투자 회수 기간이 불투명한 사업에 소규모 사업자가 나설 유인은 줄어든다. 파키스탄에서 시장을 연 것이 개인의 경제성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반대로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이 제도 안에서 약해지고 있다. 해법은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하 설비에는 경쟁입찰 대신 장기 고정가격 계약 같은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소비지와 가까운 분산형 설비는 계통 접속 순서와 비용에서 우대해야 한다. 시간대별 보상과 자가소비, 저장 장치 연계를 처음부터 제도 설계에 넣어야 한다. 소규모 시민참여 전용 물량을 확보하고 입찰 부담을 덜어야 하며, 공급 의무자의 보급 의무 이행 인정 범위도 직접 건설과 지분투자에 한정하지 말고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와의 PPA까지 넓혀야 한다. 공기업은 마중물에 그치고, 소규모 주택, 시민참여 협동조합 등이 공공 지붕과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 K-GX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경제성과 함께 비용 분담의 설계가 갖춰져야 달성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진 뒤에는 고치기 어렵다. 파키스탄은 K-GX에 묻는다. 소규모 태양광의 경제성을 확보했는가? 분산형 비중이 23.3%에서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라설 때 K-GX는 구호에서 현실이 될 것이다.

SK가스, 2030년까지 세전이익 4500억원 목표…AI向 유틸리티 투자도

SK가스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결 기준 세전 이익을 4500억원 창출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위한 유틸리티 솔루션 사업과 북미 가스전 진출 같은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을 위해 투자에 나선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SK가스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이 같은 중장기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 자원 트레이딩 등 본업을 토대로 이익 약 2500억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울산GPS 등 그간 투자해온 발전·터미널 인프라 자산으로 2000억원의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SK가스는 LPG 수익력 강화와 LNG·발전 사업 다각화 등 그간 키워온 본업 경쟁력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 등 외부 변동성이 더해져 올해 연결 기준 세전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울산GPS 지분 49%를 매각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1조2242억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를 하고, 지난 8월 프로판 사업이 주인 SK어드밴스드를 합병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 개편도 이어갔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SK가스는 차기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성장 전략의 뼈대는 △AI 데이터센터·반도체 유틸리티 솔루션 고객 확장 △해외 공급원과 판매처 다양화 등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 △에탄(C1)~부탄(C4) 제품군 확장 등이다. 특히 LNG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사업 모델과 지역을 넓히기 위해 북미 가스전 진출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내놨다. 확보한 북미 가스전을 국내외 판매망과 연결하고 C1~C4 제품군에 걸친 사업 모델을 마련한다. LPG 트레이딩과 발전사업 역량을 토대로 한 해외 사업 기회도 모색한다. SK가스는 이 같은 신규사업에 2027~2030년 생산능력 투자 집행을 하고 2031년부터 수익 창출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전날 SK가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9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자사주로 사들인 뒤 소각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메가프로젝트대로 전력수요 전망하면 과잉…실현 수요 따져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전력 추가 수요가 과도해 하향 전망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에너지전환포럼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메가프로젝트, 다음 질문에 답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12차 전기본에 반영된 3대 메가프로젝트 전력 수요가 AI 산업 성장이 지체될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아 자칫하면 전력 인프라 과잉 투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력수요 전망의 타당성과 하향 시나리오'를 주제로 발제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메가프로젝트 발표 내용을 반영해 지난 8월 다시 나온 제12차 전기본 전력수요 재전망에서 하향 전망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등을 토대로 반영하는 기존 수요 전망 모델과 별도로 반도체·데이터센터·전기화에 따른 추가 수요 53.5GW를 별도로 계산한 뒤 기준전망 179.2GW와 상향전망 186.4GW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석 위원은 “추가수요 별도 전망은 기존 수요전망 모형과 중복으로 산정될 위험이 있고, 전력 인프라는 건설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에 전력 수요가 정체돼도 투자를 물릴 수 없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AI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전력수요 전망을 상향치와 하향치 모두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기술 개선과 전력 효율 향상, 프로젝트 금융 조달 차질 등으로 실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석 위원은 지적했다. 2000년 닷컴버블이 광케이블 기술 고도화가 촉발했던 것처럼, 대규모 언어 모델(LLM) 성능 고도화로 AI 인프라 붐이 기대와 달리 꺼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조성에 필요한 자본이 막대해 미국 빅테크조차 보유 현금과 회사채 발행 뿐만 아니라 특수목적법인(SPV) 설립과 순환금융 같은 우회로를 동원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석 위원은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선형으로 상향 전망한 뒤 여기에 발전설비 건설 계획을 연결하면 상황 변화에도 전력부문 설비 투자를 조정할 수 없는 고착 효과와 좌초자산화 위험이 발생한다"며 “12차 전기본에서도 거시경제 요인을 반영한 수요전망 모델로 회귀하더라도 버블붕괴 위험을 반영한 하향 시나리오를 별도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40년이 아닌 2030년까지 늘어난 전력 수요부터 정확히 예측해 발전과 송전 인프라를 적정 규모로 확충하고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존 계획과 실제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및 전력 수요가 달라지면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탄소 배출을 초래하는 화석연료로 대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메가프로젝트 수요 전망과 2030 단기 전력수급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발전 설비들이 늘어난 수요 증가를 감당하는 방식이 LNG에 의존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전국 11개 권역의 2030년 시간별 전력 운영을 분석하는 모형(PyPSA-GESI)을 활용해 △11차 전기본 기준 △12차 전기본상 데이터센터 수요 예측치 50% 반영(DC50) △100% 반영(DC100)의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해본 결과, LNG 이용률이 11차 기준 30.7%에서 DC50 40.6%, DC100 47.8%로 높아졌다. 특히 데이터센터 수요 실현으로 차이가 21TWh나면 LNG 발전은 36.8TWh 늘고 석탄발전은 17.0TWh 줄었다. 문 부연구위원은 메가프로젝트 발표 규모를 확정수요로 여기는 대신 확정·조건부·유보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2026~2030년 단기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거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늘면 추후 탄소 감축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며 “12차 전기본에서 2030년 계획부터 세밀히 짜고, 수요 전망이 바뀌더라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경로를 지키는 방식으로 전기본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전력수요, 기업의 입지 조건을 묻다'를 주제로 발제하며 반도체·데이터센터 기업의 입지·전력·설비투자 담당자 80명을 대상으로 기업 입지 조건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냈다. 이들 80명 중 향후 5년 내 신규·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응답은 83.8%였지만, 비수도권을 포함해 검토하면서 현재 정부 지원 조건에서 지방 투자 가능성도 높다고 답한 담당자는 38.8%에 그쳤다. 수도권 외 현실적 후보 권역으로는 충청권(46.2%)이 가장 많았고, 비교적 재생에너지 발전 여력이 큰 호남권은 10.0%에 불과했다. 지방 입지 검토가 무산된 이유로는 인력 확보 어려움(77.8%)이 전력공급·계통접속 불확실성(22.2%)을 크게 웃돌았다. 이 부연구위원은 투자가 확약된 수요와 후속 유치를 기대하는 수요를 구분해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는 후보지별 접속 시점·용량·요금을 먼저 제시해 입지를 유도하며, 반도체는 앵커 투자 확약 일정에 맞춰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한화그룹, 주요 상장사 이사회 의장에 독립이사…주주 이해 상충 검토 기구도 도입

한화그룹이 주요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을 독립이사(사외이사)에게 맡기는 체제를 확대한다. 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독립이사들이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특별위원회 운영 근거를 마련하고 이사회 직속 지원 조직도 신설한다. 한화그룹은 14일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권익환 독립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이 2024년 독립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한 데 이어 ㈜한화도 같은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권 의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대전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한화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내부거래위원장과 감사위원회·ESG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왔다. 다른 주요 상장사도 순차적으로 독립이사 의장을 선임한다. 한화시스템은 이달, 한화오션은 다음 달까지 이사회 결의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엔진은 2027년 상반기 선임을 목표로 한다. 두 회사는 상법 개정안 시행 등 이사회 운영 환경 변화에 맞춰 이사회 구성을 일부 정비한 뒤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의장 선임 방식과 함께 주요 안건의 검토 체계도 바꾼다. 한화그룹은 주주 간 이해상충 우려가 있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주요 사안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의 운영 근거를 이사회 규정에 명시하기로 했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이사로만 구성하는 비상설 자문기구다. 주요 사안이 발생하면 이사회 의사결정에 앞서 내용을 검토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주주 권익 보호와 의사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각 사에는 이사회 직속 전담 조직인 '이사회 사무국'도 설치한다. 사무국은 회의 운영을 지원하고 주요 안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이사들의 검토와 판단을 뒷받침한다.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상장사는 독립이사 의장 선임 시기와 별도로 관련 제도를 먼저 정비한다. 이사회 결의와 규정 개정을 거쳐 오는 11월까지 특별위원회 운영 근거 마련과 사무국 신설을 마칠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이사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나아가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지배 구조 선진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진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취임…“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차질 없이 이행”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에 이진호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이 취임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14일 경주 본사 코라드홀에서 이진호 제6대 이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신임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안전이라는 흔들림 없는 기반 위에 혁신을 더하고, 전문성과 투명성 위에 국민의 신뢰를 더하는 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중점 과제로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로드맵의 차질 없는 이행과 관리체계 구축 △미래 원자력 시대에 대비한 방폐물 관리 역량 강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을 통한 스마트 방폐물 관리체계 구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민 소통과 주민 참여·상생 강화 △혁신 실행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해 “수만 년을 내다봐야 하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과학적 조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지역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부지선정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공단은 국내 유일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전담기관으로, 현재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31년까지 3단계 매립처분시설을 추가 건설하는 한편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에 따른 부지 선정과 관리시설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싱가포르 에너지기업, 현대차증권과 합작법인 설립…자동차 공급망 RE100 지원

싱가포르 에너지기업인 피크에너지가 현대차증권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자동차 공급망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의 탄소 배출까지 줄여야 하는 '스코프3(Scope 3)' 감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소·중견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4일 피크에너지는 현대차증권의 벤코어 루프탑 에쿼티 펀드와 국내 자동차그룹 공급망 전반에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를 중심으로 산업용 옥상 태양광과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할 계획이다. 출범 단계에서 현대차 주요 1차 협력사에 공급할 5개 태양광 사업을 확보했으며 전체 설비 규모는 13메가와트(MW)다. 피크에너지는 향후 2년간 산업용 옥상 태양광 발전설비를 100MW 규모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협력사에 100MW 규모가 구축될 경우 연간 약 5만5000톤, 설비 운영기간(20년) 전체로는 1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자동차 산업의 탄소 감축 범위가 완성차 생산 공정을 넘어 공급망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코프3는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시설에서 발생하지 않지만 원재료 조달과 부품 생산, 물류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 수많은 부품업체가 공급망에 참여하는 만큼 완성차 업체 자체의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는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1·2차 협력사의 감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개별 중소·중견 협력사가 직접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거나 장기 PPA를 체결하기에는 사업 개발과 금융 조달 등에 부담이 따른다. 이번 합작법인은 이처럼 개별 협력사가 각각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 여러 사업장을 묶어 장기 전력공급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증권 인프라투자부문 관계자는 “피크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금융 구조와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결합해 국내 협력사들이 태양광 PPA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피크에너지는 지난 13일 국내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와 'RE100 이행을 위한 소규모 지붕태양광 공동개발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공장과 창고 등의 유휴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에이치에너지가 유휴지붕 발굴과 임대계약, 인허가, 발전소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하고 피크에너지는 사업 자금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전소를 소유하는 구조다. 대규모 발전부지뿐 아니라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지붕까지 발전자산으로 묶어 기업의 RE100 이행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피크에너지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00MW 이상의 재생에너지 자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0MW 이상이 국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SK가스, 2028년까지 자사주 900억원 소각…“주주환원 일환”

SK가스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9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자사주로 사들인 뒤 소각하며 주주가치를 제고한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SK가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주식을 연간 300억원씩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전날 오후 공시했다. SK가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중기 주주환원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30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1.2%을 자사주로 매입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SK가스는 전날 기준 2.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매입으로 향후 자사주 비율이 3.7%로 늘어날 예정이다. 오는 14일부터 신탁계약을 통해 1차분인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착수하한다. 취득한 주식은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과 2028년에도 각각 300억원씩 매입해 순차 소각할 예정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액화천연가스(LNG)와 발전 분야로 넓혀 키운 재무 여력이 이번 주주환원 정책 확대의 토대가 됐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가을까지 이어지는 ‘폭염·폭우 복합재해’…‘여름 석달 대응’은 부족

지난 12일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0.1℃까지 치솟았다. 1907년 근대 기상이 시작된 이래 10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기록(공동기록)을 세웠다. 13일에는 전북 고창이나 경북 문경 등지에 70~90㎜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10월 중순임에도 폭염과 폭우를 걱정하게 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가 각각 발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두 현상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복합재해(Compound Events)'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름철에 집중됐던 위험이 장마전선의 북상과 대기·해양 순환의 변화에 따라 늦여름과 가을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폭염·폭우 위험이 언제, 어디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 폭염·폭우 복합재해, 발생 빈도 늘고 가을까지 확장 경희대 지리학과·기후사회과학융합학과 김지현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반도의 폭염·폭우 복합재해 변화를 분석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성경민(제1저자)·채여라 박사와 프린스턴대 김태림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1986~2025년 기상청 관측소 57곳의 지상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폭염과 극한 강수가 결합하는 복합재해의 위험이 커지는 데는 개별 재해의 강도 변화뿐 아니라 발생 빈도의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합재해 위험이 기존의 6~8월 여름철에 머물지 않고 9월 이후 가을철로 확장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2024년 가을철 복합재해 발생일수의 표준화 편차는 7.29로, 과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극단적인 값을 기록했다. 표준화 편차는 관측값이 장기 평균에서 표준편차 몇 배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7.29라는 값은 통상적인 연도별 변동 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발생 확률을 정확하게 산정하거나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단독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위험 양상도 달랐다. 서해안은 복합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빈도 노출 지역으로, 남동부 내륙은 발생 빈도와 별개로 한 번의 재해가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구분됐다. 전국에 동일한 방재 대책을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재해 특성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가을철 위험 증가의 대기 순환 배경으로 북서태평양과 일본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 이상을 제시했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남동부와 동중국해에서 황해를 거쳐 한반도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높은 기온과 많은 수증기가 함께 공급될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은 늦여름과 가을에도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복합재해가 위험한 이유는 피해가 단순히 더해지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지친 사람과 열에 노출된 노동자는 뒤이은 폭우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농작물은 고온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침수 피해까지 겪을 수 있고, 전력·교통·배수시설도 서로 다른 유형의 재난에 연이어 노출된다. ◇ 9월 장마전선 중심축 약 213㎞ 북상 복합재해가 가을까지 확장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장마전선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의 문수연·김옥연 박사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npj 기후 및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동아시아 여름철 전선의 장기적인 위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979~2025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ERA5 재분석자료를 활용해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특히 9월 10~30일 전선의 중심 위치가 과거보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북상 폭은 위도 약 1.92도, 거리로 환산하면 약 213㎞에 달했다. 이는 여름철 후반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전선성 강수와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이 과거와 다른 지역과 시기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선은 성질이 다른 공기 덩어리가 만나는 경계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전선을 따라 유입되면 공기가 상승하면서 구름이 발달하고 강수가 집중될 수 있다. 동시에 전선 주변의 고온다습한 공기는 인체의 열 방출을 어렵게 해 열 스트레스를 키운다. 연구에서 활용한 습구 글로브온도(WBGT)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복사열, 바람 등의 영향을 반영해 사람이 체감하는 열 부담을 평가하는 지표다. 기온이 같더라도 습도가 높으면 땀의 증발을 통한 체열 방출이 어려워져 열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전선의 위치 변화에 따라 열 스트레스와 전선성 강수가 동시에 나타날 위험이 커지는 양상을 분석했다. 다만 전선의 북상만으로 모든 지역의 폭염·폭우가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피해는 북서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강도, 수증기 공급, 대기 순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방재 체계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에 맞춰 설계된 대응 체계가 9월 이후에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계절별 재난 대응 기간을 고정하기보다 관측과 예측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폭염과 호우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 '여름철 3개월 방재'에서 벗어나야 두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동아시아의 기후위기는 단순히 여름철 기온이 오르고 비가 많이 내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과 폭우가 결합하는 시기가 달라지고, 장마전선의 위치가 이동하는 만큼 대응 전략의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방재 기간을 6~8월에 한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9월 이후에도 폭염과 집중호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기상 관측과 예보를 바탕으로 방재 인력과 시설 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폭염 대응과 집중호우 대응을 따로 계획하는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고온에 노출된 노동자와 취약계층, 침수 위험에 놓인 농경지와 도시 기반시설을 복합재해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지역별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반복적인 재해 노출이 문제인 서해안에서는 예·경보와 상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단기간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남동부 내륙에서는 급격한 기상 변화에 대비한 대피·복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위험도와 대책은 지역별 관측자료와 재해 특성을 토대로 검증해야 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하반기 해풍 입찰 2GW 나올 듯…인재양성·선박보안 배점 강화

2기가와트(GW) 이상 규모로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해상풍력 고정가격 입찰에서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과 연관된 평가가 강화된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전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2026년 하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종합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입찰 공고는 이르면 이달 말 나오며, 입찰 용량은 2GW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부가 지난 6월 '해상풍력 중장기 입찰 이행안'을 통해 올해 경쟁입찰 물량을 4GW로 잡았고, 이 중 지난 상반기 입찰에서 약 1.8GW의 물량에 대해 사업자가 결정됐다. 이번 입찰에서는 RPS 규칙에 지표에 거점유지보수를 위한 투자와 인재 양성·고용창출 항목과 선박·인력 정보 보안 항목에 가점이 추가된다. 계통 수용성 면에서는 배점 4점인 재생에너지 연계 여유 항목에 1점의 가점을 추가했다. 반면 사업 진행도 항목은 해상풍력 입찰에서 실효성이 없어 배점을 없앴다. 인재양성·고용창출 노력 및 계획 항목은 국내 대학·연구소·공공기관과 협력해 과정을 개설하거나 공공연구을 수행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는지와 그 내용을 평가한다.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R&D 센터 운영 계획을 자세히 제출해도 평가에 반영한다. 선박·인력 정보보안 항목에서는 해양 조사부터 발전소 건설·운영·유지보수까지 주요 사업 과정에서 이용하는 선박 항목을 세분화한다. 기존의 △해양탐사조사선 △풍력설치선 △해저케이블 설치선 △운영유지선 등 4개 항목에 △하부구조물설치선을 추가하고, 운영유지선을 인력운송선(CTV)과 서비스운영지원선(SOV)으로 세분화한다. 재생에너지 연계 여유 가점은 폐지된 발전소의 계통을 활용하거나 공동접속설비에 연계하는 등 사업자 차원에서 가능한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신설됐다.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공급의무화제도(RPS)처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계통 수용성 8점 중 4점에 해당하는 계통설비 항목은 사업자가 성능이 우수한 것을 도입하는 노력을 평가한다"며 “그러나 계통연계 효율성은 지역 계통과 관련된 보강이 필요하거나 대용량 설비가 들어오면서 전반적으로 설비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로, 사업자 노력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노력이 있으면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하부구조물 부분의 산업·경제효과와 기자재·소재 공급망 구축 기여를 평가할 때 부유체도 평가 대상에 포함한다. 입찰에 희망하는 사업자는 부유체 관련 내용도 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기후부 해상풍력발전추진단 관계자는 “지난해 해상풍력 입찰에서는 하부구조물을 국내 것으로 쓰겠다는 사업자가 100% 낙찰됐다"며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부분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도 노력 중인 만큼 업계에서도 공급망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기술이전 내용에 관해서는 △기술이전생산 △라이선스 생산 △주문·위탁 생산(OEM)으로 구분해 기재하고 증빙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허와 노하우, 제조공정, 기술 등을 국내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기술 이전 계획이나 라이선스 계약, OEM 계약상 국내 제조·품질관리 계획 등을 제출하면 된다. 에공단 RPS처 관계자는 “과거 평가에서는 생산 국가와 제조사만 따졌지만, 앞으로는 가령 로터·나셀을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기술이전과 생산을 어떻게 할지까지 보겠다는 것"이라며 “입찰 공고 후 사업내역서를 제출할 참여자를 대상으로 서류의 구체적 작성법 등을 안내하는 간담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입찰 용량과 상한가격, 기준 계통한계가격(SMP), 우대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입찰 공고를 통해 공개된다. 선정은 빠르면 오는 12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기후부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 매년 4GW 이상, 총 55GW 규모의 물량을 내놓고, 이 중 28GW는 2030년까지 입찰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기존 고정가격 경쟁입찰은 2033년까지 31GW 규모로 운영하고, '해상풍력 보급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발전지구 경쟁입찰은 2029년 하반기 2GW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24GW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RPS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폐지하고 장기고정가격 계약 시장을 도입하는 만큼 내년부터 나오는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은 모두 정부가 주도해 용량 단위로 입찰하는 계약시장제도로만 진입이 가능하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공급망에서 핵심기술이 중요한 이유

핵심기술은 공급망 확보에서 최종 지배력을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광산을 많이 가진 나라가 반드시 공급망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광물을 고순도 소재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국가가 공급망의 주도권을 갖는 시대가 됐다. 고려아연 사례로 설명하면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고려아연의 미 테네시주 핵심광물 공급망을 위한 진출은 단순한 해외 투자가 아니라 한.미 경제안보 협력과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한국을 가장 핵심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광물 채굴뿐 아니라 제련·정련 능력을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을 갖고 있는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제련.정련 시설을 건설해 미국내에서 갈륨. 게르마늄. 인듐 등 반도체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미국 행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은 보통 여러 단계로 짜진다. 광산(채굴·확보)->제련.정련(고순도화)->소재화(전구체.양극재)->완제품(배터리·반도체)이다. 여기서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구간이 제련·정련과 소재화이다. 광산은 자본과 자원 보유가 중요하고, 제련·정련은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소재는 고객 인증과 품질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즉 기술이 없는 기업이나 국가는 광물을 캐도 부가가치를 남이 가져가는 꼴이 된다.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은 광석을 전략 자산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리튬 광석 1톤을 확보했다고 해서 바로 배터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광물에서 배터리까지 고순도 정련과 소재화가 핵심이다. 고려아연은 특히 고순도 정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고 있다. 이 능력이 있으면 여러 국가에서 원료를 조달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며, 배터리, 반도체급 순도로 만들고 고객사 요구 규격에 맞춰 공급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급망의 실질적 통제력이다. 미국이 왜 한국의 제련 기술을 원하는지 답은 분명하다. 미국은 리튬, 희토류 매장량이 있지만 정련 능력은 중국에 비해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고려아연의 의미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중국 대체 정련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즉 기술이 동맹의 전략 자산이 된 것이다. 기술이 있으면 가격이 아니라 조건을 정할 수 있다. 광산만 가진 경우 국제 시세에 따라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이 약하다. 하지만 핵심 기술을 가진 경우 장기 계약, 프리미엄, 우선 공급 협상 등이 가능하다. 즉 조건 결정권이 강해지는 것이다. 실제 배터리,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보다 안정성과 품질을 더 중시한다. 그래서 고순도 소재 기업은 장기 공급 계약(5~10년), 선급금 투자, 공동 투자, 우선 공급권 등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이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강한 이유도 바로 이런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광산을 많이 가져서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련과 정련 능력이다. 중국은 리튬, 코발트, 희토류의 상당 부분에서 정련과 가공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다. 즉 광산 보유부터 시작하여 정련 기술로 핵심 지배력을 갖추고 소재. 배터리 산업 등 최종 산업의 지배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 여기에 있다. 우선 광산보다 제련.정련·소재 인재를 키워야 한다. 제련 공정 엔지니어, 고순도 소재 전문가, 재활용·도시광산 기술자, 공급망·트레이딩 전문가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고려아연의 미국 진출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제공한 것은 광물 자체가 아니라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고순도 제련·정련 기술과 공급망 운영 능력이다. 이러한 기술력 때문에 미국이 핵심광물 프로젝트의 전략적 파트너로 고려아연을 선택했으며 반도체, 배터리, 방산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 4446억원, 영업이익 1조 3332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조 5879억원, 영업이익 1조 23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올린데 이은 호실적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핵심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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