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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 개편안, 李 정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역부족”

기후환경단체와 재생에너지 업계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정부 개편안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목표대로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기후환경 싱크탱크 플랜1.5는 11일 'RPS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RPS 개편 방안을 담은 국회 개정안이 허점투성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플랜1.5는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에서 민간 발전사를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구매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재생에너지 직접 설치 대신 대체이행을 허용한 점도 목표 달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목표 달성을 위해 RPS를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경매제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RPS는 설비용량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가 전력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한 제도다. 올해 RPS 의무비율은 15%로 발전사는 생산 전력의 15%를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경매제도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따라 직접 재생에너지 입찰 물량을 공고하는 방식이다. 경매제도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부족한 물량을 일정 규모 이상 발전사가 채우도록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민간 발전사를 '목표관리대상자'로 별도 규정하고 보급 의무자의 의무 해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신설됐다. 민간 발전사가 RPS 의무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4.2%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 발전사의 보급 의무자 제외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플랜1.5는 “보급 의무자 범위가 최소 현행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의무 해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삭제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정안에는 낙찰돼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매한다는 표현이 삭제됐다. 대신 '전력계통 신뢰도가 적합하게 유지되는 범위에서'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이는 재생에너지 경매제도에서 낙찰되더라도 전력망 안정을 이유로 구매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플랜1.5는 구매 의무자가 낙찰된 물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계약 체결 예외 조건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계통 신뢰도 향상은 유연성 자원 확보 등 전력망 운영 방식을 개편하면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대신 투자금을 납부하는 대체이행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업계도 경매제도가 재생에너지 확보보다는 가격 경쟁을 통한 사업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실제로 RPS 폐지와 경매제도 전환 논의는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업계 반대 등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올해 법안 발의를 계기로 본격 추진되고 있다. 김정호 의원실과 한국에너지공단은 오는 12일 관련 입법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해 업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안전자산’ 금값 79%, 은값 172% 상승…중동 전쟁에서 반대 양상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금·은·백금 등 주요 귀금속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최근 중동 전쟁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전쟁→금값 상승' 공식이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전쟁 확전 국면에서는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우려가 겹치며 금값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전쟁 완화 기대가 나오면서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 등에 따르면 금 가격은 지난해 3월 11일 온스당 2916.9달러에서 올해 3월 10일 5209.7달러로 상승했다. 약 1년 동안 78.7%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은 가격은 32.55달러에서 88.53달러로 172% 급등했으며, 백금 역시 단기간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등 귀금속 전반이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금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2분기 평균 가격은 온스당 3050.2달러였으나 3분기에는 3400.8달러로 11.5% 상승했다. 이어 4분기 평균은 4250.6달러로 25% 증가했고, 올해 1분기 평균은 5050.1달러로 다시 18.8%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9월 초 3000달러대 초반에서 10월 중순에는 4000달러를 돌파하며 약 33% 상승했다. 올해 2월에는 온스당 5306.95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 가격은 귀금속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3월 11일 온스당 32.55달러였던 런던 은 고시가격은 올해 3월 10일 88.53달러로 1년 만에 172% 상승했다. 지난해 5월부터 8월 사이 가격은 약 120% 급등했고, 8월 20일에는 118.45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1월 6일 74.65달러까지 하락하며 약 37% 조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80~90달러 범위에서 가격이 움직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백금 가격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말 온스당 1420달러를 기록하며 6개월 사이 약 44.8% 상승했고,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올해 1월 초에는 2902달러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가격은 1400달러에서 2900달러로 약 107% 상승했다. 이후에는 조정세가 나타나며 2200달러대로 내려왔다. 귀금속 가격은 최근 중동 전쟁 국면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 흐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기존에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귀금속 가격이 오르는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귀금속 가격이 일시적인 조정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일부 완화됐다. 이에 달러 자금이 일부 귀금속 시장으로 되돌아오며 다시 가격 반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석유公 사장, 취임 6일만에 사과문…“알뜰주유소 관리 철저”

석유공사 손주석 사장이 취임 일주일도 안돼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알뜰주유소 가운데 한 곳이 중동 전쟁을 틈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로 경윳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이 격노하기도 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손주석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덜고 국내 석유제품 시장의 가격 안정을 뒷받침하는 데 앞장서야 할 알뜰주유소에서 단기간 급격히 판매가격을 인상한 사례가 일부 발생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손주석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9일 울산 자영알뜰주유소를 방문해 석유제품 가격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석유공사 앞서 한 방송매체는 '경유값 상승 전국 1위 알고보니 알뜰주유소'라는 보도를 통해 한 알뜰주유소가 전쟁 직전인 지난달 28일 대비 3월 5일에 경유 가격을 리터당 850원 올렸고, 정부 단속이 실시되자 6일에 600원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석유공사는 자체 모니터링에서 해당 주유소가 가격을 대폭 올린 점이 포착돼 즉각 계도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부 주유소의 얌체짓에 이재명 대통령이 격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지도 않았는데 기름값을 크게 올려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부도덕한 사업자들이 있다며 강력 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석유시장을 관장하는 산업통상부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해당 주유소를 관리하는 한국석유공사에 엄중히 경고하고, 즉각적인 사실 확인과 함께 엄정한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국에는 총 1319개의 알뜰주유소가 있다. 이 가운데 석유공사(자영알뜰)가 395개, 도로공사(EX알뜰)가 209개, 농협(NH알뜰)이 714개를 관리 및 운영한다. 알뜰주유소는 세 기관이 정유사로부터 저렴하게 구매한 석유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월 1주 기준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1701.7원으로, 정유사폴 1753원보다 51.3원 저렴하고, 경유 판매가격은 1626.7원으로, 정유사폴 1688원보다 61.3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사장은 “알뜰주유소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공사는 앞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가격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자영알뜰주유소에 대해 △1회 이상 고가판매 시 계약을 해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원스트라이크 아웃'적용 주유소에 대한 알뜰주유소 사업 재진입 제한 △일일 개별주유소 판매가격 모니터링 확대 및 이상 가격 징후에 대한 즉각 대응 체계 구축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고가판매 기준은 일정 기준의 주변 주유소보다 더 높게 책정한 가격을 말한다고 석유공사 측은 설명했다. 손 사장은 중동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5일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석유 수급 비상상황에 대비해 비축시설 및 방출태세를 점검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손 사장(1960년생)은 전주고, 경희대 정치외교과를 졸업했으며, 16대 대선 노무현 후보캠프에서 선대위 행정지원실장을 맡고 이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2006~2008년), 한화건설 토목환경본부 고문(2010~2013년),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2018~2021년) 등을 지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안보 점검] “수소댐 지어 에너지 위기 돌파하자”

대규모로 수소를 생산·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자는 '수소댐'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으면서 수소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원유·가스를 대체할 연료로 부각되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수소경제 육성을 위해 국회에 수소사업법 통과와 정부의 더 많은 지원 요청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과 한국수소연합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소경제 민간투자 지속·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훈 한국청정수소진흥연구원 사무국장은 토론회에서 '민간 주도 전국 주요 거점 내 수소댐 구축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수소댐은 물을 저장해 필요할 때 생활·산업용수로 공급하는 댐처럼 수소를 저장·활용하자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 발전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주요 거점에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 저장한다. 이후 수소댐에 저장한 수소를 철강 생산·석유화학 플랜트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수소망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철강·석유화학 산업과 LNG 발전소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사무국장은 “석탄발전 폐쇄와 LNG 발전 감축에 대비해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소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물산, 두산퓨얼셀,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등 수소 관련 민간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지난 1월 17일 이종배·정태호 의원 등 총 24명의 의원이 발의한 '수소 및 수소화합물 사업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수소경제 육성과 수소 운송·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수소는 아직 경제성이 부족한 만큼 수소산업에 대한 조세특례와 수소 생산용 전기요금 할인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수소 생산 기업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은 kg당 1만7300원인 반면 화석연료 기반 회색수소는 약 7000원 수준이다. 김 교수는 시장 보호와 생산세액공제 등을 통해 생산비를 kg당 1만원 수준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수소특화단지 추가 지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특화단지는 수소 산업 관련 기업과 지원 시설을 한곳에 모아 집중 육성하는 지역으로 수소댐과 유사한 개념의 산업클러스터다. 현재 강원 동해·삼척과 경북 포항이 지정돼 있으며 추가로 신규 5곳을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의원은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요동치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며 “수소는 재생에너지 못지않게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민간의 장기적인 투자가 국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업이 살려 낸 ‘소나무숲·개구리’, 자산이 된다

정부가 자연환경 복원 정책의 구조를 크게 바꾸는 내용으로 자연환경보전법 시행령을 개정함에 따라 향후 국내 생물다양성 정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 주도의 자연 복원사업을 민간 자본과 기업 참여 중심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자연자본' 개념과 자연 관련 공시 체계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자연환경 복원 사업에 민간 기업과 단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19일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훼손된 국토를 복원하는 과정에 기업의 기부나 자산 대여 등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허용하고, 그 성과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 기업의 ESG 경영 성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환경 정책의 조정을 넘어 자연 자본 관리 체계를 바꾸는 시도로 평가된다. 기업의 환경 복원 활동을 제도적으로 인증하고, 이를 생물다양성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연결하는 정책 구조가 처음으로 마련되기 때문이다. ◇정부 중심 복원에서 '민관 협력 모델'로 전환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은 숲·토양·하천·해양·생물다양성 등 자연 생태계가 인간 사회와 경제 활동에 제공하는 자산과 그 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자연 시스템은 식량 생산과 물 공급, 탄소 흡수, 기후 조절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제의 기반이 된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자연을 단순한 환경 요소가 아니라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자연자본'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나 단체가 자연환경 복원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은 크게 기부와 자산 대여로 나뉜다. 민간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전문기관이 참여 컨설팅과 사업 협의를 진행하고, 이후 실제 복원사업이 시행된다. 사업이 완료되면 정부가 복원 성과를 평가해 '실적 인정 서류'를 발급한다. 이 서류에는 탄소 흡수량, 생물다양성 증진 기여도, 오염물질 저감 효과 등 복원사업의 환경 성과가 정량적으로 담기게 된다. 기업은 이를 ESG 경영 성과를 입증하는 공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적 인정 체계는 자연자본 기반 공시 체계와 연결된다. 최근에는 자연 훼손이 기업의 생산 활동과 공급망 안정성, 재무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연자본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자연 의존도와 영향도를 평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자연자본 공시는 기업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도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자연자본 공시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가는 추세에서 자연 복원 활동을 통해 창출된 긍정적 효과를 데이터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연자본 관리와 TNFD 공시 대응 특히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도를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국제 협의체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NFD)'도 등장했다. TNFD는 기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성, 위험과 기회를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국제적 프레임워크로, 기후 분야의 TCFD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TNFD는 지난 2023년에 기업의 관련 정보 공개와 관련해 첫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TNFD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업이 자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자연 복원과 보전을 통해 창출한 긍정적 영향도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발급되는 '실적 인정 서류'는 이러한 공시에서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 흡수량이나 생물다양성 개선 효과는 TNFD 보고서에서 자연에 대한 긍정적 영향 지표로 제시될 수 있다. 정부가 발급한 공식 실적 자료라는 점에서 공시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장의 제도적 기반 마련 가능성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주목받는 또 하나의 변화는 자연환경복원지원센터의 신설이다. 이 센터는 기업이 참여하는 복원사업에 대해 컨설팅과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사업 결과를 평가해 실적을 인정·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공식적으로 '생물다양성 크레딧' 제도를 도입한다는 표현은 없지만, 정책 구조를 보면 향후 관련 시장 형성을 위한 기초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물다양성 크레딧은 자연 복원이나 보전 활동의 성과를 수치화해 인증하거나 거래하는 개념으로, 탄소배출권과 유사한 시장 메커니즘을 갖는다. 이번 개정안에서 도입되는 '복원 실적 인정' 체계는 사실상 이러한 크레딧 제도의 핵심 요소인 성과 측정과 인증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복원사업을 통해 확보된 탄소흡수량이나 생물다양성 개선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정부가 인증하는 구조는 향후 생물다양성 크레딧을 발행하거나 거래하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환경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생물다양성 금융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기 행정 틀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연환경 복원 산업 시장 확대 전망 제도 개편은 자연환경 복원 산업 자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기존의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제도를 등록제로 전환해 사업 수행 업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동시에 진입 장벽도 일부 낮췄다. 대행업체의 자본금 기준을 법인은 7억 원에서 5억 원으로, 개인은 14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완화해 더 많은 전문업체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생태 복원 설계, 습지 복원, 산림 복원, 생태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업이 자연환경 복원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개발사업자가 납부하는 생태계보전부담금 반환사업과 복원사업이 연계되면서 복원 프로젝트의 재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개발사업자가 복원사업을 시행하면 부담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어 민간 복원사업의 경제적 유인이 강화된다. 개정안에는 자연환경 복원과 연계한 생태관광 활성화 정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생태관광 상품과 시설에 대해 '우수 생태관광 인증제'를 도입하고, 관광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연환경 복원 지역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하면 기업은 환경 복원 성과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여라는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수 있다. 이는 ESG 경영에서 중요한 '사회(S)' 요소와도 연결된다. ◇ESG·자연자본 경영으로 이어질 정책 실험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시행령 개정은 자연환경 복원을 단순한 환경 보호 정책이 아니라 자연자본 관리와 기업 경영을 연결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환경 복원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탄소 흡수, 생물다양성 보전,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세 가지 성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증해 기업 가치와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한국에서도 자연자본 관리 정책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향후 기업 공시 체계가 TNFD 기준으로 확대되고 생물다양성 금융 시장이 형성될 경우, 자연환경 복원 사업은 단순한 환경 활동이 아니라 기업 전략과 투자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결국 이번 제도 개편은 자연을 보호하는 정책을 넘어, 자연을 경제 시스템 속에서 관리하는 '자연자본 시대'에 대비한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 향후 실제 복원 프로젝트의 규모와 기업 참여 정도에 따라 한국에서도 자연자본 기반 ESG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채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자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연환경복원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이 결합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우수한 생태관광 상품의 확산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력·열·수소’ 생산하는 SMR…“산업 에너지 인프라로 제격”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급증하는 산업 전력 수요를 해결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란발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LNG 등 화석연료 기반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이 재확인됐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SMR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고 산업단지 인근에 설치해 전력과 열, 수소를 동시에 공급하는 '산업 에너지 허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한국원자력학회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SMR 동향과 국내 추진방향'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SMR 개발 흐름과 국내 산업 활용 전략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풍력 중심의 전력 체계만으로는 산업용 전력 수요와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고, LNG 역시 연료 가격과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특히 분산형 무탄소 전원인 SMR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최근 유럽에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며 “AI와 자동화 산업이 확대되면서 막대한 전력 공급과 안정적인 전압·주파수 유지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철강 산업 등은 대규모 전력을 끊김 없이 공급받아야 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에너지 정책과 기술 개발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실제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의 수요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SMR은 안전성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산업단지 인근에 배치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으로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며 최근 국회를 통과한 SMR 특별법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교수(전 혁신형 SMR 예타기획위원장)는 혁신형 SMR 개발 사업의 추진 경과를 소개하며 향후 산업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2021년 예비타당성 기획 당시에는 해외 수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설계할 수밖에 없었던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며 “이제는 국내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제도와 산업 기반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국이 대형 원전 개발에서 후발주자였지만 결국 세계 최초 상업 운전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며 “SMR 역시 늦게 출발했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MR, 산업단지 인접 설치 가능한 분산전원" 발표자들은 SMR의 핵심 장점으로 소형화와 모듈화 설계를 꼽았다. SMR은 일반적으로 300MW 이하 규모로 설계돼 산업단지 인근 배치가 가능하며,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건설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또 외부 전력 없이 자연 순환만으로 냉각이 가능한 피동안전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이 높으며, 방사선 비상계획구역(EPZ)을 최소화할 수 있어 산업단지 인접 배치 가능성도 높다. 세미나에서는 SMR을 산업 에너지 인프라로 활용하는 세 가지 전략이 제시됐다. 첫째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이다. SMR을 산업단지 인근에 설치하면 송전망 건설 지연 문제를 피하면서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둘째는 공정열 공급과 수소 생산이다. 석유화학·정유 단지에서 필요한 고온 증기를 SMR로 공급하고, 고온 수전해 기술과 결합해 '핑크수소'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 활용이다. 노후 화력발전소 부지의 송전망과 냉각수 시설을 재활용하면 SMR 도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지역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SMR 경쟁…빅테크도 참여 김한곤 혁신형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글로벌 SMR 개발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SMR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김 단장은 “SMR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전원"이라며 “한국도 실증 사업을 통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SMR이 단순한 발전 설비를 넘어 산업 클러스터 전체의 에너지 시스템을 운영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송전망 포화, 탄소 규제, 에너지 안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SMR을 필수 인프라로 만들고 있다"며 “SMR은 전력·열·수소를 동시에 공급하는 산업 에너지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MR을 활용하면 산업단지에서 전력뿐 아니라 공정열과 수소까지 공급하는 '에너지 서비스(EaaS, Energy as a Service)' 모델 구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산업단지의 에너지 전환 문제를 SMR 도입의 핵심 배경으로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단일 산업단지에서 GW급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산업단지는 국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또 기존 산업단지 열병합발전 설비는 석탄과 LNG 중심 구조여서 탈탄소 전환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석유화학·철강 등 열 다소비 산업에서는 전력뿐 아니라 고온 공정열 공급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은 단 1초의 정전도 큰 손실을 초래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SMR 상용화, 부지와 시장 확보가 과제"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SMR 개발이 기술적으로는 진전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한 정책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증 부지 확보, 규제 체계 구축, 산업단지 수요 창출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상용화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SMR이 향후 산업단지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산업 구조 전환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청와대가 에너지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돼야 한다

이란전쟁이 길어지면서 중동산 원유와 기타 산업용 원자재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가스, 비료 생산용 암모니아, 석유화학 원재료 등이 중동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를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이란전쟁와 관련해 반도체 기업들이 사용하는 가스 수급이 문제다. 헬륨가스는 반도체 핵심인 웨이퍼를 냉각하는데 사용된다. 지난해 국내 수입량의 65%가 호르무즈 해협쪽에 있는 카타르에서 공급 받았다. 그런데 최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멈췄다. 이 뿐만 아니라 농업분야에서 사용되는 질소 비용인 암모니아와 인산비료의 원료인 황의 주요 수출국은 대부분 중동 국가들로 원유와 LNG를 정제하고 처리하는 과정의 부산물로 생산된다. 요소 수출량의 35%, 황의 45%가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석유화학의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 수입이다. 국내 나프타 재고는 1개월 물량도 안된다. 석유화학은 통상 원유를 정제해 제조한 나프타를 NCC(나프타 분해 시설)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 2~3년 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에틸렌 가격이 급락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조정이 단행 되었다. 국내 나프타 공급량 중 절반은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를 수입하는데. 수입량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온다. 문제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책으로 첫째,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동 아닌 미국이나 인도 등에서 확보하는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나프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이란전쟁이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석유화학, 배터리 등의 성장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중동 위기가 길어지고 원료 생산 시설이 파괴되는 상황과 이 후 복귀까지를 대비해 제1, 제2 전략 뿐만 아니라 단기, 중기, 장기 마스터 플랜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 정부는 이번 이란전쟁에서 원유 수급과 가격 상승에 따른 대책만을 집중해 생각하는데 자세히 보면 가스 도입도 문제다. 가스는 국내 전력 생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전력망을 떠받치는 LNG 공급망이 문제다. 국내 전력 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수입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계약된 물량의 가스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전력사들은 가격이 급등한 현물시장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가스 발전은 가정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 첨단 전자제품 생산과 데이터센터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전력 비축 물량과 LNG 교역의 가격 탄력성이 공급 차질의 기간을 제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전쟁이 장기화 되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취약성은 원유 뿐만 아니라 가스에도 있는 만큼 전력망과 산업 엔진을 움직이는 가스 공급에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자동차의 경우 중동 내 판매 감소 및 물류 불안으로 수출 차질이 예상되며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도 우려된다. 항공 분야는 중동 항공사 운항 중지로 유럽행 항공 노선 공급석 감소가 우려 되며, 특히 유류비 증가로 항공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번 이란전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위기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기능을 이관 받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움직임은 산업통상부 만큼 크게 움직임이 없다, 이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안보 업무는 산업통상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쟁 이 후 산업부는 긴급 대책반을 가동해 석유와 가스 수급 상황을 비롯한 비축유 방출 및 대체 물량 도입 등 에너지 전반의 현안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기후에너지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기후에너지부가 이재명 정부의 부처 조직개편에서 기후와 환경, 에너지 정책 등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 출범 했지만 이란전쟁 같은 상황이 발생할 시 에너지 위기관리 대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석유.가스 등 자원산업과 원전 수출 정책 기능은 산업부에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란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현안 문제다. 봉쇄가 장기화 될수록 에너지 수급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정부는 현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 타워가 돼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만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ekn@ekn.kr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근무환경 변화…‘원격근무’ 자취 감추고 男 육아휴직↑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근무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행했던 '원격근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근로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선택근무제'는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1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은 모두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제 이용자 수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제도 활용 인원은 2023년 3080명, 2024년 2064명, 지난해 830명으로 감소했다. 2년 사이 사용자가 4분의 1토막난 셈이다. 재택 근무·교육 등 연간 원격근무제도 활용 건수를 총 평일 수로 나눠 산출한 숫자다. IT 기반 기업인 삼성SDS 상황도 비슷하다. 1년 사이 원격근무제를 1번이라도 이용한 직원 수가 2023년 1만174명, 2024년 8755명, 지난해 7848명으로 줄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경우 해당 내용을 처음 공시한 2022년부터 공식적인 원격근무제 이용자가 없었다. 선택근무제 사용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근무의 시작·종료 시각 및 1일 근무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게 배려한 제도다. 삼성전자 선택근무제 사용 직원은 2023년 10만958명, 2024년 10만5419명, 지난해 10만5038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삼성전기도 같은 시기 이용자 수가 7762명, 7779명, 7694명으로 비슷했다. 삼성SDS 역시 1만1270명, 1만1193명, 1만999명이었다. 삼성SDI는 7420명, 8457명, 9081명 등으로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은 1개월 이내 정산기간을 평균해 1주 간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선택근무제 사용을 허용한다.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 횟수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삼성전자를 보면 2023년 1303명, 2024년 1510명, 지난해 2022명으로 순증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12.2%, 13.6%, 14.4%로 상승했다. 여성 직원들의 육아휴직률 사용률은 95%를 웃돌고 있다. 같은 시기 삼성SDI에서는 141명, 131명, 192명의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작년 기준 사용률은 14%다. 삼성전기는 140명, 175명, 187명으로, 삼성SDS는 74명, 118명, 125명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 건수가 계속 많아졌다. 일과 육아에 대한 인식 변화는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자 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에서 당해 연도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이력이 있는 직원 수는 2023년 2841명에서 지난해 3809명으로 34%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203명에서 281명으로, 삼성전기는 276명에서 338명으로 해당 휴가 이용 건수가 상승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亞 벤치마크 싱가포르 석유가격 폭등…그런데 韓시장에 이상한 움직임이

우리나라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의 석유제품 거래가격이 폭등했다. 전쟁 전보다 거의 2배나 올랐다. 이 가격은 환율을 거쳐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국내 기름값도 크게 올라야 한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10일 현물거래 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은 제한적으로 올랐고, 경유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거래량도 뚝 끊겼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벌써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시장의 휘발유(옥탄가 92론) 가격은 9일 기준 배럴당 139.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3% 올랐고,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보다는 75%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배럴당 185.4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9% 올랐고, 전쟁 전보다는 100% 올랐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에너지허브로, 이 지역의 거래가격은 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지표가 된다. 한국 정유사들도 싱가포르 거래가격을 공급가격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환율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석유 거래시장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휘발유는 제한적으로 상승했고, 경유는 오히려 떨어졌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정유사, 수출입업자, 대리점, 주유소, 일반판매소, 협동조합 등의 석유사업자들이 참여해 현물을 사고파는 곳이다. 주로 정유사와 주유소가 현물을 매매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휘발유 거래가격(리터당)은 경쟁가격 기준으로 9일 1822.9원에서 10일 1916.4원으로 5.1%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 거래가격은 1982.4원에서 1977.1원으로 0.3% 내렸다. 거래량도 현저히 줄었다. 휘발유 거래량은 198만 리터로 전날의 594만 리터의 1/3 수준이었고, 경유 거래량은 118만 리터로, 전날의 980만 리터보다 현저히 적었다. 업계는 정부가 곧 시행 예정인 석유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곧 시행될 것이라고 발표되면서 이를 기다리는 심리로 인해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물가 안정을 위해 연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최고가격제 등 물가 안정 대책과 관련해 “비상 상황인 만큼 기존 매뉴얼이나 정책을 뛰어넘는 방안과 속도로 시장 불안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어떤 상황에도 국민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민하고 선제적 대처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중동 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최고가격제 시행을 주문했다. 안도걸 의원(TF간사)은 브리핑에서 “최근 중동 사태에 편승해 시장에서 석유 가격이 리터당 400원 이상 급등했다. 민생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이런 가격 상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석유류 최고가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비정상적인 가격 인상을 사전에 막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으며, 조만간 제도 시행일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시장을 관장하고 있는 산업통상부는 이번 주 내로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고시 제정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사업법 제23조에 나와 있는 정부의 권한이다. 석유의 수입 및 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산업부 장관이 정제업자, 수입업자,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제도 참여자의 손실에 대해 정부가 보전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제도는 1970년 석유사업법이 제정된 이래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1997년까지는 정부 가격 고시제가 운영됐기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유가 급등 사례가 있었으나, 알뜰주유소 정책 신설, 유류세 인하 카드만 사용했지 최고가격제를 사용한 적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이 제도 사용을 회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기름값 상승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너무 성급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다른 석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업계와 협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짜는 정책이지만, 시장과 깊숙히 관련이 있는 만큼 업계의 목소리도 반영돼야 추후 부작용도 적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내 세금으로 왜 고급차 기름값 지원하나”…석유최고가격제 부작용 우려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로 급등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주 내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사재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제품을 다량 소비하는 소비자에 유리해 고급차 운전자를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으로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이번 주 내로 기름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최고가격제를 빨리 시행하라고 주무부처에 주문하고 있다. 이날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이미 열흘 이상 가격을 올려 받음으로써 취한 일종의 부당이득을 감안해야 한다"며 “실제 생산원가가 오르더라도 곧바로 정해진 최고가격을 상향하지 않고 일정 기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 리터당 1692.6원에서 10일 오후 3시 1907.3원으로 12.7%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1597.2원에서 1931.9원으로 21% 올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고가격제의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 방식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사재기다.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될 경우 소비자들은 향후 가격 상승을 예상해 구매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과거 에너지 가격 통제 정책이 시행됐던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구매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 판매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해외 시장으로 수출을 늘리는 유인이 생긴다. 최고가격제가 내수 공급을 줄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책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최고가격제가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연료 소비가 많은 상업용 차량뿐만 아니라 고급차도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업계에서는 “고가 외제차나 대형 SUV를 운행하는 소비자한테까지 세금으로 기름값을 지원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제 가격대비 국내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해 놓으면 소비가 줄지 않아 결국 원료 수입 확대로 이어져 외화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 가스 수입이 막힌 상황이라서 수급 자체도 쉽지 않다. 2022년 러-우 사태때 전력도매가격(SMP)을 제한하는 가격상한제가 실시되자 전력소비량이 전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이로 인해 가스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와 전력 도매사업자인 한전이 천문학적인 손실과 부채를 떠 안게 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통제한다고 해서 물량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입 원유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가격 상한제만으로는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 방식보다는 선별 지원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하 영업용 차량이나 물류·운송 업종 등 연료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에 한해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 화물차, 농업용 차량 등 특정 업종에 한해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며 “취약 계층과 영업용 차량 중심의 선별 지원 정책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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