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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호르무즈 해협 위기 넘은 가스공사…에너지 전문가도 “놀라운 수준” 극찬

2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가스공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코가스(KOGAS) 포럼에서 한 에너지 전문가가 이례적 발언을 한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조영탁 한밭대 명예교수는 “이 자리를 빌려 가스공사와 최연혜 사장한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덕분에 이번 중동 위기가 큰 무리 없이 지나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 최고 에너지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5년 21대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2018년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대전 한밭대 교수직을 맡으며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 위원장 등 여러 국가 에너지분야 정책위원회에 참여했으며, 현재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아부성이 아닌 진심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중동 사태 위기 대응은 놀라운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25%가 드나드는 핵심 지역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원유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 후반대에서 3월 중순에는 160달러를 넘었고, LNG 가격도 전쟁 전 MMBtu당 10달러 수준에서 19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기름값도 크게 올라 정부는 긴급히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했다. 반면 국내 LNG 시장은 잠잠했다.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연초 대비 20%가량 오르는데 그치면서 전기요금의 결정적 요인인 전력도매가격(SMP)는 kWh당 12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LNG 수입은 이번 중동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국내 LNG 수입 중 중동의존도는 2022년만 해도 45%에 달했지만, 올해는 18% 이하에 그쳤다. 그마저도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는 오만 물량을 제외하면 9% 수준에 그친다. 가스공사가 도입선 다변화에 적극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또한 가스공사가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물량도 즉시 들여왔다. 호주 프릴루드 사업을 통해 확보한 연 36만톤, 2025년부터 생산에 돌입한 LNG캐나다의 연 70만톤 등 총 106만톤을 순차적으로 가져왔다. 특히 호주와 캐나다는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거의 벗어난 지역이란 점에서 앞으로도 안정적 물량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5월 영국 BP로부터 연 70만톤 도입계약을 체결한 것도 컸다. 기존의 LNG 계약은 수출국과 수입국 간의 계약이 일반적인데 반해, 포트폴리오사업을 하는 BP는 세계 각지로부터 물량을 구입해 공급하기 때문에 지정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앞으로도 가스공사와 천연가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설치하고, 히트펌프도 2035년까지 350만대를 보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다 설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긴급히 막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밖에 없다. 그리고 가스공사가 그런 상황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 시대로도 갈 것이다. 가스공사는 장기적으로 발전시장 진출 등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전환', 이서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 LNG 수급 안정의 조건',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실장의 '천연가스 에너지 안보, 복원력 중심으로의 전환' 발표가 있었다. 최연혜 사장은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경영의 역할에 충실하며,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에너지 파수꾼이 되겠다"며 “오늘 포럼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지속 가능한 가스 산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韓 수소경제, 유럽·중국·일본과 경쟁서 시장 선점해야”

유럽과 중국, 일본이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인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는데 업계는 청정수소 시대로 연착륙을 위해 최소 3~4년간의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과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주요국의 수소산업 육성 정책과 국내 수소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한승훈 베이징 진웬 로펌 ESG·탄소중립연구소 부주임은 주제발표에서 중국이 이미 수소경제 분야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2060년까지 수소 수요를 최대 1억30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그린수소 생산 확대와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 데이터센터와 발전 분야를 중심으로 연료전지 활용을 확대하며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주임은 “기술 우위만으로는 중국을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초기 수요시장을 확보하고 핵심 부품과 표준,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 협력 전략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럽이 수소경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당초 목표는 현실적으로 조정했지만 수소은행(Hydrogen Bank)과 H2Global 등을 통해 생산과 수입을 동시에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철강·화학·해운 등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을 중심으로 수소 활용을 확대하고 수소 전용 배관망 구축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보다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일관된 지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수소와 암모니아를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제시하고 생산과 공급망, 수요 창출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은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수소를 탄소중립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업계에서도 일반수소 발전시장 축소 움직임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흥원 수소연료전지협회 부회장은 “아직 수소시장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줄어들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키워온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시장이 아니라 청정수소와 미래 수소산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교이자 미래 도약을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수소경제 발전 속도를 보며 큰 위기감을 느낀다"며 “해외 선진국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 우리 수소경제의 비전을 다시 정립하고 분야별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일반수소 입찰시장을 3년만 더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입찰시장 고시 확정 전 산업계 의견을 다시 한번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일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올해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930기가와트시(GWh)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1300GWh보다 약 28% 줄어든 규모다. 현재 개정안은 오는 30일까지 행정예고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역대 단 두 차례뿐… 올해 정말 이례적인 ‘7월 장마’ 오나

53년 만에 세 번째 '7월 장마'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다음 주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여부와 열대저압부의 발달에 따라 장마가 6월 안에 시작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아직 시작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상공에는 대기 상층의 찬 공기가 머물고 있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우세한 상태다. 장마를 형성하는 정체전선은 일본 남쪽 북위 30도 부근, 제주도 남쪽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북태평양고기압도 아직 일본 남쪽에 머물러 있다. 이 영향으로 전국은 한낮 기온이 높아 덥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장마철 특유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체전선이 더 남하하고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당분간 전국이 대체로 맑거나 가끔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장마 시작 시점을 결정할 변수는 다음 주 기압계 변화다. 이날 오전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440㎞ 해상을 지난 제7호 태풍 메칼라가 일본 남쪽 해상을 지나면서 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방향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9일께 필리핀 부근에서 열대저압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열대저압부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예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다음 달 1일께 정체전선이 일본 남쪽에 머무는 가운데 서쪽에서 기압골이 접근하면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후 정체전선이 북상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워 7월 1일 제주에서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만약 올해 제주 장마가 7월에 시작된다면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 된다. 제주의 평년(1991~2020년) 장마 시작일은 6월 19일이지만 올해는 이미 이를 넘겼다. 기상관측 기준이 마련된 1973년 이후 제주에서 7월에 장마가 시작한 사례는 1982년(7월 5일)과 2021년(7월 2일) 두 차례뿐이다. 올해 7월 1일 이후 장마가 시작될 경우 53년 동안 세 번째 7월 장마로 기록된다. 남부지방 역시 1973년 이후 7월 장마는 1982년, 1987년, 1992년, 2014년, 2021년 등 다섯 차례에 불과했고, 중부지방도 1982년, 1987년, 1992년, 2014년, 2017년, 2021년 등 여섯 차례밖에 없었다. 결국 올해 장마 시작 시점은 다음 주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속도와 열대저압부의 발달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강원·충북·경상권 오후에 소나기

오는 26일 강원, 충북, 경상권 내륙 지방 중심으로 오후에 소나기가 내리겠다. 25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6일 강원 남부 내륙·산지, 충북 북부, 경북 내륙·북동 산지, 경남 내륙 등에 오후부터 비가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대부분 지역이 5∼20㎜다. 전국에는 가끔 구름이 많다가 오전부터 저녁까지 맑겠다. 늦은 밤부터는 다시 구름이 많아지겠다. 전국 최저기온은 15∼20℃(도), 최고기온은 22∼30도로 평년(17∼20도, 24∼30도)과 비슷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유 끓이지 않고 막으로 걸러내 정제한다… KAIST, 혁신 기술 개발

정유 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하려면 거대한 증류탑에서 수백℃까지 끓여야 한다. 정유 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데 한국 연구진이 원유를 가열하지 않고도 값싼 고분자 막을 이용해 휘발유와 등유에 해당하는 가벼운 성분을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유 산업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의 고동연 교수와 이재우 교수 연구팀, 한국화학연구원, HD현대오일뱅크,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의 공동연구진이 수행했고, 24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정유공장의 가장 큰 에너지 낭비는 '끓이는 과정' 현재 정유공장은 원유를 거대한 증류탑에 넣고 가열한 뒤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휘발유·등유·경유 등을 분리한다. 이 과정은 기술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정제 과정에서 사용되는 대기압 증류와 감압 증류는 매년 1,100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1억60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연구진은 “원유를 굳이 끓이지 않고도 분리할 수 있다면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재료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이라는 흔한 고분자 막이다. 원래는 분리막을 지지하는 보조 재료로 사용되던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막에 별도의 특수 코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원유가 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막 내부에 존재하는 약 15나노미터(nm, 1nm=100만분의 1㎜) 크기의 구멍들이 스스로 초미세 분리통로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자발적 기공 수축(Self-limiting pore constriction)'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원유가 스스로 만드는 '나노 체'의 비밀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원유의 복잡한 구성을 알아야 한다. 원유 속에는 가벼운 탄화수소뿐 아니라 아스팔텐, 레진 같은 무거운 성분도 들어 있다. 먼저 이 무거운 성분들이 막 벽면에 달라붙어 일종의 뼈대를 만든다. 이어 원유 속의 직선형 탄화수소(n-알칸, 탄소 원자가 17~33개가 직선으로 연결된 구조)가 그 위에 쌓이며 양초가 굳듯 결정화된다. 그 결과 원래 약 15nm였던 통로는 2nm 이하 수준까지 좁아진다. 쉽게 말하면 넓은 배수관 안쪽에 기름 성분이 자연스럽게 들러붙으면서 점점 더 촘촘한 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체가 완전히 막혀 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구멍이 너무 좁아지면 나노 공간에 갇힌 분자들의 녹는점이 낮아지는 '깁스-톰슨 효과(Gibbs-Thomson effect)'가 발생한다. 그러면 일부 결정이 다시 녹으면서 통로를 넓힌다. 결국 '굳어지는 힘'과 '녹는 힘'이 균형을 이루며 약 2nm 이하의 최적 상태가 유지된다. 연구진은 이를 “원유가 자기 자신을 걸러낼 맞춤형 나노 체를 스스로 만드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5분 만에 만들어지는 분자 정유 공장 이 나노 통로는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형성된다. 실험 결과 원유를 흘려보낸 지 5분 이내에 분리 기능이 형성됐고, 10분 이내에 검은색 원유가 밝은 갈색 투과액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분 정도에 걸쳐 가장 무거운 성분에 대한 차단 능력이 더욱 정교해졌다. 즉, 별도의 제작 공정 없이 원유가 흐르기만 해도 스스로 필터를 완성하는 셈이다. 성능도 뛰어났다. 연구진이 개발한 PAN 분리막은 최대 0.591 L/m²·h·bar의 투과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 수준 원유 분리막 성능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분리된 액체에서는 휘발유와 나프타에 해당하는 가벼운 성분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아라비안 라이트 원유의 경우 200℃ 이하 성분 비율이 원유에서는 25.1%였지만, 분리막을 통과한 뒤에는 52.0%까지 늘어났다. ◇원유 종류가 달라도 스스로 적응 연구진은 아라비안 엑스트라 라이트(AXL)와 아라비안 라이트(AL) 원유를 모두 시험했다. 흥미롭게도 분리 기준점은 원유 종류에 따라 달라졌다. AXL에서는 탄소수 20개(C20) 이상 분자를 주로 걸러냈고, AL에서는 탄소수 24개(C24) 이상 분자를 차단했다. 이는 나노 통로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원유 조성에 맞춰 스스로 최적화된다는 의미다.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발견도 있었다. 연구진은 PAN과 화학구조가 다른 가교 폴리에테르이미드(x-Ultem) 막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확인했다. 즉 특정 소재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 적절한 기공 구조를 가진 여러 고분자 재료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31.6%, 탄소배출 37.6% 감소 연구진은 실제 정유공정을 가정한 시뮬레이션도 수행했다. 기존 공정은 원유 전체를 가열해 증류하지만, 새 공정은 먼저 상온에서 분리막으로 가벼운 성분을 걸러낸 뒤 남은 부분만 증류한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량은 31.6%, 냉각수 사용량은 20.7%,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도 상당했다. 연구진의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 연간 운영비는 기존 공정보다 36%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됐다. 특히 이 기술은 새로운 정유공장을 지을 필요 없이 기존 증류탑 앞단에 모듈 형태로 설치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도 크지 않다. 연구진은 3~5년 내 산업 적용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실제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공동 검증을 수행했고 △실제 상업용 원유를 사용했으며 △28일 연속 운전에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면적 모듈 제작과 장기 내구성 검증 필요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실험은 소형 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정유공장은 하루 수만㎥ 규모의 원유를 처리해야 하므로 대면적 모듈 제작과 장기 내구성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중동산 원유 외에 미국 셰일오일, 캐나다 오일샌드 원유, 남미 중질유 등 다양한 원유에서도 동일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원유는 반드시 끓여서 분리해야 한다"는 정유 산업의 100년 상식을 뒤흔드는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여러 단계의 분리막을 연속 연결해 궁극적으로는 증류탑 자체를 대체하는 '완전 분리막 정유 공정'까지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연구가 실용화된다면 정유 산업은 '열(熱)의 시대'에서 '분자의 시대'로 넘어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40도 더위가 일상이라고?”… 유럽 달구는 거대한 뚜껑 ‘열돔’의 공포

현재 유럽을 뒤덮고 있는 폭염은 단순한 여름 더위가 아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열돔(Heat Dome)'이 만들어낸 대규모 대기 재난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에 육박하고, 영국에서도 40℃ 안팎의 기온이 예보되면서 학교가 휴교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유럽을 덮은 거대한 솥뚜껑, 열돔이란 열돔은 말 그대로 뜨거운 공기를 거대한 돔(dome) 형태로 가둬두는 대기 현상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상층 대기에서 강한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할 때 발생한다. 열돔이 형성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상층 대기에 강력한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침강(sinking)' 현상이 발생한다. 내려오는 공기는 압축되면서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를 단열 압축(adiabatic compression)이라고 한다. 공기가 내려올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가열된 공기는 지표면을 달구고, 지표면은 다시 대기를 가열한다. 원래라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열을 분산시켜야 하지만 강한 고기압이 마치 솥뚜껑처럼 상공을 덮고 있어 대류가 억제된다. 또한 하강 기류는 구름 형성까지 억제해 태양 복사에너지가 지표를 직접 가열하도록 만든다. 열돔은 △공기를 압축해 가열하고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구름 형성을 억제해 햇빛이 지표면에 쏟아지도록 하는 등 세 가지 과정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며칠이 아니라 수주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오메가 블록, 대기의 교통체증 이번 유럽 폭염의 배경에는 '오메가 블록(Omega Block)'이라는 대기 패턴이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전략 책임자 사만다 버지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트기류가 그리스 문자 Ω(오메가) 형태로 크게 굽어지면서 대기 중에 '교통정체'가 발생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는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날씨 시스템을 움직인다. 그러나 오메가 블록이 형성되면 제트기류가 고기압을 한 자리에 묶어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열돔이 며칠 만에 사라지지 않고 장기간 정체하면서 지표면의 열이 계속 축적된다. 프랑스 기상청(Météo-France)의 예보관 세바스티앙 레아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현상을 “진공청소기"에 비유했다. 그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빨아들여 유럽으로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지금 얼마나 뜨거운가 올해 유럽 폭염은 단순한 기록 경신 수준을 넘어선다. 프랑스에서는 전국 평균 기온 지표가 1947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고, 보르도는 41.9℃까지 치솟았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기온이 41℃까지 오르며 관광객들이 백화점과 미술관 등 냉방 시설로 피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모여 냉기를 쐬며 더위를 견뎠다. 폭염은 사회 인프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300개가 넘는 학교가 휴교했고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영국은 최고 수준의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일부 지역은 38~40℃로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병원 응급실은 환자 급증으로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스페인 역시 일부 지역에서 44℃ 안팎의 기온이 예상되면서 월드컵 거리 응원전까지 취소됐다.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폭염 기간 물놀이 중 익사 사고가 잇따랐고, 보르도 지역에서는 고령자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주차된 차량에서 2세와 4세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도 발생했다. 원전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과 하천 수온이 상승하면서 원전 냉각수 사용에 제약이 생겨 일부 발전소의 출력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열돔을 어떻게 강화하는가 열돔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그 위력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열돔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에 원래보다 34% 더 넓어지고 지속 기간은 약 59% 길어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열돔은 27일 동안 지속됐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 지역은 49.6℃에 달하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수백 명이 사망했고 도로와 철도 시설이 파손됐으며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또 다른 연구는 최근 70년 동안 대기 정체 현상을 만드는 '행성파 공명(planetary wave resonance)' 발생 빈도가 약 3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행성파 공명이란 지구 대기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규모의 파동인 행성파(planetary waves, 또는 로스비파 Rossby waves)가 특정 조건에서 증폭되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가 제트기류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열돔과 같은 정체성 기상현상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중기기후예측센터(ECMWF)의 기후 과학자 레베카 에머턴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열돔현상 빈발 등으로 인해) 1970년대와 비교할 때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기상청 수석 과학자인 스티븐 벨처는 최근 폭염과 관련해 “40℃라는 숫자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엄중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때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나던 기록적 폭염은 이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열돔은 유럽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서는 열돔이 형성되면서 캐나다 리턴 외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47℃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미국 중서부와 동부에서는 대규모 열돔이 형성돼 수천만 명이 폭염 경보 아래 놓였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40℃를 넘었고 수십 년 만의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북부와 몽골,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최근 수년간 강한 아열대 고기압과 열돔형 정체 고기압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될 때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장기 폭염이 발생한다. 열돔은 자연현상이지만, 온난화된 지구는 그 열돔을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치명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유럽을 덮고 있는 거대한 '열의 뚜껑'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500년 ‘장마’의 퇴장, 이제 장마를 장마라 부를 수 없다

조선 중기인 16세기부터 기록이 전해지는 '장마'는 최소 500년 넘게 우리 민족의 여름철 삶을 규정해 온 공식이었다. 6월 말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한 달 남짓 지루하게 비를 뿌리던 전통적인 장마. 성질이 다른 두 거대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힘겨루기하며 만들어낸 정체전선은, 비록 수해를 발생시키고 생활의 불편을 주었을지언정 우리가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익숙한 불청객'이었다. 전통적인 장마의 핵심은 '대우(大雨)', 즉 일정 기간 지속해서 비가 내리며 누적 강수량이 늘어나는 형태였다. 정체전선의 위치에 따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전국이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 삶도 장마 전과 중, 후로 나뉘어 움직였다. 방재 당국은 장마 정보를 나침반 삼아 대책을 세웠고, 도시의 배수 관리와 농사일의 순서도 이에 따랐다. 전력 수급 계획은 물론 가정의 살림, 아이들의 방학, 직장인의 휴가 일정까지 장마가 기준이었다. 장마는 단지 비가 오는 기간이 아니라, 한국인의 여름 생활을 조직해 온 하나의 거대한 질서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여름은 어떤가.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알던 500년 역사의 '장마'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기후변화는 여름의 공식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기상학적으로 이제 한반도 장마의 대표적 상징인 정체전선은 뚜렷한 형태를 찾기조차 어렵다. 장마의 시작과 끝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이러한 징후는 뚜렷해졌다. 가까스로 전선이 형성되더라도 과거처럼 넓은 지역에 길게 비를 뿌리지 않는다. 대신 좁은 구역에서 대기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며 마치 팝콘이 튀어 오르듯 동시다발적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했다가 순식간에 소멸한다. 극도의 불확실성을 갖는 국지성 폭우, 즉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새로운 주류가 된 것이다. 심지어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장마 종료를 선언한 이후에 오히려 더 치명적인 호우가 빈번하게 출현하는 기현상이 이제는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었다. 이 급격한 변화는 단순히 기상학적 용어의 수정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경고등이다. 우리는 먼저 과거의 장마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올해 장마는 언제 끝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장마 기간의 시종(始終)에 매달리기보다, 여름철 내내 언제든 재난급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상시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장 국가의 방재 시스템부터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장마를 비중있게 고려하여 만들어진 과거의 강수량 통계와 배수 용량 기준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다. 단 몇 시간 만에 한 달 치 비가 쏟아지는 기습 폭우에 견딜 수 있도록 도시의 빗물 수용 능력을 재설계해야 하고, 산사태와 하천 범람 경보 시스템도 실시간 국지성 예측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산업과 일상도 달라져야 한다. 전력 수요 예측이 생명인 에너지 수급 계획은 장마의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 커진 여름철 하늘상태, 기온과 습도에 맞춰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물류망 관리, 농가의 재배 타이밍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의 여름휴가 계획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과거의 장마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에 입각한 준비가 필요하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집중되던 일률적인 휴가 문화도 분산되어야 안전과 휴식의 질을 모두 담보할 수 있다. 다행히 기상청과 기상학계는 이러한 위기를 엄중히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지난 2023년부터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로 다변화된 장마의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그 일차적인 청사진이 도출되었다. 아마도 내년 여름부터는 이렇게 새롭게 정립된 강수 개념과 예보 체계를 바탕으로, 국가 방재부터 국민 일상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이 현장에서 실천될 것이라 기대한다. 기후위기는 500년 이상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계절 감각과 삶의 방식을 강제로 바꾸어 놓았다. 거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 인간은 무력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역사적 전환기마다 닥쳐온 숱한 위기를 늘 지혜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 낸 저력이 있다. 비록 익숙했던 장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더 이상 장마를 장마로 부를 수 없는 당황스러운 현실을 마주했지만, 우리가 바뀐 기후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사회적 지혜를 모은다면, 이 변화된 여름 역시 가장 안전하고 생산적으로 다스려 낼 것이라 확신한다.

[현장] “가스배관 미세균열 다 찾아낸다”…가스公, 검사로봇 ‘피그’에 AI 결합

[인천=전지성 기자] “가스공급을 멈추지 않고도 내부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건강검진용 내시경이죠." 한국가스공사 인천 가스연구원. 연구동 한편에 놓인 거대한 원통형 장비 앞에서 연구진은 '인텔리전트 피그(Intelligent Pig)'를 이렇게 설명했다. 피그는 천연가스가 흐르는 배관 내부를 따라 이동하며 부식, 균열, 찌그러짐 등 이상 여부를 탐지하는 검사로봇이다.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채 수십~수백 km를 주행하면서 배관 상태를 진단할 수 있어 '배관 속 내시경'으로 불린다. 현재 가스공사가 운영하는 천연가스 주배관은 전국에 걸쳐 5346㎞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73%는 피그를 활용한 인라인 검사(ILI·In-Line Inspection)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배관 건전성을 확인하는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배관 내부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이 인텔리전트 피그"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가 처음부터 피그 기술을 보유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배관 검사는 해외 전문업체에 의존했다. 하지만 배관 안전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검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체 기술 확보에 나섰다. 가스공사는 2000년 인텔리전트 피그 개발에 착수해 2008년 상용화를 완료했고, 2009년부터 실제 배관 검사에 투입했다. 이후 20·24·26·30·36인치급 장비 라인업을 구축하며 현재까지 총 109개 구간, 6021㎞에 대한 검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약 556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고압배관 검사 기술 개발에만 약 116억원이 투입됐지만 현재는 해외 발주 없이 자체 기술로 대부분의 배관 검사가 가능해졌다"며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현장 운영과 안전관리 체계로 이어진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피그(Pig)'라는 이름에는 흥미로운 유래가 있다. 초기 석유·가스 배관에서는 스펀지 형태의 청소 장비를 배관 내부에 투입해 이물질을 제거했다. 이 장비가 배관 벽면에 밀착된 채 이동하면서 돼지 울음소리와 비슷한 마찰음을 냈고, 청소 후에는 돼지처럼 지저분한 상태로 나왔다고 해서 '피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는 단순 청소용 장비를 넘어 첨단 센서와 항법장치를 탑재한 검사 장비로 발전했다. 가스공사의 지오메트리 피그(KogasCalGeo)는 배관 찌그러짐, 타원화, 굴곡 등을 측정하고, 자기누설 피그(KogasMFL)는 자력을 이용해 부식과 금속 손상을 탐지한다. GPS·관성항법장치(IMU)를 활용해 결함 위치를 3차원 좌표로 산출하는 기능도 갖췄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굴착·보수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결함 위치를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구간을 자체 기술로 검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배관 중 약 27%는 구조적 특성이나 낮은 압력 때문에 기존 피그 적용이 어렵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설치된 20인치급 저압 배관은 유량이 적고 압력이 낮아 기존 장비가 안정적으로 주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2019년부터 약 7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인텔리전트 피그 개발에 착수했다. 저마찰 구조와 경량화 설계를 적용해 저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실증 단계에 있으며 2026~2027년 실배관 검증을 거쳐 상용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대상 구간은 가좌~석수, 군자~상계 등 현재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수도권 저압 배관이다. 연구진은 “기존 기술의 단순 개선이 아니라 적용 가능한 영역 자체를 넓힌 차세대 버전"이라며 “실증이 완료되면 해외 업체에 맡기던 저압 배관 검사도 자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피그 기술의 다음 단계로 AI 기반 데이터 분석도 준비하고 있다. 피그 1회 검사 시 수십 기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구간 길이와 미세한 결함 여부에 따라 분석에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현재는 전문가가 전용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해석하지만 향후 AI를 활용해 결함 후보를 자동 분류하고 분석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진은 “완전 자동화보다는 전문가를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해외 선도업체들도 AI를 분석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저압용 피그 상용화 이후에는 초고해상도(Ultra High Resolution) 자기누설 피그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천연가스 공급망 안전을 위한 배관 진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 사랑의 헌혈 6만5천명 돌파 ‘28년간 생명 나눔’

사랑의 헌혈 행사를 통한 포스코의 생명 나눔 활동이 28년간 이어지면서 헌혈 누적 참여자 6만 5000명을 넘어섰다. 25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북 포항 포스코 사랑의 헌혈 행사를 가졌다. 이날 임직원들은 헌혈버스에서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해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나눔 정신을 실천했다. 지난 1998년부터 포항을 비롯해 광양·서울에서 정기적으로 헌혈버스를 운영해 온 포스코의 사랑의 헌혈 행사에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입주사 임직원까지 적극 동참하고 있다. 28년 간 이어진 사랑의 헌혈 행사로 포스코 임직원들이 나눈 누적 헌혈량은 전혈 기준 총 2600만㎖에 이른다. 이는 1.5ℓ 페트병 약 1만 7300개를 채울 수 있는 혈액량이며, 환자 약 20만명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한 규모이다. 포스코는 헌혈에 동참한 임직원의 자발적인 헌혈증 기부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은 포스코의 기부 헌혈증은 총 1만 3500장으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수혈이 시급한 소외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아울러 임직원 중 200회 이상 헌혈을 실천한 '헌혈영웅'을 다수 배출하는 등 사랑의 헌혈 행사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이어가는 대표적인 사내 나눔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올여름 최대전력 98.8GW ‘역대 최고’…SMP 상승에 한전 적자 압박 커진다

올여름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전력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원가 부담이 한전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열고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했다. 전력 당국은 올여름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흐린 날씨가 겹칠 경우 최대전력수요가 98.8기가와트(GW)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24년 97GW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에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경우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은 남부지방에 비가 내려 발전량이 감소하면 전력수요를 상쇄하는 효과가 줄어 최대전력수요가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부는 전력 공급능력을 지난해보다 2GW 늘어난 107GW까지 확보했다. 최대전력수요가 98.8GW에 달하더라도 예비력은 8.2GW 수준을 유지해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부는 오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를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력 유관기관과 함께 비상대응 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폭우나 태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불시고장, 역대급 폭염에 따른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약 8.8GW의 예비자원을 추가로 준비했다. 다만 전력 수급은 안정적으로 관리될 전망이지만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 LNG 발전 비중이 확대되고, 이는 SMP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상승하면서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6월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기가줄(GJ)당 1만9379원으로, 중동 리스크가 본격 반영되기 전인 3월보다 약 20% 상승했다. LNG 발전은 국내 전력시장에서 SMP를 결정하는 기준 발전원 역할을 하는 만큼 연료비 상승은 전력 구매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 전쟁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7~8월에도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력 구입비 상승 요인이 커지는 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소매요금은 완화된다는 점이다. 기후부는 지난해처럼 7~8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시 완화하기로 했다. 1단계 구간은 기존 0~200킬로와트시(kWh)에서 0~300kWh로, 2단계는 200~400kWh에서 300~450kWh로 확대된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SMP를 기준으로 전력을 구매하지만, 전기요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 인상 폭이 제한된다. 결국 도매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한전의 수익성 악화와 적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기후부는 아직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SMP는 kWh당 120원대 수준으로,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는 기준인 연평균 약 146원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전의 총부채가 206조원에 이르고, 하루평균 이자비용만 120억원가량이 지출되고 있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SMP가 현재보다 높아지면 한전한테는 상당히 불리해진다. 또한 엘니뇨 현상으로 북반구 폭염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가 5년래 가장 낮은 점, 세계 2위 LNG 공급국인 카타르의 공급력이 중동 전쟁으로 17% 손실된 점 등으로 인해 올 여름 SMP가 140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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