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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기후兵法] 에너지 권한 커진 지자체…지방선거, 기후위기 대응 시험대

기후위기 대응이 6월 지방선거의 중심 의제로 떠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법 개정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전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새로운 지자체장이 기후위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전망했다. 9일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으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이 유권자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선거 기후위기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따라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53.5%는 '평소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공약과 관계없이 지지하던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2.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0%였다. 기후정치바람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기후·에너지 관련 이슈가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수도권 외 지역에 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만큼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요구와 맞물리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의와 함께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정치바람 여론조사에서도 전기요금 차등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3.5%로 나타났다. 또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가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본 응답자도 53%에 달했다. 지역에는 주민 기피시설인 발전소와 송전선로만 들어서고 수도권의 전력 공급지로만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송전비용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차등화하고, 지역에는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주요 인프라로 보내고 비수도권은 환경오염산업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충남에서는 이해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자원을 끌어오르기 위해 지역과 어떤 협의도 없다. 에너지는 생산지에서 소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법 개정으로 전남·광주특별시 출범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역 권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주요 권한으로는 설비용량 20메가와트(MW) 이하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권을 지자체가 갖게 되는 점이 꼽힌다. 기존에는 지자체가 3MW 이하 설비에 대해서만 발전사업 허가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지방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나 육상풍력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경북·대구와 충남·대전 특별법에도 20MW 이하 설비에 대한 허가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전남·광주와 달리 특별법 통과가 지연된 상태다. 전남·광주 특별시 출범에 그치더라도 해당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행정통합에 따라 지역별 탄소중립 정책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철 생태도시리빙랩 소장은 “전남·광주 통합은 기후 전환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소장은 “행정통합이 지금은 기후 의제와 무관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상 기후 의제와 매우 밀접한 사안"이라며 “시도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이 서로 달라 통합이 이뤄질 경우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설치구역을 제한하는 지자체의 이격거리 조례도 법 개정으로 설정이 어려워졌다. 이격거리란 도로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도록 한 지자체 조례다. 지자체는 발전사업 허가권 다음 단계인 개발행위 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격거리 조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발행위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설치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문화재보호구역과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제외하고는 이격거리를 일정 거리 이상으로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주민이 발전사업에 일부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설비에는 이격거리 적용도 제한된다. 그동안 지자체는 주민 반대를 근거로 이격거리 조례를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주민 반대를 이유로 사업을 막기보다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에 놓이게 됐다. 이에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을 단순히 강조하기보다 지역 복지 사업과 연계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 공약은 단독으로 고립돼 제시되기보다 복지 공약과 연계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사례로 '햇빛소득마을'을 소개했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이 직접 태양광 발전을 하고 그 수익을 마을 복지 등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다. 위 여론조사는 로컬에너지랩이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와 피앰아이에 의뢰해 이메일로 설문 링크를 발송한 뒤 응답을 듣는 방식으로 지난달 2∼23일 이뤄졌다. 응답률은 3.1%,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0.7%포인트(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깜깜이’ 전력망 정보…해상풍력 보급 걸림돌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법)'이 오는 26일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국내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서는 발전 설비뿐 아니라 전력을 육상으로 전달하는 해저케이블과 송전망 구축 체계를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최근 공개한 '해상풍력 확대를 위한 해저케이블 제도정비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해저케이블과 전력망 구축이 발전 계획과 충분히 연계되지 않아 향후 발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과 육상 송전선, 변전소 등 전력망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돼야 하지만 실제 사업 과정에서는 이해관계자 갈등과 환경 문제 등으로 구축 속도가 발전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송전망 협력 구조, 정부 주도 환경평가, 주민 참여 제도 등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계통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전망 사업자 '초기 참여' 부족…특별법에도 제한적 반영 KEI 이재혁 연구위원 등이 작성한 이 연구보고서는 국내 제도의 핵심 문제로 송전망 사업자의 참여 시점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늦다는 점을 꼽았다. 독일·영국·일본 등은 해상풍력 부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송전망 사업자가 참여해 계통 용량과 접속 지점 등을 함께 결정하지만, 한국은 전력계통 정보를 정부가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과 전력망 구축이 따로따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발전이 시작되더라도 송전 용량 부족이나 계통 접속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에서는 입지 정보망 작성 단계부터 송전망 사업자가 참여해 접속 가능 지점과 계통 용량을 제공하고, 예비지구 단계에서는 변전소 위치와 공동 접속 설비 계획을 협의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실시계획 단계에서는 발전사업자와 송전망 사업자가 사업 일정과 계통 연계 시점을 조율하고 지연 시 위약금을 부과하는 책임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법법과 시행령안에는 정부가 해상풍력 개발 구역을 지정하고 전력망 연계를 요구하는 절차가 포함되기는 했다. 1기가와트(GW)를 초과하는 대규모 발전지구는 송전사업자가 접속 설비를 우선 건설해 계통 연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도록 했다. 해당 비용은 발전사업자로부터 회수하게 된다. 그러나 송전망 사업자가 입지 정보망 작성이나 예비지구 단계부터 제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규정은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아 발전사업과 송전망 구축을 동시에 계획하는 협력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주도 환경평가 제도는 일부 반영 환경성 검토 방식 역시 보고서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분야다. 독일·영국·일본은 정부가 해상풍력 개발 초기 단계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해 부지 선정과 사업 추진에 반영한다. 반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기업이 환경성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중심이어서 평가 결과의 공개성과 통합적 검토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예비지구 지정 이전 단계에서 정부가 해양 생태계와 어업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사전 환경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한 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부지를 확정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월 공개한 특별법 시행령안에는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지구 지정 과정에서 환경성과 입지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절차가 포함되면서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환경성과 해양 이용 현황을 함께 검토하는 체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제안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셈이다. 기후부나 해양수산부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해상풍력발전 예비지구'로 지정한다.다만 평가 결과의 공개 범위나 환경정보의 통합 관리 체계는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민 참여 확대 규정 도입…협의체 운영은 과제 해상풍력 개발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 협의체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연구에서 제기됐다. 해외에서는 정부·전문가·지역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해저케이블 경로와 접속 지점, 송전선로 등을 논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독일과 영국은 전문가 중심 위원회가 대안을 마련한 뒤 공론화 절차를 통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정부와 기업, 지역 대표가 참여하는 공공·민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제도에서는 어민이나 송전선로 인근 주민 대표의 참여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구에서는 어업단체와 지역 주민을 포함한 공공·민간 협의체를 단계별로 운영해 해저케이블 상륙 지점과 송전선로 계획을 논의하고, 설치 이후에도 환경 변화와 어업 영향 등을 공동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법 시행령안에는 해상풍력 개발 과정에서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 절차를 운영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돼 주민 참여 제도는 일정 부분 강화됐다. 다만 해저케이블 경로 선정이나 송전선로 계획까지 포함한 구체적인 지역 협의체 운영 구조는 아직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해상풍력·수소 연계 등 장기 전략 필요 연구에서는 해상풍력 확대와 함께 전력망과 에너지 산업을 연계하는 장기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럽에서는 해상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저장·운송하는 '파워투엑스(Power-to-X)' 방식이 확대되고 있도, 해저케이블과 수소 인프라를 함께 고려한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해저케이블뿐 아니라 수소 생산시설과 연계한 에너지 운송 체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해상풍력과 전력망, 산업단지를 연계하는 에너지 공간계획과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등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해상풍력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발전 설비 확대뿐 아니라 송전망 협력 구조, 환경평가 체계, 주민 참여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중국산 배터리 아웃”…EU 초강수 철퇴에 K-배터리 ‘역전 잭팟’

유럽연합(EU)이 무섭게 밀고 들어오는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를 향해 마침내 '보조금 차단'이라는 피 묻은 칼을 빼 들었다. 노골적으로 “유럽에서 만들지 않으면 단 한 푼의 보조금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일찌감치 유럽 한복판에 거대한 생산 요새를 구축해 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가 반사이익을 거머쥐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산업 가속화법(IAA)'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경제 제재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려면 차량 자체를 무조건 EU 내에서 조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 셀·모듈·팩·양극재·분리막·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배터리 핵심 부품 중 최소 3개 이상을 반드시 유럽 땅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당장 3년 뒤인 2030년부터는 이 기준이 '5개 이상'으로 상향된다. 보조금 없이는 차를 팔 수 없는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선 유럽에 공장을 가진 배터리사를 선택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EU의 이번 철퇴에 K-배터리 3사는 남몰래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부어 유럽에 초대형 생산 기지를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연간 90GWh(기가와트시)라는 압도적인 물량을 쏟아내고 있고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40GWh), SK온은 헝가리 코마롬과 이반차(47.5GWh)에 이미 탄탄한 진지를 구축했다. EU가 요구하는 역내 생산 조건을 충족하며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을 독식할 절대적인 유리함을 선점한 것이다. 반면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무기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60% 이상까지 끌어올리며 폭주하던 중국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최대 배터리 공룡 CATL이 부랴부랴 헝가리 데브레첸에 100GWh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삽을 떴지만 유럽의 환경 규제에 발목이 잡혀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당장 유럽 내 생산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조금 명단에서 싹쓸이로 퇴출당할 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만 싸다고 밀어붙이던 중국의 무식한 공세가 EU의 룰 변경으로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수년간 혹독한 유럽 현지 생산 노하우를 쌓아 올린 K-배터리 기업들이 빼앗겼던 점유율을 단숨에 되찾아올 판이 깔렸다"고 평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너지안보 점검] 재생에너지로 중동발 위기 돌파…“전동화·시장개편·ESS 함께 가야”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수송·산업 부문의 전기화, 전력시장 개편,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대응을 위한 국무회의에서 “국제유가 문제나 원유 조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며 “이 기회를 살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에너지 안보 위기를 계기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이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전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송 부문의 에너지를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로 총 60%가량이다. 결국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전기차 보급 등 수송 부문의 전기화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5년이나 2040년에 국내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지난 5일 전력수급 상황을 보면 오후 1시 기준 태양광 발전량은 1만8026MW, LNG는 1만6424MW, 석탄은 2만1684MW, 원전은 1만7409MW였다. 하지만 해 진 오후 7시 기준 LNG 발전량은 2만6869MW로 49%(8843MW) 증가한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ESS를 함께 확충하지 않으면 LNG 의존도를 낮추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SS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을 경우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기 위해 LNG 발전 의존도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ESS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전력시장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적은 시간대에는 높여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대규모 LNG 신규 건설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환경과 에너지 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LNG 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언 기후넥서스 대표・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회 위원은 “LNG의 온실가스 집약도는 석탄 대비 고작 25% 낮은 수준이며 특히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높은 '메탄'이 대량 발생한다"며 “ESS, 전기요금 개편, 전력수요관리 등 효율화 및 유연성 투자 우선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재생에너지와 ESS대안과 LNG의 비용·기후 편익 비교를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현재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메탄 탈루, 초기 가동 오염물질 배출 등 비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구조적 병목 해소가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태양광 업계, 에너지공단과 공동 실무협의회 추진…재생에너지 100GW 협력

태양광 관련 협회와 단체들이 정부와 함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재생에너지단체총연합회는 지난 3일 최재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과 간담회를 열고 공동 실무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협의회는 정책·제도 개편, 인허가 절차 개선 및 규제 완화,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 해소 등 주요 과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한재연은 구성안으로 공동위원장 체계를 제시했다. 에너지공단 측에서는 재생에너지정책처장이, 업계에서는 한재연 사무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양 기관에서 간사를 지정해 실무를 총괄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간담회에서 최 이사장은 한재연의 제안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태양광공사협회도 이날 정부의 저탄소 태양광 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와 이격거리 조례 제한 법 통과 등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저탄소 태양광 모듈 설계·제조·설치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신규 반영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세액공제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국회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개정했다. 신재생에너지 개념에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분리해 재생에너지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이격거리 기준을 국가 차원에서 규정함으로써 지역별 규제 편차를 완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한재연과 태양광공사협회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 협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호남서 재생에너지 470MW 준중앙급전 참여…이제는 주력 자원

재생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전력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른다. 이제 재생에너지도 다른 발전원처럼 전력망 안정을 위해 주도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발전을 제한받는 대신 이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된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부터 호남 지역에서 시행 중인 '2026년도 봄철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운영제도'에 총 470.9MW 규모의 발전원이 참여한다. 해당 제도는 재생에너지를 대규모 화력발전처럼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따라 운영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는 취지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는 별도의 급전지시 없이 생산 전력을 판매해왔다. 대신 전력망 안정을 위해 긴급한 경우 일방적인 가동중단(출력제어) 조치를 받았다. 설비별로는 태양광 4개 설비(총 341.2MW), 풍력 1개 설비(총 51.7MW)가 참여했다. 소규모 자원을 묶은 가상발전소(VPP) 형태의 집합형 자원은 21개(총 78MW) 규모다. VPP는 소규모 태양광 등을 IT 기술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준중앙급전제도 운영기간은 지난 1일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이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적용된다. 재생에너지가 집중되는 봄철 낮 시간대 전력망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준중앙급전제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하루 전 시간대별 발전계획을 수립해 전력거래소에 제출하고 다음날 수급 상황에 따라 출력제어 지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출력제어를 받더라도 별도의 보상이 없었지만 이번 제도에서는 일정 수준의 보상이 이뤄진다. 사업자는 발전량 예측 정확도와 지시 이행 여부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사업자나 VPP 사업자의 예측·운영 역량에 따라 보상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보상금은 발전량(kWh)에 정산단가를 곱해 정해진다. 다만 급전지시가 있는 시간대에는 실제 발전량 대신 사전에 제출한 자체 발전계획량을 적용한다. 준중앙급전제도 기본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0.68원이다. 발전사업자는 전력도매가격에 더해 정산단가로 추가 수익을 거둔다. 전력당국은 준중앙급전제도가 재생에너지가 몰린 호남 지역의 전력망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제도는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로 가기 전의 완충 장치 성격을 갖는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준중앙급전에 가격 입찰 경쟁까지 더하는 구조로 재생에너지에게 시장 참여도를 한층 더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맑으면 햇빛으로, 비 오면 빗방울로…‘전천후 발전’ 태양광 패널

맑은 날에는 태양빛으로, 비가 오는 날에는 떨어지는 빗방울의 힘으로 전기를 만든다면…. 여기에다 흐린 날에도 발전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말 그대로 전천후 발전이 가능한 태양광 패널이 되는 셈이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크게 흔들렸던 기존 태양광의 약점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기술이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산하 세비야 재료과학연구소와 세비야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태양광과 빗물을 동시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발전 소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소재 분야의 대표 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저널에 게재됐다. ◇태양전지 위에 '빗방울 발전기'를 얹은 구조 이 발전 설비는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SC) 위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마찰과 정전기 현상으로 전기를 만드는 액적 기반 마찰전기 나노발전기(D-TENG)를 결합한 구조다. 하나의 '패널'이 두 가지 발전 방식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태양광 발전은 전지 내부의 흡수층이 빛을 받아 전자를 이동시키는 광전 효과를 이용한다. 반면 빗방울 발전은 빗방울이 표면에 닿고 퍼졌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전하가 분리되고, 이때 생기는 전위차를 전기로 끌어낸다. 연구팀은 두 장치가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투명 전극(FTO)을 태양전지의 전극이자 빗방울 발전기의 하부 전극으로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CFx 박막이다. CFx 박막은 불소(F)가 풍부한 고분자 물질로, 테플론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물을 거의 튕겨내다시피 하는 강한 소수성(hydrophobic)을 띠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박막은 플라즈마 화학 기상 증착법(PECVD)이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기체 상태의 재료를 플라즈마로 활성화해 아주 얇고 균일한 막으로 표면에 입히는 기술이다. 상온에서, 액체 용매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열과 화학물질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CFx 박막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첫째, 태양전지를 수분과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봉지재(encapsulation) 역할이다. 봉지재란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감싸 보호하는 일종의 방수·방습 보호막을 뜻한다. 둘째, 이 박막은 빗방울이 닿을 때 마찰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층으로도 작동한다. 보호막이 곧 발전 장치가 되는 셈이다. ◇비 오는 날뿐 아니라, 흐린 날에도 발전은 계속된다 이 하이브리드 설비의 강점은 비 오는 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흐린 날에도 발전은 이어진다. 그 이유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perovskite solar cell)가 약한 빛과 확산광에 특히 강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흐린 날에는 직사광선은 줄어들지만, 구름에 의해 산란된 빛이 사방에서 들어온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이런 조건에서 출력이 크게 떨어지는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대적으로 효율 저하가 적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후계자'로 자주 언급된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군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빛을 매우 잘 흡수하고 전하 이동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얇은 두께로도 높은 발전 효율을 낼 수 있고, 제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유연한 기판에도 만들 수 있어, 창문이나 건물 외벽, 이동형 전자기기 등에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물과 습기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수분이 스며들면 결정 구조가 빠르게 무너져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로 '내구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태양전지는 낮은 조도에서도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흐린 날이나 비가 오기 직전처럼 빛이 약한 조건에서도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즉, 맑은 날에는 태양광, 비 오는 날에는 태양광과 빗방울, 흐린 날에는 확산광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 공백 구간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빗방울 발전은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만들어내지만 전류가 작고 신호가 불규칙하다. 이를 그대로는 전자기기에 쓰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스트 컨버터를 결합했다. 부스트 컨버터는 낮고 들쭉날쭉한 전압을 끌어올려, LED(발광다이오드)나 센서 같은 전자기기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전력으로 바꿔주는 장치다. 이 회로를 통해 연구진은 하이브리드 소자로 LED 어레이를 성공적으로 점등시켰다. 이는 이 기술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저전력 기기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맑은 날에도 발전 효율 저하 없어 이 같은 하이브리드 구조에 대해 중요한 질문은 “이중 구조 때문에 맑은 날 태양광 효율이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것이다. 우려와 달리 실험 결과는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CFx 박막을 적용한 뒤에도 태양전지 효율은 약 16.4~17.9%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보호막을 적용하지 않은 일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약 16.9~17.1%)과 거의 차이가 없다. 조건에 따라서는 미세한 효율 향상도 관측됐다. 즉, 맑은 날 발전 성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비와 흐린 날까지 발전 시간을 확장한 셈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연구진은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미 낮은 제조 비용과 대(大)면적 발전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가되는 CFx 박막은 매우 얇고 공정이 단순해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 장점은 발전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맑은 날에만 의존하던 태양광과 달리, 흐린 날과 비 오는 날에도 일정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단위 면적당 연간 발전량은 분명히 증가한다. 이는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센서, 사물인터넷(IoT) 기기, 스마트 인프라처럼 항상 소량의 전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특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태양광의 약점이었던 '날씨 의존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태양전지의 최대 적이었던 물과 습기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차세대 분산형·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한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력시장의 미래 下] “전력가격 마이너스면 배터리에 돈 받고 저장, 오르면 판매”

“전력가격이 마이너스일 때 배터리에 최대한 담고 가격이 다시 오를 때 방전해 팔아 차익을 얻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27일 제주 월령리 월령신재생에너지시범단지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전력 차익거래가 한창이다. 마치 주식처럼 가격이 내려갈 때 사서 오를 때 파는 구조다. 전력도 실시간 가격 변화에 따라 차익을 얻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전력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수 있어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돈을 내고 전력을 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전력을 얻는 효과다. 이 같은 거래는 제주에서만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덕분에 가능하다. 입찰제도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마이너스로 형성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으면 전력망에 과부하를 일으켜 설비 고장과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마이너스 전기가격은 공급을 억제하고 수요를 늘리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반면 육지에서는 아직 마이너스 가격이 허용되지 않으며 ESS를 활용한 차익거래도 제한돼있다. 에너지 IT기업 VPP랩은 해당 단지에서 가상발전소(VPP)를 활용해 총 1MWh 규모의 배터리를 운영하며 전력 차익거래를 실현하고 있다. 아직 용량은 크지 않아 수익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시장 확대를 대비해 사업 역량을 축적하는 단계다. VPP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와 배터리를 하나로 묶어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IT 기반 통합관리 기술을 말한다. 이들은 VPP에 속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SMP 흐름에 따라 ESS에 전력을 저장할 준비를 한다. 예컨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SMP는 1MWh당 -7만2150원까지 떨어졌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이기에 SMP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이후 오후 3시부터는 태양광 발전량이 줄면서 12만5750원으로 급등했다. 이 경우 12시부터 3시까지는 1MWh당 7만2150원을 받으면서 전력을 배터리에 충전하고 3시 이후에는 이를 12만5750원에 판매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이번 달에는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SMP가 0원까지 하락한 사례가 있었다. SMP가 0원이면 전력을 공짜로 충전할 수 있어 차익거래에는 충분한 환경이 조성된다. 해당 사업이라고 무조건 가격에 따라서만 전력을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배전망 내 전력수급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그에 맞춰 전력을 판매한다. VPP랩 관계자는 “이 사업은 배전망 연계 사업으로 한국전력과 실시간 배전망 내 계통 상황을 공유하며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는 총 16개의 변전소가 있어 크게 16개 배전구역으로 나뉜다. 월령리 ESS는 해당 배전구역 내에서 전력을 거래하고 차익을 실현한다. 반면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위치한 140MWh 규모 '제주 북촌 BESS 발전소'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해당 발전소는 변전소가 아닌 송전망에 직접 연결돼 있다. 제주 전체 전력망과 하나로 연계된 설비다. 월령리 배터리보다 140배 큰 규모로 변전소 단위가 아닌 송전망 단위에서 운영된다. 이곳은 제주 전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서 차익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해당 발전소는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을 통해 시장에 참여하며 제공 가능한 전력량과 가격을 사전에 정한다. 이후 전력거래소가 충·방전을 직접 지시하고 통제한다. 작동 원리는 비슷하다.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공급이 과도하면 충전을, 부족하면 방전을 지시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익은 사업자가 직접 취하는 구조라기보다 제주 지역 한전이 간접적으로 확보하는 형태에 가깝다. ESS 사업자는 계약에 기반한 정해진 수익을 얻는다. ESS 사업자 입장에서는 전력거래소의 지시가 효율적인 ESS 운영 방식은 아닐 수 있다. 현장 관계자는 “전력 변환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잦은 충·방전은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ESS는 사업자가 ESS 효율까지 감안해 운영할 수 있지만 대규모 설비는 전력거래소 지시 이행이 우선이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패널티가 부과될 수 있어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이처럼 대규모 BESS는 제주 전체 전력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력거래소 지시를 따르도록 입찰제도가 설계돼 있다. 제주도에서 이 같은 신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는 배경에는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4.3%에 달했다. 육지는 10% 수준으로 비중만 놓고 보면 제주도가 두 배 이상 높다. 지난해 4월 14일에는 전국 최초로 4시간 동안 일시적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달성하기도 했다. 전기차 보급률도 10.7%에 이른다. 제주도는 전국보다 15년 빠른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가동중단(출력제어)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제주 전역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됐다. 현재 신규 발전소 인허가는 잠정 보류된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분산에너지 특구다. 분산에너지는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구조를 뜻한다. 특구 지정으로 분산에너지 사업자와 전력소비자 간 직접 전력거래가 허용되는 등 다양한 특례가 적용된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ESS 저장, 전기차 충전, 수소·열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주도에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더 들어올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제주 엠버퓨어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분산에너지 × VPP 비즈니스데이'에서도 제주형 분산에너지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오경섭 제주도청 에너지산업과장은 “ESS와 V2G(전력망과 전기차 연결) 자원이 전력계통에 기여하는 만큼을 보상하는 전용시장 설계가 필요하다"며 “열과 수소의 가치도 반영해 요금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은 “현재 전력도매시장은 구조가 단순하다"며 “제주도 분산특구에서 소비자가 전력시장에 참여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육지에서도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이 예고돼 있다. 제주에서 실험을 이어온 에너지 IT 기업들은 육지 시장 개방을 대비해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바이와알이·한국제지, 경북지역 육상풍력 추가 개발 나서

재생에너지전문기업 바이와알이가 한국제지와 경북지역에 육상풍력발전 사업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바이와알이는 지난 25일 한국제지와 경북지역 2단계 풍력사업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사가 앞서 협력해 온 60메가와트(MW)급 육상풍력사업에 이은 후속 단계로, 약 40MW 규모의 추가 풍력단지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은 약 1200억원 규모로 추진되며 한국제지는 본 사업을 위해 토지를 제공하고 바이와알이는 사업개발부터 건설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바이와알이는 기존 1단계 사업과 기존 개발중인 사업을 포함해 경북지역 내 약 240MW 규모의 육상풍력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단상] 태양광 발전비중 47%→2.5%, 이러다 스페인 대정전 날라

설날 연휴였던 지난 17일 오후 1시, 우리가 사용한 전기의 거의 절반이 태양광 발전에서 나왔다. 제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반면 지난 24일에는 전국에 눈과 비가 내려 같은 시간 태양광 비중이 2.5%밖에 되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태양광 발전량은 비중으로 보면 25분의 1이나 급락했다. 태양광은 왜 이렇게 변덕스러울까. 17일 오후 1시 기준 전체 전력수요(총수요 기준)는 49.9기가와트(GW)로 이 중 태양광의 순간 출력은 23.6GW로 총 47.4%를 차지했다. 연휴에 공장이 쉬고 날씨가 따뜻해 전력수요는 줄었고 날이 맑아 태양광 발전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는 통념과는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고 전체 발전량의 10% 정도라고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말도 맞다. 연간 전체 발전량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비교하면 약 10%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고 기온 차이가 큰 나라에서는 전력 수요도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높은 전력수요를 기록한 날은 2024년 8월 20일로, 103.6GW까지 올랐다. 지난 17일 오후 1시의 49.9GW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은 전력수요와 상관없이 날씨에 따라 발전을 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전력수요가 낮을 때 태양광 발전이 많으면 순간 비중이 50%에 달할 수 있는 것이다. 평일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전국에 눈과 비가 내린 지난 24일의 전력수급 상황을 보자. 당시 오후 1시 기준 태양광은 겨우 2.0GW만 가동됐고 전체 전력수요 83.0GW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바로 다음 날인 25일에는 날씨가 풀리자 오후 1시 기준 태양광이 다시 23.9GW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는 전국에 눈과 비가 동시에 내릴 수 있어 하루 만에 태양광 발전이 거의 전멸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7일을 스페인 대정전 당시와 비교해보자. 스페인 정전은 전력망에 갑작스럽게 과전압이 발생하면서 연쇄적으로 정전이 이어진 사고다. 갑자기 늘어난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망이 감당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페인에서 정전이 발생한 2025년 4월 28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전력수요는 25GW였으며 총 32GW가 공급됐다. 이 가운데 4.3GW는 다른 나라로 수출됐고, 3GW는 양수발전에 사용됐다. 태양광 발전은 19.5GW, 풍력은 3.6GW였으며 나머지는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이 채웠다. 공급량 32GW 중 태양광이 차지한 비중은 59.0%(19.5GW), 풍력은 12.0%(3.5GW)였다. 우리나라에서 17일 오후 1시 태양광이 23.6GW로 전체의 47.4%를 공급한 점을 고려하면 스페인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매년 약 3~4GW의 태양광 설비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 대정전을 일으킨 원인과 유사한 조건이 곧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태양광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양수발전이나 대용량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방심은 금물이다. 정전 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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