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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크게 오른 비철금속 가격, 중동 전쟁에 수급 불안까지

구리와 알루미늄, 니켈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중동 전쟁 여파까지 겹치면서 공급 불안과 에너지 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며 금속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광해광업공단과 런던금속거래소(LME) 자료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지난해 3월 톤당 8825달러에서 올해 3월 1만2920달러로 약 46%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본격화되며 9000달러대에서 그해 10월에는 1만1000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1월 19일에는 1만3844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루미늄 가격 역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월 11일 톤당 2725달러였던 현물 가격은 올해 3월 10일 3402.5달러로 약 24.8% 상승했다. 지난해 4월 22일 2285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뒤 같은 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전환했고, 지난해 12월에는 3000달러를 넘었다. 니켈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저점을 찍은 뒤 반등했다. 지난해 11월 1만4125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1월 9일에는 1만845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후에는 평균 1만7000달러대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아연 가격도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해 4월 초 톤당 25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가격은 2026년 3월 약 330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348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며 3000달러대를 유지했다. 주석 가격은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상반기 톤당 3만~3만50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던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해 올해 1월 22일 5만660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후에는 5만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안정 구간에 들어섰다. 최근 금속 가격 상승은 중동 정세 불안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원자재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루미늄 시장은 중동 상황에 민감하다. 중동은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원료인 보크사이트와 알루미나 수입과 생산제품의 수출이 모두 막힌 상황이다. 중동 주요 생산업체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바레인의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바(Alba)는 연간 약 160만톤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제련소로 최근 일부 고객에게 공급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리츠 글로벌 알루미늄(EGA)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른 원료 수입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구리 시장에서도 전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세계 10위권 규모의 구리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주요 광산인 사르체슈메(Sarcheshmeh) 광산이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도 금속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구리는 채광 이후 제련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많은 금속으로, 에너지 비용 상승이 생산 단가를 크게 끌어올린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LNG 가격도 급등했다. 네덜란드 TTF 거래소 LNG 선물 가격은 이틀 만에 약 85% 상승해 MWh당 60유로를 넘어섰고, 동북아 LNG 현물 지표인 JKM 역시 100만 BTU당 15달러대를 기록했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안전자산’ 금값 79%, 은값 172% 상승…중동 전쟁에서 반대 양상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금·은·백금 등 주요 귀금속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최근 중동 전쟁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전쟁→금값 상승' 공식이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전쟁 확전 국면에서는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우려가 겹치며 금값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전쟁 완화 기대가 나오면서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 등에 따르면 금 가격은 지난해 3월 11일 온스당 2916.9달러에서 올해 3월 10일 5209.7달러로 상승했다. 약 1년 동안 78.7%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은 가격은 32.55달러에서 88.53달러로 172% 급등했으며, 백금 역시 단기간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등 귀금속 전반이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금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2분기 평균 가격은 온스당 3050.2달러였으나 3분기에는 3400.8달러로 11.5% 상승했다. 이어 4분기 평균은 4250.6달러로 25% 증가했고, 올해 1분기 평균은 5050.1달러로 다시 18.8%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9월 초 3000달러대 초반에서 10월 중순에는 4000달러를 돌파하며 약 33% 상승했다. 올해 2월에는 온스당 5306.95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 가격은 귀금속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3월 11일 온스당 32.55달러였던 런던 은 고시가격은 올해 3월 10일 88.53달러로 1년 만에 172% 상승했다. 지난해 5월부터 8월 사이 가격은 약 120% 급등했고, 8월 20일에는 118.45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1월 6일 74.65달러까지 하락하며 약 37% 조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80~90달러 범위에서 가격이 움직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백금 가격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말 온스당 1420달러를 기록하며 6개월 사이 약 44.8% 상승했고,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올해 1월 초에는 2902달러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가격은 1400달러에서 2900달러로 약 107% 상승했다. 이후에는 조정세가 나타나며 2200달러대로 내려왔다. 귀금속 가격은 최근 중동 전쟁 국면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 흐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기존에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귀금속 가격이 오르는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귀금속 가격이 일시적인 조정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일부 완화됐다. 이에 달러 자금이 일부 귀금속 시장으로 되돌아오며 다시 가격 반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에너지안보 점검] “수소댐 지어 에너지 위기 돌파하자”

대규모로 수소를 생산·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자는 '수소댐'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으면서 수소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원유·가스를 대체할 연료로 부각되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수소경제 육성을 위해 국회에 수소사업법 통과와 정부의 더 많은 지원 요청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과 한국수소연합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소경제 민간투자 지속·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훈 한국청정수소진흥연구원 사무국장은 토론회에서 '민간 주도 전국 주요 거점 내 수소댐 구축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수소댐은 물을 저장해 필요할 때 생활·산업용수로 공급하는 댐처럼 수소를 저장·활용하자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 발전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주요 거점에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 저장한다. 이후 수소댐에 저장한 수소를 철강 생산·석유화학 플랜트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수소망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철강·석유화학 산업과 LNG 발전소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사무국장은 “석탄발전 폐쇄와 LNG 발전 감축에 대비해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소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물산, 두산퓨얼셀,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등 수소 관련 민간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지난 1월 17일 이종배·정태호 의원 등 총 24명의 의원이 발의한 '수소 및 수소화합물 사업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수소경제 육성과 수소 운송·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수소는 아직 경제성이 부족한 만큼 수소산업에 대한 조세특례와 수소 생산용 전기요금 할인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수소 생산 기업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은 kg당 1만7300원인 반면 화석연료 기반 회색수소는 약 7000원 수준이다. 김 교수는 시장 보호와 생산세액공제 등을 통해 생산비를 kg당 1만원 수준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수소특화단지 추가 지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특화단지는 수소 산업 관련 기업과 지원 시설을 한곳에 모아 집중 육성하는 지역으로 수소댐과 유사한 개념의 산업클러스터다. 현재 강원 동해·삼척과 경북 포항이 지정돼 있으며 추가로 신규 5곳을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의원은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요동치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며 “수소는 재생에너지 못지않게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민간의 장기적인 투자가 국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청와대가 에너지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돼야 한다

이란전쟁이 길어지면서 중동산 원유와 기타 산업용 원자재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가스, 비료 생산용 암모니아, 석유화학 원재료 등이 중동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를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이란전쟁와 관련해 반도체 기업들이 사용하는 가스 수급이 문제다. 헬륨가스는 반도체 핵심인 웨이퍼를 냉각하는데 사용된다. 지난해 국내 수입량의 65%가 호르무즈 해협쪽에 있는 카타르에서 공급 받았다. 그런데 최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멈췄다. 이 뿐만 아니라 농업분야에서 사용되는 질소 비용인 암모니아와 인산비료의 원료인 황의 주요 수출국은 대부분 중동 국가들로 원유와 LNG를 정제하고 처리하는 과정의 부산물로 생산된다. 요소 수출량의 35%, 황의 45%가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석유화학의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 수입이다. 국내 나프타 재고는 1개월 물량도 안된다. 석유화학은 통상 원유를 정제해 제조한 나프타를 NCC(나프타 분해 시설)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 2~3년 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에틸렌 가격이 급락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조정이 단행 되었다. 국내 나프타 공급량 중 절반은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를 수입하는데. 수입량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온다. 문제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책으로 첫째,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동 아닌 미국이나 인도 등에서 확보하는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나프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이란전쟁이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석유화학, 배터리 등의 성장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중동 위기가 길어지고 원료 생산 시설이 파괴되는 상황과 이 후 복귀까지를 대비해 제1, 제2 전략 뿐만 아니라 단기, 중기, 장기 마스터 플랜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 정부는 이번 이란전쟁에서 원유 수급과 가격 상승에 따른 대책만을 집중해 생각하는데 자세히 보면 가스 도입도 문제다. 가스는 국내 전력 생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전력망을 떠받치는 LNG 공급망이 문제다. 국내 전력 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수입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계약된 물량의 가스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전력사들은 가격이 급등한 현물시장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가스 발전은 가정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 첨단 전자제품 생산과 데이터센터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전력 비축 물량과 LNG 교역의 가격 탄력성이 공급 차질의 기간을 제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전쟁이 장기화 되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취약성은 원유 뿐만 아니라 가스에도 있는 만큼 전력망과 산업 엔진을 움직이는 가스 공급에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자동차의 경우 중동 내 판매 감소 및 물류 불안으로 수출 차질이 예상되며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도 우려된다. 항공 분야는 중동 항공사 운항 중지로 유럽행 항공 노선 공급석 감소가 우려 되며, 특히 유류비 증가로 항공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번 이란전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위기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기능을 이관 받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움직임은 산업통상부 만큼 크게 움직임이 없다, 이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안보 업무는 산업통상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쟁 이 후 산업부는 긴급 대책반을 가동해 석유와 가스 수급 상황을 비롯한 비축유 방출 및 대체 물량 도입 등 에너지 전반의 현안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기후에너지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기후에너지부가 이재명 정부의 부처 조직개편에서 기후와 환경, 에너지 정책 등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 출범 했지만 이란전쟁 같은 상황이 발생할 시 에너지 위기관리 대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석유.가스 등 자원산업과 원전 수출 정책 기능은 산업부에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란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현안 문제다. 봉쇄가 장기화 될수록 에너지 수급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정부는 현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 타워가 돼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만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ekn@ekn.kr

[EE칼럼] 작금의 중동사태와 IEA의 원유비축 요구량이 90일분인 이유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잘 알고 있는 아일랜드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멀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4년 전에, 그리고 가깝게는 작년 6월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했을 때, 지금과 같은 사태가 있을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전쟁 전문가들 말대로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고 언제,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의 문제였다. 당장에 우리 군의 참전 문제나 국민의 직접적인 피해가 있지는 않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러면 그동안 잘 준비하고 있었나? 먼저,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보자. 2025년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약 69%로 숫자로는 낮은 숫자는 아니지만 일본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9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산 셰일가스/석유 및 카자흐스탄 원유 등의 수입을 늘려 온 반면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린 탓에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로 다시 중동에서 수입량을 늘려야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2021년에는 60% 아래로 까지 떨어졌었으나 지난 4년 동안 70% 수준으로 다시 올라온 것이다. 미국산 원유 가격이 유럽이나 중동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 도입 증가는 중동 의존도도 줄이고 동시에 도입 가격도 낮출 수 있었던 좋은 정책이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이 앞다투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자, 그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원유 비축분은 얼마나 있을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선진 각국 (또는 수입국) 에 90일분의 원유를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량은“정부 비축량 7천648만 배럴과 민간 업계 비축량 7천383만 배럴을 합치면 즉시 사용 가능한 물량이 약 1억 5천700만 배럴 수준"이라고 발표하였다. 정부 비축량과 민간 비축량이 대략 각각 85일분, 80일분, 합하면 165일분이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전체 원유 비축량이 거의 6개월분에 다다르고 있으니 단기적인 전쟁으로 인한 충격은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다. 정부는 추가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양을 합치면 약 208일분의 원유가 사용 가능하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정부 규정으로 국가 원유 비축량이 145일 수준이며, 석유회사들은 9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원유를 비축하여야 한다. 언제나 235일분의 비축이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 이후 밝힌 일본의 비축량은 254일분이다. 대만은 120일분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2023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정부 비축량은 IEA 기준으로 106일분이었다. 일본은 129일분, 독일은 116일분을 비축하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부 비축분 원유량이 무려 20일분가량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동 의존도 및 원유 비축량은 분명 세계 최고의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안전한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추세는 더욱더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 그리고 여러 학술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2차 석유 위기를 불러온 이란-이라크 전쟁과 같은 중동 산유국 간에 벌어지는 장기적인 전쟁이 아니라면, 전쟁으로 인한 국제 석유 시장 가격의 급등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 정도일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 걸프전쟁,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경우 모두 전쟁 발발 2~3개월 안에 국제원유 가격이 기존의 수준으로 회복하였다. 이는 세계에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가 중동 국가들 이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그리고 조금 더 비싸겠지만, 순차적으로 다른 국가로 수입원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다른 양이 아닌 90일분의 원유를 비축할 것을 권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충분한 것 같지만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우리의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잘 나갈 때 더욱 더 잘 준비하여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우리 국민이. bienns@ekn.kr

李 대통령, 기름값 담합에 엄중 경고…업계선 “소통 부족으로 인한 오해”

최근 중동발 에너지 수급 위기로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이재명 대통령이 석유업계에 연이어 강력 경고를 날렸다. 담합은 중대범죄라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업계선 정부와 업계 간 소통 부족으로 인한 오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 제품가격이 폭등 수준으로 올라 이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인데, 연휴 등의 영향으로 미리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6일 SNS에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다. 그 대가가 얼마나 큰 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일부 기업들이 범법 행위로 큰돈을 벌며 국민에게 고통을 가하고도 정부 관리나 정치권과 유착해 무마하던 야만의 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사실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담합의 품목과 주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는 최근 기름값 상승에 따른 정유사, 유통업자, 주유소 등 석유업계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글과 함께 '닷새 만에 올린 정유업계, 대통령 경고에 멘붕'이라는 기사를 첨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불법을 자행하며 국민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 기업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게 할 것"이라며 “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 영역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유류 공급의 경우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이를 제재할 방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는지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보통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의 변동분이 약 2주 후에 반영되는 구조인데, 최근 기름값 상승은 전쟁 발발 일주일도 안돼 반영됐다는 것이 대통령의 지적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평균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28일 1693원에서 6일 오전 10시 기준 1856원으로 9.6%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1598원에서 1864원으로 16.6%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지난 2022년 8월 12일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대통령의 불호령에 주무 부처도 긴급히 움직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고가격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관련 준비에 착수했다. 산업부, 공정위, 재경부, 국세청 등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가짜석유 판매, 매점매석 등 불법석유 유통행위 근절을 위해 월 2000회 이상 특별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석유업계에선 볼멘 소리도 나온다. 국제 가격이 워낙 크게 올랐기 때문에 이를 한꺼번에 반영할 시 시장 충격이 너무 커 선제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름값은 정유사가 올린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정유사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싱가포르 가격이 폭등했는데 이를 한번에 반영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름값은 근본적으로 국제유가(원료)의 영향을 받지만, 정확하게는 아시아의 에너지 허브국인 싱가포르 거래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싱가포르의 제품 거래가격을 보면 휘발유(옥탄가 92론)의 경우 전쟁 전인 2월 27일 79.6달러에서 5일에는 106.3달러로 33.5%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황함량 0.001%)는 92.9달러에서 153.2달러로 64.9% 올랐다. 여기에 환율 상승분까지 국내 시장에 반영된다. 정유사 판매가격을 엿볼 수 있는 한국거래소의 석유제품 현물거래 가격을 보면 휘발유는 지난달 27일 1545원에서 4일 1660원으로 7.4%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는 1515원에서 1779원으로 17.4% 올랐다. 소매가격 상승률과 거의 일치한다. 즉, 최근 기름값 상승은 정유사에서 시작된 게 맞고, 정유사는 크게 오른 국제 가격을 시장 충격 완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것이 석유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유업계 간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중동 사태가 일어나면 기름값이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와 정유업계 간의 소통을 통해 시장 충격이 덜가는 방향으로 가격을 반영해 왔는데, 이번에는 연휴 등의 영향으로 그런 소통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긴밀한 소통을 통해 오해를 해소하고 시장 충격이 덜 가는 방향으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호르무즈해협 긴장 고조,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로 이어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보다 미국의 석유와 가스 판매가 늘어나는 등 국제 에너지 공급망과 에너지 지정학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외신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피격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실제로도 통과하는 선박에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에브라힘 자바리 장군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폐쇄됐다"며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침몰시키고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수출되지 못하게 막아 국제 유가를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게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는 지금까지 10척의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물량이 드나드는 해상로이다. 세계 원유와 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한다. 이 지역의 봉쇄가 장기화되면 국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공급 위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에너지시장 판도 변화를 불러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으며,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이란을 36년간 독재 통치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내부적으로 권력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파 군부가 해협 선박을 상시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그동안은 미군이 중동 함대 파견으로 질서를 유지시켰지만, 셰일석유를 확보한 이후부터 더 이상은 파견 함대가 필요 없게 됐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산 석유와 LNG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이미 나타난 바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 IEEFA(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LNG 수입에서 미국산 비중은 2021년 약 25% 수준에서 2024년 약 45%까지 상승했으며, 2025년에는 55~60%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된다. 수입 물량 기준으로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EU의 미국산 LNG 수입은 2021년 약 21bcm(210억㎥) 수준에서 2025년에는 약 81bcm으로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기반으로 LNG 수출 능력을 급격히 늘리며 현재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2024년 미국 LNG 수출은 하루 평균 약 12.2Bcf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공급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동 LNG의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인 만큼 해협 긴장이 고조될 경우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산 LNG의 상대적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 공급 안정성이 높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실제 미국산 에너지 수입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20~25%를 차지하는 중동산을 대체해 일부를 미국산으로 대체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과도 맞닿아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통해 총 1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한국 역시 LNG 도입선 다변화와 가스 비축 확대, 전원 믹스 차원의 리스크 관리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유가가 잠시 높아질 수 있지만 이 일이 끝나면 다시 떨어질 것이며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배경으로 미국의 에너지 지정학 전략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산 원유와 가스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산 원유 확보 움직임을 보이는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적으로 미국산 석유와 LNG의 시장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성이 높은 미국산 에너지의 경쟁력이 부각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LNG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나타난 바 있다. 유럽연합(EU)의 LNG 수입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2021년 약 26% 수준에서 2025년에는 62% 이상으로 확대됐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공급 안정성이 높은 지역의 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됐다. 특히 가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LNG 수출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한 반면, 카타르 등 중동 LNG의 상당 물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협 긴장이 고조될수록 중동 LNG는 공급 리스크가 커지고, 상대적으로 운송 경로가 안정적인 미국산 LNG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 LNG는 목적지 변경이 가능한 계약 구조(destination flexibility)와 허브 가격 연동 방식 등 거래 유연성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어 위기 상황에서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될수록 미국산 가스의 시장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 일부러 에너지 판매를 위해 위기를 조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미국 국내 정치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 역시 물가 부담이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각국의 에너지 전략과 공급망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지정학적 위기, 에너지 안보를 다시 묻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달 18일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5,500억 달러(약 800조 원) 규모 대미 투자 가운데 첫 3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 조지아주 인공 다이아몬드, 텍사스주 석유·가스 수출 항만 정비 등 에너지와 산업 인프라가 핵심이다. 일본의 이런 행보는 이미 합의된 대미 투자를 단순한 자본 이전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에너지 안보 및 경제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 효용성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자국의 에너지 및 자원 부문이 가진 한계를 동맹 영토 내에서 관련 산업의 거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 안보를 동맹의 구조 속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중동 정세가 급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출렁이고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마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7%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무역의 병목지점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직접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곧 물가와 제조업 비용 상승으로 연결되고, 이는 수출 경쟁력에는 물론 국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나 일본 에너지 수송의 취약성은 호르무즈 해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만 유사 사태 혹은 대만 주요 항구를 봉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거나, 남중국해·동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동북아 해상 교통로 역시 위험에 노출된다. 동북아시아 시장에로의 에너지 수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상 수송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요컨대 중동과 동북아는 에너지 수송 네트워크로 연결된 하나의 해상 전략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일본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결정과 최근 중동 정세를 통해 우리가 다시금 상기해야 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일본은 동맹의 내부에서 에너지 안보 및 경제 안보와 관련된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한국 역시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중장기적인 구조 설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와 해상 안보를 분리하지 않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이 연장선에서 해상 교통로 안정과 시장 불안 완화를 위한 정책 공조, 위기 상황에 대비한 정보 공유 체계를 한미 동맹의 틀과 연계하고, 나아가 이를 한·미·일 협력의 틀에서 추진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또한 미국산 원유·LNG 도입 확대를 포함해 공급 구조의 분산 역시 필요하다.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반복적으로 동일한 취약성을 노출시킨다. 이런 점에서 동맹이자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확대는 에너지 안보 및 해상 안보 차원에서도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 안보를 동맹과 연계시킴으로써 상호 보완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수입 화석연료 의존 자체를 지속해서 낮추려는 노력 역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수입산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일 뿐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 완화 전략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가 된 시대에,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수급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중심 의제다.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입체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임은정

“호르무즈해협 14일 이상 봉쇄 땐…세계경제, 구조전환 국면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헤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 이란군은 이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항공 허브도 운영을 중단했다.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가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상태다. 이같은 봉쇄로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경제권의 에너지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감소는 산업 정체와 국내 에너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14일 이상 봉쇄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세계 경제는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변동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 기관인 '스페셜유라시아(SpecialEurasia)'는 이 기관의 공동 설립자이자 리서치 매니저인 줄리아노 비폴키 박사 명의로 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글로벌 경제 충격'이란 보고서를 공개했다. 스페셜유라시아는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지정학·국제정세 분석 및 리스크 평가 기관으로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2,000만 배럴 증발…에너지 시장의 '급소' 보고서에서 비폴키 박사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6년 초 기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도 동시에 차단되면서 전력·철강·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전반이 심각한 공급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봉쇄가 72시간만 지속돼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봉쇄가 14일 이상 장기화될 경우 이는 단순한 가격 급등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의 구조적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의 전략 비축유(SPR) 방출이 단기 완충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물류 병목과 가격 급등까지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약 하루 700만 배럴)과 UAE의 아부다비–푸자이라 송유관(약 하루 150만 배럴)을 모두 최대치로 가동하더라도, 봉쇄로 사라지는 하루 2000만 배럴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항공·해상 물류 동시 마비…공급망 비용 폭증 에너지 충격과 함께 물류 부문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내 주요 항공 허브의 운영 중단으로 서구와 아시아를 잇는 항공 화물 네트워크가 흔들리고,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의약품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두바이 국제공항의 기능이 제한될 경우 글로벌 환승 및 항공 물류 흐름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 부문에서는 페르시아만 항로의 전쟁 위험 보험료가 약 50% 급등하고, 일부 보험사는 보장 자체를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병목 현상이 벌어지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운송 기간이 10~15일 늘어나며 연료비와 운임이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 보고서는 이를 “전 세계 물류 비용의 급격한 상승(precipitous increase)"으로 표현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 이상이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봉쇄가 2주를 넘길 경우 이들 국가에서는 산업 생산의 '눈에 띄는 위축(marked contraction)'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원유 수입량의 약 50%를 이 경로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 봉쇄 시 제조업 생산 차질과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14일 이후에는 '충격'에서 '전환'으로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4일을 넘길 경우 세계 경제가 단기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시점부터 시장은 봉쇄를 일시적 충격이 아닌 장기 공급 단절로 인식하게 되고,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페르시아만의 신뢰성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재고 확대와 공급망의 지리적 분산, 특정 항로 의존도 축소 전략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14일이 분기점으로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적 공급 손실 규모다.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차단되면 2주 동안 약 2억8000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지는데, 이는 전략비축유로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류 측면에서도 해상 보험료와 운임이 급등하고, 유럽–아시아 노선의 우회 운항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운송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산업 현장 역시 14일을 넘기면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운영 재고는 통상 7~14일 수준에 불과해, 이 시점을 지나면 감산을 넘어 라인 중단이나 휴업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른다. 특히 한국·일본·중국처럼 연속 공정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취약성이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가스 위기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유럽은 전쟁 발발 후 2~3주 만에 러시아 가스 중심의 기존 에너지 체제를 포기하고 LNG 기반 구조로 전환했으며, 이후 공급 여건이 일부 개선됐음에도 과거 체제로 돌아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 경험을 근거로 14일을 넘긴 봉쇄는 '충격'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며, 봉쇄 해제 이후에도 과거의 저비용·고효율 에너지·물류 시스템으로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긴급 분석] 중동 충돌, 한국 에너지시장 흔드나…‘가격 충격’ 가능성 커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 에너지 시장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국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변수는 국제유가 움직임이다. 중동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실제 공급 차질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 불안 심리가 확대되며 유가가 선제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 자체가 곧바로 수입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물리적 봉쇄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선박 보험료 상승과 항로 우회가 현실화되며 에너지 도입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중동 위기 때도 실제 공급 중단보다 운송 비용과 시장 불안이 먼저 가격을 밀어 올린 사례가 반복됐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발생하면 실제 봉쇄가 없더라도 운임 상승, 항로 우회, 보험료 급등 등이 동시에 발생해 사실상의 공급 비용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과거 이란-미국 갈등 국면에서도 물리적 수송 차질보다 가격 급등이 먼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 역시 '공급 위기'보다 '가격 충격' 가능성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기 계약 구조가 많은 한국의 특성상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제 현물 LNG 가격이 상승하면 아시아와 유럽 간 물량 확보 경쟁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겨울철이나 수요 변동기에 국내 가스 조달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 시장 역시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LNG 가격 상승은 전력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 상승과 한전의 전력구입비 증가로 연결된다. 최근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던 한국전력에도 다시 비용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은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 부담이 확대되며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 위험이 '공급 부족'보다는 '가격 충격'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물량이 끊길 가능성보다 시장 심리 변화가 가격을 움직이는 국면"이라며 “중동 긴장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에너지 안보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원유와 가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에너지 가격과 산업 비용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인 수급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충분한 비축 물량과 공급선 다변화 체계가 일정 수준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일회성 충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경우, 에너지 조달 전략과 전력·가스 시장 안정 정책 전반의 재점검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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