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에너지 시장에서 고착된 선입관

'호르무즈' 사태 이후 세계 석유 시장형성 기조(基調)는 1) 기존 시장 질서 회복 시도와 2) AI(인공지능)의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혼존(混存)이다. 우선 '호르무즈' 사태 이후 기존 질서 회복 시도는; 페르시아만 수출국들의 파이프라인 확장을 통한 '호르무즈' 우회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UAE(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는 이미 대체 수출 경로를 확대-운영한다. 여기다 베네수엘라, 이란과 러시아의 추가 수출이 예상된다. 미국 영향권에 있는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은 이미 125만 배럴/일 수준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원유 생산의 중복성, 저장능력 확대, 그리고 다양한 수출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미래 원유시장 변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사실 미국-이란 전쟁이 처음 발발하였을 때 1)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절대 폐쇄하지 않을 것이며, 2) 폐쇄되더라도 몇 주 이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무기한 해협 폐쇄 가능성이 제기되자 결국 비상 대책들이 나왔다. UAE의 OPEC 탈퇴는 그 대표적일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UAE(아랍 토후국 연합)는 자국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0만 배럴로 늘리는 노력을 해 왔으나 OPEC 내부 합의에 실패하였다. 이번 조치는 자국 에너지 독립성 제고를 위한 비상책일 것이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내륙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호르무즈를 우회하고 있다. '이라크' 역시 남부 유전 생산이 70% 급감하여 비상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이번 위기는 호르무즈 해협 우회를 위한 '인프라' 건설 경쟁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여건 아래 지난 6월 10일 국제원유시장은 미국 WTI(서부 텍사스중질유) 가격은 종전 거래일 대비 3.4% 내린 88.20달러/배럴 수준으로 시작되었다. 북해산 Brent유는 91.73달러, 천연가스는 약 0.22% 하락한 3.14 달러/백만BTU(영국열량단위) 수준을 보였다. 통상적 시장변화 범주 아래 있다.그러나 길게 보면 이러한 가격 변화 이면에는 석유, 가스, 석유화학, 비료, 헬륨 등 상호 연결된 원자재 사슬 전반에 걸친 위기 요인들이 누적되고 있다. 그 위기는 시장가격 '리스크'에서 배송 및 시장접근 위험으로 바뀌고 있다. 석유 등 에너지 시장의 본원적 한계인 고갈 가능성과 함께 공급망 유연성 부족 우려가 더해지는 셈이다. 두 번째 석유 시장형성 기조는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과 에너지시스템/시장과의 연계이다. 이를 통한 지속적 융합-고(高)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이란 인간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등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을 말한다. 차세대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에 매우 유용하단다. 예컨대 신형 SMR(중소형 핵융합로)와 재생 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AI 활용 효율성이 입증되고 있단다. 특히 전력 수요 급증 대처와 수급 체계 건전화 차원에서 AI는 미래 전력 체계 변화의 장-단점을 손쉽게 검증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AI시대를 여는' 이재명 정부 시대를 살고 있다. 작년 6월 취임 직후부터 AI 선거공약을 적극 시행 중이다. 주요 공약은 관련 정부예산 지속 증액과 민간투자 100조 원 수준 달성, 데이터 센터 등 AI 고속도로 구축, 최신 GPU(최소 5만 개) 확보, 미래 인재 육성 등이다. 여기다 대통령실 'AI 정책수석'이 신설되었다. 취임 2년 차인 올해는 1) 'AI 3대 강국 도약 2) 첨단전략 산업 등 핵심기술 개발 3) AI 인재 1,1만 명 양성과 고성능 GPU 1.5만 장 추가 구매 4) 150조 원 수준 국민 성장 펀드(5년간) 조성 등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성공을 바란다. 그러나 AI 정책 실패는 AI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는 국내외 전문가 지적에 유념해야 한다. 실제로 대규모 AI 모델을 도입, 운영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나 AI는 다양한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고는 한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다. AI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검증이 중요하다. 특히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고려하고, 수명 기간 전반에 걸친 동태적-객관적 경쟁력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AI 투자 평가 기준이 모델 성능에서 '와트당 토큰 가치'로 전환되고, '전력 경제학'이 생존의 핵심 화두로 부상한단다. 사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AI 첨단 모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규정한 이래 글로벌 AI 기업들의 대형 IPO(자본 모집을 위한 기업공개)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그만큼 유동성 우려가 커진다. 따라서 글로벌 AI 질서는 미국 중심의 민간 'AI 생태계' 성공 여부에 크게 달려 있다. 사실 AI 붐은 에너지 산업에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분명히 있다. 우선 AI 데이터 센터용 전력 공급 가능성 차원 우려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노후화된 기존 전력망을 가진 현재 여건에서 국가 민생 복리를 저해하지 않는 '효율적' AI 전력 수요대처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효율적 AI 도구 활용 조건에 상충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 해결 과제가 도출되는 셈이다. 여러 전문 의견을 종합할 때 거시 측면의 AI 투자/사업 효율화 방안에 대한 확실한 결론은 아직 없다. AI 투자/사업이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절약 가능한지에 대해 전문가 견해마저 엇갈린다. 따라서 AI 투자는 위험 회피 전략 요소를 구비 해야 한다. AI 투자 편익을 기존 화석 연료 소비 시설 (발전소 등) 비용 합리화에 재투자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석유파동 때 직시한 '석유 메이저(Oil Major)'들의 '영역 독과점' 폐해를 다시 볼지 모른다. ekn@ekn.co.kr

[EE칼럼] 국가 에너지 공급망, 유비무환이 답이다

전 세계 에너지와 물류 대란을 일으켰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드디어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배럴당 120불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80불대로 하락했다. 휴전에 대한 양국의 양해각서가 전쟁의 완전 종식으로 끝날 때까지 불확실성은 남아있겠지만 당분간은 석유가스 공급망에 숨통이 트이고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줄이거나 회피할 수 있을까? 한국은 93% 이상의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60% 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50 탄소중립이 원하는 계획대로 목표 달성이 되더라도 남은 25년간의 전환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넘어가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험했듯이 에너지 공급은 몇 달 아니 며칠만 문제가 되더라도 국민 생활과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곧바로 생존 문제로 다가온다. 그동안의 정부 대책은 현실성 없는 장밋빛 계획만 짜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자료와 현실에 기반한 전망 대신에 희망을 담은 계획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아프게 할 것이다. 탄소중립의 시간표 안에서 어떻게 국가 에너지 공급망을 설계하고 실천에 옮길 것인지 정말로 중요한 시점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말라“는 말이 있듯이 에너지원의 해외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익을 떠나 보험처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제적 손실일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발생할 공급망 차질을 고려하면 국가적 차원에서는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국내 비축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방출량과 시기를 결정하여 안정적인 국내 공급과 실질적인 공급가격에 기여할 수 있는 비축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축량을 보관만 하다가 마음의 안정만 얻고 정작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정책으로는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여 현재 10%인 자원개발률을 40% 수준으로 높여야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공급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일본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한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자원개발률이 40%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목에서 탈탄소를 외치는 시기에 석유가스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한 소리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2050년 한국의 석유가스 소비량이 반토막 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 확보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 한국의 자원개발률은 20%에 불과하다. 한국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07년 4%에서 2015년 15%로 최고점을 찍은 후 부실투자에 따른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으로 2025년 10%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 만약 일각의 예상대로 2050까지 석유가스의 소비가 증가하하거나 최고점에 도달한다면 한국의 자원개발율은 10% 이하로 유지될 것이 뻔한 일이다. 즉, 한국은 고스란히 자원공급망 위기에 노출되고 국제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어려움이 반복될 것이다. 이상적인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은 국내 자원개발이다. 국내 대륙붕 개발을 포함한 국내 자원 확보가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국가 자원 공급망 확보 정책이 될 것이다. 도입과 비축의 위험성이 모두 사라진다. 다행히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영국의 메이저사인 BP가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 있다. 이는 국내 탐사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BP가 참여한다고 당장 탐사시추룰 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 대륙붕에서 가스가 발견되는 것도 아니지만 탈정치화가 된다면 이제부터라도 정상적인 탐사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자원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정책의 지속성과 사업의 경제성에 있다. 정치와 무관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 기반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묵묵히 추진하는 것이 답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밝게 보이는 미래는 곧 어려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bienns@ekn.kr

[EE칼럼] 자원공기업 혁신, 일본은 했는데 우리는 못하는 이유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우리나라 3대 자원공기업의 혁신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원공기업의 혁신은 조직개편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광물 안보를 강화하면서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우리나라와 같은 자원빈국인 일본은 자원공기업에 대한 개혁에서는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례로 JOGMEC(조그맥)이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석유,가스 분야와 금속 광물 분야의 기관을 통합해 조그맥을 설립했다. 이후 2012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기능을 더욱 확대했다. 통합 이전 문제는 기관별 업무 중복, 투자 판단 분산, 해외 자원개발 협상력 부족, 민간기업 지원 체계 미흡이었다. 하지만 통합 이후의 변화는 자원개발 컨터롤타워 구축, 해외 프로젝트 투자.융자.보증 기능 일원화,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 국가 차원의 자원안보 전략 수행이다.조그맥은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의 “자원개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일본 정부가 조그맥 설립을 통해 얻은 성과는 첫째, 에너지.광물 안보 강화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LNG 확보를 크게 확대했고, 중동, 호주, 동남아, 아프리카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 들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조그맥의 보증과 금융 지원을 활용해 대형 LNG 사업에 진출했다. 둘째, 민간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일본은 공기업이 직접 사업을 독점하지 않고 정부가 조그맥으로 그리고 민간 종합상사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구축해 실행했다. 사례는 미쓰비시, 미쯔이 등 종합상사와 INPEX(국제석유개발제석)가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했다. 셋째, 위험 분산 체계를 구축했다. 해외 자원개발은 성공 확률이 낮고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따라서 일본은 정부 보증, 정책 금융, 탐사 및 기술 지원 등의 체계를 통해 민간기업의 위험을 줄여줬다. 넷째,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성과다. 일본은 최근에는 석유보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우라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다. 물론 일본도 해외 자원개발에 있어 실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해외 광산 투자 손실과 자원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 정부 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정치 논란에 따른 무리한 투자를 상대적으로 적게 하고 전문가 중심의 투자 심사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하다. 우리 자원공기업이 가야할 길은 단순히 수익을 내는 공기업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안보와 핵심광물 확보를 책임지는 전략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정권마다 공기업 혁신을 말하면서 구체적 실행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 몇가지를 지적한다면 첫째, 해외 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석유, 가스, 우라늄과 리튬, 니켈, 구리, 희토류 등 에너지와 핵심광물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이들 에너지, 광물 확보는 단순 지분 투자보다 직접 운영 역량 확대가 중요하다. 또한 자원부국과 중장기 공급 계약 체결도 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원 확보는 경제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공기업이 위험성이 큰 초기 탐사를 담당하고, 개발 단계부터는 민간이 참여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예를들어 배터리, 철강, 반도체 기업과 혐력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둘째, 방만 경영을 개선해야 한다. 중복되는 조직 통폐합과 성과 중심 보상 체계 등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자산에 대한 정기적 가치 평가를 하며 투자 실패에 대해선 분석을 통해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AI 기반의 자원개발이다. 세계 주요 에너지 및 광산 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탐사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가 에너지, 자원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조그맥처럼 자원 안보를 총괄하는 기관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산업통상부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업공단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전과 5개 발전공기업, 한수원을 관리하는 이원화 체계에 있어 제각기 역할이 분산되어 있다. 다섯째, 에너지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석유, 가스 뿐만 아니라 우라늄, 리튬,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의 핵심광물 확보를 강화해야 한다. 여섯째, 국가 차원의 자원 안보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연구기관 간 협업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또한 해외사업과 자원외교가 연계되어야 하며, 핵심광물 비축도 더 확대돼야 한다. 특히 집중해야 할 분야는 향후 20~30년 동안 에너지.광물 안보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우라늄, 천연가스, 리튬, 니켈, 구리, 희토류의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원전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우라늄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참여하는 해외 우라늄 광산개발 연합팀을 가동해 확보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과제 해결은 정부의 의지다. 기업들의 해외 광산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쇼는 “정권 리스크"이다. 자원정책이 정권 교체때마다 냉온탕을 오갔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지금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다음 정권에서 기조가 바꿔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업계의 우려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정부가 통제 가능한 자원공기업부터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 bienns@ekn.kr

귀뚜라미그룹, 경북 의성군·칠곡군서 장학금 1억 전달

귀뚜라미그룹(회장 최진민)은 경북 의성군과 칠곡군 관내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귀뚜라미 장학금'을 지난 10일 후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장학금은 총 1억원으로 의성군 장학생 50명과 칠곡군 장학생 45명의 학업 장려를 위해 두 지방자치단체에 5000만 원씩 전달됐다. 41년간 이어진 귀뚜라미 장학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혜택 받은 장학생은 약 7만명에 달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공사, 천연가스 주배관 140㎞·공급관리소 12곳 추가 확충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주배관과 공급관리소를 추가로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가스공사는 이달 1일 기준 전국 가스 공급용 주배관 5346㎞, 공급관리소 445개소를 운영중이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주배관 길이는 140㎞, 공급관리소는 12개소가 증가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경북 구미 복합발전소 공급을 위한 배관을 건설한 것을 비롯해 전남 보성군 권역(장흥∼보성) 가스 공급용 주배관 건설, 충청권(청주∼사리) 배관망 연장 등으로 인프라를 확충했다. 이에 따라 현재 34개 도시가스 업체를 통해 전국 216개 지자체, 2039만9000세대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보급률은 83.5%에 달한다. 가스공사는 올해 충남 당진·서산 2개 시군의 4천100가구와 4개 산업단지에도 추가로 천연가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韓 LNG선 호르무즈 극적 통과했지만…다시 ‘전면전 위기’에 남은 24척 발동동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이 2척째 해협을 통과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군사 갈등은 다시 깊어지고 있어 해협이 완전 개방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11일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대기 중이던 한국 선박 1척이 해협을 빠져나와 정상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한국인 선원 8명이 승선해 있다. 현재 안전하게 항해 중이며 목적지는 한국이 아닌 제3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당 선박의 통항은 외국계 용선주가 이란 측과 협의를 진행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 운항을 지원하고 있으며, 선원과 선사 보호를 위해 선명과 용선주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LNG 운반선의 통과는 HMM 소속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지 약 20일 만에 이뤄졌다. 2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한 유니버설 위너호는 지난 10일 울산항에 입항했으며, 당시에는 우리 정부가 직접 이란 측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내에 남아 있는 한국 관련 선박은 24척으로 줄었다. 현재 해협 인근에 체류 중인 한국인 선원은 외국 선박 승선자를 포함해 총 139명이다. 정부는 남아 있는 선박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이란 및 유관국들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란 측에 우리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조속하고 안전한 항행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 개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력 충돌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대이란 공습이 현지시간으로 10일까지 이틀째 진행된 가운데, 폭스뉴스의 트레이 잉스트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군 전투기들이 이날 이란 목표물들을 겨냥해 토마호크 미사일 49기를 발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군의 공격으로 미군 헬기가 격추 당해 미군이 가까스로 조종사들을 구출한 바 있다. 미군은 즉각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바레인의 미5함대 기지 등 중동 지역 미군 기지 18곳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왕고래’ 재시동…석유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석유공룡 BP 최종 선정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의 공동 개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글로벌 메이저 BP에 대한 공동 개발 참여를 산업부가 최종 승인을 했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안보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내 유가스전 개발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BP 측에 공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통보하고 현재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석유공사는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자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0월 공동 개발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 입찰을 실시했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영국 기반의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BP를 임시 선정했다. 하지만 법상 광권을 갖고 있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권자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근까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김 장관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으로 태평양을 넘나들며 협상에 임하고 있었고, 때마침 국감이 열려 국회에도 출석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우선협상대상자로 BP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언론에 먼저 나가자 김 장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격노하며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 소식은 당시 국감장에서 의원이 먼저 언급을 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올해 4월 합의 유효기간 180일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 석유공사는 산업부와 협의 아래 유효기간을 9월까지 연장했다. 그리고 지난달에 BP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BP는 공식적으로 석유공사로부터 동해심해 가스전의 탐사 및 시추 자료를 얻어 정밀 분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정식 계약을 맺게 된다. 경북 포항 앞바다에 위치한 동해심해 가스전에는 7개의 유망구조가 있으며, 탐사이론적으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 20~30%의 성공률로 보더라도 국내 소비량의 3~4년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 대왕고래 구조에서 1차 탐사시추를 했지만 경제성 있는 매장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석유공사와 전문가들은 가스가 다른 구조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나머지 6개 구조 모두 시추를 할만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한번의 시추에 120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보다 신중한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BP는 글로벌 최고 역량을 가진 석유 메이저사다. 유럽 북해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석유, 가스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연가스 밸류체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BP는 심해 가스전 개발 경험이 많아 이번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석유공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국내 가스전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국가 에너지 안보가 대폭 향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승신 C2S 컨설팅 대표는 “동해 심해전 가스개발사업 승인은 호르무즈 사태로 탄화수소 중요성을 깨닫게된 세계적 흐름에 걸맞는 에너지 실용주의라 할 수 있다"며 “이란 전쟁은 공급처 다변화만으로 에너지 공급이 어려우며 국내 석유와 가스전 개발과 탐사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것이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포스코인터 황의용 상무 “알래스카 LNG, 아시아 에너지 안보·물류 장벽 뚫을 열쇠”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알래스카 LN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연간 8500만톤에 이르는 LNG 수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는 아무런 병목구간없이 빠른 시간 안에 아시아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점을 알래스카 LNG 사업의 가장 강점으로 보고 적극적인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4일 외교부 및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5차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황의용 LNG사업실장(상무)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와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하게 피력했다. 황 상무는 “당사는 프로젝트의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시에 프로젝트에 필요한 철강 소재 공급사이며, 향후 생산될 LNG의 구매업체(수요처)로서 삼중의 역할을 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1단계: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슬로프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739마일(약 1190km)의 가스관 건설을 통해 남부까지 공급 △2단계: 68마일(약 110km) 가스관 추가 건설 및 남부 니키스키지역 LNG 수출터미널 건설을 통해 아시아로 LNG를 수출하는 사업이다. 수출은 연간 2000만톤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프로젝트 운영사와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의 기업들이 1300만톤을 가계약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사업에서 세 분야에 참여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42인치 구경 고압 가스관 소요 소재 공급 △연간 100만톤씩 20년 장기 LNG 수입 △프로젝트에 대한 자본 투자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당초 440억달러(약 60조원)로 추정됐으나, 중동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현재는 600억달러(약 83조원)가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다르게 보고 있다. 황 상무는 “초기 파이프라인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젝트의 총비용을 봐야 한다"며 “북극권 노스슬로프 유전에 갇혀 있는 원료 가스(Feedgas) 가격이 매우 저렴한 데다, 아시아로의 운송 비용이 타 지역 대비 현저히 낮기 때문에 종합적인 가격 경쟁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래스카 LNG는 중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아시아 시장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황 상무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중동에서 아시아로 수출된 LNG는 약 8500만톤인데,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탄소중립 흐름으로 아시아의 LNG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 LNG 물량의 아시아 수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심각한 교통 정체로 미국 멕시코만에서 출발하는 LNG 선박의 아시아 수송 기간은 70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황 상무는 “알래스카 LNG는 지정학적 위험도, 물류 장벽도 없는 완벽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며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아시아로 직행할 수 있는 압도적인 물류 이점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컨퍼러스에서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최근 세계 유수의 프로젝트 금융 은행들이 최종투자결정(FID)을 바로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조건을 제안했다"며 “아직 다른 기업들과 진행 중인 합의와 주의회에서 논의 중인 세금 관련 법안이 마무리 되면 FID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금 관련 법안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참여 기업들에게 향후 36년간 총 72억달러의 지방세를 감면하는 법안으로, 주의회의 반대로 올해 정기회기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던리비 주지사는 이 법안의 통과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회기를 소집한 상태이다. 던리비 주지사는 “계약 업체들에게 내년 1분기까지 노스슬로프 현장에 설비를 배치하기를 요청해 놓았다"며 “이로써 2027~2028년도에 건설 작업을 수행하고, 2029년도 시운전을 거쳐, 2029년도 하반기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성환 장관 “제2의 러·우 전쟁 특수 없다…민간 LNG 발전 이윤 통제할 것”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가스가격 상승이 한국전력 적자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일부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가 가격 급등에 따른 특혜를 봤다고 보고 중동전쟁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민간 LNG업체들이 특별한 이익을 얻었다. 이번에는 적정한 이익은 보장하되 과도한 이익은 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SMP가 급등하면서 저렴한 LNG를 확보해 둔 민간 발전사업자와 연료비 부담이 없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높은 전력 판매가격의 수혜를 입었던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가스가격 급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SMP가 kWh당 200원을 넘었고 그 부담이 전기요금과 한전 적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당시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는 연평균 SMP 수준은 kWh당 약 146원인데 최근 SMP는 126원 수준으로 아직 한전에 큰 부담을 주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쟁 영향으로 발전사들이 선물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확보한 LNG 물량이 향후 전력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요금정보에 따르면 이번달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기가줄(GJ)당 1만9379원으로 전월(1만7961원) 대비 7.9% 올랐다. 중동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결정된 3월 요금(약 GJ당 1만6048원)과 비교하면 약 20.1% 상승했다. 이에 따라 SMP도 kWh당 100원대에서 120원대까지 올랐다. 김 장관은 SMP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SMP 상한제나 가스가격 상한제 등 어떤 세부 정책을 펼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사후정산제를 거론하며 LNG 발전에도 석탄·원전과 유사한 정산체계를 적용하는 방안도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가스가격이 SMP를 결정하는 구조인데 석탄과 원자력 발전은 정산을 통해 일정 부분 통제를 받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은 당시 상당한 이익을 본 곳들이 있었다"며 “이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부담이 고스란히 한전 적자로 쌓였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가스발전이 폭리를 취하지 않고 적정 이윤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상한제 혹은 사후정산제로 표현할지를 고려해 보고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국제원유가격의 하락과 국내 석유제품가격의 비대칭성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지난주 이란 사태가 종결될 기미가 보이자 국제원유시장의 가격이 WTI를 선두로 Brent와 Dubai유 모두 90달러 선으로 급락하였다. 미국 EIA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330만 배럴 이상 감소해 6주 연속 감소하였다고 발표했지만 그 감소 폭이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400여만 배럴에 못 미치면서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물가격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2월 말에 시작된 이번 사태가 약 3개월 만에 일단 안정되는 모양이다. 사태의 종결이 확정되고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유조선들이 다시 운항을 재개하면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인 70달러 선으로 거의 곧바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Dubai유 기준 2월 말 70달러 수준이던 국제원유시장 가격은 3월 중순에 1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4~5월 내내 100달러 선에 머물러 왔다. 이번 전쟁과 같은 공급 부문의 쇼크가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시적이라는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오랜 분석 결과가 이번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시설은 대규모 피해가 없어 앞으로의 수급에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완전히 위험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이번 사태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기에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원유 수송경로 등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이제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준비하여 내어놓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란 사태의 영향을 진정시키기 위해 실시한 정책들을 이제 하나둘씩 거두어 드릴 필요가 있다. 그 중 특히 석유제품가격에 대한 최고가격 고시 방침은 빠른 시한 안에 종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는 최고가 고시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이 이번에만 폭등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1월 국제원유시장 가격은 20달러대로 시작하였으나 2005년 이후 급증한 중국의 소비량으로 2008년 8월에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나 2009년 초 40달러 초반까지 폭락했다가 이후 다시 상승하여 2011~2014년 기간 동안 100~120달러대를 유지하였다. 이후 다시 낮아진 국제유가는 한때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21년 다시 상승하기 시작, 2022년에 다시금 120달러를 돌파하였었다. 이후 60~70달러대로 안정적이던 국제유가가 올해 초 이란 전쟁으로 130달러까지 폭등한 것이었다. 국제유가가 폭등하였을 때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140달러 이상 폭등했던 2008년 여름, 이명박 정부는 '휘발유가격이 묘하다'고 언급하면서 국내 정유사에게 리터당 100원씩을 인하하라고 압박하였으며, 역시 120달러 이상 치솟았던 문재인 정부 때는 휘발유, 경유에 붙는 세금을 리터당 100원가량 깎아 가격을 인하하였다. 한편, 이번 정부는 1993년에 퇴출시켰던 최고가격고시제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국내 소비자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지난 이명박, 문재인 정부는 모두 1993년 이후 시행해 온 석유제품의 시장가격 결정방식을 유지한 채로 중간 단계의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시행한 반면, 이번 정부는 정부가 직접 소비자 가격을 제한하는 예전 방식을 다시 적용한 것이다.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가격의 절반은 수입과정의 세금과 특별소비세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액형이기에 국제유가 변동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즉, 예를 들어 국제원유가격이 2배 올라도 국내 제품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 절반 정도인 것이다. 그 반대로 국제가격이 절반으로 하락해도 국내 제품가격은 그 절반 정도만 하락하게 된다. 이를 보통 비대칭성(asymmetry)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환율이 변동하는 경우 이 영향도 추가되어 국제가격과 국내가격 변동의 비대칭적인 차이를 만들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대칭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주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 나타나게 되는데, 국제가격의 하락폭에 비해 국내가격이 하락폭이 매우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시행중인 최고가격 고시제도는 국제원유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그 조정속도를 느리게 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하는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만을 오히려 중폭시킬 수 있다. 최고가 고시는 긴급한 시기에는 효과적이나,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여러 부작용을 일으킴이 알려져 있었기에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시장가격 결정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며 이명박, 문재인 정부도 그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국제원유시장이 안정되어 가고 있는 지금, 응급처방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들을 늦지 않게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바란다. bienn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