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하면서 저축은행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릴 경우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불안심리가 완화되면서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과 함께 예금보험료율(예보료)도 함께 올릴 경우 저축은행이 비용 부담을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금융사 모두에게 손해라는 우려도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제도란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적립하고, 만일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대신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한도는 2001년 금융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 이자를 합해 5000만원으로 정해진 후 23년간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여야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기로 하면서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된다. 이번 조치로 수혜를 보는 곳은 단연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 안정성 등을 우려해 저축은행 한 곳당 5000만원까지만 예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중 상호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73%로 예금은행 저축성수신금리(3.40%)를 상회한다. 그러나 이를 1억원으로 올리면 시중 자금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과거에 비해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유동성 지표를 관리하는 게 보다 수월하다.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가 2022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때는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원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데, 저축은행에서는 5000만원만 넣어두면 안전하다는 불안심리가 상존한다"며 “한도가 늘면 저축은행의 유동성 지표 관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도 변경이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심리 완화, 금융시스템 안정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수혜는 소수만 누릴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현행 예금자보호한도에서 은행권의 보호예금자 수 비중은 97.8%, 상호저축은행은 97.2%다. 즉 보호한도를 올리면 이에 대한 편익은 예금자의 약 2%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이 부동산 경기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오히려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은 부동산 PF 대출 등 고위험 분야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저축은행의 수신이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가 올라가면 수혜를 받는 금융소비자는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한 사람들인데, 이분들이 과연 배려 받아야 할 대상인지 의문"이라며 “저축은행이 늘어난 수신 자금을 제대로 운용할 지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계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예보료율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업권별 예보료율을 보면 저축은행이 0.40%로 은행 0.08%, 금융투자 0.15%, 생명보험 0.15%, 손해보험 0.15% 등 타 업권보다 높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는 예금 등의 연평균잔액에 0.40%를 곱해 산정된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저축은행이 부담하는 예보료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다. 이번 개정안 처리를 계기로 예금보험료율까지 올라가면 저축은행은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을 대출금리 등에 전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험료가 올라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나, 예보요율까지 건드리면 금융소비자, 금융사 모두에게 손해"라며 “예보료율이 추가로 인상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의 경영 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보험료율 등급을 현행 5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져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업권별 영향은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는 현행 예금보험료율 한도(0.5%)의 존속기한을 2027년 12월 말까지로 연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