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펫보험 시장 선점에 팔을 걷고 있다. 최근 들어 소비자 수요에 밀접한 상품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한편 시장 내 판매채널에 고시책을 책정하는 등 다각도로 화력을 높이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보험사마다 새로운 보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품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펫보험은 반려견과 반려묘의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는 상품이며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의 생후 2개월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KB손해보험은 이달 초 'KB금쪽같은 펫보험' 상품을 개정하고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보장을 선보였다. 해당 보장은 손해보험협회로부터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개정 후 반려동물 의료비 보장은 하루 최대 30만원, 연간 최대 2000만원으로 설계해 업계 최고 수준으로 늘렸다. DB손해보험도 지난 6월 '펫블리 반려견·반려묘 보험' 개정에 나서 반려동물 질환 보장을 보강했다. 다빈도 질환에 속하는 피부질환, 치과질환 등에 대한 보장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지난 8월에는 펫보험 상품의 혁신적 개발을 위해 대한수의사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 8월 '펫퍼민트 퍼피&패밀리'와 '펫퍼민트 캣&패밀리'를 개정했다. 앞서 보장하지 않았던 스케일링과 발치 등 보장을 신설하고, 특정피부약물치료 보장을 탑재했다. 입·통원의료비 연간 한도는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반려동물보험시장 내 가입률은 현재 1%대에 불과해 손해보험업권에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수는 800만마리 이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0개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펫보험 신계약건수는 3만9021건이다. 이는 지난해 신계약건수인 5만8456건의 6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최근 판매 일선에서의 경쟁도 격화되는 추세다. 이달 들어 대형 손보사들을 위주로 본격 채널 강화 경쟁이 시작되기도 했다. GA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손보사들이 일부 GA에 펫보험 판매 시 최대 700%에 이르는 시책을 제시하면서 판매에 나섰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부터 펫보험 판매 시 700% 시책을 내걸었다. 이달 들어 삼성화재는 600%, 현대해상은 300% 등의 시상금을 걸기도 했다. 시책 제공은 보험사가 특정 상품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로, 설계사가 특정 상품 판매 시 판매 수수료와 함께 시상금을 제공받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등 효과를 가져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높은 시책 제시는 지난달경 일부 대형사가 먼저 시작하고 있었는데 이달 들어 다른 회사들도 속속 시책을 올려잡으면서 GA 채널 내 판매경쟁이 본격화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들어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플랫폼의 출시로 소규모 회사들의 진출도 보다 공격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18일 카카오페이는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혁신금융서비스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중 하나다. 관련 규제의 완화 등으로 다각도의 시장 진입 또한 관측된다. 삼성화재는 미니 펫보험사 '마이브라운(가칭)'을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화재는 이를 통해 펫보험 판매를 넘어서 부가적인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위로부터 동물보험 특화 소액단기전문보험(미니보험)회사로서 보험업 영위를 예비허가 받은 단계에 있다. 미니보험사가 서비스 제공 등 강점을 활용한 혁신 상품을 선보이면 펫보험시장의 촉진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나온다. 마이브라운을 시작으로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전문보험사가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진료체계 표준화와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 반려동물 의료시장에 체계적으로 제도가 세워지지 않은 점은 시장 확대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를 제외하고서는 수익성 대비 펫보험 개발에 드는 비용 등이 더 클 수 있어 접근이 어려운 상황으로, 현재까지 경쟁에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수준에 겨우 발을 맞추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