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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집보다 예측 가능한 주거”…청년들이 정부에 던진 주택정책 과제

민간 주택사업자에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전체 공급 가구의 10~20%를 청년주택으로 의무 공급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 청년은 부모의 재산이 아닌 본인의 소득을 중심으로 주거지원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청년 매입임대주택 신청자가 청약통장 납입 횟수에서 만점을 받고도 예비입주자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는 사례도 공개됐다. 정부는 부모의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청년이 같은 조건에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임대주택에서 자가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제 분야에서는 초고가 주택에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공제한도를 설정하고, 비거주 1주택자의 세액공제를 보유 기간보다 실제 거주 기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놓고는 시가 10억원부터 100억원까지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청년 주거지원 및 초고가·비거주 주택 세제 개편 방안이 논의됐다. 청년 참석자로 나선 한채린씨는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신청했지만 청약통장 납입 횟수에서 만점을 받고도 예비번호조차 받지 못했다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한씨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저렴한 주택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주거 환경"이라며 “정부 정책의 목표가 안정적인 임대주거 제공인지, 임대에서 자가 마련까지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구축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부모의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청년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비전"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책 대상이 약 10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지원 범위와 수준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의 결혼·주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불이익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조만간 별도의 청년 주거정책 논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세 딸의 아버지이자 청년 세대의 아버지라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청년 주거 안정과 주거 사다리 구축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일회성 비용 지원보다 안정적인 임대와 자가 마련을 연결하는 구조적인 주거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정열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전문위원은 민간사업자에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전체 공급 물량의 10~20%를 청년에게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민간사업자가 용적률 상향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사업성의 일부를 청년주택 공급으로 환원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다만 공급 대상과 가격, 임대·분양 여부 등 구체적인 설계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캥거루족'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모의 자산이나 가구소득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청년 본인의 소득을 중심으로 자격을 판단하자는 내용이다.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높은 분양가와 계약금, 대출 규제로 실제 계약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김강수씨는 “청약 자체가 당첨되기 어려운 로또처럼 느껴지지만 당첨되더라도 높은 분양가 때문에 계약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도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방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수도권과 다른 형태의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광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송용헌씨는 지방에서는 주택 공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된 뒤 수년 동안 끊기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구축과 신축 아파트의 가격 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주택의 절대가격이 수도권보다 낮아 생애최초 주택 구입 지원을 받을 수 있더라도 기존 주택에서 신축 주택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방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이동을 지원하는 별도 금융상품이나 대출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수렴된 국민 의견을 토대로 초고가 거주용 1주택에 종부세 공제한도를 설정하고,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 주택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종부세 기본공제는 1세대 1주택자 12억원, 다주택자 9억원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이며 1세대 1주택자는 연령과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8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양도세는 1세대 1주택자의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이면 비과세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강 교수는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 주택에는 공제액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두고 시가 10억원부터 100억원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주하지 않는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세액공제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 보유보다 실제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다만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집주인이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강화가 중저가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세입자 부담을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부모로부터 주택 일부 지분을 상속받았다는 이유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현행 원칙은 유지하되 은행 여신심사위원회 등 별도 심사기구가 개별 사정을 검토해 타당성이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생애최초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정책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주택공급 절차 ‘60→30개월’ 단축…비거주·다주택 세 부담 차등 검토

정부가 택지개발부터 인허가·보증·금융까지 주택 공급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 추진체계로 전환해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현행 60개월에서 30개월로 단축한다.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와 도심 상가·사무실 공실을 활용하고 필요하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세제 부문에서는 실거주 주택을 보호하되 비거주·다주택·초고가 주택은 가격과 보유 목적, 납부 능력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유세 조정에 맞춰 다주택자에게 주택 처분 기회를 주고 양도소득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살펴본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분야"라며 “가계 순자산의 71.9%가 부동산인 만큼 국민의 다양한 고민을 경청해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택지 확보와 개발계획 수립, 인허가, 보증, 금융조달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공급체계를 개편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단계별 추진 시스템을 완벽하게 병행 추진 시스템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며 “택지·산업단지 개발은 물론 용도 전환과 인허가, 보증, 금융 등 모든 절차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용도 전환이 필요한 사업에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하고 법 개정 사항은 국회와 협력해 추진한다. 김 장관은 정부가 공공주택에만 집중하고 민간 공급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민간 공급이 살아나지 않으면 전체 공급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용적률 상향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멸실되면 단기적으로 공급이 줄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론회에서는 민간 주택 공급의 85%를 담당하는 사업자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브리지론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개발금융을 복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문길주 대신이엔디 회장은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도 보증이 없으면 주택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착공 이후 90% 이상 분양돼야 중도금 대출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시행사와 건설사, 후순위 금융기관이 함께 부실화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건설금융을 풀어야 실제 신축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금융위원회와 공급자 금융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PF 대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프로젝트 리츠를 활성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프로젝트 리츠를 활용하면 기업의 자기자본과 재무건전성을 확충하면서 공공임대주택과 생활 기반시설 조성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월세 시장 불안을 완화할 단기 공급수단으로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한다. 김 장관은 “전월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금융과 세제, 인허가 절차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함께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매입임대도 정상화한다. 지난 정부 사업에서 일부 부패와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는 비판에 따라 조사와 제도 정비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공급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도심의 빈 상가와 사무실,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시설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토론회에서는 공실 상가와 사무실을 청년·고령층 임대주택으로 바꾸고 공사비 대출과 정부 보증을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김 장관은 “특혜 시비 때문에 공무원들이 소극적인 측면이 있지만 공공이 개발이익을 회수하고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돌려준다면 매우 유효한 공급 방식"이라며 이른바 '김윤덕표 공급'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장관은 “택지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일부를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공공 매입 규모는 기존 3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한다. 매입가격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1가구 2주택 세제상 불이익을 완화하는 방안도 준비한다. 사전청약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기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금리 등 일부 쟁점은 추가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실거주 주택과 비거주·다주택에 동일한 세제 혜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은 국민 주거 안정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실거주자와 같은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온라인으로 접수한 7000여건의 의견에서도 비거주 주택에 실거주 주택과 같은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정부는 주택 가격과 보유 목적, 주택 수, 납세자의 부담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 부담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징벌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일률적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보유세 조정과 함께 양도세 차등화도 검토한다. 적정 규모의 주택에 실제 거주한 경우에는 세 부담을 완화하되 비거주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거나 다주택을 유지한 경우 양도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기 전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과 고령 1주택자, 지방 주택 보유자,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부담 완화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 규제는 전면적으로 풀기보다 실수요자 중심의 '핀셋 대응'을 추진한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뿐 아니라 40~50대 무주택자를 포함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전반의 주택담보대출 요건도 재검토한다. 한 총리는 “금융위원장이 생애최초 주담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요건 전반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주택 일부 지분을 상속받았다는 이유로 생애최초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개선 여부를 검토한다. 혼인신고 이후 청약·대출·세제·주거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 '결혼 페널티'도 전수조사를 거쳐 개선한다. 정부는 최근 12건을 추가로 발굴했고 부동산 정책 제안 홈페이지에도 20건 넘는 개선 요구가 접수돼 관계 부처가 검토 중이다. 한 총리는 “청년 정책 대상이 1000만명에 가까워 지원 규모와 범위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부모의 재산 규모와 관계없이 주거에서 같은 조건으로 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조만간 결혼 페널티 개선 방안과 청년 주거정책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남양주 1조원 ‘X-AI 데이터센터’ 첫발…LG CNS 등 300억원 투자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 총사업비 약 1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이 3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금융조달을 마쳤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보수적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력 공급 가능성과 전문 운영사의 참여를 앞세워 초기 사업비 확보에 성공했다. 27일 남양주마석아이디씨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남양주마석 X-AI 스마트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의 1차 금융조달에 LG CNS와 안다자산운용,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에프엔디파트너스 등 5개사가 참여했다. 남양주마석아이디씨는 에프엔디파트너스가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번 사업은 부동산개발펀드(REF) 구조로 추진된다. 1차 조달액 약 300억원은 에쿼티(자기자본) 모집과 토지 매입을 위한 금융조달 등으로 구성됐으며, 토지 계약금과 인허가 비용을 비롯한 초기 사업비로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시행자는 앞으로 인허가 진행 상황에 맞춰 2·3차 자금조달을 추진해 자기자본 규모를 최대 3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중 본PF 조달에 착수한다. PF 차입금과 금융비용, 기반시설 투자비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약 9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데이터센터는 남양주시 화도읍 답내리 일원 4만5000㎡ 부지에 연면적 3만7000㎡, 수전용량 60㎿ 규모로 조성된다. 지구단위계획 주민제안 방식으로 추진되며, 사업자는 2027년 5월까지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 착공해 2029년 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LG CNS는 이번 사업에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DBO) 역량을 제공하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다. AI 특화 인프라 구축과 장기 운영, 에너지 효율화 기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데이터센터 금융시장에서는 시공 능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여부와 전문 운영사의 참여가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꼽힌다. 수도권의 전력 계통 여유와 변전소 연계 용량이 제한되면서 전력 공급 계획이 불확실한 사업은 투자 검토 단계에서 배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남양주마석아이디씨 측은 사업부지 확보와 전력 수급에 필요한 주요 절차를 상당 부분 진행한 점이 이번 투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확보된 300억원은 전체 사업비의 약 3%에 해당하는 초기 자금으로,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여부는 추가 에쿼티 모집과 인허가, 본PF 성사에 달릴 전망이다. 김용호 에프엔디파트너스 대표는 “이번 자금조달은 사업성을 금융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본PF 조달과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G CNS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관련 인프라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구축·운영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AI 특화 인프라 기술과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의 AX(인공지능 전환)와 국내 AI 인프라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마석아이디씨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지방세수 확대와 디지털 기반시설 확충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부지 조성과 인허가, 전력·기반시설 연계 등 사업 전반에 걸쳐 남양주시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남양주마석아이디씨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데이터센터를 조성해 남양주가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국토부-서울시 ‘1만 vs 8000’ 용산개발 ‘동상이몽’…합의  ‘평행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비공개 회동을 갖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방안을 논의했지만, 주택 공급 규모를 둘러싼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급 가구 수를 둘러싸고 국제업무지구의 기능과 사업성, 서울 오피스 수요 전망까지 맞물린 쟁점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27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 장관과 오 시장이 양측 주택공급 실무자들을 배석하고 지난 24일 비공개로 만났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다. 양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비롯한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국토부와 시 모두 서울 주택 공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주택 공급 상황을 비롯한 주택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한 대화가 오간 것도 맞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29 대책을 통해 1만가구 주택 공급 의지를 밝힌 반면, 시는 국제업무지구 기능 유지 등을 이유로 최대 8000가구 공급 입장을 유지해왔다. 시의 당초 계획안은 6000가구였지만 지난해 11월부터 8000가구 상향안을 검토하며 일부 양보했지만 합의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1만가구 공급안은 기존 서울시 6000가구 계획안과 비교했을 때 공동주택은 1500가구, 주거용 오피스텔은 2500실 늘어난 규모다. 정부 1만가구 공급안은 가구당 평균 공급면적 35평 기준으로 전체 연면적 대비 주거비율이 50%에 육박한다. 시의 당초 6000가구 공급안은 전체 연면적 대비 주거비율은 약 30%였다. 당초 용산국제업무지구 주거 세대수는 뉴욕 허드슨야드(35.2%), 일본 아자부다이 힐스(36.4%) 등 해외 사례와 주변 한강변 재건축 단지를 고려해 30% 수준으로 계획됐다. 전문가들은 주거 연면적 비율이 50% 가까이 가면 업무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취지는 업무용 시설을 확충해서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비중이 높아지면 그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주거를 소유한 사람에게 개발 이익이 가게 돼 문제"라고 말했다. 오피스 수요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주거 공급 확충이 논의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에 참여했던 진장익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국제업무지구에 오피스를 많이 공급했을 때 그 물량들을 다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주거를 공급하자는 논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업무지구 취지대로 진행이 되면 좋겠지만 서울 대형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엔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A등급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4년 만에 5%를 웃돌았다. A등급 오피스는 연면적 1만평(3.3㎡) 이상, 바닥면적 330평 이상의 오피스 건물을 의미한다. 진 교수는 “강남·종로에서 기업이 이사오고 원래 있던 곳이 공실로 남으면 의미가 없다"며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는 등 기업들이 들어와 새로운 업무가 창출돼야 하는데, 그 수요가 있냐 없냐가 가장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 공급 가구 수를 두고 견해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대수를 유지하면서도 주거 연면적 비율을 줄이기 위해 가구당 평균면적을 줄여 소평 형수로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된다. 소형 평수로 공급하더라도 오피스텔보다는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정부 정책 취지에 더 맞다는 진단도 나오지만, 사업성이라는 큰 산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 교수는 “오피스텔을 공급해도 업무용보다는 주거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며 “주거용으로 공급하려면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책 취지에 부합할텐데 문제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성 측면에서 용산 같은 입지에 소형평수를 확충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교수는 “용산이 입지가 좋기 때문에 분양가가 매우 비싸고, 그렇게 해야지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일정 비율 설정해야 하지만 이게 높아지면 수익성 문제와 국제업무지구 성격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원안과 정부안을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는 주택을 두지 않았던 핵심 구역에도 주거 기능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시 원안은 국제업무존을 중앙에 두고 업무복합존과 업무지원존이 이를 둘러싸고있는 배치였다. '국제업무존'은 주거시설 없이 계획됐다. 국제업무존에는 프라임급 오피스·전시컨벤션·호텔·문화시설, '업무복합존'에는 신산업 업무공간·국제의료·오피스텔, '업무지원존'에는 일반업무·주거·교육 등 지원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반면 정부안에는 국제업무존에도 주거용 오피스텔 796실을 넣는 방향으로 계획됐다. 국제업무시설 경쟁력 상 이를 비워두는 것이 맞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제업무지구 이용객 입장에서 이를 바라본다면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핵심 업무지구는 주거용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최고 100층 높이 랜드마크 빌딩이 조성될 예정이다. 진 교수는 “롯데월드타워처럼 대기업이 해당 건물을 유치해서 들어오면 가장 좋다"면서도 “국토부와 서울시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확정해줄 수 없으니 정리가 빨리 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동탄 아파트값 한 달 새 6.25%↑…서울 제치고 전국 상승률 1위

경기 화성 동탄구 아파트값이 한 달 만에 6.25% 뛰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북권을 중심으로 1%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오름폭은 전월보다 소폭 줄었다.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으나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면서 가격과 시장심리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27일 KB국민은행 KB부동산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3일을 조사 기준일로 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29% 상승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0.41%, 연립주택이 0.12% 올랐고 단독주택은 보합을 기록했다.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87%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률 0.65%보다 오름폭이 0.22%포인트 확대됐다. 경기권 상승세를 주도한 지역은 화성 동탄구다. 동탄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4.16% 오른 데 이어 이달에는 6.25% 급등해 두 달 연속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달 상승률도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탄은 GTX-A 개통에 따른 서울 접근성 개선과 신축 대단지 선호,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주택 수요 등이 맞물리며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동탄역 인근을 중심으로 이른바 '셔틀버스 역세권'을 뜻하는 '셔세권'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일부 주요 단지의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동탄에 이어 수원 영통구가 3.06% 올랐고 광명 2.52%, 구리 2.29%, 용인 수지구 1.94%, 하남 1.74%, 성남 중원구 1.70% 등의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경기 남부와 서울 인접 지역의 강세가 경기 전체 집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반면 고양 일산서구는 0.80% 하락했고 일산동구도 0.61% 떨어졌다. 이천(-0.52%)과 파주(-0.31%) 역시 약세를 보이면서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교통과 일자리, 신축 주택 여부에 따라 가격 흐름이 뚜렷하게 갈렸다. 인천 아파트값은 0.04% 올라 전월 0.09% 하락에서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05% 올랐다. 여전히 1%대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1.07%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강북권과 외곽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랑구가 2.08%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북구도 2.01% 상승했다. 성북구 1.85%, 노원구 1.60%, 강서구 1.59%, 서대문구 1.54%, 동대문구 1.44% 등이 뒤를 이었다. 대출 규제와 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 가능성 등으로 강남권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사이 비교적 진입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실수요가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의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 아파트 간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도 6.4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고가 대단지 시장은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99.2로 전월보다 0.38%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률 0.14%보다 오름폭도 커졌다. 선도아파트지수는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출회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6월부터 두 달째 상승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지난 5월 9일 종료된 뒤 급매물이 줄면서 일부 고가 단지의 가격이 다시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시장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1.34% 올랐다. 다만 지난달 상승률 1.43%보다는 오름폭이 0.09%포인트 줄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가 2.45%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성북구 2.37%, 중랑구 2.25%, 금천구 2.19%, 강북구 2.14%, 노원구 1.89%, 광진구 1.68%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아파트 전세가격은 0.86% 상승했다. 화성 동탄구가 3.04% 올라 매매와 전세 모두 강세를 보였다. 광명 2.71%, 구리 2.33%, 수원 영통구 2.02%, 하남 1.91% 등도 크게 올랐다. 인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0.32% 상승했다. 실제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향후 집값에 대한 기대는 다소 약해졌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4.0으로 전월보다 1.3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 연속 이어졌던 상승 흐름을 멈췄다. 지수가 100을 웃돌면 향후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중개업소가 하락 전망보다 많다는 의미지만 상승 기대의 강도는 낮아진 것이다. 서울 강북 14개구의 전망지수는 129.2, 강남 11개구는 119.4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각각 0.2포인트, 2.3포인트 하락해 강남권의 기대심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위축됐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115.7과 103.4로 전월보다 0.8포인트, 0.3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동탄구는 이달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출·세제·실거주 규제가 강화됐다. 이번 월간 통계에는 규제 시행 전후의 가격 움직임이 함께 반영된 만큼 실제 규제 효과는 앞으로 발표될 거래량과 실거래가격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의왕 월암역 신설 본궤도…국가철도공단 타당성 검증 수순

경부선 월암역(가칭) 신설 사업이 국가철도공단의 타당성 검증 절차에 들어간다. 의왕시 자체 타당성조사와 관계기관 협의에 머물렀던 사업이 철도시설 관리기관의 공식 검증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경제성과 열차 운행 여건 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사업 추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7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의왕시는 지난 23일 국가철도공단에 '경부선 월암역(가칭) 신설 관련 사전검토 의견 동의 알림' 공문을 보내 공단이 제시한 사전검토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타당성 검증 비용 납부를 위한 고지서도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22일 월암역 신설에 필요한 타당성 검증 절차와 비용 부담 등에 관한 사전검토 의견을 의왕시에 전달했다. 이에 의왕시가 비용 부담에 동의하면서 공단 검증을 위한 행정 절차가 본격화한 것이다. 의왕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철도역을 신설하려면 지자체가 임의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의 타당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공단 심의위원회를 통한 검증 절차를 추진하기 위해 현재 수수료를 납부하려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번 공문은 월암역의 수요나 경제성, 기술적 타당성을 인정한 결과는 아니다. 의왕시가 공단의 검증 비용과 절차를 수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수요와 사업비, 열차 운행계획 등은 향후 공단 심의 과정에서 검증받게 된다. 시 관계자는 “사전검토 의견에는 월암역 수요 등에 대한 판단이 담긴 것이 아니라 검증에 필요한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됐다"며 “월암역의 수요와 타당성은 향후 위원회를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왕시가 안내받은 타당성 검증 수수료는 약 6000만원이다. 시가 비용을 납부하면 국가철도공단은 전문적인 수요·기술 검토와 심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암역 후보지는 의왕시 월암동 593-2번지 일대로 검토되고 있다. 시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역사 신설 사업비는 약 391억원이다. 다만 위치와 사업비 모두 국가철도공단 검증과 관계기관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의왕시 자체 분석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1을 소폭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B/C가 1 이상이면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편익이 큰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 자체 용역 결과인 만큼 공단의 검증을 거쳐야 경제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자체 분석상 B/C는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예상 이용객과 구체적인 수요 등은 공단 검증 과정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암역 신설 논의는 월암·초평지구 등 주변 개발에 따른 인구 증가와 철도 이용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추진돼 왔다. 월암동 일대에는 주거지와 산업시설이 확충되고 있지만 인근 경부선 철도역 접근성이 떨어져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의왕시의 설명이다. 시는 지난해 월암역 신설 타당성조사를 진행하며 지상역사와 선상역사 등 건설 대안을 검토했다. 지상역사는 상대적으로 사업비가 적고 사유지 저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선상역사는 철도 양쪽 지역에서 접근하기 편리하지만 건설비가 더 많이 든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국가철도공단의 검증에서는 장래 이용객과 비용 대비 편익뿐 아니라 기존 경부선의 선로용량, 열차 운행계획, 역사 배치와 안전성, 사업비 분담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증을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역 신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철도 운영기관 등 관계기관 협의와 사업비 분담, 설계·인허가 등의 후속 절차가 남는다. 특히 지자체 요청으로 신설하는 역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나 개발사업자가 사업비 상당 부분을 부담할 가능성이 커 재원 마련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국가철도공단 검증은 장기간 건의와 자체 검토 수준에 머물렀던 월암역 사업이 공식적인 외부 검증 단계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단 검증에서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월암역 신설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재개발에 내쫓긴 10년차 고시원 주민…“보상은 생존 문제”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방 빼라면 빼야죠"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A씨는 지난달 10년 넘게 지내던 서울시 중구 봉래동의 고시원을 떠나야 했다. 고시원이 위치한 '봉래 3지구'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퇴거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역 인근 봉래동에서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인근 고시원 주민들이 이주를 반복하고 있다. 봉래3지구에는 SK디앤디가 지하 8층~지상 28층 연면적 7만5788㎡ 규모의 대형 오피스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태로 기존 노후건물을 일부 철거하고 있다. 앞서 봉래1지구는 완공돼 메리츠화재 신사옥이 들어섰고, 봉래2지구도 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봉래동 일대에는 A씨가 지내던 고시원을 비롯해 4개의 고시원이 있었다. 주민 150여 명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영리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주민들이 이주 과정에서 받은 지원은 고시원 주인으로부터 임대료 면제와 100~150만원 수준의 이사비가 전부다. 일부 고시원 주민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도 고시원 주인으로부터 3달치 월세에 달하는 이사비가 지원의 전부였다. 현행법상 고시원이나 고시텔은 '주택 이외의 거처'로 규정된다. '집'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거주자들은 정식 이주비를 받을 수 없다. 2016년 국민권익위가 고시원 거주자에게 재개발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지만, 이마저도 '권고 사항'에 불과해 사업시행자가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할 의무는 없다. 지난해에는 권익위 조정을 통해 공공사업 구역 내 고시원 거주자도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됐지만, 민간재개발 사업은 여전히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처럼 비자발적 이주자들의 거주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LH는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존주택 전세임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무주택 저소득층이 기존 생활권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LH가 집주인과 직접 전세계약을 맺은 뒤 대상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해 주는 방식이다. 고시원, 쪽방, 여인숙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환경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주거취약계층이라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입주 대상자가 1억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전세 주택을 선택하면, LH가 계약을 체결한 뒤 1%대의 이자로 재임대해 준다. 그러나 실제 입주까지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 고시원 주민들은 촉박한 퇴거 기한 안에 새 거처를 구해야 하고, 입주 절차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A씨도 퇴거를 한 달 앞두고 LH 전세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했지만, 계약 예정이던 주택이 권리분석 절차에서 전세보증금 확보가 불가한 주택으로 판정받아 입주하지 못 했다. A씨는 “당시 새 거처를 빨리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급히 둘러본 주택에 계약 의사를 밝혀 한 달간 입주를 기다렸는데, 입주가 무산돼 맘고생이 심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결국 봉래동 인근 중림동의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생활고를 겪는 고시원 거주자들의 경우, 임대주택에 입주했다가 기초생활수급비 등 기존 정부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입주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봉래동 고시원 거주자 LH전세임대주택 입주 현황을 두고 “지원금이 끊기는 것을 우려해 대부분이 입주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봉래동 고시원에서 거주하던 이들 중 LH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한 이는 2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시원 거주 가구가 적지 않은 만큼 관련 정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택이외의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고시원·고시텔 거주 가구는 15만 8374가구며, 이 가운데 8만 1884가구가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고시원을 포함한 재개발이 계속 이뤄질 텐데, 고시원, 쪽방 등 취약 주거시설에 대한 법적 정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활동가는 “지자체는 정비계획이 실제 주거 실태와 부합되게 설계됐는지 검토하고, 비자발적 퇴거시 주거이전비 보상과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종합적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고해람 인턴기자 rhgofka123@gmail.com

부천 중동 1기 신도시 재정비 속도…노후계획도시정비법 시행 앞두고 마스터플랜 공개

경기 부천시는 24일 오후 시청 어울마당에서 '중동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주민설명회를 열고 마스터플랜듸 주요 계획 내용과 다음 달 4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정비법)'의 주요 내용을 공유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토교통부는 9·7 대책을 통해 임기 내 1기 신도시 6.3만가구 착공 목표를 이행해왔다. 중동 1기 신도시는 1993년 무지개 마을을 시작으로 1996년 덕유 마을까지 총 49개 단지 4만여 세대가 입주했다. 30년이 경과한 2024년 4월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재건축 추진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부천시는 은하마을과 반달마을A를 선도지구로 선정하고, 1기 신도시 중 최초로 부천 노후계획도시 정비 기본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5월 특별정비계획의 가이드가 될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시는 도시 비전의 주요 방안을 △보행 중심의 걷기 좋은 도시 △스마트 친환경 도시 △미래형 주거 공간으로 설정했다. 보행 중심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중동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행축과 녹지축을 설정하고,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한다. 공공시설의 용도 집적화를 통해 융·복합 생활 SOC를 도입한다. 중동 생활권 형성을 위해 집약된 동네 중심 커뮤니티 도시 모델을 마련한다. 스마트 친환경 도시를 위해선 자율형 모빌리티 시범구간을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자전거 도로도 연계·확장한다. UAM 인프라 도입까지 미리 준비한다. 친환경 녹지 조성을 위해서 친수보행공간을 조성한다. 미래형 주거공간을 위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도입하고, 제로에너지 등 친환경 건축을 도입한다. 마을단위 통합 돌봄 시설을 도입해 주거 지속성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1기 신도시의 보편적인 문제는 단절되고 파편화된 도시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낡고 단절된 생활SOC와 부족한 녹지공간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토지이용구상 및 계획 원칙에서는 부족한 공원녹지 면적을 확충하는 것을 중점에 두고 수변공원·연결공원을 구상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중동 1기 신도시 재정비 신속 추진 시책과 개정된 법령에 대한 설명도 이뤄졌다. 신속 추진 시책으로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특화된 중동 1기 신도시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한다. 주민들의 특별정비계획수립을 지원하도록 마스터플랜 가이드라인(지침)을 시행한다. 특별정비예정구역별로 찾아가는 간담회를 열어서 진행과정을 지원한다. 도시계획·경관 공동위원회를 운영해 빠른 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법에서 정한 노후계획도시정비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 한편 노후계획도시정비사업은 기존 정비사업과는 다르게 주민대표단이 구성돼 사업의 첫 단추를 끼게 된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이전까지는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을 따르고 사업시행계획 인가부터는 기존 정비사업과 같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하는 절차를 따른다. 주민대표단 규정·예비사업시행자 규정·사업시행자 규정 모두 당초에는 국토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했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 시행되는 다음달 4일 부터는 주민대표단이 법적 지위를 갖게된다. 예비사업시행자 규정이 경우 기존과 달리 주민설명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한편 특별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한 물량인 허용정비물량은 올해 선도지구 물량을 포함해 2만2200가구다. 허용정비물량은 국토부에서 지자체 주택수급동향과 이주여력을 감안해 상한을 제시한다. 구역지정 방법은 도시계획 경관 공동위원회 심의 의결 순으로 지정된다. 심의 의결일이 동일한 경우 주민공람 시기가 빠른 순으로 지정된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도시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보행축·녹지축·물길축 이런 토지 이용의 계획이라든지, 생활 SOC는 어떻게 변화가 될 것인지 등 부천시의 미래 주요 핵심 전략을 마스터 플랜에 담아서 공개하는 자리"라며 “중동신도시를 신도시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르포] 재건축 ‘왕따’된 명일 삼익맨숀 5동 가 보니

현장에서 바라본 삼익맨숀 5동은 주변 동들과 외관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래된 외벽과 단지 내 주차 공간, 나무가 우거진 보행로까지 모두 하나의 아파트처럼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재건축이 완료되면 이곳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5동을 제외한 나머지 10개동은 최고 39층, 990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지만 5동은 1984년 준공된 기존 건물로 남는다. 한 단지에 속했던 주민들이 재건축 갈등 끝에 서로 다른 미래를 맞게 된 셈이다. 명일동 삼익맨숀은 최근 재건축에 반대한 5동을 정비구역에서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정 주거동을 실제로 별도 필지로 분리한 뒤 재건축 구역에서 빼는 사례는 서울 정비사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업 장기화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주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공간적으로 분리한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된 11개동, 768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지난 2011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17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후 2020년 정비구역 지정,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2024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단지에서 가장 큰 평형으로 구성된 5동 소유주들이 자산가치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5동 주민들은 다른 동보다 대지지분을 많이 보유한 만큼 기존 자산의 평가와 권리가액, 추정분담금 산정 과정에서도 그 가치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가액은 조합원이 보유한 기존 주택의 감정평가액에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비례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향후 배정받는 신축 주택의 가격보다 권리가액이 낮으면 조합원은 차액만큼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기존 평형과 대지지분이 다른 주민들 사이에서는 감정평가 방식과 신축 주택 배정 조건이 민감한 문제로 작용한다.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5동은 대형평형이고 대지지분도 많은 만큼 그에 맞는 평가를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며 “반면 다른 동 주민들은 협상이 계속 길어지면서 전체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컸다"고 말했다. 감정평가를 잘 알고 있다는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대지지분이 많으면 종전자산평가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권리가액이나 신축 주택 배정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감정평가액과 비례율, 신축 주택의 분양가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해 양측의 계산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5동 측이 원하는 업체에 추정분담금 산정을 맡기는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측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이 장기간 이어지자 조합은 5동을 정비구역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조합은 전체 소유주 739명 가운데 612명의 동의를 받아 공유물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5동 부지를 분리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고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5동은 명일동 270-8번지의 별도 필지로 나뉘었다. 공유물분할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보유한 재산을 각자의 지분에 따라 분리하는 절차다. 아파트 재건축에서는 단지 전체 토지가 공동 이해관계로 묶여 있어 특정 동만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사례가 드물다. 서울시는 법원 판결을 반영해 5동을 존치구역으로 두고 나머지 부지만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을 심의했다. 결국 삼익맨숀은 주민 간 합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대신, 토지를 나눠 사업을 지속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지 주민 A씨는 “같은 단지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 한 동만 남게 된다는 것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면서도 “계속 협상만 하다가 재건축 자체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나머지 동이라도 먼저 진행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 B씨는 “5동 주민들 역시 자신들의 재산가치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반대한 것 아니겠느냐"며 “반대 동을 제외하는 방식이 다른 재건축 단지로 확산되면 소수 주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5동 측은 그동안 대지지분과 대형평형의 가치가 추정분담금과 향후 주택 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5동을 제외했고, 5동 주민들은 조합 방식의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는 길을 택하면서 하나였던 단지가 사실상 둘로 나뉘게 됐다. 조합이 단지 일체성을 포기하면서까지 5동을 제외한 배경에는 사업 지연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삼익맨숀 재건축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통과시켰다. 5동을 제외한 부지에는 최고 39층, 10개동, 990가구 규모의 '써밋 이스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은 지난 10일 사업시행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는 정비구역 해제 가능성이 제기됐던 일몰제 적용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현재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정비사업 일몰제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일정 기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으면 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익맨숀은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늦어질 경우 정비구역 해제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했다. 최근 정비사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조합이 빌린 사업비와 이주비 등에 붙는 이자 부담도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커진다. 주민 갈등과 소송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변호사 비용과 조합 운영비뿐 아니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까지 누적된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더라도 5동을 둘러싼 문제는 남는다. 5동은 약 60가구 규모로, 향후 독자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에는 부지 면적이 좁다.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일반분양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주차장과 조경, 주민공동시설을 마련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나머지 10개동의 철거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5동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공사 차량 통행 등의 불편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최고 39층의 신축 단지와 1984년에 지어진 기존 아파트가 바로 맞닿게 된다. 일조권과 조망권, 출입구와 차량 동선, 기반시설 이용 문제를 놓고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축 단지에 조성되는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 주차장 등을 5동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 역시 별도의 문제다. 토지가 분리된 만큼 신축 단지의 시설은 원칙적으로 새 조합원과 입주민을 위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5동은 기존 재건축 사업에서 분리되며 당장의 분담금과 자산평가 갈등에서는 벗어났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개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건축 과정에서 대형평형 동과 다른 동 주민들이 권리가액과 신축 주택 배정을 놓고 갈등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방배삼호아파트는 대형평형으로 구성된 일부 동의 재건축 동의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해당 동을 제외한 설계안을 검토한 바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도 기존 대형평형 소유주들이 신축 평형과 동 배정에서 불리하다며 반발했다. 갈등은 관리처분계획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졌지만 특정 동을 제외하지 않고 통합 사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처럼 동별 이해관계 차이로 제척 방안이 논의된 사례는 있었지만, 삼익맨숀처럼 실제 공유물분할 판결을 거쳐 특정 주거동을 별도 필지로 나눈 사례는 이례적이다. 삼익맨숀의 선택은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정비사업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 주민과 장기간 협의를 이어가기보다 해당 토지를 분리해 사업을 먼저 추진하는 방식이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소수 주민을 사업구역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일반화될 경우 단지의 완결성과 주민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분리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향후 공사와 시설 이용, 독자 개발 과정에서 또 다른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익맨숀의 선택은 재건축 사업에서 속도를 지키기 위해 단지의 일체성을 포기한 이례적인 사례다. 5동 제척이 장기간 정체된 사업을 살린 현실적인 해법으로 남을지, 신축 단지와 존치 동 사이의 또 다른 갈등을 낳을지는 앞으로의 사업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길나현 인턴기자 khilnayheon@gmail.com

오세훈 유죄 리스크에 정비사업 ‘빨간불’…주택공급론으로 진화 나서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유죄 판결로 서울시 정비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핵심 공급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불확실성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오 시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답을 가린 채 시험문제를 푼다면, 결과는 낙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 시장은 “서울에 더 이상 집 지을 땅이 없다는 현실은 인정하면서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효과를 부정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담은 상세 보고서를 조만간 청와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글에서 자신의 1심 판결이나 시장직 유지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장직 상실형 선고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비롯한 서울시 핵심 정비사업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오 시장이 직접 공급 성과와 정책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로 확산한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어 시장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오 시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심 판결만으로 시장의 직무나 권한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 시장은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장직을 유지하며 기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단이 유지돼 시장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서울시 정비사업의 우선순위와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 시장의 대표적인 주택정책은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목표로 하는 신속통합기획 2.0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대상지 약 240곳을 진행 단계별로 관리하고 인허가 기간을 줄여 통상 20년 이상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최단 12년 수준으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과 각종 심의,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와 철거 등 장기간에 걸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치구 및 조합과의 갈등 조정은 물론 시의회 조례 개정과 예산 지원도 필요해 시장의 정책 의지와 정치력이 사업 속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18석 가운데 80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시의회가 출범한 상황이다.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정비사업 관련 조례와 예산을 둘러싼 시의회와의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서울시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31년까지 31만호 이상 착공을 목표로 하는 정비사업은 약 8만7000호의 순증 효과가 예상된다"며 “정부가 내놓은 1·29 대책의 서울 공급 순증분 3만2000호와 비교하면 약 2.7배 많다"고 주장했다. 재건축은 평균 약 40%, 재개발은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를 통해 평균 약 15%의 주택 순증 효과가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서울에 신규 택지가 거의 남지 않은 만큼 정비사업을 배제하고는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에도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기존 22만3000호를 철거하고 31만호를 공급해 8만7000호가 순증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가구주택의 개별 거주 세대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멸실 규모가 더 크다는 지적에는 정비사업 구역에서 공급되는 주택과 철거되는 주택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대규모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해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는 31만호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통계상 22만호가 멸실되지만 다가구주택의 개별 세대를 고려하면 실제 주거지를 잃는 가구가 30만가구를 웃돌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실련도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정비사업을 통해 31만가구가 공급됐지만 같은 기간 26만가구가 멸실됐다며 공급 순증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비사업이 저렴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고가 아파트로 바꾸고 대규모 이주를 유발해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진행 중인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작지만 사법 절차가 장기화하면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은 법정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되지만, 초기 단계 사업의 우선순위나 추가 규제 완화는 시장 교체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정비사업 정책이 출구전략으로 전환되고 상당수 구역이 재검토된 전례가 있다"며 “은마와 압구정·여의도·목동뿐 아니라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세운4구역 등도 서울시장의 정책 의지에 따라 추진 속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 업계가 사법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유죄 판결 이틀 만에 정비사업의 효과를 재차 강조하고 청와대에 보고서까지 제출하겠다고 나선 것은 공급정책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핵심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정비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유고나 교체 가능성에도 행정 절차가 흔들리지 않을 제도적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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