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코레일 자회사 5곳→3곳 통합…KTX 짐칸 늘리고 비핵심사업 정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산하 5개 자회사가 고객서비스와 유통·물류, 유지관리 등 3개 전문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단순히 회사 숫자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중복 업무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KTX 수하물 보관공간 확대와 역사 편의점 할인 등 이용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도 추진한다. 다만 서로 다른 회사의 직원들이 하나의 법인으로 합쳐지면서 임금·직급·복리후생 체계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고 자회사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만큼 통합 이후 노사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새 체제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23일 자회사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날부터 기존 5개 자회사를 3개 전문회사 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은 고객서비스 전문회사인 가칭 '코레일관광네트웍스'로 합쳐진다. 두 기관이 나눠 담당했던 역 이용과 열차 이용, 연계교통, 관광서비스를 연결해 철도 이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고객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 코레일유통과 코레일로지스는 가칭 '코레일유통물류'로 통합한다. 철도역 유통망과 물류 인프라를 한 회사에 묶어 철도 기반 유통·물류사업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코레일테크는 합병하지 않고 기존 법인을 유지하되 유지관리 전문회사로 역할을 재정비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장비 등을 청소와 시설 유지보수에 활용하고 코레일과 중복되거나 책임 범위가 불명확했던 업무를 조정한다. 통합 회사의 공식 명칭은 직원 의견수렴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연내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구조개편은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자회사 구조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본격화됐다. 국토부는 올해 2월19일부터 3월17일까지 노동조합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하고 5차례 노사정협의체를 거쳐 통합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뒤 기업가치평가와 기업결합심사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됐다. 법인 통합 이후에는 코레일과 자회사, 자회사 간 업무를 다시 나누는 2단계 기능조정이 진행된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2027년 상반기까지 기능조정 로드맵을 마련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같은 해 말까지 위탁계약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통합에 따른 기관 간 인적 이동은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선 코레일관광개발과 코레일테크가 함께 담당해온 숙사·사옥 등 건물관리 업무는 코레일테크로 일원화한다. 코레일네트웍스의 송내역 상가관리, 코레일유통의 자원유통사업, 코레일관광개발의 레일바이크 사업 등 수익성이 낮거나 핵심 기능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한다. 역무·매표 분야에서는 자동발매와 원격상담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무인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다. 차량·전철·통신·신호·건축 등 기술 분야에서도 코레일과 코레일테크가 중복 수행하거나 책임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업무를 재조정한다. 제초와 차량 냉난방기 청소처럼 전문업체 활용이 가능한 업무는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고 코레일테크는 철도 유지관리 업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차량 유지보수의 경우 현장마다 업무 구분 기준이 달라 중복이나 공백이 발생했던 만큼 코레일이 분해·정비를 맡고 자회사가 부품 세척을 전담하는 방식 등이 기능조정 방안으로 제시됐다. 자회사 통합에 맞춰 이용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도 바뀐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이용객 편의 5건, 안전 3건, 효율성 강화 2건 등 '통합으로 달라지는 국민체감서비스 10가지'를 추진한다. KTX 열차 내 이용률이 낮은 일부 자판기는 수하물 보관공간으로 전환한다. 연말까지 자판기별 이용 현황을 조사해 전환 대상을 선정한 뒤 순차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캐리어 등 대형 짐을 가지고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철도역사 내 편의점 '스토리웨이'에서는 1+1, 2+1 등 할인행사를 확대한다. 일부 수입상품은 해외 제조·공급사와 직접 거래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여기서 절감한 비용을 가격 경쟁력 강화와 고객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강화한다. 10월 하순부터 코레일관광네트웍스의 철도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주차요금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카셰어링·렌터카와 시내·시외버스, 수요응답형 교통(DRT) 등을 철도관광상품과 연계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연말까지 마련한다. 역사 청소에는 AI 기반 장비를 투입한다. 코레일테크는 연내 동대구역·대전역·김포공항역 등 3개 역사에 AI 청소장비를 도입하고, 노후 일반열차 화장실은 시설물을 분해한 뒤 스팀장비로 살균·소독하는 특별청소를 실시한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고객상담도 일원화한다. 현재 주차장 이용과 예약·발권, 승하차 지원 등으로 나뉜 상담 기능을 통합해 한 번의 문의로 역사 이동부터 열차 승하차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도록 연내 매뉴얼을 마련한다. 안전 분야에서는 코레일로지스의 지역별 물류창고를 재난 대응 물류기지로 활용해 비상물품을 공급하고, 연말까지 전국 철도 건널목 근무자에게 열차접근경보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예정이다. 조직 통합의 또 다른 과제는 서로 다른 자회사 직원들의 임금과 직급, 복리후생 체계를 조정하는 문제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통합에 따른 기관 간 인적 이동도 하지 않기로 했다. 통합 이후에도 노사정협의체를 운영해 임금·인사·근무환경·기능조정 등을 논의하고 기관별 임금·복리후생 격차 완화와 근무체계 개선을 추진한다. 하지만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고 노사 갈등은 이미 표면화됐다.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4조2교대 전환과 근속급제 시행, 6급 임금·직급체계 개선, 명절상여금 12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코레일네트웍스의 무기계약직과 코레일관광개발의 정규직 등이 한 회사에 소속되는 만큼 기존 고용형태와 처우 차이를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지가 쟁점이다. 통합은 완료됐지만 임금·직급체계를 통일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안이나 중장기 로드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이번 자회사 통합은 단순히 회사의 수를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분야별 전문성을 높여 철도 이용객의 편익을 향상하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합 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주요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직원 처우개선 등에 대해서도 노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3개 자회사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홍지선 국토부장관 취임…주택공급·균형발전 시험대

23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식을 갖고 장관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홍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후 홍 장관은 바로 경기 부천대장 공공주택지구를 찾아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부천대장지구는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핵심 입지에 약 2만가구 주택을 공급하는 3기 신도시다. 약 56만㎡ 산업용지에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앵커기업이 입주 예정이고 대장-홍대선 등 광역 교통망이 조성된다. 현장에서 홍 장관은 “3기 신도시에 최단기 착공모델을 적용하는 등 사업 일정과 공정을 면밀히 관리하고, 부천대장 지구 뿐 아니라 8.13 대책 등 주택공급 정책 전반을 꼼꼼히 챙겨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취임사에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도시와 주택, 교통분야 행정을 하며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많이 경험했다"며 “보고서에서는 인허가 절차 한 줄로 보이는 일이 현장에서는 주민에게 몇 달, 몇 년의 기다림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차관 취임 당시 첫 현장 일정으로 물류센터를 찾았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중앙정부가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방정부와 민간에서 실제로 집행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정책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주거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수급의 불균형과 임대차 시장의 불안, 가계부채 부담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현장과 실용 중심의 주택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와 도심 주택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도권 지방정부와 다층적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심의와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구축하고,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지방의 자율성이 선순환하는 협력형 주택공급 모델을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선 민간 장기 임대를 확대하는 한편, 보편형 공공임대 활성화를 통해 주거 취약계층과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의 주거사다리를 놓겠다고 밝혔다. 성장거점 마련도 강조했다. 지방의 주요 거점도시에 도시·건축 특례와 필요한 인프라 지원을 집중해 일자리와 주거가 결합된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 기업형 첨단도시를 조성하고,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세종·새만금을 비롯한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도 챙긴다. 홍 장관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여전히 크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이동의 불편, 건설·교통 현장의 안전과 미래 산업의 경쟁력까지 어느 하나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 많다"며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은 지금은 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국민께 구체적인 변화와 성과를 보여드려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연휴 쉬면서 가을 나들이 계획할까”…서울한옥위크 10월 개최

다음달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북촌과 서촌 일대에서 제4회 서울한옥위크가 열린다. 26일 서울시는 사전예약이 필요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지난 18일부터 서울한옥포털 누리집을 통해 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해 참여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서울한옥위크는 한옥 관련 기관·단체·주민이 협력해 개최하는 한옥 복합문화행사다. 행사는 전시·답사·체험·공연·이벤트 등 한옥의 가치와 매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한옥 답사 프로그램인 '대문 너머, 한옥'은 도슨트 투어와 자유 관람으로 운영한다. 올해 도슨트 투어에는 운경고택, 주한스위스대사관, 서울우수한옥 등 평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한옥을 도슨트와 함께 깊이 있게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은 북촌·서촌·은평 등에서 총 12개 코스로 운영된다. △북촌 코스(6개) △서촌 코스(3개) △은평 코스(1개) △그 외 지역(2개)가 운영될 예정이다. 코스마다 디자이너, 교수, 건축가 등이 안내를 맡는다. 북촌 코스(6개)는 2일 '디자이너 권루이와 걷는 정원을 가꾸는 집'을 시작으로 5일 '아로마티카 북촌', 7일 '교수 안창모와 살펴보는 100년 고택의 오늘', 8일 '건축가 황두진과 함께하는 가회동 한옥의 시간'과 '취죽당 자율관람', '건축가 류재은과 만나는 한옥의 확장'이 진행된다. 서촌 코스(3개)는 6일 '고택을 지키는 사람들 과 ', 6일 '건축가 김원천과 들여다보는 한옥', 11일 '집으로 가는 길 '로 구성된다. 은평 코스(1개)는 4일 '교수 강성원이 안내하는 손님을 맞이하는 집', 그 외 지역(2개)은 7일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 8일 주한스위스대사관 코스가 운영된다. 자유관람은 3일·10일 토요일마다 북촌문화센터에서 종이 팔찌와 안내 지도를 받아 북촌 곳곳의 공공한옥을 둘러볼 수 있다. 현장에는 영어 오디오 도슨트 링크도 제공해 외국인 방문객도 어려움 없이 관람을 즐길 수 있다. 행사기간 동안 서울 공공한옥과 종로문화재단,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등 협력기관에서는 총 17개의 전시가 진행된다. '서울한옥일상'은 공공한옥의 마루, 사랑방, 마당 등 주요 공간별 특징을 살려 가구와 소품 등으로 꾸민 모델하우스형 전시로 북촌 3곳과 서촌3곳에서 운영된다. 어린이 창작 뮤지컬 공연·한옥콘서트·이야기 1인극·클래식 및 국악 공연 등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한옥의 생활문화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열린다. 공공한옥인 북촌문화센터, 배렴가옥, 홍건익가옥을 중심으로 공예 체험·꽃꽂이·전통차·전통주 등 40여 개의 답사,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철탑 발언 부인 않겠다”…은마상가 이주 앞두고 조합·세입자 갈등

“그렇게 말한 것이 녹음돼 있다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 철탑을 세우거나 폭력적으로 투쟁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김광준 은마종합상가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오후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옥상 철탑 관련 발언에 대해 “기자님이 그렇게 들었다면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해당 발언이 철탑을 세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으나, 본지가 조합 측이 보유한 더 긴 대화 녹음을 청취한 뒤 재차 묻자 당시 과격하게 말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녹음을 직접 듣지 못해 정확한 발언 경위는 기억나지 않고, 현재 철탑을 설치하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조합은 옥상 점거와 안전사고를 우려해 상가에 별도 경비 인력을 투입했다. 과거의 발언, 현재의 의사, 실제 행동 여부를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뒤 종합상가 임차상인들의 이주와 보상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세입자가 상가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가스통 등 위험물을 반입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그런 계획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조합은 본지에 철탑 설치를 언급한 발췌 녹음을 제공했다. 본지는 조합 측이 보유한 더 긴 대화도 청취하고 김 위원장에게 발언의 취지를 재차 물었다. (관련기사 : [단독] “은마상가 옥상에 철탑 설치하겠다"…비대위 임차인 발언 녹취 나왔다) 김 위원장은 “녹음을 직접 들어보지 않아 자세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기자가 그렇게 들었다면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때는 그런 마음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폭력적으로 행동할 의도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적인 대화에서 농담이나 여담처럼 과격하게 표현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어제(21일)와 오늘 설명이 달라진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합은 옥상 출입과 위험물 반입을 감시하기 위해 별도 인력을 투입해 경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합 측은 쇠파이프나 가스통 등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되면 즉시 112에 신고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비 상황을 담은 9시간 분량의 영상도 본지에 제공했다. 다만 경비를 서는 장면이나 옥상을 촬영한 영상이 곧 위험물 반입 시도나 철탑 설치 준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본지가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만으로 비대위가 철탑 설치를 공식 결정했거나, 실제 위험물을 상가 옥상으로 옮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도 “회원들이 옥상에 올라가자고 하거나 위험물을 반입한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벌어지는 은마종합상가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상권이기도 하다. 21일 저녁 본지가 방문한 상가에서는 식당마다 손님들이 자리를 채웠고, 장바구니를 든 주민들이 반찬과 식재료를 사기 위해 오갔다. 전통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은마아파트에서 15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60대 주민은 “대치동에서 전과 송편으로 유명한 곳이 은마상가"라며 “명절이면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인근 개포동 주민들도 전과 떡을 사러 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은마상가가 오랫동안 시장처럼 운영돼 왔다며, 전통시장 관련 법의 입점상인 보호대책에 '준하는' 이주·생계 지원과 재건축 후 재입점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시장처럼 영업한다는 것과 법적으로 전통시장에 해당한다는 것은 별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49조의 입점상인 보호대책은 시장정비사업에 관한 규정이다. 은마아파트 사업은 강남구가 도시정비법에 따라 인가한 재건축정비사업이다. 은마상가의 법적 전통시장 인정 여부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이주대책을 누구와 협의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은마상가에는 기존 번영회와 김 위원장이 이끄는 임차인 비대위가 각각 활동하고 있다. 조합은 기존 번영회와 세입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조합이 번영회와 협의하는 것은 조합의 판단이라면서도, 번영회가 그동안 임차인의 이주·생계 문제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은 비대위가 임차인 전체를 대표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번영회의 대표자 선출 방식과 회원 구성, 비대위의 동의 현황은 각각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비대위는 임차상인 과반의 활동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의서는 있다. 취재하러 오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임차상인 수는 점포 여러 칸을 합쳐 쓰거나 일부를 창고로 사용하는 경우 때문에 정확히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대위가 밝힌 동의 인원은 약 260명이다. 전체 임차상인을 450명으로 보면 동의율은 약 57.8%, 420명으로 보면 약 61.9%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62%'는 전체 임차인을 약 420명으로 추산했을 때의 비율이다. 실제 동의율은 동의서와 임차인 현황을 대조해야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 자신이 은마상가에서 영업한 기간은 5년이 조금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20~30년간 장사한 상인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임차상인들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현재 2기 임원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향후 이주·생계대책과 재입점 문제를 협의할 조직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정식 구성 시점과 공식 보상 요구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본지가 확보한 조합이 지난 8월 상가 세입자들에게 보낸 '은마상가 이주계획 관련 안내의 건'에는 2027년 상반기 중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은 설문조사를 통해 세입자별 영업 상황을 파악하고 이주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안내문에는 재건축사업에서 영업보상비와 이사비 등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별도 법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조합의 입장도 적혀 있다. '이주 개시 목표'는 모든 점포의 퇴거 기한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조합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전·월세 보증금을 시공사를 통해 대신 지급하는 대위변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조합 측은 관련 재원과 지급 대상을 포함한 안건을 오는 12월 총회에 올리고, 내년 1월부터 이주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실제 시행 여부와 세부 조건은 총회 의결 및 후속 절차에 따라 정해진다. 보증금 대위변제는 세입자가 맡긴 돈을 돌려받도록 돕는 절차다. 김 위원장이 요구하는 영업 중단 지원이나 재입점 기회와는 다른 문제다. 그는 “상인들이 이곳에서 벌어 월세와 관리비를 내며 살아왔다"며 “이주 기간뿐 아니라 장사하던 자리를 떠난 뒤의 생계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개발은 상가 임차인에 대한 영업보상 등의 근거가 있지만, 재건축은 별도로 보상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처분계획이 나오면 건물을 계속 사용하기 어려워져 임차인과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우리의 투쟁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현재 철탑을 세우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경비를 유지하며 기존 번영회와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옥상 발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임차상인의 의견을 어떤 경로로 확인하고 이주대책을 논의할지가 남은 과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도로공사 유정훈 사장, “직계약으로 휴게소 운영 근본 바꾸겠다”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휴게소 운영구조 개선을 위해 직계약이 체결된 8곳을 시작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5극3특·3대 메가프로젝트 등 국가경제에 공사가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22일 유 사장은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열심히 해서 직계약이 체결된 8곳을 성공시킬 것"이라며 “확대 속도는 성공시킨 뒤 고민하겠다. 국민 신뢰가 걸린 일이기에 목숨 걸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휴게소 운영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홍지선 국토부 전 2차관은 “도로공사, 운영업체, 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때문에 입점 업체는 매출의 평균 33% 이상을 임대료로 부담했다“면서 “앞으로는 전문 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홍 전 차관은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가 자회사를 통해 휴게소를 4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사실도 지적하며 전관예우 근절을 지시한 바 있다. 도로공사는 여주, 대천, 군위 등 8개 휴게소를 대상으로 직계약을 추진 중이다. 직계약을 통해 입점 매장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 서비스 비용을 낮춘다. 도로공사는 매출액 대비 평균 8~9% 수준으로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 사장은 직계약 일정과 관련해 “스케줄은 내년 설 전까지로 생각하는데,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게소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공관리회사 설립은 현재 논의 중이다. 유 사장은 “9개 지역 본부가 있는데 휴게소만 담당한 직원이 있다"면서 “그런 직원을 모으고 F&B 전문가들을 임시 계약직으로 모아 TF를 구성해 8곳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5극 3특' 정책의 초광역권 지원 등 지방주도 균형성장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대도시 외곽을 순환하는 초광역순환망과 중심 도시 간 직결 방사축 구축, 지역 주요 거점 간 연결도로를 확충할 계획이다. 기존 격자형 국가간선도로망을 낙후지역까지 연장해 교통복지를 실현한다. 고속도로 하부 공간을 활용한 전력망 구축을 통해 3대 메가프로젝트도 지원한다. 유 사장은 "AI 데이터센터는 결국 전력의 문제이고, 고압 송전을 위해 철도나 도로 같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 단계부터 전력망을 함께 설치하거나 운영 중인 고속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매설하는 방식이다. 한국전력과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해 시범사업 구간 선정과 토공부·교량부·터널부 등 구간별 전력망 통과 방식에 대한 기술 검토도 추진할 전망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현장] 미로 속에서 다시 만난 서울…“건축문화제, 5분만 머물러도 됩니다”

“건축을 전시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22일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하 3층. 어두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검푸른 조명 아래 높고 낮은 구조물들이 미로처럼 이어졌다. 벽면을 설계도와 설명문으로 빼곡하게 채운 전형적인 건축 전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구조물 사이를 걸으면 서울의 건축과 도시 풍경을 담은 사진이 나타나고, 방향을 틀면 건축 모형과 영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관람객이 작품을 차례로 훑어보는 대신 공간 사이를 직접 걷고 머물며 서울의 여러 얼굴을 발견하도록 설계됐다. 이날 프레스투어에서 만난 국형걸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겸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은 “건물을 그대로 전시할 수는 없다"며 “아무리 멋있는 건축물도 직접 가보지 않으면 공간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에서는 모형과 영상, 패널, 사진 등을 통해 최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며 “작품을 쭉 나열하기보다 이 공간 자체에서 경험을 하고, 거기에서 각각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개막한 '2026 제18회 서울건축문화제'가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약 2주였던 행사 기간을 올해는 약 한 달로 늘렸다. 전시를 넘어 포럼과 건축가와의 만남, 현장 투어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다. 올해 주제는 'Assembling Seoul: 서울의 발견'이다. 서로 다른 역사와 장소, 문화와 사람이 만나 지금의 서울을 만들어온 과정을 건축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서울건축문화제는 서울의 특징을 '복합밀도(Hybrid Density)', '가속진화(Rapid Evolution)', '글로컬리티(Glocality)'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국 총감독은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만큼 이제 건축에서도 외부의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건축이 가진 고유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고유성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 있을 수 있다"며 “그 안에서 가능성과 고유성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도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문화제의 중심인 주제전 '서울의 발견'은 국 총감독과 신경섭 사진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자체다.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재활용 팔레트를 조립해 높고 낮은 구조물을 만들고 그 사이로 관람객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미로형 공간을 조성했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산업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다. 익숙한 산업 재료가 한 달 동안 전시장을 구성하는 건축물로 변신했다가 다시 본래 용도로 돌아가는 셈이다. 국 총감독은 이를 서울의 도시적 특징을 보여주는 장치로 설명했다. 서로 다른 요소가 충돌하고 교차하고 다시 조합되면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는 서울의 모습을 전시 공간 자체에 담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간을 만드는 모든 요소가 산업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레트"라며 “익숙한 재료가 반복되고 조합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변한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산업현장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서울 건축의 고유성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제전 사진 역시 서울의 유명 랜드마크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신 작가가 포착한 서로 다른 서울의 공간과 일상을 하나의 시각적 프레임으로 끌어들였다. 익숙한 서울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장치다. 국 총감독이 올해 문화제를 준비하며 가장 경계한 것은 '건축인들끼리 보고 이해하는 행사'였다. 그는 “서울건축문화제가 건축인들만의 문화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일반 시민에게 건축을 설명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없는 전시를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의 목표도 '얼마나 많은 작품을 보여주느냐'보다 시민이 얼마나 편하게 머물고 경험하느냐에 맞췄다. 국 총감독은 수백개의 패널을 한꺼번에 늘어놓는 방식에 대해 “작품이 일정 개수를 넘어가면 건축하는 사람에게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전시는 단순히 많이 늘어놓고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람 방식에도 정답을 두지 않았다. 그는 “시민들에게 쉽고 편한 경험이어야 한다"며 “5분 있다가 나가도 되고, 한 시간 머물다 가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미술관과 도서관 등의 기능이 섞여 복합문화공간이 되는 것처럼 그냥 시간을 보내거나 쉬어갈 수도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며 “추석 연휴에도 가족들과 편하게 둘러보며 '이런 공간도 있구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시민들에게 발견해 달라고 주문하는 '서울'도 유명 건축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 총감독은 “한옥이나 멋진 고층건물만 서울인 것은 아니다"며 “'서울에 이런 공간도 있었어? 이런 건물도 있었어?'라고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공간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아, 이런 것도 서울이구나'라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한 번쯤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취지는 전시뿐 아니라 올해 문화제 전체 프로그램에 반영됐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제44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 20점을 만날 수 있다. 완공 부문 대상작인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을 비롯해 완공 부문 10점과 학생 아이디어 부문 10점이 전시된다. 학생 아이디어 부문 대상인 '두 경계 사이_한양도성의 복원과 활용' 등 대학생들이 제안한 미래 도시 아이디어도 함께 소개된다. 일부 건축 모형은 건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단면을 잘라 제작했다. 평면도나 외관 사진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의 구조와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일반 시민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 제15회 UAUS 대학생건축과연합회 파빌리온 모형전과 2025 대학생 도시건축 아이디어 공모 수상작, 청소년 건축사진 공모전, 건축도서전 등도 마련됐다. 전시는 지하 3층뿐 아니라 지하 2층과 루프탑 등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곳곳으로 이어진다.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경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서울 건축문화 투어'로 이어졌다. 서울시 건축상 수상 건축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는 '오픈오피스', 수상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와 함께 둘러보는 '수상작 투어', 서울의 주요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답사하는 '건축문화투어'가 행사 기간 운영된다. 오픈오피스에서는 더블유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와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스테이아키텍츠 등이 시민에게 문을 연다. 건축문화투어에서는 북촌과 서울역~정동길, 금천·독산 일대 등을 걸으며 서울의 옛 건축과 현대 도시공간을 함께 살펴본다. 국 총감독은 “모형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며 “수상작 투어 등을 운영하는 것도 실제 공간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시뿐 아니라 건축가와 시민이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시민들이 건축을 전문 영역으로 어렵게 받아들이기보다 직접 보고 걷고 경험하면서 서울의 건축문화를 접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약 한 달 동안 세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도 계속된다. 지난 18일에는 제44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 건축가들이 설계 의도와 철학을 시민에게 설명하는 오픈클래스가 열렸고, 19일에는 '건축, 문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건축문화포럼이 진행됐다. 다음 달 2일 오후 5시에는 '건축가와의 만남: 미래세대 건축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열린다. 기성 건축가들이 청년 예비건축가에게 경험과 조언을 전하는 토크 형식이다. 8일에는 신진건축상 수상자와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SAF × YAFK 컨퍼런스 파티'가 열린다.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젊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업 방향과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연구 동향과 AI 시대 건축 디자인, 가상현실(VR), 빅데이터 기반 도시분석 등을 다루는 AI 건축 강좌도 11월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약 2주였던 문화제 기간을 올해 약 한 달로 늘려 시민들이 전시와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확대했다. 국 총감독은 이번 문화제가 지향하는 모습을 거창한 건축 담론 대신 이렇게 표현했다. “시민들이 그냥 쉽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걷던 거리와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도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새로운 서울이 된다. 건축을 '설명하는' 대신 직접 걷고 머물며 서울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것. 올해 서울건축문화제가 시민에게 건네는 제안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강남보다 더 오른 강북 전셋값…성북·노원 12% 뛰고 ‘국평 10억’ 시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의 상승세가 강남을 넘어 강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사상 처음 7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성북·노원 등 동북권의 전셋값 상승률은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았던 강북권에서도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평형'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권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진 것과 달리 동북권은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데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수요 증가로 기존 전세 매물까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주 수요까지 예정돼 있어 서울 전세시장의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7.7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66%의 약 4.7배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3.77%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으며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 연간 상승률 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전월 7억458만원보다 720만원(1.0%) 올랐다. 지난 7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7억원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6억5179만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5999만원(9.2%) 올랐다. 전셋값이 저점을 기록했던 2023년 7월 5억6981만원과 비교하면 3년여 만에 1억4197만원(24.9%) 뛰었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강남권보다 강북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12.84%에 달했다. 노원구가 12.25%로 뒤를 이었고 동대문구도 8.43% 상승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상승률은 6.03%로 서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북·노원의 전셋값 상승률이 동남권의 두 배를 웃돈 셈이다. 가격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성동구 옥수동 대표 단지인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같은 면적이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계약된 것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전용 84㎡ 역시 지난 7월 말 10억원대 호가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에서는 지난 6~8월 각각 10억원에 거래된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8월만 해도 6억~7억원대였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세가격이 1년 만에 10억원 선까지 올라온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도 이달 9억1000만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12억원까지 형성됐다. 그동안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변 인기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던 10억원대 '국민평형' 전세가 동북권 신축·대장주 단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강북권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역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격차가 꼽힌다. 올해 동북권에서는 761가구 규모의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와 299가구 규모의 '도봉 아테라' 등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대규모 신규 입주가 많지 않았다. 반면 동남권에서는 '래미안 트리니원' 2091가구, '디에이치 방배' 3064가구, '잠실 르엘' 1865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잇따랐다. 세 단지만 합쳐도 7020가구에 달한다. 신축 입주장에서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강남권 전셋값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전세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동대문구는 같은 기간 70.1% 급감했고 도봉구와 노원구도 각각 52.8%, 52.6% 줄었다. 성북구 역시 18.8% 감소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전세 물량 감소 요인으로 지목된다. 토허구역에서는 주택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이 매매된 뒤 새 집주인이 입주하면 해당 주택이 전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실제로 전셋값 상승률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노원구는 올해 7월까지 아파트 거래량이 5448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매매 거래 증가가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임대차시장은 전셋값이 비싸진 것도 문제지만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매물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부담까지 높아지고, 일부 실수요자는 '차라리 집을 사자'며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있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와 월세, 매매시장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시장의 공급 부족이 다른 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구조"라며 “전세 매물 부족이 장기화하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뿐 아니라 중저가 지역의 매매가격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규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2027년 상반기까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4424가구, 개포주공 6·7단지 1960가구 등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라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 해당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그 지역의 기존 임차 수요를 외곽으로 밀어내는 연쇄적인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가 본격화하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이주할 경우 강남권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전반의 전세 수급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주택을 일시적으로 비워야 하는 만큼 이주 시기와 주변 입주 물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사업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인근 지역에서 임차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서울 공급 부족 책임론 반박…“대통령 억지 주장에 개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 부족 책임론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2022년부터 인허가 물량이 줄었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공급 공백이 원인이라며 비판했다. 21일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6 서울 주택정책 성과공유회'에서 과거 정책으로 끊긴 정비사업 공급망을 지난 5년간 복원했다며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시절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가구의 공급 잠재 물량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나 조합 내 갈등을 빌미로 주민의 30%가 반대하면 정비구역을 해제하기 바빴다"며 “오히려 독려해야 할 정비 사업을 '뉴타운 출구 전략'이라고 칭하며 정비사업의 바탕을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주거용 건축물 35층 높이 규제도 박 전 시장 때 도입돼 많은 재개발 사업이 주춤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주민 동의 절차도 1회에서 3회로 강화됐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성수 1·2·3구역"이라고 말했다. 당시 중앙정부 규제도 비판했다. 재건축 구조 안전성 비중이 20%에서 50%로 높아져 구조 안전성 통과한 사업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46개 단지 중 즉시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시는 2021년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한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비롯해 사업성 보정계수·표준처리기한제 등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신속통합기획으로 총 214개 구역·30만7000가구 규모의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했다. 연평균 신규 지정 구역은 35곳으로 지난 10년 평균(17곳)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에는 모아타운을 도입해 168곳, 4만3000가구가 조합설립 단계에 진입했다. 시는 7월 기준 연간 착공 목표치인 3만가구 중 1만5000가구 착공을 완료했다. 2031년까지 253개 구역에서 31만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가구 수를 제외한 순증 규모는 8만7000가구다. 정비사업을 통해 재개발은 기존보다 29%, 재건축은 48%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정부의 8·13 공급대책에 서울시가 요구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일부 반영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의 3년 한시 완화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축소·민간 정비사업의 법적상한용적률 1.2배 허용 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에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전체 정비사업 기간 가운데 서울시가 담당하는 절차는 2.7%에 불과하고 시 심의 기간도 기존 6개월~1년에서 1~3개월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사업 관련 업무 경험자가 한 명도 없는 자치구가 17곳"이라며 “권한 이양이 오히려 자치구별 판단 기준의 차이와 주민 갈등을 키워 사업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개발에 대해서는 공원 본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량을 당초 6000가구에서 최대 8000가구로 수용가능하다고 양보한 점과 캠프킴 수송부부지 등 용산공원 주변 부지 공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도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공급 실효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최대 1만3000가구 공급이 가능한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는 41만1000㎡로 용산 어린이 정원보다 넓다"며 “지금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 검증을 받고 계시는 장관 후보자께서 염두에 두고 계시다고 보여지는 방사청 부지와 군인아파트 부지, 장교숙소를 다 합한 것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인터뷰] 이정훈 교수 “AI도시 결정 책임 누구…‘리빙랩’ 중요한 이유”

“인공지능(AI)시티에서 중요한것은 시민이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빙랩(Living Lab)'이 잘 만들어져야하고, 실증이나 테스트베드를 잘 디자인해서 AI가 실제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야하죠." 이정훈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연구실에서 진행된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AI 시티를 육성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으로 리빙랩의 중요성을 꼽았다. 구체적인 실증경험을 통해 시민 체감도를 높이고, AI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조율하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서울특별시 명예시장과 대통령 직속 국가 인공지능 전략 위원회 분과위원 등 정부와 학계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이 교수를 만나 스마트시티·AI시티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들어봤다. 스마트시티부터 AI시티에 이르기까지, 미래 도시는 다양한 모습으로 대변된다. 한국에서 AI시티의 개념을 이 교수는 '전환과 진화'로 본다. 스마트시티와 AI시티의 개념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지만, 외국은 일반적으로 AI시티를 스마트시티 안에서 AI기술로 인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이해한다. 본격적으로 AI가 적용되면서 예측과 판단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이를 '도시의 지능화' 수준이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스마트도시가 도시를 데이터화했다면, AI도시는 그 데이터를 도시의 지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정보를 이용할 때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해당 구간이 걸리는 시간이 어느정도인지만 알 수 있다면, 지능의 개념이 도입됐을 때는 도로가 막히는지, 안막히는지 판단을 할 수 있게 의견을 제시한다. 학습경험을 한 지능이 도시의 여러 서비스들에 적용이 돼서 새로운 가치를 준다. AI기반 도시운영체계는 교통·환경·에너지 분야 중심에서 도시행정·재난대응 등으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교통·환경·에너지 분야가 스마트시티를 이끌어왔고, 이에 따라 많은 행정데이터들이 축적돼있다. 도시행정이나 재난대응으로 확장된 것은 사용 가능한 데이터들이 많아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AI행정을 통해 행정의 생산성을 높였다. 순환보직을 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현업에서 조례 등 법령을 알아보거나 구체적인 사례를 체크할 때 AI를 활용한 신속행정이 가능하다. 재난대응의 경우 개별적인 데이터에서 통합 데이터로 나아가면서 사전예측이 핵심이 됐다. 축적된 데이터들을 근거로 특정 지역에 홍수 위험이 높다거나 하는 예측을 할 수 있기에 사후대응이 아닌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도시가 먼저 개인을 인지하고 대응한다. 데이터들을 통합해서 학습시키고 정확도를 점점 높인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컴퓨터와의 대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체감될 변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문재인 정부의 '지능형 정부(디지털 뉴딜)'·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AI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교수는 정권마다 명칭과 특성을 차이가 있을 지라도 정부 행정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점에서 큰 맥락은 정책성 연속성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공공데이터 개방부터 디지털 행정, 플랫폼기반의 행정, AI 기반의 행정으로 나아가며 UN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꽤 높은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의 공공 데이터 축적을 보유하고 있고, IT기업 생태계도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가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과 품질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들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범 부처적으로 AI 거버넌스의 국가적인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와 부산시에서 2018년부터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입주 시기를 기점으로 봤을 때 이 도시들은 여전히 신도시다. 데이터들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황이라 활용 역시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도시들에도 리빙랩이 각각 있지만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분양가 등의 문제로 사업 속도가 느려졌다. 정부 주도가 아니라 SPC주도이다 보니,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수익이 나지 않았고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데이터가 데이터 허브에 잘 쌓이고, 이를 AI가 학습·분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시민 피드백으로 가는 그 순환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AI의 활용성이 높아질수록 책임성에 대한 논의도 나온다. 미국 LA에서는 에이전틱 AI를 도입해 건축 허가 승인을 자율결정 하는 사례도 있다. AI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어떤 결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결정인가'를 사회가 합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하고 위험한 결정일수록 그 영향력에 따라 사람이 개입하는 수준이 단계적으로 잘 설계돼야 한다"며 “단순한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AI가 자율적으로 하게될 것이고, AI의 자율성을 어느정도까지 허용할지는 거버넌스를 통해 위험수준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위험수준을 합의하는 일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정할 수 없기에 실증 경험이 중요해진다. 거버넌스의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시민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정부가 주도하고 시민단체가 함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은 시민이 체감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가 발전하고, 더 많은 서비스가 새롭게 생기는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AI 시대의 도시는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생성된 가치가 원활하게 순환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플랫폼은 '데이터·지능·에이전트'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는 표준화돼서 연결되고, 이를 AI가 학습해 추론·예측하며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K-AI시티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다. 상황데이터들을 보고, AI가 상황을 인지해 돌발상황에 대응한다. 여러 학습과정을 거쳐 플랫폼에 다시 데이터가 쌓이며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 부처별로, 지자체 별로 자체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으려면 공통으로 합의된 인프라와 표준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이 역할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조율자로서 맡아야한다고 본다. 정부는 공통의 표준을 위해 데이터 허브 2.0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의 표준과 연결된 여러 플랫폼 연합의 모습이 한국형 AI 도시의 방향이다. 국정과제로 있는 K-AI시티는 원주와 천안·아산시에 특화 시범도시로 추진 중이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정부지원과 시민 체감형 과제를 우선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운영을 하다가도 자금문제로 그 다음 단계 운영으로 못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위해 충분한 국고보조가 필요하고,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갖고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I가 실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줘야 다른 도시에도 확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통합 플랫폼이나 테스트베드 등 실행력이 높은 것은 중요한 자산으로 봤다. 다만 약점은 지속성과 확장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K-AI 시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AI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의 측면에서 기술적인 로드맵 뿐만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변화에 대한 국가적 로드맵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AI 민주주의 등 AI를 둘러싸고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119만호 중 최대 70만호 ‘재등장’…공급 기준도 제각각

정부가 발표한 공적주택 119만호 가운데 최대 70만호가 앞서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대책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택의 착공뿐만 아니라 매입임대 약정과 전세임대 계약까지 모두 '공급'으로 합산하면서 119만호가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으로 전환되는 시점도 유형마다 다르다. 정부는 2030년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전체 주택의 10% 이상으로 높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수준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수도권 92만호의 지역별 배분과 연도별 실행계획, 5년간 재원조달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새로 도입하는 보편형 공공임대도 공급량만 19만호로 정했을 뿐 입주자의 소득·자산 기준과 임대료 수준은 확정하지 못했다. 21일 국토교통부의 '주거안정플랜' 백브리핑에서는 정부가 내세운 119만호의 실체와 기존 공급대책과의 중복, 재원 마련 방안에 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수도권 주택공급대책과의 중복 규모를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산출해 봐야 하지만 65만~70만호 정도가 겹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119만호의 55~5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다만 정부는 정확한 중복 물량과 신규·순증 물량을 추후 다시 산출해 설명하겠다고 했다. 정책 발표 시점에도 119만호 가운데 기존에 발표된 물량과 이번 플랜을 통해 추가되는 물량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셈이다. 앞서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대책에서 제시한 149만1000호와 이번 공적주택 119만호는 대상 지역과 공급 주체, 산정 기준이 다르다. 149만1000호는 수도권에서 향후 5년간 착공할 공공·민간주택을 합친 수치다. 반면 119만호는 전국의 공공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건설임대와 공공분양뿐 아니라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임대, 민간주택을 빌려 재임대하는 전세임대까지 포함했다. '1호'를 공급으로 인정하는 시점도 다르다. 건설형은 착공, 매입형은 주택 매입이나 매입약정, 전세임대는 임대차계약 체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같은 공급 실적으로 잡히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119만호 가운데 직접 건설하는 공공임대는 35만호다. 나머지 공공임대는 매입임대 31만호와 전세임대 23만호로 구성된다. 정부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입주할 수 있다고 밝힌 물량도 전체 계획의 약 13%인 15만호이며, 수도권 물량은 10만호다. 국토부 관계자는 “149만1000호는 수도권 공공·민간주택의 착공 목표이고, 119만호는 전국을 대상으로 매입약정과 전세임대 계약까지 포함한 수치"라며 “지역과 사업 프로그램, 공급 기준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공분양 24만3000호는 연평균 약 4만9000호 규모다. 이전 5년간 연평균 실적 2만1000호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저렴한 주택이 최초 수분양자에게만 시세차익을 안기는 '로또 분양'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질문에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공공분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상한제 주택 전반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주택정책 부문에서 별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환매조건이나 전매차익 환수 등 공공성을 장기간 유지할 장치는 이번 플랜에 담기지 않았다. 보편형 공공임대와 기존 통합공공임대의 차별성도 쟁점이 됐다. 통합공공임대는 복잡하게 나뉜 공공임대 유형을 하나로 합쳐 다양한 계층의 입주 편의를 높인 제도다. 여기에 다시 보편형이라는 별도 유형을 만드는 것이 정책 중복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두 유형의 정책 대상을 분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존 통합공공임대가 저소득·주거취약계층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어 이를 중산층까지 확대하면 취약계층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공공임대는 취약계층을 위해 유지·확대하고 보편형 임대는 별도 물량으로 추가해 '두 개의 트랙'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보편형 공공임대는 소득 3·4분위 이하 중심의 통합공공임대보다 대상을 확대하는 개념"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공급을 역대 정부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중산층형 공공임대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편형 임대에 적용할 소득·자산 기준과 구체적인 임대료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해당 기준이 민감하고 핵심적인 사안인 만큼 청년과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들은 뒤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역세권·도심에 중형 평형과 민영주택 수준의 품질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면서 부담 가능한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정부는 보편형 임대의 재정지원 단가를 통합공공임대보다 약 10% 높여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사업비는 주택도시기금의 출자·융자와 입주자 보증금, LH·지방공사의 자체 부담으로 조달한다. 예컨대 표준사업비를 기준으로 재정 출자와 기금 융자, 입주자 보증금으로 대부분을 충당하고 나머지를 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실제 사업비가 지원 기준을 웃돌면 LH 등 사업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편형 임대 19만호와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이 이번 플랜의 가장 큰 시험대"라며 “선호 입지의 토지 확보와 건설비, 재정부담, 기존 입주자 이주 문제, LH와 지방공사의 사업 수행능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도 공적주택 공급을 위해 약 30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공적주택 관련 예산 약 20조7000억원보다 9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공공임대 관련 예산은 올해 19조6000억원에서 내년 28조5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하고, 공공분양 예산도 약 3000억원 늘어난다. 일반회계와 주택도시기금을 합친 수치로 주거급여는 포함되지 않았다. 내년 신설 예정인 미래대응기금에서는 주택 분야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주택공급에 2조80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4000억원가량은 주거급여와 청년월세 지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5년간 필요한 총재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연도별 물량과 주택 건설단가, 주거급여 대상과 지원 한도가 달라질 수 있어 5년치 재정 소요를 하나의 숫자로 제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8년 이후에는 일반회계와 주택도시기금, 미래대응기금 등을 동원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원칙만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는 플랜 이행에 필요한 공급 물량이 반영돼 있다"면서도 “연도별 물량과 단가, 사업 구성이 바뀔 수 있어 5년간 총비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 품질을 높일수록 재정과 사업자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역세권의 높은 토지가격과 공사비를 반영하고 중형 평형과 고급 마감재를 적용하면서 임대료까지 낮추려면 정부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 LH의 부채와 장기적인 임대주택 운영비까지 감안하면 내년 예산 확보만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LH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법 개정과 인력·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모든 기초지자체에 주거복지센터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설치 의무화를 위한 법률 개정 시기와 국비 지원 규모, 지자체별 인력 배치계획은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장기공공임대 비중이 현재 8.4%에서 2030년 10% 이상으로 높아지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마다 공공·사회주택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른 만큼 재고 비율만으로 OECD 국가의 주거복지 수준을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함 랩장은 “주거안정플랜의 성패는 몇 만호를 발표했느냐보다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품질의 주택에 실제로 입주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공급 물량뿐 아니라 입지와 면적, 임대료, 입주율과 주거만족도를 함께 관리하고 실제 착공·입주 실적을 매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