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공직자들을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결정을 맡은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자면서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겠냐 하는 의구심을 조기에 차단해 정책 수용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정부의 이번 다주택 보유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정책 입안 배제 방안은 관련된 참모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것이 부동산 정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인지 평가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2일 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나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높이 산 것이 주목된다. 이해충돌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관련 공무원을 일괄 배제하기보다 자진신고 의무와 사후엄벌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주택·부동산 정책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나 투자·투기용 비거주 주택 보유자, 초고가 주택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게 제도를 만든 공직자가 문제"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다주택 공직자 현황은 조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주택 정책 담당자의 주택 등 부동산 보유 파악 후 관련 업무 배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주택 정책 담당자는 토지뿐만 아니라 금융, 세제 정책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상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윤리시스템 재산등록·공개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제1차관, 주택토지실장, 주택공급추진본부 본부장, 국토도시실장 등이 주 검증 대상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부동산 정책 세제·예산권을 쥐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대상이다. 제1차관, 제2차관, 차관보, 세제실장, 예산실장 등이 조사 대상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수요를 조절하는 핵심축이다. 금융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이 조사대상자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의 경우 정책금융을 다루고 정책 실행과 설계 일부에 참여하는 만큼 대상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금융감독원 원장·수석부원장·부원장(은행 담당) 등은 정책기관이 아닌 감독기관이라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다만 정책 권한은 금융위에 있지만 DSR 규제 강도조절, 대출 총량 관리 등으로 실질적인 대출 조절 권한은 금감원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세무조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재경부·청와대와 정책 공조를 한다는 점에서 국세청장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공직자에게 주택 처분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20년 경기지사 시절 4급 이상 간부들에게 실거주 외 주택 처분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어긴 공직자는 승진에서 배제하고 보직에서 해임했는데, 이에 대법원은 위법 판결을 내렸다. 다주택 여부가 정책 수행 능력이나 공정성을 직접 담보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지적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이번 조치는 공직자의 자산보유현황이 정책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주택 참모 배제를 통해 큰 틀에서 공직 청렴성을 높이고 정책 신뢰를 두텁게 할 수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것이 최선의 인재 활용 방식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어 “앞으로 국토교통비서관을 패싱하고 부동산 정책을 짜겠다는 것이냐" 반문하며 “국정의 핵심 실무 라인을 배제한 채 어떻게 정책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정책과정에서 배제할 것이라면 기준이 더 세분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과정에서 공직자를 배제하려면) '다주택자'만 배제한다기보다 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등 기준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나 부동산 정책과 공직사회 청렴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싱가포르는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무원에게 자발적 신고 의무를 지우고 위반시 강력한 사후적 처벌을 한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책임교수는 이번 조치에 대해 “'내로남불'을 막고 공직사회 청렴성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면서 “싱가포르 사례도 논의 구체화를 위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공직사회 청렴도는 의무공개와 사후엄벌로부터 나온다. 싱가포르 이해충돌 관리 시스템의 기본 원칙은 자발적인 회피다. 부동산 임대·감정 정보에 접근하는 공무원은 정부소유 부동산을 임차하기 전에 이해충돌이 없도록 의사결정 라인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등 충분한 조치를 해야한다.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은 상급자 또는 위원장에게 우선 공개되고 회의·표결·서명에서 배제된다. 배제와 대체결재, 상급 감독이 혼합된 구조다. 부패행위조사국(CPIB)은 이해충돌 사안이 부패 의혹으로 발전하면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강한 형사처벌과 사후제재를 통해 공직 청렴도를 높인다.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자를 어디까지 배제할 것인지, 완전 배제가 어려울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 기준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제도적으로 관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다주택자 규제를 한다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특별히 업무와 관련 있는 경우만 배제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구체화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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