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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주의 건설생태계] 자율주행이 바꾸는 도시...국토교통기술대전서 본 모빌리티 미래

2016년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1호가 첫발을 뗀 뒤로 서울~평창 자율주행 시연, 세종 로보셔틀, 판교·강남 로보라이드 등 국토교통부는 실증사업을 이어왔다. 올해는 광주 도시 전체를 무대로 200대 자율주행차를 투입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이 교통수단 이상의 변화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대중교통 체계·물류시스템 등의 변화가 결국 도시 전체의 모습을 바꿔놓을거라 본다. 도시의 미래를 바꿀 모빌리티의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엿볼 수 있었다. 국토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국토교통기술대전이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회했다. 이번 행사는 국토부가 AI,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미래 혁신을 주도하는 부처로서 이미지를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와 AI, 스마트건설, 우주항공 등 첨단기술 기반 분야를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개회 행사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는 부동산도 맡고 철도 사고도 막고 건설사업도 하는 곳이긴 하지만,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첨단기술 발전, 미래 개척하는 부처라는 걸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교통의 시대에서 모빌리티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생긴 가장 큰 차이는 공급자 관점에서 이용자 관점으로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공급자가 어떤 수단을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수단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날 대한교통학회에서 진행한 '미래교통기술이 이끄는 모빌리티 정책토론회'에서 민동환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이사는 모빌리티가 3단계로 진화를 거쳐왔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교통 인프라는 도로와 정류장이었다. 우버나 카카오택시로 대표되는 플랫폼 모빌리티로 넘어오면서는 앱과 결제가 핵심 인프라가 됐다. 데이터가 새로운 자산이 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새롭게 대두됐다. 수요와 공급의 단순 매칭을 넘어 운행·배차·재배치·관제·정비까지 통합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차량 운영이 자동화된 것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에서는 관제센터가 인프라다. 이젠 운영체계(OS)가 새로운 권력이 됐다. 플랫폼과 함께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도입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이동 수요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버는 차량을 공급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파악하고 그 중 가장 적합한 이동 수단을 배정하는 관제 능력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이날 행사에 모빌리티 분야는 13개 기관이 참여했다. 그중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은 수요대응형 셔틀 서비스 차량과 교통소외지역 이동지원 서비스 차량 등을 소개했다. 위 두 사업은 오는 9월부터 내년 12월까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서 시행 예정이다. 수요대응형 셔틀 서비스 차량은 정해진 노선·정류장 없이 '가치타요' 앱으로 호출하면 원하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의 이동을 제공한다. 최대 15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교통소외지역 이동 지원 서비스 차량은 장애인·노약자·교통소외지역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원한다. 교통약자 일반형 카니발(3대), 휠체어형 카니발(2대), 교통소외지역 아이오닉5(5대)가 운영 예정이다. 서비스 차량은 '누리GO'앱으로 사전·실시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물류 부문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행사에서 융복합물류사업단은 '모듈형 말단배송 로봇 플랫폼'을 선보였다. 흔히 '라스트 마일(Last Mile)'로 불리는 말단배송은 택배가 최종 목적지인 집 앞까지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사업단이 소개한 배송 로봇은 아파트 공동 현관이나 엘리베이터 등 건물 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주행 기술을 갖췄다. 스마트 택배함과 연계해 물건을 자동으로 싣고 내릴 수 있으며, 여러 대의 로봇을 관제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해 비상 상황에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로봇이 복잡한 아파트 복도를 스스로 지나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시대가 머지않은 셈이다. 대기업에 비해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중소·영세 운송업체를 위한 디지털 지원책도 마련된다. 사업단은 높은 비용 부담으로 그동안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던 영세 업체들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공공 운송관리시스템(TMS)'을 개발해 무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적의 배차 계획과 운행 경로를 AI가 자동으로 찾아 운송 효율을 높인다. 탄소 배출 관리까지도 가능해진다. 물류 생태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중소 운송 사업자의 자생력을 기르고 국가 물류 정보를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모빌리티의 변화에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이사는 “예전에는 하나의 운송수단이 하나의 목적으로만 사용됐지만 자율주행 시대에는 시간대별 운영방식이 다양해질 것"이라며 “아침에는 출퇴근 셔틀로 이용하다가, 오후에는 병원·은행 등 왕복 픽업을 한다거나 고령자를 자택에 호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한계가 문제 된다. 한국은 면허 체계가 특정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경계를 허물어도 제도가 융합되지 않으면 하나의 차량이 다양한 목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는 상황은 운수업계 관점에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운전·면허 중심 모델은 약화될 것이지만, 운전·안전관리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리가 익숙한 운수사는 지역 원격관제 허브의 역할을 수행해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빅테크가 못하는 현장 민원, 교통약자 동행, 사고 수습 등 로컬 네트워크의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기술 실증을 넘어 산업이 전환되는 시기에 연착륙을 위해서는 원격 운영자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관제 인력의 자격·권한·교육체계 등을 마련하는 것이 무인차 사고 책임소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보험·책임 체계 정비도 필요하다. 운수업계 연착륙을 위한 교육도 요구된다. 대량 실업 방지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직무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빅테크·로컬 운수사·지자체의 민관협력 공공조달모델을 통해 새로운 지역 모빌리티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데이터 수집 및 처리 기준을 마련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데이터 공유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작업도 요구된다. 개회 행사에서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42dot 대표는 “국토부의 자율주행실증사업 덕분에 예외 상황(Edge case)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며 “인프라와 제도가 길을 열어주고 생태계와 인재들이 이를 함께 지원한다면 우리도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이슈&인사이트] 모아타운에 거는 기대와 우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당시 경쟁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오세훈 시장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차 지지율이 상승했다. 선거 후 출구조사에서는 5% 차이로 패배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밤새 진행된 개표 결과 역전해 최종적으로 당선되었다. 서울시에서 최초로 5선 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표심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 분석 결과 드러난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지지층 중에는 오세훈 시장이 기존에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모아타운 대상지 주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언론사는 오세훈 시장이 상대 후보보다 적은 비율을 득표했던 자치구에서도 모아타운이 추진되고 있는 행정동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의 득표를 했다는 분석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널리 알려진 신(속)통(합)기획뿐만 아니라 모아타운도 오세훈 시장을 다시 지지해 사업의 추진력을 얻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아타운은 주로 도심의 주거 환경이 노후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모아 하나의 마을처럼 정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 공공지원을 하여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신통기획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모아타운은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시행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서는 기존의 낮은 사업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소규모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 단계가 생략되어 있고, 조합 설립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에 관리처분계획을 포함해 받으면서 행정 업무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이런 절차적 완화는 정비사업 추진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금융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수단으로 기능하므로 상대적으로 큰 인센티브로 인식된다.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문제는 모아타운을 구성하는 모아주택이라는 소규모 정비사업들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일반 재개발·재건축보다는 사업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물론 도심에서 대규모로 정비사업을 하려면 정비구역 지정 요건이나 동의율 충족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부 구역만 소규모로 사업을 시행하면 더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소규모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정비기반시설을 개선할 여지가 줄어들고, 일반 분양 물량 증가로 사업성 확보가 곤란하다. 실제로 2025. 8. 기준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장 총 107곳 중 93%가 서울시 평균 공시지가보다 공시지가가 낮은 지역이다. 분양가는 일반적으로 지가에 비례하기 때문에 낮은 지가는 사업성에 제약 요인이다. 서울시는 이런 낮은 사업성을 해결하고자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용적률을 완화하고, 보정계수를 도입해 임대주택 비율이나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모아타운 내 모아주택 간 건축협정이나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정비기반시설 통합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아타운은 근본적으로 여러 소규모 정비사업의 집합체다. 모아타운 전체가 하나의 사업지가 아니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높아진 공사비로 분양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1군 건설사들은 참여를 꺼린다. 설령 중소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도 공사비가 이미 높은 상황이라 미분양, 임대 수입 상실, 추가 분담금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최초 모아타운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던 정비업체나 조합 관계자가 실제 사업이 진행되면서 예상보다 많아진 추가 분담금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하는 순간 조합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등 임원 급여에 대한 불만이 더해 지면 조합은 극심한 내분을 겪게 된다. 여기에 사업비나 이주비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에 조합원들의 시름은 깊어 가고, 정비사업은 출구를 찾지 못하게 된다. 모아타운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초 모아타운 지정 시부터 신중하게 대상지를 선정하고, 필요시 해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의 연임에는 모아타운 정책을 지지하는 주민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구역은 공공지원 강화로 신속한 추진을 돕고, 그렇지 않다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 매몰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지지해 준 주민들을 위한 길일 것이다. 양희철

“동탄 20억이면 차라리 분당”…셔세권 벨트의 종착지 판교·분당 가보니

“동탄 20억원이면 차라리 분당을 보죠." 최근 경기 남부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셔세권(셔틀버스+세권)' 열풍의 종착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분당과 판교다. 동탄과 수지, 광교를 거치며 이어진 집값 상승 흐름이 결국 분당·판교로 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실제 올해 경기 남부 집값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화성 동탄 아파트값은 9.5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용인 수지구는 9.03%, 성남 분당구는 7.4%, 수원 영통구는 5.72% 상승해 수도권 평균 상승률 2.8%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동탄은 6월 들어 2주 만에 4.24% 뛰었고, 동탄역 인근 대장 단지인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반도체 업황 호조와 성과급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통근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반도체 머니'가 주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동탄의 가파른 상승 이후 시선이 분당과 판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탄역 인근 일부 단지의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주거 인프라와 학군, 직주근접성을 갖춘 분당과 판교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교 일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판교와 분당, 수지, 광교, 동탄을 하나의 경기 동남권 성장축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며 “AI 산업 확산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기업 일자리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 일대 주거 선호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교와 분당은 이미 생활 인프라와 업무지구가 완성된 지역"이라며 “주변 지역 가격이 오르면 일정 시차를 두고 가격이 따라붙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값 상승세는 개별 단지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플랫폼 집피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전용 52㎡는 지난 5월 15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신촌태영데시앙 전용 85㎡가 올해 1월 13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분당 구축 소형 아파트 가격이 서울 주요 지역 중형 아파트 가격을 웃도는 사례가 나타난 셈이다. 실제 한솔마을5단지 전용 52㎡는 2016년 3억원대 중반 수준에서 최근 15억원까지 오르며 4배 이상 상승했다. 최근에는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동탄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분당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직원뿐 아니라 판교테크노밸리 종사자, 전문직 수요까지 겹치면서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역 일대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었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IT기업과 스타트업 사무실이 밀집해 있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직장인들로 거리가 붐볐다. 판교는 원래도 강남 대체 주거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벨트의 핵심 배후 주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백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는 강남 접근성과 직주근접성 때문에 원래 수요가 강했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수요층이 더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 판교 일대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판교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판교는 판교테크노밸리와 가까운 직주근접 입지에 신분당선, 월판선, GTX-A 등 교통 호재가 겹쳐 고소득 실수요층의 선호가 꾸준하다"며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 확장으로 경기 남부 일자리 축이 커질수록 판교의 주거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입지의 아파트들은 결국 주변 상급지와 가격 차이를 좁히는 흐름을 보인다"며 “동판교 역시 단기 급등 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망 확충과 기업 집적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장 분위기가 무조건 뜨거운 것만은 아니다. 거래량 자체는 과열 국면이라기보다 관망세가 짙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가격이 상당 부분 오른 데다 대출 규제 영향도 남아 있어 실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매도자들도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며 “매수자들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거래는 생각보다 차분하다"고 말했다. 분당 재건축 기대감 역시 시장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자동과 수내동, 서현동 일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장기적인 가치 상승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동탄이 삼성전자 배후 주거지라면 수지는 분당·판교의 대체지, 분당과 판교는 강남 접근성과 학군, 업무지구,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갖춘 경기 남부 최상급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분당과 판교는 신규 공급이 제한적이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도시인 만큼 재건축이나 정비사업 외에는 대규모 공급이 쉽지 않다. 반면 판교테크노밸리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확장으로 고소득 일자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인 구조가 형성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경기 남부 집값 급등세를 두고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과 분당·과천 등 규제지역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구리, 남양주, 용인 기흥, 화성 동탄 등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기흥과 동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벨트 수혜 기대가 맞물리면서 셔세권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거래 증가와 함께 계약 해제 건수도 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단기 과열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동탄과 기흥 등 일부 지역은 규제지역 지정 요건에 근접한 만큼 향후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풍선효과에 따른 상승세는 대출·세금·청약 규제가 강화될 경우 지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실거주 가치와 장기적인 지역 경쟁력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만든 새로운 부동산 지도가 동탄과 수지, 광교를 지나 판교와 분당으로 향하고 있지만, 시장은 상승 기대와 규제 가능성 사이에서 다음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박창근 국토안전원장 “작년 대비 사망자 절반…공사장 안전에 더 신경쓸 것”

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장이 50억원 이하 소규모 건설현장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연말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소규모 공사장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지시한 만큼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지반 침하 사고에 대한 안전대책 또한 강조했다. 23일 국토안전원은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규모 건설현장 중심으로 사망사고를 감축하고 기반시설 노후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R&D역량을 강화하는 등 체계적인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토목 공사 현장은 1년에 16만 개 정도다. 그 중 50억원 이하 사업장은 90% 가량이다. 50억원 이하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전체 사망사고의 4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소규모 공사장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등록된 현장 중 올해는 1만5000곳을 선별해 연말까지 안전 진단을 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에 가면 국토안전원의 전문가들이 현장 위험 요소를 찾고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올해 현장 점검과 현장 컨설팅 사업을 모두 합치면 2만2000개 현장을 목표로 한다. 올해 들어 공사장 사망사고는 감소하는 추세다.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한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기준에 따르면 작년에는 19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22일 기준 사망자는 99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한편, 박 원장은 신안산선 붕괴사고 등 사고조사위원회의 재발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유사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토목 공사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실적공사비는 이자 상승률만 일부 반영해 공사비를 책정하는데, 실제 입찰 때는 80~90% 수준으로 낙찰된다"며 “5년 전보다 인건비·자재비는 오르는데 예산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니 100원짜리 공사를 70원으로 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24년 발생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구간 싱크홀 사고를 예로 들기도 했다. 박 원장은 “당시 공사 현장 역시 적정 공사비의 80% 수준으로 수주가 이뤄졌다"며 “현장소장 입장에선 공사비를 줄여서 공사가 잘 끝나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줄이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못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실적 공사비 대신 인건비·재료비·안전비를 충분히 반영한 공사비 책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박 원장은 지하 안전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발생했던 대형 지반침하 사고를 계기로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하 굴착공사의 '설계·시공·유지관리' 전주기에 걸친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가동 중"이라며 “설계단계에서는 지하안전평가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수·차수공법·지반안정성' 3대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표준매뉴얼을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단계에서는 기존의 서류 중심 지하안전조사 방식을 '현장점검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했다.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공동탐사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확충해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탐사와 지자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안전원에서는 지하안전팀에서 TF를 만들어 최근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20개를 정밀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를 국토안전교육원에서 이뤄지는 기술자 보수교육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지하안전평가서를 작성하는 기술자들이 제대로 현상을 파악하고 실무시 설계에 도움을 주도록 지원한다. 박 원장은 “대형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여전한 이때, 국토안전관리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함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동탄에서 광교까지…반도체 머니가 바꾼 경기 남부 부동산 지도

“최근 일부 역세권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탄역 롯데캐슬이 최고 22억원대에 거래된 뒤 30억원은 받아야 한다며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다만 이런 분위기가 동탄 전역으로 퍼진 것은 아니고 동탄역 접근성이 좋은 일부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이 경기 남부 주거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통근 셔틀버스가 지나는 이른바 '셔세권'을 따라 동탄과 수원 영통, 용인 수지, 광교 일대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 사내대출 등 반도체 업계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온도는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화성 동탄 아파트값은 9.5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용인 수지는 9.03%, 성남 분당은 7.4%, 수원 영통은 5.72%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동탄이 있다. 동탄역 대장주로 꼽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전용 65㎡ 역시 20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고층 매물 호가는 이미 25억~26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현장에서는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동탄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동탄 집값은 정상적인 속도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동탄역 롯데캐슬은 30억원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우남퍼스트빌·한화꿈에그린도 20억원에 가까워졌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호수공원과 카림애비뉴 인근 단지도 15억원 선까지는 갈 수 있다는 기대가 퍼져 있다"며 “삼성전자 화성·평택캠퍼스와 협력업체 직원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탄 전체가 같은 온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개업계에서는 동탄역과 가까운 초역세권, GTX-A·SRT 접근성이 뛰어난 단지, 학군과 상권을 갖춘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본다. 한 공인중개사는 “동탄이라고 다 같은 동탄이 아니다"라며 “역세권과 비역세권, 동탄1과 동탄2, 셔틀 접근성에 따라 체감 온도 차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현지에서는 동탄역 롯데캐슬을 최상단으로 보고 우남퍼스트빌·한화꿈에그린 등 시범단지, 카림애비뉴 인근, 목동, 호수공원 생활권, 메타역 일대 등으로 주거 선호도가 세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탄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배후 주거지인 영통이 나온다. 영통역과 망포역 일대에는 삼성전자 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 수요가 꾸준하다. 동탄처럼 급등세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실수요가 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다. 영통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영통은 투자 수요보다 실거주 수요 비중이 높다"며 “삼성전자나 협력사 직원들이 전세로 살다가 매매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망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가까운 영통·망포 일대는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하다"며 “서울에서는 7억원대로 선택지가 제한되다 보니 같은 가격이면 상대적으로 쾌적한 경기 남부 역세권을 찾는 젊은 부부 문의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원도 무조건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화서역·수원역·영통역·망포역처럼 교통 호재나 일자리 접근성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을 따라 이동한 수지도 매수 열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지는 동탄과 영통에서 한 단계 올라가는 '갈아타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강남 접근성과 학군, 생활 인프라가 강점으로 꼽힌다. 상현역 인근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지 이편한세상 일대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많지 않은 상태"라며 “최근 전용 84㎡가 16억원대에 거래된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높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17억원 이하 매물은 찾기 어려워졌고, 일부 매물은 17억원대 중반까지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성복역 일대도 비슷한 흐름이다. 성복역 롯데캐슬골드타운은 최근 전용 84㎡가 16억~17억원대에 거래됐고, 일부 매물 호가는 18억원 안팎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성복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선호 단지는 판상형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신고가 거래 이후 주변 단지 호가도 함께 오르는 분위기"라며 “동탄 집을 팔고 수지로 갈아타려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의 마지막은 광교였다. 광교는 최근 경기 남부 셔세권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탄처럼 반도체 산업의 직접 수혜지이면서도 수지나 분당처럼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광교중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아 “광교의 경쟁력은 서울 접근성보다 생활 인프라"라고 말했다. 광교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에서는 광교가 서울 인프라를 누린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서울 생활권이라기보다는 강남 접근성이 좋다는 의미에 가깝다"며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역까지 30~40분대 이동이 가능하고 경기 남부에서는 드물게 대형 상권과 호수공원, 행정타운, 학군을 모두 갖춘 도시"라고 설명했다. 실제 광교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원역이나 인계동보다 강남 방문이 더 익숙하다는 말도 나온다. 광교 주민 김모 씨는 “수원 시내를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 가는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이나 쇼핑, 약속은 강남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광교중앙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동탄과 영통, 광교를 함께 보는 수요가 늘었다"며 “광교는 직주근접뿐 아니라 교육환경과 생활 인프라까지 고려하는 수요가 선택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을 대체한다기보다는 경기 남부 안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주거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동탄역에서 시작한 취재는 영통과 수지, 광교로 이어졌다. 동탄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자금이 처음 모이는 곳이고, 영통은 직주근접 수요가 받쳐주는 배후 주거지다. 수지는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며, 광교는 교육·생활 인프라까지 갖춘 경기 남부의 대표 주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과 경기 남부 집값 사이의 연관성이 과거보다 뚜렷해지고 있다고 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에게 성과급과 보상금이 지급되는 시기에는 경기 남부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현금 여력이 커진다"며 “동탄·영통·수지·광교 등 반도체 사업장과 셔틀 노선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실수요 기반이 탄탄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년치 세금 내”…사우디, DL이앤씨에 8533억원 과세 통지서 날려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이 DL이앤씨에 2006년부터 현지에서 수행한 사업에 대한 8533억원 규모 법인세 부과를 통지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사우디 과세당국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사우디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설계·조달·시공(EPC) 용역과 관련해 법인세 추징을 통지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번 8533억원 규모 법인세는 사우디 과세당국이 DL이앤씨가 수행한 설계·조달 업무가 현지 고정사업장에서 수행됐다고 간주하고 부과된 것이다. 통상 해외 EPC 사업은 한국 본사에서 설계와 조달을 수행하고 한국에 법인세를 신고·납부한다. DL이앤씨 역시 해당 기간 동안 이미 한국에서 적법하게 법인세를 신고하고 납부 완료했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사우디 국세청으로부터 정확한 과세 근거를 수령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과세 대상 연도로 미뤄볼 때 DL이앤씨가 사우디에서 수행했던 '카얀 폴리카보네이트 프로젝트(2007~2011), 얀부 수출 정유공장 프로젝트 가솔린 PKG(EPC-3)(2010~2014), 쇼아이바 2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공사(2011~2015), NCP 석유화학 단지 건설공사-South Plot(2008~2011), RTIP 혼합 피드 크래커 프로젝트(2011~2014)'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했다. DL이앤씨는 과세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실제 세금 납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사우디 소득세법에 따르면 소득세 부과 법정 기한은 10년이다. 이번 과세 대상이 된 예상 사업지들은 이미 부과 제척기간이 경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세표준·세액 산출 근거 등 구체적인 과세 근거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고정사업장 인정 근거나 용역 수행분 배분 방식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설계·조달 업무는 본사 소속 인력이 한국에서 수행한 업무로서 사우디 내 고정 사업장 형성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과세소득은 이미 한국에서 적법하게 신고·납부된 건으로 사우디에서 해당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경우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간 조세조약을 위반한 과세권 침해라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우선 현지 조세 불복절차를 진행한 후, 현지에서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호합의절차(MAP)를 신청할 방침이다. 현지 불복절차는 사우디 국세청을 상대로 한 이의신청이 첫 단계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현지 조세분쟁위원회(GSTC)를 상대로 조세불복청구가 진행된다.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세금 납부는 이뤄지지 않는다. 소송 진행 중 재무적 영향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납부해야 할 신뢰성 있는 금액을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제표 상에는 해당 부분이 충당부채로 반영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재무적 영향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상호합의절차는 조세조약에 의한 것으로 이중과세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각국 과세당국이 직접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적·행정적 구제 제도다. 상호합의절차는 과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납세자가 국세청에 상호합의 신청을 하면 국세청은 상대 국가에 신청 내용을 통보하고 해당 과세가 정당한지, 조세 조약에 부합하는지를 다툰다. 상호합의 절차는 소송 중간에도 신청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중동 사업지에서 과거에 수행했던 사업에 대해 과세하는 선례가 있긴 하나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과세 배경으로 사우디 재정난을 짚었다. 그는 “이번 8000억원대 법인세 과세가 사우디 재정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건설사로 조세 리스크가 번질지 예단할 수 없지만 설계·조달은 한국에서, 시공은 현지에서 하는 사업구조가 일반적인 만큼 다른 건설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이헌욱 부동산원장 “통계조작 논란 끝나”…“실거래가·공시가 같아야 한다는 건 난센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부동산원을 단순 통계·공시 기관을 넘어 국가 부동산 정책을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 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근 논란이 이어진 부동산 통계와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며 “통계조작 논란은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18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부동산원은 감정평가 업무를 넘어 공시·통계, 청약, 시장관리, 도시정비, 녹색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부동산 정책을 지원해 왔다"며 “앞으로는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부동산 현안 해결을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 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100일 동안의 고민을 소개하며 “부동산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데이터로 제시하는 연구에 착수했다"며 “이를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관련 연구 결과는 올해 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부동산원 통계 신뢰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 원장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이 호가를 과도하게 반영한다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원 통계는 호가를 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사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요소를 종합 평가해 산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자들이 조사한 가격이 실거래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조사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계 전문가들의 검증과 국제적으로 공인된 통계기법을 적용하고 있어 통계 정확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거래가에도 이상거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실거래가만을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사 통계가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기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강한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차이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실거래가는 고가 거래도 있고 저가 거래도 있으며 특수관계인 거래나 이상거래도 존재한다"며 “공시가격은 조사자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조사한 가격에 현실화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거래가와 조사자가 조사한 가격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만약 동일해야 한다면 그냥 실거래가를 공시가격으로 쓰면 되겠지만 그것이 과연 형평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방식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다 형평성 있는 체계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부동산 통계 논란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초기에는 통계조작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조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현재는 수정 논란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원 직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만약 통계법 위반이었다면 직원들이 기소됐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논란 이후 도입된 7대 개혁 방안을 모두 이행했고 외부 검증과 내부 점검 체계를 구축했다"며 “현재는 외압에 의해 통계가 좌우될 수 없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향후 부동산원이 단순 통계 제공 기관을 넘어 정책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 가치는 국토균형발전과 국민 주거권 보장"이라며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인 만큼 부동산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 정책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부동산 시장의 핵심 문제로 금융, 세제와 함께 '공간구조 문제'를 꼽았다. 이 원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는 결국 도시의 문제"라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비수도권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현재의 단핵 구조를 다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원은 앞으로 전국 도시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겠다"며 “숫자로 보는 도시, 데이터로 보는 도시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반도체 머니’ 부동산 유입? 정부, 보유세·양도세 손질 ‘시동’

정부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나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출범 이후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각종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세제를 통한 수요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성과급과 사내대출 등을 통해 최대 50조원 이상의 자금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도 세제 대응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증시 역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거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지급이 현실화되는 연말과 내년 초가 진짜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과거에도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예외일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능성을 경계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급할 성과급과 저금리 사내 주택자금 대출 규모를 합치면 내년까지 최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노사 협상을 통해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0.5%를 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 규모의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도 지원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성과급 지급과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유동성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사내대출은 임직원 복지 성격이 강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 규제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실제로 이 자금이 곧바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수도권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서울 핵심 지역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직주근접이 가능한 동탄이나 용인 등에 정착하려는 수요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투자와 주거를 함께 고려한다"며 “성과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집값보다 전·월세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무주택자가 많다"며 “보유세를 크게 올릴 경우 임대료 전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정부 역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오는 7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손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보유세 분야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개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 수준이다. 정부는 이 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과표 구간과 세율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 역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양도세 역시 실거주 중심 체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통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단순 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은 줄이고 실제 거주 기간에 따른 혜택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장기간 보유만 하고 거주하지 않은 주택의 경우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서울 지역 등록임대 아파트 약 6만8000가구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 등의 혜택을 받고 있어 매도 유인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일정 유예기간을 둔 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잠겨 있는 물량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혜택 축소가 단기적으로는 매물을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 감소와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역시 정책 신뢰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가 과거 세제 혜택을 약속하며 등록을 유도한 뒤 사후적으로 혜택을 축소할 경우 정책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7월 세제개편에서 보유세 강화 방향은 분명해 보이지만 전면적이고 급격한 인상보다는 초고가 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을 겨냥한 선별적 조정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 전·월세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될 경우 무주택자의 체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과거 평균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식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현실적인 카드로 거론된다"면서도 “보유세만 높이고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 부담을 그대로 둘 경우 매물 출회보다 매물 잠김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단순 보유보다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불가피한 사유를 가진 비거주 1주택자도 적지 않은 만큼 예외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조세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450조 이란 재건 빗장 풀리나”…현대·DL·대우 ‘눈길’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에 미국이 이란 재건과 경제 발전을 위해 최소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과거 이란 시장을 주도했던 국내 대형 건설사 행보가 주목된다. 20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 이란 수주를 이끌어온 것은 현대건설·DL이앤씨·대우건설이다. 이 대형 3사 각각의 주력 분야는 뚜렷하다. 현대건설은 이란 시장에서 10억달러가 넘는 대형 에너지 플랜트 공사를 연이어 완공하며 시공능력을 입증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사우스파(South Pars) 가스전 개발공사'를 수행한 것이 주요했다.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공사 2·3단계 육상설치 공사'에서 10억1539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사우스파 4-5단계'에선 16억2334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두 대형 프로젝트로만 26억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올린 것이다. 계열사인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이 수행한 '사우스 파스 가스 생산설비와 육상처리시설 간 해저 파이프라인 설치공사'(1억500만달러)까지 더해져 해상과 육상을 잇는 가스 플랜트 분야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1970~1990년대에 걸쳐 '반다르 압바스 조선소 공사'(1억9163만달러)와 '반다르 압바스 해상구조 공사'(1억6334만달러)를 완공하는 등 항만 및 해상 인프라 구축에도 오랜 경험을 보유했다. DL이앤씨는 가스 정제뿐만 아니라 수력·화력·석유화학(올레핀) 등 에너지 및 인프라 전반에 걸쳐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졌다.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5억8627만달러 규모의 '카룬 NO.4 수력댐 건설공사'다. 이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수행된 공사로 대형 토목·발전 인프라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 가스플랜트 분야에서는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수행한 '칸간(캉간) 가스 정제공장 1·2단계 공사'를 통해 총 5억1929만달러(1단계 2억8358만달러·2단계 2억3571만달러)의 실적을 쌓았다. 이와 함께 '아와즈 액화 천연가스 추출공장 기계설치'(1억8833만달러), '샤이드 라자이 화력발전소'(1억5824만달러), '반다르 이맘 올레핀 공장 건설공사'(1억5144만달러) 등 다방면의 산업 플랜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대규모 철도 노선을 건설하고 해상 송유기지 복구 공사를 하는 등 국가 기간시설 공사에 강점을 보였다. 대우건설은 이란 남부 호르모즈 해협에 위치한 해상 물류 허브인 반다르 아바스를 연결하는 '반다르 아바스-바프간 철도공사'에서 여러 구간을 맡아 완공했다. '4-B공구'(1억7362만달러), '4-A구간'(1억5133만달러), '6구간'(1억439만달러)을 합하면 철도 인프라에서만 총 4억2934만달러의 완공 실적을 보유했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원유 수출·유통 거점인 하르그섬에서 '해상 송유기지 복구공사'를 맡아 1억115만달러 규모의 특수 공사를 완료해 해상 토목·복구 분야에서 전문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란 시장이 열렸다고 해서 국내 건설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현대건설·DL이앤씨·대우건설 모두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현재 이란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 조차 정확히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건 기금을 조성한다는 발표 외에는 구체적인 입찰 방향이나 조건이 나오지 않은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사업을 검토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2010년대 전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저가 수주 관련 영업손실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대형 건설사들의 전략은 이른바 '첫 깃발 꽂기'였다. 일단 초기 수주단계에서 공사비나 공사기간 등 사업 조건을 완화해 시장에 우선 진입한 뒤, 시공능력을 인정받아 향후 더 좋은 조건으로 양질의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하겠다는 전략이었다. 2014년 경 저유가로 중동 플랜트 발주가 지연되거나 감소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추가 수주 협상에서 난항을 겪었다. 중동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중동 발주처에도 공사비나 공사 기간과 관련한 데이터가 축적돼 사업 조건을 크게 개선시키기도 어려웠다. 이후 한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투자 비중을 줄인 이유다. 이번 재건 사업의 성패는 향후 구성될 재건 기금의 투명성과 이란 정부 및 국영기업 등 발주처의 긴급성이 가를 전망이다. 전력공급이 차단되거나 주요 석유 생산 시설이 타격을 받는 등 국민 삶에 영향을 주는 필수 인프라 영역에서 피해가 커질 경우 긴급 보수공사 발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공사기간이나 공사비에 대해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란 재건 시장과 중동 수주 가시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포스트 중동 대외경제정책을 본격화하겠다"며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 합의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동 국가들의 재건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재경부 2차관이 주재하는 '중동 인프라 협력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 TF에는 관계 부처 1급 공무원들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산업은행·코트라(KOTRA)·해외건설협회 등 중동 수주 관련 유관 기관들이 대거 참여한다. 킥오프 회의에선 핵심 프로젝트 발굴과 고위급 현지 파견 등 정부 간 협력(G2G) 강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인프라 투자 개발 사업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역시 해당 TF에 참여해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IND 관계자는 “미·이란 종전 서명이 이뤄졌다고 해서 당장 가시적인 사업을 발주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재경부 2차관 주재의 실무 TF에 참여해 정부 및 유관 기관들과 함께 향후 이란 재건 시장 진출을 위한 로드맵과 대응 방안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KIND·민간 자산운용사 손잡고 5000억 규모 ‘해외 녹색펀드’ 띄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국내 자산운용사와 함께 해외 녹색사업 투자 확대에 나선다. KIND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Two IFC포럼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녹색펀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녹색인프라해외수출지원펀드는 탄소감축, 순환경제, 물산업 등 녹색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해외 녹색산업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2024년 신규 조성된 재간접구조의 정책펀드다. KIND는 펀드 관리기관으로 지정됐다. 투자대상은 폐배터리 재활용과 같은 순환경제, 매립가스 발전, 바이오가스 생산 등 탄소감축, 물 산업 등 녹색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정부 출자를 통해 모태펀드 3000억원을 조성하고, 공공·민간투자자로부터 약 2000억원 유치해 하위펀드(5000억원)를 조성한다. 현재 하위펀드는 2024년에 1580억원 규모 1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이 완료됐고, 2025년에는 2592억원 규모 2호 블라인드 펀드가 조성된 상태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해외 녹색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목적과 규모만 정해 펀드를 먼저 만든다. 이번 설명회 대상이었던 프로젝트 펀드는 특정 사업을 정해놓고 모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프로젝트 펀드는 1년에 한 건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설명회는 녹색펀드와 국내 자산운용사가 공동으로 해외 녹색사업을 발굴하고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통한 공동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책 펀드와 공동으로 추자하면 해외 발주처에서 사업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유리해진다. 이 펀드는 국내 기업이 시공(EPC)이나 기자재 공급, 운영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는 해외 녹색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투자와 대출을 실행해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를 직접적으로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설명회에선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에게 투자 대상이 되는 녹색사업 가이드라인을 설명했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자산운용사가 정한다. KIND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와 투자상담을 통해 유망 해외 녹색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녹색펀드의 투자지원을 바탕으로 우리기업의 해외 녹색사업 진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민간 자산운용사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활성화하고 정책펀드의 투자 효과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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