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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사고조사·보험 어떻게…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 폐막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수요응답형교통(DRT)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의 제도적 안착 방안을 논의하는 '2026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혁신을 일상으로: 적응의 시대를 이끄는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오전 아시아 모빌리티 연구기관 특별세션에서는 위정란 한국교통연구원 전문연구원이 국가혁신클러스터의 공공교통체계 개선 전략을 발표했다. 준 카스트로 필리핀대학교 교수는 필리핀의 교통·모빌리티 규제 정책을, 유 장 중국 교통운수부 과학연구원 부국장은 중국 차량호출 서비스의 발전 과정과 거버넌스 경험을 소개했다. ITF 특별세션에서 올라프 머크 ITF 매니저는 컨테이너화와 이동수단 전동화 사례를 중심으로 교통 혁신이 남긴 교훈을 설명했다. 동 왕 중국 교통운수부 과학연구원 국장은 중국의 자율주행 확산 과제와 추진 방안을, 요하네스 발 보스턴컨설팅그룹 프로젝트 리더는 도시 모빌리티의 현황과 미래 발전 방향을 각각 다뤘다. 오후에는 자율주행차의 안전과 보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조민제 경찰대학 연구원은 자율주행 교통사고 조사체계의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탁세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안전·책임 제도화 방안을, 박요한 삼성화재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보험제도 개선 방향을 각각 제시했다. DRT와 AI 기반 물류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은 국내 DRT 현황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고, 김재열 EY한영 시니어매니저는 일본의 교통공백 해소 정책이 국내에 주는 시사점을 발표했다. AI 물류 세션에서는 안승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이 피지컬 AI 기반 항만 운영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팡차오 류 중국 칭다오항그룹 매니저는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구축과 AI 적용 사례를, 에디 응 PSA BDP 글로벌 데이터·분석 총괄은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 방안을 각각 소개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국내외 정부기관과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국민의 일상에 안착시키기 위한 정책·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년 장기전세 첫 만기 온다…‘주거사다리’ 순환구조 시험대

2007년 서울시가 중대형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한 이래로 20년이 지나 첫 만기가 도래한다. 서울시는 초기 입주 가구 퇴거가 시작되면 이를 장기전세주택과 미리내집으로 다시 공급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세주택이 다음 무주택 시민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지속하고, 주거사다리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8일 시에 따르면 2027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약 9300가구를 반환받아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서민이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수준인 보증금을 내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으로 중산층 주거정책에 해당한다. 장기전세주택은 누적 4만5715가구가 공급됐으며, 이는 올해 5월 말 기준 SH가 보유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약 12%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영구·국민임대, 행복주택 등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올해 9월 기준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년 6개월이었다. 이를 두고 시는 “상당수 가구가 안정적인 거주기간 동안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저축과 청약을 준비한 뒤, 최장 거주기간을 채우기 전에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등 다음 주거단계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SH 패널조사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월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하고 있었으며, 청약통장 보유율은 83.7%였다. 시는 8일 장기전세주택 첫 20년 만기 도래를 1년여 앞두고 실제 입주민·퇴거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장기전세주택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준비 중인 입주민·퇴거자 13명, 주거·부동산 전문가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주거비 절감과 저축, 자산 형성, 청약과 내 집 마련 경험을 공유하고 제도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김 씨는 “저렴한 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할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20년 만기 주택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 없이 재공급할 계획이다. 지난 7월 강동·송파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이 분양전환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입주민들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했지만 시는 당초 공급 원칙과 신규 무주택자의 입주 기회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최장 20년 거주·분양전환 불가 원칙은 2007년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 단계부터 명시해 온 기본 원칙"이라며 “만기가 도래한 뒤에는 해당 주택을 다른 무주택 시민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순환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도입 이후 올해 9월 기준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는 1만5529가구다. 이는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다. 이 중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퇴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누적 공급량 기준으로 3분의 2는 계약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퇴거 전인 상황임을 의미한다. 소득 증가율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높은 상황에서 장기전세주택이 주거 사다리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변 전세 시세의 80% 수준 보증금을 내고 20년 동안 잘 살게 해주면 큰 메리트를 준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몇 년만 벌어져도 전세 월세 매매가격 상승을 못 따라간다"며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전세대출 길도 다 막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임대주택 제도 설계가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없이 만기가 도래한 입주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영구임대주택이 아닌 이상, 20년 장기임대를 주더라도 2년이나 4년처럼 일정 기간을 정해 자격 심사를 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만기 가구의 안정적인 이주를 위해 사전 상담과 현장 설명회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만기 가구 가운데 소득·자산 등 입주요건을 충족하는 가구에는 영구·국민임대 등 가구 여건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한다. 자치구 주거안심종합센터 등을 통해 이주 상담과 이용 가능한 금융지원 정보도 안내할 예정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장기전세 첫 20년 만기…오세훈 “연장 요구 비양심적 억지”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이 제도 도입 20년 만에 첫 만기를 앞두면서 기존 입주자의 거주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이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 고령화 등을 이유로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예외 없이 퇴거시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내년 310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약 9300호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만큼 장기전세주택이 기존 입주자의 장기 거주 공간에서 다음 무주택자에게 넘어가는 '순환형 주거 사다리'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일부 입주민의 만기 연장 요구에 대해 강한 어조로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더 살고 싶다거나 20년인 줄 몰랐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비양심적인 억지"라며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 똑같이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취지가 20년이라는 기간을 잘 활용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축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미처 준비가 안 됐다고 해서 퇴거를 거부하는 분들에게 예외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령자나 취약계층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가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거 대책을 검토할 여지를 남겼다. 오 시장은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거나 누가 봐도 피치 못할 형편에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예외는 극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가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저축과 청약 등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올해 장기전세주택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으로 지난달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1178만원의 약 41% 수준이다. 현재까지 총 3만8296호가 공급돼 누적 4만5715가구의 주거 안정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가 실제 입주자의 자산 축적과 주거 상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달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했고 청약통장 보유율도 83.7%에 달했다.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4개월이었으며 퇴거 이후 72%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인 60%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제도 도입 이후 이달까지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도 1만5529가구로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에 달했다. 이 가운데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퇴거한 경우였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도 장기전세주택을 발판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례가 소개됐다. 상암동 장기전세주택에서 12년간 거주한 뒤 자가를 마련한 한 퇴거자는 “넓은 집, 좋은 집으로 이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희망과 여유, 무엇보다 안정감이 생겼다"며 “장기전세주택이 더 많은 시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행 제도가 오히려 입주자의 자산 축적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에서 15년째 거주 중인 한 입주민은 “2년마다 재계약하는데 소득 기준을 150% 초과하면 바로 퇴거해야 한다"며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한두 번 정도는 예외 기준을 뒀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5년 차 입주민 역시 “거주하면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것에 비해 소득 기준이 너무 낮아 재계약 때마다 기준을 넘을까 불안하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형성과 재계약 기준 사이의 제도적 보완을 요청했다. 일부 만기 도래 입주민들의 사정도 변수다. 장기전세 입주 이후 약 20년 동안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과거 납부했던 보증금만으로 기존 생활권에서 새로운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장기간 거주하면서 고령층에 접어든 입주자도 있어 일률적인 퇴거 원칙에 대한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수도권 주택 지을 땅 5000억원어치 미리 산다… 공공토지 비축 첫 가동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유휴부지를 5000억원 규모로 미리 사들인다. 도로나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는 데 주로 활용됐던 공공토지 비축제도를 주택 공급으로 확대하는 첫 시범사업이다. 수도권에서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토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향후 주택 수요에 대응하고 공급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후속조치로 8일부터 '2026년도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 매입 공모'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기존 공공토지 비축의 역할을 주택시장 수급 조절까지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공공토지 비축은 예산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나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토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토지를 사전에 확보하는 '수급조절용 토지 비축'을 본격화한다. 주택 공급이 필요해진 뒤 부지를 확보하는 대신 개발 가능한 땅을 미리 확보해 놓고 필요할 때 공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모에는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개인과 법인 등 민간 토지 소유자도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매각 희망 토지를 접수한 뒤 공익사업 활용 가능성과 공공비축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5000억원 규모의 매입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매입 대상은 신청일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하면서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3300㎡ 이상 토지다. 3300㎡는 약 1000평 규모다. 다만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토지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근저당이나 압류 등이 설정된 토지와 취득·이용에 제한이 있는 농지·임야 등도 대상에서 빠진다. 개발 과정에서 권리관계나 토지 이용 문제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낮은 토지를 우선 확보하려는 취지다. 매입가격은 LH가 선정한 감정평가사업자 2명이 평가한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내에서 토지 소유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수도권에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유휴토지를 보유한 기관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사전 컨설팅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매각 신청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한 달간 받는다. 토지 소유자는 LH 수도권 4개 본부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또는 LH 누리집을 통해 매각신청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접수가 끝나면 연말부터 실제 매입 절차에 들어간다. LH는 신청 토지를 검토해 오는 12월 적격 대상을 통보하고 내년 1월 측량과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같은 달 토지 소유자와 가격 협의를 거쳐 내년 2월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수도권 주택 공급 과정에서 부지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수도권,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개발 가능한 대규모 토지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토지 매입과 보상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가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유휴토지를 미리 사들여 비축하면 향후 공급 필요성이 커졌을 때 확보된 토지를 활용해 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 도로·산업단지 등 특정 공익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됐던 공공토지 비축이 주택시장의 수급 대응 수단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다만 이번 공모를 통해 어느 지역의 토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와 실제 몇 가구의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000억원이라는 매입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서울과 경기·인천의 토지가격 차이가 큰 만큼 확보 가능한 면적과 향후 공급 물량은 선정되는 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하면서 건축물이 없고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3300㎡ 이상 토지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우량 유휴부지가 서울 등 도심에서 얼마나 공모에 나올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신윤근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을 통해 수도권 내 확보된 토지가 도심 내 주택공급으로 신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주택공급을 위한 공공토지 비축제도를 시행하는 첫 시범사업인 만큼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집 평수 줄여 신고했다”…삼성 DS 발칵 뒤집은 ‘월세깡’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주거비 지원 제도를 둘러싸고 일부 저연차 직원의 부정 수급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앞둔 시점에 불거진 이번 의혹에 이를 지켜보는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저연차 직원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주거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본가가 멀어 출퇴근이 어렵거나 교대근무 등을 이유로 평택 인근에 별도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10평 미만 원룸이나 1.5룸 등 회사가 정한 주거 요건을 충족한 직원에게 월 최대 70만원까지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사내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일부 직원이 이 지원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임대차계약서 내용을 실제와 다르게 작성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공유된 내용을 종합하면 부정 수급 방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기준보다 넓은 집이나 투룸에 살면서 회사에는 면적을 줄여 원룸으로 신고하는 '평수 다운그레이드', 관리비를 월세에 포함시켜 지원금을 부풀리는 방식(월세 50만원에 관리비 20만원을 더해 70만원으로 신고), 월세를 실제보다 높게 신고한 뒤 집주인에게 차액을 되돌려 받는 이른바 '월세깡'(월세 50만원을 20만원 올려 신고하고 집주인에게 20만원을 페이백받는 방식) 등이다. 실제 임대 조건을 담은 계약서와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회사는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로 추정되는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구제 방법을 찾는 모습이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사내 커뮤니티에 “오늘 그룹장님 연락을 받았다"며 “솔직히 평택에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강제로 끌려왔고, 월세지원도 면적 바꾸는 방법도 부동산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대졸 3년차인데 퇴사하기 무섭다. 주위에서도 성과급을 축하해주고 부러워하는데 정작 나만 이런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월세 지원받은 2000만원 전액을 변상하더라도 퇴사만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인사부서가 해당 직원들에게 사실상 양자택일을 제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인사 면담 자리에서 “군말 없이 퇴사하면 타 회사 지원이 가능하도록 이직센터에서 도와주지만, 퇴사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퇴사하면 이력에 횡령 이력이 남는다"는 두 가지 선택지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익명 게시물인 만큼 작성자의 실제 부정 수급 여부나 회사의 징계·퇴사 권고 수위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DS부문 내 다른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10.5% 규모, 연봉 1억원 기준 6억원에 달하는 고액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부정 수급 의혹으로 일부 인원이 퇴직 처리되면 성과급을 나눌 인원(분모)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한 직원은 커뮤니티에 “정작 다른 DS 애들은 상여로 영업이익 10.5%를 기대하며 'N빵'에서 분모(N)가 줄어든다고 좋아하는 중"이라며 “현실이 오징어게임 같다"고 꼬집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8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절반가격’ 로보택시 시장 열까

2028년이면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생활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도입되면 일반택시에 비해 2~3배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택시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 주최로 열린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에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로드맵과 로보택시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시기를 2028년으로 예상했다. 이때 '상용화'의 의미는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것만이 아니라 운전 능력이 없거나 이동이 제한된 사람들도 일상에서 교통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 국장은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의 핵심은 충분한 규모의 실증"이라면서 “100만명이 넘게 거주하는 광주시 전역을 실증공간으로 조성해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주행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하는 한편, 2027년에 레벨4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도입되면 수요는 따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긍정적인 전망의 핵심에는 가격이 있다. 현재는 km당 비용 추정치가 약 4~8달러(약 5000~10000원) 수준이지만, 상용화 이후 대규모로 보급되기 시작하면 km당 80센트(약 1000원) 수준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세바스찬 파핑거(Sebastian Pfaffinger) BCG 부문장은 “일반택시에 비해 2, 3배 저렴한 가격은 일반택시 수요를 대체하고 로보택시 확산에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로 로보택시를 보급하고 운영비용을 빠르게 낮추기 위해서는 자금조달과 규제, 사회적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십만 대에 달하는 거대 규모 로보택시 차량단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 내 확장을 저해하고 있는 규제나 법률은 물론, 인프라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도시와의 파트너십도 필요하다. 전력망과 대규모 차량기지 구축 등 규모확장 과정에서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의 경우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차지한다. 이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파핑거 부문장은 “100만 대에서 300만 대까지 로보택시 규모 확장은 열려있다"며 “이는 적절한 규제, 인프라조성, 자금 지원, 운영자의 리스크 감수, 규모 확장 등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핵심 안전 과제인 안전과 보안에 관해선 국제적으로도 여전히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니사 질라코바(Densia Zilakova) 슬로바키아 교통부차관은 “레벨3까지는 여전히 운전자가 책임져야 하고, 레벨4·5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면서 “기술이 먼저 가고, 부가적인 법적·도덕적 문제는 따라가지 못가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제도화에서 있어서 박 국장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법, 제도가 못따라가는 부분은 전세계적으로 유사했다"며 “지금은 나라별로, 기업마다 제각각인데, 이는 수 년 내에 수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규제 등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규제는 정리된 상황이고,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일부 부족한 부분은 규제 샌드박스로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티븐 한 웨이모 전무는 “기업이 바라는 것은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명확한 참여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입주는 강남, 거래는 비강남…엇갈린 서울 주택시장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 한 곳에 집중된 반면 매매 수요는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비강남권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9월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의 89%를 차지하는 서초구 '디에이치방배'가 집들이를 시작했지만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15억~16억원을 유지하며 대단지 입주에 따른 가격 조정 효과가 제한적인 모습이다. 전세 매물 부족과 금융 규제가 맞물리면서 고가 신축 공급은 강남에, 실수요 거래는 비강남에 집중되는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7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현장을 직접 찾았다. 단지 주변에서는 입주를 준비하는 차량과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입주가 시작됐지만, 인근 공인중개업소 취재 결과 이른바 '입주장 급전세'가 쏟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집주인이 입주 기한을 앞두고 호가를 낮췄지만 전셋값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반면 실제 매매 수요는 비강남권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출과 세제 규제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전세 매물 부족과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4174가구로 전월 2만390가구보다 30%, 지난해 같은 달 1만5120가구보다 6% 감소했다. 2021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서울 입주 물량도 3438가구로 전월 5512가구보다 38% 줄었다. 이 가운데 89.1%인 3064가구가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방배 한 단지에 몰렸다. 서울에서 9월 입주하는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약 9가구가 서초구 고가 단지에 집중된 셈이다. 대규모 입주에도 전셋값 하락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날 만난 방배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세 곳에 따르면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59㎡ 전세 호가는 13억~14억원, 전용 84㎡는 15억~16억원 수준이다. 전용 59㎡가 12억원 선에서 계약된 사례가 있었고, 임대 기간 등 조건이 붙은 전용 84㎡ 매물은 13억원대에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방배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입주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서 계약을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전셋값을 조금 낮춰 놓은 집주인이 가끔 있다"면서도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용 84㎡ 전셋값은 대체로 14억5000만원에서 15억원 안팎"이라며 “가격이 갑자기 많이 올랐다기보다는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고려해 해당 가격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이 전세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으로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꼽힌다. 전세를 놓을 예정이던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기로 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잔금 마련을 위해 계약을 서두르는 매물과 실거주 전환에 따라 회수되는 매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를 놓으려던 집주인 가운데 본인이 직접 거주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꾸면서 매물을 거둔 경우가 있다"며 “전세를 찾는 사람이 와도 조건에 맞는 물건이 마땅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통상 신축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세입자를 구하려는 주변 구축 아파트 집주인도 호가를 낮추지만, 방배동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변 구축 아파트는 원래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디에이치방배가 입주한다고 해서 구축 전셋값까지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방배 입주가 방배·서초권 임대차시장에 일부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데다 전세보증금도 13억~16억원에 달해 노원·도봉·성북 등에서 중저가 주택을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이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것과 달리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는 비강남권과 중저가 주택의 비중이 커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 1월 5373건에서 4월 8659건, 5월 8962건으로 증가했다가 6월 5289건, 7월 5800건으로 감소했다. 지난 4~5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나오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이후 대출 규제와 세제 불확실성, 기준금리 인상 등이 겹치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다시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일 계약일 집계 기준 8월 거래량은 2322건이다. 7월보다 약 60% 적지만 실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거래량과 감소 폭은 달라질 수 있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이하 중저가 거래의 비중이 확대됐다. 3억~6억원 구간의 거래 비중은 1월 16.97%에서 8월 21.32%로 상승했고, 3억원 이하도 같은 기간 3.39%에서 5.12%로 높아졌다. 6억~9억원을 포함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1월 47.1%에서 8월 54.3%로 7.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9억~15억원 거래 비중은 31.79%에서 26.61%로, 15억원 초과는 21.07%에서 19.08%로 각각 축소됐다. 대출 문턱과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은 주택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 흐름도 비슷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거래 비중은 1월 12.9%에서 5월 16.1%까지 높아졌다가 8월 9.1%로 떨어졌다. 반대로 강남 3구 외 지역의 거래 비중은 90.9%까지 상승했다. 전체 거래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강남권의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의미로, 비강남 지역의 거래량 자체가 증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존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 데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임대 매물을 회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입주하더라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디에이치방배 전세보증금이 13억~16억원에 형성돼 있어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입주 물량이 특정 지역과 고가 단지에 편중된 상황에서는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함 랩장은 “강남 3구는 과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상급지 쏠림 현상이 숨을 고르고 있지만, 비강남권은 전·월세 가격 불안과 매물 부족의 강도가 큰 데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더 나와 수요 감소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서울 아파트 거래의 냉각과 위축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가을·겨울 시장의 향방은 세제 개편안 확정과 추가 금리 결정 여부뿐 아니라 주택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심화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만으로 서울 전세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는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지만, 월세 부담이 커지면 다시 전세를 찾게 된다"며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만 이동하기 때문에 결국 임대차시장 전반의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물량이 일부 고가 단지에 편중되면 해당 지역의 급전세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어도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자에게까지 효과가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요양원 가기엔 건강한데”…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이유①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원함에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요양원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요양원에 가기엔 건강한 실버세대에게 노인주택이 대안이 되는 이유, 중산층 실버가구에게 부족한 선택지와 입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10명 중 7명' 장기요양 재가 어르신 중 “아파도 살던 집에 살겠다"고 답한 숫자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급여 수급자 중 건강이 악화돼도 현재 집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69.4%로 2022년 49.8%에서 19.6%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2022년 28.7%에서 2025년 17.6%로 감소했다. 장기요양 수급자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사람을 말한다. 초고령층이 빠르게 늘면서 노년기에 돌봄이 필요한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85세 이상 노인인구 수는 2021년 63만명에서 2025년 11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 수급자 중 80세 이상이 71.4%, 85세 이상 수급자는 47.3%로 증가 추세다. 현재 재가급여 수급자는 방문요양(78.1%), 주·야간보호(21.5%), 방문목욕(19.6%), 방문간호(3.8%) 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 자체가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계단이나 욕실 같은 주거 환경부터 식사·청소·외출 등 일상생활까지 기존 주택이 고령자의 신체 변화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 종사자들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70세 이상 재가급여 종사자는 2019년 10.9%, 2022년 17.8%에서 2025년 20.2%로 고령화 수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돌봄 수요는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서비스 인력의 연령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고령자 주거 문제는 집 아니면 요양원으로 양극화돼있다. 요양원은 자립생활·커뮤니티 중심 이라기보다 의료·간병 중심이다. 요양원에 가기엔 너무 건강하고, 일반 아파트에 살기엔 돌봄·안전이 불안한 실버가구를 위한 선택지가 부재한 것이다. 이들을 위한 대안이 '노인주택(senior housing)'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이 노후를 지내기 위한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이란 거주하는 사람이 독점적으로 거주하는 고유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주택에 포함되는 것은 소유권 방식의 시니어 대상 분양 아파트와 임차권 방식의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맞도록 주거 공간을 설계한 공간이다. 고령화에 따른 불편을 억제할 수 있는 물리적 요소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수반된다. 물리적 요소로는 쾌적한 주거시설 병원과 연계된 의료시설, 문화·오락·체력 서비스를 위한 공용시설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기능은 건강관리 서비스와 문화·일상생활 서비스 등이다. 노인주택과 시설과의 가장 큰 차이는 프라이버시 여부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지역사회 돌봄 연계를 위한 노인주거복지시설 개선 방안 연구'에서 기존의 병원·요양시설 중심 돌봄은 공간적으로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있어 고령자의 자율성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진단했다. 주택형 주거는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하지만 시설형은 협조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시설은 고령자 전용 공간에 대한 이용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주택은 분양방식이라면 소유권 상속이 가능하고, 임차라고 하더라도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입주자 개인의 선호를 반영한다. 노인주택에 비해 요양원 공급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장기 요양기관 3만1281곳의 입소자는 82만5514명이다. 반면 노인복지주택은 1만가구 수준으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양원은 개인이 85%를 공급하는데, 이는 낮은 진입장벽과 사업 인센티브에서 비롯된다. 토지·건물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원을 운영하려면 입소자 수에 비례해 시설장·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조리원 등을 의무 배치해야 하는데, 30인 이하 시설의 경우 인력 배치 기준이 완화돼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수익 구조도 명확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요양원에 지급하는 서비스 단가인 장기요양보험 수가에 상급 침상료 등 비급여 이용료 같은 추가 수익을 얹는 사업 모델이 확산됐다. 미분양 상가 등을 활용해 초기 취득 비용을 낮추고, 4~5년 운영 후 양도차익과 권리금을 노리는 사업 모델이 유행했다. 경매로 취득할 경우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입 과정에서 입소자의 주거환경이나 서비스 수준 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노인복지주택 시장이 정체상태인 이유에 대해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구조를 지적했다. 노인주택 초기 공급자들이 이를 일반 분양형 개발사업처럼 접근했기 때문이다. 노인 주택은 서비스와 운영이 결합한 상품인데, 분양 후에 운영 주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공급의 한계가 있음에도 수요 측면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 교수는 “기존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진입을 꺼렸지만, 현재 주거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이미 지출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진입이 수요변화의 결정적 변수"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분양받을 ‘선택권’ 줬지만…10억 현금 마련해야 하는 공공임대

일정 기간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한 뒤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주택'이 입주자들이 사실상 선택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할 때는 저소득·저자산이어야 하지만, 분양받을 때는 최대 1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4일 이준석 경기 화성시을 국회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탄2 C14 블록 사례를 중심으로 한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 세미나에서 분양전환 선택형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설계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제의 원인은 주상복합용지에 임대주택을 지은 것에서 시작한다. 문제가 된 C14 블록은 2022년 윤석열 정부의 뉴홈 정책에 따라 기존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주택에서 6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업 목적이 변경된 사례다. 뉴홈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공공성이 강한 임대주택으로 볼 것인가, 일반분양을 위한 분양주택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택지공급가격을 조성원가로 정할 것인지, 감정평가액으로 정할 것인지가 갈린다. 조성원가는 개발에 투입된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돼 시세보다 저렴한 반면, 감정평가액은 주변 시세를 반영해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제도를 설계할 당시 이 주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원칙과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상복합용지에는 감정평가액으로 택지공급가격을 산정하고, 공공임대주택 건설용지에는 조성원가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업이 변경됐음에도 토지가격을 감정평가액으로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원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15년 전에 같은 사실관계 구조를 가진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제도 설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15년 전 사례는 5년 공공임대 후 분양사례로 공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택지 위에 직접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 후 분양전환 하는 경우, 분양전환 가격에 반영되는 택지비를 어떻게 산정하는가가 쟁점이 됐다. 판례는 임대주택은 택지비를 감정평가가 아닌 조성원가로 산정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택지를 공급할 때에는 조성원가의 할인가격을 적용하면서, 공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택지 위에 직접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분양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조성원가 혹은 그 이상으로 택지비를 산정해 무주택 임차인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을 상실한 것으로 봤다. 최 변호사는 “택지비 산정 쟁점은 주상복합용지라는 C14의 고유한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시세연동 분양전환가와 선택권 소멸이라는 제도 구조상의 문제는 부천대장·고양창릉 등 남은 선택형 단지에서 본청약 시기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 구역에서 법의 실질을 회복하는 것은 제도 전체가 6년마다 법정으로 향하는 미래를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책 설계와 현실이 괴리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4년이든 6년이든 분양 전환하게 되면 그 당시의 시세에 가능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거지 애초에 정책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그 가격을 소득 수준이 따라갈 수 없다"며 “취지가 아름답다 해도 소득이 전세·월세·매매가격 상승을 못 따라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개포·가락·면목 정비사업 속도…서울에 4134가구 공급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와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중랑구 면목7구역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서울시 통합심의 문턱을 넘었다. 세 사업을 통해 모두 4134가구가 공급되며 이 가운데 598가구는 공공주택으로 조성된다.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는 최고 29층 규모의 업무·판매·문화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열린 제18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개포우성7차와 가락삼익맨숀, 면목7구역, 범서구역 등 정비사업 4건에 대한 통합심의안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개포우성7차는 조건부 보고 의결됐으며 나머지 3개 사업은 조건부 의결됐다. 건축과 경관, 교통, 교육, 공원, 소방, 재해 등 사업별 관련 심의를 한꺼번에 진행한 만큼 후속 인허가와 착공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남구 일원동 615번지 일대 개포우성7차는 지하 5층~지상 39층, 총 1134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연면적은 약 25만㎡로 공공주택 140가구가 포함된다. 개포로와 맞닿은 곳에는 1450.5㎡ 규모의 소공원을 만들고 단지 서쪽에는 폭 10m의 연결녹지를 확보한다. 소공원과 연결녹지를 주변 보행로와 연계해 단지에서 대모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녹지·보행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복되는 폭염에 대응해 주요 보행로에는 나무 그늘 등을 활용한 '그늘보행권'을 적용한다. 단지 남쪽에는 놀이·돌봄시설과 작은도서관 등 개방형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하고 외부 보행로와 연결해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는 최고 층수가 기존 계획보다 높아진 점을 고려해 일조권 확보 등이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단지계획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사업지는 앞으로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거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파구 송파동 166번지 일대 가락삼익맨숀은 기존 최고 12층, 936가구에서 최고 29층, 15개동, 총 1485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기존보다 549가구가 늘어나며 전체 물량 가운데 168가구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가락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된 노후 단지로 지하철 5호선 방이역과 3·5호선 환승역인 오금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양재대로와 오금로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과 도로 접근성이 양호하다. 단지 서쪽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과 노인복지시설을 조성한다. 양재대로와 오금로에 접한 입지 특성을 고려해 건물 외관과 오픈 발코니 배치에 변화를 주고 주변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서울시는 양재대로변 도로 소음에 대비한 방음벽 설치계획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중랑구 면목본동 69-14번지 일대 면목7구역은 지하 4층~지상 35층, 12개동, 총 1515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재개발된다. 이 가운데 290가구는 공공주택이다. 면목7구역은 1960년대 면목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돼 노후 단독·다세대주택이 혼재한 지역이다. 2024년 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이번 통합심의 통과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주택 공급과 함께 어린이공원과 근린공원,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파출소 등 생활기반시설도 확충한다. 단지 내부에는 인근 학교와 면목역을 이용하는 주민을 위한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하고 주변에는 경로당과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배치한다. 상봉로1길과 겸재로54길 일대에는 보행자와 차량의 이동 공간을 분리하고 주변 도로와 연결해 보행 안전성을 높인다. 겸재로50길과 상봉로변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가로 활성화를 유도한다. 서울시는 저층부 입면 디자인도 보완하도록 했다. 은평구 불광동 308-20번지 일대 범서구역에는 지하 6층~지상 29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지하철 3·6호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가 교차하는 연신내역 일대 노후 저층 상가 지역을 서북권의 업무·문화 거점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복합시설에는 업무·판매시설과 문화·집회시설 등이 조성된다. 공공기여로 마련되는 지상 6층 문화·집회시설은 주말에는 공공예식장, 평일에는 세미나와 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은평구의 부족한 예식장 수요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지원하는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신내역 지하철 3번 출구는 사업지 내부로 이전하고 출구와 공개공지를 연계해 주민 휴게공간을 조성한다. 통일로의 우회전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고 연서시장 방면 버스정류장도 지하철 출구 인근으로 옮겨 차량 흐름과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개선한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원과 녹지, 주민공동시설 등 지역에 필요한 생활환경도 함께 개선할 것"이라며 “사업이 계획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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