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용답동 재개발, ‘역세권 천지개벽’ 기대와 ‘원주민 퇴출’ 우려의 교차로](http://www.ekn.kr/mnt/thum/202604/news-p.v1.20260422.d6104d58b8bc40b3ad23cce63936fe86_T1.jpg)
서울 성동구 용답동이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택 공급 정책인 '역세권 시프트'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맞물리면서, 낙후된 저층 주거지를 고밀 아파트로 탈바꿈하려는 기대와 고령 원주민의 생존권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특히 용답1·2구역 모두 기존 추진 과정에서 차질을 겪은 뒤 방향을 재정비하며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어 단순 찬반을 넘어 '동의율의 정당성'과 사업 구조 자체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용답동 재개발은 당초 역세권 시프트 정비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서울시의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운영기준' 개정 이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기준에 따라 사전검토 절차가 진행됐으나, 용답2구역은 동의율 50%를 넘기지 못해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용답1구역 역시 일부 행정 절차에서 접수 과정의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민원 제기 등을 거쳤지만 최종적으로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양 구역 모두 역세권 시프트 방식은 무산된 상태다. 용답2구역은 신통기획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추진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성동구청에 후보지 제안서를 제출했고, 당시 60.91%였던 동의율은 현재 약 76%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역은 2024년 반대 동의율이 25%를 넘으며 사업이 한 차례 중단된 바 있어 이번에는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안정적인 동의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용답1구역은 과거 추진 과정에서 반대 동의서 접수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이후, 아직 정비구역 지정 전 단계다. 최근 구역계 조정 등을 통해 동의율을 높이며 재추진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구체적인 사업 방식과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용답1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는 정비사업 관련 심의를 신청한 단계일 뿐, 사업 시행이나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찬성 측은 용답동의 입지적 가치를 근거로 재개발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5호선 답십리역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에 청계천까지 인접해 있어 개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용답동은 1970년대 조성된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고 골목이 협소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위는 신통기획과 역세권 개발 인센티브를 활용해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고, 최고 40~49층 규모의 대단지(약 2000세대 이상)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재개발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용답동 일대는 '3억대 갭투자'가 가능한 지역으로 소개되며, 부동산 블로그와 중개업소,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투자 권유성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거래 자료에서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 매수 사례도 확인되는 등, 다가구·단독주택 중심의 소유권 이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흐름이 나타난다. 반대 측은 이러한 흐름을 '투기 유입'으로 규정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며 여론전에 나선 상태다. 집회는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소문2청사 앞 인도에서 열리고 있다. 전날 기자가 찾은 현장에서는 용답동 원주민 약 30여 명이 모여 재개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고령친화도시 성동이라더니 용답동 어르신들을 사지로 내모는가', '상생모델을 도입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부수기 위해 새로 짓는 쪼개기 빌라는 100% 찬성, 이게 투기꾼이다', '노른자 땅 뺏기고 부채만 떠안는다', '고령자 생존권 위협하는 재개발 즉각 철회하라', '기울어진 재개발, 평안한 일상을 돌려달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다. 반대 측은 집회를 통해 지분 쪼개기와 외부 투자자 유입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재개발 추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이뤄지는 '지분 쪼개기'를 핵심 문제로 지목한다. 단독·다가구 주택이 신축 빌라로 전환되면서 소유자 수가 급격히 늘었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 1인의 의결권이 신규 소유자 다수에 의해 희석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의결 구조가 최대 1대 15 수준까지 벌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갈등은 경제적 생존 문제로도 이어진다. 반대 측은 용답동 원주민 상당수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별도의 근로소득 없이 임대수익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임대수입이 중단되고 추가 분담금 부담이 발생해 이주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은 이를 두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구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들은 “고령 주민들은 병원 진료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버거운 상황인데 재개발이 진행되면 이주 비용과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출도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버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구조는 실제 거주 주민보다 자금력이 있는 외부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상과 이주 대책이 현실적이지 않아 고령층은 갈 곳이 막막하다"며 “속도보다 주민 삶을 고려한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의율 확보 과정 역시 또 다른 쟁점이다. 반대 측은 정비업체(OS) 인력의 조직적 투입과 고령층 대상 오해 유도, 반복 방문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물 제공과 결합된 동의 유도 정황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추진위는 OS 활용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현재는 중단된 상태로, 주민들이 주장하는 선물 공세 역시 일부 구역에서 소액의 감사 표시 수준에 그친 것으로 강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용답1·2구역 추진위원회 측은 반대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용답2구역 측은 집회 규모와 동의율 형성 과정에 대해 선을 그었다. 추진위 관계자는 “집회 참여 인원은 30여 명 수준으로 전체 소유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용답동 전체 여론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동의율 상승은 신규 빌라 유입 때문이 아니라 노후도와 사업 필요성에 대한 주민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며 “추가 빌라 유입 전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결집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선물 제공과 관련해서도 “일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후원금으로 원주민 어르신들에게 후라이팬과 수건 등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감사 표시 차원일 뿐 동의 대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용답1구역 관계자는 “선물 제공이나 OS활용한 동의 징구는 전혀 없었고, 그럴 이유도 재정적 여력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주민이 아닌 외부 실소유자 확인을 위해 지난해 OS를 3일 정도 활용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야간 방문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투기 세력 유입 의혹에 대해서도“ 원주민 비율이 높은 구조에서 신축비중은 제한적이며, 노후도 역시 높은 수준"이라며 “신축증가로 동의율이 왜곡됐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관련해 성동구청 측은 용답2구역 동의율 76% 수치가 추진위가 구청에 제출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대 주민 명단을 구청이 임의로 찬성 측에 제공한 것은 아니며, 신속통합기획 안내 절차상 처리 결과가 추진위에 통보되는 과정이 있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용답동 재개발 갈등의 또 다른 핵심 변수로 '구역 쪼개기'와 이에 따른 잔여지 문제를 지목한다. 특히 반대 측에서는 현행 제도상 토지등소유자 25% 이상이 반대할 경우 정비구역 지정이 어려워지는 구조를 피하기 위해, 일부 반대가 강한 지역이 구역 설정 과정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실제 용답동 49-2번지 일대(용답 15번지 일대 포함)는 과거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25% 이상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지 신청 동의서 효력이 정지된 바 있다. 이후 재추진 과정에서 구역 경계가 조정되면서, 일부 지역이 제외된 형태로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 측은 이러한 과정에서 구역의 형태가 비정형적으로 나뉘었고, 결과적으로 재개발 구역 사이에 '잔여지'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잔여지로 남은 지역은 주변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편될 경우 일조권 침해와 기반시설 소외를 동시에 겪게 된다"며 “결국 급격한 슬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도 이 같은 구조적 위험성 자체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을 나누어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필지가 제외되면, 해당 지역은 향후 추가 정비가 쉽지 않은 '사각지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상가나 기존 생활 기반이 형성된 지역이 잔여지로 남을 경우 생존권 문제로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진위 측은 이에 대해 “구역 설정은 법적 기준과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특정 지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복수 취재원들에 의하면 후보지 선정 일정과 관련해서는 최종 결정 권한이 서울시에 있어 확정된 일정은 아직 없는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5월께 선정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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