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세 소비심리지수와 수급지수가 나란히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세 매물은 급감하고 신규 입주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 부담에 서울을 벗어난 수요가 경기권으로 이동하면서 광명·안양·용인 등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전세난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1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주택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9.4로 전월보다 4.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세시장 과열기였던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113.7로 202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과 수요 우위를 의미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최근 1만7000건 안팎 수준까지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8% 상승해 2015년 11월 둘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구와 송파구, 성북구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도 1만6412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4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 이후 공급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은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안팎까지 높아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가운데 보증금 3억원 이하 물건 비중도 1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중 보증금 3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15.6%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보다 1.9%포인트 감소했다. 서민층과 청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저가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에서 버팀목 전세대출을 이용해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집주인이 집을 매도하겠다고 해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조건에 맞는 전세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대출 한도는 그대로인데 전셋값은 올라 사실상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빌라는 전세사기나 보증금 반환 문제 등이 걱정돼 아파트 위주로 찾고 있지만 매물이 워낙 부족하다"며 “괜찮은 전세 물건은 금방 계약이 끝나고 남아 있는 매물은 가격이 높아 전세 대신 월세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세보증금 대부분을 정책대출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증금 상승 속도가 대출 한도를 앞지르면서 청년들이 신용대출이나 가족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청년 전세대출 제도가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역할은 하지만 자기자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에게는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이 1억~2억원 수준만 돼도 수천만원의 현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는 경기권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광명과 안양 평촌, 용인, 하남 등 서울 접근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문의가 늘고 있다. 특히 광명 철산동과 하안동 주요 7개 단지의 경우 전체 9588가구 가운데 전세 매물이 단 4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광명 아파트 전셋값은 4.76% 상승했고 전세 매물은 연초 대비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전세 물건이 나오자마자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최근 전셋집을 알아보면서 주변 단지들을 둘러봤는데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1~2건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괜찮은 물건은 나오자마자 계약돼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및 확대에 따른 실거주 수요 증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세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세 물건이 줄어든 점도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전세시장의 핵심 문제는 가격 급등 자체보다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 감소에 있다"며 “전세가격은 아직 과거 고점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는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시장은 가격보다 수급 변화가 먼저 움직이는 시장인 만큼 통계상 가격 흐름보다 실제 매물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 전세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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