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29일은 세계건선협회연맹이 지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다. 2004년 처음 시작돼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건선 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일상생활과 직장·학교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선 환자들을 위한 행사와 연구발표, 교육프로그램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 걸쳐 진행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를 보면, 국내에선 지난해 15만 6000여 명이 건선으로 진료를 받았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전신에 좁쌀 같은 작은 붉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부위에 하얀 비듬 같은 피부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난다. 주요 특징은 △좁쌀 같은 작고 붉은 피부발진 △하얀 비듬 같은 피부각질 △그리 가렵지는 않지만 점점 두꺼워지는 피부 등 3가지로 요약된다. 건선의 증상은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두피) 부분에 많이 생기고 얼굴, 등, 허리, 다리, 손·발바닥, 성기, 정강이 부위, 손·발톱 등에도 흔히 나타난다. 크기가 다양한 붉은색의 염증(경계가 뚜렷함)이나 편평한 판을 이루는 발진(판상 건선)이 특징이다. 여름철이 지나고 가을 환절기가 되면 증상이 악화된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겨울이 되면 기온·습도·공해·스트레스로 더 나빠지기 쉽다. 건선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 증가로 분비된 면역물질이 피부의 각질세포를 자극해 각질세포의 과다한 증식과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 환경, 약물, 피부자극, 건조,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건선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다양한 요인으로 꼽힌다.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질환이 건선의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국내외 다양한 연구 결과 건선의 발병률은 유전적 성향이 상당히 작용한다. 쌍둥이에서 한 사람이 건선일 경우 다른 사람에서도 건선이 나타나는 발병 일치율이 일란성 쌍둥이에서 70%, 이란성 쌍둥이에서 20%로 일란성 쌍둥이에서 더 높다. 또한, 부모 중 한 명이 건선일 경우 아이가 건선이 발생할 확률이 20%지만, 부모 모두가 건선일 경우 확률이 65%로 더 높아졌다. 건선의 국내 유병률은 2∼3%로 추정된다. 처음 발병한 연령대는 20대가 가장 많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이 1982년부터 30년 동안 내원한 건선 환자 5084명을 분석한 연구논문을 보면, 건선이 처음 발병한 연령대는 20대가(31.3%), 10대(25.9%), 30대는(16.6%), 40대(10.6%), 10세 미만(6.3%), 그리고 50대(5.7%), 60대(2.8%) 순이었다. 전신의 침범 범위를 기준으로 5% 미만을 경증, 5∼30%를 중등증, 30% 이상을 중증으로 했을 때 경증이 40%, 중등증 44.9%, 중증 15.1%로 나타났다. 형태는 판상이 84.6%로 가장 많았고 물방울형이 10.3%, 그리고 전신 농포건선이 1% 정도를 차지했다. 판상 건선은 발생부위가 돋아 올라오고, 충혈되고, 붉으면서 하얀 인설(하얗게 떨어지는 피부 부스러기)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선은 면역 반응의 불균형으로 인해 유발되는 질환으로 전염성 혹은 감염성 인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건선 환자들의 컵이나 수건과 같은 개인적인 물건을 공유하거나, 피부끼리 접촉하거나 해도 절대 전염되지 않는다. 건선 환자와 같이 생활해도 침구·의류 및 개인용품을 소독하거나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건선환자들은 수영장·대중목욕탕·운동시설 입장 제한 등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차별을 받고 있으며 또한 우울증이나 불안증, 자살충동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40% 이상 높은 것으로 한국건선협회(환자 단체) 조사에서 드러났다. 응답자의 60%가 차별을 경험했고 88%는 건선 때문에 업무·학업을 수행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밝혔다. 건선은 완치가 어렵고 만성적이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재발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건선학회는 “건선치료의 목표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병변을 개선하고 최대한 재발을 예방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생물학적 제제들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과거보다 많이 확대되었지만 상당수 건선 환자들이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아직도 적지 않다. 건선의 치료에는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 △자외선을 쪼이는 광선치료 △약을 먹는 전신치료 △엑시머레이저 광선치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시에 동원하는 복합치료 등이 있다. 같은 증상이라도 연령, 발병시기 등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하게 된다. 증상 초기 및 작은 병변일수록 치료가 쉽고 재발률이 낮다. 건선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피부 자극이나 상처를 받는 환경을 줄여야 한다. 가렵다고 긁거나 각질을 억지로 문질러 떼어내기, 때 밀기 등은 건선 관리에 나쁜 습관이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는 건선을 악화시키므로 잘 풀어야 한다. 또한,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바르고 햇빛을 주기적으로 쐬는 것은 도움이 된다. 술과 담배가 직접적으로 건선을 악화시킨다는 근거는 없지만, 과음과 흡연이 전신 건강에 따른 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건선학회는 오는 29일 오전 11시부터 '세계 건선의 날' 행사의 하나로 국내 건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판상 건선' 치료 관련 전문가 합의안을 발표한다. 환우단체인 한국건선협회도 28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창립 25주년 기념식, 건선환자 희망 사진전 개막식, 건선 토크쇼를 진행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