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라이벌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창업경영 세대교체 시계'가 빨라지면서 오너 3세 간 맞대결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려온 '1990년대생 젊은 금수저'라는 공통분모를 가졌지만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는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신사업 성과'를 보여줄 지가 이들 라면기업 오너 3세간 대결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이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그룹 내 더욱 큰 존재감을 확보하게 됐다. 1993년생인 신 전무가 2019년 회사 입사 후 3년 만에 상무를 거쳐 올해 전무 자리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벼락 승진'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만큼 차기 후계자로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 전무의 책임감도 커졌다는 업계 분석이다. 특히, 올 1~3분기 농심 전체 매출 중 라면 사업 비중만 81.6%인 점에 주목하면, 라면에 편중된 매출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신 전무가 당면한 과제다. 현재 신 전무는 그룹 성장 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전략실을 이끌며 주로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따른 투자 타당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사업 분야는 크게 △스마트팜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주류 등이다. 미래전략실이 기존 성장전략팀을 흡수함에 따라 해당 부서 소관이던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N-스타트'를 신사업 시험대로 삼고 있다. 농심이 영위 중인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있는 분야에 투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올해에만 반려동물 영양제·전통주 등 미진출 분야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장기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스마트팜이다. 현재 중동 지역 위주로 수출 영토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내보낸 데 이어,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 4000㎡ 규모 스마트팜 구축을 골자로 지난 7월 관련 업무 협약을 맺은 상태다. 인수합병(M&A)도 미래전략실 담당인 만큼 신 전무가 직접 관여해 새 분야의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엿보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국내 김 제조사 '성경식품'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인수 대상으로 성경식품을 눈여겨 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여러 이유로 본입찰 단계에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상무는 올해 인사에서 유임했으나, 재계에서 빠른 승진 사례로 언급된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지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한 이후,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배지를 달았다. 전 상무 역시 라면에 치중된 사업 비중을 분산시켜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실제 주력 계열사인 삼양식품 전체 매출 중 라면 사업 비중만 90%를 초과할 만큼 의존도가 상당하다. 업계는 전 상무가 재정비 시간을 거쳐 내년부터 신사업 확장을 위한 실질적 액션을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지난해 9월 공개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올해까지 목표 수립과 조직 구성에 집중해 왔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앞서 삼양애니 대표직에서 사임한 전 상무는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과 삼양식품 헬스케어BU(비즈니스 유닛)장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그룹 비전인 과학 기술 기반의 '푸드 케어' 실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기존 신사업본부를 없애고 헬스케어 전문 조직을 신설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주사가 연구개발(R&D) 역량을 주도한다면, 제조 역량을 갖춘 삼양식품의 경우 중단기적 관점으로 푸드케어 사업을 추진한다. 최근 들어 전 상무는 지난해 3월 삼양식품에서 첫 선보인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 띄우기에 공들이고 있다. 출시 초기 식물성 단백질 음료에 그쳤던 라인업도 지난 10월 브랜드 리뉴얼을 거쳐 건강기능식품, 간편식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잭앤펄스는 헬스케어 계열 방향성 측면에서 첫 걸음 되는 사업"이라며 “장기 비전으로 소규모 기업 인수나 헬스 케어 앱(App) 개발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