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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세에 수입규제까지…K-철강 ‘보호무역 장벽’ 가중

미국발 '관세 폭탄'에 휘청이는 철강업계를 구원하기 위해 정재계가 합동으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있고 정부는 관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힘을 모아 위기의 철강 산업을 돕는 'K-스틸법'을 발의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적용 대상이 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을 추가로 발표했다.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50% 품목관세 적용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추가된 제품은 기계류 및 부품,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및 부품 등이다. 해당 제품의 철강·알루미늄 함량분에 대해서만 50%의 관세가 적용되고, 이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별 상호관세율이 적용된다. 미국 HS코드(품목번호) 기준 8∼10단위가 혼재돼 있어 구체적인 적용 품목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미국 상무부가 다음달에도 자국 업계 요청을 받아 50% 품목관세 대상이 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발 '관세 폭탄' 뿐 아니라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후폭풍에도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 규제를 실시한 사례는 총 218건이다. 작년 하반기(12월 말 기준)보다 2건 늘어났다. 이 가운데 신규 수입 규제는 9개 국가에서 10건이 새로 이뤄졌다. 특히 신규 수입 규제를 품목별로 보면 철강·금속이 5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국산 알루미늄·아연 도금 평판 압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한 뒤 종료했다. 이집트의 경우 한국산 열연 평판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은 한국산 열연 강판, 캐나다는 한국산 강철 결속재, 말레이시아는 한국산 아연 도금 강판에 대해 각각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시장 장벽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상반기 기준 한국산 제품에 대해 총 54건의 수입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품목별로 보면 철강·금속이 36건으로 가장 많았다. 철강 업계는 지난달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철강·구리·알루미늄 관세율 50%는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50% 관세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한국 상황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통해 활로를 열었다. EU의 경우 그간 한국이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아 유리한 위치였지만 이제는 동등해졌다. 철강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책을 찾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연산 110만t 규모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를 중국 칭산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 추진을 발표하고, 포항 2공장에 대해서는 무기한 휴업 조치를 단행했다. '현지화 전략'도 구사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가동은 2029년 이후로 예상된다. 정부는 철강업계가 관세 불확실성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는 수입 규제 대응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는 'K-스틸법'이 논의된다. 여야 의원 106명은 힘을 모아 이달 초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기술 개발 및 투자에 대한 보조금·융자·세금감면·생산비용 등 지원 △녹색철강특구 조성 및 규제 혁신 등을 골자로 한다.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통해 수입재 남용을 억제하고 정부 지원을 통해 철강산업의 재편을 유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통신3사 상반기 R&D 투자 24%↑…1위 KT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이 증가했다. 다만 신사업 전략과 추진 단계에 따라 증감 여부는 엇갈렸다. 18일 통신 3사가 금용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상반기 합산 R&D 비용은 4500억8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633억6500만원)보다 약 23.87%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투자 규모가 가장 높은 곳은 1932억4900만원을 집행한 KT다. 전년 동기(1043억1500만원)보다 85.26% 상승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0.79%에서 올해 1.35%로 늘었다. 같은 기간 SKT의 R&D 비용은 1822억9600만원으로 4.09% 감소했다. 전체 매출액 차지 비중은 2.14%에서 1.99%로 줄었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감축 기조를 보였는데, 전년도까지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LGU+의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745억41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689억7300만원) 대비 8.07%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합산 매출이 7조707억원에서 7조6285억원으로 7.89%가량 증가함에 따라 매출액 차지 비중은 0.98%를 유지했다. 이들의 R&D 투자는 주로 AI 사업에 집중됐다. SKT의 경우, 지난해까지 AI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기업 협력 확대에 주력하며 이른바 '광폭 투자'를 단행해 왔다. 올해의 경우 기술 고도화와 수익화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사업 영역 확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KT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인력 조정을 통해 임직원 수를 줄이고 신사업 집중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상반기 경영 공백 여파로 R&D 투자 축소 기조를 보였다가, 김영섭 대표 취임 후 AI 투자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KT의 상반기 주요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사전 탐지 모델 개발 △AI 컨택센터(CC) 도메인 특화 음성엔진 고도화 △AI 미디어 솔루션 개발 △미디어 AI 에이전트 상용화 등에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LGU+ 또한 자체 개발 통화 비서 '익시오' 중심 AI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R&D 투자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보안 관련 R&D 집행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 기간 △스팸차단 AI 필터링 기술 개발 △온디바이스 기반 안티 딥보이스 엔진 개발 △AI 스팸문자 필터 개발 및 자동화 배포 시스템 구축 등에 R&D 비용을 집행했다. 이같은 투자 기조는 3사의 타법인 출자 내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시너지 확보나 신사업 진출 목적으로 단행된다. 통신 3사의 올 상반기 타법인 출자액은 △LGU+ 63억700만원 △SK텔레콤 5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KT는 이 기간 타법인 출자를 단행하지 않았다. LGU+는 올해 1월 플랫폼 스타트업 '5그릿츠'에 30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LGU+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기업으로, 수입차 중고부품 거래 플랫폼 '카썹'을 운영한다. 올 2월엔 △스타트업 코리아 카카오 코파일럿 펀드 10억원 △쉬프트 블루포인트 에이엑스 벤처투자조합 23억700만원을 투자했다. '쉬프트 블루포인트 에이엑스 벤처투자조합'은 LGU+ 단독 출자로 결성된 펀드며, '스타트업 코리아 카카오 코파일럿 펀드'는 카카오벤처스의 11호 펀드다. 2개 펀드 모두 지난 3월 결성됐으며, AI·양자기술 등 미래기술 분야 스타트업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같은 달 SKT는 AI 스타트업 '리얼월드'에 5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기업은 제조 데이터 기반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하고 있다. SK그룹이 SKT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프로젝트와도 연계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와 LGU+의 AI 사업은 이제 성장하는 단계인 반면, SKT는 초기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수익화가 나타나는 단계"라며 “3사 모두 하반기 AI 사업 집중 기조를 보임에 따라 R&D 비용을 증액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현대차그룹 3代 경영진, 오토모티브뉴스 ‘100주년 기념상’ 수상

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 창업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이 글로벌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의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로부터 '100주년 기념상(Centennial Award)'을 수상했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1925년 창간된 자동차 전문 매체로, 미국은 물론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판을 발간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창간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비전·혁신·리더십'을 주제로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중대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 및 가문을 선정해 기념상을 수여했다. 이번 수상에는 현대차그룹 3대 경영진 외에도 토요타의 토요다 가문, 스텔란티스의 아넬리 가문, GM의 메리 바라 회장, 포드의 빌 포드 회장 등 세계 주요 완성차 기업 리더들이 포함됐다. 또 현대차그룹과 인연이 깊은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사장, 피터 슈라이어 전 사장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18일자 특집 기사에서 현대차그룹 3대 경영진의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먼저 정주영 창업회장에 대해서는 “한국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건설, 조선, 자동차 등 기간산업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제조 강국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했다. 정주영 회장은 1946년 자동차 정비업체인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한 후, 1967년 현대자동차를 세워 한국 최초 고유 모델 '포니'를 탄생시켰다. 그는 “도로는 혈관, 자동차는 그 속을 흐르는 피"라는 통찰을 바탕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하며 한국 사회 전반의 산업화·자동차화를 견인했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주영 창업회장의 도전 정신과 통찰은 한국을 전후 빈곤에서 세계적 제조업 국가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부친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품질 강화와 글로벌 확장에 힘썼다. 1998년 기아를 인수하며 현대차·기아의 공동 회장에 오른 이후, 연구개발(R&D)과 안전, 품질 혁신을 추진하며 글로벌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선진시장뿐 아니라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진출하며 안정적인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립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국면에서도 그룹을 지켜내며 한국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특히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2020년 회장 취임 당시 정의선 회장은 단순히 세계적 기업의 수장이 된 것이 아니라, 정주영 창업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쌓아올린 비전과 혁신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며 “그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새로운 위상으로 도약시켰다"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은 전동화, 수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현대차그룹을 모빌리티 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인재 영입, 외국인 CEO 중용,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디자인 혁신 등 과감한 조직·브랜드 전략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2022년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톱3'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창사 이래 첫 신용등급 A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세계 올해의 자동차(World Car of the Year)'를 비롯해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등 국제 무대에서 연속 수상하며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수상 소감을 통해 “혁신은 인류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진보는 사람의 삶을 향상시킬 때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고객 중심 솔루션을 통해 인류와 지구를 위한 혁신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오는 9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오토모티브 뉴스 콩그레스(Automotive News Congress)에 참석해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상을 수상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K.C 크레인 오토모티브 뉴스 대표와 좌담회를 갖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과 모빌리티 비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중고車 리부팅 (상)] 대기업 진출 기대가 너무 컸나…성적표 ‘기대이하’

걱정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완성차 기업들의 중고자동차 사업 진출이 2년이 다 돼 가지만 성과는 기대이하다. 시장을 집어삼킬 것처럼 보였던 대기업 중고차사업의 판매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오히려 기존 중고차 매매상사들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한국 중고차매매조합 연합회 오토딜러에 따르면, 현대차·기아·KGM·롯데렌탈 등 기업형 중고차 업체들은 지난달 수백대 판매에 그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기업 점유율 제한이 풀렸음에도 저조한 수치라는 평가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 말 중고차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이 당시엔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중소기업들이 수요를 뺏을 것이란 걱정과 동시에 중고차 시장의 수준을 올려줄 것이란 기대가 공존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큰 변화가 없는 '찻잔 속 태풍' 모습이었다. 지난달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판매는 469대에 그쳤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규모 자체는 시장 파괴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기아도 지난달 1071대를 판매하며 준수한 판매량을 보였지만, 시장에선 인증 중고차 외에 렌터카 반납물량이 포함된 결과라고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기아 중고차는 현재 용인 전시장 한 곳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으며, 화성에 중고차 유통센터를 추가 개설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적 측면에서 아직은 상징적 수준에 머무른다. KG모빌리티 역시 월 30~40대에 불과해 본격적 사업 안착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최근엔 렌터카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들 역시 사업초기라 그런지 존재감을 부각시키진 못했다. 롯데렌탈은 가양, 부천, 용인 등 세 곳에 전용 판매점을 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7일 이내 환불, 6개월 품질 보증 등을 앞세워 소비자 신뢰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두바이 현지 매장까지 운영하며 해외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지만, 국내 판매량 자체는 지난달 776대로 아직 업계를 흔들 만큼 크지 않다. SK렌터카는 아예 소매 판매점을 모두 철수하고, 천안에 전용 경매장을 열었다. 반납 차량을 전량 경매 방식으로 소화하는 전략이다. 롯데렌탈이 소매·수출·경매를 병행하는 '다각화' 전략을 택했다면, SK는 경매 중심 '선택과 집중'을 내세운 셈이다. 다만, 이 역시 중고차 내수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상장사 케이카 역시 2025년 2분기 월평균 1만2823대 판매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지만 경로별 판매구성비로 살펴보면 긍적적이진 않다. 경매 판매비율이 20%에서 27%로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소매는 34%에서 31%, 온라인 소매는 45%에서 41%로 감소했다. 수출 증가 뒤에 내수 부진이 숨어있는 것이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기업형 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입으로 기존 영세업체들의 매출이나 수익이 감소하는 등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기업형 업체들의 영업 실적이 생각 외로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다 니 관심의 정도가 크게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대기업의 진입에도 불구하고 전통 대형 매매상사들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원 도이치오토월드에 입점한 코리아모터스, 카메이트, 왕카 등은 월평균 600~700대의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롯데렌탈·SK렌터카의 판매 규모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들 업체는 법인 전환 없이 개인사업자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수천대의 재고와 수백명의 매매사를 관리한다. 프리랜서형 매매사원들을 통한 네트워크 운영, 빠른 자금 회전력 등이 비결로 꼽힌다. 겉으로는 영세업체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 파워는 대기업 못지않다. 이러한 흐름에 업계에서는 무리한 시장 확대보다는, 각 업체가 현실적 전략 수정과 차별화에 집중하며 '지켜보기' 국면이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서비스와 품질, 온라인 플랫폼과 전국 네트워크 구축 등 다층적인 경쟁 구도가 정립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신현도 소장은 “신차 메이커나 기타 기업형 매매업체들의 판매대수 규모가 아직 그리 크지는 않지만 최소한 일정 규모 이상으로는 증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국적 매입 네트워크나 보유 자동차 자산의 규모가 있기도 하고, 초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향후 현실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 형태나 서비스 경쟁의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업그레이드된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된다면 전통적 판매 방식에 의존하는 기존 사업자들의 위상 위축과 점유율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곽노정 사장 “세계최초 HBM 개발은 SK·하이닉스 만남의 성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문 닫을 위기를 겪어내면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든 SK하이닉스는 결국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곽 사장은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개회사에서 “인공지능(AI) 시대 변화는 이제 시작이며 엄청난 크기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천포럼은 SK그룹의 대표 변화추진 플랫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 및 구성원들은 오는 20일까지 AI 혁신, 디지털전환(DT)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곽 사장은 지난 2016년 최 회장이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갑작스러운 죽음(Sudden Death)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지난 몇 년은 이 말씀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입증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불러온 혁신이 있다. AI가 불러온 변화는 점진적 혁신을 넘어 기존 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AI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이 바로 SK하이닉스"라며 “20여년 전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하이닉스가 SK를 만나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형광등을 하나씩 빼며 전기를 아껴 경비를 줄이고, 임직원들은 무급휴가를 쓰고 급여를 반납해야 했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최초 HBM 개발은 SK와 손잡은 이듬해 이뤄낸 성과였다"며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히 미래 투자를 지속했기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사자성어 '지불시도(智不是道)'를 언급하며 “아는 것이 다 길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아는 것을 깊이 몸속으로 받아들이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와 노력이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IG넥스원, 중동 수출 박차…사우디 거점 사무소 확장 이전

LIG넥스원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출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역량 강화 차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무소를 확장 이전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한 확장 이전 기념식에는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와 이현수 해외사업부문장, 현지 정부와 방산 기업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사무소 확장 이전으로 중동 사업 확대에 발맞춰 현지 거점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한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LIG넥스원은 중동 각국에서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 수출을 위한 전담 사업·연구 조직을 통해 현지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고, 지역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R&D)과 사후 관리로 중동 국가들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중동 현지에서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 Long Range Surface to Air Missile System) 등 첨단 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LIG넥스원은 해당 지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제고함으로써 지속 성장의 기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번 사무소 확장 이전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현지 고객과 협업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동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 시스템에어컨, 플라스틱 사용 줄여 탄소 배출 저감

LG전자가 시스템에어컨 제조 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공법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저감한다. 이는 LG전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비전인 '모두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을 실천하기 위한 일환이다.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상업용 4방향(way) 시스템에어컨 1대 당 14.85킬로그램(kgCO₂eq,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음을 검증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탄소배출 저감의 핵심은 시스템에어컨의 외관 판넬 제조 공법 및 소재 변경에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플라스틱 제조와 달리 질소 가스를 주입해 내부에 기포를 생성하는 '물리 발포 성형' 방식을 처음 도입해 4방향 시스템에어컨 1대 당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900그램(g) 줄였다. 이 공법을 적용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도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PP(Polypropylene) 소재로 변경했다. LG전자가 검증 받은 시스템에어컨은 제조 공법 및 소재 변경으로 제조 시 플라스틱 사용량 약 270톤, 이산화탄소 배출은 4400톤(tCO₂eq)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축구장 580여개 면적에 해당하는 30년생 소나무 산림이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 수준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물리 발포 방식을 적용한 상업용 4방향 시스템에어컨을 생산 중이다. 앞으로 개발되는 주거용·상업용 시스템에어컨에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오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4.6%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생산 공정 내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및 재생 전력 전환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 부품 기술력인 코어테크 기반의 고효율 가전을 생산해 실사용 조건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운동 속도를 변환해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작동시키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최근에는 기존 냉매(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30% 수준인 R32 냉매를 적용한 인버터 스크롤 칠러를 출시하는 등 환경규제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배정현 LG전자 ES사업본부 SAC사업부장(전무)은 “새로운 공법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냉매 사용을 늘리는 등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 ‘아시아 공조 콘퍼런스’서 HVAC 솔루션 선봬

삼성전자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공조 콘퍼런스 'ASHRAE Region XIII Chapters Regional Conference 2025'에서 다양한 냉난방공조(HVAC) 솔루션을 소개했다고 17일 밝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공조냉동공학회(ASHRAE)'가 주최하는 아시아 공조 콘퍼런스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 공조 기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총 11개국이 참가해, 공조 분야 최신 기술과 제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정용 시스템에어컨 '1Way 카세트(Cassette)'와 고효율 시스템에어컨 'DVM' 제품을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내장형 와이파이(Wi-Fi) 기능과 콤팩트한 디자인을 갖춘 1Way 카세트형 시스템에어컨 신모델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에 출시했다. 동남아 시장에 출시한 1Way 제품은 △내장형 와이파이를 탑재해 별도의 와이파이 키트(kit)를 구매하지 않고도 '스마트싱스'와 '빅스비'를 지원 △ AI 음성 비서 '빅스비'로 실내 온·습도 조절 등 에어컨 기능을 간편하게 제어 △'AI 절약 모드'로 에너지 소비전력을 최대 20%까지 절감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 냉매인 R410A에 비해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32% 수준으로 낮은 R32 냉매가 적용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프리미엄 주거 단지부터 공공시설, 고급 리조트, 호텔 등 대규모 시설 중심으로 기업 간 거래(B2B) 냉난방공조 솔루션 사업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1Way 카세트 모델의 판매량은 35% 이상 급증했다. 백혜성 삼성전자 DA사업부 상무는 “앞으로도 스마트한 연결 경험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남아를 비롯한 글로벌 전 지역 공조 사업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화오션, 인도·브라질에 ‘글로벌 해양 교두보’ 확보

한화오션이 인도와 브라질에 각각 해양 부문 설계·영업 해외법인을 각각 세우고 글로벌 해양시장 교두보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흥시장 진출과 기술력 강화, 현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 행보로, 브라질 해상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선박(FPSO)시장과 인도 해양플랜트산업을 공략하기 위한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 2개 해외 법인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법인명은 한화오션 글로벌 엔지니어링센터 인디아 유한책임회사(Hanwha Ocean Global Engineering Center India Private Limited, 이하 인도 법인)와 한화오션 브라질 주식회사(Hanwha Ocean Brazil LTDA, 이하 브라질 법인)이다. 두 해외 법인은 미국의 한화오션 USA 홀딩스의 자회사 한화오션 USA인터내셔널 유한책임회사의 지배를 받는다. 인도 법인은 해양 설계, 브라질 법인은 현지 영업 지원을 위해 각각 올해 5월 15일, 16일에 설립됐다. 인도 법인의 대표이사는 유동완 한화오션 부사장이고, 최병호 상무도 경영진에 이름을 올렸다. 해양 설계 범위는 통상 △해양 시설 △구조물 △장비 △시스템 등을 계획·설계·건설·운영·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제반 활동을 포괄한다. 여기에는 해양 유전 개발, 해상 풍력발전, 해양도시 건설, 해양관광시설, 해양 방재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될 수 있다. 한화오션이 인도에 법인을 설립한 주요 이유는 신흥 해양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현지 해양 플랜트 시장 공략 가속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도 정부의 조선·해양 산업 육성 정책과 약 4조원 규모의 조선 금융 지원 정책에 발맞춰 해양 플랜트 상세 설계 역량 확보·현지 업체와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평이다. 때문에 한화오션의 인도 법인 설립은 신흥시장 진출과 기술력 강화, 현지 협력 관계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에너지와 해양 플랜트 시장은 복합적인 외부 환경과 함께 산업별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유가는 배럴당 65~75달러 범위 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지역별 변동성이 상존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해상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선박(FPSO) 시장은 브라질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관찰된다. 이 두 지역이 전 세계 대형 FPSO 발주 수요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극심해 유전개발 수요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이 사업 다변화 측면에서 브라질 영업 지원 법인을 세웠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해 해양사업부장에 필립 레비 전 SBM 오프쇼어 아메리카스 사장을 발탁했다. 레비 부장은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 상임고문과 엑슨의 경영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한화오션은 해양 플랜트 수주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영입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이 미국 외에 인도·브라질 등 신흥 해양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는 것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압도적 규모에 맞설 '다중 거점·첨단 역량·현지화' 확보라는 전략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미국 등 우방국 해양 패권 유지 모두에 유리한 글로벌화 전략에서다. 인도·브라질 법인 신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의 조선업계를 다시 위대하게(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정책과는 직접적으로 연계되지는 않지만 이 같은 이유로 한화오션의 글로벌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해양 플랜트 시장은 에너지 업계의 투자 확대와 글로벌 에너지 수요 회복, 자원 개발 재개 움직임 등의 요인에 힘입어 발주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전문성과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제품의 운영과 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시승기] 기아 2025 셀토스, 작지만 꽉 찬 ‘소형 SUV의 정석’

소형 SUV 시장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해온 셀토스는 단순히 인기 차종을 넘어 사회 초년생의 첫차, 혹은 가족을 위한 실속 있는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다. 셀토스를 타고 강원도 양양을 다녀오면서, 출퇴근길 도심과 장거리 고속주행을 모두 경험했는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난하면서도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안정적인 주행 질감과 안락한 승차감이 인상 깊었다. 셀토스의 외관은 여전히 소형 SUV 시장에서 경쟁력을 자랑한다. LED 헤드램프와 블랙 하이그로시 그릴이 만들어내는 날렵한 인상, 18인치 휠과 검은색 필러 라인이 주는 세련된 옆모습은 크기를 넘어선 존재감을 선사한다. 후면부의 LED 테일램프는 시인성과 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웠다. 강원도의 어두운 해안 도로를 달릴 때, 후방 차량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까지 느껴졌다. 셀토스의 실내는 소형 SUV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은 주행 중 직관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고, 인포테인먼트 활용성은 특히 만족스러웠다. 장거리 주행 내내 음악 감상,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까지 끊김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동승자와의 대화도 불편함이 없었다. 또한 2열 레그룸과 헤드룸은 성인 남성도 충분히 편히 앉을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시트를 폴딩하면 차박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넓은 적재공간이 나온다. 평탄화가 완벽하진 않지만, 매트 하나만 더해도 주말 나들이에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셀토스는 배기량 1600cc 4기통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품었다. 최고 출력 198마력, 최대 토크 27kg.m의 수치만 놓고 보면 꽤 역동적일 수 있지만, 실제 체감은 폭발적이기보다는 부드럽고 매끄럽다.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강남 도심 정체 구간을 지나면서도 민첩한 핸들링 덕분에 답답함은 크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도 셀토스는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속도가 붙을수록 소형 SUV 특유의 불안감 대신 안정적인 자세가 돋보였다. 추월할 때도 힘이 모자란 느낌은 없었고, 진동과 소음은 차급을 생각하면 꽤 잘 억제된 수준이었다. 특히 강원도의 곡선 도로를 달릴 때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은 SUV의 한계를 상쇄하며 믿음을 줬다. 셀토스의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도심의 요철 구간에서는 다소 튀는 느낌이 있었지만, 장거리 주행에서는 오히려 이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고속주행 내내 차체가 단단히 잡혀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덜했다. 특히 양양까지 왕복하는 동안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세단에 견줄 정도로 안락하다"는 점이었다. SUV라면 흔히 기대할 수 있는 출렁임 대신, 편안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승차감 덕분에 동승자도 만족스러워했다. 2025년형 셀토스는 기본 안전사양부터 보스 오디오, OT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옵션까지 고르게 갖췄다. 소형 SUV지만, 옵션 구성과 실내 완성도는 한 체급 위 차량과 견줄 만하다. 강원도 양양을 오가는 여정에서 셀토스는 화려하게 치고 나가는 성격의 차가 아니라, 묵묵히 믿음을 주는 동반자에 가까웠다. 고속도로에서도, 도심에서도 '무난하고 편안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다. 소형 SUV를 찾는 소비자라면, 특히 차박이나 장거리 주행을 염두에 두는 이들에게 셀토스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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