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전 사업에서 제품 보안 강화에 힘쓰는 한편 연결성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가전업체에 내준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전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1위 자리를 중국 업체에 내줄 위기에 처하면서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까지 TV·가전 매출은 약 42조원으로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약 63조원)과의 격차가 2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글로벌 가전 1위' 자리를 메이디에 내준 삼성전자는 올해도 사실상 왕좌 탈환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가전업체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가전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요 몇 년 새 기술력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왕좌 자리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가전이 단순히 내수용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이란 걸 증명했다는 이유에서다. 메이디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은 4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에 대한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4'에서 “가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보안"이라며 “이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약점으로 꼽히는 중국 업체와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가전이 늘었고, 맞춤형 가전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잇달아 글로벌 인증기관인 'UL 솔루션즈'가 실시하는 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상반기 프리미엄 냉장고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와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에 이어 하반기에도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포함한 3개 제품이 다이아몬드 등급을 받았다. 다이아몬드는 메이디가 획득한 '실버'보다 3단계 높은 등급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제품 간 연결을 확장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자사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활용해 생활공간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식이다. 스마트싱스만 있으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누구나 연결된 기기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또 제품 간 연결을 늘림으로써 자사 기기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종민 삼성전자 멀티디바이스경험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삼성의 모든 기기가 더 많이 연결될수록 고객 시간과 노력, 에너지 등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한 맞춤형 경험 제공으로 관련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