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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에 업은 美 빅테크 ‘배짱영업’···韓서 ‘법인세 회피 꼼수’ 심각

애플,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수조원대 수익을 내고도 매출·영업이익 등을 축소 신고하는 꼼수를 부리며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정치 혼란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우리나라가 이와 관련 강경한 규제안을 내놓기는 힘들어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인텔코리아 등 6개사의 최근 회계연도 기준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4439억5920만원으로 집계됐다. 법인세는 총 1313억9407만원을 냈다. 각 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법인 수익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애플코리아는 2023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매출액 7조8376억3700만원을 올렸는데 매출원가를 7조2267억8100만원으로 잡았다. 전체 매출의 92.2%가 원가였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기와 비교해 매출이 4%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46% 감소했다. 미국 본사 상황은 다르다. 전기 기준 매출원가율은 50%대, 영업이익률은 30%대에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영업이익을 3013억1300만원냈다. 영업이익률은 4.2%에 머물렀다. 애플코리아가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은 2022년 국정감사 당시에도 나왔었다.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작년 1~12월 매출액 737억9635만원, 영업이익 222억6078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해 법인세로 중소기업 수준인 54억1369만원을 냈다. 문제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올린 광고 수익이 9545억2514만원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광고 '매입비용'으로 9055억1527만원을 잡아 광고재판매수익이 490억987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2023년 기준)는 매출액이 8233억4278만원이지만 영업이익이 120억5208만원에 불과하다고 신고했다. 법인세는 36억1754만원만 냈다. 돈은 전액 OTT 서비스 구독 멤버십으로 벌었는데 '멤버십 구매대가' 등 매출원가가 6959억6036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설립 이후 계속해서 납세 현황이 불투명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 특성을 활용해 국내 법인 수익성을 '최소한'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23년 기준 매출액 3652억7556만원, 영업이익 233억9109만원을 벌어 법인세로 155억1931만원을 냈다.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은 구글코리아 매출액이 연간 1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명확한 조세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수년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앱 마켓 등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싱가포르 법인쪽으로 처리하는 꼼수를 막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구글코리아는 2023년 종업원 급여 명목으로만 1700억원을 지출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7월~작년 6월 매출액 1조4911억8594만원, 영업이익 693억3792만원을 기록했다. 법인세는 191억6616만원 냈다. 인텔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518억6603만원, 영업이익 156억433만원을 올려 법인세 51억5737만원을 납부했다. 미국 빅테크들의 법인세 회피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서비스 기업 특성상 수익성을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구글이 운영하는 '인앱결제' 매출을 알기 힘들다는 게 대표적이다. 더 큰 고민은 현재 글로벌 정세상 우리나라가 빅테크들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각국에 '협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 기업을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소비 국가지만 지난해 서비스수지에서는 2930억달러 규모 흑자를 냈다. 인도의 경우 최근 글로벌 IT업체들을 규제하는 내용의 '구글세'를 폐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승연 한화 회장, 1분기 주식재산 45% 급증

한화 김승연 회장의 주식재산이 올해 1분기에만 45% 넘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 43명의 전체 주식재산은 총 181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가치가 상승한 총수도 다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하며 명암이 갈렸다. 한국CXO연구소는 9일 '2025년 1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총수 가운데, 3월 말 기준 상장사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는 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주식 보유 방식은 상장사 직접 보유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했다. 43명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해 1월 초 57조9212억원이었으나, 3월 말에는 57조7401억원으로 줄었다. 감소 규모는 1810억원으로 하락률은 0.3% 수준이다. 주식평가액이 상승한 총수는 27명이었고, 하락한 총수는 16명이었다. 1분기 중 가장 높은 주식재산 증가율을 기록한 인물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5175억원에서 7552억원으로 2376억원 이상 증가하며 45.9% 상승률을 보였다. 한화 보통주 주가가 2만7050원에서 4만950원으로 3개월 새 51.4% 급등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김 회장은 오는 4월 30일 보유 중인 한화 보통주 약 848만8970주를 세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외에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39.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35.6%↑), 이순형 세아 회장(33.9%↑) 등도 주식재산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주가 상승 영향으로 주식가치가 1474억원에서 2054억원으로 580억원 이상 늘었다. 박 회장은 1815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이 회장은 1357억원에서 1816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총액 기준으로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총수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었다. 방 의장의 주식가치는 2조5816억원에서 3조971억원으로 5155억원 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같은 기간 11조9099억원에서 12조2312억원으로 3213억원 증가해, 조사 대상 총수 중 유일하게 주식재산 10조원을 넘긴 인물로 확인됐다. 반면 주식가치가 크게 하락한 총수들도 다수 있었다.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인물은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었다. 서 회장은 1월 초 10조4309억원이었던 주식재산이 3월 말에는 9조7770억원으로 줄며 6537억원 감소했다. 셀트리온 보통주 주가가 18만300원에서 16만9000원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서 회장은 '10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도 같은 기간 1조489억원에서 8115억원으로 2373억원(22.6%) 감소하며 '1조 클럽' 밖으로 밀려났다. 방 의장은 넷마블 주식 2072만9472주를 보유 중이지만, 1주당 주가가 5만600원에서 3만9150원으로 하락하면서 주식가치가 크게 줄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4조2912억원에서 3조7982억원으로 4930억원 줄었고,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도 1조7985억원에서 1조5233억원으로 2752억원 감소했다. 이밖에도 장형진 영풍 고문(18.6%↓),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12.6%↓), 구광모 LG 회장(10.5%↓)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원 이상을 보유한 총수는 15명으로, 올해 초보다 1명 줄었다. 주식가치 상위권은 △1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2312억원) △2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9조7770억원) △3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4조1249억원) △4위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7982억원) △5위 방시혁 하이브 의장(3조971억원) 순이었다. 이외에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조6334억원), 최태원 SK 회장(1조6851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6212억원) 등도 '1조 클럽'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은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1조9152억원으로, 이재용 회장에 이어 국내 2위 주식부자로 나타났다. 조 회장은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공식 총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그룹 총수 대상 조사에서는 제외됐다. 한국CXO연구소는 이번 조사가 상장사 주식을 직접 보유한 지분뿐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우회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한 것이며, 이러한 조사 방식에 따라 주식평가액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지난해 국내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140여 개 주식종목 중 올해 1분기에 주가가 오른 곳이 내린 곳보다 다소 많았지만, 눈에 띌만한 증가세는 아니었다"며 “올 2분기부터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등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도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네이버 뉴스·데이터 API 플랫폼 연내 출시 가능성

네이버가 제휴 언론사에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 기술·데이터 플랫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상표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안팎에선 시장 주도권 및 이용자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란 시각이 나온다. 8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일 'N 미디어 허브 디벨로퍼스(Developers)'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상표권은 9일 기준 심사 대기 중으로 확인됐다. 이는 출원신청서가 특허청에서 수리됐으나, 심사관 배정이 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네이버가 이같은 상표출원에 나선 이유는 해당 서비스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표법 57조에 따르면, 상표권 획득을 위한 등록 절차는 '출원-심사-출원공고-등록' 순으로 진행된다. 출원 공고 과정은 상표에 대한 특허청의 심사가 통과되더라도 2개월 동안의 숙려기간을 거친다. 이 때 제3자는 해당 상표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이 지나면 상표권 등록이 완료된다. '미디어 허브 디벨로퍼스'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뉴스 콘텐츠 파트너사(CP)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베타 서비스) 중인 미디어 기술·데이터 지원 창구다. 네이버의 콘텐츠 관련 기술·데이터를 제휴사에 응용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한다. 앞서 2022년 11월 언론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미디어 커넥트 데이'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네이버 뉴스를 통해 수집된 랭킹·편집·주요 뉴스 데이터와 키워드 자동추출 등 기술을 각 언론사 페이지에서도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에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Text To Speech) 기술과 기사 핵심 내용 자동 추출 솔루션을 추가 공개했다. 이를 통해 언론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도 △조회·댓글 수 기준 랭킹 상위 기사 조회 △연재 목록 가져오기 △기사 키워드 추출 결과 받아보기 △기사 본문 음성 조회 △기사 요약문 조회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언론사 운영상황에 맞춰 세분화된 기술·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플랫폼의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상표권 등록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출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API 생태계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API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들을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예컨대 네이버는 현재 뉴스를 비롯해 블로그·카페·지식인 등 서비스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로그인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API를 공개하고 있다. 서비스 연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편의성이 높아져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는 베타 서비스 단계지만, 정식 출시 이후 검색 제휴 언론사 등으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올해 중 API 플랫폼 '카카오 디벨로퍼스' 모바일 앱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고삐를 죄는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컨설팅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PI 관리 시장 규모는 542억달러로 집계됐다. 2032년에는 203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기술 지원 기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언론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플랫폼 경쟁력 유지 전략이란 분석이다. 다만 네이버 뉴스는 현재 광고수익 배분 모델을 채택, 뉴스에 대한 기여도 측정 기준에 따라 일정 수익을 언론사에 지급토록 돼 있어 세부 계획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적으로 언론사와 인공지능(AI) 기업 간 기술-콘텐츠 제휴를 통한 윈윈 사례가 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네이버도 향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네이버의 '온 서비스 AI'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미디어 허브 디벨로퍼스의 기술 지원 API 범위에 향후 AI 기반 서비스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삼성·LG, 프리미엄 TV 맞대결…HDR 표준 경쟁에 OLED 점유율 공방까지

프리미엄 TV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고화질 영상 기술인 HDR(High Dynamic Range) 표준화에서 양사의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점유율을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경쟁은 점유율을 넘어 영상 기술의 표준 주도권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HDR 기술을 둘러싼 전략 차별화가 대표적이다. HDR은 화면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세밀하게 표현해 보다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로, 최근에는 TV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전반에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개방형 포맷 'HDR10+'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HDR10+는 라이선스 비용이 없어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범용성과 확장성이 강점이다. 삼성은 특히 상업적 로열티가 필요한 돌비비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으며, 자사 기술을 통해 HDR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국제 영상 압축 표준인 AV1 코덱 기반의 고화질 콘텐츠와 HDR10+를 결합해, 프리미엄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AV1 코덱을 통해 HDR10+ 콘텐츠를 제공한 사례는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반면 LG전자는 미국 영상·음향 전문기업 돌비(Dolby)의 '돌비비전'을 탑재해 고급 이미지 표현에 집중하고 있다. 돌비비전은 보다 정밀한 색상 표현과 밝기 조절 능력을 갖춰 영화, 드라마 등 고화질 콘텐츠 제작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비비전 생태계의 확장성도 LG전자의 강점 중 하나다. LG뿐 아니라 소니, 파나소닉, TCL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돌비비전을 채택하고 있어 관련 콘텐츠와 기기 생태계가 넓다. LG전자는 여기에 입체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도 함께 적용해, 프리미엄 화질과 음질을 모두 갖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전자 측은 “돌비비전은 제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돌비 애트모스는 현장감 있는 몰입형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현재 HDR10+ 도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DR 표준을 둘러싼 경쟁과 함께, OLED TV 점유율을 놓고도 삼성과 LG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일 열린 'AI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자사 OLED TV 가운데 77인치 이상 모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60%에 달한다"며 “대형 OLED 시장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77인치 이상 초대형 OLED 시장에서는 이미 경쟁사(LG전자)를 앞섰다"고 강조한 데 이은 것으로, 당시에도 양사간 점유율 공방을 촉발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발언은 OLED TV 경쟁 구도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핀 셈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근거가 불분명한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1∼3월 기준 77인치 이상 O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LG전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양사는 최근 OLED TV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OLED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로, 깊은 명암비와 얇은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 프리미엄 TV 시장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OLED 기반 프리미엄 라인은 수익성이 높은 '알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OLED와 HDR 모두 프리미엄 TV 시장의 핵심 기술로, 양사간 경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OLED와 HDR은 단순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넘어 브랜드를 구분 짓는 상징적인 요소"라며 “이제는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넘어, 콘텐츠 호환성과 생태계 확장 전략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돈 주는 AI’가 온다…뤼튼 “생성형 넘어 생활형으로 진화”

최근 1000억원대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올해 핵심 비전으로 '생활형 AI'로의 진화를 강조했다. 일상밀착형 AI를 통해 업무 생산성 효율 제고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뤼튼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 2025'에서 '뤼튼 3.0' 개편 방향과 사업 청사진을 공유했다. 202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총 1080억원 규모로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현재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1300억원으로, AI 플랫폼 분야에선 국내 최초로 누적 투자 유치 1000억원을 돌파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의장 방한 당시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이달 말 선보이는 '뤼튼 3.0'은 사용자 모든 대화를 기억하고 감정적 교류도 가능한 AI 서비스다. 현재 500만명대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1000만명대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한 핵심 사업 전략은 △1인 1AI 시대 개막 △성능 업그레이드 △AI 이코노믹스 실현으로 압축된다. 서비스의 핵심은 초개인화 기술로 업무·여가활동을 뒷받침하는 'AI 서포터'다. 이용자 정보를 토대로 최적화된 외형·말투·장기 기억 등을 결합한 감성지수(EQ) 레이어를 통해 AI와 감정적 교류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존보다 10배 더 향상된 메모리 성능으로 이용자의 정보 저장 공간과 시간을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국민 5000만명에게 각 개인에 최적화된 AI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개인화 기술 향상을 위해 다양한 AI 모델을 서비스 특성에 맞게 골라 사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택했다. 개발 비용·시간은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자체 모델과 외부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구조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글로벌 빅테크가 개발한 최신 모델을 탑재했다. △이용자 의도 파악 △도구 추천 알고리즘 △최신 AI 모델 활용 △검색 데이터베이스(DB) 현지화 △검색 자동화 모델 등을 통해 사용 만족도를 35%가량 끌어올렸다고 회사는 밝혔다. AI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앱테크 기능을 강화했다. 함께 도입되는 'AI 재테크'는 기존의 무제한 무료 서비스를 넘어 사용자가 AI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앱 내 광고 시청, 출석체크, 도구 체험 등 미션 수행을 통해 캐시를 적립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캐시 인출·결제 기능도 도입해 서비스 영역을 계좌 연동, 체크카드, 커머스 연결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AI 이코노믹스 체계'가 핵심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앱 활동에 대한 보상 체계를 통해 신규 이용자 유입을 늘리고,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를 다양화해 매출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동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체계가 한 번에 맞아떨어지게 구축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용자 증가세에 따라 테스트와 미션을 추가·삭제·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혜진 광고(AD)비즈니스 파트장은 “AI 재테크 기능과의 연동을 위해 현재까지 확보한 제휴사는 20~30개 정도며, 모바일·지류 상품권 형태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업체를 우선 공개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이 운영하는 페이 서비스와 같은 금융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영 대표는 “2년 전 MAU 30만명대를 기록할 때도 우리의 꿈은 'AI 시대의 포털'이었고, MAU 5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그 목표는 유효하다"며 “과거 인터넷 전화기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던 시기에 많은 기업들이 자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만들었던 것처럼, AI 에이전트 기술이 더 많은 기업에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넥스트 포털'로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뤼튼은 오는 14일 AI 개발 프레임워크 '에이젠티카'와 프론트·사용자환경(UI) 자동화 개발 도구 '오토뷰'를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전망치 상회 ‘안도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안도했다. 통상 분야 각종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까지 하락하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전년과 비슷한 성적을 내며 선방했다. 매출액은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0.15% 줄어든 수치다. 작년 2분기(10조4439억원) 이후 2개 분기 연속 쪼그라들다 3분기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84% 늘어난 79조원이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잠정 실적 집계 오차가 수천억원 단위까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3분기 올린 역대 최대 기록(79조1000억원)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매출액 예상치도 75조원 수준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비수기인데다 관세전쟁 등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6조4927억원이었다. 이날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예상 외로 호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산한다. 메모리 분야에서 3조~4조원 가량 이익을 내고 파운드리 사업 적자 규모를 1조원대로 줄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DS에서 영업적자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었다.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수혜를 입어 반도체 재고가 예상보다 감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 관세 부과 전 전자제품 사재기 현상이 일부 나타난 게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제적으로 물동량이 증가한 게 D램 출하량 자체를 끌어올렸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모바일경험(MX) 부문에서는 '갤럭시 효과'가 돋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 MX부문은 통상 'S시리즈'가 출시되는 1분기 실적이 뛰었다 2~4분기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작년 영업이익을 보면 1분기 3조5100억원에 달했지만 4분기에는 2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갤럭시 S25 시리즈가 사전계약 당시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21일만에 10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서기도 했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 기록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추가하며 프리미엄 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 S25 시리즈는 사전 판매 당시 가장 비싼 '울트라'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생활가전(CE) 및 하만 부문도 호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세 부과 이전 각종 제품을 구매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이에 따른 수혜가 일정 수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부문별 실적을 포함한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주주들과 소통 강화 차원에서 실적·경영 관련 문의사항을 사전에 접수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답변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롯데지주 CP 조달 1조 한숨 돌렸지만…단기 자금 의존 심화

롯데지주가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 조달을 대폭 늘리며, 차입금의 만기구조가 급속도로 단기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CP 순발행 규모만 86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말 발행한 장기물까지 포함하면 전체 CP 잔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성 자금으로 유동성을 충당하는 구조가 뚜렷해진 셈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롯데지주는 매달 대규모 CP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1월 600억원, 2월 3500억원, 4월 들어 다시 4500억원 규모 CP를 신규 발행했다. 이 중 4월에 발행분은 은행매입약정한도가 체결되어 있는 CP로서 3개월 단위로 차환발행하는 은행차입금의 성격이다. 3월에는 분기 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발행을 일시 중단했지만, 2분기 시작과 동시에 조달이 재개됐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올 들어 CP 순발행 규모는 8600억원 수준이며, 여기에 지난해 말 발행된 장기 CP 약 1200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발행잔액은 9800억원 규모다. 이 중 이번 분기에만 51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달 3000억원, 다음달 2100억원의 상환이 예정돼 있다. 반면, 롯데지주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000억원에 불과해 지속적인 상환 부담과 맞물려 단기 유동성 대응 여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2~4월 기준 91일물 CP 평균 금리는 3.2%대에서 2.9%대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AA- 등급 회사채 금리도 함께 하락했지만,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낮고 진입장벽이 낮은 CP 시장을 선택했다.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할 때 롯데지주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27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CP 조달의 단기성 구조로 인해 상환·재발행이 반복될 경우 계속해서 누적될 수 있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롯데 측은 상환이나 이자가 부담되더라도 조달의 안정성을 택한 것이다. 통상 롯데지주는 매년 초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가 하락하는 중에도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금리 조건이 아니라,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리스크 요인이 자리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6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AA-)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한 바 있다. 정기평가 결과에 따라 A+로 한 노치 강등될 경우, 시장의 평가는 급변하게 된다. AA-와 A+는 단지 1등급 차이지만 시장에서는 각각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으로 간주되며, 투자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롯데지주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반의 신용도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롯데건설도 '부정적' 등급을 유지 중이다. 이는 그룹 전체의 조달 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부담을 안고 있는 화학·건설 계열사들의 신용 리스크가 지주사의 등급 평가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신용 리스크는 회사채 발행 실패 가능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투자자들은 수익률보다 신용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 발행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등급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CP 시장을 통한 조달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CP는 구조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자금이라는 점이다. 회사채가 보통 2~3년 이상의 장기물인데 반해, CP는 3개월~1년 내외의 만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수시로 롤오버(차환)가 필요하다. 자금시장이 경색되거나 신용이슈가 부각될 경우,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곧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롯데지주는 지난 2월 말 3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CP로 상환했고, 최근에는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관련한 유상보전 리스크도 떠안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를 추진 중이지만, 2017년 프리IPO 대비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 등 FI에 최대 2931억원 규모의 차액 보전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 중 상당액을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CP는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대규모로 운용되면 만기 집중도가 커져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최근처럼 금리 자체는 낮은 시기라도, 그룹 차원의 현금흐름 약화와 맞물릴 경우 유동성 압박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관세 전쟁’ 후폭풍에 삼성·LG전자 ‘실적 방어’ 대책 마련 올인

'관세전쟁' 폭풍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삼성·LG전자가 실적 방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미국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사 동향은 물론 각 국가별 외교 정책 방향까지 살펴야하는 처지지만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위기를 넘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1분기까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며 일단 안도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액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급이고 수익성은 증권가 평균 예상치를 30% 이상 웃돌았다. LG전자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22조7447억원)을 거두고 영업이익은 1조2590억원으로 선방했다. 양사는 1분기 호실적이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찍부터 이달 '관세전쟁'이 시작된다고 예고해온 만큼 TV·가전·반도체 등 수요가 선제적으로 일어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소매 시장에서 일부 소비자가 생활가전 제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앞서 수차례 보도했다. 각사는 '판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전날 열린 TV 신제품 공개 행사장에서 “사재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당장 북미향 TV 등이 멕시코에서 대부분 만들어지고 있어 관세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계속 변화하고 있어 그런 부분을 잘 살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전세계에 10여개 생산거점을 둔 만큼 유연하게 파고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전략 역시 비슷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5일 정기주총 개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국가보다 멕시코 관련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 현지 공장에서 다양한 가전 제품을 생산할 라인을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해외 생산 거점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작업도 면밀히 진행 중이다. 양사는 애플, 월풀 등 경쟁사 동향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국가별 외교 정책 방향도 살피는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가별 관세, 인건비, 물류비 등을 고려해 가전제품 및 스마트폰의 생산지 재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베트남이 미국과 협상에서 관세율을 낮추지 못할 경우 브라질 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식이다. LG전자도 지난해 말 전사 차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글로벌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양사 해외 공장들이 관세 영향에 비상이 걸린 것은 맞지만 트럼프 행정부 정책 방향이 워낙 불확실해 마땅한 대응책 자체가 없다는 호소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통상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호실적 배경에 갤럭시 S25 시리즈 흥행과 메모리 D램 출하량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중국의 소비 촉진 정책 '이구환신(以舊換新)' 등이 효과를 내며 2분기에도 반도체 분야에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LG전자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품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미국 관세전쟁의 주요 타깃이 중국이라는 점을 역이용하는 발상으로 읽힌다. '저가공세'를 퍼붓는 중국 가전·스마트폰 업체들 공세를 프리미엄 전략으로 이겨내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신형 갤럭시 Z시리즈 및 두 번 접는 폴더블폰 G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막판 담금질 작업에 한창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접목해 프리미엄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통상 협의를 강화하고 필요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특정 국가·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조를 확보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조립·가공 제품이 관세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 제품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전략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6조6000억원···시장 전망치 상회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4% 늘고 영업이익은 0.15% 감소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5조~5조5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실적 및 경영 현황 관련 문의사항을 접수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답변할 계획이다.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 및 이해 제고 차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尹 파면] ICT업계 정책 변화 불가피…조기대선 흐름 촉각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대선 국면이 펼쳐지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정책 변화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체로 규제 해소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정책 연속성이 흔들리면서 역으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정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치러지는 조기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6월 3일로 잠정 결정됐다. 이에 따라 업계는 차기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먼저 통신업계는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다시 거세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선거철마다 표심잡기를 위한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던 만큼 이번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동통신 주파수 대가산정 기준·방식을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의견차가 뚜렷한 가운데 재할당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당장 데이터 종류에 상관 없이 용량·전송 속도에 따라 요금을 선택하는 통합요금제 시행부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당초 1분기 출시를 예고했으나, 탄핵 정국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2분기로 연기된 상황이다. 궐위로 인한 선거는 당선 확정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향후 정책 기조에 따라 출시 시점이나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증권가에선 업계 이익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정책이 수립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통신비 요금 인하 규제 동향을 살펴보면,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핀셋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통신사의 이익을 크게 훼손하는 정책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방송업계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구성 및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야권은 이미 방통위 회의 의사정족수를 최소 3인으로 규정한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책 추진 동력이 사라지면서 통합미디어법 제정은 안갯속에 빠질 전망이다. 유료방송과 지상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생태계를 아우르는 정책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반영해 규제를 일부 개선하는 게 골자다. 관련 업계에선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글로벌 OTT와의 역차별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영방송 관련 정쟁에 주요 미디어 정책이 뒤로 밀리면서 법적 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에 소속된 관련 부서를 통합한 콘트롤 타워를 세우거나, 공영방송 영역을 별도 위원회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경우, 주이용층이 청년층인 만큼 표심 확보를 위한 공약이 쏟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게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산업 진흥 정책 방향성을 발표한 가운데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 4당 후보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전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5개년 산업 진흥 종합계획 또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초 열린 게임특위 출범식에서 계승 방향에 대해 클라우드·콘솔 게임 지원책 보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전체적 흐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만큼 산업 진흥이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산업·과기부 등 정부 부처 및 여야 간 공조 체계 구축과 이용자 보호·업계 활성화 모두 챙길 수 있는 정책 수립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정책의 경우, 행정 공백으로 인한 대응력 약화가 우려된다. 올 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 이후 전반적인 논의 방향이 규제에서 진흥으로 전환됐지만,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예산 배정이 조정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AI 정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과기정통부를 부총리급 기관으로 승격 △차관보급 AI 실장 영입 등 정책 연속성 확보를 전제로 한 조직개편으로 좁혀진다. 이와 관련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7일 국정과제 브리핑에서 부처 격상 필요성을 피력키도 했다. 유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를 이끌어나가는 주무부서이기 때문에 지금의 조직 체계로는 다소 한계가 있다"며 “조직을 보다 확대 개편하고, 중요한 국가 의제를 이끌어나가는 부서에 대해선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AI 부서만 떼어내는 건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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