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그룹의 성장 엔진인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 모두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및 배임수재 등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2020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 받은 점을 고려해 형을 구분해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조현범 회장은 2017~2022년 약 7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법인카드·법인차량 등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에서 타이어 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도록 해 한국타이어에 131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법원은 담보 없이 계열사 자금 50억원을 사적으로 대여하는 등 추가 횡령·배임 정황도 인정했다. 조 회장은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으나 최후 진술에서 “모든 게 제 불찰이고, 깊이 반성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선고 직후에는 “판사님께서 정해주시는 벌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잘나가던 한국타이어의 성장에 정체가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7622억원, 매출 9조4119억원으로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32.7%, 순이익은 53.2% 증가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와 전기차 타이어 시장 선점 전략이 주효했다. 그러나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2025년에도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률 10%대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대외 변수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조 회장의 구속으로 대규모 투자나 글로벌 전략 실행에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인수한 한온시스템 경영 정상화도 문제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10조129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지만 구조조정 비용과 EV(전기차) 시장 둔화, 이자비용 급증 등으로 33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조6173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68.5% 감소했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80%를 넘는 등 부채 부담도 심각하다. 조 회장은 한온시스템의 경영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3년 내 혁신을 강조해왔으나, 법정구속으로 중장기 전략 실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당분간 전문 경영인 주도로 방어적인 경영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며 “항소를 포함한 법적 대응 방안을 변호인단과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