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구조조정 자구안 시한 두 달 앞…대산 ‘가닥’, 울산·여수 ‘안개속’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별 자구안 제출 시한이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진도가 쉽게 빠지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충남 대산 석화산업단지 구조조정 방안의 연내 발표가 가시화한 것과 달리 다른 산업단지의 석화기업들은 고난이도 쟁점을 안고 있어 합의점 도출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석화기업 채권단은 올해 연말까지 개별기업들이 제출할 사업구조 재편안을 보고 자구 의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석화기업들이 어떻게든 협상을 매듭 짓고 채권단 지원을 받아 재무 건전성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어서 시한을 앞두고 석화업계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충남 대산 석화 산업단지의 구조조정 방안이 빠르면 12월 중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방안은 울산, 충남 대산, 전남 여수의 대표 석화산업단지별로 요구되고 있다. 대산 석화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석화 기초소재 생산 설비를 통폐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의 경우,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0%, 4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여서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 나프타분해설비(NCC)를 HD현대케미칼에 현물 출자하고, HD현대케미칼이 현금 출자해 최종적으로 HD현대케미칼 지분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절반씩 가지는 방안으로 조정하는 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대산 산단에서 구조조정 방안의 가닥을 잡으면서 울산과 전남 여수도 연말 시한을 지키기 위해 논의에 속도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석화 산단별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여수 627만톤 △대산 478만톤 △울산 176만톤이다. 정부와 석화업계는 이 가운데 연산 270만~370만톤의 생산 능력을 감축시키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맺었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설비 통합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히며,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사업 재편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합의점을 쉽게 찾을지는 미지수다. 대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양사가 HD현대케미칼이라는 합작법인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접점을 찾기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HD현대케미칼은 원유을 정제하는 정유 사업과 나프타를 이용한 석화제품 사업으로 이뤄져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점 도달의 불확실성이 큰 곳은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을 중심으로 한 울산 산단이다. 세 기업의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은 △SK지오센트릭 66만톤 △대한유화 90만톤 △에쓰오일 20만톤으로 크지 않아 비교적 빨리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세 기업은 지난달 외부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사업재편 전략에 관해 자문을 받기 위해 '울산 석화단지 사업 재편을 위한 업무협약(LOI)'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간 설비 통합 논의가 아직 진전을 못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의 경우 공정률 85%로 이듬해 상반기 완공 예정인 '샤힌 프로젝트'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볼지 여부가 쟁점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를 정제해 에틸렌 뿐만 아니라 폴리에틸렌까지 직접 생산하는 설비를 짓는 사업이다. 정유사가 생산한 나프타를 석화사가 공급받아 NCC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기존 생산 구조에서 탈피하게 된다. 샤힌 프로젝트이 완공되면 에틸렌 180만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88만톤과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44만톤의 연간 생산 능력이 추가된다. 생산 규모가 가장 큰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설비 통폐합이 거론돼왔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여천NCC는 지분 절반씩 보유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자금 지원을 두고 의견 대립을 보였던 만큼 구조조정 방안을 두고 원만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부침에도 석화사들은 연말까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상의 고삐를 죌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가 협상 시한을 연말로 잡은 데다 채권단이 석화사의 구조조정 방안과 자구 노력을 보고 부채 만기 연장이나 탕감 같은 금융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석화사들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실적 하락세를 타며 악화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야 해 채권단의 금융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케미칼은 3000억원 넘는 영업 적자를 냈고, LG화학 석화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도 영업적자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석화사 9곳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 중 적어도 한 곳으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검토와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SK이노베이션, 아태지역 LNG 강화·탈탄소 협력모델 모색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에너지기업들이 경주에 모여 액화천연가스(LNG)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서 '아시아 퍼시픽 LNG 커넥트(Asia Pacific LNG Connect)' 세션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APEC CEO 서밋은 글로벌 기업 CEO와 학계 인사, 정부 관계자 등이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과 미래를 논의하는 연례 비즈니스 포럼이다. 이번 세션에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에너지 협력 의지를 직접 소개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할 방안과 동북아 LNG 시장에서 미국의 전략적 역할을 주요 화두로 다룰 예정이다. 31일 세션에는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6개국 10개 에너지 기업의 리더들이 강연자로 나서 아태지역의 에너지 안보, 가격경쟁력, 에너지 공급 안정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모색한다. 첫 번째 세션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LNG의 역할과 지속가능성 강화'를 주제로 열린다. AI 혁신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을 밟는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석탄을 대체하는 LNG의 역할을 다룰 예정이다. 션 피트 산토스 부사장(EVP)은 고갈 가스전을 활용한 뭄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허브 구축 사례를 소개한다. 산토스는 SK이노베이션, 일본 제라와 함께 호주 바로사 가스전을 공동개발 중인 기업이다. 'US LNG 전망'을 주제로 열리는 세션2에서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미국 LNG의 가격 경쟁력과 계약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LNG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경험을 소개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제1차 LNG 물결'부터 장기계약 파트너로 참여했다. 미국 '셰일가스 산업의 개척자'로 알려진 해롤드 햄 콘티넨탈 리소시스 명예회장이 참석해 미 LNG 산업의 성공 요인과 미래 잠재력을 알릴 계획이다. 이밖에 아태지역 기업 패널들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LNG 발전의 필요성과 전략적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지역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미국 LNG의 중요성을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서도 살펴본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번 세션에서 아태지역의 에너지 안보, 공급망 안정성, 그리고 탈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국가 간 협력모델이 제시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주주가치 제고” 압박에 LG화학, 사업·지분구조 재편 속도내나

LG화학이 석유화학 부진 돌파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서 기업 가치 제고 압박을 받아 '이중 과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고부가가치 석화·전지 첨단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강화하려면 추가 시간과 시간이 필요해 당장 주주가치 저평가 해소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자사주 매입 확대와 미래 투자 재원 확보에 활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LG화학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26일 석유화학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에게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독립적 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가치가 LG화학 기업 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물적 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79%를 가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의 50%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나왔다. 24일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 총액은 115조1280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3위지만, LG화학은 28조3075억원에 불과했다. 팰리서 캐피탈은 22일 발표자료를 통해 자신들을 LG화학 지분 1% 이상을 장기간 보유해 상위 투자자 10곳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첨단소재 사업부가 전체 내재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보다 큰데도 그 가치가 현재 LG화학 시장 가치의 74%만큼 평가 절하(디스카운트)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자사주 매입과 미래 투자 재원 확보에 쓰라는 것이 팰리서 패키탈 측 제안이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중 10%를 이용해 LG화학 소수 주주들의 지분을 매입하고, 지배력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른 지분을 이용해 주가수익스와프(PRS)나 교환사채(EB) 등으로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저평가 해소 문제를 풀어갈 장기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LG화학 지분 6.9%를 보유한 국민연금으로부터는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됐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가능 사안 △지속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개선되지 않는 사안 △기후변화 ·산업안전 관련 위험 관리가 필요한 사안 등을 중점관리 사안으로 두고 있다. 비공개 단계에서 개선이 없다고 판단되면 공개중점관리 기업으로 격상하거나 주주제안과 의결권 행사 등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주식 가치 희석 가능성을 우려해 2020년 LG화학 배터리사업부의 물적 분할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후 2022년과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주식 가치 저평가 해소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LG화학 가치 제고 계획의 다른 축인 사업 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으며 △재활용·바이오·재생에너지 등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전지재료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했다. 2023년 매출 기준 6조원에서 2030년 25조원 수준으로 키우고, 비중도 5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산설비를 비롯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양극재를 비롯한 첨단소재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양극재 생산 설비에 총 1317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이 가운데 상반기까지 약 676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테네시주에는 약 2조원의 투자를 단행해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6만톤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NCC 연간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톤 감축하는 등의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도 변수다. LG화학은 단일 기업 기준으로 최대인 연산 330만톤의 NCC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석화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기초소재 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고부가가치 소재를 개발·생산하는 과정에서 원재료 조달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석화기업이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더라도 기초 소재를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LG화학은 주주 소통과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LG그룹이 올해 들어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 제고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어 LG화학이 기업가치 제고 전략의 향배를 어떻게 가져갈 지에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르면 오는 31일 3분기 실적 설명회(콘퍼런스 콜)에서 대응 방향을 내놓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LG화학 입장에서는 이번 제안이 기업 거버넌스 강화와 주주 가치 제고라는 개정 상법의 근본 취지에 미리 대비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과거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과 상장이 LG화학 소수주주들에게 손해를 초래했다는 인식을 털려면 이사회 차원에서 제품 고부가화·차별화 중심 투자로 미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배당 문제에 관해서도 주주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HD현대, 2025년 부사장·전무·상무 인사 단행…총 80명

24일 HD현대는 2025년도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임원 인사로 모두 80명이 승진·발령됐다. 이날 인사에서 류홍렬 HD현대중공업 전무 등 7명이 부사장으로, 정창화 HD현대사이트솔루션 상무 등 20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고 장용준 HD현대오일뱅크 수석 등 53명이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HD현대 관계자는 “그룹 전반의 사업 조정과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속한 조직 안정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미국 등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실행력과 전문성이 검증된 인재들을 중용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임원 인사에 이어 12월 초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2026년 경영 계획 전략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고, 이를 통해 내년도 사업 계획과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확정해 그룹의 미래 전략 추진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임원 인사 명단] ◆HD한국조선해양 △전무 박준수, 박명식, 이운석 △상무 김진권, 정영균, 이재준, 하성원, 김민국, 박종완, 김성훈 ◆HD현대중공업 △부사장 류홍렬, 박용열, 여용화, 최헌 △전무 최병기, 남철, 김산, 강병국, 성석일, 김광우, 최용대 △상무 권대혁, 이종석, 최우철, 김형호, 윤우석, 노준섭, 김해원, 조성윤, 이봉수, 허동헌, 차정보, 안주용, 이용화, 송창현, 권우철, 김종원, 김정일, 신형식, 최태복 ◆HD현대미포 △전무 진상호 △상무 전성진 ◆HD현대삼호 △전무 이승환 △상무 노현석, 주종길, 김기섭, 한정우, 정호진 ◆HD현대사이트솔루션 △부사장 김승한 △전무 박흥근, 정창화 △상무 곽성규, 이병규, 조석현, 이동화 ◆HD현대건설기계 △상무 이동우, 이광명, 조건재 ◆HD현대인프라코어 △상무 정오철, 이병철, 박진규 ◆HD현대오일뱅크 △부사장 오태길, 김종철 △전무 정성균, 문장주, 형성원, 조진호 △상무 장용준, 전기현, 김준흠 ◆HD현대쉘베이스오일 △전무 조성호 ◆HD현대일렉트릭 △전무 이찬주 △상무 박상봉, 강성수, 신동욱, 김홍규 ◆HD현대로보틱스 △상무 한기태 ◆HD현대에너지솔루션 △상무 이경원 ◆HD현대 △상무 배국현, 김지호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K이노베이션, 정유마진 상승에 실적·재무 ‘나비효과’

올해 3분기(7~9월) 후반에 원유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SK이노베이션이 영업적자를 털고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 201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분기 매출도 19조4452억원으로 10.1%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흑자전환 기대는 전체 매출의 절반 넘게 차지하는 석유 사업부문이 정제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을 실현하면서 SK이노베이션 전체 실적까지 견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배터리 부문뿐 아니라 에너지화학 부문도 부진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올해 상반기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실적 양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회사 사업 구조의 절반을 석유산업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정제마진 상승세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시장은 평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석유 사업 매출이 약 23조원으로 전체의 57% 차지한 가운데 영업적자 4300억원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전체 영업적자의 93%를 차지했다. 배터리 사업도 360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그나마 윤활유와 석유개발, 발전 부문에서 8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둬 전체 실적을 방어한 셈이었다. 하지만, 상반기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부진했던 석유사업에서 3분기 영업 실적을 흑자로 개선시키면 전체 실적도 덩달아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3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은 정제마진의 상승세에서 비롯됐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 수익에서 원유 구입비와 인력·운영비를 뺀 지표로, 정유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느냐를 나타낸다. 올해 초 배럴당 5달러선까지 떨어졌던 정제 마진은 3분기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3분기 초반 내내 10달러선에 머물러 있던 정제 마진은 9월 셋째주에 10달러선을 넘어섰고, 이달 13~19일 기준 평균 복합정제 마진이 배럴당 13.7달러로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과 정유업계는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의 OPEC+의 원유증산 결정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 같은 지정학적 변수로 정제 마진의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무적인 대목은 석유 사업부문의 실적 개선 흐름이 원유 공급증가 기조에 따라 올해 4분기(10~12월)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다. OPEC+는 2년여의 감산을 종료하고 지난 9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54마7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흐름이 강화하면 정유사들이 사들이는 원유 가격이 하락해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일간 400만배럴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제재도 정제 마진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원유를 조달하는 중국·인도 같은 국가들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하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도 지난 9월 원유 수입의 17%가량을 여전히 러시아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를 이용한 석유제품에 대한 구매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 정유사들에게 불리해진다. 이에 더해 유럽과 미국의 정유사들이 생산설비 축소에 나서면서 정유사들이 정유제품 가격을 더 받을 여건도 생겼다. 쉘·BP 등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들은 하루 생산 40만 배럴 규모의 정유 설비를 폐쇄하고, 발레로 등 미국 정유사들도 54만7000배럴 규모의 정유 설비를 정리할 예정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리포트를 통해 “3분기는 재고 관련 손실 제거와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제품 경험(PX) 개선으로 석유화학 또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4분기에는 정제마진 호조에 따라 석유 사업의 실적이 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제 마진 상승세로 전체 실적이 개선되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자금 여력을 확보해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규모 대규모 설비투자에 더해 SK E&S 흡수합병으로 기존 차입금이 이관되면서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07%에 순차입금은 35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 SK온과 SK엔무브 합병으로 사업 구조 재편을 이어갔고,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 5조원을 확충했다. 9월에는 발전 자회사 2곳 지분을 이용해 자본 3조원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정제 마진 상승 기조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은 물론 전반적인 사업구조 리밸런싱 작업에 탄력 속도를 붙여줄 것으로 보인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철강처럼 석화도 中제품 반덤핑 신청…한국도 ‘보호무역 합류’ 촉각

부틸 아크릴레이트 제품을 시작으로 중국산 저가 물량에 무역 제소로 대응하려는 국내 석유화학(석화)업계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초소재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 밀려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무역 제소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라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석화업계의 숨통을 트고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선 중국산 저가 물량의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철강업계의 사례처럼 해당 업계와 당국이 무역 제소와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와 석화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부틸 아크릴레이트 제품에 대한 무역위의 반덤핑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7월 무역위에 반덤핑 제소를 낸데 따른 것이다. 무역위는 지난달 29일 이에 대해 반덤핑 조사 필요성을 검토해 신청을 받아들였다. LG화학이 무역위원회에 낸 반덤핑 조사 신청서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4년 부틸 아크릴레이트의 내수 물량은 약 7.5% 줄고, 판매 물량은 30%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 물량은 25% 가까이 늘고, 수입 금액은 17.5% 줄었다. LG화학이 계산한 중국산 제품의 덤핑률은 19.17%다. 부틸 아크릴레이트는 아크릴산과 부탄올을 원재료로 만든 고분자 유기화합물로, 점착제나 접착제, ASA 수지, 도료, 아크릴 수지 등의 원료로 쓰인다. 물질이 유리 같은 상태에서 고무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상태로 변화하는 온도인 유리전이온도가 낮아 내구성을 강화해준다. 부틸 아크릴레이트는 국내 석화기업 가운데 LG화학이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LG화학 측은 신청서를 통해 “저가 수입의 지속적인 확대는 국내 유일의 생산자인 LG화학에게 심각한 수준의 출혈 경쟁을 강요했다"며 “현재와 같은 시장 구조가 유지될 경우 국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다른 제품도 무역위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할지 검토 중이다. 이번 제소로 석화업계가 반덤핑 조사 신청이 확대될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중국에서 경기 침체로 석화제품 공급이 과잉 상태에 다다르면서 한국산의 중국 수출은 줄고 저가 석화제품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 따른 것이다. 석화기업들이 중국을 주요 수출시장의 하나로 삼았지만, 중국이 러시아 등에서 정유제품을 저렴하게 들여오는데다 석화 생산설비를 늘리면서 공급이 과잉 수준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기초 제품인 에틸렌의 경우, 중국 내 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95%에 달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국내 주요 석화기업들은 2023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게다가 지난 8월 정부와 산업계 간 자율협약을 맺어 연말까지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 능력을 18~25% 감축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반덤핑 제소가 중국발 저가물량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철강업계 사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철강사들도 중국발 저가 밀어넣기 공세를 겪으며 중국산 열연후판을 시작으로 봉강, 도금강판 등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냈다. 정부는 무역위 조사를 거쳐 중국산 열연후판에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린 올해 초부터 30% 내외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 8월 덤핑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가 있었다고 최종 판정했다. 반덤핑 대상이 된 중국 수출기업들은 가격을 올려 수출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다 국내 석화기업들이 일정 부분 중국산 소재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령, 한화토탈과 여천NCC는 지난해 중국산 스티렌모노머에 대해 무역위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지만, 국내 석화업계의 반발 여론을 의식해 철회한 적이 있다. 스티렌모노머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의 필수 원료로, 국내에서는 한화토탈과 여천NCC가 생산해 왔다. 스티렌모노머를 사들이는 다른 석화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산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크게 반발한 결과였다. 업계는 최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하는 기조로 여건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세계 각국이 경제 안보를 내세워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맞춰 한국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석화산업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달 초 자국 석화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개발과 양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관세 부과 같은 무역 조치에 소극적이었지만, 통상질서가 바뀌면서 산업계가 받는 현실적 피해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었던 석유화학이 저가 수출물량으로 최근 4~5년 사이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정부가 기업의 반덤핑 조사를 비롯한 무역구제 신청에 적극 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도레이첨단소재, ADEX 2025서 ‘하늘의 소재’ 탄소 섬유 기술력 과시

도레이첨단소재는 전날 개막한 서울 ADEX 2025에 참가해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을 겨냥한 차세대 탄소섬유 복합소재 기술력을 선보였다고 21일 밝혔다. 핵심 전시품은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AAM)에 적용되는 부품과 '토우프레그(TOW-PREG)'다. 항공우주 부품은 고강도·경량화가 필수적인 만큼 철보다 강도는 10배 높고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한 탄소 섬유가 핵심 소재로 쓰인다. 토우프레그는 탄소 섬유에 에폭시 수지를 침투시킨 소재로, 경량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항공우주 분야는 물론 수소 저장 용기의 핵심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이번 참가를 계기로 국내 항공우주·방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국제항공우주품질그룹(IAQG)의 항공우주산업 품질경영시스템 'AS9120'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도레이그룹의 고성능 항공우주용 복합 재료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산 거점으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했다. 한편 도레이첨단소재는 전시 기간 중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용 첨단 복합소재 솔루션'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차세대 항공 구조재에 활용되는 열경화성·열가소성 복합재 기술을 공유하며 첨단 소재 시장을 이끌어갈 기술력을 과시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에너지솔루션, ‘OLED 공정’ 응용해 차세대 태양 전지 세계 최고 효율 달성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과 손잡고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의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건식 진공 증착' 방식을 이용한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Tandem) 태양전지로 28.7%의 효율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알 밝혔다. 이는 건식 증착 공정 기반 탠덤 태양전지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이다. 탠덤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층을 쌓아 올려, 더 넓은 대역의 태양광을 흡수해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페로브스카이트 셀의 99%가량을 차지하는 '습식 용액 공정'은 용액을 도포하는 방식의 한계로 인해 대면적화가 어렵고 안정성이 낮아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양산 공정에서 검증된 '건식 진공 증착' 기술을 태양 전지 제작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이 방식은 대 면적화에 유리하고 안정성이 높아 차세대 태양 전지 상용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법으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은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고효율 헤테로정션(HJT) 실리콘 셀 위에 건식 증착 방식으로 균일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형성해 28.7%의 고효율을 달성했다. 양사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30% 이상의 공인 효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용화를 위한 대면적 셀과 모듈화 공정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화학연과의 협력으로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 분야에서 기술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실리콘 태양광 기술 고도화와 더불어 차세대 탠덤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유업계 ‘사업 다각화’ 윤활기유 사업에 꽂혔다

국내 정유사들이 윤활기유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아직 매출 비중의 10%도 안되는 비주력 사업이지만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서 쓰임새가 다양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 문제에 부딪힌 정유 사업 비중을 자연스럽게 줄이면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윤활유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 설비가 원활히 작동하게 하는 제품이다. 유막(油膜)을 형성해 소재 간 마찰을 줄이고 공기 중 산소와 만나 녹이 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방출되는 열을 식혀주는 기능도 있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이러한 특성을 만들어주는 '베이스 오일'이다 윤활유 성분의 80%가량을 차지한다. 휘발유와 경유, 중유 같은 제품처럼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다. 윤활기유는 제조 과정에서 끈끈하고 묽은 정도(점도)를 조절해 특정 물성을 강화시키는 기능이 있다. 미국석유협회가 세운 기준에 따라 높은 점도로 산업용 기계를 충격과 부하로부터 보호하는 데 쓰이는 '그룹 I'부터 수소 촉매 반응으로 산화안정성을 강화한 '그룹II', 이에 더해 맑은 색상을 가지며 고온에도 점도 변화가 적은 '그룹III' 등으로 분류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4사는 윤활 사업부문에서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 흑자를 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상반기에도 전사 연결 기준 영업 적자를 기록했지만 윤활기유·윤활유로는 이익을 창출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기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 상반기 매출 2조2405억원과 영업이익 2566억원을 냈다. SK엔무브와 GS칼텍스는 윤활기유 기술을 이용해 AI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액체냉각용 유체를 선보였다. SK엔무브는 최근 인도 자동차 부품사와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하고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HD현대오일뱅크과 쉘은 점도 안정성이 우수한 '그룹3'로 윤활기유 제품군을 넓히기 위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윤활기유 공장에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에쓰오일은 그룹 I과 II, III에 걸친 윤활기유 생산 능력을 갖췄다. 탄소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쓰임새를 줄여 나가는 흐름도 정유4사에 영향을 미쳤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중유 등 운송과 산업에 쓰이는 연료용 정유제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사업 구조를 바꿔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 비중이 매출의 70%를 넘고, 배터리와 발전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SK이노베이션도 석유사업 매출 비중이 56%를 차지한다. 윤활기유 사업에 대한 정유4사의 의지는 주력인 정유 사업이 개선되는 시황 덕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들어 정제 마진이 뛰면서 정유4사의 정유 사업이 실적 부진을 극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 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 수익에서 원유 구입비와 인력 ·운영비를 뺀 지표다. 원유를 사들여 휘발유와 경유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느냐를 나타낸다. 이달 13~17일 기준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13.7달러를 기록해 5달러대에 머물렀던 1월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 세계 원유 시장이 국제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가 감산을 완화해 공급 과잉 흐름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정유사들이 생산 설비 축소에 나서며 정유사들이 정유제품 가격을 더 받을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일간 400만배럴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윤활기유 시장이 최근 산업 트렌드와 맞물려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장비를 유체에 통째로 담그거나 장비 표면으로 유체를 흘려보내는 냉각 솔루션으로 윤활기유를 사용한다. 전기자동차도 기존 엔진기계용 윤활유를 넘어 전동 모터와 배터리, 시스템 냉각용 윤활기유 제품이 필요하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18년째 이어진 에쓰-오일의 약속…수달·장수하늘소 지킴이로 나서

에쓰-오일(S-OIL)이 18년째 이어온 '천연기념물 지킴이'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올해는 임직원들이 강원도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장수하늘소 보호 활동을 펼치며 ESG 경영을 실천했다. 에쓰-오일(대표 안와르 알 히즈아지)은 지난 18일부터 1박 2일간 강원도에서 임직원 가족 및 대학생 천연기념물지킴이단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천연기념물 보호 봉사활동을 전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활동의 핵심은 멸종위기종인 수달 암수 한 쌍을 자연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야생 적응 훈련을 마친 수달들은 위치 추적기가 부착된 상태로 방사돼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생태계 복원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또한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 보호를 위한 생태 교육에도 참여했다. 에쓰-오일의 천연기념물 보호 활동은 지난 2008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지킴이' 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돼 올해로 18년째를 맞았다. 특히 과거 천연기념물 어름치 복원 사업에서는 임직원들이 매년 치어 방생에 직접 참여해 개체 수 복원에 성공했으며, 이후 황쏘가리를 새로운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 보호에 대한 기업의 책임감을 느끼며 꾸준히 활동을 지원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ESG 경영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