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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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당국, 가계대출 조이기...누굴 위한 정책인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가 시중은행을 넘어 이제는 제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이 당국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 인상, 유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제한, 대출한도 및 만기 축소 등 다방면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은행권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지난달 가계대출이 약 2조원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고자 이달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목표치를 받고 그래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규제조치를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시중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을 둘러싼 시장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는 속속 인하되는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다. 결국 예대금리차만 확대되면서 은행권은 올해도 역대급 이자이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사실상 묵인하면서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와 비교하며 은행권에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대출금리 인하일까, 은행권의 혁신일까. 이 와중에 정부가 지난달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놓고 입장을 번복한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은행권에 디딤돌대출 취급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불과 이틀 만에 규제를 잠정 유예하겠다고 했다. 사전 예고, 유예기간을 주고 디딤돌대출 요건을 변경해도 부족할 판에 은행권을 앞세워 서민 실수요자 지원상품인 디딤돌대출에 대해서도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단계적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혁신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잘못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들끓는 비난 여론을 '오해'라고 발뺌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대출 규제는 은행이 아닌 금융당국에 주어진 책무이자 의무 아닐까.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 현금청산은 얼마까지 받을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재 변호사로서 다수의 재건축, 재개발 조합을 대리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시정비법과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현금청산이 되는 대상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현금청산을 하게 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지 궁금해하는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최소한 현금청산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은 정리하여 현금청산을 받게 될 조합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는데 조금이나마 참조가 되기를 기대한다.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자는 제73조에서 정하고 있는데, ①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 ②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③ 도시정비법 제72조 제6항 본문에 따라 분양신청을 할 수 없는 자, ④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자이다. 그리고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제36조에서 규정하고 있고 ①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②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③인가된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자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판례에 따르면 현금청산자로부터 그 매물을 경매를 통해 낙찰받거나, 매수한 자도 현금청산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리고 정관의 규정이나 해석에 따라 분양기간 종료 후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도 현금청산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금청산자에 해당하는 경우 현금청산의 기준시기는 언제일까?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또는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는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을 현금청산관계가 성립되어 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시기이자 현금청산에 따른 토지 등 권리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이고, 조합이 매도청구를 하여 시가감정을 하는 경우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날'을 기준으로 시가감정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대상자에서 제외된 자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다음 날'에 현금청산 관계가 성립되고, 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며, 그 날을 기준으로 토지 등 권리의 가액을 평가하게 된다. 사업시행자는 먼저 관리처분이 인가 및 고시된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청산자들과 협의를 진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업시행자는 필요한 경우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부터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위 협의기간 내에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90일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재건축의 경우 매도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재개발의 경우 수용재결을 신청하게 된다. 그리고 재개발의 경우 수용재결에 불복을 하는 경우 이의재결과 행정소송의 단계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현금청산의 금액은 시가감정을 통해 진행하게 되는데, 재건축사업의 경우 개발이익을 포함하여 시가감정을 진행하게 되고, 재개발의 경우 도시정비법 제65조 제1항에서 토지보상법을 준용하고, 토지보상법 제67조 제2항에서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개발이익을 제외하고 시가감정이 진행된다.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을 반영한다는 의미는, 주택재건축사업이 완료되어 개발이익이 어느 정도 확정되는 시점의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여 이를 전부 반영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매도청구권 행사 당시까지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 형성된 개발이익을 그 시가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통상 인근의 유사한 매물의 시가 등을 반영하여 시가를 감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금청산에 있어서 협의기간의 준수와 매도청구 또는 수용재결 등 보상절차와 그 지연이자 등 절차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실무상 핵심적인 부분은 시가감정을 유리하게 받는 것이다.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는 시가감정의 금액이 높아질수록 사업비 부담이 커지므로, 시가감정이 부당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다투고, 현금청산자 입장에서는 사업시행자의 종전 감정가액이 시가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며 높은 감정금액을 주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의 경우 인근의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감정인에게 적극적인 의견서 제출을 통해 부당하게 감정가액이 높아지지 않도록 대비하여야 하고, 현금청산자로서는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현금청산의 절차와 감정에 있어서 면밀히 주장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판례를 검토하여 최대한 현실에 맞는 시가로 감정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금청산에 있어 사업시행자측이 재정적인 측면이나, 법률적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금청산자의 경우에도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충분히 얻는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받는 경우가 다수 있으므로 면밀한 준비를 통해 정당한 권리행사를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지훈

[EE칼럼]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 싸움, 리튬부터 확보해야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배터리는 리튬을 소재로 한 리튬이온배터리이다. 리튬배터리 시장을 두고 NCM(니켈 코발트 망간)과 LPF(리튬 인산 철)의 대결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한국의 NCM과 중국의 LPF로 대표되는 시장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극재로 구분되는 두 배터리 중 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은 높은 성능과 주행거리를 장점으로 하고 있고, 리튬인산철(LPF)은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장 초기만해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업력이 오래된 NCM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후 LPF가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소재를 한번에 포장하는 셀투펙(CTP) 기술 등의 등장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은 점차 양분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LPF가 더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은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중국 CATL의 점유율에 못미치고 있다. 2분기 양극재 평균 판가를 참고해 보면 LPF 셀은 미드니켈 삼원계 셀에 비해 27%가 낮다. NCM(A) 8과 같은 하이니켈의 경우 니켈 비중이 높다 보니 미드니켈에 비해 LPF와의 괴리는 좀 더 크지고 있다. 또하나의 배터리 원료 확보 경쟁은 리튬이다. “배터리 전쟁"의 저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배터리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앞으로 5년은 한.중.일 3국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계속 우위를 차지하겠지만 10년후에는 미국, 유럽에 따라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리튬 금속은 리튬 정광을 채굴하거나 염호(소금호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원재료 생산과 이를 제련해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나눤다. 현재 사용되는 리튬은 대부분 카메라, 노트북 컴퓨터의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전지에 사용된다. 또 전기차에도 리튬전지가 많이 쓰이고 있어 리튬의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 리튬의 세계 매장량의 절반 가량을 갖고 있는 지역이 남미의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인데 이 중 볼리비아가 가장 많은 매장량을 갖고 있다. 그런데 볼리비아가 최근 리튬 개발-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컨소시엄과의 첫 리튬 개발 협약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 러시아 업체와 각각 리튬 개발 협약을 했다. 볼리비아 국영기업 꼬미볼과 해외 기업 간 협약을 통해 볼리바아의 리튬 개발은 리튬의 구조적인 수요 증가에 대한 확신을 강화시켜 주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리튬 공급 증가에 기반한 가격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리튬 매장량에 있어 염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 중에서도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는 대표적인 리튬 염호 중심지이다. 칠레는 아타카마 염호에서 리튬을 생산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도 현재 몇 군데 염호에서 리튬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가 주도로 리튬 사업을 통제하고 있는 볼리비아는 리튬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탄산리튬 매장량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2010년 3월 26일 한국광물자원공사(현,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3기관의 결의로 시작됐다. 한국 사업단은 볼리비아 염수를 이용한 독자적 탄산리튬 제조 기술 개발을 통해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프랑스, 일본, 독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볼리비아 리튬 확보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결국 우리나라 사업단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던 이유는 독창적인 리튬 개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튬을 얻기 위해 한국의 노력은 볼리비아 정부를 감동시켰고 마침내 2011년 7월 29일 한국과 볼리비아 간 리튬 사업은 체결 되었다. 볼리비아는 여러 차례 리튬 개발을 추진 했지만 정권의 불안정성과 리튬의 국유화 정책 등의 이슈로 그 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리튬 개발 자체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현시점에서 볼 때, 볼리비아의 리튬 개발은 리튬의 구조적 수요 증가를 더욱 확실하게 하는 요인이자 중장기적으로 리튬 가격을 안정화 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향후 리튬 가격 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볼리비아의 리튬 생산 확장 의지 현실화를 우리의 리튬 공급망 확보에 잘 활용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보다 먼저 볼리비아 리튬 사업을 따낸 노하우를 거울삼아 민관이 협력해 다시 리튬 확보에 나서야 한다. 강천구

‘사조그룹 명예회장’ 이일향 시인 별세

시조 시인 이일향 씨가 지난 2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故) 이일향 시인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어머니이자 사조그룹과 푸른그룹의 명예회장이었다. 이 시인은 1930년 대구에서 태어나 1949년 사조산업 창업자인 고 주인용 선대 회장과 결혼으로 연을 맺고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회사 경영은 주인용 회장 별세 후 장남인 주진우 회장이 이어받았다. 고인은 1989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은관 서훈을 받은 시조계 거장 고 이설주 시인의 딸이다. 이일향 시인은 1979년 남편과 사별한 후 정완영 선생으로부터 시조를 배우며 그리움과 상실감을 극복했다. 이후 1983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며 본격적으로 시조 시인의 길을 걸었다. 작품집으로 '지환을 끼고' '밀물과 썰물 사이' '석일당시초' 등 15권이 있다. 2016년에도 시조집 '노래는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다'를 출간하는 등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은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윤동주문학상, 노산문학상, 정운 이영도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2년 신사임당상으로 추대됐다. 가장 최근작인 '노래는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다'는 구상문학상을 받았다. 삶에 대해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시인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여성시조문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사조산업 이사, 명예회장에 오르는 등 시조 작품 확동 외 사조산업 경영에도 참여했다. 특히, 1983년 남편의 호를 딴 취암장학재단을 세우고 이사장을 맡아 인재 양성과 교육 발전에 헌신했다. 이후 대구가톨릭대에 매년 장학금 1억원을 전달하는 등 장학 사업에 힘썼다. 유족은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 주영주 전 이화여대 교수, 주연아·주안나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발인은 5일, 장지는 경기 용인시 천주교용인공원묘원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데스크칼럼] 배달앱 상생협의체 ‘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배달플랫폼과 외식업 중심의 입점업체 단체간 '배달앱 수수료 상생'을 위한 협상이 합의 도출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상생 협상은 지난 7월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의 하나로 탄생한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출범 이후 지난달 30일 9차 회의까지 가졌음에도 양측은 이견차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가한 정부측 특별위원들이 '상위 80% 입점업체에 배달 수수료 6.8%를 부과'하는 1차 중재안을 냈지만, 일부 입점업체 단체와 배달플랫폼의 반발로 무산됐다. 더욱이 9차 회의에서 상생협의체가 배달플랫폼업체 쿠팡이츠에 '소비자 무료배달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쿠팡이츠의 거절은 물론 협의체에 제외된 소비자단체가 '배달비를 소비자에 전가하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상생협의체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9차례 만남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배달플랫폼과 소상공 자영업자들이 각자 처해 있는 경제적 상황 때문이다. 상생협의체에 참가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 등 주요 배달플랫폼들은 고객 확보와 시장점유를 위한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더 빠른 배달, 더 싼 배달'을 요구하는 고객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원활한 배달기사 확보, 우수한 신규 입점업체 발굴에 나서고, 시장점유 확장과 수익 극대화를 위한 광고마케팅 과다경쟁 등 약육강식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선두사업자의 배달료 인상은 입점업체엔 시장지배적 우월행위로 보여질 수 있으나, 유통시장의 특성상 전체 배달플랫폼시장에선 '가격인상 바람잡이' 역할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배달앱에 입점한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경쟁은 폐업만은 피하려는 '하루살이 삶'을 방불케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및 법인 자영업자 중 폐업한 수는 98만여명으로 전년보다 약 12만명이 늘어나 매일 평균 320여명 자영업자가 점포 문을 닫았다. 국세청이 2006년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였다. 더욱이 외식 자영업자의 52% 가량이 연매출액 1억원 미만으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출 증가에 따른 폐업이 속출했고,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 인상은 외식업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더욱 옥죄는 올가미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무한경쟁에 매달린 배달앱 사업자들의 '수익 극대화'와 영업존폐에 내몰린 외식 자영업자의 '최소한의 생존'이 배달수수료를 놓고 충돌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상생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 배달앱 상생협의회다. 이해관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출범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운영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상생협의체에 소비자단체를 이해당사자 또는 참관인으로 참석시켜야 한다. 사실 배달앱으로 입점업체 음식을 주문구매하면서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고객(소비자)이다. 고객 주문으로 발생하는 배달수수료의 요율 조정, 무료배달의 적절성을 놓고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소비자를 배제한 채 논란을 벌이는 행위에 얼마나 국민적 공감이 이뤄질 지 미지수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법적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이해당사자간 합의 도출이 안될 경우 각자 안을 조정해 중재안을 제시하고, 표결로 승인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최상의 상생안'은 아닐지라도 '최선(최소)의 상생안'으로 단계적으로 이해갈등을 풀어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모쪼록 4일 열리는 10번째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EE칼럼] 초대형 국내 민간 에너지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100조 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에너지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등장했다. 제대로 된 부문별 수직계열화를 갖춘 에너지기업이 이제 우리나라에도 생긴것이다. 11월 1일 자로 출범한 SK E&S와 SK이노베이션의 합작회사 이야기이다.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1980년 선경이 인수하여 민영화 이후 오랫동안 '유공'으로 국민에게 불려 왔으며, 1990년대 이후 SK의 이름 아래 여러 법인으로 나누어져 있다가 이번에 통합법인으로 재출발하게 된 것이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자산 100조 원대, 매출 88조 원대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민간기업 중 최대 규모이다. 한국전력공사의 2023년 매출액이 88조 원 규모였으니 실로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아시아에서도 중국 등에 더 큰 규모의 에너지 공기업들이 있지만 이들을 포함해도 아시아에서 8~9위권이다.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에너지자원의 개발을 담당하는 상류 부문은 물론 정유, 석유화학, 주유소 등 중류 및 하류를 모두 갖추고 있는 명실공히 제대로 된 에너지기업이다. 엑손모빌(ExxonMobil),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아람코(Aramco) 등 국제적인 에너지기업은 상·중·하류 부문을 모두 한 회사 안에 가지고 있어 실로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공기업 및 민간기업을 통틀어 국제적인 에너지기업들과 가장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력, 원자력, 재생에너지, 천연가스, 도시가스, 그리고 수소와 배터리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사업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 명실공히 제대로 된 에너지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로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 95%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안 찬성을 권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 의견을 내었다. SK이노베이션 주주가 합병으로 손해 볼 수도 있음을 우려하였다고 한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당장에는'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된다고 한다. 통합법인은 SK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SK E&S 부분은 SK이노베이션 E&S이라는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그리고 배터리 회사인 SK온 등도 함께 합병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이를 통하여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SK E&S가 매년 1~2조 원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의 발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하여 2030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20조 원대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두 기업의 사업역량과 연구개발 역량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달성이 그리 쉽지 않은 목표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수익 대부분이 정유 및 가스 부분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미래 최대 먹거리로 평가받고 있는 전력 기반 탄소중립 시스템과 자원순환 사회시스템의 구성과 운영에 상당한 사업 기반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통합 SK이노베이션이지만 기업의 체질과 과감한 사업 분야 구조조정 과정을 잡음 없이 부드럽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적 경쟁력 있게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현재 전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나 커져 있으며 이들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 SK이노베이션에 거는 기대는 정말 크다. 에너지 분야는 규모의 경제성(economies of scale)이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난 반세기 내내 국제적 규모의 에너지기업 하나 제대로 없어 선진국은 물론 자원 보유국들에 무시당하고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얻지 못하였다 한탄해 왔다. 이번에야말로 우리나라도 제대로 한번 에너지 사업을 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 그것도 국가 예산에 기대지 않고 민간기업의 역량으로 해 볼 수 있다는 기대, 이 기대가 아주 들뜬 마음으로 통합 SK이노베이션을 바라보고 또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다. 허은녕

[기자의 눈] 과열되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선의의 투자자 피해 우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두 달 가량 지났다. 그동안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는 물론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던 최윤범 회장 측이 내놓은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까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승부는 2라운드로 넘어갔다. 현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격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가 출렁이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매수가 시작되기 직전 1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기간 동안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49만543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과열되면서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양측이 공개매수 가격으로 83만원과 89만원을 제시하는데 이르자 지난달 15일 고려아연 주가는 80만원을 돌파했다. 양 측의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 지속된다는 소식에 연일 주가가 급등하면서 29일에는 154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경영권 분쟁 전 평균 주가보다 3배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고점은 길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30일 하한가를 기록해 하루만에 46만2000원이 급락했다. 지난달 31일에도 8만3000원이 추가로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고점에서 산 개인투자자는 이틀 만에 주당 54만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가 급등락을 예상하고 투자 행위를 한 소액주주 뿐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지금의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탠 사람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고려아연 사업장이 소재한 울산시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노조원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진행돼 왔다.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시작됐을 당시 이미 주가가 49만원 이상 치솟았기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혹은 그 이후 주가가 다시 그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고려아연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선의의 주주들이 그만큼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어떤 분쟁이든 장기화되고 과열될수록 그 관계자들의 피해나 손실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나 손실은 분쟁을 주도하는 강자들보다는 그 주위에서 영향을 받는 약자들에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마찬기자다. 분쟁 당사자들이 한 발 멈춰 분쟁이 너무 과열되지 않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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