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가 시중은행을 넘어 이제는 제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이 당국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 인상, 유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제한, 대출한도 및 만기 축소 등 다방면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은행권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지난달 가계대출이 약 2조원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고자 이달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목표치를 받고 그래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규제조치를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시중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을 둘러싼 시장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는 속속 인하되는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다. 결국 예대금리차만 확대되면서 은행권은 올해도 역대급 이자이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사실상 묵인하면서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와 비교하며 은행권에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대출금리 인하일까, 은행권의 혁신일까. 이 와중에 정부가 지난달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놓고 입장을 번복한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은행권에 디딤돌대출 취급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불과 이틀 만에 규제를 잠정 유예하겠다고 했다. 사전 예고, 유예기간을 주고 디딤돌대출 요건을 변경해도 부족할 판에 은행권을 앞세워 서민 실수요자 지원상품인 디딤돌대출에 대해서도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단계적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혁신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잘못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들끓는 비난 여론을 '오해'라고 발뺌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대출 규제는 은행이 아닌 금융당국에 주어진 책무이자 의무 아닐까.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