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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현직 대통령 체포소동

2024년의 마지막은 12·3 비상계엄으로 엉망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번의 투표 끝에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 대통령을 지키는 것은 곧 이 나라 보수세력의 궤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친윤이나 비윤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스스로 수사든 탄핵이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선언했던 윤 대통령이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져야 하는데, 오히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소위 태극기 부대에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시간이 지나면서 비상계엄으로 놀란 가슴이 진정되고 그 원인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의석을 바탕으로 밀어부친 탄핵소추 중 단 한 건도 인용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나 방통위 등 정부 무력화를 위한 정략적 탄핵을 일삼았다. 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들과 감사원장의 탄핵을 감행했고, 급기야 자신들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고도 모자라 최상목 권한대행을 고발했고, 대통령 권한 대·대·대행마저도 탄핵하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로 크게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죄를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낙인찍고, 자신들의 입장에 반대하는 의원이나 국무위원은 모두 내란동조 세력으로 몰아부쳤다. 탄핵된 대통령도 비록 직무는 정지되지만 엄연히 현직 대통령임에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쏟아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헌재 탄핵심판 준비과정에서 내란죄를 탄핵소추 이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국회측 변호인의 입에서 '헌재의 권유에 따라서'라고 밝히면서 말이다. 국회 탄핵소추의 이유를 보면 비상계엄은 내란의 수단이고, 탄핵의 핵심 이유는 내란죄다. 그런데 탄핵이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면 그 소추가 정당할까. 더욱이 '헌재의 권유에 따라' 탄핵사유에서 철회한다니... 헌재는 극구 부인했지만 국회측 변호인 주장은 헌재의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불신을 자극했다. 탄핵돼도 그 절차는 반드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눈이 멀어 헌재의 심판을 빠르게 진행하는데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재판은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탄핵심판은 가장 빠르게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이 어르신 중심의 태극기 집회에 최근 젊은이들이 함께하기 시작한 근본 이유다. 공수처를 둘러싼 수사기관의 불법성 의혹도 문제다. 계엄사태 초기, 검찰·경찰·공수처가 수사권을 놓고 경쟁하다가 공수처가 사건을 이관받았다. 공수처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수사권을 행사하게 됐는데,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단정하면서 내란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해졌다. 내란죄의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수사에 연계된 사건이므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 외에는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직권남용 수사의 연관사건으로 내란죄를 수사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공수처는 관할권이 있는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는데, 이것도 영장쇼핑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끝으로 현직 대통령을 꼭 체포할 이유가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이 거듭되는 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아 체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당장 체포하라고 아우성이다. 수사권 문제와 함께 현직 대통령이 도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증거도 이미 차고 넘친다면서 탄핵심판을 앞둔 현직 대통령을 '반드시' 체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언뜻 보면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사람을 강제로 체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현직 대통령 망신주기 외에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현직 대통령 체포과정으로 유발되는 국격 실추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는 관심이 없다. 세계 3대 투자가 중 하나인 짐 로저스는 한국을 앞으로 10년 내 쇠락할 나라로 꼽았다. 많은 이유 중 정치가 가장 큰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기회에 정치를 바로잡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은 인도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 돈 벌러 가야 할지 모른다. 극한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은 필연이다. 홍성걸

[이슈&인사이트]12.3 쿠데타와 중앙선관위 습격

한 달 전 전대미문의 괴이한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이상한 움직임이 주목을 모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선포 직후, 국회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은 병력이 집결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윤삭열 대통령이 12일 티브이 담화에서 “작년 하반기 선관위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 국정원이 이를 발견하고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지만, 선관위는 완강히 거부"했고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 알 수 없어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라는 말로 밝혀졌다. 비상계엄의 이유가 엉뚱하게 야당에 대한 경고용이라고 했는데 느닷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이 담화가 나온 날 바로 국회의 요청에 따라 보고를 진행했다. 국정원은 “과거 선관위 직원의 e메일을 해킹해 대외비를 포함한 일부 업무자료가 유출되는 등 선관위의 보안 시스템이 다른 기관보다 취약하다고 판단했을 뿐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라고 공개했다. 한마디로 국정원은 비상계엄의 구실로 여겨지는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한 전말은 2023년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에 나온다. 2023년 7-9월에 국정원이 선관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 합동으로 선관위 해킹설이 맞는지 아닌지 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에 대한 보안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이다. 회의록에는 선관위가 국정원의 해킹시도를 정상적으로 잘 막아냈더니 국정원이 점검을 위해 보안시스템을 다 풀어주라고 요청해서 이에 따라주고 점검하게 했더니 그때에야 국정원이 해킹이 가능한 것처럼 주장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국정원이 국회에서 이번에 다시 보고한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애초에 국정원이건 국정원 할아버지건 선관위 전산망을 해킹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선관위 내부망과 일반 인터넷망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정한 과학기술을 무시하고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은 이어지고 있는데 그 시초는 대표적으로 2020년 국회의원선거 때 민경욱 전 의원이 제기한 내용이다. 민경욱 전 의원은 “성명불상의 특정인이 투표 단계에서 서버 등을 통해 사전투표 수를 부풀린 뒤 위조된 사전투표지를 다량 제조해 투입하고, 투표지 분류기와 서버 등을 통해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등 선거 과정 전반에 걸쳐 부정선거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 종합법률정보에 따르면 민경욱 전 의원이 “이 사건 선거에서 위조 투표지의 투입·전산조작 등의 중대한 범죄행위가 대규모로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행위 주체의 존부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채 외견상 정상적이지 않은 듯한 투표지가 일부 보인다는 등의 의혹 제기만으로 증명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대법원은 1) 사전투표 단계에서 부정한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 2) 특별사전투표소의 운영 등이 위법하다는 주장, 3) 사전투표용지 발급 방식으로 다량의 위조투표지 제조가 용이해졌다는 주장, 4) 사전투표용지에 사용된 QR코드 관련 주장, 5) 사전투표의 통계 수치상 사전투표 조작이 추정된다는 주장, 6) 사전투표 수가 과다하다는 주장, 7) 관외사전투표지의 배송 과정에서 위조된 투표지가 혼입되었다는 주장, 8) 투표함 봉인지에 관한 주장, 9) 투표지 위조 주장 등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에서 진 사람이 부정선거 때문에 졌다고 하는 사례는 많이 봤지만 자신이 대통령선거에서 똑같은 투표 관리시스템을 통해 당선되어 놓고선 총선에서 졌다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020년 대선에서 진 뒤 부정선거를 제기하고 의회까지 점거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024년에 승리한 뒤에는 부정선거를 입에도 올리지 않는다. 이를 접어두고라도 일부 유튜버가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을 그대로 믿고 계엄까지 선포하여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내고 직원들을 대거 잡아들이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자격이 없는 대통령이었는지 탄식이 나온다. 이준한

[이슈&인사이트]윤 대통령 탄핵심판...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이유

필자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외교관으로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중국측과 협상과 담판을 많이 하였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공격적으로 외교를 전개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외교관 양성학교인 외교학원에서는 사회주의식 외교전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그런지 몰라도 평소에는 점잖은 외교관도 첨예한 이슈를 두고 다툴 때는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고 예의같은 것 없다. 그러나 상대가 아무리 무례하게 나와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밀리지 않고 국익을 확보해 나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헌법재판소의 편파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 2차 변론준비 기일에서 탄핵을 소추한 국회측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회가 지난달 14일 통과시킨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권을 남용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 폭동하는 내란죄를 저질렀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형법의 내란죄, 직권남용죄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다.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로 내란죄를 명시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 내용을 보고 표결에 참석했다. 만약 탄핵소추안에 내란죄가 명시되지 않았으면 표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내란죄 혐의는 윤 대통령이 탄핵당한 핵심 사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모두 다 그렇게 알고 있다. 탄핵소추안에는 '내란'이라는 말이 38번이나 나온다. 만약 내란죄를 빼 버리면 탄핵심판은 탄핵소추의 목적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국민들은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을 빼버리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잘못된 것이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긴 내란죄를 임의로 배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탄핵 심판 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과 헌재가 서로 짜고 내란죄를 빼려고 하였고, 더 심각한 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내란죄를 빼자고 먼저 제안하였다는 의혹 때문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국회측 대리인단이 헌법재판부의 권유로 탄핵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에 “우리 소추인단도 재판 성격과 재판부의 요청에 맞게 정리한 것"이라고 적어 민주당과 헌법재판소가 '짜고 고스톱을 치고 있다'는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물론 헌재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매우 찜찜하다. 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은 취임식에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받치는 지혜의 한 기둥, 국민의 신뢰를 받는 든든한 헌재의 한 구성원,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믿음직한 동료가 되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정 재판관의 다짐이 무색하게 헌재가 민주당과 '짬짬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헌재가 오히려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파괴하면서 이재명 대표 재판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윤 대통령 탄핵재판을 끝내려 하는 민주당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할 수도 없게 되었다. 헌재는 민주당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겠다는 것인가? 헌재는 높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므로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재판에서 있어서 헌재는 재판부에 해당하고 민주당이 주축이 된 국회 탄핵소추단은 검사의 지위에 있다. 만약에 재판관과 검사가 서로 짜고 재판을 진행해 가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헌정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헌재에 의해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파괴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불신을 받는 괴물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상태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수긍하지 못하고 더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헌재에 요구한다. 그리고 재판관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탄핵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국회 탄핵소추단과 내통하여 내란죄를 빼자고 협의하거나 제의한 의심가는 재판관이 있다면 즉각 업무에서 배제시켜야 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핵심 내용인 내란죄가 명확히 포함되어야 한다. 이강국

[신연수 칼럼] 계엄이 성공했다면

'우리 군대가 총을 쐈어. 너를 끌고 나아가며 난 노래했는데, 목이 터져라고 애국가를 따라 불렀는데. 우리 군대가 총을 쐈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가 배경이다. 광주 상무관에서 찢어지고 뭉개진 처참한 시신들을 돌보는 소년, 공장을 다니며 진학의 꿈을 키우다 그날 이후 흔적 없이 사라진 소녀, 계엄군에 연행돼 잔인한 고문을 받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청년….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5·18은 전두환이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 발단이었다. “비상계엄 해제하라"며 평화 시위를 하는 광주시민들을 군부는 화염 방사기와 집단 발포로 진압했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갔다. 이제는 오래된 역사인 줄 알았던, 믿을 수 없는 일이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날 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많은 시민들이 “비상계엄 철폐하라" 외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맨 손으로 기관총을 잡고 막아선 사람, 장갑차가 움직이지 못하게 에워싼 사람들,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무장 군인들을 의자와 책상으로 막아내던 보좌관들, 그 날의 장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이들도 1980년 광주 시민들처럼 되었을지 모른다. ◇ 위태로웠던 순간들 비록 계엄은 실패했지만 우리는 광인에 의한 시대착오적 폭거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후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윤석열은 오래 전부터 계엄을 생각했다. 더 심각한 것은 광인 한 명의 망상으로 끝나지 않고 측근들을 통해 실행에 옮겨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야 대표들을 체포 구금하는 등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들을 계획했다. 한발 더 나아가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고 원점 타격을 검토하며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가려던 외환(外患) 의혹까지 있다. 과거와 달리 젊은 군인들이 불법적인 명령에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이미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된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를 미국이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결과론적 해석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번 계엄은 곱씹어볼수록 위태로운 순간들이 많았다. 군 내부의 엇박자 때문에 특전사 헬기의 여의도 진입이 늦어지지 않았다면. 국회의장이 공관에 갇혀 회의를 열수 없었다면. 주말이어서 의원들이 1시간 만에 본회의장에 모일 수 없었다면. 북한이 무인기에 대응해 접경지역에서 작은 교전이라도 벌어졌다면. 계엄은 한밤의 해프닝이 아니라 40여년의 역사를 거슬러 현실이 될 뻔했다. 전두환은 결국 내란수괴 및 내란목적살인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반면 윤석열의 내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윤석열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마저 거부하며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조속한 사태 해결로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여당은 대선 시간표만 계산하며 내란 세력을 옹호하고 있다. ◇국힘은 더 이상 역사에 죄짓지 말라 극히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이나, 야당의 탄핵과 발목잡기가 도를 넘었다는 내용은 설사 전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계엄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부정선거 의혹은 근거 없음이 밝혀졌고, 야당과의 갈등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미국은 여야 대립으로 툭하면 연방 정부의 예산 집행이 멈춰 서지만, 그걸 이유로 계엄령이 내려진 걸 본 적이 있는가. 미국 사회학자 찰스 틸리는 “민주주의를 세우는 데는 3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파괴하는 데는 1년이면 족하다"(Charles Tilly, 'Democracy')고 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넣느니 빼느니,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느니 이런 논란들은 '위헌적 계엄령을 단죄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한다'는 본질을 흐릴 수 없다. 국민의힘은 국민과 역사 앞에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기 바란다. 작가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와줄 수 있는가" 물었다. 그렇다. 광주의 민주화 영령들과 5·18에 대한 처절한 기억들 덕분에 우리는 이번 불법 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 이제 분열과 혼란을 극복하고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드는 일은 산 자들의 몫이다. 신연수 기자

[김한성 칼럼] AI 2025: 비즈니스, 혁신, 책임의 재정의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5년 AI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전 세계 기업들은 AI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이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커다란 세 개 흐름에 부딪히면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다. (흐름 1) 자동화 가속화: 운영 효율성의 새로운 정의 2025년에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 중 하나는 “자동화 가속화 (Automation Acceleration)" 로 단순 반복업무를 AI가 처리하면서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현상이다.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부터 재무 분석을 자동화하는 고급 알고리즘까지, AI는 직원들을 지치게 만드는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데 주력한다. 목표는 명확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인재들이 전략적이거나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수천 건의 청구를 처리하는 보험회사를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청구 담당자들이 문서를 검토하고, 세부사항을 확인하며, 복잡한 정책 규정에 따라 청구를 승인하거나 거절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이러한 작업이 AI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된다. 머신러닝 모델이 문서를 스캔하고, 이상 징후를 확인하며, 몇 초 만에 의사결정을 제안한다. 인간 전문가는 특별한 사례나 예외적인 상황이 공정하게 처리되도록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기계의 속도"와 “인간의 감독" 사이의 시너지는 새로운 운영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 기업들은 일상적인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서비스 처리시간 단축, 오류 감소, 직원 만족도 향상을 경험한다. 한편 자동화는 고급 분석이 일상 운영과 원활하게 통합되는 “지능형 기업"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변화 관리, 직원들이 AI 시스템과 협업하도록 교육하는 것, 중요하거나 민감한 사안에서 인간이 최종 의사결정자로 남도록 보장하는 것 등은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단계가 없다면, 자동화는 의도치 않게 직원들 사이에 혼란이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흐름 2) 데이터 중심의 과감성: 실시간 의사결정 방식 AI 주도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데이터 중심의 과감성 (Data Driven Daring)"이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받아들이려는 태도이다. 이는 종래의 데이터 기반 경영(Data-driven Management) 보다 실시간 처리(Real-time processing)를 강조한 실천적인 개념으로 직관, 추측, 또는 정적인 스프레드시트가 전략적 의사결정의 주요 도구였던 시대를 뛰어넘는 것이다. AI 역량은 기업이 IoT 기기, 온라인 사용자 행동, 소셜 미디어 여론, 심지어 경쟁사 패턴까지 포함하는 방대한 데이터셋을 활용해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제품을 맞춤화하며, 소비자 니즈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접근법의 초기 도입자로 주목할만 하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 부족을 최소화하며,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AI기반 예측분석은 재고를 최적화하고, 특정 지역의 판매를 예측하며, 심지어 트렌드 데이터에 맞춰 마케팅 캠페인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찬가지로 여행·숙박 분야에서도 항공사와 호텔들은 이제 수요 패턴, 경쟁사 가격, 계절적 요인을 기반으로 항공권과 객실 가격을 동적으로 책정하는 데 AI를 활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의 과감성에도 위험은 따른다. 알고리즘이나 낮은 품질의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제대로 조정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사용하려 한다면, 의도치 않게 적격 차입자를 배제함으로써 평판이 손상되고 잠재적으로 규제 당국의 반발을 촉발할 수 있다. 관건은 지속적인 감시와 반복적인 개선이다. 효과적인 기업들은 고급 분석과 머신러닝이 강력한 데이터 거버넌스, 윤리적 감독, 그리고 기본 가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결합될 때 가장 강력한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흐름 3) 알고리즘 우위: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 기업 입장에서 알고리즘 우위(Algorithmic Advantage)를 확보한다는 것은, AI를 기업 핵심 프로세스와 전략에 융합해 남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경쟁 우위는 특히 제조·물류 등 마진이 박한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거대한 물류망이나 생산라인에 AI를 도입해 예측과 실시간 최적화를 수행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급망 관리에서는 작은 문제도 전체 프로세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장 원자재 입고가 늦거나 물류센터 중 한 곳이 마비되면, 연쇄적으로 납품 지연이나 재고 부족이 발생한다. AI 기반 예측분석은 이동경로, 기기고장, 날씨나 도로 사정을 미리 파악해 운송 시간을 단축하고, 재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금융업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화된 트레이딩 시스템은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스캔하며, 인간 트레이더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시장 패턴까지 포착한다. 대출 심사나 보험 인수 심사에서도, 전통적 모델보다 정교한 AI 모델이 위험도와 고객 프로필을 세밀하게 분석해 수익을 올리거나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한다. 이렇게 알고리즘 우위를 확보한 기업은 시장 변동에 빠르게 대응하며 장기적 성장을 이끌 것이다. 미래 혁신과 규제 2025년 이후에도 AI 연구 및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생성형 AI, 엣지 AI (Edge AI), 나아가 양자 컴퓨팅까지 차세대 기술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혁신 범위도 크게 넓어진다. 반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고위험 분야 A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데이터 처리 기준과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는 추세다. 혁신 속도와 윤리·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결국 AI는 효율성·정밀도를 극적으로 높이는 한편, 책임·윤리·인력 재편 등 복잡한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기업이 어떻게 AI를 설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 경쟁력과 조직 문화가 달라질 것이다. 사람과 기계가 서로의 강점을 살려 협업하고,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며 규제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는 기업만이 미래 비즈니스 판도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김한성

[이슈&인사이트] 1,500원을 바라보는 환율, 과거 위기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자주 들리던 환율, 위기, 경기침체 등 암울한 말들은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득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된다. 외환위기는 대외채무를 저변으로 고성장을 이어온 한국식 성장모형의 종말이었다. 외환보유액은 800원대의 고정환율을 유지할 수준인 3백억 달러 정도였으며 단기외화채무를 감당할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에 비하면 약 27년이 지난 지금은 4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97년과는 분명히 다르다. 시장전문가라는 분들도 여러 매체에서 그러한 점을 부각하며 지금이 외환위기와는 다르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개하고 있다. 2008년 연말연초도 지금과 분위기가 비슷하였다. 불과 석달 전에 글로벌 채권시장의 맹주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국제금융시장에는 한파가 닥쳤으며 우리나라로부터 자본이탈이 가속화되던 시기였다. 시장에는 우려가 가득했고 누구도 이듬해 경기가 어떻게 될지 점칠 수 없던 암울한 새해의 시작이었다. 연말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1,250원 부근까지 일시 하락하기도 하였으나, 연초부터 환율은 다시 치솟기 시작하여 3월중에는 일중 1,600원을 부근까지 오르기도 하였다. 당시 미연준과 체결한 달러스왑이 아니었다면 환율은 결국 1,600원을 돌파하여 우리 경제는 다시 제2의 외환위기를 겪어야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2008년 당시는 미국발 충격이었으므로 외환보유액 또는 달러유동성이 충분하다면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은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천억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듯 환율이 급등하게 된 것은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곧 외환시장의 안정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주로 미정부채에 투자되어 있었으니, 당시 미연준과 재무부가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발 금융충격으로 위태해진 미정부채 가격을 방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환율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채를 투매하여 미정부채 가격을 폭락시키는 것은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러한 여건을 잘 알고 있었고 한은이 미연준과 원달러스왑을 체결하기까지 원달러환율 급등세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환율상승은 외부충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내부적이고 구조적 요인이 합쳐진 결과라는 점에서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달러인덱스와 여타 주요국 환율의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만 상승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야 2008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불어났고, 1997년 당시와 같이 대외부채에 기대어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도 않지만, 외환시장 불안의 진원지가 내부에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한 이해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1997년과 2008년의 경우 달러유동성 부족에 따른 “대한민국"이라는 자산의 일시적 저평가에서 발생한 위기라면,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가치하락은 실질적인 가치 하락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 세계 1위의 GDP 대비 민간부채, 세계 최고수준의 수도권 과밀화 등 고질적 경제구조가 성장잠재력을 모두 잠식하는 가운데,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는 대외 무역여건의 변화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정치적 리스크는 밖으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 안으로는 내수 파괴에 가까운 충격을 가져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을 송두리째 가라앉히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다. 2008년 12월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단기간에 200원 가량 급격히 낮춘 데에는 심리적, 정치적, 그리고 통계적인 측면에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당시와 같은 수준의 환율에도 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는 데에는 현재 상황이 장기화 될 우려에 따른 것이다. 외환보유액 4천억 중, 원화를 방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난 2008년과 같이 현재에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미정부채 등을 매각하여 조달할 수 있는 액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위 말하는 서학개미들이 또는 해외에 달러를 보유한 기업들이 원화환율의 안정를 위해 달러를 국내로 유입할 것이라는 시장전문가들의 의견도 순진한 발상은 아닌가 의심해본다. 자금은 애국심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가격이 바닥을 확인할 때쯤에야 해외로 나간 자금들은 수익을 노리고 국내에 돌아올 것이다. 다만 대한민국이 얼마나 가격조정을 받아야 비로소 매수세가 들어올지 가늠할 수 없는 극심한 불확실성이 우리가 위기의 터널을 직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김수현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불확실성 시대, 변화와 경쟁력이 ‘해답’

2025년 새해를 맞아 국내 유통시장은 다양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비상계엄 정국으로 국내 경제는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고, 특히 유통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불확실성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유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경영 전략이 요구된다. 먼저, 비상계엄 정국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필수 소비재 중심의 지출은 유지되겠지만, 고가 사치재와 선택적 소비재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구매 결정을 내릴 것이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화됨에 따라 차이나커머스나 다이소 같은 채널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국제경제 변화도 국내 소비시장의 중요한 환경 변수다. 특히, 수입제품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편리성과 신속성을 중시하며 온–오프라인의 통합적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되고, 온라인 플랫폼은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며, 네이버는 더 개인화된 고객 제안을 통해 락인(Lock in:고객 묶어두기)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구독 서비스, 퀵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동시에 기존 업체들에게는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국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수 유통시장은 지속적으로 정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신규고객 확보보다는 기존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소비의 중심축이 MZ세대에서 더 젊은 세대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네이티브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과 채널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국내 유통시장의 정체 속에서 기존 업체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재편과 효율성 증대가 주요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특히 시장성숙 단계에 접어든 편의점과 대형마트 업계에선 선두업체간 제휴 합병이 유력시된다. 아울러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소비자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요소로 부각될 것이다. 이미 고객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한 추천 시스템, 정밀한 수요 예측을 통한 재고 관리 등은 유통시장의 핵심 경쟁력 요소이다. 이에 강점을 가진 쿠팡과 네이버 등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유통플랫폼의 국내 진입 확대와 AI 등 첨단 기술 중심의 유통시장 트렌드에 따라 정부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친화형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중소유통 및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개선도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세제 혜택, 기술 지원, 협력 모델 구축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도입하되, 보호보다는 자생력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기술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지역 기반 중소형 유통업체가 디지털 생태계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자금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격 안정화, 생활 밀착형 지원, 물가 관리 등이 요구된다. 2025년 유통시장은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정부는 민관 협력을 통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쿠팡, 무신사, 올리브영 등 혁신적인 사례는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때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 신뢰와 시장 회복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2025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박원주 칼럼] 불꺼진 나라...모두의 등불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난 몇 개월, 참 바쁘게 다녔다. 매주 한 번 있는 대학원 강의 틈틈이 때늦은 은퇴여행과 회의 등을 끼워 넣었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거쳐 일본 도쿄까지의 긴 여정을 겨우 마쳤다. 그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어이없고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변란이 있었다. 경제가 망가지고 환율이 치솟으면서 나름 즐거워야 할 여정이 꽤나 힘들어졌다. 연말을 맞아 전 세계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방콕에서는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빨간 털모자를 쓴 산타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고, 인파가 넘치는 야시장 곳곳에 캐롤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연말의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도쿄의 거리도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우리나라의 조용하게 가라앉은 연말 거리풍경과 대비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묘한 기시감과 답답함. 우리도 저랬었는데... 그게 언제였더라... 두 번의 경제위기와 선거 때마다 쏟아지던 규제 입법들, 거스를 수 없는 고령화의 해일까지 몰아치면서 우리 경제는 손발이 꽁꽁 묶인 늙은 사자가 되어 버렸다. 이젠 더 이상 한국 경제를 두고 기적이니 뭐니 하는 낡은 레토릭을 말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당신네 나라 괜찮냐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상황에서 천진난만하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정치인들은 갈등과 분열을 만들거나 이에 편승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 당선된 뒤에는 “다 알면서 왜 그러냐. 공약은 원래 그런 거다."라며 뻔뻔하게 약속을 어겼다. 어떤 경우엔 명백하게 해선 안 되었던 약속을 무리하게 끌고 가는 사고도 쳤다. 방향타를 잡고 기업과 국민을 이끌어야 할 정부는 좌고우면하느라 더듬이만 비대해져서 달팽이처럼 엉금거리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사법리스크가 대유행을 타면서 통화 녹음이 대세라는 말까지 들린다. 도대체 의사 결정이란 걸 하는 관료가 오히려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기업은 멀쩡할까? 그렇지도 않다. 분명히 오늘 내일 하는 것 같은데 뭐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게 많은지 막상 아픈 부위를 물어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다. 창업자인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대부터 유구한 전통으로 이어져 온 대기업들이 초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젊은 오너의 한마디에 '그렇지 않다'고 말할 용기가 없는 임원들로 가득찬 기업들. 예스맨만 모아서 미래먹거리를 찾는 혁신을 마무리할 순 없다. 협력업체와 경쟁사, 작은 고객사들을 대하는 기업들의 윤리의식도 땅에 떨어져 있단 말을 듣는다. 상생의 룰이 사라진 기업현장은 정글과 같아서 누구도 내일의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 갑질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기업의 미래는 어둡다. 현실을 진단하고 올바른 여론을 이끌어 주어야 할 전문가 집단 또한 칭찬 받을 구석이 없다. 자기 직역의 이익을 위해 불공정한 장벽을 마구 세우고, 혁신을 왜곡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죽하면 카르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예산이 깎이고 대학 정원을 강제 조정 당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을까?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국민들이 'ㅇ튜브'에 푹 빠져 있다고 한탄하지만 자기 반성이 먼저다. 제도권 언론이 얼마나 공정하지 못했기에 이토록 외면 당하는지. 노조, 환경단체 등 사회적 행동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이익과 주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다른 사회적 가치들을 부정해 왔다. 사회의 활력이 소진되고 새로운 미래 가치가 보이지 않게 되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가치도 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랬다. 합의와 상호존중이 사라진 사회가 어디까지 황폐해질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도 잘한 게 없는 건 마찬가지. 진영과 지역, 나이대에 따라 산산히 쪼개져서 자기와 생각이 다른 이를 모두 '×××' 이니 'ㅇㅇ'이라며 손가락질해 왔다. 심지어는 부모 자식 사이마저도 그러했다. 이 모든 데카당스의 끝에 그 형편없는 계엄소동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제 뭐가 더 남았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내일은 오려는지, 2025년 이후 있을 수 있는 조기대선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게 큰 희망을 걸기에는 우리 앞에 쌓인 과제들이 너무나 험난하고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의외로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전임자' 반대로만 하면 될 거라는...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러다 또 한 번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 권력에 몇 가지 제언을 드린다. [내편 네편 좀 가르지 말자.] 이 조그만 나라에 뭐 그렇게 먹을 게 많아서 피아를 나누고 쌈박질해야 하는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란 말이 안 들어간 취임사를 본 적이 없지만 그 말을 지키는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 진보가 강남 은퇴자들의 억울한 사정에도 귀를 기울여 주고 보수가 세월호, 이태원 사태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해 주는 것이 뭐 그렇게 나쁜 일인가? 포용(Inclusion)은 UN에서도 강조하는 세계적 덕목이지만, 소외된 이들을 찾아 챙기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은 소외시키는 행위 자체를 안 하는 것이다. [국민보다 우선하는 이념은 없다.] 좋은 말도 너무 많이 들으면 지겹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 다른 뜻이 있는지 의심도 하게 된다. 지난 2년반 동안 대통령이 '자유'라는 말을 무한 반복하는 것을 들으며, 우리나라가 그토록 자유롭지 못한 나라라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바로 그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특전사 무장군인들을 투입했다. '수거'니 '사살'이니 하는 험악한 말들까지 보도되고 있다. 국민의 자유보다 '자유'의 자유 또는 대통령의 자유가 더 중요했던 것일까? 구소련의 붕괴 이후로 이념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는 나라는 찾아 보기 어려웠다. '자유'주의 이념의 종주국인 미국마저도 자국의 이익앞에서라면 얼마든지 WTO의 룰을 무시하는 세상이 왔는데, 왜 우리는 철지난 이념 논쟁 앞에 무너져 버린 것일까? 국민의 이익만 생각해 주는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사람 좀 똑바로 써라.] 눈앞의 위기가 하루 아침에 끝날 일이 아닌 이상 국정을 책임지는 이는 끊임없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고, 제대로 일할 인재는 귀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삼고초려를 했다는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국민이 월급 주는 샐러리맨이다. 유능한 월급 CEO는 자기와 친한 사람만으로 팀을 구성하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 최고의 성과를 내려 한다. 한 손이라도 아쉬운 위난의 시기에 진영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인재를 모아 통합으로 위기를 이겨내는 통 큰 지도자를 보고 싶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해 달라.] 새로운 희망으로 국민들을 이끌어 주는 것은 고맙지만 되지도 않을 거짓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민들은 원숭이가 아니니 조삼모사는 답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담담하게 설명하고 어떤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지도 말해주어야 한다. 많은 경제문제들이 눈앞의 정치적 고려 때문에 미루어져서 지금의 파행을 만들지 않았는가. 이젠 좀 솔직하게 답을 만들어 낼 때가 되었다. [책임은 당신의 몫이다.] TV에서 대통령이 집무실을 소개하면서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힌 팻말을 보여주는 것을 본 적 있다. 미국을 따라 한 모양인데 솔직히 좀 웃겼다. 우리 국정의 책임자가 스스로 책임을 져 왔다면, 국정과제를 수행하다 법정에 서야 했던 그 많은 공무원들은 뭐고, 지금 정부 부처들이 책임을 안 지려고 의사결정을 미루는 모습은 도대체 뭔가? 공무원이든 기업이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다치는 세상은 정의롭지도 유망하지도 못하다. 책임과 열정은 모두 국가사회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서로 부딪히는 부분도 많다. 부하들에게 열정만 요구하다가 책임질 일 앞에서 외면한다면 복지부동만이 살 길이 된다. [결단은 나중에, 설득부터 하라.] 최근 뉴스에서 결단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 대통령이 주변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을 결단이라고 정의하는 거라면 그런 사전은 갖다 버리는 것이 좋겠다. 평소에 존경하던 전직 장관 한 분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그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자유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책임이라는 말이 쓰여있다. 자기 뜻대로 결단을 했을 때는 주변의 의견을 무시한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 생명, 재산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물리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상상도 못했던 전쟁의 위기가 우리곁에 있었고, 수십년전 무덤으로 보낸 줄 알았던 군부독재의 망령이 법치의 탈을 쓰고 주변을 횡행하고 있었다.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금의 우리는 잃을 것이 많은 국민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이를 교란하는 자는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다. [일은 항상 열심히, 술은 그만둔 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모든 정보와 마찰, 이해관계가 한데 모이는 지점이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항상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조율해야 한다. 필자가 보았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극도의 일벌레였고, 만족스러운 해답이 나올 때까지는 쉬임없이 파고드는 소명의 화신들이었다. 그중엔 애주가도 있었지만 현직에 있는 동안 마음 놓고 술잔을 드는 이를 본 적 없다. 그런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노파심에 한 마디 더해 본다. 대통령은 자신의 목숨을 태워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이라고. 소명을 마치고 다 타들어간 촛불처럼 시들어진 어깨로 물러날 때 국민들이 진심으로 박수 쳐 주는 자리라고. 지도자가 국가사회의 운명을 온전하게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회가 처한 상황과 사회 전체의 역량, 거쳐온 역사와 문화의 지향점이 대세를 정한다. 그럼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국민앞에 명료한 방향을 보여주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의 역할이다. 2025년 새해에는 길고 긴 어둠의 끝을 밝히는 새로운 빛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원주

[이상호 칼럼] 트럼프 2기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 대비한 한국의 선택

트럼프 당선인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는 미국 중심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 이미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충실한 예스맨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지속해서 한국을 곤란하게 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낸바 있어 그의 취임을 앞둔 한국 정부가 크게 진장을 하고 있다. 경제, 통상 등에서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한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안보 문제다. 무엇보다 미국은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강하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트럼프 1기 때 미군 철수까지 운운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인상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과 규모가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는 유세 중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인출기)"라고 지적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한화 14조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한국의 국방예산인 61조 5,878억 원의 23%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한국은 국가 GDP 대비 2.8%를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동맹국 중 4위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과 대비해도 높은 수준의 지출이다. 방위비 분담금도 2026년에 8.3%를 인상하기로 합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며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많은 한국민이 미국의 기여와 희생을 알고 있고 앞으로 점차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트럼프식 거친 압박으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면 한국민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맺은 북한이 핵 공갈 수위를 계속 높혀가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해 충분한 신뢰가 부족한 한국민 일부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주장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위비 압박은 이런 한국에 불만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가 주한미국 철수를 담보로 방위비 분담금 14조 원을 계속 요구하면 이에 감정이 상한 한국민이 미군 철수를 받아들이고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감은 있지만, 핵무기 보유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상황에서 핵 보유로 인한 국방비 압박 확대와 미국과의 관계 파탄으로 한국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은 한국 경제가 파탄 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는 주한미군 철수를 꾸준히 주장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의 방위비 갈등으로 주한미군 철수 용인한다면 이들 국가는 반색하며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이게 실현되는 날 숙원을 이룬 북한의 김정일은 인생 최대의 파티를 열어 축하할 것이다. 이들 국가는 과거에는 미군 철수라는 구호를 열심히 외쳤지만, 이제는 핵무장과 미군을 바꿀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한국민을 현혹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은 냉정하게 핵무장과 주한미군 중 어떤 선택이 한국의 안보를 항구적으로 보장하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게 동맹 관계라지만 아무리 핵무장이 주는 유혹이 강해도 주한미군 전면 철수의 대안일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한국이 미국의 분담금 인상을 최대한 수용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한적 핵무장, 전술핵 공유 또는 핵 잠재력 확보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외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방위비 인상을 대신해 경제와 통상 등 분야에서 보상을 받는 대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면서 핵 잠재력 확보로 북한 및 주변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최소한의 억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효용성이 큰 결과물이라 판단한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2기의 안보 불안 요소에 적극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하여 한국의 안보를 최대한 보장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2025년 부동산시장 생존 전략은

2025년을 앞두고 불확실성의 안개가 부동산시장을 덮쳤다. 경기침체 우려 속 미국의 트럼프 불확실성에다 탄핵으로 인한 국내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 한해 부동산시장의 특징을 한단어로 꼽으라면 '양극화'이다. 비 주거용 부동산과 지방 아파트는 여전히 회복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임에 반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일부 지역은 전고점을 뚫고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주택 보유자가 아닌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1주택자 실 수요자들이 신축아파트 위주로 적극적인 구입에 나섰고 전 고점 가까이 도달한 단지들은 수요자들이 이탈하였는데 이는 집을 팔려는 매도자들과 집을 사려는 매수자들 간 팽팽한 줄 다리기를 하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조정 장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다. 매도자들은 서울아파트 공급부족과 전세가격 상승, 물가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 금리인하 등의 이유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반면 매수자들은 고 평가된 집값 부담과 지난 7,8월 단기급등에 대한 피로감, 대출규제 영향, 경기침체 우려 등의 이유로 집값 상승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발 트럼프 불확실성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두개의 큰 파도가 부동산시장을 덮쳤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듯 불확실성이 가득한 부동산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관망에 들어갔다. 트럼프 2기에 대한 불확실성의 실체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고 금리, 강 달러 시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에서 기인한다.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은 단연코 관세인상과 세금감면이다. 중국 60%, 우방국도 최대 20%까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물가가 올라간다. 올라간 물가 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또 세금감면으로 줄어든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간다. 미국이 고금리가 되면 미국 달러 수요가 늘어나 달러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상원과 하원의회까지 장악한 트럼프의 거침없는 질주로 발생한 강달러로 인해 우리나라 환율은 올라가고 자금유출 가능성은 높아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두 번 보는 공포영화는 무섭지 않다.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트럼프 1기 동안 오히려 금리와 달러가치는 하락했다. 당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를 올렸고, 법인세도 35%에서 21%로 대폭 감면을 하였음에도 실제 금리와 달러가치는 하락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라갔다. 관세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공식은 1930년 말고는 맞지 않았다. 지갑을 닫는 불경기에는 관세를 올려도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해 손실을 보게 본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하락을 한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민생경제가 힘들어지면 반드시 선거결과로 심판을 받게 된다. 2018년 미국 하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였으며, 2024년 대선에서 물가를 잡지 못한 바이든 정부는 패배하였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트럼프가 무리한 관세부과나 세금감면에만 몰두하지는 않을 것이고, 미국의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공화당이 트럼프의 감세정책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2.0 시대, 철저한 준비는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걱정과 공포를 가질 이유는 없다. 2024년 12월 의 경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불확실성을 분석하기 위해서 지난 2016년 탄핵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자. 2016년은 서울 집값이 2013년 바닥을 찍고 올라가던 상승 장으로 특히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상승속도를 높이던 상황이었다. 집값이 오르자 2016년 11월 첫 규제대책이 나왔고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그해 12월 탄핵이 발생하자 부동산시장은 순간 얼어붙었다. 탄핵기간 동안 소폭 조정을 받다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되자 큰 폭으로 반등했다.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10월까지 1만건 이상 거래가 되다가 규제대책이 나오고 트럼프가 당선된 11월과 탄핵의 시간이었던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크게 떨어졌고 불확실성이 제거가 된 이후 다시 빠르게 증가했다. 탄핵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불확실성이 빠르게 제거되면서 큰 가격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4개월 정도 짧게 지나갔으니 망정이지 6개월 이상 불확실성이 지속이 되었다면 공포의 지배를 받으면서 크게 하락했을 것이다. 2025년 부동산시장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제거 시점이다. 1분기까지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량 감소는 각오하여야 한다. 2분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가 된다면 하반기는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 2026년 서울아파트 입주물량 급감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 2-3차례 정도 인하여력이 있는 기준금리 인하 등 긍정의 요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반기에 제거되지 않고 하반기로 전이되면서 장기화되면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며 2차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 수요자들은 오히려 조정을 받는 2025년 상반기가 내 집 마련하기 좋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막상 집값이 떨어지면 무서워 투자심리가 위축이 되지만 어차피 한번 구입을 하면 평균 7년 이상을 보유하기 때문에 단기 흐름에 너무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자금력이 되고 필요한 실 수요자분들이라면 집값 조정이 될 때 용기를 내보는 것이 좋겠다. 김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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