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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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유럽의회 선거결과가 준 교훈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P)는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 중 하나로, 각 회원국의 인구 비율에 따라 현재 705석으로 구성된 의석이 배정된다. 회원국 마다 일반적으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직접선거를 통해 5년마다 선출됩니다. 이러한 유럽의회 선거가 지난 2024년 6월 6일부터 9일까지 치러졌는데, 그 결과가 EU의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감지되었다. 특히 극우 정당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이 기존 71석에서 52석으로 줄어든 반면, 유럽보수와개혁(ECR)과 정체성과 민주주의(ID) 같은 극우 성향의 정당들은 각각 69석에서 76석으로, 49석에서 58석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민문제나 정치적 불신과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 등과 함께 생활비 상승, 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주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EU의 그린 딜과 같은 환경 정책이 추진되었으나, 일부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책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느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인상으로 인해 많은 유권자들이 녹색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기존의 주류 정당에 대한 불만을 극우 및 반체제 정당으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올해 초 이런 결과를 예측한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스웨덴 우프살라 대학과 핀란드 동부 대학 연구진이 스웨덴 각 지역의 전기 가격 상승이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를 측정, 이를 2002년부터 2018년까지의 선거 결과와 대조해 보았다. 그 결과 스웨덴의 탈 원전 및 탈 탄소화 정책으로 인해 그 동안 발생했던 전기요금 상승이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음을 확인하였다. 결국 전기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교훈을 준다. 사실 최근 한국전력공사(한전)는 탄소중립 추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전력 생산 원료 가격이 상승하며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2023년 9월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4조 원을 넘었고, 부채비율은 560%에 이른다. 2024년 1분기 이자 비용만 1조 1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연간 이자 비용은 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전은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자구안을 발표했으나,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재정 상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은 경제적으로 필요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큰 도전 과제이다. 유럽사레에서 보듯이 전기요금 인상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정부의 지지율과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전기요금 동결을 선언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이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여름철 전력요금 문제로 인해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바 있어 2016년 박근혜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으로 인해 전기료를 인하했고, 2018년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문제로 인해 전기요금을 가구당 평균 1만 원 인하했다. 이러한 사례는 전기요금 인상이 정치적 선호 및 이후 선거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사실 전기요금 인상은 공공선택의 문제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호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이 정치적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경제적 투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보상-심판 가설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개인 소득이나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한 회고적 평가를 바탕으로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심판한다. 전기요금 상승은 경제 성장 둔화와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이어져 유권자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전기요금 인상은 유권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소위 '가계부 경제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정부나 집권여당을 심판하는 '경제 투표'로 나타날 수 있다. 그 만큼 어느 정파가 집권하든 단행하기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한전의 경영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도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동안 경제적 관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많았지만, 인상 시 유권자들의 반응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의 정치적 선호나 나아가 향후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전의 지속 가능한 경영과 국가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길일 수 있다. 김재경

[EE칼럼] 세계 에너지경제학 석학들이 지적하는 에너지 이슈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의 제45회 국제학술대회는 에너지의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세션으로 시작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미국, 프랑스, 아제르바이잔 에너지기업 대표들인 연설자와 토론자들은 모두 작금의 에너지 이슈들이 지정학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10여 년 만에 다시금 지정학적 이슈가 에너지기업의 경영에서 주요 이슈로 주목받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학회가 열린 튀르키예는 20세기는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 분쟁의 중앙에 놓인 나라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선인 보스포루스해협 위쪽으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시발점인 크림반도가 있는 흑해가 있으며, 아래쪽으로는 에게해와 지중해가 있다. 동쪽으로는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이란 및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스피해가 있으며 그 아래는 바로 이스라엘과 요르단이다. 주변으로 유럽과 중동/CIS 국가들을 잇는 가스파이프라인이 여럿 지나가고 있으며 보스포루스해협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무역 통로이다. 20세기 말부터 수십 년간 이어진 카스피해의 분쟁은 우리나라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바 있다. 에너지자원과 영해를 둘러싼 분쟁이 그야말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지역에서 지정학 이슈가 강조된 것이다. IAEE(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Energy Economics)는 에너지경제학 분야의 세계 최대 학술단체이다. 미국에 본부가 있으며 80여 개국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국제학술대회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학술적인 발표뿐만 아니라 에너지기업과 정책분석기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적인 형태로 개최되고 있다. 한국의 참여도 활발한 편이다. IPCC의 의장을 역임한 이회성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학회장을 맡은 바 있으며, 박희천, 강승진, 장영호, 허은녕 교수 등이 부회장 및 학회이사회 멤버로 활동하였다. 2013년 6월에 제34회 국제학술대회를 한국에 유치한 바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한 한국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전 세계 국가들 공통으로 에너지 정책의 수립 과정에 있어서 사회 문제의 중요도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0~80년대의 1, 2차 석유 위기로 촉발된 에너지 정책에서의 지정학 이슈는 이후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하여 새로인 기술의 개발과 경제학적 제도 개선 문제로 넘어갔으며, 선진국들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경제와 기술 두 가지를 중심에 놓고 논의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전쟁들과 여러 국가에서 진행 중인 선거들은 공통으로 지정학과 더불어 빈곤, 복지, 접근성, 지속가능성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에너지 정책에 깊숙이 투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첨단기술과 경제성 논의 보다는 복지와 접근성, 에너지원 간 기득권 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선진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학술대회를 마무리 하는 최종 토론 세션에 참석한 미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국제 석학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협약을 꼽았다. 특히 기후변화협약이 경제나 기술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 전체가 변화하여야 하는 문제임을 지적하였다. 즉,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노력이 기술과 경제의 경계를 넘어서서 정치, 사회학적 논의를 함께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학들은 이어 보다 세밀한 경제정책을 준비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기존의 단순 시장경제 중심 정책에서 더 시야를 넓혀 사회의 변화를 포함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전쟁과 선거, 공급망 이슈 등 지정학적인 요인들을 고려하는 전략과 방안을 마련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석학들은 또한 이러한 변화들은 에너지 정책이나 기후변화협약 대응책이 선진국의 것들을 따라 하지 말고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다르게 만들어져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인다. 국내 전력원믹스라는 주제에 함몰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사정과 사뭇 다른 국제학술대회의 모습에 한국 참가자들은 다시 한번 에너지가 국제적이고 지정학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이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90% 이상의 에너지와 전략광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임을 그저 외면하고 살아왔음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한 국제학술대회였다. 허은녕

[EE칼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효성 있는 실행 방안 필요하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발표됐다. 전기화·AI의 보편적 사용 등으로 급증이 예상되는 전력수요, 국가 탄소감축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재생에너지 공급 요구, 전력망 확충 지연으로 인한 송전 제약 등 당면과제에 대응하는 고차원적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안이다. 이번 실무안은 몇 가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먼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정부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시장의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전원 구성을 통해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 70% 달성 목표를 제시한 것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비판받아 왔던 수요관리 계획의 실효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한전, 전력거래소, 에너지공단 등 수요관리 주체별로 수요 감축 잠재량을 도출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본이 지금과 같은 정책환경과 정부의 대응 방식으로 과연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지울 수가 없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양상과 국제사회의 대응, 그리고 전력 다소비 기업에 가해지는 글로벌 시장의 압박 등을 감안하면 계획이 실행을 담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의 상황이 한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부에서는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2.9% 목표가 경쟁국에 비해 미흡하다거나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를 적기에 공급하기에는 시차가 있어 보인다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계획대로 2030년까지 21.6%, 2038년까지 32.9%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전방위적인 실행에 나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수 있다. 실무안은 요약이라 본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본안이 실행 주체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구체적 방향성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먼저, 정상적 가격체계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이다. 전기본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거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한전이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고 발전사들이 겨우 적자를 모면해 재정합리화를 요구받으면 신규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또한 전기본은 전력의 주류가 석탄·가스 화력에서 재생에너지, 원전 등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된다는 비전을 보여준다. 이런 체계에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동성 대응이 필수다. 변동성 대응은 송배전망의 확충, 다양한 수요반응 프로그램, 에너지저장설비 확대 등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변동성 대응을 위해 어떤 조치가 도입될지 구체성이 필요하다. 대규모 에너지저장 설비인 양수발전의 수익성 보장 등이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실무안은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 통계는 반영하고 있지 않은데 자가용 설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전기본에 반영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다. 전기본의 이행은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금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의 확보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송배전망의 조기확충을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고준위폐기물특별법' 등 지난 국회에서 폐기됐던 핵심 법안들이 초당적 협력으로 조속히 통과되어 에너지전환을 이끌어줄 것을 기대한다. 하윤희

[EE칼럼]점점 더워지는 여름...전력수요 대응 제대로 가고있나?

최근 읽던 책 중에서 각 국가의 지리적인 위치가 경제, 사회, 문화 등 그 나라의 현대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내용이 있었는데, 한 국가의 생활 모습과 발전이 지리적 위치라는 요소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될 수밖에 없었음이 강조되고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위도상으로 북위 33~38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 대륙으로 치면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튀르키예 등 여름에 뜨겁다고 생각되는 국가들과 비슷한 위치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위도상 위치는 에너지 차원에서 살펴보면 일정한 온도 범위에서 생활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는 측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 보인다.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배웠던 우리나라의 기후가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등 점차 큰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증가해 온 기후 변동성은 전력수요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전력소비량도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며칠 전, 오랜만에 서울 쪽에 거주하시는 집안 어르신들을 뵐 일이 있었는데 열대야 때문에 수면의 질이 많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을 통해 나온 기사들에 따르면 서울 지역은 지난해보다 1주일 빠르고,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 117년 만에 가장 빠른 열대야를 경험하고 있다 한다. 더 염려되는 것은, 이제 고온 건조한 사막 더위가 끝나고 높은 습도까지 겹치는 동남아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좀 오래전이지만, 비행기 직항을 구하기 어려워 동남아 지역을 거쳐 중동 지역으로 이동할 일이 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맞지 않아 환승을 위해 1박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습기가 높았던 동남아 지역에서의 하룻밤이 낮 평균 기온 40도를 웃돌았던 중동 지역에서의 밤보다 잠들기 힘들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중동 지역에서 잘 때는 현지인들처럼 숙소 옥상에 자리를 펴고 비교적 시원하게 잘 수 있었던 데에 비해, 동남아 지역에서 잘 때는 방 안에서 선풍기를 계속 틀어 놓고 잤음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앞으로 이러한 동남아 더위가 우리나라 전 지역에 기승을 부린다면, 에어컨 가동률 상승 등으로 인한 전력소비량이 예상보다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말에 공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전력수요 전망에서 첫 단계인 모형수요는 GDP 성장률, 인구 및 산업 구조, 기후변화 영향 등을 반영하여 2038년 기준 128.9GW로 예측되었는데, 이는 2023년 최대수요인 98.3GW 대비 30.6GW 증가한 수치이다. 앞으로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하고 많은 발전 및 송배전 설비,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운영 시스템 등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를 살펴보면 많은 설비나 시스템의 설치가 다양한 이유로 계획보다는 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든 정책적인 문제든 실마리를 찾기 위해 관련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에너지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작년이 우리가 겪었던 가장 시원한 여름이었다는 농담을 주고받는 사회가 된 것 같다. 최근 대한전기협회와 한국전기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포럼 및 세미나 등을 참석하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강원도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밤에 소화도 시킬 겸 산책하러 나가는 길에 겉옷을 챙겼다가 들고만 다녔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Global Warming이라는 단어가 Global Heating, 그리고 Global Boiling이라는 단어로 변화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정한 온도 범위에서의 생활이 필요한 인간 사회에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전력수요를 충족 및 관리하기 위해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정범진

[EE칼럼] 미세먼지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다

얼마 전 발표된 포스텍 연구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국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수준인 5㎍/㎥를 한참 웃도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초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몸속 깊숙이 침투해 여러 질병을 발생시키는데 임산부와 어린이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텍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속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는 경우, 2050년에는 약 11만명이 조기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2050년의 조기 사망자 수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려면 초미세먼지 농도를 6㎍/㎥까지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문득, 극심한 대기 정체로 인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넘어서는 날이 일주일이나 지속되고, 기준치(24시간 평균치 35㎍/㎥)를 초과하는 날이 23일이나 되어 지금까지의 기록 중 가장 최악의 한해로 기록되었던 2019년의 상황이 떠올랐다. 당시 국민들의 걱정과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최고조에 달했고, 그에 앞서 2016년에는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 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는 을 제정하였고, 정부는 범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와 국민의견 수렴기구로서 를 출범시켰다. 이때 처음으로 “미세먼지관리종합계획(2019~2024)"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5년 대비 2020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75%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고 농도를 낮추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 높은 인구밀도, 중국 등 인접국가의 영향을 받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항상 미세먼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대도시 지역의 교통량 및 경유차 증가 그리고 석탄발전소와 같은 사업장으로부터의 미세먼지 배출량 증가가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논쟁이 되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경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도입으로 예전과 달리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는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지하고, LNG 발전소를 대체 가동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높여서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석탄발전소에 대한 조치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일뿐 국가 전반적인 전력 수급여건을 고려할 때 석탄발전소를 빠르게 폐지・축소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석탄발전소 비중은 17.4%로 과거(19.7%)에 비해 하향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석탄발전소는 미래에도 가동될 예정이다.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 석탄발전의 단가가 저렴하고,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되는 미세먼지 및 다른 대기오염물질의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비롯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전력가격에 올바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발전비용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전기요금을 인상시키고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정부와 국회,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비용부담과 전기요금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대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에 대한 관리이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23%가 경유차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휘발유가격 대비 경유가격 비율을 높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증세 논란문제,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은 수송용 경유가격의 인상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한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경유차에 대한 수요 억제 및 노후 경유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도시 지역의 미세먼지 배출량과 농도를 낮추는 것은 어렵다. 이외에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수립 및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전기차에 대해서 에너지효율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모든 내연기관 차량에 등급을 매기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운행 제한 및 폐차 유도가 필요하다. 끝으로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9년 수립된 제1차 미세먼지관리종합계획이 올 해 종료된다. 제2차 계획 수립이 빠르게 추진되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정책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하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활동이 정부 방침에 따라 2026년 2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계획된 것이 없다. 현재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낮아져 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곳을 비추고 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의 위협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그 위험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들을 주시하며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하는 길고 험난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554명의 국민정책 참여단의 숙의와 토론 과정을 거쳐 도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내용에 담긴 글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조용성

[김성우 칼럼] 주목받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의 역할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캘리포니아 50도, 뉴델리 47도, 아테네 40도, 베이징 37도! 이는 6월 중순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된 섭씨 기온이다. 때이른 폭염은 사상 최악의 여름의 서막을 알리며, 산불이나 사망 등의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지난 30년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비중을 거의 줄이지 못한 결과다. Out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의 81.8%가 화석연료인데, 기후대응 국제협약인 파리협정을 체결했던 2015년에는 85%였으며, 첫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렸던 1995년에는 86%였다. 비록 세계에너지기구(IEA)가 2030년내에 화석연료의 수요가 peak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예측이 화석연료의 빠른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분간 화석연료와의 공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거나 부득이하게 배출될 탄소를 포집, 저장 및 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석유화학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땅이나 바다 속에 저장하는 CCS와, 포집된 탄소를 건축자재나 수송연료 등 제품에 넣어 활용하는 CCU로 나뉜다. 지난 11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CCUS 시장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연간 4억톤이 넘는 규모의 탄소포집 프로젝트가 미국, 영국, 캐나다 주도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CCS 시장이 연평균 20%대의 급성장이 전망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올해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CCUS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40여 개의 개별 법에 산재되어 있던 관련 규정들이 통합되었다. 포집 신고, 수송 승인, 저장 절차규정 등 사업추진 근거가 담겼고, 집적화단지지원, 탄소감축인정, 기술개발지원 등 산업 지원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되어, 사업 및 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현재 집적화단지, 탐사 및 사업승인, 저장 관리, 모니터링 및 안전 관련 상세 규정을 담은 하위법령이 마련 중이고,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5월에는 핵심기술개발 및 국내외 저장소 확보를 위한 CCS 전략 및 정책을 민관이 함께 논의했다. 선진국 대비 약 80%인 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포집-수송-저장 전주기상 11대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2030년 상용화 목표로 대규모 R&D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내 저장을 위해 폐광 지역 탐사 추진과 더불어 산단 연계형 허브터미널 및 저장소를 구축하고, 해외 저장을 위해 주요 저장소 보유국과 국경통과 CCS 협약 추진은 물론 청정수소 등 관련 산업과 혼합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상술한 기반 마련의 화룡점정은 실증이다. 실제로 건설해서 운영을 해 봐야 주도적 확대가 가능하다. 마침 지난 1월 '동해가스전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실증 사업은 2030년까지 총사업비 2조 9,529억원이 소요되고, 육지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폐가스전에 저장하는 사업이다. 2030년 이후에는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10년간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필자가 지난 20일 동해가스전을 현장 방문해 자세히 보니, 2021년까지 해저에서 가스를 채굴해 육지로 보냈던 폐가스전을 역으로 활용해, 2026년부터 5년간 울산 및 부산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울산 허브 터미널에서 압축·액화한 후, 가스가 담겨 있었던 해저 저류층에 탄소를 주입·저장한다는 계획이다. 가스전과 CCS간 핵심적인 차이는 가스는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경제성이 있었지만, CCS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배출권의 가치는 톤당 만원으로 가정하면 12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경제적 효용을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배출권의 가치는 향후 상승할 것이고 저장용량 확대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향후 국내에서 포집된 막대한 탄소를 국내외에 저장해야 하는데, 대규모 실증을 해보지 않으면 본격 저장시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 2000년대 동해가스전을 발굴한 한국석유공사와 이를 건설한 현대중공업의 경험이 향후 베트남 단독 가스전개발이나 해상플랜트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아쉽지만, 80%를 넘게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글로벌 소비구조를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CCUS 역할을 재조명해 우리의 채비를 공고히 할 시점이다.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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