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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포트] 남미 아마존, 전례 없던 ‘초열대기후’로 진입

브라질 타파조스 강변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지역 부족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건기"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생태수문학자 마갈리 네미 박사는 이 부족장 증언을 '아마존의 역설'로 소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소속으로 최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남미 아마존 생태계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네미 박사는 대학 보도 자료를 통해 연구 뒷얘기를 전했다. 당시 타파조스 강 수위는 건기임을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이 거대한 탄소·수분 저장고로서 지구 기후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단 한 번의 이례적 건기만으로도 치명적 타격을 받을 만큼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연구들은 아마존이 지금 수천만 년 동안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후 체제, 즉 초열대기후(hypertropics)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초열대기후란 무엇인가 초열대기후는 기존 열대 기후의 변동 범위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고온·건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새로운 기후 체제를 뜻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연구팀은 지난 10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 조건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지 않는 무(無)유사(no-analogue,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비슷한 사례가 없는) 기후"라고 규정했다. 기온이 역사적 열대 기후의 99퍼센타일을 넘어서는 상황(상위 1%에 해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상태를 초열대라고 정의한다. 과거 열대 지역에서 경험된 가장 무더운 날들보다 더 뜨거운 날이 자꾸 반복되는 상태를 뜻한다. 열대가 원래 더운 기후이지만, 그 범위조차 벗어나는 '이상하게 더운 기후'가 계속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조건은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던 에오세(世)~마이오세(약 1000만~4000만 년 전)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분석된다. UBC 연구팀은 “아마존은 현재도 해마다 며칠 또는 몇 주간 이런 조건을 경험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통제되지 않는다면 2100년경에는 연간 150일 이상 초열대 조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구진은 특히 이 현상이 건기를 넘어 우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아마존 생태계가 역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 체제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을 초열대로 밀어 넣는 원인들 아마존의 초열대화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라는 두 요인이 결합해 가속화되고 있다. 첫째, 지구 온난화는 건기의 길이를 늘리고 기온을 상승시켜 대기의 수분 요구량(VPD)을 높여 '고온 건조(hot drought)' 상태를 유발한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가 7%가량 늘어난다. 기온이 상승하면 증발이 가속화되는데, 이를 대기의 수분 요구량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토양 수분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나무들은 급격한 수분 스트레스를 받아 기공을 닫고 광합성을 중단하며, '탄소 기아(carbon starvation)'에 빠진다는 사실을 실측을 통해 확인했다. 둘째, 아마존은 스스로 비를 만들어내는 순환 구조를 가진 숲이다. 네미 박사탐의 논문에 따르면, 아마존 동부 지역의 나무는 건기에도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는 증산작용을 지속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수십 m 깊은 지하수가 아니라 최근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내린 강우가 머무는 토양 상층부(50㎝ 이내)에서 공급된다. 이는 숲이 빗물 재활용에 매우 의존하는 체계임을 의미한다. 산림 벌채·산불·도로 건설 등으로 증산이 줄면 숲 전체의 강우 순환이 흔들리고, 나무 고사율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 즉 초열대 상황이 계속되면 아마존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를 넘어 결국 사바나화(savann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열대우림이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 구조를 잃고, 훨씬 건조하고 나무가 성기게 드문드문 분포하는 '사바나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 생태계가 맞닥뜨릴 변화 초열대 기후가 본격화될 경우 아마존의 종 조성·기능·구조는 급속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UC 버클리 연구진의 논문은 고온 건조 조건에서 연간 나무 고사율이 기존 대비 약 55%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열대우림 평균 고사율이 약 1%라면, 극한 조건에서는 최대 1.55%까지 상승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나무 고사는 생리학적 임계점과 직접 연결된다. UCB 논문이 밝힌 바와 같이, 토양 수분이 임계값을 넘어서 감소하면 증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후 지속되는 건조는 물관부 색전(embolism) 현상을 일으켜 수분 이동 경로가 차단된다. 이는 인간의 뇌졸중과 유사한 과정이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질을 잎까지 끌어올리는 통로인 물관부의 조직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 이후 나무는 잎 온도를 낮출 능력을 잃고 '열 스트레스'로 결국 말라죽게 된다. 아울러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UC 버클리 연구팀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 밀도가 낮은 종이 고온·건조 조건에서 더 취약해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밀도 목재 종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고밀도 목재로의 대체 속도가 기후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역과 지구에 미칠 파급 효과 초열대 기후로의 전환은 지역 주민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네미 박사의 현장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주민 대다수는 도로보다 강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강 수위 감소는 식량·의약품 공급망을 단절시켜 생계 기반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탄소 순환의 균형이 무너진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인류 배출 CO₂ 의 상당량을 흡수해 왔으나, 고온·건조 스트레스가 심화되면 숲은 탄소 흡수원에서 순배출원(source)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UC 버클리 연구는 2015~2016년 엘니뇨 시기 아마존을 포함한 전체 열대 지역이 평년보다 약 25억 톤 더 많은 탄소를 방출했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아마존이 탄소 저장고 기능을 상실할 경우 대기 CO₂ 농도는 더 빠르게 상승한다. 이는 기후 변화의 가속화—즉 전 지구적 악순환—을 촉발한다. 이러한 영향은 서부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다른 열대우림에도 파급될 수 있다. ◇'기후 에어백'이 터지기 전에 네미 박사는 대기과학자 루시아나 가티의 말을 인용해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가 아닌 '지구의 에어백(airbag)' 으로 비유한다. 충격을 흡수해 완화시키는 장치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에어백이 이미 과부하 상태라는 점이다. 증산 중단, 색전 발생, 고사율 증가라는 일련의 과정은 '압력이 한계에 달한 에어백'과 유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UC 버클리 연구팀 역시 향후 10~20년이 아마존 생태계의 운명뿐 아니라 지구 기후 안정성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시기라고 경고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산림 보전 정책이 지금 즉시 강화되지 않는다면, 초열대기후는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가까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10·15 대책에 서울 아파트 거래 급감…오피스텔은 되레 증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택시장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거래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규제지역 확대와 금융 규제 강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아파트는 거래가 급감한 반면 규제 적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피스텔은 거래량이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15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대책 이전 1만4038건에서 대책 이후 5367건으로 약 62% 감소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규제지역 지정 등이 겹치면서 투자성 수요가 위축되고 실수요 중심의 거래만 남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1001건에서 1322건으로 약 32% 증가했다. 규제의 초점이 아파트에 맞춰지면서 오피스텔이 정책 영향권 밖에서 대체 투자·주거 상품으로 주목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거래 증가율과 실제 거래 규모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동작구(233%), 서대문구(120%), 노원·성북구(각 100%) 등에서는 거래 증가율이 두드러졌고, 절대 거래량은 강남구(128건), 영등포구(122건), 마포구(119건), 송파구(117건) 등 주요 업무지구와 도심권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 집중됐다. 전용면적별로는 중·소형 위주의 거래 구조가 대책 이후에도 이어졌다.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대체 주거지로 부상하며 중대형 수요 확대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실제로는 40㎡ 미만과 40~60㎡ 미만 비중이 가장 높게 유지됐다. 85㎡ 초과 대형 오피스텔은 뚜렷한 증가세 없이 기존 수준을 이어갔다. 거래량 증가와 달리 가격 변동은 제한적이었다. 서울 오피스텔 평균 거래가격은 대책 이전 3억3397만 원에서 대책 이후 3억3865만 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중앙값도 2억1900만 원에서 2억1,000만 원으로 소폭 조정되는 데 그쳤다. 거래 증가가 특정 고가 지역에 쏠리기보다는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 단지로 분산된 영향으로 보인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오피스텔 거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규제 차이에 따른 분산 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보이지만, 거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며 “오피스텔은 금리 수준과 임대시장, 대출 환경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상품인 만큼 이번 흐름이 일시적 현상인지 시장 전환의 신호인지는 향후 여건 변화를 추세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특징주] ‘AI, 돈 안 될 수도’....삼전·하이닉스, ‘AI 비관론’에 내리막

15일 장초반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동반 급락세다. 간밤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나란히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6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31% 하락한 10만5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보다 4.03% 하락했다. 12일(미국 동부시간)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AI 산업에 대해 회의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45.96포인트(0.51%) 밀린 48,458.0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73.59포인트(1.07%) 떨어진 6,827.41, 나스닥종합지수는 398.69포인트(1.69%) 급락한 23,195.17에 장을 마쳤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설명회에서 “1분기 비(非) AI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밝혔다. AI 산업이 생각보다 '돈이 안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고려아연, 미국 정부 투자 논의에 20%대 급등

고려아연 주가가 15일 장 초반 강세다.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하고, 미국 정부와 현지 방산 기업 등이 주주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5분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3.78% 오른 187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 남동부에 10조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한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한국 민간기업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건 이례적인 사례다. 외교·통상 당국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미국 제련소 투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약 3조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만들어 추진하고, 총 투자금은 약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은 JV가 현지에서 차입하면 미 국방부와 상무부, 방산 전략기업 등이 약 1조7700억원 규모의 투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한화, ‘PPA·RE100’ 승부수 통했다…글로벌 기후 평가서 ‘A등급’ 싹쓸이

㈜한화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탄소중립 이행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환경 평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는 지난 11일 발표된 '2025 CDP 평가'에서 기후 변화 대응 부문 '리더십 A', 수자원 관리 부문 '리더십 A-' 등급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기후 변화 부문은 2년 연속 최고 등급을 유지하며 글로벌 수준의 기후 리더십을 증명했다. 이번 성과는 ㈜한화의 실행력에 기인한다. ㈜한화는 2040년 RE100 달성을 목표로 올해부터 직접 전력 거래(PPA) 계약을 통해 5MW 규모의 재생 에너지 전력을 실제 사업장에 공급받기 시작했다. 또한 △기후 리스크 분석 △물 스트레스(Water Stress) 분석 △자연 자본 영향 평가 등을 도입해 전사적 차원의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도 고도화하는 등 중장기적인 환경 위협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러한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수자원 관리 부문 등급 상향(B→A-)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온실 가스 감축과 수자원 보호 등 친환경 경영 기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특징주] 와이제이링크, 현대모비스 협력업체 등록에 급등

와이제이링크가 현대모비스 협력업체로 등록됐다는 소식에 장 초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오전 9시 3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와이제이링크는 전 거래일 대비 9.80% 오른 43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가 상승은 현대모비스 한국본사 협력업체로 공식 등록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협력업체 등록에 따라 와이제이링크는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생산거점을 대상으로 한 설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와이제이링크는 자동차 전장부품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SMT(표면실장기술)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로, 이번 협력업체 등록과 함께 라우터 설비 수주도 확보했다. 앞서 멕시코 법인 역시 현대모비스로부터 협력사 등록을 받아 장비 납품을 진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본사 차원의 협력사 등록이 글로벌 공급망 확대와 중장기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영풍 “고려아연, 백기사 구하려 ‘아연 주권’ 포기…미국 제련소 증자 반대”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추진하는 미국 제련소 건설과 이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 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배신 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15일 영풍은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경영진이 임시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한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최대 주주인 당사와 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은 사전 보고나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됐다"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설립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임시 이사회 안건의 핵심은 미국 국방부와 현지 방산 관련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10조 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하고, 약 3조 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풍 측은 이번 안건이 회사의 사업적 필요성이 아닌, 최윤범 회장의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확보용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라면 투자자는 건설될 프로젝트 법인인 미국 제련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굳이 본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택해 지분을 내어주는 것은 자금 조달보다 의결권 확보가 주목적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려아연이 1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과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알짜배기 지분 10%를 미국 투자자에게 헌납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이는 이사회의 배임 우려는 물론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경고했다. 투자금의 성격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영풍은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합작법인을 통해 '우회 출자'하는 전례는 드물다"며 “이 자금이 순수 투자인지, 미국 정부를 방패막이 삼아 급조된 자금인지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산업 측면에서의 우려도 표명했다. 영풍은 “미국에 울산 온산 제련소와 맞먹는 규모의 '쌍둥이 공장'을 짓게 되면 국내 생산 물량의 수출이 대체되어 사실상 '수출 종말'을 맞을 것"이라며 “수십 년간 축적된 독보적 제련 기술이 합작이라는 미명 하에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풍은 “오늘 이사회에서 안건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적 실체를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며 “주주와 국가 경제를 위해 사익 추구 행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16명 사망’ 시드니 해변 총기난사…용의자는 50세 아버지·24세 아들

호주 시드니 해변 유대인 행사장에서 총기 난사로 1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번 사건의 용의자 2명은 부자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경찰은 시드니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의 용의자 2명은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로 밝혀졌으며, 현재 제3의 용의자는 찾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과 사건을 일으킨 직접적인 범행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용의자 중 한명의 이름은 나비드 아크람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호주 ABC 방송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 이같이 보도하고 경찰이 시드니 교외에 있는 아크람의 자택을 급습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 근처에 주차된 차량에서 사제 폭탄을 발견해 제거 요원들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6시45분께 시드니 동부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유대인 행사에서 무장한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했다. 현지 경찰은 이들 용의자 2명 중 1명을 사살했으며, 다른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어린이 1명을 포함, 총 1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40명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공격을 유대인 공동체를 고의로 겨냥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호주 정부가 반유대주의를 방치했다며 맹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반유대주의는 지도자들이 침묵할 때 퍼지는 암"이라며 “당신들(호주 정부)은 이 병이 퍼지게 놔뒀고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본 끔찍한 유대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지난 8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다시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검토하던 호주 등 여러 나라 지도자에게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엑스(X·옛 트위터)에 “역사는 앨버니지를 이스라엘을 배신하고 호주의 유대인들을 버린 허약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호주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프랑스·영국·포르투갈 등과 함께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자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날 엑스에 “(이번 공격은) 지난 2년 동안 호주 거리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난동으로 인한 결과"라며 “수많은 경고 신호를 받은 호주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대한항공, 비상구 조작 행위에 ‘무관용 원칙’ 선언…“형사 고발·탑승 거절 불사”

대한항공이 최근 끊이지 않는 승객들의 기내 비상구 조작 행위에 대해 형사 고발과 탑승 거절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기내 비상구 조작 및 시도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2023년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비상구에 손을 대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발생한 비상구 조작·시도 사례는 총 14건에 달한다. 실제 지난 4일 인천발 시드니행 항공편에서는 한 승객이 이륙 직후 비상구 도어 핸들을 조작하다 승무원에게 제지당했다. 해당 승객은 “그냥 만져 본 것이다", “장난이었다"며 안일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6일 인천발 시안행 항공편에서도 운항 중 비상구 도어를 화장실 문으로 착각해 조작하려는 소동이 있었다. 항공기의 비상구 도어를 조작하거나 조작을 시도하는 것은 운항을 방해하고 모든 승객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범법 행위다. '승객의 협조 의무'를 규정한 항공보안법 제23조 제2항에는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탈출구·기기의 조작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처벌의 강도도 벌금형이 없을 정도로 세다. 항공기 내 폭행죄 등에 관한 항공보안법 제46조 제1항에는 '항공 보안법 23조 제2항을 위반해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협박·위계 행위 또는 출입문·탈출구·기기의 조작을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지난 8월 제주발 항공편에서 비상구 레버 덮개를 열어 항공기 출발을 1시간 이상 지연시킨 승객에게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2년·사회 봉사 명령 80시간을 선고하며 엄중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단순한 장난이나 실수라 하더라도 비상구 조작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형사 고발은 물론, 운항 지연 등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해당 승객에 대해서는 자체 심사를 거쳐 탑승 거절 조치(No-Fly)까지 취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저해하는 기내 불법 방해 행위에 대해 적극 대처해 항공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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