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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아토3’ 고객에 인도…상향평준화 된 저가 전기차 ‘태풍’되나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국내 첫 출시 모델인 아토3의 고객 인도를 실시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신차들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진 가운데 '가성비'로 주목받은 아토3가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YD코리아는 국내 첫 승용 모델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의 고객 인도를 14일부터 시작했다. 출시가는 기본 트림인 아토3가 3100만원대, 상위 트림인 아토3 플러스가 3300만원대다. 국고 보조금은 145만원이며,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추가 적용하면 2000만원대 후반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앞서 BYD는 지난 1월 아토3의 사전 계약을 시작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이른바 '가성비 전기차'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내 산업통상자원부의 친환경 자동차 신고와 한국환경공단의 보급평가 인증 절차가 지연되고, 보조금 확정을 위한 환경부의 보완 요구 등으로 출시가 예정보다 훨씬 지연됐다. 이 같은 출고 지연 탓에 아토3를 예약한 일부 고객들이 테슬라나 국산 전기차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차의 인도가 시작된 만큼 이탈보다는 신규 고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출고 지연으로 일부 고객들이 테슬라나 국산 전기차로 이탈하자 BYD 측은 사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출고 시 30만원 충전 크레딧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아토3의 인도가 시작되면서 BYD는 그 다음 순번으로 중형 전기세단 '씰(SEAL)' 등의 신차 사전 예약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씰의 판매가는 5000만원 안팎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중국 업체인 BYD의 국내 시장 진출이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긴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까지는 BYD의 진출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으나 올해에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최근 전기차의 성능과 디자인 등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결정에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한 것과 관련이 깊다. 실제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는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기준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에는 테슬라가 긴 주행거리와 빠른 가속 성능, 자율 주행 등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 대부분이 신형 전기차에 대다수 적용되는 '기본 사양'에 가까워졌다. 올해 출시된 신형 전기차들 대부분이 한 번 충전으로 400~500㎞ 이상의 주행거리와 고속 충전 시스템, 자율주행 보조기능(ADAS),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보유했다. 또한 과거 다소 투박했던 디자인도 최근에는 대부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기능, 성능, 주행거리, 디자인 등은 대부분 상향평준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전기차 시장에서 점차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하면서 주요 업체들도 저가형 전기차 공급에 신경쓰고 있다. 최근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를 슬로건으로 EV3의 엔트리급 에어트림 가격은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내놨다. 또 테슬라 등도 이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가성비를 앞세운 BYD가 국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도 단순히 스펙 싸움이 아니라, 얼마만큼 편리하고 싸게 탈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단순 성능으로 순위를 매기는 시기를 지나, 괜찮은 성능과 디자인의 전기차의 가격을 얼마만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지배구조의 지렛대]② 테마파크, 삼성의 심장이 되다

지배구조의 핵심이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놀이공원 운영사 삼성에버랜드는 1990년대 후반, 총수 일가 지분을 집중시키는 '전환사채 발행' 사건을 계기로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떠받치는 정점으로 부상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삼성그룹의 기둥을 세운 셈이다.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까지 이어지며, 삼성에버랜드는 '재벌 승계의 교과서'가 된 첫 사례로 남았다. 1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76년 개장한 삼성에버랜드의 전신 '용인자연농원'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국토녹화 구상에서 비롯된 사업이었다. 초기에는 사파리월드, 유실수 재배, 양돈 사업까지 포함한 복합농업단지였으나, 1990년대 이후 본격적인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1996년, 단 한 번의 전환사채(CB) 발행이 계기가 됐다. 그해 10월, 에버랜드는 총 125만4000주의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발행하기로 결의한다. 이 가격은 당시 추정 주가(약 8만5000원)보다 9배 이상 낮았다. 일부에선 상속세법상 주당 10만원, 법원 감정으로도 1만4825원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전환사채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제일모직 등 기존 주주들은 인수권을 포기한다. 이후 이재용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전량을 실권주 방식으로 배정했다. 이 회장은 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도 '시작은 미약'했다. 이재용 회장은 1995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60억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두 회사가 상장되자 이를 매각해 605억원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일부를 에버랜드 CB 매입에 투입했다. 결국 이 지분은, 향후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출발점이 됐다. 1998년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거래가 이뤄진다. 에버랜드가 당시 비상장 상태였던 삼성생명 지분 21%(344만 주)를 주당 9000원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다. 이로써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라는 구조가 완성된다. 여기서 삼성생명이라는 금융계열사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기에, 항상 대규모 현금자산을 보유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자연스럽게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 주식을 안정적으로 장기 보유할 수 있었고, 이는 곧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자산 기반이 됐다. 결과적으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장악하게 되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사업적 비중은 작지만, 비상장사이자 총수 일가의 지분이 집중된 에버랜드는 그룹의 실질적 지배축으로 자리잡았다. 당시에는 순환출자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이었기에, 비상장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연결하는 구조는 제도상 허용된 회색지대 전략이었다. 당연히 법적 논란도 뒤따랐다. 2000년 법학 교수들이 이건희 회장과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실무 임원들은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사건은 종결됐다. 당시 판결은 “경영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는 논리를 따랐지만, 재벌 편법승계의 대표적 상징으로서 사회적 비판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삼성에버랜드의 영향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에버랜드는 2015년,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꾼 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한다.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핵심 계열사였다.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 자산·매출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3배 이상 크다는 점에서, 이 비율은 사실상 이 회장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6%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훗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얽혀, 국민연금의 결정이 부당했다는 법적 판단과 사법 처리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합병은 그대로 성사됐고, 이재용 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8.1%를 확보하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르게 된다. 그 결과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완성됐다. 표면적으로 지주회사는 없지만,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은 각 계열사 인사와 전략, 투자 방향의 중심에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는 놀이공원이라는 비주력 사업에서 출발해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중심축으로 진화한 보기 드문 사례"라며 “지분과 구조를 통한 지배력 확보, 비상장사의 활용 등 그룹사 지배구조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한 해설집이 됐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노사화합’ 마지막 관문 앞두고 시끌

3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한 번에 타결하며 '상생' 물꼬를 텄던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내홍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집행부 임기 단축과 조기 선거가 예정되면서 핵심쟁점인 성과급 조정 논의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임금협상 불확실성을 높이는 불안요소가 벌써부터 싹트고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 집행부는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6개월 가량 단축하기로 최근 결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조기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집행부는 손우목 노조위원장이 병가에 들어가면서 이현국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조기선거 시행 배경은 내부 갈등이다. 지난 2월 마련한 2023·2024·2025년도 임단협 잠정합의안 내용을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공지하면서 일부 내용을 숨겼다고 알려졌다. 노조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원의 인사평가 처우 개선 등 사안이다. 조합원들은 이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집행부가 방어적으로 대응하며 불필요한 대립이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전삼노 집행부는 결국 공식 사과문을 내고 “이번 전임자 처우 개선과 관련된 사안으로 인해 조합원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단순한 의사결정 문제가 아니라 조합의 투명성과 신뢰 자체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가장 민감한 사안인 성과급 문제를 추후 다루기로 했다는 점이다. 노사는 총 8명 규모 성과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9일 첫 회의를 가졌다. 양측은 2주에 1번씩 총 6차례 만나 상반기 내 결론을 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리더십을 잃은 노조가 핵심쟁점인 성과급 논의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집행부는 사측과 임단협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힘들게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조합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된 사례도 있다. 작년 말에는 집행부 불신임 투표까지 펼쳐졌다. 이 위원장 직무대행은 입장문을 통해 “(조기선거 일정을) 당장이 아닌 9월을 선택한 것은 임단협 후속으로 진행 중인 성과급 제도 개선 TF와 선택적 복리후생 TF를 상반기 내 성과로 연결하기 위함"이라며 “또 차기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9월부터 내년도 임금교섭 투쟁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철저한 인수인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노조가 구심점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는 점은 회사 입장에서도 악재다. 글로벌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노사가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새 집행부에 상급 노조 등이 영향력을 행사해 대화에 앞서 파업부터 준비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른 노조 몸집이 커지며 노노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것도 걱정거리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약 3만3200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작년 말 기준 12만8846명)의 26% 수준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네이버 이어 LG 간 과방위, AI 지원사격 약속…“국가 경쟁력 제고 기여”

인공지능(AI) 진흥책 마련을 위한 여야의 현장 청취가 이어지고 있다. 정책·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취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국내 AI 기술력 강화 방안과 입법·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 2월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를 찾아 현장 행보를 펼친 바 있다. 당시 여야 합의 성명서를 통해 △AI 대규모 투자 및 인프라 조성 △산업계와 소통 강화 △법·제도 정비 및 국제협력 확대 △예산 지원 확대 등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올 초 중국 생성형 AI 딥시크 파동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패권 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은 AI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공약을 내놓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민간과 국회가 △AI 규제 정비 △인재 양성 △생태계 방향성을 도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AI는 이제 단순 기업 간 경쟁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 같다.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됐다"며 “한 기업이 기술 발전을 통해 국가대항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꽤 어려운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국가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2~3년 정도 늦었다는 여론이 있지만, 너무 멀다고는 판단하지 않고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LG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자세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도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며 “산업 현장의 생산성·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과방위원들은 정책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은 “LG는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제조·정보통신업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AI 강국 도약에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 3대 강국이 막연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방위는 국내 기업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AI 강국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최형두 간사(국민의힘)도 설명회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기술 개발 수준이 높고, 기업들이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국가·정부의 역할이 그동안 다소 부족했다고 느꼈다"며 “국회에서도 규제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고, AI기본법 후속책 논의 과정에서 기업 애로사항 등을 더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와 LG AI연구원은 이날 과방위원들에게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과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소형언어모델(sLM) 익시젠을 소개, 관련 기술을 시연했다. 엑사원 3.5는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작성한 '2025 AI 인덱스' 보고서에서 국내 유일 주목할만한 AI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현대차그룹, 워싱턴사무소장에 드류 퍼거슨 前 하원의원 선임

현대자동차그룹은 드류 퍼거슨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5월 1일 자로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에 선임한다고 15일 밝혔다. 드류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앞으로 미국 정부 및 의회와 현대차그룹 사이의 소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공화당 소속의 미국 조지아주 4선 연방하원의원 출신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세제 개혁 등 핵심 정책들을 적극 지지하고 추진했다. 특히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참여하며 공화당 내 정책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주요 생산거점이 위치한 조지아주에서 오랜 기간 의정활동을 펼쳐 현대차그룹에 대해서 익숙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미국 입법 절차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정책을 조율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정부 및 정책 결정자들과 자동차 산업은 물론 로보틱스, UAM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향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 영입으로 미 정부와 보다 원활히 소통하고 미국 내 정책 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24년 말까지 8년간 조지아주 제3지역구 하원의원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공화당 하원 수석부총무(House Republican Chief Deputy Whip)로 활동하며 공화당의 입법 전략을 조율했다. 이 외에도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에서 사회보장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예산위원회(Committee on the Budget)와 공동경제위원회(Joint Economic Committee)에서도 활동했다. 이에 앞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West Point)시의 시장직을 맡으며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이슈 분석] “계열사 팝니다”… 다이어트로 빙하기 버티는 ‘공룡’ 카카오

과거 문어발 확장으로 눈총을 샀던 카카오가 '군살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AI)·카카오톡 중심 체질개선을 이뤄낸다는 전략이다. 내부 진통이 여전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실적·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와 고용불안 상승·스타트업 투자 기조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VX·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에 이어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카카오엔터가 주요 주주에게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사측은 즉각 공시를 통해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내부 동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사례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조직 슬림화 기조가 뚜렷해진 점도 계열사 분사·매각설에 힘을 싣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에서 지난 2월 기준 116개로 2년새 약 21%가량 감소했다.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VX는 연내 매각을 공식화한 상태다. 모빌리티·헬스케어 또한 사모펀드로의 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인수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엔터의 경우 최근까지도 종속기업을 줄여왔다. 카카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크래들스튜디오(드라마 제작사) △크로스픽쳐스 및 해외법인(드라마·영화 제작사) △카카오IX 중국·홍콩법인(캐릭터 사업) △상하이레디엔터(중국 광고모델 에이전시 법인) 등을 청산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실적 부진이 길었거나 사법리스크에 휘말려 있다는 것이다. 엔터·모빌리티의 경우 대규모 외부투자를 여러 건 받아온 만큼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지만 시장 침체 등 이유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리며 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모빌리티 또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콜 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공정위 과징금과 금융당국 조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카카오VX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프 인기가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매출 1241억원·영업손실 1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헬스케어는 매출 119억원·영업손실 349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이 포함된 포털비즈 또한 성과 부진이 아쉬움으로 꼽혀 왔던 사업부문이다.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4240억원에서 2023년 3440억원, 2024년 3320억원으로 3년새 21.7% 줄었다. 결과적으로 몸집 줄이기를 통해 핵심 자원을 모으는 한편 '문어발 확장' 오명과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무리한 확장으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정체성과 연관이 적은 사업들이 많아지면서 AI 등 첨단 산업 역량이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계열사 정리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조치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다. 상반기까지는 콘텐츠 자회사 위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AI 서비스 출시 이후 카카오톡 트래픽 개선 여부에 따라 매출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신은정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AI와의 공동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서비스 방향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건강한 변화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다만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노사갈등이 심화할 우려는 더 커졌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성명을 통해 계열사의 사모펀드 매각 가능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사모펀드에 사업을 매각하는 건 경영쇄신과 정반대 방향"이라며 이달 중 단체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벤처투자업계에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옥석 가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플랫폼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확장성으로 성장성이 높아 투자심리가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성장 한계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중심축이 성장성에서 수익 안정·투명성으로 옮겨간 것도 한몫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 의사결정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평가·실사 과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다른 한편으론 단단한 사업 기반 없이 매개자 역할로 머무르면서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에 또 다른 투자금을 유치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오던 기업들에 대한 불실 우려 해소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R&D 확대에 영업손실 ‘눈덩이’

대한항공이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강화하며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영업손실도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항공기술연구원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분야 중심의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다. R&D 비용과 정부 보조금은 2022년 452억3300만원·5억7900만원, 2023년 523억2400만원·20억6800만원, 2024년 801억7000만원·21억5400만원으로 최근 3개년 평균 각각 21.02%·51.17%씩 증가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은 4910억1400만원, 5407억1100만원, 5929억8000만원으로 매해 늘었다. 한편 2022년 6억7300만원이던 영업손실은 2023년 113억7300만원으로 급증했고, 2024년에는 157억500만원으로 불과 2년 새 2233.58% 확대됐다. 대한항공 측은 보잉 노동조합 파업에 따른 납품 실적 감소를 영업손실의 요인이라고 언급했지만 전체 손실 확대의 주요 배경은 선행 기술 중심의 대규모 R&D 투자 지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R&D 비용은 판매·관리비(판관비)에 포함된다. 대한항공의 판관비는 2022년 1조200억6763만원이었지만 2023년 1조4714억5038만원, 2024년 1조6479억6831만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다.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19년부터 에어버스와 함께 차세대 날개 구조물 플랫폼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윙 오브 투모로우'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미래 무인기 시장에 대비해 2016년 스텔스 무인기 기술 시범기 개발과 2021년 스텔스 비행체 형상 설계·구조물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2022년 차세대 스텔스 무인기 개발 센터 설립을 기반으로 저피탐 무인 편대기 개발에 참여해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항공기술연구원 산하에는 연구 기획팀·차세대 무인기 개발팀·미래 기술 개발팀·소프트웨어 개발팀·항공 기술팀 등 5개 조직이 있다. 이들은 2022년부터 작년까지 3년 간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실증 플랫폼 구축사업 △정찰 무인기 개발 △초소형 위성 액체 추진 공중 발사 방안 연구 △하이브리드 드론 지속 개발·시장 진출 다각화 △소형 무인기 2종 개발·납품 △K-UAM 그랜드 챌린지 1단계 실증 완료 △P-3C 해상 초계기 핵심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 △UAM 항로 개설 기획·연구 등을 이뤄내는 성과를 기록했다. 신 성장 부문에서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여객·화물 운송과 유·무인 항공기 개발·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기반 항공 MRO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고, 위성·발사체 기술도 확보해 통해 우주 분야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2021년부터 시작한 인스펙션 드론 자체 개발 사업 결과물은 국토교통부 과제로 연계돼 드론 6대·로버 2대로 이뤄진 군집·자율 로봇들에서 획득한 영상을 손상 진단 AI가 자동으로 결함을 분석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주 분야에서는 소형 발사체용 공통 격벽 추진제 탱크 개발, 단간 연결 엄빌리컬 개발 과제, 우주 발사체·우주 수송 교육 연구 센터, 3D 프린팅 특화 설계 기반 제조 기술 개발, 공중 발사체 기획 연구,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 위성 구조계 제작 사업, 한국형 대형 통신 위성 안테나 기술 과제 등의 기획 연구·R&D 과제를 적극 수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 아래 다방면으로의 투자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나, 결국 이를 어떻게 수익화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딜로이트 관계자는 “첨단 우주 기술의 발전으로 위성과 발사체의 크기·무게·전력 등 우주 진입에 소요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우주 산업 현실화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지구 저궤도의 우주 산업 진입 시에 우선적으로 위성 설계·제작·발사·군집 운용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넷플릭스, 지난해 한국서 9000억 벌어 법인세 39억 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9000억원 가량을 벌면서 법인세는 39억원만 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대부분을 미국에 '멤버십 대가' 명목으로 보내 영업이익률이 1.9%에 머무른 탓이다. 본사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만 세금 회피 목적으로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작년 매출액은 8996억6538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8233억4278만원) 대비 9.3%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억5208만원에서 173억8075만원으로 44.2% 뛰었다. 호실적의 배경은 구독자 증가다. 매출액의 99.8%(8982억7932만원)가 구독 멤버십 재판매 수익에서 나왔다. 계정공유 금지 정책을 시행한 이후 '흑백요리사' '오징어 게임 2' 등 주요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를 많이 팔았지만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영업이익률이 1.9%에 머물렀다. 매출원가가 7673억9220만원으로 지나치게 높은 탓이다. 매출원가율은 85%를 넘는다. 특수관계인인 미국 본사(Netflix, Inc.)에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7323억8194만원을 쐈다. 이밖에 종업원급여(242억533만원)가 18% 늘어며 판매·관리비(354억1915만원) 지출이 67억6435만원 많아지긴 했지만 마케팅 비용(794억7328만원)을 30억원 가량 줄여 이를 상쇄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1억2496만원이었다. 문제는 이익이 줄며 법인세 지출액도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에 낸 세금은 39억3087만원이다. 2023년(36억1754만원)과 비교해 8.6% 늘었지만 매출액을 감안하면 초라한 숫자다. 본사 배당금은 법인세의 2배가 넘는 95억원이었다.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은 감사보고서에 별도로 표시하지 않아 0원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코리아가 세금 회피를 위해 영업이익률을 일부러 1%대까지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비스 기업 특성상 마진율이 높은 구조를 지녔고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내 영향력도 가장 강력한데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 최근 2년간 넷플릭스 미국 본사 영업이익률은 매분기 30% 안팎을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코리아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법인 회계 투명성 관련 지적은 수년째 나오고 있다. 다만 당장 해법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정치 환경이 아직 불안한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넷플릭스가 SK텔레콤·KT 등 국내 기업에 내는 망 사용료도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매출원가 책정 논란 관련 “당사는 유통계약에 따라 본사를 대신해 넷플릭스 서비스에 대한 구독 멤버십을 재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해당 협의에 따라 서비스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애플, 관세·AI 겹악재에 휘청…삼성 스마트폰 ‘반격의 시간’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관세 유예 조치와 AI 기능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며 반격의 기회를 포착한 반면, 애플은 이중 관세 부담과 AI 광고 논란이라는 겹악재에 직면한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및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4월 11일 발표한 조치는 관세 예외가 아니다"라며 “해당 제품들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의 적용 대상이며, 단지 다른 범주로 분류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가올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는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등 핵심 품목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긴급 조치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불과 이틀 전인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각서를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고,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으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아이폰 생산량의 약 90%가 중국에 집중된 애플은 이번 조치로 인해 20%의 펜타닐 관세에 추가로 품목별 관세까지 겹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 생산 비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망 이전도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공급망의 10%만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더라도 약 3년의 시간과 300억달러(약 43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에서 생산을 대부분 철수하고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왔다. 2022년부터 베트남 이전을 본격화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약 2억2400만대 중 절반 가까이를 베트남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삼성은 일정 수준의 시간적 여유도 확보했다. 물론 품목별 관세 부담은 남아 있지만, 애플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스마트폰 선행 생산을 확대해 유통 채널에 물량을 미리 공급할 수 있고, 전 세계 8개 생산 거점 간 생산 조정의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능을 둘러싼 경쟁에서도 삼성전자가 한 발 앞선 모습이다. 올해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국내 사전 판매량이 130만대를 넘기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중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전작 대비 사전 예약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했다. AI 기능을 한층 강화한 점이 소비자 선택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 S25에 구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비주얼 AI' 기능을 업데이트하며 AI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측면의 AI 버튼을 길게 누르면 자동 실행되는 이 기능은, 카메라 화면을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과 응답을 제공하는 '제미나이 라이브'를 포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25 시리즈가 2016년 출시된 S7 이후 9년 만의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AI 기능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실제 기능의 대부분은 내년 이후에야 제공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더 개인화된 시리' 등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접수된 소송에서는 “광고한 AI 기능이 실제로 제공되지 않았다"며 사기 및 계약 위반 혐의가 제기됐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아이폰16 구매자에게 인당 최대 15만6000원의 보상이 필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도 서울YMCA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삼성과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 시장조사업체 마다 출하량 집계 결과가 엇갈릴 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정책 변수인 '관세'와 기술 변수인 'AI' 모두에서 삼성이 다소 유리한 흐름을 타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대외 환경 변화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대차그룹, 러시아 복귀 시동…‘고품질’로 중국차와 승부

현대자동차그룹이 러시아 복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로 수출길이 좁아지자 예전 잘나가던 러시아 시장 카드를 다시 꺼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2년 만에 돌아가는 러시아 시장은 많이 달라졌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집중한 사이 중국 브랜드들이 시장을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중국 기업들과 차별화된 품질의 차량과 서비스를 통해 시장의 원래 주인이 누군지 알려줄 방침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9일 개최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2030년 판매 목표대수에 '러시아 시장 판매량' 5만대를 포함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중장기 목표서 빠진 러시아 대수가 다시 명시된 것이다. 러시아는 현대차그룹의 주요수출 시장이자 생산거점이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합산 27.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특히 연간 20만대 생산이 가능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그룹의 핵심 생산 거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철수가 불가피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은 202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2년 내 재매입이 가능한 '바이백 옵션'을 설정해놨는데, 올해 이 조건을 실행시킬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종전 분위기가 형성된데다 올해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바이백 조건 발동의 마지막 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복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내 중국차 판매는 2021년 12만대에서 2023년 117만대로 폭증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8.1%에서 60.4%로 급상승했다. 하발, 체리, 지리 등 중국 기업들은 특유의 가격 경쟁력과 현지 생산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특히 일부 브랜드들은 현지조립(CKD), 공장 인수를 통해 러시아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격적인 전략을 실행해왔다. 다행히 빈틈은 있다. 러시아 현지서 중국 차량의 품질과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알렉세이 포드셰콜딘 러시아 자동차 딜러 협회장은 “브랜드가 수리와 지원을 보장하지 못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2025년에는 러시아에서 중국 브랜드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예비 부품을 신속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고객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기업들은 러시아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에 갖고 있는 이 불만들을 해소해준다면 충분히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복귀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재가동과 CKD 방식의 재진입을 동시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과거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현지 특화 모델의 부활과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신차종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 철수 이후에도 유지된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러시아에서 기술 컨설턴트와 딜러 마케팅 인력을 채용하는 등 인프라 재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복귀를 대비한 사전 준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성공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복귀한다면, 글로벌 판매량 확대뿐만 아니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판도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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