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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의 양날개 :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에 맞서야 하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안보는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군사적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충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일이다. 에너지 공급이 끊기는 순간, 공장은 멎고 불빛은 사라지며 도시 전체가 멈춰 선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기후위기를 초래함에 따라, 에너지안보의 위협 범위가 환경적 측면까지 확대되었다. 에너지 시스템이 물리적 공급 중단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안정, 정치적 지렛대로 사용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더욱 취약해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처럼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기후위기 또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전 지구적 과제이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하며,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5년마다 상향을 검토하는 구속력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통해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복합적인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이다. 이 둘은 단순히 개별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다. 먼저,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춰 국제유가 변동성 및 자원부국들의 정치적 지렛대 행사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정치적 취약성을 감소시킨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탄소 저감의 핵심 열쇠로 작용한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서로 다른 재생에너지를 결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에너지효율화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첫 번째 연료'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일한 에너지를 투입하여 더 많은 서비스나 생산량을 얻거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에너지효율화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할 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경제적 이점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가전기기 효율기준 강화, 자동차 연비기준 강화 등 에너지효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가 서로를 보완하며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에너지효율화는 전체 에너지 수요를 줄여 재생에너지 발전의 필요 용량을 감소시키고, 간헐성 문제를 완화하여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높인다. 즉, 에너지효율화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시 발생하는 제약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더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촉매제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덴마크는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산하의 에너지청(DEA)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을 통합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강국이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0% 감축하고자, 전력 소비 전체(100%)와 총 에너지 소비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한, 전력, 열, 수송 등 다양한 에너지 부문을 연계하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과 같은 통합적 접근법을 적극 추진하여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는 양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는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여, 에너지안보 강화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고 자립적인 에너지원을 공급한다면, 에너지효율화는 그 에너지를 낭비 없이 사용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이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때, 에너지 공급과 소비 전반에서 구조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박성우

기후경제 언박싱 ④ RE100은 불가능한가?

기후와 에너지는 인류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접근보다 이념적 선입견이 앞서거나, 정보는 넘치지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기후와 에너지, 그리고 경제에 관한 정확한 사실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취재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RE100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다. 그 자체는 좋은 구호이긴 하나 상당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에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5월 23일 대선 후보 TV토론)" 최근 대선 토론 때마다 RE100은 논란이 되었다. 2022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RE100이 뭐죠?"라고 물었다가 '기후에너지 문제를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5년 대선 토론에서는 RE100을 놓고 후보들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논평을 내며 논쟁을 벌였다.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캠페인이다. 이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과,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실제로는 어떤지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와 10년간 현장에서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를 판매해온 김승희 KEI컨설팅 매니저의 자문을 받아 살펴본다. RE100은 영국에 기반을 둔 단체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2014년 시작한 캠페인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포소프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협력업체들에게도 RE100을 요구하면서 민간 캠페인임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상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다. RE100은 그 중 일부인 기업이 쓰는 전기만을 떼어내 단순한 목표, 알기 쉬운 이행점검 등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RE100에는 현재 44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표적인 기업 36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2030년까지 기업이 쓰는 전기의 60%, 2040년에는 90%, 2050년에는 100%의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5월 클라이밋그룹이 발표한 〈2024 RE100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회원사들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 424개 기업이 평균 53%의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했다.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이미 99.8%, 애플은 98%, 인텔 97% 나이키 96%, UBS 82%, 로열필립스 99.2%, 뉴발란스는 90% 등 이미 연도별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2050년 목표인 100%에 거의 도달했다. 반면에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31%, 삼성화재 4%, SK하이닉스 30%, SK홀딩스 18%, 현대차 13% 수준에 불과하다. 김승희 매니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데이터센터도 포함되기 때문에 사용하는 전기량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이미 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국은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이 많아서 RE100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 매니저는 “RE100 연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가장 구하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한국은 제조업이 많아서 RE100 달성이 어려운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부족해서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에도 제조업체들이 많지만 그 지역들은 재생에너지를 구하기가 쉬워서 RE100을 달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협력업체들에게도 RE100을 요구하는데, 한국 기업들에게 불이익은 없을까? “RE100은 기업들에게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요소"라는데 두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했다.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한국 대기업은 36개지만, 한국 정부가 국내 여건에 맞춰 운영하고 있는 K-RE100에는 현재 1천여 개 기업이 가입돼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부품 공급업체들에 RE100을 요구하면 협력업체들도 이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매니저는 “RE100은 단순히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중견 중소기업들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유럽 자동차업체 BMW, 볼보, 다임러벤츠의 경우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구매량을 줄이거나, 다음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회사는 탄소 감축을 하지 못해 공급망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다만 RE100이 기업 경쟁력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업체 노스볼트(Northvolt)는 RE100에 모범적인 회사였지만 최근 파산했다. 이상준 교수는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RE100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부분 RE100은 권고 사항이지 강제 조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100을 안한다고 수출기업이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왜 그렇게 RE100에 뒤쳐졌나? 두 사람은 ① RE100용 물량이 적고 ②비싸다고 했다. RE100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지열(地熱), 조력(潮力)의 6가지다. 그러나 한국에는 지열, 조력이 거의 없고 수력발전이나 바이오매스는 RE100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사실상 한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전부다. 현재 한국에는 태양광과 풍력을 합해 30여 기가와트(GW)의 설비용량이 있고, 이들이 연간 45~50 테라와트시(TWh)의 전력량을 생산한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 등에 쓰는 전기 사용량만 연간 20TWh 정도다. 기업들의 수요에 비해 재생에너지 생산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가격 또한 일반 전기료보다 비싸다. 한전의 산업용 전기는 1kWh에 180원 정도인데,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는 210원/kWh 수준이다. 해상 풍력은 300원/kWh 안팎으로 훨씬 비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든 전기가 한화로 70원/kWh 정도인데 비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다. 한국 기업들이 RE100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RE100 산업단지를 전국에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두 사람은 RE100 산업단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폐지하고 입찰제로 가는 것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PS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12년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두 전문가의 얘기다. 첫째 RPS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발전 공기업으로만 흘러가고 민간 기업들이 살 수가 없다. 둘째 현재 RPS 제도에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춰 경제성을 높일 유인이 적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원전이나 다른 발전원보다 값이 싸져서 경제성이 높은데 반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김승희 매니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뜩이나 없는 자원을 놓고 RPS라는 정부 수요와 민간의 전력구매계약(PPA) 수요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RE100을 지원해주려면 RPS를 폐지해야 한다. 정부가 사주는 물량을 줄이고 민간이 살 수 있는 숨통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 교수는 “RPS 제도가 10여 년 간 재생에너지 물량 확대에 기여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는 물량에만 집중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가 경제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RE100은 실시간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는 게 아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기도 하지만, 보통은 사용한 전력량만큼의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구매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첫째 전기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보통 직접 연결되기보다 기존 전력망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전선 안에는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 석탄, 천연가스(LNG) 등이 만든 전기가 다 섞여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분리해낼 수 없다. 두 번째는 재생에너지의 한계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에 따라 전력생산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의 전력사용량과 실시간으로 일치시킬 수가 없다. 태양과 바람이 없을 때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따라서 물리적 전기는 기존처럼 공급받되, 해당 전기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됐다는 인증서를 사게 된다. RE100은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선가 생산된 재생에너지라고 치자'라고 하는 셈이다. 한국은 RE100도 쫓아가기 바쁜 상황이지만, RE100은 한계가 있다. RE100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세계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들만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주의 별처럼 많은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11년이 넘도록 400여개만 회원이 되었다. 새로 들어갈 만한 대기업도 별로 없다. RE100이 더 확대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전기는 온실가스 배출의 일부에 불과하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은 전기도 많이 사용하지만 제조공정 자체에서 어마어마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따라서 RE100은 중요한 이니셔티브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일부 분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RE100이 실시간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점도 한계다. 그래서 클라이밋그룹은 2021년 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4/7 CFE(Carbon Free Electricity)로, 매일 24시간, 주 7일 실시간으로 무탄소 전기를 달성하자는 더 강력한 프로젝트다. 구글, 아스트라제네카, 슈리시멘트, 보다폰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과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설비를 갖춘 화력발전도 포함시켰다. 24/7 CFE는 RE100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여서 현실적으로 원전을 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희 매니저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늘어날수록 LNG발전소, 양수, ESS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전원이 같이 늘어나게 된다. 저는 재생에너지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만으로 데이터센터에 물리적 전기를 100% 공급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요한데 지금은 세계 어디서도 재생에너지만으로 그것을 실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RE100 자체는 한계가 많지만, '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국제적인 흐름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RE100이 민간 캠페인이라면,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한 것이 탄소국경조정제도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따라서 'RE100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틀렸다. RE100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제도와 시장을 개편해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데스크 칼럼] ‘코스피 5000’ 말하지 말라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겼다. 종목창은 연일 붉게 반짝였다. 시장은 흥분했다. 언론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는 정책수혜주라며 목표 주가를 한 뼘씩 높여 잡았다. 증권가가 즐비한 동여의도는 지금 잔칫집 분위기다. 시가총액은 물처럼 불어났다. 여러 주가가 신고점을 경신했다. 기업이 커지고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했다. 그게 코스피 3000이라는 숫자가 보여준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을 약속했다. 경제가 좋아진다,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의도 전역에 만연하다. 서학개미들은 쟁여놓은 테슬라도 팔고, 앤비디아도 팔았다. 대신 국장이 불붙었다. 마치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 운동이 재현되는 것만 같다. 코스피 지수 역대 최고는 2021년 7월 6일의 3305.21이었다. 이 숫자를 믿고 동학 개미는 2022년까지 3000선을 밀어 올리며 버텼다. 당시 증시 활황은 유동성 덕이었다. 침체된 경기를 우려한 각국 정부가 돈을 풀었다. 한국 정부도 국채를 찍어 돈을 마구 풀었다. 한국의 광의통화(M2)는 2500조 원에서 3900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췄고, 정부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코스피가 오르니 시장은 환호했다. 주가는 올랐다. 왜 오르는 지 알 필요도 없었다. 오르면 좋았다. 빚을 내서 좋다는 주식을 사들였다. 기업에 돈이 흘러 들어갈텐데, 기업은 증자나 재투자를 꺼렸다. 활황에도 공장을 더 짓지 않았다. 일자리도 늘리지 않았다. 기업도 돈놀이에 빠져있었다. 코스피는 올랐으나 시장은 썩고 있었다. 지수 3000은 모든 상장사 시가총액 합이 2500조 원을 넘었다는 뜻이다. 지수가 5000이 되려면 4166조 원은 되어야 한다. 누군가 1666조 정도 자금을 들여 코스피 상장사 주식을 사줘야 목표 지수에 닿을 수 있다. 1666조라는 '추가 자금'은 어디에 있나? 정부는 자금을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할 모양이다. 소비 진작으로 경제 선순환 고리로 잇는 거다. 전국민 지원금으로 소비에 직결되는 자금을 공급, 돈이 회전하고 일자리가 많아지고 이익이 증가하면서 증시 투자로 돈이 흘러가고, 기업이 재투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그에 따라 회사채 금리도 오른다. 직접 금융이 어려워지면 기업은 증시에서 자금을 구해야 한다. 증자를 하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섣부른 방법 중에 하나가 가상자산현물ETF다. 거대한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이 ETF 자금은 코스피 숫자만 밀어올릴 뿐이다. 이 자금은 어느 기업의 투자에도 전달되지 않는다. 버블의 기반이 된다. 코스피 5000은 바라마지 않는 숫자다. 숫자만 보고 있으면 조바심이 나고, 뭔가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 정부는 유동성 확대 카드부터 꺼내기 마련이다. 과거가 결과를 알려준다. 일본의 1980년대 말, 그리고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시기와 똑같다. 결과는 자산 폭락, 금융위기, 구조조정, 그리고 장기침체였다. 선거에 쓰던 '코스피 5000 달성'같은 비전은 안 써도 된다. 기업의 생산성 개선과 기술 혁신에 방해되는 규제만 치워주고 조용히 펀더멘탈만 강화시켜 주면 된다. 코스피 1만이면 뭐하나. 펀더멘탈이 부실하면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기자의 눈]반성도 책임도 없다…‘언더 찐윤’이 장악한 국민의힘

“책임·반성·변화로 답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선된 후 처음으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 내걸린 글씨였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송 원내대표의 당선부터가 책임, 반성, 변화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쇄신의 출발점이라던 원내대표 경선은 실상 '언더 찐윤'의 권력 재확인 무대였다. 표결 결과는 언더 찐윤을 대표하는 송언석 의원이 60표를 얻어 '친한동훈계'로 알려진 김성원 의원은 30표에 그쳤다. 당내 '계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송 원내대표가 당선됐지만 인물만 바뀌었을 뿐 권력의 주도권은 여전히 '찐윤'이 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언더 찐윤'이 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이 처음 꺼낸 이 표현은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을 꿰뚫는다. TK·PK·강원 등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보이지 않게 똘똘 뭉쳐 사실상의 '계파'로 활동하고 조용히 당내 권력을 장악해왔다. 정치 드라마의 배우가 표면 권력자라면, 언더 찐윤은 대본을 쓰는 작가에 가깝다. 당의 흐름과 판세는 늘 이들의 손끝에서 조정됐다. 지난 3년간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차례 바뀌었다. 이준석, 주호영, 정진석, 김기현, 한동훈, 황우여, 권영세, 김용태까지 수많은 지도체제가 교체됐지만, 실세는 변하지 않았다. 친윤 원내대표를 세우고 비대위원장을 장악한 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쥐겠다는 구상은 명확하다. 어차피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선 여론의 비판도 그들에게는 무의미하다. 반성을 해도 “모두가 잘못했다"는 식이다. 결국 우리에게'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얘기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 구성'을 언급했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또 혁신위냐"는 반응이 나올 만큼 국민의힘은 그간 혁신위라는 간판만 붙여 시간 벌기에 골몰해 왔다. 인요한 혁신위의 결과는 '영남 중진 험지 출마 권고'조차 유야무야된 채 사라졌다. 이번에도 혁신위가 뭘 할 수 있을지, 아니 뭘 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받는다. 변화를 말하려면, 먼저 결별해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무엇과도 결별하지 못한 채, 당의 간판만 바꾸는 '페인트칠 쇄신'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백드롭의 세 단어가 무색하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E칼럼] AI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가야한다.

인공지능이 전 세계 화두어가 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럽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공지능기본법을 작년 12월에 제정하였다. 현재 정부는 인공지능기본법의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러 쟁점 사안들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논쟁이 거세다. 대부분의 쟁점사안은 에너지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없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이 에너지 분야에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고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올 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의 에너지 역설(AI's Energy Paradox)'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장은 전력수요를 증가시키는 반면, AI 활용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개선되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들어서는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AI의 이용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ChapGPT와 같은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AI의 핵심요소인 데이터센터는 규모에 따라 전력소비가 다양한데 최대 규모로 건설될 경우 작은 도시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전기를 사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 해 4월 발표한 보고서, '에너지와 A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에는 약 1.1만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고,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전력소비의 약 1.5%를 사용했다. 향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2030년까지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2035년이 되면 약 3~5억 톤 수준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AI 활용으로 기대하는 온실가스 절감량은 2035년에는 10~15억톤으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결국, 에너지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증가하는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를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이 상당부분 담당하지만 2030년 이후 추가로 증가하는 AI용 전력공급의 절반 이상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한 결과다. 우리나라에는 2023년 기준 153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이중 5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9년에는 지금보다 약 5배 증가한 732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 전망을 별도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무엇으로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는 중요한 이슈다. 앞서 언급했듯이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AI 활용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전라남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SK가 울산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곳의 전력공급원은 원자력발전소 1기 규모에 맞먹는 LNG열병합발전소다. 수도권이 아닌 울산에 데이터센터가 설립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필요로 하는 전력을 화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결국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효율성을 개선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원이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 AI를 사용할수록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이 증가하게 되어 AI 활용 효과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AI 산업의 확대에 따라 필요해지는 전력은 재생에너지 혹은 최소한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AI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다.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인 효과를 압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막연하게 잘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냉철한 판단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새정부 공약 중 하나인 'AI중심 산업정책' 역시 충분한 논의와 철저한 준비, 공감대 형성을 통해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조용성

[1명] (현재부서) ▲ 김명진(경영지원처) [4명] (현재부서) ▲ 박정원(기획조정실) ▲ 오정석(안전연구실) ▲ 이강훈(검사지원처) ▲ 허봉구(산업시설진단처) [7명] (현재부서) (행정-1명)▲ 정연규(감사실) (기술-6명) ▲ 강운성(수소안전정책처) ▲ 곽은성(안전기준처) ▲ 김완구(재난안전처) ▲ 김현준(산업시설진단처) ▲ 안정진(시험검사처) ▲ 이용희(수소안전검사처)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ATS 15% 상한 목전…규제냐, 유연화냐

출범 100일을 넘긴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하루 거래량이 전체 증시의 15%를 넘었고,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30% 가까이 차지했다. 일부 종목에서는 코스피보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외국인 비중 역시 두 달 만에 2%에서 9% 가까이 급등하며 투자자 저변이 넓어졌다. 넥스트레이드는 수수료 인하와 빠른 체결, 유연한 주문 시스템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 일종의 '시장 구조 실험'이었다. 출범 초기만 해도 유동성 부족과 외국인 소극적인 참여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몇 달 만에 '성장 속도가 제도적 한계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현행법상 ATS는 6개월간 일평균 전체 거래량의 15%, 종목별로는 30% 이상을 넘길 수 없다. 이를 넘기지 않으려면 넥스트레이드는 자발적으로 거래를 제한하거나 일부 종목의 매매를 중단해야 한다. “법을 지키려면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게 운영사 입장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선 규제 완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점유율 상승은 플랫폼의 효율성이 입증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거래가 자연스럽게 몰리고 있다면 굳이 제도적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다. 특히 오는 10월 2차 오픈을 통해 외국계 증권사의 본격 참여가 예정된 만큼 규제 설계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넥스트레이드는 아직 가격 발견 기능이 제한적이며 공시 연계나 시장 감시 체계에서도 본시장 대비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 점유율이 과도하게 늘 경우 기존 거래소 기능의 약화나 정보 비대칭 확대, 변동성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는 시장의 속도를 늦추는 장치다. 그러나 제도 설계 자체가 '성장을 억제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넥스트레이드는 금융당국이 인가해 14개 증권사와 외국인 투자자가 이미 참여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그 실험이 예정보다 빠르게 성과를 냈다고 해서 '성공했으니 멈추자'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무조건 풀거나 고수하자는 이분법이 아니다. 투명성 확보, 감시 체계 정비,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전제로 한 '유연한 조정'이 가능해야 한다. 제도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진화를 수용하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성공한 실험'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것이 아니라 그 성장을 제도 안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다. 규제를 통한 통제보다 규제를 통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신세계그룹 사전 상속 모델로 본 중소·중견 기업의 상속 전략은?

지난 4월 30일 이명희 신세계 총괄 회장이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보유하였던 (주)신세계 주식 10% 전량을 증여하면서 2006년부터 시작한 신세계그룹의 사전 상속이 마무리됐다.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이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주)신세계 주식을 63만 주를 증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6년 정용진 회장과 이마트 주식과 맞교환하고, 2020년 이명희 총괄회장이 80만 주를 증여하여, 다른 주주의 간섭없이 신세계 최대 주주로 기업 소유에 따른 책임 경영을 하게 되었다. 신세계그룹은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지 32년 만에 본격적인 이마트 정용진과 신세계 정유경으로 남매 각자 경영 체제로 추후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의 사망 후에도 타 그룹과 달리 그룹 내 상속 분쟁과 상속세 납부 부담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예상한다. 우리나라 상속·증여 세율은 30억 원 초과하면 50%로 대기업 일가는 상속·증여 주식에 대하여 20% 할증 평가를 적용하면 실제는 60% 이상이고, 상장주식 양도 소득세율도 지방세 포함 22%로 주식 양도 금액은 상속재산으로 남아 다시 과세하여 두 번만 상속하면 국유화된다는 세계 최고 세율 논란이 있다. 삼성그룹과 같이 기업주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사망하여 일시 고평가한 보유 주식으로 상속하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하여 보유 주식이나 계열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신세계 그룹의 이번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상속은 기업주가 생존할 때 주식이 저 평가된 시기에 세금 납부 재원 마련 여부에 따라 양도세는 양도자 정유경회장이 부담하고 증여세는 수증자인 상속인 부담을 효과적으로 선택하여 생전에 각자 소유와 책임 경영으로 안정적인 가업 승계를 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 차명 비자금과 주식을 이용한 편법·부당한 상속과 경영권 승계 방법은 2008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 폭로로 시작한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마침표를 사실상 찍었다. 그럼,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은 어떻게 가업승계를 하여야 할까? 생전에는 창업할 때 명의신탁한 주식을 환원하고, 가업상속 대상 주식은 상속인에게 미리 사전 증여하여 상속인 사이의 분쟁과 부담을 덜어주며, 사후에는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아 안정적으로 중소·중견 기업의 소유와 경영권을 확보하여야 한다. 과거 상법상 발기인 규정으로 인해 법인 설립할 때 부득이하게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올렸으나, 장기간 경과되어 이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세금 부담 등을 염려하여 실제 소유자 명의로 환원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다. 가업 승계를 원하는 기업주는 생전에 국세청이 2014년부터 시행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명의신탁 주식 실제 소유자 확인 제도'를 이용하여 간소한 절차로 명의신탁 주식을 환원하여야 한다. 국세청은 다소 증빙서류가 미비하더라도 복잡한 세무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청 서류와 국세청 보유 자료 등을 활용하여 간소한 절차로 명의신탁 주식 환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가업을 물려받을 자녀가 계획적으로 사전 상속할 수 있도록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이용하여 상속세 신고할 때는 합산하여 정산하지만, 10%(120억 원 초과분은 20%) 저율의 주식 증여세율을 이용하여 주식을 먼저 증여해 줄 수 있다. 중소 기업인의 사후 가업 상속인 자녀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중소 기업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공제 를 하여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된다. 가업승계 대상 기업은 연매출액 5천억 원 미만으로 기업주의 지분은 40% 이상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상속인은 사후 관리로 상속인이 대표이사를 3년 이내 취임하고 고용인원을 5년 통산 90% 이상 유지하며 가업용 자산을 40% 이상 처분하면 안 된다. 가업승계 전문 세무사에게 컨설팅 받을 수도 있지만, 국세청에 중소·중견 기업인은 홈택스 등을 통해 '가업승계 컨설팅'을 신청할 수 있으며, 수출 기업과 장수 기업은 우선 컨설팅 지원하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소·중견 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는 국민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박영범

[EE칼럼] 에너지 민주주의 2.0: 소비자가 전기를 선택하는 시대

한때 사회적 화두였던 '에너지 민주주의'는 더 이상 한국전력이 대량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받아 쓰는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크게 늘었고, 이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민주주의 이념이 구현된 중요한 변화로 평가받았다. 이를 '에너지 민주주의 1.0'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상 뒤에 숨은 현실이 하나둘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해 의무 구매제도(RPS 등)를 운영해 왔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분산형 전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전력 도매가격(SMP) 외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까지 팔아 이중으로 수익을 취했다. 문제는 이 비용이 고스란히 전기요금 청구서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이 산하 발전 공기업이 구입한 REC 비용을 전액 정산해 주는데, 그 규모가 최근 연간 3조 원을 넘었다. 이런 비용이 누적되며 한국전력의 부채는 200조 원을 넘었다. 2021년 새로 생긴 '기후환경요금'은 단기간에 킬로와트시(kWh) 당 5.3원에서 9원으로 급등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분산형 에너지 생산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지원 정책은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동일 비용을 부담해 재생에너지를 간접 지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가정과 기업이 원하는 에너지원과 요금제를 직접 선택하고, 그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에너지원별 차등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일부 선진국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다양한 '녹색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가정용 전력 소비자에게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24년 여름, 41명의 소비자가 “우리 집 콘센트에도 녹색 전기를 선택할 기본권을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은 전기 요금제 선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너지 민주주의 1.0'이 “누구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생산 측면의 민주화였다면, '에너지 민주주의 2.0'은 “누구나 원하는 전기를 소비할 수 있다"는 소비 측면의 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전력 소비 부문 시장 개방과 경쟁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한국전력이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구조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봉쇄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전기 판매자가 서로 경쟁하며 각기 다른 요금제와 에너지 믹스를 제시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기사업법 개정과 소매 요금 자유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둘째, 에너지원별 차등 요금제 설계가 필요하다. 전기 판매자는 원전, 석탄, 가스,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 단가와 전력 시설 추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차등 요금제를 설계해야 한다. 이후 가정과 기업이 각자의 이념과 경제적 상황 등에 맞춰 선호하는 전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요금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전력 공급원 추적 시스템 구축과 함께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에 따른 제반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장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가 오히려 에너지 복지의 후퇴나 새로운 불평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취약 계층에 일정 수준의 기본 전력은 보조하면서, 선택권의 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에너지 민주주의 2.0은 단순히 요금제를 다양화하는 수준을 넘어 전력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전기를 직접 선택하는 진정한 에너지 주권의 시대.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우리는 또 다른 왜곡과 불균형을 감당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이 소비자 중심의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때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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