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를 가다⑩] “지하화를 왜?” 시큰둥한 도봉···창동은 기대감↑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이 만나는 도봉산역은 서울시 '철도지하화' 작업의 출발점이다. 서울 끝자락에 위치해 주거지보다는 관광지 느낌이 강하다. 이 곳부터 경원선을 따라 내려가는 도봉역·방학역 인근은 지상 철로를 지하에 묻어야 할 요인이 부족해 보였다. 유동인구가 적은데다 철로와 함께 뻗어있는 6차선 도로가 이미 '자연장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 밀집 지역인 창동역 근처 주민들은 거주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4일 오후 찾은 도봉산역은 한산했다. 몇몇 등산객이 보일 뿐이었다. 역 인근에는 도봉휴한신아파트(2678가구) 정도를 제외하면 주택이 많지 않다. 상권도 대부분 등산로를 위주로 형성됐다. 이 곳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주말이 아니면 사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1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앞에 왕복 6차선 도로가 보였다. 철로가 없었다 해도 이 도로가 동·서 교류를 막는 벽처럼 작용했을 듯하다. 그나마 동쪽은 대부분 공원으로 조성됐다. 서쪽 등산로를 이용하는 이들이 동쪽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비용을 투입해 지상 철로를 없앨 이유가 거의 없어 보였다. 큰 도로를 따라 도봉역~방학역으로 가는 곳 분위기도 대부분 비슷했다. 철로와 도로가 같은 방향으로 뻗어있다. 심지어 고가철도라 차나 보행자의 통행도 원활했다. 방학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동·서 지역이 크고 작은 주택가로 조성됐다. 철로를 없앤다 해도 주변 경관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만나본 몇몇 주민들은 시가 철도지하화 작업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도 잘 몰랐다. 방학역부터 창동역으로 가는 길은 상황이 다르다. 도로는 쌍문동쪽으로 가고 철로는 주택밀집지역을 향한다. 방학동, 쌍문동, 창동 등 인구도 많아 지하철역이 붐볐다. 대로를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늘어섰다. 창동역 바로 앞에서는 도시개발구역 공사가 한창이었다. 근처에는 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 곳 사람들은 주거환경 개선과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창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B씨는 “지상으로 지나는 철로를 완전히 봉쇄하고 주민들이나 차량은 지하차도로 다니고 있다"며 “(지하차도에)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등은 없어 다니기 불편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녹지 시설이 부족한 편인데 철로 대신 공원이 들어선다면 집값이 오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산아이파크아파트(2061가구) 주민들은 창동현대아이파크2·4차(각 705·202가구), 창동쌍용아파트(1352가구), 동아청솔아파트(1981가구) 등과 생활권을 공유하지만 지하차도로 다니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아파트 정문 앞 지하차도로 차량 통행이 몰린다는 단점도 있다. 북한산아이파크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철도가) 없어지면 분명 큰 호재"라면서도 “(지하화 계획 발표 이후) 거래가나 호가가 오르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창동역 상권은 철로를 고가에 올린 덕분에 1층에 비교적 효율적으로 형성돼 있다. 1·4호선이 교차하고 생활 편의 인프라가 많아 유동인구도 넘쳤다. 아파트가 워낙 많아 수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없어지는 역사 자리에 추가적인 시설이 들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 작업이 도시 경쟁력 향상 및 균형 발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 시내) 모든 지상 철로를 지하화할 것이냐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철로를 가다⑨]망우리의 변신은 무죄…동북권 ‘핫플’ 된다

“망우리는 경기 구리와 남양주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관문이다. 현재도 대형 상업시설과 초고층 건물도 많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유명한 공동묘지가 있었던 곳이라 아직도 이미지가 좋지 않다. 철도 지하화 사업과 강북권 대개조가 제대로 진행되면 서울 동북권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망우역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이다. 망우역 일대는 서울 동북부 지역의 교통 요지이자 상권 중심지로 이미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고 있었다. 망우역은 경의중앙선·경춘선·KTX 강릉선 등이 운행 중이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도 들어설 예정이다. 망우역 인근은 지금도 고층 빌딩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동부권 대표적 부심 지역이다. 유동인구 약 18만의 유통·문화 복합공간이자 부동산 업계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서울 역세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홈플러스·코스트코 등의 대형마트와 엔터식스 등 상업시설이 대거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공동묘지로 워낙 알려져 있어 여전히 지역 이미지에 어두운 그림자가 끼어 있다는 것이다. 베드타운화도 가속화하고 있었다. 지역이 자급자족적인 형태로 가기 위해서는 생산, 소비, 주거 기능이 한데 어울려야 하는데 일자리와 문화시설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철도 지하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서자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망우역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강북 대개조로 인한 복합개발 대상지(신내차량기지 등)들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철도 소음과 진동, 지역간 단절을 해소해 주민들의 삶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바램도 컸다. 기자와 만난 40대 주민 A씨는 “망우역 인근이 초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서며 발전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망우리 하면 공동묘지부터 떠올린다"며 “철도지하화로 역 부지가 복합개발되고 철로가 공원이 되면 서울시의 강북대개조 사업과 맞물려 전혀 새로운 주거, 상업, 문화 복합 중심지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망우역 일대는 지상 철로로 인해 소음이 상당하다. 방음벽이 설치됐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간 단절도 심각한 만큼 철로가 지하화한다면 주민들의 삶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망우역 인근 상봉터미널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철도 지하화까지 추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바라는 이들도 많았다. 상봉터미널 개발은 상봉재정비촉진9구역에 포함된 사업으로 포스코이앤씨가 지하 8층~지상 49층, 5개 동 규모로 짓는 공동주택 단지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전용면적 39~118㎡, 총 999가구 규모로 공동주택은 12월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인근 상봉역에서는 'GTX 상봉역 복합환승센터'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도심항공교통(UAM)과 간선버스 등을 환승할 수 있는 시설로, 지상 최고 19층, 연면적 21만 8000여㎡ 규모로 조성될 전망이다. GTX 상봉역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면 동북권 교통 허브의 위상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과거 청량리, 성수, 용산 등 현재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곳의 과거 개발 흐름과 유사한 만큼 상봉, 망우역 일대가 동북권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량리는 과거 낙후된 주택과 유흥가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상복합단지와 복합환승센터 개발 호재 등이 겹치며 정주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성수는 공장 지대와 노후 주택가로 대표되던 지역이었으나, 마찬가치로 고층 주거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부촌으로 탈바꿈했다. 용산 역시 미군 부대와 낡은 시설들로 인해 침체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대규모 개발 호재가 속속 나오면서 서울의 새로운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회의적인 시각도 없진 않았다. 주민 C씨는 “경춘선(망우역~신내역) 구간이 철도지하화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요가 적은 노선이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민 D씨 역시 “망우역 전동열차들이 배차간격이 긴 만큼 철도지하화보다는 증차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철로를 가다⑧]쇠락한 청량리의 변신…동북권 신도심 된다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내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성공할 경우 거주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도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절된 도시가 이어지고 소외된 곳들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관건이다. 철도 지하화 주요 거점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반응과 실태, 예상되는 개발 효과와 풀어야할 숙제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청량리는 여러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고 버스환성센터도 있어 동북권 교통의 요지로 꼽힌다. 하지만 청량리는 머물고 싶은 공간보다는 단순히 거쳐가는 공간이란 인식이 강하다. 철도 지하화 사업과 일대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동북권 경제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오전 청량리역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이다. 청량리역 일대는 서울 동북부 지역의 교통 요지이자 상권 중심지로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청량리역은 현재 지하철 1호선·수인분당선·경의중앙선·경춘선·KTX 강릉선·중앙선 등 6개 노선이 운행 중이며, 향후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B 노선(송도-마석), GTX-C 노선(덕정-수원), 면목선(청량리-신내동), 강북횡단선(청량리-목동) 등 4개 노선 신설이 예정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청량리역은 하루 평균 약 15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약 3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청량리역 일대가 머물고 싶은 곳보다는 거쳐가는 공간이란 인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현재 청량리역 상권은 롯데백화점 청량리역점과 맞은편 경동시장·농수산물시장 같은 전통시장이 전부였다. 역 주변은 정비사업 추진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상권이 쇠락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청량리역과 주변 철로 등 철도 지하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서면서 주변 상인들이나 주민들의 기대가 매우 컸다. 철로를 공원화하는 한편 역부지를 복합개발할 경우 유동인구를 크게 늘릴 수 있고, 무엇보다 철도로 인한 소음과 진동, 지역간 단절을 해소해 주민들의 삶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청량리역에서 만난 40대 주민 A씨는 “청량리가 교통이 좋고 경동시장과 농수산물시장 같은 큰 전통시장이 있어 생활 인프라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동북권 대표주자라는 인식을 감안했을 때 상권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50대 주민 B씨도 “청량리역사를 봐도 동서 간의 격차가 있고 문화도 다르다. 지상 철도가 지역을 단절시키고 있다"며 “철도지하화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청량리역 일대 철도지하화는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역 일대는 그동안 노후 주택과 전통 시장, 성매매업소 밀집 지역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서 부동산 시장에서 저평가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는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들로 탈바꿈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지운지 오래다. 대표적인 단지들로는 △주상복합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최고 65층·1425가구) △주상복합 '청량리역 한양수자인그라시엘'(최고 59층·1152가구) △아파트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최고 40층·220가구) 등이 있다. 청량리역 일대 인근 정비사업들도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청량리6구역(GS건설), 7·8구역(롯데건설), 제기4구역(현대건설), 6구역(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구역에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미주아파트와 전농9·12구역에서도 재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며 지역의 주거환경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량리역 일대는 이미 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하철뿐 아니라 광역 교통 중심지로 기능하면서 철도지하화가 이뤄지면 도심과 연결된 새로운 생활 거점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재개발 구역과 철도 지하화 상부 개발이 시너지를 내며 청량리 일대는 중대형 상업 시설과 주거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는 평가다. 여러 노선을 지하화하기 때문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고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은 물론 기존의 선로 등 기반시설이나 역사 등 운영시설 축소로 인해 이용객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청량리는 여러 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지하화하는데는 엄청난 기술력과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철로를 가다⑦] 용산공원 업은 서빙고역…제2의 ‘성수동’ 되나

“서빙고동은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라 서울 내 '핫플레이스'들과는 다르게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지하화되고 용산공원 반환부지가 개발되면 지역 내 상권이 생기고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성수동과 같이 '젊음의 거리'가 될 수 있다."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앞에서 만난 한 지역 주민의 말이다. 서울숲 개발이 성동구 성수동을 서울 중심 상권으로 만들었듯, 용산공원 반환부지 개발과 서빙고역 지하화가 서빙고동을 도시 내 중심지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이날 찾아가 본 서빙고역 일대는 현재 서울 내 그 어느 지역보다도 조용한 주거지였다. 역 주변에는 카페, 식당 등 몇몇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지만 평일 오후임을 감안해도 여타 상권과 비교하면 인적이 드물어 한산할 정도였다. 그러나 서빙고역 일대는 '서울의 중심'인 용산역과 바로 인접해 있어 입지가 매우 좋다. 특히 철로 지하화의 중심지다. 철도 노선을 보면 서빙고역을 중심으로 크게 서울시의 지하화 사업 대상인 경부선 일대 34.7㎞와 경원선 일대 32.9㎞로 나뉜다. 여기에 더해 용산 미군기지 부지 반환으로 정부가 2020년 부분 개방한 용산공원 반환부지가 1번 출구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서빙고역은 1·2번 출구로 나뉘는데, 1번 출구 앞에는 대로변이 위치해 지상철도 소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1번 출구 인근 한 상인은 “지상철도 소음이 거슬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상권이 조성돼있지 않아 방문객들은 지역 주민들뿐이다. 서빙고역 지하화와 용산공원 반환부지 개발이 빨리 이뤄져 상권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가 위치한 2번 출구 방면은 조용한 지역 환경 때문에 지상철도 소음이 더욱 두드러졌다. 2번 출구 방면이 철도 지하화에 따른 소음·진동 감소 등 수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볼 것으로 여겨졌다. 현재 지상 높이 위치한 서빙고역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빙고역에서 만난 승객들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는데 역사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스컬레이터도 어디에 있는 지 보이지 않았고 노인 및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한 대씩만 설치돼 있어 쉽게 찾기 어렵고 이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만난 70대 서빙고역 이용객은 “서빙고역 인근에 오랫동안 거주했는데, 동네가 조용하기 때문에 지상철도 소음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며 “무엇보다 역을 이용할 때 계단을 오르는 것이 불편해 하루빨리 지하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향후 서빙고역이 지하화된다면 재건축 사업과 맞물려 지역 내 아파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서빙고역 2번 출구와 이어지는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는 지난 8월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 사업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신동아아파트 95㎡는 다음달인 9월 28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전 최고가는 6월 기록된 25억8000만원이었다. 서빙고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서빙고역과 붙어있는 신동아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확정되면서 가치가 많이 올랐는데, 철도지하화 사업이 진행되며 주변에 대형 상권이 조성된다면 지역 가치는 더욱 오를 것"이라며 “서울 내 중심지인 용산구에 위치해 향후 대형 상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철도지하화와 용산공원 반환부지 개발은 상권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철로를 가다⑥] “노량진역 또 달라진다” 기대 반 우려 반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은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철도가 운행된 곳이다. 과거에는 영등포의 대체 지역 느낌이 강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노량진수산시장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특색을 지니며 발전했다. 현재는 경부선 철도와 함께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이 조성돼 있다. 21일 노량진역 인근을 찾아 주민·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철도지하화 소식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지하철역 공사, 수산시장 현대화 등 대규모 공사를 자주 경험한 만큼 변화에 대한 거부감은 많지 않아 보였다. 역 남북을 단절시키는 철로가 없어진다 해도 올림픽대로가 또 하나의 '벽'처럼 자리 잡아 발전에는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수산시장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다는 A씨는 “지상 철도가 없어지면 역 반대쪽에서 이쪽으로 오는 게 확실히 쉬워진다"며 “이곳 사람들도 역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하는 일이 많아 불편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노량진역에 내려 철로 위쪽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1호선 9번출구 하나 뿐이다. 곳곳에 연결 통로가 조성돼있긴 하나 환경이 열악하다. 수산시장 옆에는 축구장과 야구장이 크게 자리잡았다. 지하화 이후 역 상부지역을 개발할 경우 이쪽 지역과 연계해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노량진 학원가 쪽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철도지하화는) 십년 전에도 그 전에도 나왔던 얘기"라며 “한강 공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쪽(북쪽)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듣고 나니 철도를 가리기 위해 조성된 벽이 올림픽대로 소음과 매연을 막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량진이 서울 시내에서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대규모 학원가가 있어 젊은 인구가 몰리는 곳이다. '컵밥 거리' 등이 조성돼있고 다른 상가들도 소규모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대가 바뀌며 '공무원 시험 열풍' 등이 사라진 탓에 유동인구는 십여년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노들역 쪽 한강 변으로는 래미안트윈파크아파트(523가구) 등이 자리잡았고 일부 아파트 공사도 진행 중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노들나루공원, 사육신역사공원 등 꽤 큰 규모 녹지를 끼고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철로가 지나던 자리를 공원으로 조성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으로 관측된다. 노량진이 '중심 지역'이라는 점도 변수다. 여의도와 영등포가 워낙 가깝다보니 오히려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이 들어설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량진역 입구에서는 63빌딩이 바로 보인다. 지하철로 이동하면 여의도역까지 5분 내에 갈 수 있다. 영등포역 역시 1호선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 인근 영등포역에는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이 들어섰다. 여의도에 있는 더 현대 서울은 20·30대 발길을 잡으며 여의도 상권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교통 상황도 여의치 않다. 남쪽으로 뻗은 장승배기로와 철로와 같은 방향으로 난 도로 폭이 좁은 편이라 더 많은 유동인구를 수용하기 불편할 듯하다. 올림픽대로 나들목도 노량진역 바로 위에 만들어져 있어 추가적인 공사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노량진역보다 인근 1호선이 지나는 대방역이 오히려 철도지하화 수혜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교가 있어 일찍부터 여의도 '관문' 이미지가 강했음에도 지상 철로 탓에 발전에 제약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노량진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철도가 없어지면) 거주환경이 좋아지긴 할테지만 역 근처는 대단지 아파트가 없고 오래된 상가도 너무 밀집해 발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철로를 가다⑤] 소음·분진 없어질 영등포…서울 ‘3핵’ 도약하나

“철로를 없앤다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상가가 이미 포화상태인데 더 생길 이유가 있을까요?" 서울 영등포역 지하상가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A씨의 말이다. 18일 만나본 영등포역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철도 지하화 계획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 많았다. 이미 특색 있는 상권이 자리를 잡은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무관심했다. 거주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당장 집값이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영등포역은 경부선 철도와 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서울 서남권 중심지다.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열어 국내 최초 민자역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서울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입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땅 아래에는 4개의 지하상가가 교차한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이 밀집해 현대적인 분위기도 풍긴다. 이 때문에 철도가 지상에 있다는 게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6번 출구쪽에서 바라보면 영등포역이라는 글자가 롯데백화점 간판과 같은 크기로 보인다. 밖에서는 철로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1호선 이용객 B씨는 “(철도가 지상에 있어)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상인들은 서울시의 철도 지하화 계획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영등포역이 바뀌게 된다는 얘기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유동인구가 더 많은 신도림역(지하철 1·2호선 교차)이 인근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영등포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신세계가 타임스퀘어쪽을 발전시켜 사람들 발길을 모으자 롯데가 백화점을 현대화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라며 “지하철과 철도가 지하로 간다 해도 그 자리에 다른 사업자가 뛰어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안산선 환승이 예정돼 사람들 발길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신안산선 복선전철은 지하 40m 이하 대심도에 건설해 최대 110km/h로 운행하는 광역철도다.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빠르게 접근하는데, 1호선 환승객들은 영등포역을 이용할 예정이다. 남쪽 영등포본동 쪽에 형성된 주택가는 철도 지하화에 따른 수혜를 어느 정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차가 다니며 생기는 소음·분진 등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장점이 부각될 전망이다. 철로 부지가 공원이 될 경우 영등포역 바로 옆에 있는 6만1544㎡ 규모 영등포공원와 연결돼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아직 '영등포 푸르지오'(2462가구), '영등포 아트자이'(836가구) 등 주변 대단지 아파트 호가는 아직 움직이지 철도 지하화가 워낙 오래 걸리는 사업인데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큰 탓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만한 변수는 시가 추진하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이다. 시는 세계 5위권 도시 도약을 위해 영등포·여의도 지역을 도심·강남과 함께 '3핵(核)'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특히 영등포를 국제업무중심지로 육성하는 동시에 경기권과 연결성을 강화하는 교통 요지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철로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세권은 점인데 철로는 선이다. (철도 지하화는) 점을 개발한 수익으로 나머지 선들을 묻어야 되는 것"이라며 “돈 뿐 아니라 선로의 경사 등을 고려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 계획안이 나오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등포역 인근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당장 변화를 예상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철로를 가다④] 철도가 망친 서울역 일대…‘최중심부’ 명성 되찾는다

“서울역 지상철도가 지하화 된다면 KTX와 지하철을 갈아타기가 한결 편해질 것 같다. 또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없이 단절된 만리재 쪽과 남대문 지역이 연결된다면 쇠퇴해가고 있는 지역 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 14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철도 지하화 계획대로 서울역 및 인근 철로가 지하화된다면 서울의 최중심부인데도 불구하고 철도로 인해 이상하게 변해버린 지역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실제 이날 찾아가 본 서울역 일대는 지상철도로 인한 통행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하철 1호선 또는 4호선 서울역에서 내린 후 KTX를 타려면 역사 내에서 5분가량 이동해 지상에 위치한 역사로 한참을 이동해야 한다. 또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할 경우 카드를 찍고 역 밖으로 나가 6분 정도 도보 후 경의중앙선 서울역에서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경의중앙선 이용객 A씨는 “다른 역의 경우 지하철 호선 환승 시 역 내부에서 편하게 할 수 있지만, 서울역에서 경의중앙선을 갈아타려면 역사 밖으로 나와 한참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매번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역 일대는 서울역과 철로에 의해 분리되면서 코 앞인데도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등 '지역간 단절 효과'가 어느 곳보다도 심각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예컨대 보행자가 서울역 정면에서 만리재로 방면으로 이동하려면 고가도로를 오르거나 계단으로 서울역사로 올라왔다가 반대편으로 내려가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날 만난 한 서울역 이용객은 “서울역에 올 일이 많은데 고가도로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든데다 서울역사를 가로지르는 것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편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상에서 거대한 면적을 차지하고 지역을 둘로 가르는 서울역의 존재는 주변 상권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서울역 뒤편에 위치한 만리재로 상권은 평일 오후임을 감안해도 일부 식당 외에는 인적이 드물어 조용했다. 이 곳은 기차역과 지하철역이 함께 있어 평일에도 유동인구가 많으며, 정면에는 수많은 대기업 본사가 있음에도 서울역에 가로 막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이 된 것이다. 또 동자동 일대 등 일부 '기찻길 옆' 지역은 소음 등 공해가 심각한데다 개발에서 외면돼 서울 최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슬럼화'된 상태다. 이곳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서울역 지하화가 진행돼 주변 도보 보행이 한층 편리해진다면 인근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사업과 맞물려 만리재로 일대가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역 뒤편인 만리재로 인근 중구 봉래동2가 일대 2만9093.4㎡ 면적 공터에 최고 39층 높이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달 첫 삽을 뜬 개발사업은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철도 유휴부지에 업무시설(42.3%), 오피스텔(29.8%), 판매시설(11.3%), 숙박시설(9.5%), 마이스·MICE(7.1%) 등이 들어서게 된다. 강북권 최초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 컨벤션 시설로 조정돼 '강북의 코엑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인근의 한 상인은 “철도 지하화가 맞물리게 된다면 서울역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만리재로가 서울 내 중심 상권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만리동에 위치한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사업과 철도 지하화는 갑자기 나온 뉴스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사업이 진행돼야 주변 부동산가격에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향후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동이 편해지고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늘며 만리재로 또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서울역 및 일대 철도의 지하화가 큰 시너지 효과를 내 현재 서울 도심의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인근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역과 가까운 마포구, 용산구 일대, 북서쪽 청파동·만리동 지역, 서대문 방면 철로 주변 지역, 숙대 앞에서 한강로2가까지 이어지는 청파로 일대 등도 철로 지하화·공원화로 인해 유동인구 증가 및 환경 개선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철도지하화 사업에는 지자체 및 정부 국비가 투입될 수 없어 개발수익이나 민간자본으로만 진행해야 하는데, 마침 서울역 뒤편에 북부 역세권 개발사업과 같은 대규모 공사가 겹치면서 두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같은 지역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두 사업이 연계를 통해 제대로 된 동선처리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도 지하화 및 복합단지 사업이 주변 상권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철도와 토지 부분 이용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이뤄지며 지역 및 주변 상권 활성화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철로를 가다③]“‘59년 왕십리’?…철도지하화로 제2의 여의도 노린다”

가수 김흥국의 노래 '59년 왕십리'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왕십리. 노래 제목처럼 왕십리는 한동안 4대문안 도심이나 신흥 지역인 여의도, 강남 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지형적으로 북쪽의 북한산, 동쪽의 아차산, 남쪽의 관악산으로 둘러 쌓인 서울 분지의 한 가운데 위치한 요지다. 하지만 600여년 전 조선초 궁궐터가 될 기회를 놓친 이후 상인, 군인 등 중인층들이 주로 사는 '2등 지역'의 설움을 겪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울 교통의 중심지가 됐고 성수동 등 일부 지역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현재 지역을 두 동강내 교통-물류-유동인구의 흐름을 막고 있는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도시의 핵심 업무 지구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기대감에 설레이고 있었다. 11일 오전 찾아간 왕십리역 일대. 이 곳은 이미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고 지하철 2호선·5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등 4개 철도가 지나며 GTX-C(덕정~수원)·동북선(중계동 은행사거리~왕십리역)까지 개통 예정인 핵심 요지였다. 문제는 지상철도 구간으로 인해 심각한 교통 혼잡 등 지역간 단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철도가 지하화되면 도로가 확장되거나 개선되어 차량 흐름이 원활해지고, 도심 내 교통 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역 단절 및 진동, 소음 피해 등도 성동구 주민의 오랜 민원이었다. 이날 왕십리역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왕십리역은 여러 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철도 소음과 진동이 상당하다"며 “철도지하화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미 성동구청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활용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성동구의 지상철도 구간은 옥수에서 왕십리를 지나 청계천까지의 경의중앙선 4.4km다. 마장축산물시장 일대, 왕십리역 일대, 응봉역 일대다. 마장축산물시장 일대 구간의 경우 왕십리-청량리를 오가는데, 마장축산물시장과 연계돼 발전 가능성이 높다. 왕십리역 일대는 현재도 광역 철도 교통의 중심지이며, 응봉역 일대는 응봉산을 배후로 한강을 마주보는 배산임수의 지역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 구 관계자는 “서울에서 가장 긴 수변을 접하고 있는 물의 도시"라며 “중랑천 및 한강변에 위치한 경의중앙선 지상부 개발은 일대 경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툭히 구와 주민들은 현재 추진 중인 왕십리역 일대 국제 비즈니스허브 조성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여의도를 능가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왕십리역 일대 철도지하화 상부공간에 숲과 공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현재 성동구청·성동구의회·성동경찰서가 있는 곳에는 상업·업무 공간을 확충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왕십리역 근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왕십리 일대는 50층 건축이 가능한 역세권 일반상업지역으로 앞으로 여의도 같은 고층 건물들이 들어 설 수 있다"라며 “왕십리역 일대 철도지하화 사업은 비즈니스허브 조성 사업과 함께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왕십리역은 향후 6개 노선이 지나갈 예정이고 개발사업도 여러 개발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인구유입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여의도를 넘는 서울의 핵심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왕십리역을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한양대, 한양여대 학생들은 그동안 지상철도 역사 특성상 탑승을 위해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한 한양대 재학생은 “왕십리역은 한양대 먹자골목과 연결될 만큼 한양대와 가깝다. 그래서 왕십리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매우 힘들었다"며 “철도지하화가 되면 주변 미관 개선은 물론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등교도 편리해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주변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성동구 일대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 1-4구역, 행당7구역, 신당8·10구역, 응봉1구역, 모아타운 1·2·3차, 용답재개발사업 등 각종 도시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왕십리역은 교통 요충지로 철도지하화로 인한 변화는 주변 지역 개발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철도 지하화와 연계된 상부개발이 완성되면 주변 재개발 추진 지역들과 함께 왕십리 역세권 개발 사업으로 부동산 가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여러 노선을 지하화하기 때문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고난도의 공사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왕십리역 5호선 노선이 지하 약 30m의 중심도에 있으며 동북선과 GTX-C노선도 착공된 상황이다. 여기에 지하화 계획을 수립한다면 지하화 노선의 심도는 60m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은 물론 기존의 선로 등 기반시설이나 역사 등 운영시설 축소로 인해 이용객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왕십리역은 여러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대규모 재원 투입과 난공사가 예상된다. 착공시 운영시설 축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선호하지 않는 공사현장"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철로를 가다②] 쇠락한 ‘원조 핫플’ 신촌…철도지하화로 부활 노린다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로 들어가고 공원이 된다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경의선숲길 공원(연트럴파크) 때문에 홍대 앞에 빼앗긴 '핫플레이스'의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의 말이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경원선 등 지상철도 전체 구간 지하화 계획에 대해 신촌역 일대 주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상인의 설명은 이랬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신촌 일대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젊음의 성지'였다. 연세대 앞쪽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일대는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 1순위였다. 이화여대 앞 거리는 한국의 패션과 뷰티를 선도했다. 하지만 2015년 '라이벌' 홍대 앞의 경의선 철로가 폐쇄되고 '연트럴파크'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철도로 인한 소음·진동이 사라지고 단절된 도로가 연결되고 걷기 편한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됐다. 단숨에 젊은이들의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당연히 최고의 '핫플' 지위는 홍대 앞으로 넘어갔다. 결국 신촌 일대 상권은 과거의 명성을 잃은 채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신촌역 일대 상권은 과거의 영광이 완전히 지워진 채 쇠락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들이 다수 보였고, 공실인 상가를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역 상권의 3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4%나 된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화된다는 소식이 들려 오자 인근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었다. 신촌역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의중앙선 철로와 역사는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 질러 연세대와 이화여대쪽 안산 일대와 서강대쪽 노고산 일대의 '분단'시켜왔다"면서 “지역 환경 개선은 물론 연트럴파크처럼 유동인구가 늘어나 지역 상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촌역을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연세대, 이화여대 학생들은 그동안 지상철도 역사 특성상 탑승을 위해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학교를 오가기 위해 철로 밑 굴다리를 지나가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신촌역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등교가 한층 편해질 것 같기는 하다"며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다. 매번 계단을 통해 역에 올라가거나 밤마다 굴다리 지나가는 것도 고충이다"고 말했다. 신촌역 앞쪽에는 오피스텔 상권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열차 소음 및 교통체증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철로 지하화로 인해 지상부가 공원화되고 역사가 업무·문화·상업 시설로의 복합개발이 이뤄진다면 보행환경 및 교통체증 개선으로 인해 역으로의 이동 동선이 편리해지고 주거 환경이 향상된다. 결국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청년층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증가해 신촌역 상권이 확장돼 상업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촌역 앞에 위치한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촌역 오피스텔 상권은 서울 대학가 중 월세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는 지역"며 “현재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지만, 철도화가 완료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신촌역 오피스텔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권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하화 사업 이후 공원이 조성되고 상권이 재개발된다면 제2의 '연트럴파크'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인근 주민들 또한 지하화 사업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C씨는 “역사 바로 앞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하철로 인한 소음에 시달려 왔다"며 “확실히 대학가 상권이 있는 곳이라 교통체증이 심한 편이라 지하화 사업이 완료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공원 및 새로운 상권이 생기면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며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물은 많이 남아 있다. 워낙 큰 공사로 대규모 재원 투입과 장시간 고난도의 공사가 불가피하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 교통 체증 등 불편도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철도지하화 특별법을 보면 이 사업은 개발수익 및 민간자본으로만 진행하게 돼있다. 즉 지자체 및 정부 국비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기존 철도 운행 기능은 유지하면서 지하화 공사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도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완료된다면 신촌이 다시 한 번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고 집값 상승 및 상권 부활도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에 드라마틱한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이 광대해 여러 사업자가 구간을 나눠 진행한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철로를 가다①] 용산역 일대, 철도뷰→파크뷰 된다…지하화에 ‘두근 두근’

“침체됐던 용산역 서부 지역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발전할 겁니다." (용산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달 31일 찾은 용산역 일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북적였다. 업무지구가 몰려있는 광장 쪽 1번출구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역이 철로 위에 있다 보니 밖으로 나가는 데 시간이 한참 소요된다. 건물 3층 이상 높이인데 에스컬레이터가 몇 개 없다. 이 때문에 인파가 뒤엉켜 눈살을 찌푸릴 광경도 간혹 연출됐다. 같은 시각 전자상가가 있는 서쪽 출구는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었다. 끊임없이 오가는 고속열차, 일반열차, 지하철 소리가 성가시게 들려올 뿐이다. 기차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고음은 유독 신경을 자극했다. 3번출구 쪽에 꽤 큰 호텔이 있음에도 지나다니는 길이 삭막하게 느껴졌다. 용산역은 주요 지하철과 KTX·ITX 등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유동인구가 많고 출퇴근길이 붐빈다. 대형 쇼핑몰인 아이파크몰도 들어서 있다. 대부분 시설은 복선 기찻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 공간 위에 조성돼 있다. 이 때문에 이동이 불편하고 양쪽은 단절돼 있다. 주민들 역시 불편을 겪고 있다. 철로가 워낙 많아 미관상 좋지 않은데다 소음·분진 등에도 시달려야 한다. 한강대교로 이어지는 대교 통행량도 많은 편이다. 삼각지역, 남영역,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라인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 시장에서는 서울시 '철도 지하화' 작업이 순항할 경우 용산역 인근 동·서 균형발전과 집값 상승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코레일이 정비창으로 쓰던 용산역 뒤편 49만5000㎡ 부지를 세계 최대 규모 수직도시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혐오시설'인 지상철도가 사라지면 토지 분양이나 글로벌 기업 유치 등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자상가 근처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초고층 건물과 함께 공사가 진행되고 나면 이쪽(서쪽) 지역 가치가 확실히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용산역 동쪽으로 들어선 대규모 업무·상업지구가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후화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롭게 고층빌딩을 올리는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도 “용산역 1층에 상가가 생기고 여기에 '핫한' 브랜드가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아이파크몰도 (방문객이 늘어나는) 혜택을 함께 누리고 서쪽 지역도 크게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구는 상부 부지 개발 구상안을 마련해 시에 전달한 상태다. 서울역부터 한강철교까지 경부선 구간을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글로벌 업무벨트'로 육성한다는 게 골자다. 한남역쪽으로 가는 경원선은 용산공원과 연결되는 녹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다만 주민들은 경부선 라인을 '연트럴파크'처럼 꾸미길 바란다고 전해진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을 고르며 '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철도뷰'가 '파크뷰'로 바뀌면 집값 상승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시의 철도 지하화 발표 이후 당장 달라진 점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이상을 바라봐야 하는 장기 공사인데다 현실화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물로 내놓은 집 호가를 올린 사례도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원효대교 북단 등 지역에서 최근 이슈를 들어 투자자를 유혹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모습이다. 상업·업무지구가 더 커질 경우 교통체계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철도를 지하화해도 이용객 수는 꾸준할텐데 여기에 초고층 건물 등이 들어서면 교통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철도로 인해 단절돼 있던 구역 정비와 기존 도로 확충 관련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철도 지하화 모두 오세훈 시장 생각인 만큼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는 철로만의 문제가 아니고 도시 구조 연결성의 문제"라며 “(철도가 지하로 가도) 어차피 통행량이나 시간은 차이가 없는데 지상부가 연결되기 때문에 그 땅을 통해서 상호간 교류가 일어나고 노후했던 곳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용산역만 놓고 봐도 서부 지역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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