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th, 에너지가 미래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총장대행 “탈탄소화 흐름은 지속…AI와 에너지 융복합 전략 필요”

'에너지가 미래다'라는 명제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현실이다. 탄소중립 전환,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까지 모든 길은 에너지로 통한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는 이런 흐름 한가운데서 출범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이다. 박진호 총장대행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기술 혁신을 주도할 인재 양성과, 수요기반 연구개발, 그리고 실증과 상용화를 아우르는 에너지 플랫폼으로서의 켄텍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교육과 기술, 산업이 연결된 미래 청사진을 담아본다. [편집자 주] -에너지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제조업 및 AI의 밑바탕이자, 그 자체로도 훌륭한 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적절한 에너지 믹스 및 시장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가. ▲에너지는 산업∙사회의 유지와 성장을 위한 단순한 공급원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또한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제조업과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이를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 원간의 섹터커플링,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균형 있고 신뢰성 높은 믹스가 필요하다. 이에 있어 AI 기술이 향후 에너지산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초격차 기술 혁신을 촉진해 에너지산업을 신성장동력화하며, 공급사슬 제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는 기술∙가치 중립적 접근을 통해 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반 천연가스, 수소 등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며 이를 국부 창출의 중요한 수단으로 만드는 로드맵이 요구된다. 또한, 에너지 정책관련 의사결정 구조의 시장지향형 독립성 보장도 매우 중요하다. - 글로벌적으로 탄소중립과 화석연료 귀환이 맞서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그에 맞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이중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장기적 탈탄소화 흐름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단기적, 중장기적 변화와 도전에 지혜롭게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역∙환경 맞춤형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에너지저장 기술, 스마트 그리드, 수소 에너지, 차세대 원자력(SMR) 등 신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하며 수출지향형 미래에너지 제조업 생태계 복원에도 집중해야 한다. 'AI for Energy, Energy for AI'란 말이 있듯이 이에 있어 AI산업과 에너지산업의 융복합도 전략적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 글로벌 에너지 분야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한국의 발전 속도는 더딘 편이다. 문제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 한국의 에너지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는 전주기적 R&D 관리 체계의 미비와 부족한 전략적 R&D 투자 그리고 미흡한 글로벌∙산학연 협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탈행정적∙탈규제적 지원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을 망라한 대학, 연구기관, 산업계 간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정부주도 R&D와 민간주도 R&D의 조화도 더욱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확장해 그리드 규모의 장주기 저장기술, 수소저장, 열저장 등으로 기술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차세대 에너지저장기술(ESS)에 이어 수소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등 미래 에너지 기술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실증 및 상용화까지 이르는 전주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원천 연구부터 실증까지 연계되는 일관된 R&D 관리체계의 구축, 기술개발 단계 단축형 상용화 플랫폼 구축, 네거티브 규제 기반 제도혁신 등을 통한 혁신기술 검증 기회 확대,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이전과 사업화 가속화가 필요하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를 위해 켄텍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기술 혁신을 위한 과감하고 전략적인 R&D 투자, 둘째, 미래에너지 산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마지막으로 산학연 협력과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기술 상용화 가속화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이뤄진다. 켄텍은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켄텍은 에너지AI, 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수소, 차세대 원자력 및 핵융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확보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에너지정책연구소는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기술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에너지 정책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켄텍만의 차별화된 에너지 혁신기술 개발 전략은 무엇이며, 현재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이 있나. ▲켄텍은 설립 초기부터 기초원천 연구와 산업적 응용을 연계하는 '목적기초연구(Use-inspired Basic Research)'에 중점을 두고,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에너지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조화로운 양극단 연구개발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그리드형 AC-DC 복합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AI,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 광전기 및 전기화학적 물 분해, 수소 저장 기술, 고전력반도체,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그리고 탄소 포집 및 활용(CCUS) 기술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연구팀은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에너지가 미래다' 관점에서, 켄텍이 지향하는 핵심 비전과 역할은 무엇인가. ▲ 켄텍은 '에너지 분야 글로벌 선도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설립됐다. 켄텍은 에너지 산업의 역사적 대전환기에 국가 주도로 설립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우리의 비전은 명확하다. '에너지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인류와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플랫폼이자 기술주권 실현의 핵심 거점이 되겠다는 의지이다. '탈탄소·디지털·분산화∙에너지안보'로 급변하는 가운데, 켄텍은 미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글로벌 인재 양성,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 정책개발 등 대한민국의 에너지 주권 확립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가. 공대 차원의 인재 육성 방안도 함께 설명해달라. ▲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학제적 단일 전공 지식의 습득이 아닌 산업·사회 문제를 통섭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복합적∙창의적 사고 능력에 달려 있다. 켄텍은 이에 맞춰 교육 철학을 '창의∙융복합·탐구형 교육'으로 재정의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전공 간 경계를 허문 설계사고(design-thinking) 기반의 에너지 공학입문 설계 교육을 경험한다. 또한 '현장연계형 문제해결 교육(PBL)'을 주요 교과목에 도입해 이론 중심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산업·사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무 문제해결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 역량 중심 교육은 고학년에서 자기주도연구(independent research)와 종합설계(capstone design) 교육으로 완성된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교육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교과에 의한 학습뿐아니라 체계화된 켄텍만의 교과외활동인 기숙형(residential college)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품격을 높이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 한 명당 교원 3명 수준으로 학습, 연구, 생활에 있어 맞춤형 멘토링이 가능한 환경은 켄텍만의 장점이다. 특히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학생의 해외 연수 경험을 의무화하고, 국제 공동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에 필요한 실전형 영어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기존의 전공지식 습득 위주의 학제적 공학교육의 틀을 벗어나 에너지 분야의 창의적, 융복합적 인재를 양성하는 켄텍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자신한다. -그동안 학교 운영 과정에 대한 개인적 소회 한말씀 부탁드린다. ▲한국에너지공대의 총장직무대행으로서 지난 1년 5개월은 도전과 보람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여러가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대학의 기틀을 다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전례 없는 길(The road, not taken)'을 열어 나가는 것이었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이라는 새로운 교육∙연구∙창업 모델을 구축하면서, 기존 대학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적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도전 속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우수한 교수진과 전국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학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들과 산학협력 성과들이 나오면서 켄텍에 대한 국가적 기대와 관심도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지속되겠지만, '에너지 분야 글로벌 선도 대학'을 향한 켄텍의 여정은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이다. ■ 박진호 총장직무대행 프로필 △1958년 경남 통영 출생 △한양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화학공학 석사, 미국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화학공학 박사 △1994년∼2021년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2012년∼2023년 국제에너지기구(IEA) 태양광발전분과(Task 1) 한국대표 △2015년∼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세계공학한림원 에너지위원장 역임 △2016년∼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 MD △2017년 한국태양광발전학회 제4대 회장 △2021년 한국에너지학회 제25대 회장 △2021년∼2023년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석학교수 △2021년∼현재 한국에너지공대 연구부총장 △2023년 12월∼현재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직무대행 겸 교학부총장 전지성 기자 jjs@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에너지허브’ 기회 맞은 한국, 그 중심에 선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울산=윤병효 기자] 우리나라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에너지 허브산업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에너지 허브산업이란 에너지 공급지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을 저장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국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제품만 사고 파는 게 아니라 거래 과정의 금융파생상품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 중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에너지 허브산업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허브는 석유, 가스, LPG, 수소, 탄소 등 다양한 에너지 제품을 저장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 중단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다. 미국은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주 수출지역으로 아시아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동북아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에너지 최대 수출지역으로 부상한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아시아국 중에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해와 남해는 수심이 깊어 초거대 에너지 운송선박이 접항하기도 좋고, 지진 위험도 낮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11월 상업가동에 들어간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52.4%)와 SK가스(47.6%) 합작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LNG와 석유제품을 모두 취급하고 향후 수소, 탄소까지 취급을 통해 진정한 에너지 허브기지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오일허브로 시작, 에너지전환 맞아 에너지허브로 전환 대성공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정과제로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선정되면서 시작됐으나, 이후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맞아 LNG를 포함하는 동북아 에너지 허브사업으로 확대 변경하면서 지금의 사명이 결정됐다. 2019년 합작투자계약 체결 및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면서 사업은 본격화됐다. 2020년 LNG 1,2탱크 이용계약 및 자금조달 금융약정과 부지항만 임대차계약이 체결됐고, LNG 1,2탱크 및 오일탱크 건설공사가 착공됐다. 2022년에는 LNG 3탱크 이용계약이 체결되면서 건설공사도 착공에 들어갔다. 2023년 12월 오일탱크 27만㎘가 준공됐고, 2024년 6월 LNG 1,2탱크(각 21.5만㎘)도 준공됐다. LNG 3탱크(21.5만㎘)는 현재 공정률 86%로 내년 4월 준공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조2052억원이 투입됐다. 자본은 자기자본 30%와 타인자본 70% 비율로 조달됐다. 부지면적은 총 30만㎡이며, 잔여부지 9.1만㎡에 탄소포집저장(CCS)이나 암모니아 등 신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LNG 저장탱크의 총 용량은 64만5000㎘로, 톤단위로는 29만톤이다. 송출량은 시간당 최대 540톤(연간 470만톤)이다. 주요 설비는 LNG 부두, 저장탱크, 고압펌프, 기화기로 이뤄져 있다. 오일 저장탱크의 총 용량은 27만㎘이며, 출하량은 시간당 최대 3000㎘이다. 주요 설비는 오일부두, 저장탱크, 첨가제탱크, 펌프로 이뤄져 있다. ◆“수심 깊어 초대형 선박도 1km로 접근, 아시아에 이만한 여건 별로 없어" 오일 터미널은 2024년 4월 17일 첫카고 입항 이후 상업 운영 중으로, 지금까지 총 172항차 작업이 진행됐다. LNG 터미널은 2024년 4월 5일 첫카고 입항을 통해 지난해 6월말 시운전을 완료하고 4개 고객사에 송출 중이다. 두 터미널 모두 운영 개시 후 무재해 무사고 및 가스 송출중단 제로화 운영 목표를 달성 중이다. LNG 1~3 탱크는 모두 터미널 사용 계약(TUA)이 체결됐으며, 12기 오일탱크도 3개 고객사와 임대계약이 완료됐다. LNG 1탱크는 울산지피에스 발전사에 공급하고, 2탱크는 SK에너지, SKMU, 고려아연에 공급하며, 3탱크는 에쓰오일에 공급한다. 오일 탱크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트레이딩아시아와 7기(11.5만㎘), 일본 에네오스와 2기(6만㎘), 사우디 아람코와 3기(9.5만㎘) 계약을 맺었다. 특히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사업은 지역경제에 매우 높은 경제적 효과를 올려주고 있다. 일자리창출 2040명, 생산유발 9536억원, 부가가치유발 4109억원 효과를 창출했다. 특히 터미널 건설과정에서도 일자리 1만384명, 생산유발 1조4247억원, 부가가치유발 5911억원을 창출했다. 당초 지역 탱크사업자들은 코리아에너지터미널 건설에 반대했다고 한다. 대용량 탱크가 들어서면 계약물량을 쓸어가기 위해 임대료를 낮게 책정할 것으로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오히려 임대료를 더 높게 책정한 상태다. 이를 통해 지역평균 임대료까지 높였다. 회사 관계자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입지, 접안, 운영 여건이 매우 훌륭하다. 수심이 매우 깊어 초대형 선박인 VLCC급이 1km까지 접안이 가능하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곳은 아시아에서도 많지 않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들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임대료를 상향평준화 시켜 지금은 지역사업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상업가동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289억5100만원, 영업이익 123억7200만원, 당기순이익 48억90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2.7%나 된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의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남은 부지 9.1만㎡에 탄소포집저장(CCS) 또는 암모니아 등 신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에너지 전환 및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만반의 준비를 갖춰 진정한 에너지 허브기지가 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 전략이다. ◆트럼프가 만든 절호의 기회…한국을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육성해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화석연료 시대의 회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파리기후협정에서도 탈퇴했다. 이는 미국의 최대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 수출을 더욱 장려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석유, 가스 수출을 더욱 확대하려는 지역은 아시아이다. 아시아 중에서 한국이 속한 동북아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동남아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어메이징 지역이다. 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에너지 수출은 제한적이다.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등 남부에서 에너지제품을 실은 선박이 아시아로 가려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거나 아니면 남아메리카를 멀리 돌아 가야 한다. 파나마운하는 폭이 좁아 큰 배가 통과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대통령에 운하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하 건설은 미국이 했다. 결국 미국이 아시아에 에너지 제품을 효과적으로 수출하려면 가장 큰 선박으로 한번에 대량 운송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동북아 에너지 허브기지 구축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이 먼저 LNG 허브산업 육성에 들어갔지만, 일본은 지진 위험이 큰 지역이라서 한계가 있다. 현재 아시아 에너지 허브지역인 싱가포르는 중국의 영향력 지대에 있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 이용이 어렵게 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더욱 커지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역시 중동산 에너지 수입이 어렵게 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칠레 등 아메리카 대륙의 아시아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에너지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러시아의 북극 및 극동지역의 에너지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에너지 허브가 되기 위해선 물량, 인프라 등 하드적 요소 외에도 실질적으로 운용하기에 필요한 금융, 제도 등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한 트럼프 시대를 맞아 한국은 절호의 에너지 허브 기회를 맞았다. 물량도 충분하고, 인프라와 자연적 조건도 매우 훌륭하다. 다만 에너지 허브는 금융산업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국제적인 금융 시스템과 거래 플랫폼이 구축돼야 하고, 무엇보다 에너지 시장개방과 제도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며 “특히 에너지 허브는 에너지 안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새 정부에서 에너지 허브산업을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대선 후보 에너지정책 ‘극과극’…기후 대책 ‘재탕 또는 실종’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에너지 정책은 늘 주요 화두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명제 앞에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원 활용을 놓고 대통령 후보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내세우며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이로 인해 역대 정권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윤석열정부의 '탈탈원전' 정책 등으로 극심한 이념 대립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미국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인공지능(AI) 저변 확대를 위한 전력 확보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고, 주요 후보들이 차이가 명확한 에너지 정책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공략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에너지 공약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현재 에너지 관련 공약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출마자는 이 후보다. 현장 발표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부터 △전국 전력망을 최적화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원전·신재생에너지 병행 확대 △2035년 탄소감축 목표 상향 조정 △국내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지원책 강화 등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아우르는 전략을 연달아 내놨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 '탈(脫)석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기준 세계 에너지부문 투자액은 4360조원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다"며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쇄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2050년 탈석탄을 천명한 문재인정부보다 목표 시점을 10년 앞당긴 공격적 목표다. 이 후보는 석탄의 빈자리를 재생에너지, 원전 등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네트워크 확충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기가와트(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전국 'RE(재생에너지) 100' 산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의 효율적 활용까지 고려한 장기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대신 AI 활성화 등을 감안해 원전의 역할을 좀더 인정한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 민주당이 의도한 것은 완전한 탈원전이 아니라 감(減)원전이었다"면서 “필요한 전력과 부지 선정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원전 수준을 이어 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 12일 에너지 부문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은 원전 적극 활용을 통한 저렴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 신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확보다.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형 원전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통한 '반값 전기료 기반 조성'을 강조하며 기업하기 좋은 전력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 전국 전력망을 '에너지 고속도로·국도·지방도'처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기반 분산형 에너지 체계도 강화화한다.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도 병행한다. 김 후보는 “AI와 첨단산업 시대를 뒷받침할 에너지 인프라는 원전과 재생, 분산 시스템이 조화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 탄소중립 실현을 아우르는 현실적 전략임을 강조했다. 두 후보가 에너지 정책에서 상반된 관점을 보인 동시에 공약 우선순위에서도 두 후보의 행보는 엇갈렸다. 먼저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가장 마지막인 10순위에 에너지 정책을 배치했다. 반면 김 후보는 공약 2순위에 에너지 산업을 배치하고 원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에너지 정책 공약에 대해 실망했다는 평가다. 에너지 정책과 기후 분야를 중요하게 언급하지도 않을뿐더러 과거 공약을 재탕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극심한 폭염과 한파를 겪은 뒤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주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높아졌지만, 대선 후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2040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햇빛·바람 연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가동을 줄여오고 있지만, 석탄은 여전히 주요 발전원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총 발전량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9.4%로, 원자력발전(32.5%) 다음으로 높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노후 석탄발전 40기를 폐쇄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있는데, 이 후보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의 석탄 감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석탄발전 폐쇄로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햇빛·바람 연금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역시 2022년 대선 공약과 큰 차이가 없다. 햇빛·바람 연금은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과 나누는 모델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등 대규모 수요지로 공급하는 초고속 전력망 구축 방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약속했던 탄소세 도입 등은 이번 10대 공약에서 제외돼, 기후 공약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9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30년 NDC 40% 달성에 대해서도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내놨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2035년 NDC 52% 상향'을 공약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빠졌다. 대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추진'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 수립' 정도만 담겼다. 김문수 후보는 아예 10대 공약에 '2050년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도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세계적인 흐름이 된 에너지 전환 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원전 이외의 대안을 고려하지 않았고, 탄소 배출 에너지원의 '감축'에 대한 계획도 없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김 후보의 공약에는 '2050년 탄소중립'이나 '감축'이라는 용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AI를 위한 원자력발전소와 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이 일부 언급돼있으나, 상당 부분 원전 중심이고, 탄소 감축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국민 75% “정치 영향 과해”…시장·경제·친환경 조화시켜야

에너지 정책의 정치화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정책 결정의 기준으로는 이념이나 단순 시장 논리가 아닌 '시장성·경제성·안전성'을 조화롭게 반영해야 하며 '탄소중립 및 친환경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이들이 많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8%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흔들리는 현실은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잘못됐다'는 답변은 49.2%에 달해 단순한 불만을 넘어 분노 수준의 인식이 반영됐다. 다소 잘못됨 25.5%, 어느 정도 불가피 13.6%, 당연한 현상 4.3%, 잘 모름 7.4%가 뒤를 이었다. 반면 '불가피하다'고 여긴 응답자는 17.8%에 불과했다. 정치적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80.0%, 중도층의 73.6%, 진보층의 70.5%가 현재의 에너지 정책 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층의 76.4%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치적 영향이 잘못됐다고 응답해 가장 많았다. 이어 사무·관리·전문직층 75.3%,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 74.9%, 가정주부 70.8% 순으로 높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 응답자의 80.6%가 '정치 개입이 잘못됐다'고 인식한 반면, 여성은 69.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령별로는 40대(78.7%), 18~29세(77.6%), 60대(76.3%)에서 비판적 의견이 강했다.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는 '시장성·경제성·안전성의 조합'과 '탄소중립 및 친환경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에너지 정책 수립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기준이 뭐냐"라는 질문에 '시장성과 경제성, 안전성의 균형 있는 조합'(39.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탄소중립 및 친환경성'(38.4%)이 비슷한 규모로 답변이 나왔다. '시장 원리 우선 및 수급 안정성'(10.8%)과 '요금 부담 최소화'(6.9%)는 상대적으로 낮은 선택을 받았다. 20~30대 청년층에서는 '시장성과 경제성, 안전성의 조화'가 최우선 과제로 지목됐다. 특히 18~29세 연령층에서는 무려 51.4%가 이를 기준으로 선택했다. 이념별로도 에너지 정책 수립 기준에 대한 시각차가 컸다. 진보 성향 응답자는 49.7%가 '탄소중립과 친환경성'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반면 보수층은 '시장성과 경제성, 안전성의 조화'(4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중도층은 '시장성과 경제성, 안전성의 조화' 39.6%, '탄소중립과 친환경성' 37.0% 등 비교적 두 항목을 균형 있게 선택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에너지 정책이 정권 교체마다 좌우되는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불신을 보여준다"며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와 중장기 국가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GPU가 녹는다”… AI가 바꾸는 에너지 시장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이 에너지 시장의 질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은 전 세계 전력 수요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동시에 AI는 에너지 효율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력 위기'와 '효율 혁신'이라는 상반된 흐름이 교차하며, 에너지 시장은 지금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챗GPT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의 확산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며,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직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22년 약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까지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 전체 연간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AI에 특화된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네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AI 연산은 기존 검색이나 일반 IT 서비스보다 수십 배의 전력을 소모한다. 실제로 챗GPT와 같은 LLM의 응답 한 번에 드는 에너지 소비는 전통적 웹 검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챗GPT의 '지브리 화풍' 이미지 변환 기능은 이러한 고전력 소모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카네기멜런대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이미지 변환을 수행할 때 건당 약 2.9와트시(Wh)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이는 스마트폰을 약 30%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단순 대화 생성(0.047Wh)이나 문장 요약(0.049Wh)보다 약 60배 많은 전력이 필요한 셈이다. 이 같은 고부하 작업이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챗GPT의 전기 소비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월간 이용자 수 5억명을 돌파한 챗GPT는 하루에 에어컨 5만 대를 1시간 가동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와 맞먹는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8TWh로, 이는 미국 미시시피주 전체 주택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과 비슷한 규모다. 이와 관련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이미지 변환 기능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기술 특이점을 지나면서 전력 수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력 수요 폭증은 전력 인프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신규 입지 선정 시 전력 공급 능력이 핵심 조건으로 부상했으며, 2030년까지 약 30%의 데이터센터가 온사이트(On-site) 발전 설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노후화된 전력망에 가중되는 부담을 덜고, 공급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AI 확산이 야기할 환경 영향도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행 에너지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25~2030년 사이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7기가톤(Gt)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이탈리아의 5년치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데이터센터 냉각을 위한 물 사용도 급격히 증가 중이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버지니아주 내 데이터센터들이 2023년 한 해 동안 최소 18억5000만갤런(약 70억ℓ)의 물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전력뿐 아니라 수자원 부담까지 함께 커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AI는 에너지 효율화를 촉진하는 핵심 기술로도 부상하고 있다.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전력 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발전·저장·송배전 등 에너지 전 과정의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날씨나 계절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설비가 전국에 분산돼 있어 AI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이를 전력망 운영에 반영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 CNS가 지난해 선보인 전력 AI 솔루션 '에너딕트'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에너지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솔루션은 통합발전소(VPP) 사업자를 위한 AI 기반 플랫폼이다. 에너딕트는 머신러닝·딥러닝 기반의 예측 모델을 통해 날씨, 계절 등 다양한 변수에 따른 발전량을 분석하고,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조절하는 지시)에 최적화된 대응을 가능케 한다. 또한 AI는 과거 유지보수 기록, 사용 패턴, 날씨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가동 중단 시간과 수리비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설비의 안정성을 높인다. 더불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에도 AI를 접목해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하고, 계통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AI가 불러온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분명 '양날의 검'이다. 전력 수요 폭증, 탄소 배출 증가, 인프라 과부하 등 현실적 위기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AI는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산, 전력망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혁신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신정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AI의 에너지 분야 도전과 기회' 보고서를 통해 “AI 발전은 자체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라는 도전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에 AI를 도입·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이 제고돼 소비 증가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역설'의 측면이 공존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AI는 데이터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와 이미 포화 상태에 있는 글로벌 전력망의 부담이라는 두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저탄소 에너지원 개발을 정책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 시 에너지 수급 안정성과 탄소중립이라는 상충 목표 간의 균형이 필요하며, 기술 혁신을 유도할 유인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기후변화 대응 보폭 늘렸지만…2금융권 ‘녹색 경영’ 현주소는

보험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국내 2금융권의 녹색금융 확대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타 업권이나 외국에 비교하면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를 비롯한 2금융권은 각 업권 특성에 맞춰 녹색채권 발행, 녹색여신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녹색금융을 취급 중이다. 2금융권은 지난해 3월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기후금융 확대방안'에 따라 녹색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각종 정책과 실무적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대출) 분야에 적용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마련해 금융사가 녹색금융을 체계적으로 취급하도록 유도 중이다. 보험사들은 에너지 효율화나 신재생에너지 개발, 탄소저감 사업 등에 초점을 맞추거나 친환경 분야와 연계된 보험상품을 출시하는 방식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운행거리 연계보험(pay-as-you-drive) 등 환경친화적 보험상품을 개발해 낸 게 그 예다. 친환경 활동을 유도하는 방식의 ESG 상품으로는 하나손해보험이 2022년 탄소중립을 위해 출시한 '하나 에코플러스 자동차보험'이 있다. '보험료도 아끼고 지구도 구하자' 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적게 운행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 보험료도 절감하자는 취지를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20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위한 테스크포스를 뜻하는 'TCFD'를 지지 선언한 뒤 기후변화 리스크와 기회를 경영 전략에 통합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는 2022년 NZIA에 가입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순제로(Net-Zero) 달성을 선언했다. 녹색채권 발행과 ESG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사는 지난해 국내 녹색채권 시장 점유율 65%를 달성했다. KB손해보험은 2022년 286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한 한편 한화생명은 2021년 10억달러 규모 해외 ESG 후순위채권을 조달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2023년 말 기준 18조3000억원을 신재생에너지·친환경 인프라에 투자하며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현되는 중이다. 업계는 지난해 항공기 지연보험(2시간 지연 시 4만 원 지급) 모델 확장이나 폭염·한파 시 건설현장 공사지연 보험 개발을 통해 보상 시스템을 확장하는 방식을 내놨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자연재해별 위험도 평가 및 예상 손실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날씨 정보를 기반으로 재해 위험 관리 컨설팅 제공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등도 기후변화 관련 영향도를 보다 깊게 평가하는 추세다. 카드업권에선 몇 해 전부터 녹색채권과 생태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카드는 2023년 업계 최초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금융 분류체계)로 2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조달 자금을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금융서비스에 활용하는 단계까지 설계한 게 특징이다. 롯데카드도 같은 해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녹색채권을 통한 친환경 자동차 금융, 공유 전기자전거 인프라 구축 등 사업을 확대한 바 있다. 비씨카드는 '페이퍼리스' 제도로 절감한 비용을 환경기금으로 적립하고 몽골 등지에 숲 조성 등 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에 나선 이력이 있다. 아울러 현재 신한카드를 비롯한 카드사 전반에선 전사 ESG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감축량 점검에 나서는 등 녹색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다만 2금융권 내 이런 움직임은 대부분 최근 5개년 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등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녹색금융 취급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전체 금융권 내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은행 중 35%만이 녹색금융 취급 절차를 수립 및 운영 중이다. 2금융권은 이보다 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녹색채권 발행 둔화와 관련해서도 2021년 이후 카드사 중심의 녹색채권 발행이 감소하고 있어 지속성이 지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친환경 전환에 금융사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소기업 중심 대출구조와 환경관련 상품 취급 인프라 부족 등이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관련 보고서에서 “금융기관은 금리 차별화, 포트폴리오 조정 등 금융자원의 배분을 통해 시중자금이 고탄소산업에서 저탄소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등 우리 경제 전반의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구조, 녹색금융상품 취급 인프라 부족 등은 금융배출량 감축을 어렵게 하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LNG선 호황 올라탄 K-조선, ‘포스트 LNG’도 정조준

글로벌 탈탄소 흐름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LNG(액화천연가스)선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고난도 LNG선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의 실적도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과 원가 부담, 인력난 등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 업계는 암모니아 추진선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조선 강국'의 자리를 공고히할 방침이다. 19일 영국 로이드선급이 최근 발간한 '연료에 대한 고찰: LNG'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은 356척으로 2021년 150척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을 포함한 가스운반선이 697척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컨테이너선 152척, 유조선 150척 순이다. LNG가 다시 각광받는 배경에는 환경적 이점과 경제성이 있다. LNG는 기존 석유계 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0% 줄이고 질소산화물은 90% 이상, 황산화물·미세먼지는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감축한다. 또 전 세계 273개 항구에서 LNG 공급이 가능하지만, 메탄올 공급 항구는 29곳에 불과하다. '그린 메탄올'은 LNG의 두 배 가격으로, LNG가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다. 로이드선급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의 총 운영비는 LNG가 메탄올보다 약 30%, 암모니아보다 약 10% 낮다. 더불어 국제해사기구(IMO)는 2027년 탄소세 도입을 논의하면서 LN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온실가스 배출량 t당 100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2050년까지 해운업계가 연간 최대 600억 달러(약 88조원)를 부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LNG와 같은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NG의 상승세는 국내 기업들의 수주 잔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베슬스밸류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국내 조선소 수주 잔고의 약 37%가 이중연료 추진 선박으로, 규모는 약 104조8866억원(713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약 80%가 이중연료 사양을 선택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LNG-RV, FSRU, FSU, FPSO 등 LNG 관련 해양 설비 분야에서도 세계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망간강 연료탱크, 부분재액화시스템(PRS)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2025년 2월 기준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약 23.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도크에서 최대 4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체계와 연간 25척의 LNG 운반선 생산 역량 그리고 미국의 화석연료 정책 변화에 따른 추가 수혜 기대 등으로 미래 성장성도 높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월 아프리카 선사와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4척(5383억원 규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선박들은 울산 HD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되어 2028년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LNG 벙커링선은 '선박 대 선박(STS)' 방식으로 해상에서 LNG를 충전해주는 선박이다. 기존 항만에 LNG 공급·저장 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 없이 대량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가장 선호되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HD한국조선해양은 스마트 조선소 구축, 친환경 선박 R&D 투자 등으로 중형선박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1월 오세아니아 선사와 LNG 운반선 1척(약 3800억원)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LNG 운반선 수주 잔고는 84척(약 191억달러)에 달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조선사 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뿐 아니라 암모니아 운반선, 고부가가치 해양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AI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과 로봇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선박 설계·건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산 혁신은 고부가가치 LNG선 시장에서의 한국의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 조선소들이 대량 LNG선 수주에 성공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세계 LNG선 신조 발주 109척 가운데 한국이 68척, 중국이 41척을 수주했다. 점유율로 환산하면 한국이 약 62%, 중국이 약 38%를 차지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2028년 3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2024년 이미 38%에 도달하며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아직 품질·납기 등에서 경험 부족이 있지만, 국가적 지원과 글로벌 선급의 협력으로 격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구조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변동, 환율 불안 등으로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조선업 인력 미충원율이 14.7%로 전 산업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내국인 기피와 임금·근로조건 문제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급증하면서 품질·안전 이슈와 비정규직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청년 인재 양성, 외국인 근로자 교육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우수 인재 확보와 더불어 근로환경 개선, 장기적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는 '포스트 LNG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올해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각종 인증과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글로벌 선주사들이 친환경 선박 발주를 확대하고 있어 한국 조선업계도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스크, MSC 등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 중이다. 정부도 다방면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친환경 선박, 제조 시스템 고도화, 인력 양성, 금융 지원 등 전방위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은행권, K-택소노미 타고 녹색금융 ‘가속페달’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은행권도 녹색금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에는 신용보증기금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택소노미)' 평가 지원 협약을 맺고 녹색금융 활성화에 힘을 더했다. 또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전담 조직 운영, 녹색채권 발행, 친환경 상품 출시, 탄소감축 노력 등으로 기후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IBK기업·NH농협·신한·우리·하나·IM뱅크 등 7개 은행은 지난 2월 신보와 K-택소노미 적합성 평가 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K-택소노미는 환경부가 녹색경제활동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2021년 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보는 K-택소노미 판단 시스템을 구축해 은행 보증부대출금이 K-택소노미에 적합한지 판단하고, 적합한 경우 협약은행에 '녹색여신 인증서'를 제공한다. 인증서를 받은 은행은 해당 대출을 녹색여신으로 분류하고 최대 2%포인트(p)의 금리 감면 혜택을 준다. 이번 협약은 탄소중립을 위한 자금 공급을 실질적인 인센티브와 연계해 녹색여신 확산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각 은행들의 녹색금융 강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먼저 하나은행은 2023년 9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K-택소노미 반영 ESG 금융 심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업금융 또는 직접투자 시 ESG 금융 검토가 필요한 대상을 자동으로 판별하고, K-택소노미 적합성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모니터링 결과 등을 금융 지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 삼성전자 협력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ESG 관련 시설과 기술 투자 자금을 대출할 경우 이자를 지원한다. 일반 중소기업에도 저탄소 전환 관련 대출에 우대금리를 주고, K-택소노미에 부합하면 추가 감면 금리도 적용한다. 올해는 그룹 차원에서 '녹색금융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며, 금융당국의 녹색여신 관리지침에 맞춰 내규를 정비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5월 'K-택소노미 기반 기업대출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영업점에서 기업이 저탄소·녹색 전환을 위한 10억원 이상 기업대출을 신청하면 본점 ESG 부서에서 K-택소노미에 따른 4가지 적합성 판단 기준(활동·인정·배제·보호)을 적용해 별도의 심사를 진행한다. 적합성을 충족하면 금리 우대 등 혜택을 준다. 2022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이후 매년 환경부 주관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중소기업 녹색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ESG 여신을 본격화하기 위해 ESG 전담 조직과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고, 금융배출량 측정, ESG 금융상품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여신 상품 출시 전 ESG 전담 부서에서 ESG 적합성을 점검하고, 영업점에서 녹색여신을 취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ESG기획부 내 전담 인력이 전문적으로 심사한다. 영업조직에는 성과평가(KPI)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녹색금융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2000억원 한도로 'ESG혁신기업대출' 전용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ESG 실무추진협의회를 운영하며 ESG 신상품 출시와 상품성 개선 등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대출 상품 'KB 그린 웨이브(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의 경우 자체 컨설팅이나 환경성 평가 우수 기업 등을 활용하며 대출 가입 대상을 확대헤 운영 중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구축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무공해 차량 전환을 추진하는 등 자체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ESG 자금 조달을 위해 녹색채권이나 지속가능채권 발행도 이어가고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금융권, 올해 기후금융에 51.7조 푼다…‘탄소중립’ 총력전

금융권이 올해 기후분야에 51조7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작년 목표액(48조6000억원)보다 약 6.4%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기후금융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금융권의 중장기 기후금융 정책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국가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가운데 녹색금융 확대를 위해 금융권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5개 기관은 올해 기후정책금융 목표를 총 51조7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는 공급 목표치(48조6000억원)를 초과해, 작년 10월 말까지 54조1000억원을 공급했다. 기후금융 확대는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전략의 일환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저탄소 체계 전환 가속화를 위한 녹색투자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은 국제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21년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했고,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택소노미)와 기후대응기금도 마련했다. 금융위도 두 단계에 걸친 녹색금융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지원한다. 2단계에서는 미래대응금융 TF를 가동해 금융 지원이 필요한 과제를 추가 발굴하며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 정책자금 확대는 제조업 등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은행은 2030년까지 420조원의 녹색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약 8597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국가 감축 목표치(2억9100만톤)의 29.5%에 해당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 지원을 위한 미래에너지펀드도 9조원 규모로 조성 중이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14조원의 후순위 대출을 공급해 민간금융기관의 후순위대출을 유도하고, 산업·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6개 은행은 펀드를 구성한다. 산업은행이 1조8000억원, 5개 은행이 7조2000억원을 출자한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까지 높인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지난해 미래에너지펀드는 1조2600억원 규모로 조성이 완료됐다. 녹색산업 등 기후기술 분야에는 9조원을 투자한다. 기업은행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펀드를 조성한다. 매년 3조원의 혁신성장펀드 조성 등 총 5조원은 기후기술 육성에 투자한다. 민간 참여가 부진하거나 시장 조성이 미흡한 기후기술에는 성장사다리펀드로 1조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기후기술펀드 1차 사업은 36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제6차 기후금융 TF를 열고 기후금융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먼저 K-택소노미를 여신분야에 적용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K-택소노미 기준을 여신에 적용해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여신이 녹색 경제활동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녹색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목적이 있다. 기후리스크 대응을 위해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금융권이 공동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도 실시했다. 한은이 올해 3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45조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녹색·적응 투자 등 기후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금융배출량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금융배출량이란 금융회사가 투자·대출 등 금융활동을 하며 거래 상대의 탄소배출을 간접적으로 유발한 부분을 말한다.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공시 항목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금융배출량 산출과 감축에 참여하며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배출량 계산 과정이 어렵고 산출 기준도 제각각이라 금융위는 신용정보원 인프라를 활용해 금융배출량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사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표준 가이드라인과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ESG 공시 또는 자체 탄소감축 목표 수립 등에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올해도 TF 논의 내용을 중심으로 금융권 공동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후금융 공급과 투자 집행을 적극 추진하고,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한 녹색예금·기후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과 인센티브 확충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기후변화 대응이 금융 건전성 관리”

폭염, 폭설, 집중호우 등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2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최고위급 회의(GHOS)에 참석해 바젤Ⅲ 이행현황과 기후리스크 관련 향후 업무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GHOS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회원국 금융감독기관장 및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한다. 바젤위원회는 은행의 기후 리스크 공시에 관해 회원국들의 다양한 입장, 견해를 반영해, 향후 자율이행방식으로 기후 리스크 공시규제체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바젤위원회는 이상기후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진행한다. 이와 별개로 한국은행은 이달 국내 금융사의 기후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자 은행, 보험사를 대상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워크샵'을 개최했다. 대형 금융사들은 기후 리스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손실을 계량화하기 위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잇달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M·부산은행등 은행 7곳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보험사 7곳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중소형 금융사는 인적자원이나 전문지식이 부족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이번 워크샵에서 중소형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기후 리스크 측정 기법을 공유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대응이 지연될 경우 금융사들의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적절한 기후대응 정책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친환경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기후리스크를 완화해 금융기관의 손실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후변화 속에 금융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금융기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에 대해 위험 관리자로, 전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녹색전환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는 위험 수용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 리스크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극심한 기후 리스크가 금융사들에게 위험요인이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기후변화로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공급망 문제 관련 기업들의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는 점은 위험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바다·물 관련 블루 본드 시장은 아직 초기 성장 단계로, 성장 잠재력이 클 수 있고, 글로벌 협약 증가로 보조금이 지원되는 것도 기회요인이다. 실제 주요 금융사들은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펼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중장기 추진 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바탕으로 녹색금융 투자 확대,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중소기업의 친환경 경영 지원, 온실가스 직접 감축 등의 전략을 세웠다. 이에 맞춰 KB국민은행은 대형 건물과 영업점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KB금융지주는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이하 CDP) 한국위원회가 국내 산업별 기후변화 대응 부문 우수기업에 수여하는 '탄소경영 섹터 아너스'에 8년 연속 선정됐다. KB금융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신한금융은 CDP 한국위원회가 발표하는 2024년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리더십 A를 받으며 7년 연속 명예의 전당, 4년 연속 플래티넘 클럽에 등재됐다. 신한금융은 녹색분류체계 적합성 심사 체계 구축을 통해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녹색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 임직원들의 업무 중 탄소배출량을 측정 및 관리하는 '그린 인덱스 제도'를 도입해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등 ESG 문화 내재화에 주력하고 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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