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차기 회장으로 당선돼 강경투쟁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의사들간의 대화 물꼬는 당분간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이 총파업 등 강경투쟁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계속 땐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와 휴학 의대생이 '볼모'로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은 오는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해 꾸려진 의협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직접 이끌며 투쟁의 고삐를 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경우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지 한 달 넘은 전공의들의 면허정지에 대한 보류를 철회하고 해외 의사면허 취득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한 달 이상 수련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는데 이달부터 근무하지 않고 있는 레지던트가 면허 정지 3개월 처분까지 받으면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해 전문의 자격 취득에도 차질이 생긴다. 우리나라 의대 졸업생이 (미국) 레지던트를 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 조건으로 자국 보건 당국의 추천서가 요구된다. 또 의사의 경우도 미국의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추천서를 받아가야 하는 절차가 있다. 해외 수련 추천서 발급 지침에 행정처분 대상자는 제외토록 규정하고 있어 취득에 제한된다. 정부가 동맹휴학 허가를 막고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휴학을 막을 경우 장기 결석으로 인한 무더기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을 신청한 전국의 의대생이 전체의 절반 가량에 이른다. 교육부에 따르면 휴학 신청자보다 반려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누적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8967건이 됐다. 이는 전날 집계(9231건)보다 264건 감소한 수치로 작년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47.7% 수준이다. 유효 휴학 신청은 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다 교육부는 지난달까지 학칙에 따른 절차 준수 여부와 상관없이 학생들이 낸 휴학계 규모를 모두 집계했는데 이렇게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총 1만3697명(중복 포함)이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유효 휴학 신청만을 집계하고 있다. 절차를 지키지 않은 휴학의 경우 이를 반려해달라고 각 대학에 요청했으므로 의미가 없다고 봐서다. 대학들은 일단 개강을 미루거나 아예 결석으로 처리하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대 대부분은 학칙상 한 과목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주고 F학점을 받은 학생은 유급 처리된다. 대학가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2월이었던 본과생들의 개강을 다음달로 연기하거나 개강 직후부터 휴강을 이어가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전날 당선 확정 후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직을 맡아 (비대위를) 끌고 가는 것에 대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등과 논의해 보겠다"며 임기 시작 전 의협의 비상 대응을 이끌 뜻을 내비쳤다. 임 당선인은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및 박민수 차관의 파면 등을 전제 조건으로 걸어 정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임 당선인은 또 정부의 정책방향과 정반대인 의대정원 500~1000명 축소,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등도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복지부는 의협을 개원의들의 모임이라고 폄하했지만, 오늘 투표 결과는 모든 의사가 하나로 뜻을 모은 것"이라면서 대표성을 강조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