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정국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판 이후 잃은 압승 기류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3달여 앞둔 29일(현지시간)까지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 극우 색채가 발목을 잡는 가운데, 신규 주자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뾰족한 공격 프레임을 찾지 못하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낙태 관련법 시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낙태권 이슈가 대선 뇌관으로 다시 급부상했다. 아이오와주는 이날부터 임신 22주까지 합법이었던 낙태 요건을 태아 심장 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임신 6주로 강화하는 법을 시행했다. 이는 아이오와주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주도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는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 낙태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판결은 트럼프 정부 시절 이룬 보수 우위 대법원 상황이 영향 미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외신들은 대체적으로 법 시행이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낙태권 옹호 여론이 낙태 금지 여론보다 우세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당장 아이오와주도 낙태권 옹호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다. AF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아이오와에서 승리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공화당이 “온건하고 중도적인 유권자들과 멀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낙태 금지법이 대다수 미국인에게 인기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낙태는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들 주요 캠페인 주제"라고 짚었다. CNN 방송도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율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낙태 문제에 대해 그와 동의하는 유권자들을 견고히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틈새를 놓치지 않고 낙태 문제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뚜렷한 선명성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동영상 성명을 통해 아이오와주의 낙태금지법에 '트럼프 낙태금지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투표"라고 강조, 프레임 전쟁을 시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보완재로 등판한 30대 부통령 후보 J.D.밴스 상원의원도 이런 프레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밴스 의원은 강간을 당했을 때도 낙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초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다른 한편으로 재혼 가정인 해리스 부통령을 '자식없는 캣 레이디'라 칭해 여성 비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 부통령 등판 이후 대선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방식으로 낙태권을 수용하고 이 문제에 대해 긍정 평가받는 상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들에만 불리한 이슈가 노출되는 상황에 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해리스 부통령을 가둘 '한방 프레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과 관련해서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아마도' 하게 될 것이라며 불참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확답을 피하는 과정에서 “음 잠시"라며 “하지만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밴스 의원도 지난 21일 미네소타주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나쁜 소식은 카멀라 해리스는 바이든이 지닌 약점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해리스는 훨씬 더 젊고, 향후 바이든이 당했던 방식으로 고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유효한 공격 포인트를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트럼프와 바이든에 대해선 모든 사람들이 싫든 좋든 나름대로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해리스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밴스 의원 발언이 트럼프 캠프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교체돼도 대선 구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4년간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했던 만큼 국경 문제 등 각종 실정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