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인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치열한 생존게임에 돌입하면서 누가 '옥석가리기' 승자로 살아남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명품 플랫폼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업정리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국내 명품 플랫폼들도 해외 진출, 기술 고도화,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생존전략에 메달리고 있어 자연스레 시장 및 브랜드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특수 끝, 고물가 여파에 성장세 주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프레이저스 그룹이 인수한 영국의 명품 플랫폼 '매치스패션'이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등 해외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사업 정리에 나선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 업계가 생사의 고민에 빠진 이유는 코로나19 보복소비 효과가 끝난 데 더해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며 성장세가 크게 꺾인 탓이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3620억유로로 전년 대비 3.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021년 31.8%, 2022년 20.3%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국내 시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은 2019년 출범한 지 약 5년 만에 경영 악화를 이유로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파트너사의 온라인 채널 상품을 한 데 모은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내세웠으나, 출범 직후 적자에 시달리며 폐업 전 줄퇴사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스타트업 중심인 국내 명품 온라인 플랫폼 대다수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오는 4월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발란·트렌비·머스트잇·젠테 등 주요 업체 모두 2022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영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 초 머트발 3사의 경우 실적 개선 묘수로 합병까지 타진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다만, 이들 기업도 지난해부터 프로모션 비용을 전년 대비 70~90%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며 재무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재무 개선 박차…올해는 외형 성장 목표 이 같은 노력으로 발란은 지난해 9월 첫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한 뒤 12월까지 4개월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거래액은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특히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해 실적 흐름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기세를 이어 발란은 올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시아 지역 위주로 해외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현지 소비자 전용 앱(App)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K-럭셔리' 카테고리도 지속 확장하며, 올 하반기까지 입점 브랜드 수를 1000개 이상으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트렌비는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보다 40%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 이상 개선되는 등 수익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올해는 크게 중고 사업 매출을 2배 이상 키우고, 연간 손익분기점 달성을 이뤄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자사 앱·홈페이지의 사용자 환경·경험(UX·UI)을 중고명품 카테고리 위주로 재편하고, 지난해 3월 정가품 감정을 도와주는 기술인 '마르스 AI'와 그 해 12월 고객이 판매하는 중고품 시세를 알려주는 '클로이 AI'를 도입하는 등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사옥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머스트잇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보다 약 40% 반등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상품·서비스 커버리지 확장'과 '탐색과 발견의 고도화'를 중심으로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부터 공격적인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기존 조용민 단독 대표체제에서 공동 대표체제로 전환하고, 여기어때 등 여러 플랫폼에서 역량을 쌓아온 김홍균 CPO를 공동 대표로 선임했다. 2020년 설립된 젠테는 리테일 플랫폼을 넘어 자체 브랜드(PB) 사업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럭셔리 패션브랜드 '블라인드리즌'을 인수했다. 이탈리아 피스톨레시·람포, 스위스 리리 등 해외 브랜드와 협업해 원단과 부재를 개발해 온 블라인드리즌의 역량을 발판으로 자체 상품을 생산,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투자 시장이 위축돼 돈줄이 막힌 데다 고물가 영향에 주력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명품 플랫폼 업체들의 실적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기존 리테일 플랫폼 이상의 차별화된 서비스 기술력은 물론, 카테고리 확장 등을 통해 신규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