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성장세를 보였다. 렉서스, 토요타, 혼다가 그동안 갈고닦은 하이브리드 기술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10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입차 누적판매는 21만598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불경기로 인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강자들의 판매량도 꺾였다. 올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BMW는 1~10월 누적판매 6만585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5만4475대 판매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7% 떨어졌다. 두 브랜드 이외에 볼보, 아우디, 폭스바겐 등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일본 브랜드는 오름세를 보였다. 전기차 캐즘으로 발생한 '하이브리드 대유행'을 타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렉서스는 올해 1~10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 증가한 1만1479대 판매를 기록했다. 볼보와 치열한 4위 싸움 중으로 약 1000대 정도 밀려 현재는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누적 7813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5.5% 오른 수치를 기록하며 기존 강자인 아우디를 넘어섰다. 혼다는 지난 10월까지 2091대 판매에 그치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년 대비 99.7% 증가하며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업계에선 일본 브랜드의 강세에 대해 '차별화 된 하이브리드' 기술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들은 다른 기업들이 전기차에 집중할 동안 하이브리드 기술을 연구개발해왔다. 대부분의 수입 브랜드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혹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이 기술들도 내연기관 대비 연비 효율이 높긴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충전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귀찮음이 있고,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기술로 연비와 편의성을 모두 챙겼다. 한국 소비자들이 익숙한 현대차의 풀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유사하면서 기술력은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양산에 나선 기업으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직접 개발한 직병렬식 하이브리드 기술은 두 개의 모터가 각각 주행과 충전을 진행하며 차량의 주행성과 연비 모두를 향상시켰다. 혼다는 최근 4세대 HEV 시스템인 i-MMD '직병렬 전환식' 기술을 공개했다. 이 방식의 특징은 '전기모터 중심'이란 점이다. 기존의 엔진중심-모터보조 방식이 아닌 '모터를 엔진이 돕는' 방식을 채택했다. 혼다는 모터를 중심 파워트레인을 통해 차량의 정숙성, 가속력, 연비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일본 업계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이어왔다. 토요타는 지난해 프리우스, RAV4, 크라운, 하이랜더, 알파드 등을 출시했고, 렉서스도 RX, LM500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혼다도 어코드, CR-V 등 주력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에 집중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렉서스,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라며 “매력적인 신차 출시까지 더해진다면 이들의 고공행진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