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강점으로 내세우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다르지 않은 포트폴리오로 수익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리 경쟁력을 앞으로 유지하는 것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비용을 아껴 금리로 돌려주는 전략을 펴왔고, 이자 부담이 컸던 주택담보대출 등의 대환시장에서 고객의 큰 호응을 얻어 왔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 인터넷은행은 이전만큼 금리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 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 취급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를 은행별로 보면 최저 금리 수준인 연 3.0~4.0% 금리 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총 91.6%나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NH농협은행의 연 3.0~4.0%의 금리 비중이 86.5%, BNK경남은행이 83.8%, 제주은행이 74.7%, iM뱅크가 70.9%로 각각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중 주담대(아파트담보대출)를 취급하는 카카오뱅크의 연 3.0~4.0% 금리의 주담대 비율은 63.3%, 케이뱅크(아담대)는 41.5%로 각각 나타났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제공한다고 인식돼 왔지만, 지난 4월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인터넷은행보다 더 낮은 금리로 제공한 주담대 비율이 높았던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대출 금리 경쟁력이 낮아진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를 경계하고 있는 데다, 주담대를 확대하는 인터넷은행의 포트폴리오가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은 5대 금융지주와 인터넷은행 재무담당 임원을 만나 비공개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주담대 확대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으로 주담대 쏠림 현상이 발생하자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됐다. 인터넷은행은 지난 1월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된 후 낮은 대출 금리로 금융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당시에는 인터넷은행 대환대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금은 포용 금융의 설립 취지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며 분위기가 바뀐 상황이다. 지난 13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수익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지 않은 주담대에서 나고 있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왔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비용을 아껴 금융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금리를 낮춰왔다는 입장인데, 금융당국 눈치에 금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주 세미나가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염두에 두고 열렸지만, 금융당국이 기존 인터넷은행을 바라보는 인식을 알 수 있었던 만큼 인터넷은행이 연초처럼 금리를 낮춰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전성을 위해서는 주담대 등 담보대출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느끼는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조절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수신 금리 혜택도 누리기 어렵게 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은행들의 파킹통장 금리가 낮아졌고, 정기예금 금리 또한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기준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은 Sh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연 3.65%)이며,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연 3.6%),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연 3.55%) 등이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연 3.5%)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다. 인터넷은행들은 시장 금리 하락과 포트폴리오 조정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조달비용 관리가 필요한 만큼 수신 금리 혜택을 낮추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 갈아타기조차 금융당국이 비판적인 시각을 보낸 만큼 현재 인터넷은행이 예전처럼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