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에 대한 국내외 금융업체들의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을 사실상 매도 수준인 '중립'으로 낮췄고 스위스 은행인 UBS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사실상 손절을 권고했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쿠팡의 성장과 동시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시장 잠식 등 기업 미래에 대해서는 '시계 제로'인 상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해 실적발표 후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증권사는 총 4개며 인하율은 15.81%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한화투자증권이 기존 10만원에서 7만7000원으로 23.0% 하향조정했고, NH투자증권은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20.0% 낮췄다. 또한 대신증권은 9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15.79%를, 신한투자증권은 9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4.44% 하향 조정했다. 특히 목표가를 낮춘 4개 증권사 중 3개사는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HOLD)' 또는 보유와 비슷한 '마켓퍼폼(Market Perform, 시장수익률)'로 낮췄다. 국내 증권업 특징적으로 '매도(SELL)'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만큼, HOLD 의견은 매도 시그널로 읽히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스위스 은행인 UBS는 이마트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사실상 외국계 금융회사가 '손절'을 권고한 거다. 이는 이마트의 실적 악화와 미래 성장성에 대한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어서다. 지난해 연결기준 이마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0.48% 증가한 29조4722억원, 영업이익은 -4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011년 신세계그룹에서 인적분할한 이후 사상 첫 적자다. 이마트의 적자 이유는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가장 컸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878억원으로 전년인 2022년 120억원 대비 적자액이 17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진행 사업장의 공사원가 상승과 대구 지역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 등으로 인한 예상 손실을 2023년 영업실적에 반영한 점이 대규모 영업적자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건설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채산성이 높은 계열사 공사물량이 크게 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승민 한신평 연구원은 “프로잭트파이낸싱(PF)시장 전반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주택경기 및 분양여건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진행 현장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가율이 높은 민간 도급공사 위주의 사업장 구성, 미분양 사업장과 관련한 영업자산의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수익성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사업의 성장에도 물음표가 따른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업인 SSG닷컴과 G마켓(지마켓)은 지난해 각각 1030억원과 32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경쟁기업인 쿠팡은 쿠팡은 지난해 3개 분기 연속 이마트의 매출을 넘어섰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고,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테무의 국내 시장 진출도 악재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할인점 업황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고정비를 커버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유통법 규제 완화에 따라 영업환경은 우호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통법 규제 이후 1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다양한 대체 채널이 등장했다"며 “소비경기 회복을 단기적으로 기대할 수 없고, 할인점 이외 사업부문의 경쟁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재형 UBS 연구원은 “이마트는 오프라인 플랫폼의 통합과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는 추가 비용으로 연결된다"면서 “이커머스와 편의점, 건설 사업은 지속적인 사업 및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손실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