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당초 예상된 최악의 상황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볼 때 증권사의 부실이 타 산업으로 확산돼 신용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평가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는 강화된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적용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적립한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각각 2조 6000억원과 8000억원으로, 총 3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시나리오 기준으로 볼 때 상황은 최악이 아니다. 나신평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강화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 적용 결과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익스포저 및 충당금 적립 규모는 약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이는 과거 시나리오 중 낙관적 또는 중립적인 수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26조5000억원에 달하며, 강화된 평가 기준에 따라 1차 평가 대상이 된 익스포저는 약 4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17.4%를 차지한다. 그 중 유의 및 부실 우려가 있는 금액은 약 3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12.1% 수준이다. 윤재성 나신평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의 자본규모와 경상적 수익창출력을 감안하면 추가 적립 충당금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부실이 크게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나신평은 중소형 증권사 및 일부 대형 증권사의 경우 추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 등 총 9곳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대신증권·유안타증권·BNK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을 대형 증권사로, 그 이하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SK증권·한양증권 등을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했다. 지난 2분기 중대형 증권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75억, 283억을 기록하며, 전분기 2803억원과 2999억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이 52% 증가하면서 실적 악화에 기여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지난 2분기 중소형 증권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8억 원, -162억 원으로 전분기와 달리 적자 전환됐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를 반영한 충당금 적립액이 160% 급증한 탓이다. 중대형 및 중소형 증권사의 추가 위험 가능성도 있다. 12일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상반기 중대형과 중소형 증권사의 요주의이하 자산은 5조246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9329억원과 비교할 때 2조3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나신평은 BNK와 iM, IBK, 한화, 현대차 등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2020~2022년 신용등급이 상향된 5개사는 당시 수준의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과 순이익에서 당시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중소형 증권사 역시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이 부족하고 자본 완충력이 열위한 상태에서 실적 저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성 저하와 자본 완충력 감소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 연구원은 “비 종투사가 사업다변화를 이루기 위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비 종투사가 단기간 내 부동산금융부문을 대체할 사업부문을 찾아 이전만큼의 수익창출력 회복을 달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