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5일(현지시간) 치러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을 누가 이끄느냐가 한반도는 물론, 글로벌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전의 날인 이날 미국의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선출된 538명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최종 승자가 된다. 이번 대선은 미 역사상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 분석하는 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던 지난 7월말부터 지난 2일까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47.9%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7.0%)을 0.9%포인트(p) 앞서고 있다. 미 CNN에 따르면 1960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5%p 이상 앞서지 못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대선의 승패는 '스윙 스테이트'라 불리는 경합주에서 결정난다. 경합주가 승부처로 떠오르는 이유는 미국의 선거 방식은 한국과 달리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별 유권자들이 선거일인 11월 5일에 선거인단을 뽑는데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메인·네브래스카주 제외)다. 11월 선거일을 통해 선출된 선거인단은 12월에 모여 대통령을 최종 선출한다. 또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각 지역별로 정치색이 정해져 있다. 전통적으로 불리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강세주)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강세주)에선 표심이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이런 판세를 반영해 현재 미국 선거분석 사이트 270투윈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인단 226명,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9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압도적인 지지세가 없는 경합주의 선거인단을 누가 확보하는지가 결국 관건이다. 어디가 경합주인지는 매 선거마다 다르지만 이번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7곳이다. 7개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수는 93명으로 특히 가장 많은 19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가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7개 경합주 중 4곳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지난달 24일부터 전날까지 7대 경합주의 투표의향 유권자를 조사해 3일(현지시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에서 49%의 지지율을 받아 3%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돌렸다. 노스캐롤라이나(48%)와 위스콘신(49%)에서는 2%포인트 차로, 조지아(48%)에서는 1%포인트 차로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우위였다. 펜실베이니아(48% 대 48%)와 미시간(47% 대 47%)은 동률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49% 대 45%) 1곳에서만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지율 격차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또 같은 날 NBC 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해 발표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똑같이 49%의 지지율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선의 승리 공식으로 여겨지는 펜실베이니아를 누가 가져갈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를 반영하듯 두 후보는 대선 바로 전날인 4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최후의 유세를 펼쳐 선거 운동을 마무리한다.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 문제와 관련해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주목을 받는다.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는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상무부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연율 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2분기 성장률(3.0%)과 시장 전망치(3.1%)는 밑돌았지만 1%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인플레이션 역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미국 노동 시장도 고용이 지속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폭이지만 대형 허리케인 피해 및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실업률은 4.1%로 9월가 동일했고 전문가 예상치와 부합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도 주목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에 대한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근래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짚었다. 당선자 윤곽이 언제쯤 나오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자가 많아 '승리 선언'이 나오기까지 며칠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로리다대학교 선거 연구소가 집계한 2024년 미 대선 사전투표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밤 기준 미국 전체 사전투표자는 7005만명으로, 3746만명이 사전투표소에서 대면으로 사전투표를 했고 3259만명이 우편투표(투표소 도착 기준)를 했다. 사전 대면 투표 기한이 남은 데다 아직 투표장에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투표 통계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우편투표 처리가 지연될 경우 누가 선거인단을 가져갈지에 대한 여부가 판가름 나는데 시간이 상당 소요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편투표가 많았던 2020년 대선 때만 해도 선거 후 3일째가 되도록 최종 승자가 언제 나올지 안갯속인 상황이었다가 4일째 들어서야 각 언론이 '조 바이든 당선' 소식을 타전했다. 이를 고려해 대다수 주는 선거일 전부터 우편투표물의 분류 및 확인 작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를 포함한 7개주는 선거일 당일 아침에야 우편투표물을 개봉해 분류·확인하는 작업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경합주 중 한 곳인 애리조나주의 경우 넓은 지역 특성상 우편투표 비중이 큰데, 우편투표를 투표일 당일까지 접수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주들보다 우편투표 개표가 늦게 시작돼 개표와 집계를 모두 끝내는데 최장 13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더라도 해리스 부통령이 조지아나 노스캐롤라이나를 가져가면 두 후보가 각각 26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내년 1월 3일 새로 출범하는 119대 의회 중 하원이 대통령을, 상원이 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 만약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이 상원을 차지하면 트럼프 대통령-팀 왈즈 부통령 행정부가 출범할 수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