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분기 고전했던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2분기에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에틸렌 마진은 t당 294달러로 집계됐다. 손익분기점(BEP) 턱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는 납사값이 700달러 미만으로 형성되면서 원가 부담이 덜했고 원·달러 평균 환율(약 1371원)도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높아진 영향이다.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벤젠·파라자일렌(PX)·폴리염화비닐(PVC)·부타디엔(BD)·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BR) 등 전반적인 제품값도 상승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글로벌 화학설비 증설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바스프와 다우 등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노후 설비를 폐쇄하는 것도 국내 화학사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 효과와 재고 소진 이후 재비축을 비롯한 수요가 반등한 점도 언급된다. 특히 중국 '이구환신'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오래된 자동차와 가전 등을 새 제품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실제로 현지 자동차 판매량 등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조7496억원·영업이익 467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이 5배 이상 급증하면서 지난해 2분기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부문은 고부가 합성수지(ABS) 가격 및 마진 상승 등에 힘입어 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극재의 경우 판가가 하락했으나, 판매량 증가가 이를 상쇄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분기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개선됐다. 롯데케미칼의 예상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5조2776억원·475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전분기 대비 향상된 수치다. 첨단소재 부문이 ABS에 힘입어 실적을 끌어올리는 중으로 미국법인 일부 설비 가동 중단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점도 고려하면 향후 개선의 여지가 더 크다는 평가다. 금호석유화학도 매출 1조7899억원·영업이익 865억원을 시현하는 등 전분기 보다 실적이 나아진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 수요 회복과 라텍스 판가·판매량 개선이 합성고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수지와 페놀 사업부 흑자전환도 점쳐지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SKC를 비롯한 기업도 비슷한 양상이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중국 금리 인하, 인도 및 동남아시아 성장 등이 전방산업 경기 반등을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도 △정기보수 종료에 따른 국내 공급 역량 확대 △수출 단가·물량 상승 △역내 공급과잉 완화 등에 힘입어 하반기 석유화학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를 3.3% 가량 상회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7월 들어 다시금 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공급과잉이 재발할 우려도 높은 만큼 고부가·친환경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저수익 자산을 매각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