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규제만으로는 산업의 육성, 투자자 보호 등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표준기구들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 글로벌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했지만 그와 함께 법적, 제도적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정한 게임의 장(level playing field)을 만들기 위한 통일된 규제 적용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국내 거래소들도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기 위해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업비트 역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 점유율 1위로서 이 같은 추세를 따라 투자자 보호와 규제 준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부국장 경력을 가진 이해붕 투자자보호센터장이 2021년 업비트에 합류, 투자자 보호와 규제 대응 양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직접 이 센터장을 만나 업계의 변화와 업비트의 대응 전략,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 센터장은 “가상자산 산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내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같은 글로벌 기구들이 제시하는 표준과 권고사항을 반영해 균형 잡힌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글로벌 표준이 뒷받침될 때 산업 발전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선도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해 보이스피싱, 심스와핑과 같은 금융사기를 실시간으로 감시·차단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업비트의 기술적 역량에 대해 “지난 1월 업비트가 개발한 AI모델이 '버드 시퀄(Bird SQL)'이라는 사이트에서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서울대보다도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AI 모델은 패턴 분석을 통해 이상거래를 실시간 탐지하고,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를 차단하는 데 적용되고 있다. 업비트의 성과는 단순 거래 보호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를 충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은 단순히 사기 거래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 국제적 규제 요구에 대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AI 기반 트랜잭션 추적 시스템을 통해 수사기관과 협력, 자산 동결과 같은 중요한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향후 국내 가상자산 산업에서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 즉 자발적인 책임성과 투명성의 정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적으로 부여된 책무와 책임을 완수하고, 그 과정을 명확하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어카운터빌리티"라며 “투명성과 책임성이 뒷받침될 때 가상자산거래소는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규제 준수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 센터장은 가상자산 관련 해외 법안을 직접 번역, 국제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의 암호자산시장에 관한 법률(MiCA), 미국 캘리포니아 및 뉴욕주 법률, 홍콩과 싱가포르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 등을 번역해 업계에 소개했다. 이렇게 번역된 자료들은 정부·국회 등 입법관계자에도 제공되고 일반에도 공개됐으며,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 과정에서 국제규제 표준을 준수하기 위한 기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센터장은 가상자산 산업이 규제와 기술의 조화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법적 구제장치가 마련돼야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업비트는 가장 신뢰받는 디지털자산거래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프로필 ◇ 약력 △고려대학교 법학 석사 △1990년~2021년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 △2021년 두나무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