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불거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시장 교란 우려와 관련해 면밀한 조사를 거친 후 위법 행위가 발견될 시 연루된 증권사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 “양측의 공개 매수 과정에서 근거 없는 특정 세력과의 결탁설, 주주 간 계약 및 공개 매수 규모와 관련 각종 통문 유포는 등 다양한 의혹을 조사 중"이라며 “개연성 있는 혐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미 구성된 조사 TF에서 집중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초 벌어진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양측은 서로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실제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돌입했다. 이후 16일에는 회계 심사도 시작됐다. 그러던 중 고려아연 경영진이 전날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시장에 큰 파장이 일었다. 공개매수를 마친 결과 양측이 지분 과반을 확보하는데 실패하자 추가 지분을 얻기 위해 선택한 방법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로 지난 24일 113만8000원을 기록했던 고려아연 주가는 단 5거래일 만에 이날 99만8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및 유증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에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인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부원장은 “금감원도 시장의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의 눈높이에서 증권신고서의 충실 기재 여부 등을 살펴보고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와도 연계하여 살펴볼 방침"이라며 “관련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 등 시장과 투자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철저히 심사하는 한편, 공개 매수 기관 중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의제를 사용하는 공정거래 등 위법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특히 공개 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과정 등에 있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진행 중이던 회계 심사에 대해서는 “현재 특이 사항 및 수집 자료 위주로 위반 혐의를 분석 중인데, 사업장 중단 등에 따른 충당 부채의 미인식 및 지연 인식 여부, 고가 인수 및 현물 배당받은 국내 투자 주식 관련 손상차손의 과소 인식 여부 등을 심사 중"이라며 “회계 처리 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은 다수의 회계 처리 사실을 확인했고 정식 감리 전환 여부를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제기된 문제점들을 유관기관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된 정정신고서에 대해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서도 “내부 통제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금감원은 향후 기업구조 개편에서 주주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