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극한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해상에 띄워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부유식 가스 생산 및 저장기지'인 FSRU에 대한 위험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열대성 폭풍과 태풍으로 인한 해양 교란이 발생하기 쉬운 국가에서 치명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3일 미국 에너지 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에서는 육상 터미널이 일반적이지만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과 같은 신규 구매자들은 낮은 초기 비용, 짧은 건설일정 및 위치 선정의 유연성 때문에 해상 터미널을 선호하고 있다. 이때 가장 일반적인 해상 부유식 수입 터미널은 연료를 액체 형태로 저장하고 유통을 위해 기체 상태로 재가열하는 FSRU가 꼽힌다. FSRU 선박은 연안에 정박해 저장한 액화천연가스(LNG)를 기화시킨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지로 내보낸다. 기존 LNG 선박에서 전환하거나 처음부터 건조할 수 있는 FSRU는 일반적으로 배치하는데 1년에서 3년이 소요되는 반면, 육상 터미널의 경우 4년 이상이 걸린다. 이는 육상 터미널보다 규모가 작으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재배치도 가능해 장점으로 꼽힌다. 2005년 처음 도입된 FSRU는 전 세계 LNG 수입 용량에서 작지만 지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FSRU 용량은 연간 1억8600만톤으로, 총 재기화 용량 11억4300만톤의 16% 수준에 이르고 있다. FSRU는 건설비용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영구적인 육상 LNG터미널을 건설하는데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FSRU는 현장에 따라 다르지만 1억달러 미만이 들 수 있다. 실제 방글라데시의 기존 해상 터미널은 5억달러(600억 터키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데 비해, 육상 터미널은 10억달러(1200억 터키달러)가 소요됐다.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는 총 10개의 부유식 LNG 수입 터미널 건설이 계획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장점만 갖춘 것으로 알려졌던 FSRU는 기후변화로 최대 난관에 빠졌다. 운영비용 증가를 비롯해 해양 조건이 더욱 민감해지면서 점차 운영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IEEFA는 “기후변화에 많이 노출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 특히 중요한데, 이는 더 강력하고 해로운 기상현상이 해양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점점 더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폭풍으로 인해 이 지역의 여러 부유식 터미널의 운영이 중단됐다"며 “운영 중단은 날씨와 관련된 운영 문제가 연료 공급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동시에 해상 LNG 수입 프로젝트를 건설하는 다른 국가에 대한 에너지 안보 위험을 예고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북동부 벵골만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레말'이 4일 간 지속되는 동안 FSRU는 무려 약 4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국가의 가스공급이 줄어 여러 가스화력 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 결국 기후변화가 부유식 LNG 수입 터미널의 운영 위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FSRU의 또 다른 단점은 육상시설보다 운영 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IEEFA는 FSRU 선박의 용선료는 일반적으로 하루 8만~12만달러(연간 2900만~4400만달러) 사이 이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종료된 방글라데시의 FSRU 프로젝트는 연간 미화 30만달러에서 1억1000만달러의 일일 수수료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에너지 기술 그룹인 바르질라(Wartsila )에 따르면 육상 터미널이 6~7년 운영 후 FSRU보다 저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IEEFA는 “FSRU의 날씨 관련 문제는 신흥 시장의 에너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며, 이러한 위험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이는 LNG 수입 터미널과 수출시설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은 해상 천연가스 거래 참가자가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관리하려는 노력은 이미 신흥 시장에 값비싼 연료에 비용과 복잡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FSRU는 내륙 수입 터미널보다 건설 속도가 빠르고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신뢰성 문제로 인해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서의 적용을 계속 위협할 수 있어 LNG 수요의 급속한 증가에 대한 업계의 기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