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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포럼 2세션] “자연자본은 소모품 아닌 기업 생존의 기초 자산”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의 제2 세션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열렸다. '기업과 생물다양성: TNFD와 지속가능경영'을 주제로 한 이 세션에는 150여 명의 기업·시민사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는 국립생태원 주우영 팀장, SDG연구소 이아선 컨설팅본부장, 국립생태원 임정철 탄소흡수연구팀장이 맡았다. 이들은 생물다양성 손실이 초래할 거대한 경제적 위기를 경고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시 기준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가 주도하는 공시에 대응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이를 어떻게 자산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자연 보전과 훼손 유발 자본 흐름, 극단적 불균형"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주우영 국립생태원 ESG경영본부 팀장은 '기후를 넘어 자연자본으로: TNFD와 네이처 포지티브'라는 제목으로 생물다양성 관련 글로벌 규제 지형의 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주 팀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5% 이상인 약 44조 달러가 자연에 의존하고 있고,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연간 125조~145조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적인 '자금 흐름의 불균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주 팀장에 따르면, 현재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금 흐름(약 7조3000억 달러)은 보전 자금(약 2200억 달러)의 무려 33배에 달한다. 자연 보전보다 자연을 훼손하는 데 압도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러한 재정 상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 활동의 근간인 자연자본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주 팀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50년(1970~2020년) 동안 척추동물 개체군 크기, 즉 숫자가 평균 73% 감소하는 등 생물다양성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주 팀장은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 순증)'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자연 파괴를 줄이는 '순손실 방지(No Net Loss)'를 넘어, 2030년까지 자연 상태를 회복의 길로 돌려놓고 2050년까지 완전히 회복시키자는 목표다. 그는 일본(201개)과 영국(82개) 등 해외 선도 기업들이 이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가입하는 등 자연자본 공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 가입 기업은 아직 12개사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선제적인 LEAP 방법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LEAP은 Locate(위치 파악, 자연과의 접점 식별), Evaluate (의존도 및 영향 평가), Assess(리스크와 기회 분석), Prepare(대응 전략 수립 및 공시 준비)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국내 기업 TNFD 준수율 21%" 두 번째 발표자인 이아선 SDG연구소 본부장은 국내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민낯과 도전 과제를 짚었다. SDG는 지속가능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의미한다. SDG연구소가 2025년 8~9월 사이 코스피(KOSPI) 상장사 849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2024 회계연도(FY2024) 기준으로 TNFD 관련 공시를 수행한 기업은 91개사에 그쳤다. 더욱이 공시의 질적 측면에서도 아직 한계가 뚜렷했다. 이 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TNFD 권고안 준수율은 평균 21% 수준"이라면서 “대부분의 기업(72~86%)이 자사 사업장 위치와 자연의 접점을 파악하는 위치 파악(Locate)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식별된 자연 리스크를 재무적 영향으로 연결하거나(Assess 8%), 실제 전환 활동을 위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단계(Prepare, 20% 미만)는 TNFD 공시에 참여한 기업 중에서도 일부에 불괴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세 가지 실행 전략을 제안했다. 우선 자연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한 금액 대신 범위(Range)'로라도 제시해 투자자의 해석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신규 설비 투자나 공급망 다변화 등 기존의 경영 활동을 자연 리스크 대응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자연 리스크 영향 평가가 없으면 신규 투자를 승인하지 않는 등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에 자연 이슈를 내재화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탄소중립, 내륙습지와 토양에 주목하라" 마지막 발표자인 임정철 국립생태원 팀장은 자연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기업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재무적 자본으로 정의하고 발표를 이어갔다. 임 팀장은 “탄소중립은 더 이상 배출을 줄이는 '감축 경쟁'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실체적 '자산을 확보하는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국가 탄소흡수원 정책이 산림(Green Carbon)에 편중돼 있으나, 산림 노령화로 인해 2050년이면 온실가스 흡수량이 현재의 25% 수준인 연간 1400만톤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 팀장은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틸 카본(Teal Carbon)', 즉 내륙습지와 토양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녹색의 그린카본(green carbon)은 산림 탄소 흡수와 저장을, 청색의 블루카본(blue carbon)은 연안습지와 해조류를 의미한다면, 짙은 청록색의 틸카본은 내륙습지와 토양의 탄소 흡수와 저장을 가리킨다. 습지는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토양 구조를 통해 미생물에 의한 분해 없이 탄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격리한다. 내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탄소 저장량을 산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확정되면 이러한 자연 기반의 탄소 직접 제거(CDR) 기술의 자산 가치는 대대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륙습지는 탄소중립 시대에 '저평가된 우량 자산'으로 강조되고 있다. 임 팀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만송정' 사례와 같은 상리 생태학적(Co-existence, 공존)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안동 하회마을의 만송정과 같은 마을숲은 지역사회와 공생하며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공동 자산이다. 기업의 복원 활동도 이와 같이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모델로 추진될 때 자산의 지속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업이 사업장 인근의 훼손된 생태계를 직접 복원하고, 이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연계해 '탄소 상쇄' 같은 인센티브를 받는 선순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을 소모하는 경영에서 자연자본을 키우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경영으로 진화하는 기업만이 미래 자본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접화군생은 섞이고(接), 변화하며(化), 함께 모여(群), 번성함(生)을 뜻한다. 자연을 소모하는 경영에서 자연자본을 키우는 경영으로 진화하고, 자연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 경영의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제2세션 참석자들은 “생물다양성 보존이 환경 보호라는 당위성을 넘어, TNFD 공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필수 도구가 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연자본(Natural Capital) 인간 사회와 경제 활동에 다양한 서비스(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연 생태계의 자산 가치를 말한다. 식물, 동물, 공기, 물, 토양 및 광물과 같이 인간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재생 가능 및 재생 불가능한 자연자원의 저장량(Stock)을 의미한다. 자연자본이 인간과 경제에 주는 혜택, 즉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는 △식량, 깨끗한 물, 목재, 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공급서비스 △탄소 흡수(기후 조절), 수질 정화, 홍수 및 질병 조절 등 조절 서비스 △광합성, 토양 형성, 생물다양성 유지 등 지지 서비스 △경관 감상, 휴양, 교육적 혜택 등 문화 서비스 등 크게 네 범주로 나뉜다.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TNFD)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관련 위험·의존도·영향 측정하고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국제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말한다. 2021년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주도로 출범했다. 기후 관련 공시인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 (TCFD)를 모델로 삼았다. 기업이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TNFD 권고안은 거버넌스, 전략, 위험 및 영향 관리, 측정지표 및 실천목표라는 4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자연자본포럼 1세션] 자연자본 공시, 자발적 참여 넘어 글로벌 의무화로 진행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22일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의 제1세션에서는 '자연자본 공시와 측정 동향'을 주제로, 글로벌 규제 지형의 변화와 국내 선도 기업의 대응 사례, 그리고 과학적 측정기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연자본이 기업 경영의 선택이 아닌 필수 자산"이라고 역설했다. ◇“국제 공시기준, '자연(Nature)' 중심으로 통합 중 이재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첫번째 주제 발표에서 '자연자본공시 국제 동향과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급변하는 글로벌 규제 흐름을 짚었다. 이 연구관은 “기후 공시와 자연공시는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와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라는 자발적 이니셔티브에서 출발한 뒤,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와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 등에서 국제회계기준 형태로 다듬어지고, 이후 국가별로 제도화되는 순으로 발전해왔다"고 밝혔다. 국제회계기준은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작년 11월에 처음 ISSB가 생물다양성 기준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이후 올해 4월까지는 기존에 사용하던 국제회계보고기준(IFRS) S1, S2에 통합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IFRS의 실무검토보고서를 보면 새로운 기준이 아닌 기존의 IFRS 기준 안에서 자연공시를 다루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연구관은 “기존에 사용하던 IFRS S1, S2에 통합 기준을 마련할 경우 자연 관련 기준을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동시에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기준이 경제성만 고려하는 보수적인 기준이라는 점에서 자연 공시 기준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동향에 있어서 유럽연합(EU)은 올해 최종적으로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공시 의무 대상을 초대형 기업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프랑스는 EU가 기준을 정립하기 전부터 거의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공시 의무를 부과했다. 자연 관련 전략을 세울때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BF) 목표와의 정합성을 밝히도록 했다. 인도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0개 상장사에 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리더십 지표에 넣어 관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연구관은 “기업들의 고민은 자연 데이터가 없거나, 데이터가 있어도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NFD가 추진하는 자연 데이터 허브(NDPF)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 연구관은 “2028년 이후 도입 예정인 기후 공시 다음으로 자연자본 공시 도입은 예정된 수순인 만큼 시간이 걸리는 데이터 확보 등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후공시에 자연 요소를 추가하는 전략도 현명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자본은 기업 영속성 결정 짓는 기초 자산" 두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김미현 SK증권 상무는 국내 금융권 최초의 TNFD 시범 보고서 발간 사례를 소개하고 금융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김 상무는 특히 기업 경영에 있어 탄소와 자연자본을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탄소 배출은 탄소세나 배출권 거래제 등을 통해 이미 기업이 지출해야 할 실질적인 '비용(청구서)'으로 가시화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자연자본은 아직 재무제표에 비용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물·토양·생물다양성 등 기업 활동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기초 자산'이자 근본적인 경영 자본이라는 것이다. 김 상무는 “기후 전환(Climate Transition)에 이어 이제는 자연 전환(Nature Transition)에 대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K증권은 이번 시범 보고서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립생물자원관을 통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직접적인 자문을 구함으로써, 분석 방법론에 대한 국제적 정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방대한 글로벌 기준(GBF, TNFD 가이드라인 등)을 국내 산업 구조와 금융 환경에 맞춰 정밀하게 해석할 수 있었다. 김 상무는 “무엇보다 '자연 회복'이라는 추상적인 글로벌 목표를 국내 기업들이 실제 공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측정 지표 표준 모델로 전환하는 실무적 이정표를 수립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김 상무는 금융기관의 공시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투자 프로세스의 진화'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단기적으로는 물리적 리스크를 식별하는 데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생태계 회복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적 역할이라는 것이다. ◇“과학적 측정 데이터가 신뢰성 담보" 세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KEI) 자연환경연구실장은 '한국의 자연자본 측정 동향과 정책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 실장은 “자연자본을 평가할 때 기준은 '어디를 공간적으로 보전해야할 것인가'"라면서 “생태계 변화에 대한 공간자료가 구축돼 있고 그 활용도는 높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생물다양성 평가를 위한 기초조사로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생물자원조사는 30년 이상 수행 중이다. 생물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는 충분히 축적된 상태다. 기업들의 위치가 어딘지, 그 위치가 산림인지 강인지, 어떤 생태적 환경에 따라서 생물종을 연결하고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자료도 갖춰져 있다. 이 실장은 “자연 상태의 변화는 생태계에 대한 영향과 종(種)에 대한 영향으로 나타나는데, 생태계 변화를 측정할 때는 생태계 계정이라는 통계 체계를 통해 들여다 본다"고 설명했다. 생태계 계정은 생태계 규모·상태·서비스로 구성된다. 규모는 생태계 자산의 크기를 말한다. 상태는 질적 수준이고, 서비스는 생태계가 경제나 인간 활동에 사용되는 혜택에 기여하는 요소다. 종의 변화를 측정할 때는 긴 시간에 대한 흐름으로 생물의 패턴을 봐야 하는데, 동물·식물상(相)을 시계열로 모니터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문제는 종은 종으로만 접근하고 생태계는 생태계만으로 접근하다보니 둘을 매칭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간에 대한 변화와 그 원인을 같이 비교하는 것이다. 공간에 환경 변화가 생긴다거나 개발이 이뤄졌을 때 그 원인을 측정하는 방법들에 대한 자료들이 구축돼 있으므로 이를 공간 변화와 함께 비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연자본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해 화폐화하는 작업 역시 어려운 과정이라고 이 실장은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환경가치 종합정보시스템(EVIS)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참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후 환경 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연자본이 감소했는지, 복원이 되고 있는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상황까지도 구축돼있다. 이 실장은 “자연 리스크 식별 결과가 실제 재무 의사 결정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될 때 공시의 진정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E칼럼] 폭우·폭염만큼 위험한 ‘계절의 무너짐’—소리없는 또 하나의 기후재난

4월의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봄'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가? 최근 관측자료를 보면 서울의 4월 중순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7~9℃ 높았고, 낮 최고기온은 28~29℃에 이르렀다. 이는 과거 기준으로 5월 하순 또는 6월 초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벚꽃이 채 지기도 전에 반소매 차림이 자연스러운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이들이 “봄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은 다르다. 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계절의 구조 자체가 조용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폭염, 집중호우, 태풍과 같은 강렬하고 즉각적인 피해를 동반하는 극한기상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또 하나의 위험은 훨씬 덜 가시적이며 사회적 경각심 또한 약하다. 바로 계절 길이의 변화, 즉 시간 구조의 재편이다. 이는 폭우처럼 갑작스럽지도, 폭염처럼 즉각적인 공포를 주지 않음에도, 이 변화는 더 깊고 광범위하게 사회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관측과 연구는 이미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여름은 약 25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여름은 이제 120일을 넘어 사실상 '4개월 계절'로 자리 잡고 있다. 여름의 시작은 앞당겨지고, 가을은 늦춰지면서 고온 환경이 계절 경계를 잠식하고 있다. 가을과 겨울의 계절길이 또한 짧아지고 있다. 100년 이상의 장기 추세에서도 동일한 방향 성이 확인된다. 이는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이 변화의 본질은 '날씨의 이상 현상'이 아니라 '시간 질서의 변화'에 있다. 농업의 파종과 수확, 산업의 생산과 소비, 에너지 수요의 계절적 변동, 교육과 사회활동의 일정까지 모두 계절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계절은 사회 전반에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다. 그런데 그 운영체제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부문에서 그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길어진 여름은 냉방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전력 피크를 장기화한다. 이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겨울 수요는 점차 축소되며 계절 간 수요 구조 자체가 변형된다. 의류, 유통, 관광 등 계절 의존 산업 역시 기존의 '사계절 모델'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경고 신호는 뚜렷하다. 고온이 조기에 시작되면 작물의 생육 주기가 불균형해지고, 개화 시기와 기온 조건의 불일치가 심화된다. 특히 이른 개화 이후 발생하는 저온 피해는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여름이 길어질수록 고온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이는 단순한 수확량 감소를 넘어 식량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건 측면의 위험성은 더욱 직접적이다. 여름이 길어질수록 온열질환의 발생 기간은 확대되고,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확대된다. 그런데도 계절 길이의 변화는 아직 '재난'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마치 물이 서서히 끓어서 뛰쳐나오지 못하는 '삶은 개구리'처럼 이 변화는 너무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극한기상은 사건으로 기록되지만, 계절 변화는 통계로만 드러나므로 대응은 늦어지고, 체감은 뒤따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계절 변화는 폭우나 폭염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더 구조적인 위험이 된다. 이제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 단발적 충격을 주는 '사건형 재난'뿐 아니라, 사회의 기반을 바꾸는 '구조적 재난'으로서의 계절 변화를 함께 인식해야 한다. 에너지 시스템은 장기 수요 변화에 맞춘 구조 개편이 필요하며, 농업은 재배 시기와 품종을 재설계해야 한다. 산업 전반 역시 계절 의존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과 사회 인식이 '계절 길이'를 핵심 기후지표로 받아들이는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단순히 더워진 시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 재편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 변화는 폭우보다 조용하고, 폭염보다 느리지만, 훨씬 더 깊고 넓게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요란하지 않기에 간과되기 쉽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다. '계절의 여왕' 봄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붕괴하는 계절 질서에 대한 경고다. 그리고 그 경고는, 우리가 반드시 대응해야 할 또 하나의 기후위기이자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경종이다.

“자연과의 공존은 미래 경제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정부가 국내 기업을 위한 한국형 자연자본 공시 지침을 마련하고,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구의 날'인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축사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총리는 서면 축사에서 “자연과의 공존은 다음 세대를 위한 의무이자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며 “정부는 기업의 자연자본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적극 지원하고, 한국형 공시 지침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녹색금융과 연구개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으며, 기업 경영의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관리에 대한 실질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연자본은 동식물, 공기, 물, 토양 등 인류에 혜택을 제공하는 재생·비재생 자연자원과 환경자산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손실이 가속화되면서 자연자본의 경제적 가치와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정부·학계·시민단체 관계자 등 약 500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개막식에서는 자연자본을 둘러싼 인식 전환의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정선구 에너지경제신문 사장은 개회사에서 “자연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 회복은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라고 말했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축사에서 ESG의 의미를 보다 확장해 해석했다. 그는 “ESG는 단순한 윤리 경영이나 탄소 감축을 넘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라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자연자본은 기업 활동의 근간이자 관리 대상 자산으로 자리 잡았고,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변화가 재무적 리스크와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며 “기업은 자연 훼손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복원을 통해 순증을 이루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순증)' 전략을 비즈니스 모델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은 '재무관련 자연정보공개 협의체(TNFD)' 프레임워크의 핵심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공시 기준인 TNFD가 생물다양성 지표와 직접 연계되면서 기업은 자사의 자연 의존도와 영향도를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전은 탄소 흡수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기후 대응과도 긴밀히 연결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개회식 강연에서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박기영 국장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추진 중인 국내외 생물다양성 보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탄소 흡수 효율이 높은 방글라데시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과 AI 및 드론 기술을 결합해 토착 식물의 회복력을 높이는 '그린웨이브' 프로젝트의 성과를 공유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염형철 공동대표는 하천 생태계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생물다양성 ESG 활동의 실제 사례와 현장에서 마주하는 과제를 소개했다. 염 대표는 서울 중랑천 생추어리 조성 및 충북 미호강 미호종개 복원 성과를 설명했다. (주)땡스카본의 김해원 대표는 TNFD와 데이터를 활용해 자연과 기업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기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데이터로 측정하고 '떼르(Terre)' 플랫폼과 같은 구조를 통해 증명해야 글로벌 규제 속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역설했다. 포럼에서는 총 3개 세션이 진행됐는데, 자연자본 공시의 실무적 대응 전략이 공유됐다. 세션 1에서는 국립생물자원관 이재호 연구관이 글로벌 공시 동향을, 김미현 SK증권 상무가 국내 금융권 최초의 TNFD 시범 보고서 사례를 발표했다. 김 상무는 “자연자본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자본"이라고 지적했다. 세션 2에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 GBF)'와 기업 대응 전략, 국내 상장사 849개사의 TNFD 공시 현황 분석이 발표됐다. 이어 기업이 직접 생태계 복원에 참여해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세션 3에서는 삼일PwC, 포스코홀딩스 등 기업 사례를 통해 자연자본 공시가 단순 규제가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임이 강조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공시 지원 인프라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ESG 공시의 흐름이 탄소 중심에서 자연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을 통해 자연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관련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회계기준원이 공시 초안을 발표하는 등 제도화가 진행 중이다. 한 참석자는 “기업이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전환하는 방향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네이처 포지티브 경영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SK이터닉스, 세계 최대 규모 연료전지 발전단지 상업운전 개시

SK이터닉스가 충북 충주메가폴리스 일반산업단지 내 건설한 '대소원에코파크' 연료전지 발전소의 상업운전을 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대소원에코파크는 설비 용량 40메가와트(MW) 규모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발전소로, 1만6423㎡(약 4968평) 규모 부지에 조성됐다. 대소원에코파크는 블룸에너지의 0.3MW급 연료전지 120기가 설치됐고 연간 약 9만4000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다. 이번 상업운전은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한 인근 충주에코파크(40MW)와 연계되어 추진됐다. 이를 통해 SK이터닉스는 충주지역에 약 80MW 규모의 대규모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구축하게 됐다. SK이터닉스는 단일 지역 기준 SOFC 연료전지 발전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SK이터닉스는 이번 사업을 통해 연료전지 누적 운영 용량 169MW를 달성했다. 현재 건설 중인 파주에코그린에너지(31MW) 및 일반수소발전시장 낙찰 사업(28MW)이 순차적으로 준공될 경우 총 228MW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SK이터닉스는 공동투자사인 참빛그룹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사업안정성을 강화했다. 참빛그룹은 충주에코파크와 대소원에코파크 사업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동시에 도시가스 공급을 담당한다.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는 “대소원에코파크의 상업운전 개시는 SK이터닉스의 분산형 전원 사업 역량과 프로젝트 수행 경쟁력을 입증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분산형 전원 확대를 통해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업 모델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2차 전기본, 2040년 수요 ‘657~694TWh’ 전망…“수요관리로 대응”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인공지능(AI)과 전기화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하면서도, 수요관리 강화를 통해 증가 속도를 제어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22일 열린 전력수요 전망 공개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허진 이화여대 교수(수요전망 위원장) 따르면 2040년 전력소비량은 657.6~694.1TWh로 전망됐다. 이는 11차 전기본 최종연도(624.5TWh) 대비 증가한 수치다. 다만 경제성장률 둔화 영향으로 기본적인 수요 증가세는 과거보다 완만해진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전기화 등 '추가수요'가 구조적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12차 전기본은 처음으로 복수 시나리오 체계를 도입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기존 성장 흐름과 2035 NDC 53%를, 상향 시나리오는 AI 확산과 NDC 61% 달성을 가정했다. 허진 교수는 단일 전망이 아닌 시나리오 기반 접근을 통해 “과잉·과소 투자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이번 계획에서 가장 큰 변화 요인이다. GPU 서버 전력밀도는 2040년까지 현재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반영됐으며, 이에 따른 전력수요는 약 26.5TWh로 전망됐다. 전기화 역시 핵심 변수로, 산업·수송·건물 전반에서 전력수요를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3차 전기본 수립 위원회는 수요 증가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효율향상(EERS) △DR시장 △히트펌프 △시간대별 요금(TOU) 등을 통해 120TWh 이상을 절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는 전기차(V2G), 산업용 요금 등을 활용한 부하이전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이번 12차 전기본 수요 전망의 핵심은 '수요는 늘어나지만, 그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AI·반도체·전기화로 전력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정부는 이를 그대로 설비 확대로 연결하기보다는 수요관리와 패턴조정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전력이 필수이며 산업 전기화 역시 '피크 수요' 확대 요인이라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까지 고려하면 “수요관리만으로 감당 가능한가"라는 현실적 의문이 남는다. 결국 향후 쟁점은 △수요관리 실현 가능성 △LNG·원전 등 백업전원 필요성 △계통·송전 투자와의 정합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 출범…“기후·에너지·환경 이슈 선점”

보수진영에서 기후·에너지·환경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 발족식을 개최했다. 이날 발족식은 지구의 날을 맞아 열렸다. 네트워크에는 국민의힘·개혁신당 소속 총 23명의 국회의원이 가입했다. 이들은 최근 기후위기 대응 이슈가 진보 진영 위주로 논의되면서 현실성이 부족한 정책이 제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번 네트워크 설립에 참여했다. 김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보수진영의 에너지·환경 정책 방향을 발족 선언문을 통해 제시했다. 그는 “기후 대응과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며 “원자력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하고, 재생에너지가 이를 보조하며 수소를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원이 어우러진 균형적인 에너지믹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책임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겠다"며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선악의 문제로 몰아가기보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국토와 해양 오염을 종식시키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는 영국의 보수환경네트워크(CEN)을 모델로 삼다. CEN에는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 51명과 상원의원 31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당의 관련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또한 미국·프랑스·독일 등과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하고 있다.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는 해외 기관과의 외교적 연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발족식에는 존 플레셔 CEN 매니징디렉터 일본의 비슷한 단체인 '사토모리'의 루리 미우라 설립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 이슈가 진보 진영 위주로 다뤄지는 점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발족 선언문에서 “기후·환경 문제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하에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돼야 한다"며 “특정 집단의 이익 실현 도구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2031~2049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탄소중립법에 명시하려는 데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기후특위 소속 의원들은 해당 기간 초기에 온실가스를 더 빠르게 줄이는 계획을 담고자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후특위 활동 기간이 다음 달 말까지인데, 민주당이 이 기간 안에 성과를 만들려는 것 같다"며 “활동 기간에 쫓겨 졸속으로 입법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포함된 관련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 맞는 합리적이고 이행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국회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탄소중립형 AI 데이터 센터

필자가 유학 시절 학생 가족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인도계 가족이 있었는데 나름 엘리트 의식이 있고 서구 문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자신들 가족이 모두 채식주의자들이라고 해서 조금 놀랜 적이 있었는데 인도인이 채식주의여서가 아니라 체형이 채식주의자들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상인 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체형인데 그런 채식주의자들을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는가 물어보니 주식이 감자 튀김이었다. 감자가 채소임에는 틀림없으니 채식주의자는 맞는 셈이다. 반대로 카니보어 다이어트(Carnivore Diet)라는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가 있는데 육류만을 섭취하여 체중감량, 혈당조절, 소화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탄소중립 정책을 둘러싼 논쟁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탄소중립은 '배출을 줄인 결과'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이 단순한 정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탄소중립은 결과가 아니라 특정 수단, 즉 재생에너지로 치환되었다. 그 결과 정책은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전제는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정책은 이 전제를 사실상 교리처럼 취급하고, 다른 선택지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신념에 가깝다. 목표를 수단으로 환원하는 순간, 정책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스스로 경직된다. 이러한 전제의 취약성은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무엇보다 24시간 끊김 없는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조달만을 허용하겠다는 접근은 현실 조건을 무시한 채 이상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과학기술부가 LNG 등 다양한 발전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현실 인식에 가깝다. 반면 이를 배제하려는 입장은 정책 목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설정된 전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에 가깝다. 더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LNG 발전이 경제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력 공급 수단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계통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상시 부하를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고, 저장 기술 역시 아직 비용과 규모 측면에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반면 LNG는 비교적 낮은 비용과 높은 운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실제로 작동하는 전력 공급 수단이다. 그럼에도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정책이 현실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부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현실에서 작동하는 전원을 제거한 채 이상적인 구조만을 강제하면 결과는 명확하다. 기업은 비용 상승을 감수하거나, 불확실한 전력 환경을 떠안거나, 아예 다른 국가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라 정책 설계 실패에 대한 합리적 대응이다. 결국 탄소중립을 내세운 정책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전력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경로 설계의 부재다. 배출을 얼마나, 어떤 속도로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계획 없이 특정 수단만을 앞세우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선언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현실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 공백을 시장은 불신과 회피로 채우게 된다. 탄소중립은 수단이 아니라 결과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결과를 관리하기보다 수단을 강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정책은 점점 더 많은 예외를 만들고, 더 많은 갈등을 유발하며, 더 낮은 신뢰를 낳는다. 전제가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수정되지 않는다. 충돌할 뿐이다. 고기를 끊는 것만으로 건강이 보장되지 않듯,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이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수단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만 해법을 찾는 접근은 결국 목표를 왜곡한다. 탄소중립을 진정으로 달성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강제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설계다. 지금의 방식은 전환을 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연시키고 있다. 뚱뚱한 인도인 채식주의자들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이다. ekn@ekn.kr

‘오존 핫스폿’으로 지목된 수도권·광양만권

국내에서 오존 농도가 특히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핫스폿(hot spot)' 지역으로 수도권과 전남 광양만권이 지목됐다. 경기 중부는 최근 5년(2021~2025년) 평균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22.2일로 가장 많았고, 전남 여수(20.6일), 순천(20.0일), 서울·경기 남부(17.6일)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여수·순천·광양은 별도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연재)과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송지현)가 공동 주최한 '제1차 대기환경 정책발전 학술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7일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계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오존 관리 정책 진단 및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7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연속 포럼의 첫 번째 일정이다. ◇“오존은 배출지와 농도 지역이 다르다"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김순태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오존 문제의 핵심으로 '공간적 불일치'를 지목했다. 오존을 생성하는 전구물질은 특정 지역에서 배출되지만, 실제 고농도 오존은 기상 조건과 이동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존 주의보 발령일수와 전구물질 배출량을 종합 분석해 수도권과 광양만권을 대표적인 '핫스폿'으로 제시했다. 특히 여수·순천·광양은 산업단지와 발전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오염원 특성도 지역별로 다르다. 수도권은 교통과 생활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충남과 광양만권은 발전소와 대형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산림에서 배출되는 자연발생 VOCs(BVOCs)까지 더해지면서 오존이 생성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 김 교수는 “국내 대부분 지역이 VOCs에 민감한 구조를 보이는 만큼, 단순한 총량 감축이 아니라 지역별 민감도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산업 VOCs가 절반"…정밀 관리 필요 광운대 환경공학과 유경선 교수는 오존 생성의 핵심 물질인 VOCs의 배출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3년 기준 VOCs 배출은 가정·상업용 유기용제가 25.6%, 건축용 도장시설이 22.4%를 차지해 두 부문만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체 VOCs 배출량은 2019년 99만6000톤에서 2023년 88만6000톤으로 감소했지만,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오존 증가를 억제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유 교수는 “오존 생성 기여도가 높은 고반응성 VOCs를 선별해 관리하고, 사업장별 배출량을 화학물질 종류별로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굴뚝 자동측정기와 원격 측정 기술을 활용한 실측 기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소산화물만 줄이면 오히려 악화" 한국환경연구원(KEI) 대기환경연구실 심창섭 박사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오존 농도는 1997년 0.019ppm에서 2025년 0.033ppm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최근 5년간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NOx 배출량은 2016년 118만 톤에서 2022년 77만5000톤으로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오존 농도는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NOx 감소로 오존을 제거하는 반응이 약해지면서 대기 중 잔류 오존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심 박사는 △도심 VOCs 우선 감축 △메탄 등 단기체류 기후오염물질(SLCFs) 통합 관리 △고농도 지역 시공간 분리 관리 △정기적 정책 평가 △동북아 공동 대응 등 '5대 통합 관리 체계'를 제안했다. ◇“광양만, 오존주의보 오전에만 73%, 집중 조사중"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박정후 연구관은 국내 오존 현황과 함께 남부지역 집중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광양만권에서는 오존주의보의 73%가 오전 시간대에 발령되는 특이 현상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오존은 오후에 농도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패턴이다. 과학원은 2025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광양만권을 대상으로 집중 관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다음달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6주 이상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는 항공기 1대, 이동측정차량 5대, 20여 종 이상의 첨단 장비가 투입돼 VOCs 최대 216종을 포함한 다양한 오염물질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오존 생성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예보 모델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오염"…정책 전환 요구 전문가들은 오존이 단순한 대기오염을 넘어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환경 문제라고 지적한다. 오존은 온실가스로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1000에 달하며, 전체 기후변화 영향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농도 오존은 호흡기 자극과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농작물 수확량 감소 등 생태계 피해까지 초래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여름철(5~8월)에는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60일 이상에 달하는 등 고농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4회 오존 예보를 실시하고, 고농도 시기에는 배출 사업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을 통해 2032년까지 오존 관리 목표 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학술토론회는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국내 대기질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면서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오존을 비롯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자의 눈] ‘에너지안보 = 재생에너지’라는 함정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는 수입 연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에너지 안보는 '발전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일까.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수입하지 않는 대신, 설비와 소재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에너지저장장치에는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광물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자원의 가공과 정제는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연료 의존도가 줄어드는 대신 설비와 소재 측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의존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이란 사태처럼 주요 해상 물류 경로가 흔들릴 경우, 원유뿐 아니라 이러한 부품과 소재의 수급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력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도 고민은 이어진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원전이나 LNG 발전, 혹은 에너지저장장치가 함께 운영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설비 투자 역시 에너지 정책을 논의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송전망 문제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는 입지 특성상 발전지와 수요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발전 설비 확대와 동시에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송전 제약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보면,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어떤 에너지원이 더 안전한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연료, 설비, 공급망, 계통, 비용이 모두 얽힌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중요한 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전의 안정성, LNG의 유연성, 재생에너지의 환경성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특정 방향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큰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나누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이란 사태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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