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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탄소감축에 꼭 필요한 ‘탄소저장’…그런데 저장고가 없다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 용량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16명 의원과 한국CCUS추진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CCUS를 통한 국가 기간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성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란 탄소를 배출하는 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해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지중 혹은 해저에 영구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당장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어려운 산업이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지난해 2월 7일부터는 CCUS법이 시행돼 CCUS 산업의 육성과 안전관리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CCUS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수단에도 포함돼 있다. 2035 NDC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3% 혹은 61% 줄이는 두 가지 시나리오다. 53% 기준으로 총 3억250만 톤을 줄여야 하며 이 중 CCUS가 해마다 줄여야 할 몫은 1120만 톤이다. 61% 기준으로는 CCUS가 2030만 톤을 줄여야 한다. CCUS는 CCU(탄소 포집 및 활용)과 CCS(탄소 포집 및 저장)로 나뉜다. 이 가운데 CCS를 위해선 저장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울산 앞바다에 있는 폐 동해가스전 부지의 1200만 톤 말고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CCS 저장고가 총 10억 톤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화력발전 등이 탄소중립까지 가려면 CCS가 대규모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호선 한국CCUS추진단 단장은 토론회에서 “산업이 수소화나 전기화가 되지 않는 이상 불가피하게 탄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철강, 석유화학 등 기반 산업들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CCUS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CCS 저장고 탐사 후 실제 주입까지 7~10년 걸리는 만큼 저장고 확보를 위한 선제적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 CCS 저장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와 말레이시아와는 지난 2024년 말 CCS 저장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CCS 비용은 톤당 100~200달러로 가격이 비싼 상황이다. 기회비용인 톤당 10달러 수준의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과 큰 격차가 있다. 다만 토론회에서는 앞으로 기술 개발로 CCS 비용이 20~40% 절감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철강협회와 한국화학산업협회도 참여해 CCUS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권현철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신산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CCUS가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30년까지 상하수도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 도전

국내 상하수도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 계획이 추진되고 실제로 목표가 달성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730만톤에서 365만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공개됐다. 이날 행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물관리 정책의 방향과 핵심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상하수도 수처리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동시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됐다가 삭제됐던 '4대강 보 처리 방안'도 다시 포함하는 쪽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수처리 분야 온실가스 감축, '물 분야 탄소중립' 핵심 과제 이번 변경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상하수도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연구를 맡은 한국환경연구원(KEI)의 한혜진 선임연구위원(연구프로젝트 총책임자)은 “2018년 기준 약 730만 톤에 달하는 상하수도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 수준인 365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수준을 넘어 장기적으로 '물 분야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물관리 정책은 수량과 수질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최근에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상당한 기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수처리 부문의 탄소 관리가 새로운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서는 하수처리 시설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국가 인벤토리 통계보다 크게 높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진 기체로, 관리 방식에 따라 상당한 감축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수처리장 에너지 자립률 30% 목표 이번 계획안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공공하수처리장의 에너지 자립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내용이 들어있다. 현재 약 17.3% 수준인 에너지 자립률을 2030년까지 30%로 높이고, 정수장과 취수장, 가압장 등 물 공급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약 153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한다는 방안이다. 특히 수상태양광과 수열에너지, 소수력 등 물 관련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현재 약 1.6GW(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약 10GW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하수처리장 부지나 물 관련 시설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시설 운영에 다시 활용하는 '에너지 자립형 물관리'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험도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하수처리장에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수천 톤 규모의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4대강 보 처리 방안' 다시 포함…정책 번복 논란 그러나 이번 변경안에는 정책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도 포함돼 있다. 2020년 수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원래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 처리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23년 8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삭제했고, 이를 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공청회도 개최했다. 당시 시민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인 계획 변경에 반발해 공청회를 물리적 저지에 나섰고 공청회가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변경안에서는 '합리적 보 처리 방안 마련'과 '단계적 완전개방 확대'가 다시 주요 과제로 등장했다. 사실상 삭제됐던 정책이 다시 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셈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가 물관리 정책의 최상위 계획이다. 또한 5년마다 타당성을 재검토해 필요하면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2020년 첫 기본계획 수립 이후 불과 5년 사이에 핵심 정책이 삭제됐다가 다시 복원된다는 점이다. 계획의 장기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국가 기본계획이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물관리 정책이 정치적 변화에 따라 급격히 방향을 바꾸면 장기적인 기후 대응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상하수도 에너지 자립 확대나 수처리 분야 탄소 감축 같은 과제는 수십 년 단위의 시설 투자와 기술 축적이 필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일관된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신규 원전 부지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지난 1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응답률이 60.1%, 60.5%,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신규원전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69.6%, 61.9%라는 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을 뒤집으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신규원전 건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마침내 1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1월 30일 신규원전 2기와 소형원전 1기의 부지 확보를 위한 유치공모에 착수하여, 희망하는 지자체는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3월 30일까지 신청하도록 공지하였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풍경 하나. 2003년 7월 22일 전북 부안군 수협 앞에서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모여 '핵폐기장 반대 부안군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단상에는 삭발을 한 여성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1990년 안면도, 1994년 덕적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다 실패한 정부는 2003년 울진, 부안 등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핵폐기장 부지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7월 2일 부안군의회는 유치신청을 부결시켰으나 7월 14일 부안군수가 산자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7월 24일 산자부는 부안군 위도를 최종후보지로 발표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초중학생 등교 거부와 주민결의대회, 차량시위, 해상시위, 삼보일배 등 반대 운동을 확대해나갔다. 정부의 강행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는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절정에 달했다. 정부는 주민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거부하여 투표는 민간의 주관으로 시행되었다. 2004년 2월 14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91%의 반대가 확인되었다.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던 정부는 2005년에 '3000억 + α'라는 지역지원 대책을 내세워 포항, 영덕, 군산 세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89.5%로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를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결정했다. 풍경 2. 2014년 8월 20일 김양호 삼척시장은 원전건설 신청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해 6월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시장의 공약이었다. 전임시장은 '원전건설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안전행정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주민투표를 반대하다 그해 선거에서 현 시장에게 패했다. 삼척시민들은 삼척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반대 활동에 돌입했다. 원전 유치를 추진해온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2012년 10월 31일 실시되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개표도 하지 못하였다. 삼척시의 주민투표 요구는 2014년 9월 1일 안행부의 '국가사무' 유권해석을 내세운 삼척시 선관위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삼척시는 2012년 10월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를 추진하던 경남 남해군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사업을 백지화한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결국 민간기구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10월 9일 주민투표에 들어갔다. 투표에는 67.9%의 유권자가 참석하여 84.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주민투표가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원전 건설 추진은 어려워졌고, 5년 뒤인 2019년 5월 31일이 되어서야 산자부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삼척시 대진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의결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불과 21세기 20년 동안 이런 전철을 겪고도 이번에 한수원이 공지한 후보부지 유치 공모를 보면 자치단체장이 해당 지방의회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신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떤 지원 대책을 내세워 주민들을 달래려 할지는 모르겠으나 원전 건설은 주민들의 생명 및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사항이므로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신청은 현재 공지한 대로 받더라도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현지의 갈등과 대립을 줄이고 정책 수행 과정도 원활해질 것이다. 정부가 여론조사를 내세워 원전 건설을 추진하려면 다음 질문이 들어갔어야 마땅했다. “귀하가 사는 지역에 원전을 건설한다면 찬성하시겠습니까?" 신동한

지자체 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7곳 지정…11GW 규모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신청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7개 사업이 총 11기가와트(GW) 규모로 선정됐다.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사업을 두고 개발사 선정 과정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토대로 2035년 해상풍력 25GW 보급을 달성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5개 지자체(인천‧전남‧전북‧보령‧군산)가 신청한 7개 사업을 재생에너지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조건부 지정한다고 15일 밝혔다. 7개 사업은 △인천 공공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전남 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1단계(1.5GW) △전남 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2단계(2.1GW)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보령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3GW) △군산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전남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3.7GW)로 총 11.1GW 규모다. 7개 사업들은 2030~2035년에 상업운전을 할 계획이다. 11.6GW는 설비용량 기준 원전 11기에 달하는 규모이며 정부의 2035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 25GW의 44%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지난해 기준 0.4GW 정도에 불과하다. 집적화단지란 지자체가 발전사업 입지를 개발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 개발사를 선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보통 개발사가 발전사업 입지를 개발하고 주민 수용성 확보와 지자체로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구조와는 다르다. 집적화단지는 지자체가 주도해 개발한다는 점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와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부는 해당 사업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 0.1 추가 부여한다. 해상풍력의 기본 REC 가중치가 2.0임을 고려하면 REC 수익을 약 5% 추가로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기후부는 해당 사업에 공동접속설비 구축 등 전력망 연결을 지원한다. 다만 기후부는 일부 해역에 군 작전성 협의 등이 필요한 만큼 국방부와의 협의를 조건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군과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정이 철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 집적화단지는 오는 26일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지정됐다. 앞으로는 해상풍력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발전지구가 추진된다. 발전지구는 정부가 직접 입지를 개발하고 지자체 및 주민들과 협의해 개발사를 선정하는 사업이다. 집적화단지로 지정된 사업이 발전지구로 편입되는 것도 가능하다. 각 지자체들은 집적화단지를 직접 추진하는 만큼 지역 공기업 및 민간 개발사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각 지역 인근 해역에서 해상풍력을 개발 중인 개발사들이 선정 과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발사 선정에 난항을 겪을 경우 이후 발전지구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정부는 이번 집적화단지 지정 이후에도 관련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상풍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호르무즈 위기와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조건

중동 정세가 긴장되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통로 가운데 하나로,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가 이동한다. 또한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좁은 해협 하나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동시에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르무즈는 세계 최대 에너지 요충지이자 대표적인 병목지점(chokepoint)으로 평가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국제유가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에도 국제 원유 가격은 여러 차례 급등했다. 1970년대의 석유위기는 공급 충격이 중심이었다. 산유국의 실제 공급 감소폭은 제한적이었지만 당시 국제 사회는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았고 대체 수단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네 배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위기의 핵심은 공급량 자체보다 공급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반면 2008년 국제유가 급등은 다른 구조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원유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여기에 금융시장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다. 공급 감소보다 수요 확대와 금융 요인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 사례였다. 즉 1970년대의 유가 상승은 공급 중심 충격이었다면, 2008년은 수요 압력이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이 두 사례와 모두 다르다. 공급 차질 가능성과 함께 공급망 전체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원유뿐 아니라 LNG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중동산 LNG는 아시아 시장의 핵심 공급원이며, 이 경로가 흔들리면 한국과 일본, 중국 같은 LNG 수입국의 전력 생산 비용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 동시에 선박 보험료 상승, 우회 항로 확대, 운임 증가가 발생하면 석유화학 원료와 산업용 자재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즉 현재의 에너지위기는 특정 연료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원유, LNG, 해상운송, 전력 생산 비용, 산업 원료 가격이 함께 연결되는 복합적 에너지 시스템 충격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외부 충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또한 우리 산업의 핵심인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은 에너지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같은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이라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생산비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난다. 국제 연료가격 상승이 산업 경쟁력 문제로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단기적인 공급 충격으로만 볼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장기적 과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복원력(energy resilience)이다. 이는 단순히 연료를 더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공급망 충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에너지 시스템 전체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World Energy Outlook」에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복원력이 에너지정책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복원력 있는 전환(resilient transition)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는 유지하되, 외부 충격이 반복되더라도 전환 자체가 중단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저장장치, 송전망, 전략비축, 수입선 다변화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반복되는 공급 충격 자체가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수입 화석연료 의존 구조는 외부 충격이 반복될수록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반대로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전원과 전력망 유연성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Reuters 등 주요 국제 언론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으며, 에너지전환은 더욱 견고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에서는 공급 안정, 가격 관리, 산업 경쟁력, 탄소 감축이 동시에 고려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 대응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위기가 의미하는 것은 더 많은 연료를 확보하는 일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충격 속에서도 전환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번 위기가 시사하는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조건이다. ekn@ekn.kr

[기후 신호등] 전쟁이 몰고온 고유가…탄소 배출 늘릴까,  줄일까?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보름을 넘겼지만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적으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에 비상이 걸렸고,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할 경우 탄소 배출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 않다. 유가 급등이 탄소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신 연구들은 상반된 수치들을 내놓고 있다. 원유 가격의 상승이 반드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진다는 낙관론을 넘어 각국의 에너지 의존도와 경제 구조에 따라 탄소 배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와 온실가스 배출량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해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다. ◇고유가가 견인하는 탄소 감축: 가격 기제의 실질적 효과 많은 연구는 유가 상승이 화석 연료 소비를 억제하고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강력한 가격 기제로 작용함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중국 구이저우 재경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에너지(Ener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1990-2019년 데이터를 모델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 상승할 때 탄소 배출량은 단기적으로 0.351%, 장기적으로는 0.1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고유가가 기업과 가계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즉각적으로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도 중국의 탄소 배출 수준에 유의미한 부정적(감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중국 하이난 대학교 연구팀이 2023년 '환경 과학과 오염 연구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ESPR))'에 게재한 논문은 교통 부문에 집중했다. 이 연구는 유가가 1% 상승할 때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 강도가 단기적으로는 0.121%, 장기적으로는 0.141% 감소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고유가가 혁신적이고 에너지 효율적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면서, 가계가 유류 차량에서 전기차와 같은 대체 수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만들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감축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 이공대학교 연구팀이 2022년 같은 저널(ESPR)에 발표한 유럽 30개국 대상 연구에서도 유가 상승의 '긍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회귀 분석 결과, 유가가 1% 상승할 때 전체 탄소 배출량은 약 0.003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상승 시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대체 에너지원으로 이동해 결과적으로 전체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작아 보이지만, 유럽 전역의 에너지 소비 규모를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중국 창저우 정보직업기술대학 연구팀은 지난 2018년 '자연과 사회에서의 이산 동역학 (Discrete Dynamics in Nature and Society)'에 미국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유가 상승이 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점을 증명했다. 고유가가 석유 수요의 증가 속도를 늦추고 에너지 구조에서 석유의 비중을 낮춰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연료 대체와 산유국의 역설: 탄소 배출이 급증할 위험성 반면, 고유가가 오히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유가 상승 시 비싼 석유 대신 저렴하지만 탄소 집약도가 높은 '석탄'으로 에너지를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튀니지 젠두바 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18년 '경제학 회보(Economics Bulletin)'에 게재한 논문은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이 논문에서 제시한 중국의 사례를 보면, 유가가 1% 상승할 때 탄소 배출량은 단기적으로 25%, 장기적으로는 무려 49%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중국은 석탄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여서 유가가 치솟을 경우 자국에 풍부한 석탄으로 에너지를 급격히 대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석탄 소비가 1% 증가할 때 탄소 배출량은 112% 폭증하는 상관관계가 관찰되기도 했다. 유가 상승은 결과적으로 배출량이 유가 하락 시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 구조에 따른 차이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나이지리아 라피아 연방대학교 연구팀이 2023년 '자원 정책(Resources Policy)'에 발표한 아프리카 30개국 대상 연구에 따르면, 석유 순수입국에서는 유가 1% 상승 시 탄소 배출량이 0.081% 감소하지만, 석유 수출국에서는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0.038%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연구팀은 석유 수출국에서는 유가 상승이 국가 수입 증대와 경제 성장을 더 늘리는 자극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의 사례는 더욱 뚜렷하다. 카자흐스탄 알-파라비 국립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에너지 경제학과 정책 국제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ergy Economics and Polic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가가 1% 상승할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단기적으로 0.373%, 장기적으로 1.55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 성장은 탄소 배출량을 단기 0.101%, 장기 0.424%만큼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카자흐스탄에서 유가 상승이 경제 발전에는 긍정적이지만, 탄소 배출량 역시 동시에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의 '원인'과 '내부 역량'에 따른 차별화된 결과 유가 상승 그 자체보다 상승의 원인과 기업의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히 유가의 높고 낮음보다, '왜 유가가 올랐는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칠레 산 세바스티안 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에너지 리포츠(Energy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유가 상승의 원인을 두 가지로 구분한 뒤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공급 감소로 인해 유가가 10% 급등할 경우(공급 충격), 당해 연도 탄소 배출량은 1.3% 감소하고 2년 뒤에는 1.8%까지 감축 효과가 확대됐다. 그러나 세계 경제 호황에 따른 수요 증가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수요 충격)에는 오히려 당해 연도 배출량이 2.4%, 2년 뒤에는 8.9%까지 대폭 증가하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경제 활동 자체가 팽창하면 유가가 상승해도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하일 대학교 연구팀은 2023년 '에너지 (Ener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유가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발하는 규모를 수치화했다. 논문에서는 유가 상승 시 중국의 재생 에너지 소비는 단기적으로 28%, 장기적으로는 232%나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석탄 소비를 자극해 탄소 배출이 일시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구조로의 체질 개선을 강력히 이끌게 된다는 점을 입증했다. 중국 칭다오 대학교 연구팀이 2022년 '자원 정책'에 발표한 논문은 유가와 같은 외부 가격 변수보다 '인적 자본 효율성(human capital efficiency, HCE)' 같은 내부 역량이 탄소 감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HCE가 1단위 높아질 때 유가 변동 주기와 상관없이 탄소 배출량은 0.567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숙련된 인적 자원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고유가 상황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가 주기와 관계없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국내에서도 석탄화력발전 가동률 높아질 수도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1일 김성환 장관 주재로 에너지대책 점검 회의를 열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가동률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원전의 경우 현재 15기(설비용량 16.45GW)가 가동 중인데, 이달 내로 2기를 재가동하고, 5월 중순까지 추가로 4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LNG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석탄발전 가동률도 높일 방침이다. 3월 말까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이어서 주중에는 전체 60기의 석탄발전기 중 15기의 출력을 80%로 낮추고 있고, 주말에는 최대 29기까지 발전기를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부는 향후 황사와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시기에는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부는 미세먼지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저유황탄 사용과 대기오염방지시설의 가동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 가동률을 높일 경우 LNG 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30~50%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기후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올해 재생에너지 보급·융자 사업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재생에너지 설비의 조기 가동을 위해 사업의 인허가 및 계통연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신속히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온실가스 감축의 기회인가?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고유가 상황은 대체로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높은 비용 부담은 화석 연료 소비에 대한 강력한 억제책이 되고,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기술에 대한 투자 수익성을 높여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첨단 교통 시스템을 갖춘 지역에서는 1% 유가 상승 시 0.003%에서 0.14% 수준의 배출량 감소가 실질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급등 시에는 최대 1.8% 수준의 누적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수치는 고유가가 환경에 주는 혜택을 방증한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라는 가격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이 석탄 사용의 폭증으로 이어지는 '역행적 연료 대체'를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탄소세 등과 같은 규제를 도입하거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같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산유국들이 고유가로 얻은 막대한 부를 다시 화석연료 시추가 아닌 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국제적 공조도 병행돼야 한다. 결국 100달러의 유가는 탄소 감축을 위한 강력한 '채찍'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각국이 보유한 기술 혁신 역량과 인적 자본의 효율성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국가든, 기업이든 유가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한수원, 주총서 김회천 신임 사장 선임…18일 취임 예정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회천 신임 대표이사 사장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사장 내정자는 다음주 초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제청과 청와대의 임명을 거쳐 오는 18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본지 3월 5일자 '한수원 신임 사장 이르면 다음주 확정…“한전 소송 및 공기업 통합 능력 고려"' 참조 김 사장은 한국전력 경영부사장과 한국남동발전 사장을 역임한 전력산업 경영 전문가로, 전력 공기업 조직 운영과 내부 관리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한전 출신 인사가 한수원 수장에 오른 만큼 전력 공기업 간 협력과 조정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수원 사장에 원자력 기술 전문가가 아닌 인사가 선임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해외 원전 수출 확대 등 원전 산업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술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 노동조합도 비원자력 전문가 출신 사장 선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어 향후 조직 내부 갈등 관리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공사장 터파기 때 나온 흙도 온실가스 배출원”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굴착 토양이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새로운 탄소 배출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하철·하수관·건물 공사장에서 터파기로 파낸 흙이 지표면에 쌓여 있을 경우 토양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면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굴착 토양을 일종의 숯인 바이오차(biochar)와 혼합한 뒤 깊게 매립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경희대학교 응용환경공학과 유가영 교수 연구팀은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한 굴착 토양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배출을 실측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관리 방안까지 제시하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차'에 발표했다. ◇도시 굴착 토양이 새로운 탄소 배출원 연구팀이 국내 재개발 지역에서 굴착 토양을 조사한 결과, 지표면에 노출된 굴착 토양은 연간 헥타르(㏊)당 약 12.78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이고, 일부는 메탄이었다. 굴착 과정에서 토양이 뒤집히면 공기 접촉이 늘어나고 온도가 상승해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토양 속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특히 메탄은 배출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0배 이상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굴착 토양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기후 영향 가운데 약 15~22%는 메탄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기후 변화 추세가 계속되면 이러한 배출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폭염은 미생물 활동을 증가시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고, 장마나 집중호우 때는 토양을 혐기성 상태로 만들어 메탄 발생을 촉진한다. 즉 굴착 토양은 기후 변화와 상호작용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깊은 매립'이 토양 탄소 분해를 억제 연구진이 제안한 첫 번째 해결책은 굴착 토양을 깊게 매립하는 토양 캡핑(soil capping) 방식이다. 이는 탄소가 풍부한 굴착 토양을 지표면 아래에 묻고 그 위를 탄소 함량이 낮은 토양으로 덮어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다. 토양이 깊은 곳에 매립되면 온도가 낮아지고 산소 공급이 줄어든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활동이 크게 둔화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굴착 토양을 40~60㎝ 깊이에 매립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4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깊은 토양층은 집중호우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수분 포화 상태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메탄 발생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메탄 배출 역시 상당 부분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차, 토양 속 '탄소 저장 물질' 연구팀이 제시한 두 번째 핵심 전략은 바이오차의 활용이다. 바이오차는 나무나 농업 부산물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온으로 열분해해 일종의 숯과 같은 상태로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휘발성 물질이 제거되고 탄소 중심의 안정적인 구조가 형성된다. 바이오차의 가장 큰 특징은 탄소 안정성이다. 토양에 투입된 바이오차는 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장기간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국제 연구에서는 토양에 투입된 바이오차의 탄소가 100년 후에도 약 89%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땅속에 기체 상태로 이산화탄소를 묻는 탄소 포집 저장(CCS) 방식보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바이오차는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어 토양 물리성을 변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실험 결과 굴착 토양에 약 2% 비율로 바이오차를 혼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약 8.9%, 메탄 배출은 약 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방법을 함께 적용하면 효과 극대화 연구팀은 깊은 매립과 바이오차 혼합을 동시에 적용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굴착 토양을 바이오차와 혼합한 뒤 40~60㎝ 깊이로 매립하면 지표면에 그대로 노출했을 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42.5% 감소하고 메탄 배출은 95.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탄소 감축 효과의 대부분은 바이오차 자체가 토양 속에 장기간 저장되면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탄소 격리 효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특히 도시 기반시설 공사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노후 하수관 교체나 지하 인프라 설치 과정에서는 땅을 굴착한 뒤 다시 메우는 과정이 반복된다. 일반적으로는 굴착한 흙을 그대로 되메우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흙에 바이오차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되메우는 방식이 훨씬 큰 탄소 격리 효과를 낼 수 있다. 단순히 흙만 다시 메울 경우에도 깊은 매립 효과로 일정한 배출 감소가 가능하지만, 바이오차를 함께 사용할 경우 토양 자체가 장기간 탄소를 저장하는 도시형 탄소 저장소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굴착 토양을 단순한 건설 부산물로 처리하기보다 탄소 관리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규모에서도 큰 감축 잠재력 연구팀은 이러한 관리 방식을 국가 규모로 확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방치된 굴착 토양에서 약 14만톤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만약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굴착 토양에 바이오차 혼합과 깊은 매립을 적용했다면 총 384만톤의 탄소 감축 및 격리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감축된 384톤의 대부분인 약 378만톤은 바이오차를 매립하면서 얻는 탄소 격리 저장 효과였고, 나머지는 토양 배출 감소 효과였다. 바이오차를 별도로 땅에 매립할 경우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하수관 재정비처럼 어차피 땅을 굴착해야 할 경우에는 파낸 흙 대신 바이오차를 섞어 저장하면 이산화탄소 격리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실용•절차 정당성 정부’도 제어 못해…한전KPS 사장 인선 ‘복마전’ 양상

한수원,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 수장 인선이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한전KPS 사장 인선은 갈수록 극심한 혼란 속에 빠지고 있다. 주총에서 선임된 사장 내정자는 1년 3개월째 임명이 안 되고 있고, 임기가 끝난 사장은 1년 9개월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전KPS는 산재 위험이 높은 발전소 정비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한시라도 빨리 리더십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KPS는 다음주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내정 철회와 관련한 주주총회 안건 상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전KPS는 2024년 12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허상국 내정자를 선임했다. 허 내정자는 1986년 한전KPS 입사 이후 한울2사업소장, 품질경영처장, 총무처장, 발전안전사업 부사장 등을 거친 38년 경력의 내부 출신 인사다. 공모 당시 후보자 12명 중 서류와 면접 심사에서 1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는 탄핵정국으로 인해 대통령실의 최종 임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2024년 6월 임기가 만료된 김홍연 사장이 임기를 연장하며 사장직을 계속 맡는 상황이 됐다. 한전KPS 이사회는 올해 두 번의 이사회를 통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재구성을 추진했다. 허상국 내정자 대신 다른 인물을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수순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엄연히 주총을 통해 사장으로 뽑힌 내정자가 있기 때문에 새 사장을 뽑기 위해서는 내정자 철회 절차가 있어야 한다. 이 절차 없이 임추위를 재구성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으로 그동안의 이사회에서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자 다음주 이사회에서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대표이사 내정자 철회를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총은 31일 오전 10시 30분에 나주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공기관의 모든 주총 안건은 주무 부처의 소관이다. 따라서 한전KPS 주총 안건은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후부 의견에 따라 정식 절차를 통해 상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최대주주인 한전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감독 부처와 소통없이 공공기관이 단독으로 주요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는 게 공기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다음주 이사회 및 주총에서 다룰 예정인 내정자 철회 안건은 기후부와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중에 당시 내정자 선임 과정에서 기후부 공무원과 한전KPS 간부가 부당하게 인선에 개입했다며 나주경찰서에 고발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주무부처 장관 명의로 발송된 공문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주주총회를 통과한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를 철회하고자 한다면 마찬가지로 기후부에서 발송한 내정 철회 공문을 먼저 수령해야 한다"며 “물론 이 또한 내정자가 법적으로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내정자 철회 안이 강행될 경우 위계에 의한 권리행사로 향후 위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법상 주주총회 안건 상정 권한이 이사회에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절차와 해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전KPS는 발전소 정비 전문 공기업이다. 원자력, 화력, 송변전 등 발전 플랜트의 설비 진단, 성능 개선, 유지 보수를 전담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임무로 한다. 업무 특성장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태안화력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충현씨도 한전KPS의 협력사 직원이었다. 한전KPS의 사장 인선 논란은 리더십 장기 공백으로 이어져 최근 중동 전쟁으로 극심하게 혼란한 시기에 산업재해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주무 부처인 기후부가 최대한 빨리 논란을 종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태양이 뜨면 전기요금이 내려간다…산업용 계시별요금제 도입

정부가 태양광 발전이 활발한 봄과 가을, 낮에 전기요금을 낮추는 산업용 계시별(季時別,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본격 도입한다. 전력 공급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낮춰 수요를 창출해 전력수급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3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계시별 요금제란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봄과 가을, 낮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발전량이 없는 밤에는 요금을 높이는 요금제를 말한다. 현재는 계절과 공급량을 고려하지 않고 시간별 요금제만 운영되고 있다. 시간별 요금제는 전기 소비가 많은 시간대에 전기요금을 높게 받는 요금제를 말한다. 이번 계시별 요금제는 가정용이 아닌 기업 대상인 산업용(을)부터 적용된다. 먼저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로 효과를 확인해보고 가정용까지 확대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평일의 전기요금 시간대 구분 기준이 달라진다. 봄과 가을 기준 낮 시간대로 요금이 가장 높았던 오전 11~12시와 오후 1~3시 구간이 중간요금으로 조정되는 대신, 화석연료 발전 가동이 증가되는 오후 3~9시는 중간요금에서 최고요금으로 변경된다. 또한, 태양광 발전이 없는 밤부터 새벽까지 최저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5.1원 인상하는 대신, 저녁시간대 최고요금은 여름‧겨울철 -16.9원, 봄‧가을철 -13.2원 인하한다. 밤요금 인상 부담을 고려, 저녁시간대를 중간요금에서 최고요금으로 적용하되 최고요금을 일부 낮췄다. 태양광 발전이 넘처 가동중단(출력제어)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봄(3~5월)‧가을(9~10월)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요금을 50% 할인한다. 예컨데 전력수급 통계를 보면 지난 12일 오후 1시 기준 태양광 순간 발전량은 2만3710메가와트(MW)로 전체 발전량의 31.8%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후 18시부터는 발전량은 2218MW로 줄어들고 차지하는 비중또한 3.0%로 급감했다. 태양광은 햇빛에 따라 발전하는 만큼 공급을 조절하기 어려워 대신 낮시간대 가격을 낮추고 밤에는 올려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용(을) 적용 소비자에 대한 요금 개편안은 다음달 16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기업이 적용유예를 신청할 경우 9월30일까지 준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지난해 전력 소비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산업용(을)을 적용받는 기업의 약 97%에 해당하는 3만8000개사(사업장 기준)가 요금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용(을) 평균적으로는 kWh당 약 1.7원이 하락하며, 365일‧24시간 전력 소비가 동일한 경우 약 1.0원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주간 조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2.7원↓)이 대기업(1.1원↓)보다 요금 하락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주말‧심야 등 근무 없이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만 조업하는 기업은 16~18원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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