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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세계 에너지 전망 2025’ 보고서: ‘전기의 시대’ 도래를 선언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5(WEO-2025)'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안보가 지정학적 긴장의 중심에 있으며, 세계가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망 회복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격동의 에너지 시장과 4가지 핵심 변화 IEA는 보고서에서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C를 초과한 첫 해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석탄·석유·천연가스 소비량과 원자력 발전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은 모멘텀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배경 속에서 보고서는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특징 짓는 네 가지 공통적인 핵심 변화를 짚었다. 1. 에너지 안보의 변화: 전통적인 연료 공급 위험에 더해 핵심 광물 공급이 취약한 부분으로 부상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2. '전기의 시대' 도래: 모든 에너지 전망 시나리오에서 전력 수요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력 공급 및 최종 소비 부문 전력화에 대한 투자는 이미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3. 성장의 중심 이동: 에너지 시스템의 무게 중심이 중국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신흥 개발도상국(EMDE)으로 이동하고 있다. 4.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의 부상: 재생에너지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며, 특히 태양광(PV)이 이를 주도한다. 원자력 에너지의 부활도 동반된다. ◇기후 위기 경고와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024년에 38기가톤(Gt, 1Gt=10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정책 시나리오(CPS)에 따르면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이 3.0°C에 육박할 것을 시사하며, 각국이 약속한 정책 시나리오(STEPS)를 따르더라도 2.5°C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적으로 합의된 1.5°C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력은 현대 경제의 핵심이다.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CPS 및 STEPS 두 시나리오에서 약 40%, 2050 탄소중립(NZE) 시나리오에서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수요 증가는 가전제품, 에어컨, 전기차(EV), 데이터 센터 및 전력화된 난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 발생한다. 특히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소득 증가와 기온 상승이 에어컨 사용 급증을 부채질해 첨두(peak) 전력 수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TEPS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소득 증가로 인한 에어컨 사용이 전 세계 첨두 수요에 약 330GW를 추가하고, 기온 상승은 여기에 170GW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부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최근 IEA 데이터에 따르면, 극심한 기상 현상으로 인한 필수 에너지 인프라 운영 중단이 2023년에 2억1000만 가구에 전력 공급 차질을 야기했으며, 송전 및 배전망 피해가 이 중 약 85%를 차지했다. IEA 보고서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면서 “특히 2050 넷제로 시나리오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평균 4조8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약 70% 높은 수치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 에너지 안보의 딜레마와 정책 방향 한국은 고도의 산업화와 높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일본과 함께 선진 아시아 경제권으로 분류되지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IEA 보고서는 지적했다. 1. 압도적인 수입 의존도와 지정학적 위험: 한국과 일본은 2024년 기준 전체 에너지 수요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이 화석연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 수입 연료는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등 핵심 해상 병목 지점을 통과해야 하므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고도로 노출돼 있다. 최근 몇 년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2022년 MBtu당 85달러까지 급등했다가 2024년 12달러로 하락)은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 비축량을 확대하고 공급망 다변화 투자를 늘리도록 했다. MBtu는 100만 Btu(British thermal units, 브리티시 열단위, 즉 에너지 단위)이고, 1 MBtu는 약 1.055 GJ(기가줄)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2. '전기의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 한국은 전력 부문에서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을 통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8년까지 약 30%에서 35%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2038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70% 이상을 원자력·재생에너지·수소/암모니아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TEPS 시나리오에서 한국과 일본은 저탄소 전원 발전 비중이 25%포인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주요 지역 중 가장 큰 상승폭에 해당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LNG 수요는 2035년까지 소폭 감소하거나 정체되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산업용 가스 수요 증가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20TWh에서 단기적으로 거의 두 배로 증가하여, 2024년~2030년 동안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회의 중대한 딜레마 한국 사회는 에너지 수요의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이 화석 연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한국은 청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 비용,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IEA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충고를 던졌다. 1. 원자력 리스크 관리: 한국은 기존 원전 수명 연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지지하고 있지만, 만약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가 지연돼 발전량이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면, 2040년까지 거의 40bcm의 추가 천연가스 또는 180GW의 추가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의 예측 가능성 확보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1bcm(billion cubic meters)은 10억 세제곱미터(㎥)를 의미한다. 2. 전력망 회복력 확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투자가 필수적이다. 전력 인프라의 취약성은 경제 및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므로, 전력망 현대화 및 확장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3. 가격 및 경쟁력 유지: 한국은 화석연료 수입국으로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STEPS 시나리오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수입 지역의 가구 에너지 비용은 CPS 시나리오보다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저탄소 전원 확대 정책이 가격 안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지원을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저탄소 기술 확산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스 소식] 가스안전공사, 경남에너지, 도시가스협회, 경동도시가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12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국가 가스안전관리 법적 기반 구축 및 역량강화 사업'의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착수보고회는 한국가스안전공사(KGS)와 몽골광물석유청(MRPAM)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몽골산업광물자원부, KOICA 몽골사무소,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 등 양국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가스안전공사가 KOICA의 국제개발원조 공모사업(Track2)으로 수주한 총 25억원 규모의 3개년 협력사업의 본격적인 착수를 알리는 자리로, 양 기관은 착수보고회를 통해 세부 추진계획을 공유하고 향후 협력체계 강화를 약속했다. 이번 사업의 성공적 수주는 주한몽골대사관의 적극적인 중개와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 주한 몽골대사관은 2024년 초 발생한 LPG운반차 폭발사고 이후, 몽골정부의 가스안전관리 체계 강화 필요성을 신속히 한국 측에 전달하였으며, 사업 발굴 초기 단계부터 몽골 정부와 KOICA, 한국가스안전공사 간 협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교적 조정자 및 실질적 연결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몽골 산업광물자원부 및 광물석유청의 사업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이번 프로젝트가 몽골 정부의 청정에너지 전환 및 울란바토르 도시개발정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사업 성사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 박경국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사업은 몽골의 에너지 전환과 국민 안전 향상을 지원하는 실질적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법제도 정비와 교육훈련, 안전문화 확산을 통해 몽골 국민이 안심하고 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경남에너지(대표이사 신창동)와 한국도시가스협회(회장 송재호)는 지난 11일 경남 함안군 소재 시각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지역 복지시설을 위한 '가스기기 지원사업' 기증식을 개최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경남에너지는 센터에 도시가스배관 공사와 가스기기를 지원했으며, 시설에 필요한 물건을 추가로 전달했다. 가스기기 지원사업은 도시가스업계가 조성한 도시가스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2015년부터 시행하는 대표적인 에너지복지 프로그램이다. 가스기기 교체가 어려운 사회복지시설이나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경남에너지 이창우 전무는 “지역의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분들이 보다 따뜻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도시가스협회 정희용 전무는 “이번 사업이 도시가스업계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사례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동도시가스(대표 나윤호)는 12일 울산 북구 강동 몽돌해변 일대에서 임직원 100여명이 참여한 '플로깅(해안가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활동은 경동도시가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경동 플로깅 데이'의 일환으로 북구청 및 북구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진행됐다. 강동 몽돌해변은 울산에서도 방문객이 많은 관광지 중 하나로 공공근로 인력이 수시로 환경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넓은 해안선을 따라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양이 많아 민·관 협력이 필요한 지역이다. 경동도시가스는 사랑나눔봉사단을 중심으로 구역별 정화 활동을 실시하고 캔·플라스틱·폐비닐·소형 폐기물 등 200리터 봉투 수십 개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하며 약 세 시간 동안 해변 환경을 청소했다. 특히 가을철 캠핑과 낚시객이 늘면서 쓰레기가 급증한 상황에서 지역 환경 보호의 의미를 더했다. 나윤호 경동도시가스 사장은 “매년 플로깅을 하며 느끼는 건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다" 라며 “임직원들의 발걸음 하나, 손길 하나가 더해져 울산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속도내는 알래스카 LNG…1단계 12월 최종투자결정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많은 미국 알래스카주 LNG 프로젝트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목표 판매량의 절반 이상의 수요처를 확보했으며, 핵심 주기기 구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12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운영사인 글렌파네는 최근 LNG 터미널용 주냉매 압축기와 노스슬로프(North Slope) 가스 처리시설용 발전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로 베이커휴즈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베이커휴즈는 해당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전략적 투자도 약속했다. 이 계약식은 미국 워싱턴DC에서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부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베이커휴즈 회장 겸 CEO인 로렌조 시모넬리는 “천연가스는 안전하고 저렴하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이다. 글렌파네와의 협력을 통해 알래스카산 저탄소 천연가스를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미국산 LNG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동맹을 강화하며,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더그 버검 장관은 “전략적 동맹을 구축하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세계 경쟁력을 향한 과감한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알래스카 LNG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알래스카 LNG 지원을 포함해 알래스카의 에너지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베이커휴즈의 설비 공급계약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프로젝트는 그동안 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많았다. 프로젝트는 두 단계로 나눠져 있다. 1단계로 알래스카주 북부의 노스 슬로프(North Slope)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해 이를 42인치(약 111cm) 약 1300km 길이의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해 남부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에 공급하고, 2단계로 인근 니키스키항구에 건설하는 LNG터미널을 통해 아시아로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총 사업비는 초기 440억달러로 제시됐으나, 추운 날씨와 환경대책,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이제는 600억달러가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에 참여했었던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메이저들이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참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업을 아시아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1단계는 호주 서비스업체인 월리(Worley)가 12월 중으로 파이프라인에 대한 최종 엔지니어링 및 비용 분석을 완료해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릴 예정이며, 2단계는 2026년 후반에 최종투자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프로젝트는 연간 2000만톤의 LNG를 아시아로 판매할 계획인 가운데, 60% 물량에 대한 수요처를 확보했다. 글렌파네는 연간으로 한국 포스코인터내셔널과 100만톤, 일본 제라와 200만톤 및 도쿄가스와 100만톤, 태국 PTT와 200만톤, 대만 CPC와 600만톤 구매 약속을 맺었고 아직 정식 계약은 없다. 800만톤 물량이 남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협상 일환으로 중국이 물량을 가져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참여사들의 투자 및 파이낸싱으로만 진행한다면 경제성이 부족하지만, 미 정부 차원의 최고 우대 혜택이 주어진다면 진행할만 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2000억달러)과 일본(5500억달러)이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로 이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해 “가스관 사업은 하이 리스크 사업이다. 상업적 합리성을 고려할 때 우리 기준에서 알래스카 가스전은 (대미 투자 펀드에) 들어오기 쉽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끝까지 막긴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세계 LNG 수출의 1/5을 공급하고 있는 중동에서 지정학 분쟁이 또 벌어진다면 알래스카 LNG의 위상과 경제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보통 중동에서 한국까지 석유, LNG 운송기간은 한 달이 걸리고 또한 병목구간(초크포인트)인 호르무즈해협과 말라카해협도 건너야 한다. 반면 알래스카 LNG는 미국의 보호 아래 병목구간 없이 바로 한국으로 7~9일이면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전환 부작용 유럽의 경고…“탈탄소 하다 탈산업화 될라”

정부가 탄소감축 목표를 과감히 상향한 가운데 발전업계에서는 탄소감축과 에너지전환 정책 성공을 위해선 '시장개혁·인프라투자·유연성 보상'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12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민간발전협회가 공동 주최한 '유럽 에너지전환 과정으로 본 한국 전력시장 개혁방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실현 가능성을 잃지 않으려면 송전망 확충과 LNG 발전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급격한 탈탄소 정책이 에너지 위기와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만큼 우리도 이를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전력시장 개혁과 유연성 전원 보상체계 개선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자원경제학회장)는 “급격한 탈탄소 정책을 추진한 유럽은 재생 중심 전력 구조로 인해 전력가격 급등·공급 불안·산업경쟁력 약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독일은 불안정한 전력공급과 높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급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정전까지 겪었다"며, “이제 유럽은 탈탄소의 상징이 아니라 '탈산업화'의 경고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도 급격한 탄소중립 추진으로 전력 안정성과 산업경쟁력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며, “송배전망 투자 확대, 발전기의 기동비·보조서비스 합리적 보상, 전기요금 현실화, 산업계 전력 접근성 보장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주요국의 주거용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면 kWh당 아일랜드 0.45달러, 이탈리아 0.43달러, 독일·벨기에·영국 0.4달러, 덴마크 0.36달러, 네덜란드 0.29달러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 0.13달러, 미국 0.18달러, 일본 0.23달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로지역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0.6%, 2분기 0.1%, 3분기 0.2%이며, 독일은 같은 기간 0.3%, -0.2%, 0%를 기록했다. 올 8월 기준 유로지역 실업률은 6.3%로 미국 4.3%, 일본 2.6%, 영국 5%, 한국 2%를 기록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전우영 교수는 ENTSO-E(유럽 송전시스템운영자 네트워크)가 발표한 스페인 정전 사실조사보고서(Factual Report)를 인용하며, “지난 4월 스페인 남부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70%를 넘어서면서 계통이 과전압에 근접했고, 인버터형 태양광·풍력발전기들이 자체 보호시스템 작동으로 1분 만에 2.5GW가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효전력(Q) 공급 역량을 가진 동기식 발전기(LNG 등)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파수 급락과 전압 붕괴를 막지 못했다"며 “계통 안정성을 위해선 LNG 발전 등 유연성 전원의 유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유럽은 이미 LNG 발전의 이용률은 줄더라도 용량은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 용량시장 제도(Capacity Market)와 백업 자원 보상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산대 박용기 교수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자원의 합리적 보상방안' 발표에서, “2019년 7380회였던 LNG 발전기의 연간 기동 횟수가 2023년 1만4291회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태양광 발전량이 13.5TWh에서 34.6TWh로 늘어난 것과 맞물려 유연성 전원으로서 LNG 발전의 역할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전력거래소의 비용평가 기준은 '열간(Hot) 기동비'만 반영하고 있어, 실제 비용이 높은 온간·냉간(Warm/Cold) 기동은 과소보상되고 있다"며 “발전기 피로도와 유지비용을 감안한 현실적 보상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한 “운영예비력 확보 기준을 통합하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 연계한 예비력·보조서비스 시장 신설이 필요하다"며 “시장가격을 통해 유연성 자원의 가치를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대 이서진 교수도 “영국·미국은 실시간 가격 신호를 강화하고 보조서비스 시장을 확대해 유연성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국내도 발전기의 유연성 제공을 시장에서 정당히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간발전협회 이운호 부회장은 “LNG 발전은 재생에너지와 경쟁하는 전원이 아니라, 재생의 변동성을 보완해주는 '파트너 전원'"이라며 “정부는 기동비·보조서비스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실패는 속도에 매몰된 탈탄소 정책의 결과"라며 “한국은 기후목표보다 현실적 실행력을 우선시하는 에너지 전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유럽의 교훈은 명확하다"며 “에너지 전환의 본질은 '탈탄소'가 아니라 '안정적 공급과 산업 경쟁력의 병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AI의 심장은 원자력, 원자력의 심장은 인재

스마트폰은 손안의 명품 컴퓨터다. 그러나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하면 그저 비싼 금속 덩어리일 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전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문제와 원자력 산업의 현실이 꼭 이와 같다. AI의 심장은 원자력이고, 그 원자력을 뛰게 하는 엔진은 인재다. '원자력 없이는 AI도 없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AI는 국가의 흥망을 가를 전략 기술이 되었고, 그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삼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나 일본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945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전력이 한순간도 끊겨서는 안 되며, 동시에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성'과 '무탄소'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대규모 전력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뿐이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간파한 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단순히 전력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AI 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AI 혁명이 곧 원자력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치면서도, 그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충당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로는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수 없다. AI를 키우겠다면서 원자력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정책은 인재 이탈을 불렀다. 최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가을학기 KAIST의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원자가 '0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이후 4년 만이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학생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원자력 관련 학과도 8년 새 18개에서 15개교로 줄었다. 대학 입학생 수도 2016년 545명에서 지난해 418명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에서 원자력 전공을 택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산업 붕괴의 신호다. 현장의 불안감은 이미 깊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업계는 장기 투자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다.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담당 부처가 이원화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산업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다른 부처 장관은 “필요가 없다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엇박자 속에 인재는 사라지고, 기술은 낡아가며, 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백 년을 내다보는 인재 양성 전략이 시급하다. 그 해법으로 '취업보장형 원자력 계약학과'를 제안한다. 학부 과정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이 주도해 원전 인근 대학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인재를 산업의 중심축으로 키우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안전 문화, 원자로 설계, 안전 공학 등 실무 중심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대학원 과정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연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안전규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핵비확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지원, 졸업 후 자격 충족 시 해당 기관 채용 보장 등 '패키지형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젊은 세대가 다시 원자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에너지의 품격'에서 갈린다.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력을 확보한 나라가 AI 혁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의 핵심은 원자력, 그 원자력을 지속시키는 동력은 사람이다. '원자력 없이는 AI 없고, 인재 없이는 원자력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새겨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취업보장형 계약학과의 설립은,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적인 한 수다. 이제는 백년지대계의 눈으로 에너지와 인재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문주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시민 주도 탄소중립 역량 제고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대표이사 이주수)과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회장 이창수)가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경주 더케이호텔 남산홀에서 '2025 시민활동가 에너지·탄소중립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탄소중립 실천의 핵심 주체인 시민활동가의 실천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기반의 탄소중립 거버넌스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로, 전국 에너지협동조합 실무 활동가 약 40명이 참여해 이론교육과 현장 견학을 진행했다. 행사 1일차에는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과 시민단체의 역할, 전력시장 입찰제도 이해와 소규모 발전사업자 참여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2일차에는 전력계통 관련 법·제도 현황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특강 후,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을 방문하여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 기후에너지 정책과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민 주도형 탄소중립 실천 방안을 논의하며 지역사회 에너지전환의 방향을 모색했다. 이주수 재단 대표이사는“이번 교육은 탈탄소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에너지 정책 환경 속에서 시민협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라며 “재단은 앞으로도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에너지 거버넌스 확립과 신뢰 기반의 에너지 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6개 발전공기업, ‘중부·남부·신재생·수소원자력’ 4개 체계로 재편 제안

한국전력 자회사인 6개 발전공기업을 중부·남부발전·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한국수소원자력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6개 발전공기업의 화력 분야는 전국을 두 개 권역으로 나눠 중부와 남부발전으로 통합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별도로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모으는 안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이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이관되는 대신 수소를 결합해 한국수소원자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가 공동 주최하고 한수원 후원으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 전력 산업 구조혁신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기가와트(GW)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11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정해진 78GW보다 22GW 높은 수치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는 만큼 발전공기업에도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부 국정감사에서 화력 중심의 발전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발전공기업의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좌관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고문은 세미나에서 “중부통합발전사와 남부통합발전사로 발전공기업을 통합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따로 떼어내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의 수력과 양수 발전을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넘기고, 한수원에는 수소를 더해 한국수소원자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전력 산하의 발전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총 6개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의 적자 우려에 대해 “수력 및 양수 발전으로 연간 1조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해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6개 발전사의 신재생 부문을 각각 분할·합병해 한전으로 임시 통합한 뒤, 자회사 형태의 별도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전 출자회사인 한국해상풍력, 제주한림해상풍력, 캡코솔라, 희망빛발전 등도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이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고문은 “지역 곳곳에 발전공기업이 산재해 있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LNG·석탄 등 연료 구매 비용 증가, 연구개발(R&D) 및 해외사업 중복, 재생에너지 사업의 과잉 경쟁, 100GW 확대를 위한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발전공기업 통합에 따라 고용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속 노동자, 지역사회와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엄청난 미국 AI 수요에 대응…AI인프라 업체로 업 전환”

OCI그룹이 제조업 중심에서 AI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서비스업체로 전환에 나섰다. 특히 미국 내 AI로 인한 엄청난 전력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비중국산 태양광 설비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 인수한 베트남 웨이퍼공장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11일 3분기 실적에 관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미국에서는 역대 이런 투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AI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의 2/3가 미국에, 그중의 40%가 텍사스에 세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총 투자가 100조원 규모인데, 미국은 한 회사가 100조원씩 여러 회사가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OCI홀딩스)는 전력사업을 코어로 가져가면서 용수 등 AI와 데이터센터에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업체로 업의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OCI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와 뉴저지주에서 총 6.6GW(태양광 3.5GW, ESS 3.2GW) 규모의 태양광+ESS 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AI발 전력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OCI에너지의 공장 여유부지에 AI 및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전력 등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선보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4일 원 빅 뷰티풀 빌(OBBB, One Big Beautiful Bill Act)법을 발효했다. 전반적으로 전 바이든 정부에서 청정산업에 주는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내용이 실렸다. 또한 중국산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북한 등 투자우려국(FEOC) 출신의 제품에 대해서는 혜택을 없앴다. 단, 즉시 없애진 않고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태양광 발전설비의 경우 올해까지 착공된 프로젝트는 4년내 완공할 시 투자세액공제(ITC, Investment Tax Credit)가 제공되고, 내년부터 착공되는 프로젝트는 FEOC 규정 적용 및 4년 내 완공 시 ITC 30% 제공된다. 2026년 7월 이후 착공 프로젝트는 ITC가 폐지된다. 이 회장은 이 제도가 OCI홀딩스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OCI홀딩스는 태양광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 셀, 모듈, 발전사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지난 10월에 밸류체인에서 빠져 있던 웨이퍼 부문을 베트남 공장 인수를 통해 확보한 상태다. 신설법인 OCI ONE을 통해 베트남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장의 웨이퍼 생산규모는 연간 2.7GW이다. 이 회장은 “현재 베트남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며, 12월 중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 이후 공장 상태를 최종 컨펌(확인)한 뒤 즉시 추가 투자를 통해 5.4GW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CI홀딩스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8451억원, 영업손실 533억원, 당기순손실 73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액 2조5695억원, 영업손실 850억원, 당기순손실 17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감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정부가 OBBB법안을 발표하면서 이전부터 태양광 주문이 끊긴 영향이 컸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2007년부터 공장을 가동했는데, 이번처럼 공장을 100% 꺼본 적은 처음이다. 이로 인해 OCI 테라서스는 7~8월 동안 65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다. 9월 5~6일에 재가동을 했다"며 “3~4월에 재고가 7000톤까지 쌓였으나 11월부터는 월 2500톤 이상의 정상 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원가도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실적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축소·폐지 등 미국의 태양광 정책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분기와 달리 최근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강화 및 OBBB 법안 통과 등 관련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됨에 따라 OCI 테라서스의 폴리실리콘 생산라인 재가동이 이번 적자 축소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신연수 칼럼] 기후변화 대응, 더는 후퇴하지 말자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11일 최종 결정했다. 산업계는 “목표가 과도하다"며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4년 전 2030 NDC를 정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과감하게 앞장서는 것이 국제적 책임에 맞고, 미래 산업 전략으로서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무리하지 않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6억 2420만톤으로, 원래 목표보다 6.5%를 더 줄였다. 2024년 역시 잠정 집계를 보면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산업 분야는 원래 목표를 낮게 잡아 이미 2029년도 감축분까지 달성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지만, 어차피 기존 경로로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국의 추격, 무역질서의 변화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평소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노력을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관행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브라질 벨렝에서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고 인간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 중 하나다. 회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세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 목표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향후 1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는 그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각 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지구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다"라고 주장하며 미국 대표단의 회의 참가마저 막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세계 과학계에 쌓인 많은 연구들은, 급속한 지구온도 상승과 극단적 기후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한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 온도상승 속도가 임계점을 넘는다면 인류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인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인간의 삶이 기후와 얼마나 밀접한 지는 인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정착해 농사를 짓고 문명을 이루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인간의 뇌 크기가 아니라 기후였다. 구석기 시대까지는 기후변화가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하다가, 1만 년 전부터 안정적인 기후가 이어지면서 인류는 본격적으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 인류 문명에 심대한 타격을 주리라는 우려는 일부 환경단체의 '공포 마케팅'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 어려운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탄소배출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지금 세대, 대도시의 부자들이다. 탄소배출과 기후변화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음 세대, 저개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가장 책임이 적은 지역의, 가장 책임이 적은 가난한 사람들이 홍수와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에서도 홍수와 산사태, 산불 등 극한 기후로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도시보다 농촌, 어촌, 산골마을이다. 이 때문에 가장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까지 고통을 느낄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져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이 성공하리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과학자들이 말하는 임계점을 넘어서 돌이키기 어렵다는 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있다.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화석연료를 강조해도 세계적으로 태양광이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이 되었고, 재생에너지는 석탄 발전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올 상반기 5.3%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사상 처음 탄소배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경제활동과 국민복지를 늘리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적'을 국제사회는 하나씩 이룩하고 있다. 구석기시대의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해답을 만들 것이다.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이 불문율인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돕는 또 다른 인간 본성을 발현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지 모른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스페인, 대정전 이후 가스발전량 50% 증가…보강책 없는 태양광은 毒

지난 4월 말 스페인 전역에서 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후 스페인에서 가스발전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한 전력시스템 하에서는 경직성 전원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면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유연성 전원인 가스발전은 기동시간이 짧고 출력 조절이 가능해 전력망 운영에 유리한 특징이 있다. 11일 외교부 기후에너지협력센터에 따르면 스페인전력망공사(REE)는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천연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 발전량이 지난해 동기(1만6623GWh)보다 50% 이상 증가한 2만5114GWh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가스발전량 증가는 지난 4월 28 스페인 전역에서 발생한 대정전 사태 이후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강화된 관리 체계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 20년만에 최악의 대정전 사건으로 기록된 이번 대정전은 당일 오후 12시 33분경, 스페인 전력망의 주파수가 기존 50Hz에서 갑자기 49Hz로 급락하면서 발전소들이 일제히 자동 차단돼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전력망 붕괴 당시 약 15GW 규모의 전력공급이 순식간에 중단됐는데, 이는 당시 스페인 전체 전력수요의 약 55%에 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은 전력시스템이 정격 주파수 50Hz로 운전되며, 정상 상태에서의 허용 오차는 보통 ±0.1Hz(49.9~50.1Hz) 정도이다. ±0.2Hz만 벗어나도 경보 수준이고, 49.5Hz 이하로 내려가면 비상조치(자동 부하 차단 등)가 발동된다. 따라서 50Hz에서 49Hz로 떨어지는 것은 대규모 발전기 정지나 계통 분리, 급격한 부하 변화처럼 심각한 이상 상황으로, 실제로 광범위한 정전(블랙아웃)으로 이어졌다. 정전은 국경을 넘어 전력망이 연결된 포르투갈에도 영향을 미쳤고, 열차 운행 중단, 엘리베이터 정지, 휴대전화 통신 두절 등 광범위한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 대정전 이후 가스발전량 증가로 복합화력 발전분야 1위 기업이자 7400MW의 발전 용량을 보유한 나투르지(Naturgy)사는 지난 1~9월 간 발전량이 70.4% 증가한 9984GWh를 기록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봤다. 또한 5695MW를 보유한 이베르드롤라(Iberdrola), 5445MW를 보유한 엔데사(Endesa)사의 발전량도 각각 27% 및 13% 증가한 3753GWh, 4968GWh를 기록했다. 다만, 복합화력발전소 가동이 증가에 따라 정전 이후 10월 말까지 복합화력에서 의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47% 증가한 254만톤으로 추산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대정전 발생 49일 만인 지난 6월 17일에 정부가 구성한 조사위원회의 원인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정전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과전압 문제 때문으로 분석됐다. 과전압은 경직성 전원인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졌을 때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REE도 대정전 원인으로 태양광 발전비중 확대와 전력망의 취약성을 꼽았다. 스페인은 지난 5년간 태양광 발전설비가 2배 이상 확대됐으나, 송배전 인프라는 수십 년 전에 구축된 상태로 있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투자 대비 전력망 투자 비율은 유럽 최저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재생에너지에 1달러를 투자할 때 전력망에는 30센트만 투자됐다. 유럽 평균은 70센트이다. 2024년 말 기준,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8만5144MW에 달하며 이를 통해 전체 전력 생산의 56.8%를 재생에너지로 달성했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은 총 14만8999GWh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년에만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이 9.3% 증가, 즉 7279MW가 추가로 설치돼 재생에너지 설비는 전체 전력발전 설비의 66%를 차지하게 됐다. 스페인 정부는 대정전 사태로 드러난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긴급 조치 법령(Real Decreto-Ley 7/2025)을 발표하고 국무회의에서 이를 승인했다. 긴급 조치는 국가시장경쟁위원회(CNMC)의 전압 제어 의무 및 감독 강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중요성 부각, 전력 인프라의 유지·확장을 위한 각종 행정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령은 30일의 유예기간 내 하원의 승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고 부결되면서 법적 효력이 유지되지 않았다. 스페인 정부는 내용을 보완한 뒤 추후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전력망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변화하는 전력 수요와 공급에 실시간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수년간 송배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현재의 약 3배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가 효과적으로 전력 계통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존 장비의 전면적인 교체와 업그레이드, 신규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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