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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포트] 숲 생태계 변했다…꽃은 더 일찍, 단풍은 더디게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산림 생태계의 계절적 리듬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와 국립수목원 김동학 박사 등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산림의 낙엽활엽수의 계절 지표 관측 자료를 분석해 한국기상학회 학술지인 '대기(Atmosphere)'에 최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수목원이 전국 10개 수목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집한 장기 모니터링 자료를 바탕을 두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현재 256종의 식물을 대상으로 잎눈파열과 개화, 단풍, 낙엽 등 총 13개의 식물계절 지표를 7~10일 간격으로 관측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중 낙엽활엽수 20종을 골라 기후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잎눈파열, 개화시작, 개엽시작, 단풍 절정(90~100%) 등 4가지 주요 지표를 핵심적으로 분석했다. 잎눈파열은 눈 안에서 어린 잎이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이며, 개엽은 적어도 세 개의 다른 가지에서 잎자루나 펼쳐진 잎이 보일 때를 의미한다. 연구팀이 지난 16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산림의 생장 기간은 평균 17일에서 20일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봄철 식물계절 지표가 앞당겨지고 가을철 단풍 시기가 늦춰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구체적으로 잎눈파열은 연평균 0.94일, 개화 시작은 0.83일, 개엽 시작은 0.79일씩 빨라졌다. 반면 가을의 상징인 단풍 절정 시기는 연평균 0.33일씩 늦춰져, 전체적으로 약 5일 정도 지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봄철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식물은 산수유로, 잎눈파열 시기가 매년 1.39일씩 앞당겨지는 가장 빠른 조기화 현상을 보였다. 그 외에도 노각나무와 자귀나무 등이 상대적으로 빠른 변화를 보였다. 개엽 시작 단계에서는 산벚나무·졸참나무·히어리 등이 매년 1일 이상 빠르게 잎을 틔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을 단풍의 경우 종별로 차이가 더 뚜렷했다. 당단풍나무와 산벚나무는 오히려 시기가 앞당겨진 반면 노각나무와 백목련 등은 지연되는 등 종 특이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역별로도 변화의 속도가 달랐다. 봄철 현상의 조기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전북과 충북 지역이었고, 국립수목원이 위치한 경기 북부 지역도 개화 시기가 빠르게 앞당겨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강원도와 제주도 같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작거나 통계적으로 뚜렷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아, 고위도 지역이나 해양의 영향을 받는 환경 조건이 식물계절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식물의 계절 시기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기상 요인은 온도였다. 분석 결과, 봄철 현상은 1월에서 5월 사이의 기온 및 지면 온도와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개화와 개엽 단계는 기상 요인만으로 변동의 95% 이상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을 단풍은 7월에서 9월 사이의 늦여름 기온과 지면 온도, 이슬점 온도가 높고 습윤할수록 지연되는 특성을 보였다. 이처럼 식물계절 지표가 달라지면 산림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장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일시적으로 탄소 흡수량을 늘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영양분 재분배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식물과 수분 매개 곤충 사이의 활동 시기가 어긋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결국 생물 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서비스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산림 생태계 모니터링과 적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효진퓨어메탄올, 미이용 산림목재 활용 바이오연료 기지 새만금 구축

새만금에서 산림에 방치된 목재 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메탄올을 생산하는 시설이 들어선다. 자동차 자동화 및 청정에너지 설비 전문기업인 효진이앤하이(대표이사 김기영)의 자회사 효진퓨어메탄올은 내년 말 상업운전을 목표로 새만금에 '바이오 트리오(Bio-Trio) 리파이너리' 플랜트를 구축한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플랜트는 산림에 방치돼 탄소배출과 산불의 원인이 되는 미이용 산림목재를 활용해 연간 친환경 선박 연료인 바이오메탄올 1만5000톤, 탄소격리 소재인 바이오차 1만3000톤, 운송 연료 외 에너지 생산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리퀴드 6500톤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효진이앤하이는 청정메탄올산업협회 회장사이기도 하다. 효진퓨어메탄올은 자사의 '광양자 기반 열분해 및 개질' 기술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기존 가스화 방식은 합성가스 생산에만 집중해 부산물 확보가 어렵거나 품질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 반면 효진의 기술은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에너지를 정밀 제어함으로써 가스화와 열분해의 장점을 모두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열분해의 고질적 문제인 '타르'를 광양자 에너지로 분해해 메탄과 합성가스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개질해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증폭시킨다. 효진이앤하이는 10여 년 전 중국 청도에 설립한 현지 법인을 통해 중국 주요 에너지 기업들과 꾸준히 기술 교류를 이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플랜트 핵심 엔지니어링 설계는 글로벌 기술력을 갖춘 중국 측과 협력해 수행하고 제조는 한·중 연합 공정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기술적 완성도와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효진퓨어메탄올은 생산한 바이오차를 콘크리트에 혼입해 탄소를 수백 년간 격리하는 건설 연계형 탄소 제거(CDR) 사업도 본격화한다. 이는 대기 중 탄소를 줄이면서 탄소자발적 탄소시장 등에서 높은 가치의 배출권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리퀴드는 타르가 제거된 고농축 상태로 생산돼 농업 및 산업용 기능성 소재 시장에 진출한다. 김기영 효진이앤하이 대표이사는 “청도 법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연합과 우리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해 세계적인 탄소중립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칠곡군, 팔공산 국립공원‘한티재’ 불법 간판 난립... ‘흉물 전시장’전락 (下)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도 불법 간판 그대로…칠곡군 경관 관리 책임 도마 위 관광객 첫 관문 이미지 훼손 우려…지역 관광 경쟁력 약화 지적 칠곡군 “전수조사 후 정비 추진"…실질적 개선 의지·이행 여부 관건 ​ '국립공원 팔공산 한티재 일대 불법 간판 문제는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행정 관리 부실의 상징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도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칠곡군의 관리 책임과 행정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 회에서는 행정 책임과 개선 과제를 짚는다. 글싣는순서 1:국립공원 팔공산 맞나…한티재 진입로 불법 간판 난립, 관광객 첫인상 훼손 2:불법 간판 누가 세우고 누가 방치했나…칠곡군 단속 사실상 손 놓아 3:국립공원 품격 훼손 언제까지…칠곡군 관리 책임과 정비 대책 시급 ​ ​◇칠곡군 “전수조사 후 행정조치 검토…경관 관리 강화 추진"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 진입로 일대에 설치된 광고물 상당수가 여전히 정비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립공원 입구 경관 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칠곡군 동명면 한티재 일대는 팔공산 국립공원을 찾는 주요 진입로 중 하나로, 국립공원 지정 이후 경관 정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지역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허가 여부 확인이 필요한 광고물과 폐업 업소 간판 등이 여전히 존치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허가 여부 확인 필요한 광고물·폐업 간판 장기간 존치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한티재 일대 도로변에는△허가번호 또는 관리번호 표시를 확인하기 어려운 광고물△폐업 이후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간판△규격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입간판 등이 다수 설치돼 있었다. 특히 국립공원 표지석 인근 도로변에도 광고물이 집중 설치돼 있어 국립공원 진입 공간의 경관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고물 설치 시 허가 또는 신고를 거쳐야 하며, 관리번호 표시 등을 통해 관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확인된 광고물의 허가 여부와 적법성 여부는 지자체의 공식적인 행정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역 주민 최모(71) 씨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변 환경도 정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광고물은 이전과 큰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옥외광고물 관리 권한은 지자체…체계적 관리 필요성 제기 옥외광고물 관리와 단속 권한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 있다. 지자체는 광고물에 대해△허가 및 신고 관리△위반 광고물 조사△시정명령 및 철거명령△이행강제금 부과△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주민들은 국립공원 지정 이후 경관 관리 수준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장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주민들은 “국립공원 진입로는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인 만큼 지속적인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관광지 첫 인상 좌우하는 공간…경관 관리 중요성 강조 한티재는 팔공산 국립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통과하는 주요 진입 구간이다. 이 때문에 도로변 광고물과 경관 상태는 국립공원의 첫 인상과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관광 분야 관계자는 “국립공원 진입로의 경관은 관광객이 지역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경관 관리 수준은 관광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에는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경관 관리가 요구된다"며 “지자체와 관계 기관 간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칠곡군 “전수조사 실시 후 행정조치 추진" 칠곡군은 한티재 일대 광고물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며 실태 점검과 정비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칠곡군 도시관리부서 관계자는“국립공원 팔공산 한티재 일대 광고물 관리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해당 구간 광고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허가 여부와 관리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 광고물에 대해서는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필요 시 관련 법령에 따른 행정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폐업 업소 광고물 등 장기간 존치된 광고물에 대해서도 정비 대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국립공원 진입로 경관에 부합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입구 경관 관리, 실질적 정비 여부 주목 국립공원은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 자산으로, 진입로 경관 관리 역시 중요한 행정 과제로 평가된다. 한티재 일대 광고물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실질적인 정비와 관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 부합하는 경관 환경 조성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환경포커스] 멸종위기 삵과 수달…도로 위에서 숨을 거둔다

설 연휴를 맞아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에 차량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나는 설렘 속에서 많은 이들이 도로 위에 오르지만, 하나 더 생각할 게 있다. 바로 로드킬(road-kill, 야생동물 교통사고)이다. 로드킬은 차량에 탑승한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포유류인 삵과 수달은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개체군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와 충북대 수의과대학 김기윤 교수 등은 최근 국제 학술지 '동물 세포와 시스템(Animal Cells and Systems)'에 국내 멸종위기종 삵과 수달의 로드킬 발생 특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9~2021년 국토교통부 로드킬 정보시스템(KROS)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종의 사고 발생 시기와 공간적 특성을 정밀 분석했다. ◇가을철에 집중된 삵 로드킬 분석 결과, 삵(Prionailurus bengalensis)은 조사 기간 동안 총 589건의 로드킬 피해를 입어, 국내 멸종위기 포유류 가운데 가장 많은 희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0건 가까운 수치다. 삵은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 지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대표적인 '가장자리(edge) 종'이다. 이 같은 서식 특성상 도로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로드킬 위험에도 상시 노출돼 있다. 특히 삵의 로드킬은 가을철에 집중되는데, 이는 여름철보다 약 6.9배 높은 수준이다. 가을은 어린 개체들이 어미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분산기로, 도로 위험에 익숙하지 않은 개체들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철에도 번식을 앞둔 수컷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로드킬 발생 빈도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수달(Lutra lutra) 역시 로드킬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총 22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수달은 하천과 해안 등 수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물고기를 주 먹이로 삼는 반(半)수생 포유류다. 수달의 로드킬은 여름철에 가장 집중되고, 가을철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번식과 새끼 분산 시기와 맞물려 이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수달이 다리 아래 수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도로 위로 올라와 이동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수달의 로드킬은 해안 도로와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도로 폭와 차량 속도가 중요한 변수 연구팀 분석 결과, 삵과 수달 모두 3~4차선 도로에서 로드킬 발생 확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삵 로드킬은 주로 산림과 농경지의 경계에 위치한 4차선 국도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4차선 도로가 한국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가장 흔한 형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달 역시 4차선 도로처럼 규모가 큰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삵의 경우 차량 속도와의 상관관계에서 특이한 점이 나타났다. 제한속도가 시속 40~50㎞ 구간과 시속 80~100㎞ 구간에서 사고 위험이 높았다. 시속 40~50㎞ 구간은 주로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이 있다. 이에 비해 시속 80~100㎞ 구간은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처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구간이고, 이런 도로에서 사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달은 차량 속도 자체보다는 수역과의 거리나 고도 등 서식지 환경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수달 역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근처나 해안 도로처럼 차량 속도가 빠른 구간을 지날 때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결국,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로는 동물이 접근을 기피하게 만들지만, 적당한 교통량과 높은 주행 속도가 결합된 구간은 동물이 도로에 진입했다가 피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다. ◇도로는 '이동 경로'가 아니라 '장벽'이 됐다 삵과 수달은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상위 포식자다. 이들의 감소는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로드킬의 근본 원인으로 도로 건설에 따른 서식지 파편화를 지목했다.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짝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경로를 도로가 가로막으면서, 도로 횡단이 불가피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차선이 넓고 차량 속도가 빠른 국도와 고속도로는 동물들에게 사실상 넘을 수 없는 장벽이자 고위험 지대로 작용한다. 이 문제를 개인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연구팀은 로드킬 저감을 위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표적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삵의 경우, 산림과 농경지 경계부에 위치한 도로 구간을 중심으로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와 생태 통로를 집중 설치할 필요가 있다. 수달은 하천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수중 이동이 가능한 통로나 육상 언더패스를 설치해, 도로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울러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로드킬 다발 구간에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특히 사고 빈도가 높은 4차선 국도 및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속도 제한을 강화해 운전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수많은 차량이 도로 위를 오갈 것이다. 도로 위에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하면 ‘오염 불평등’ 그림자 드리울 수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중이라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이른바 '새벽 배송' 카드를 꺼내 들면서 유통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의 급성장에 대응해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배송 시간대의 변화가 환경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새벽 배송 확대는 단순한 유통 규제 완화가 아니라, 대기 오염과 환경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밤에는 오염이 더 쌓인다"…토론토대 연구의 경고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시민·광물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비(非)피크 시간대 상업용 배송이 대기 질 및 환경 정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팀은 상업용 배송 트럭의 운행 시간을 낮에서 저녁·밤 시간대(비피크 시간대)로 전환할 경우, 대기 오염 물질의 농도와 공간적 분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부에 위치한 광역 토론토 및 해밀턴 지역(Greater Toronto and Hamilton Area, GTHA)이다. 그 결과, 배송 시간이 밤으로 옮겨지면 낮 시간대 교통 혼잡이 완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절반에 불과했다. 밤 시간대에는 오히려 대기 오염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핵심 요인은 '대기 안정성'이다. 낮에는 태양 복사열로 인해 공기가 활발히 위아래로 섞이며 오염 물질이 확산한다. 반면 밤에는 지표면이 식으면서 대기가 안정화되고, 오염 물질이 퍼질 수 있는 혼합 경계층이 매우 얕아진다. 이로 인해 디젤 트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은 공기 중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표면 근처에 정체된다. 특히 블랙 카본(BC)과 이산화질소(NO₂)와 같은 자동차 기인 오염 물질은 밤과 새벽 시간대에 농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비피크 시간대 배송 시나리오에서 하루 평균 블랙 카본 농도가 소폭 상승하거나, 낮 시간대의 개선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류센터와 도로 인근은 '오염 핫스팟' 이러한 영향은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물류센터, 대형 유통 허브, 고속도로 인근은 트럭 통행이 집중되며 대기 오염의 '핫스팟'이 되기 쉽다. 연구에 따르면 도로 화물 운송은 전체 주행 거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질소산화물(NOx) 배출의 약 65%, 초미세먼지(PM2.5) 배출의 약 69%를 차지할 정도로 오염 기여도가 높다. 특히 새벽 배송처럼 야간·새벽 시간대에 트럭 운행이 집중될 경우, 이들 지역 주민은 밤의 대기 정체로 인해 더 높은 오염 농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야외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 공기 질 악화로 이어져 장기적인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연구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문제다. 캐나다의 경우 물류 거점이나 고속도로 인근에는 이민자,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낮 시간대 배송 감소로 인한 대기 질 개선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게 누리지만, 동시에 밤 시간대에 집중되는 오염 증가의 피해 역시 가장 직접적으로 감내하게 된다. 그 결과, 배송 시간 조정이라는 정책 변화가 지역 간, 계층 간 대기 오염 노출의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야간과 새벽에 근무하는 배송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대기 오염 물질이 지표면에 정체되는 시간대에 오염원이 발생하는 도로 위에서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트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교통 관련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 사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 짧은 시간의 노출이라도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해법은…전기차 전환과 경로 재설계 연구팀은 새벽 배송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전제로 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디젤 배송 트럭의 전기차 전환 및 친환경 차량 도입 ▶주거 밀집 지역과 소외 계층 거주지를 피한 야간 배송 경로 재설계 ▶물류센터 주변 지역의 대기 질을 고려한 공간적 형평성 평가 ▶초단기 배송을 당연시하는 소비자 기대치 조정 ▶충전 인프라 구축과 친환경 물류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 확대 등이 제시됐다. 특히 배송 차량의 전기차 전환은 블랙 카본과 질소산화물 배출을 거의 제거할 수 있어, 새벽 배송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건강 피해를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은 유통 경쟁력 강화라는 경제적 논리만으로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배송 시간대의 변화는 특정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직결되고, 물류 시스템 전반의 환경 부담을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새벽 배송 확대를 논의할 때, 쿠팡과의 경쟁 구도나 소비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대기 오염의 공간적 불평등과 환경 정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적 시야가 요구된다. 지속 가능한 유통 혁신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그 이면의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재활용 빙자 시멘트공장으로 몰리는 수도권 쓰레기

올해 본격 시행된 수도권 직매립 금지 이후 수도권 쓰레기의 충청지역 반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뜨겁다. 충청지역 민간 소각장으로 얼마만큼의 수도권 쓰레기가 반입되는지, 어느 수도권 지자체에서 쓰레기를 보내는지 관심이 쏠리고,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무시한 채 민간 소각장의 배만 불려준다는 논란도 벌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지자체들은 민간 소각장을 대상으로 과다 소각 여부나 수도권으로부터의 반입량을 수시로 특별 점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와중에도 지나치게 조용한 곳이 있다. 바로 시멘트 벨트로 일컬어지는 강원 강릉․동해․삼척·영월과 충북 제천․단양 등 6개 지자체다. 수도권 쓰레기는 보통 소각장으로 보내 소각 처리하기도 하지만, 중간 재활용업체에 들어가서 파쇄된 후 산업폐기물로 둔갑해 시멘트공장에서 처리되기도 한다. 이들 6개 지역의 9개 시멘트공장으로도 수도권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너무도 조용하다.시멘트공장 인근 주민들이 연일 수도권 쓰레기의 시멘트공장 반입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앞 1인시위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시멘트공장에 대한 수시 점검은 고사하고 관련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멘트 환경문제 국민대책위원회가 나섰다. 지난달 초 시멘트벨트 6개 지자체에 “수도권 생활폐기물 시멘트공장 반입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라"고 공개 질의했다. 시멘트공장의 폐기물 사용에 대한 환경오염과 안전성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수도권 쓰레기의 지역 반입 시 안정적 처리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려는 취지였다. 6개 지자체 중 충북 단양군과 강원 삼척시 2곳에서만 회신이 왔다. “생활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시멘트공장 반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단양군은 지난달 22일 관내에 있는 한일시멘트·성신양회 두 시멘트공장과 환경적 가치 보호와 주민 우려 해소를 위해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어려운 시기에 대승적 결단을 해준 단양군과 삼척시에는 감사한 마음이다.하지만 여전히 강원 강릉·동해·영월, 충북 제천시는 묵묵부답이다. 그러는 사이 수도권 쓰레기가 이미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생활폐기물은 평택에 있는 재활용업체가 낙찰받아 시멘트공장으로 반입하여 처리하고, 마포구는 원주에 있는 재활용업체가 생활폐기물을 인근 시멘트공장으로 반입하고 있다. 강북구도 역시 원주에 있는 재활용업체가 충북과 강원도에 있는 시멘트공장을 통해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난 2024년 8월 법제처는 “재활용업체는 생활폐기물을 재활용 대상 폐기물에 추가할 수 없다"라고 법령 해석한 바 있다. 시멘트 공장은 재활용업 지위를 갖고 있는데, 재활용 대상이 아닌 생활폐기물을 수도권에서 가져와서 처리하는 것은 명백히 법령에 위반이다. 하지만 작금이 상황을 보면, 이런 법제처의 위법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시멘트업체에서는 생활쓰레기를 대체원료, 보조연료라고 주장하면서 소성로에 넣어 태우고 있고, 기후부는 이런 시멘트업체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의도적 침묵과 회피, 방관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피해만 커질 뿐이다. 민간 소각장보다 위험한 곳이 시멘트공장이기 때문이다.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되는 폐기물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하고, 환경 기준마저 허술하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은 시멘트공장이 270ppm으로 소각시설의 50ppm에 비해 5배 이상 완화돼 있다. 총탄화수소(THC)는 배출허용기준이 있지만, 굴뚝자동측정기기(TMS)로는 측정이 안 돼 실시간으로 관리가 안 된다. 국민의 안전과 환경은 어떠한 이유로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대책 마련이 분주한 상황에서 시멘트 벨트지역 지자체만 침묵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강원 강릉·동해·영월, 충북 제천시는 쓰레기 떠넘기기와 환경 차별을 스스로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재활용을 빙자해 시멘트공장으로 수도권 쓰레기가 몰리는 이른바 '수도권 쓰레기받이'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는 방법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멘트공장이 수도권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라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bienns@ekn.kr

낮 최고 12도까지 올라 ‘포근’…미세먼지는 ‘나쁨’

오는 11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권에 머물며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겠다. 10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11일 전국 최저기온은 -3∼4℃(도), 최고기온도 4∼12도로 전망됐다. 전국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터 점차 맑아지겠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리던 눈과 비는 오전에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수도권과 충남권은 오전에, 충청권 내륙과 전라 내륙은 오후에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0.1㎝ 미만의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계속 쌓이면서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그 밖의 지역은 '보통'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외 발생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호남권과 대구·경북은 오후부터, 부산·울산·경남은 저녁에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낙동강변 공기에서 남세균 독소 불검출…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서 남세균 독소를 분석했으나, 모든 시료에서 독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세균은 녹조의 원인 생물로 마이크로시스틴 등 인체에 해로운 조류 독소를 생산한다. 조류 독소는 간 독성, 생식 독성 갖고 있어 인체에 해롭다. 기후부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경북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낙동강 본류 5개 지점의 공기 중 남세균 독소를 조사한 결과, 모든 조사 지점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 6종이 검출 한계 미만(불검출)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가 녹조가 수그러든 9월 이후에 진행됐고, 해외에서도 공기 중 조류독소 검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공동 조사는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지난 2024년 여름 낙동강 주변 주민과 환경활동가 등 97명을 조사한 결과, 46명(47.4%)의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 건강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기후부는 지난해 봄부터 시민사회와 공동조사를 추진했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난 가을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조사는 9월 15~25일 사이 ▶대구 화원유원지 ▶대구 달성보 선착장 ▶경남 창녕 남지 유채밭 ▶창원 본포 수변공원 ▶김해 대동선착장 등 5곳에서 진행됐다. 수변경계로부터 5m 이내에 채집 장치를 설치해 공기 시료를 채취했고, 별도로 강물(상수원수) 시료도 채취했다. 강물·공기 시료는 시민단체 측인 경북대 연구진과 기후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의뢰를 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에서 분석했다. 분석 결과, 5개 지점의 공기 시료 20개 모두 검출한계 미만이었다. 이에 비해 강물(원수) 시료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불검출부터 최대 328ppb(㎍/L)까지 검출됐다. 분석에 참여한 경북대 이승준 교수는 “녹조가 줄어드는 시기에 조사를 실시했고, 일부 채집일에는 비가 내리는 등 최적의 실험 조건은 아니었다"면서 “공기 속 독소 채집 시간도 2시간으로 짧았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7일의 경우 대구는 6.6㎜, 북창원에는 1.1㎜, 기헤에는 2.6㎜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시료 채취 과정에서 풍향이나 풍속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 조사 지점별로 강물에서 검출된 조류 독소 6종의 농도를 보면, 화원유원지가 최대 16ppb, 달성보 선착장에서는 최대 0.36ppb, 남지 유채밭에서는 최대 328ppb, 본포 수변공원에서는 최대 5.34 ppb, 대동선착장에서는 최대 8.94ppb를 기록했다. 이번 강물 조사에서 나온 최대치 328ppb는 기존에 기후부(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치를 크게 웃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수치는 2022년 7월 25일 낙동강 매리지점 수심 0.5m 표층 시료에서 검출된 41.9ppb, 같은해 8월 8일 같은 지점의 혼합시료 47.3ppb가 최고였다. 328ppb일 경우 정수장에서 99.7% 이상 제거해야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크로시스틴 먹는물(수돗물) 수질기준(1ppb 이하)를 달성할 수 있다. 한편, 환경단체는 지난 2022년 여름 낙동강물에서는 조류독소 농도가 최대 3000~4000ppb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단체는 효소결합면역항체법(ELISA) 키트를 이용해 200여 가지의 마이크로시스틴 전체 농도를 분석했다. 만약 조류 독소 농도가 4000ppb라면 99.9%를 제거해도 먹는물 수질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중국 꽃매미, 한국을 교두보 삼아 미국 침공에 성공하다

20여 년 전 한국 사회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낯선 곤충에 두려운 시선을 던졌다. 붉은색 날개의 꽃매미(주홍날개꽃매미)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해서 이 곤충을 '중국매미'로 불렀다. 도심 나무 그늘에서도 쉽게 발견됐던 이 곤충은 포도밭과 과수원을 덮친 해충이기도 했다. 유충과 성충은 나무의 즙을 빨아 먹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말라죽는 원인이 된다. 배설물은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이 꽃매미(학명 Lycorma delicatula)가 10여 년 전부터 멀리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 널리 퍼져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간간이 들려왔다. 미국에 피해를 입히는 꽃매미도 중국에서 직접 건너온 것으로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가 꽃매미의 글로벌 침입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이 여러 피해 지역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생물학과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보 B'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꽃매미는 중국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하는 단계적 확산 경로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니라 침입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도시 환경에 적응한 꽃매미가 한국 진출 꽃매미는 문헌상으로는 1932년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으나, 이후 발견된 적이 없다가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나타났고 학계에 공식 보고됐다. 이후 수도권과 충청·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포도·사과·복숭아 등 주요 과수에 피해를 입히며 농가의 경계 대상이 됐다. 방제는 쉽지 않았다. 살충제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도심 공원과 가로수, 철도·고속도로 주변 녹지까지 꽃매미 서식지가 확대됐다. 뉴욕대 연구팀의 연구는 바로 이 시기의 한국 개체군에 주목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한국의 꽃매미 집단은 중국 상하이 도시 개체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에 진출했을 때 이미 도시 환경에 적응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꽃매미가 한국 침입에 성공한 이유로 도시 환경의 구조적 유사성을 지목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한국의 대도시는 고온의 열섬 현상, 반복적인 살충제 사용, 단순화된 녹지와 가로수 체계라는 점에서 중국 상하이와 매우 닮았다. 한국 도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은 스트레스 대응 능력, 대사 조절 능력, 화학물질 해독 능력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살충제와 식물 독성 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선택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지'가 아니라 '교두보'였던 한국 이 연구가 기존 인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한국의 위치를 단순한 중간 경유지가 아닌 '교두보(bridgehead)'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교두보란 침입종이 한 번 자리를 잡은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발판이 되는 곳을 의미한다. 꽃매미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개체 수를 늘렸고, 이 가운데 일부가 2014년 쯤 미국으로 유입됐다. 한국의 도시 환경은 침입 대상이 된 미국 동부 도시들과도 닮았다. 비록 미국으로 건너간 개체군은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든 상태였지만, 이미 도시 생존에 필요한 핵심 유전 형질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의도치 않게 미국 침입을 가능하게 한 '중간 증폭기' 역할을 한 셈이다. 다시 말해 연구팀은 한국에서의 적응과 확산 과정이 미국 침입을 위한 '사전 적응 과정'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도시에서 살아가는 데 최적화된 개체를 골라내는 역할을 한국 도시가 수행했다는 것이다. ◇통합적 대응전략 없이는 피해 반복돼 연구팀은 꽃매미 이동과 확산 과정을 '인위적으로 유도된 침입 적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외래종이 새로운 나라에 도착해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지와 경유지에서 이미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한 결과, 어디로 가든 침입에 성공할 수 있는 형질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꽃매미 문제는 특정 국가의 관리 실패라기보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가 낳는 문제인 셈이다. 글로벌 대도시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연결된 생태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도시 확장이 계속되는 한 꽃매미와 같은 사례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국경 통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도시 녹지 정책, 생물다양성 관리, 외래종 대응 전략을 통합적으로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가든, 어느 도시든 또 다른 '글로벌 침입자의 교두보' 혹은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획]칠곡군, 국립공원 팔공산 ‘한티재’ 불법 간판 난립… ‘흉물 전시장’ 전락 (中)

관리번호 없는 광고물 다수…무허가 설치 의심 간판 도로변 점령 폐업 간판 수년째 그대로…철거 명령·행정조치 사실상 '유명무실' 옥외광고물 단속 권한 칠곡군에 있지만 현장 관리 손길 미치지 못해 국립공원 팔공산 한티재 일대 도로변에 난립한 불법·무질서 광고물은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행정 관리 부실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광고물 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있지만, 현장에서는 단속과 정비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회차에는 불법 간판 설치 구조와 단속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글싣는순서 1:국립공원 팔공산 맞나…한티재 진입로 불법 간판 난립, 관광객 첫인상 훼손 2:불법 간판 누가 세우고 누가 방치했나…칠곡군 단속 사실상 손 놓아 3:국립공원 품격 훼손 언제까지…칠곡군 관리 책임과 정비 대책 시급 ​ ◇폐업 간판도 장기간 존치 정황…칠곡군 “전수 조사 후 행정조치 검토"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팔공산 국립공원 입구인 칠곡군 동명면 한티재 일대 도로변에 설치된 광고물 상당수에서 허가번호나 관리번호 표시가 확인되지 않는 등 관리 공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광고물은 폐업 이후에도 장기간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옥외광고물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한티재 일대 도로변에 설치된 광고물 30여 개 가운데 상당수에서 허가번호 또는 관리번호 표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일부 광고물은 번호 표시가 없거나, 훼손 또는 노후화로 인해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허가 또는 신고 대상 광고물은 관리번호 또는 허가 표시를 부착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광고물의 적법성 여부와 관리 주체를 확인하기 위한 기본적인 관리 기준이다.옥외광고물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허가 절차를 거친 광고물은 관리번호가 부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번호가 없거나 식별이 어려운 경우 설치 경위와 허가 여부에 대한 행정 확인이 필요한 광고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리번호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즉시 불법 광고물로 단정할 수는 없으며, 허가 여부와 설치 시기 등에 대한 지자체의 공식적인 확인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폐업 업소 광고물 장기간 방치 정황…안전·경관 문제 우려 현장에서는 이미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업소의 광고물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도로변 곳곳에는△폐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점 간판△글자가 지워지거나 식별이 어려운 광고물△구조물이 부식되거나 기울어진 간판 등이 장기간 존치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옥외광고물 관련 법령에 따르면 광고물 설치자는 광고물 철거 의무를 가지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는 시정명령이나 철거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인근 상인 이모(58) 씨는 “폐업한 지 오래된 업소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며 “철거나 정비가 이루어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후 광고물은 도시 경관 저해뿐 아니라 구조물 부식이나 강풍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옥외광고물 관리 권한은 지자체…주민들 “관리 체감 어려워" 옥외광고물 허가와 관리, 단속 권한은 관련 법령에 따라 칠곡군이 갖는다. 지자체는 광고물에 대해△허가 및 신고 관리△불법 광고물 조사△시정명령△이행강제금 부과△강제 철거 등의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현장에서 광고물 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박모(64) 씨는 “오래된 간판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는 관리 대상 범위 확대와 행정 인력 여건 등 현실적인 행정 환경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관리 중요성 확대…기관 간 협력 필요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입구 구간의 경관 관리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공원 시설과 자연환경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나, 옥외광고물 허가와 단속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관리 주체가 구분돼 있다. 환경 관련 단체 관계자는 “국립공원 입구는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공간인 만큼 체계적인 경관 관리가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관계 기관 간 협력을 통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칠곡군 “허가 여부 확인 후 행정절차 진행…지속 점검 추진" 칠곡군은 해당 구간 광고물에 대한 실태 점검과 행정조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칠곡군 도시관리 담당 관계자는“해당 구간 광고물의 설치 허가 여부와 관리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조사 결과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자진 철거 계고 등 필요한 행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장기간 설치된 광고물의 경우 설치 경위와 관리 주체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관리번호 미부착 광고물과 폐업 업소 광고물에 대해서도 전수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국립공원 지정 이후 경관 관리 중요성이 커진 만큼 관련 부서와 협력해 광고물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입구 경관 관리, 실효성 있는 정비 필요 국립공원 입구는 방문객이 처음 마주하는 공간으로 지역 이미지와 직결되는 상징적 장소다. 광고물 관리 문제는 단순한 미관 차원을 넘어 안전과 행정 관리의 실효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실태 점검 이후 실제 정비와 행정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국립공원 입구 경관 관리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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