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최근 주택 거래로 인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인 8조 2000억원이나 불었다. 주가 급락을 기회로 주식 투자 등에도 돈이 몰리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까지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30조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9조 3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1조 7000억원)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5조원) 반등한 뒤 5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월 증가액도 7월(5조 4000억원)보다 약 4조원이나 많았다. 이는 2021년 7월(9조 7000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90조 6000억원)이 8조 2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8조 4000억원)도 1조 1000억원 늘었다. 특히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 “5∼6월 늘어난 서울 주택 매매 거래가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진 게 가장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출 규제 도입에 따른 대출 선(先)수요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고, 휴가철 자금 수요와 주식 저가 매수에 따라 신용대출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입된 대출 규제는 9월 시행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시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 부과로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박 차장은 가계대출 전망에는 “9월 이후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대책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고 낙관했다. 이어 “휴가 자금, 주식 저가 매수 등 8월 일시적 요인도 사라지면 9월에는 가계대출 증가 폭이 8월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 기대, 이사철 수요, 금리인하 전망 등 (주택거래와 가계대출 증가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 있는 만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도 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9조 8000억원 늘었다. 2021년 7월(+15조3천억원)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한 달 새 5조 4000억원에서 8조 5000억원으로 커졌고, 앞서 7월 2000억원 줄었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조 3000억원 반등했다. 업권별로는 은행뿐 아니라 지난달 뒷걸음쳤던 제2금융권 가계대출까지 5000억원 불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7월보다 각 3000억원, 2000억원 많았다. 제2금융권 가운데 보험(+3000억원)·여신전문금융사(+7000억원)·저축은행(+4000억원)에서 가계대출이 늘었다. 상호금융(-1조원)만 감소세를 유지했다. 기업 대출은 예금은행에서 8월 한 달 7조 2000억원(잔액 1311조 9000억원) 늘었다. 다만 7월(+7조 8000억원)보다 증가 폭은 줄었다. 대출은 대기업 1조 9000억원, 중소기업 5조 3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도 8000억원 불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 폭이 한 달 사이 3조 4000억원에서 5조 3000억원으로 커진 것은 은행 대출 영업, 중소법인 시설자금 수요 확대 등 때문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대출이 아닌 수신(예금)의 경우 8월 한 달 예금은행에서 21조 5000억원(8월 말 잔액 2371조 9000억원)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자금 등 유입으로 수시입출식예금이 13조 6000억원 불었다. 정기예금도 은행 예금 유치 노력, 예금 금리 고점 인식 등에 법인 자금을 중심으로 14조 1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 수신은 9000억원 소폭 감소했다. 수익률 메리트(이점)가 줄면서 머니마켓펀드(MMF)에서 7조 6000억원 빠져나갔다. 반대로 채권형 펀드는 4조 1000억원, 기타 펀드는 2조 1000억원 유입됐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