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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건축물 최저 인증 등급 상향…그린 리모델링 단계적 의무화

앞으로 공공 건축물을 신축할 때 취득해야 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최저 인증 등급이 상향되며, 노후 공공 건축물의 그린 리모델링 추진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여기에 더해 공공 건축물뿐만 아닌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신축건물에 대해서도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이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을 전날 확정·고시했다고 1일 밝혔다.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은 녹색건축물의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으로, 제3차 계획은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녹색건축 정책이 국민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확산토록 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3차 계획은 녹색건축 생태계 조성, 그린리모델링 확장,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 녹색건축 기술 육성을 4대 추진 전략으로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한 균형 있는 녹색건축 관련 시책의 추진을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날부터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제'를 ZEB 인증제로 통합 운영한다. 기존에 ZEB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을 '1++' 등급 이상 취득하고 다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신청해야 했지만 제도 간소화에 따라 인증 신청자의 행정편의 제고, 인증 소요시간 단축(80→60일) 등의 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건축물 신축 시 취득해야 하는 ZEB 최저 인증 등급 또한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상향된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개정을 통해 공공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사업 추진 또한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추진한다. 여기에 더해 연면적 1000m2 이상 민간 신축건물 대상으로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설계기준 강화를 통해서는 국내 건축물들의 전반적인 성능을 향상시키고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 간 녹색건축 정책 정합성 제고를 위해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개정해 지역 조성계획의 수립 시점을 국가 기본계획 수립 이후 2년 이내로 법제화할 예정이다. 또 민간 건축물 성능개선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건물 온실가스 감축량 정량평가 방법론을 마련하고, 감축된 온실가스는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은 건물부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라며 “올해부터 시행된 제로에너지건축물 통합 인증제도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의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신년사]박상우 국토부 장관 “제주항공 참사,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5년 을사년을 맞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등 항공기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항공, 도로, 철도, 건설 등 모든 분야의 안전 체계를 전반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장관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 연말 우리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고를 겪었다"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계신 유가족분들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며 “유가족분들을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국민들이 항공편 이용에 불안을 느끼시지 않도록 안전 관리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장관은 무엇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본이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모든 정책과 업무를 안전에서 출발하자"며 “항공 안전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건설 등 모든 분야의 안전 체계를 전반적으로 혁신해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건설산업과 관련해서는 “국가 기간산업인 건설산업의 침체를 반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조기 집행과 과감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주택공급의 기반을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저출산과 국토 불균형을 초래하는 수도권 집중화 해결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그는 “권역별로 경쟁력 있는 경제·생활권을 육성하고,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와 쾌적한 정주 여건을 제공해 청년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국민의 행복을 위한 한 걸음을 더 내딛는 2025년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국민경제 ‘시한폭탄’…부동산 PF 뇌관을 없애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여전히 우리사회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실화 사례가 급증하며 PF대출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 등 부동산 PF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국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PF는 지난 수십년간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위기의 주요 원인이 PF 부실이었으며, 2013년에도 PF 익스포저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또 2019년에는 증권사가 PF 사업에 제공한 대규모 채무보증이 문제가 됐다. 2022년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이 경색되기도 했다. 부동산 PF대출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주로 주거용 단지 개발이나 상업용 빌딩, 쇼핑몰, 리조트, 호텔 건설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사업의 성공 가능성과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제는 국내 PF대출 시장에서 프로젝트의 수익성이나 안정성보다는 시공사의 신용 보증을 통해 대출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는 호황기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황이 시작되면 대출 부실화로 직결돼 건설업계는 물론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건설사들의 수주고 욕심, 적은 자본으로 '대박'을 터트려 보려는 시행사들의 '도박'이 '미분양'이라는 촉매를 만나 폭발할 때마다 금융 부실화 및 재정 투입 등 국가 경제가 몸삻을 앓았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말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국내 PF대출 잔액은 약 132조원에 달하며, 연체율은 3.56%로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9%포인트(p) 높은 수치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거래 위축이 맞물린 결과라 볼 수 있다.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는 부동산 PF 부실을 부르는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낮은 자기자본에 높은 보증 의존도 구조로 '한탕주의' 행태가 나타나고 영세한 시행사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DI가 최근 발간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시행사들은 통상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자본만 투입하고, 97%는 빚을 내 PF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DI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300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만 투입하고 3631억원은 빌려서 충당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PF 사업에서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에 이른다. 미국은 33%, 일본 30%, 네덜란드 35%, 호주 40% 등으로 30~40%대 수준이었다. 황순주 KBI 연구위원은 “(PF 시스템은) 부실이 발생하면 소규모 시행사는 망해 없어지고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가 대출을 갚아야 하는 구조"라며 “대형 건설사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태영건설처럼 무너지고 만다.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11월 기존 3% 안팎인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2028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20%로 상향시킨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토지주의 현물 출자 참여를 유도하고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출에 의존해 토지를 매입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 참여자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 갑작스러운 미국 기준금리 급등 이후로 부동산PF가 세간의 이슈까지 된 것에 비춰보면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분명 설득력 있는 정책 방향"이라면서도 “규제강화가 어떤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부동산 시장 불안 반복···“낡은 시스템 혁신해야”

경기 상황에 따라 불안이 반복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낡은 시스템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를 혁신하고 도시·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등 정부·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며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환율을 치솟고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점점 심해져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예고하며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공사비 급등 등 악재까지 겹쳐 대형 건설사들도 '보릿고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 공포감이 조성되면서 이참에 잘못된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당장 건설사들이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물가·고환율 등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건설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면서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장기적으로는 수익 중심 전략 추진 같은 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수급 관련 규제를 완화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민간과 협력해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년 건설시장 및 건설산업 정책 진단 세미나'에서 “정부·민간이 건설투자를 활성화해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신규 투자가 1조원 증가하면 일자리 1만500여개가 창출되고, 민간 소비가 3400억원 증가하는 등 경제효과가 크다는 게 나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1조원 투자에 따라) 다른 산업에는 8600억원 규모 연쇄효과가 생기고 가계 소득은 5250억원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나 실장은 “건설투자는 단기적 내수 경기 활성화는 물론 장기적 성장 동력 마련 수단"이라며 “건설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수 경기의 중심축으로서 건설투자를 인식하고 안정적 공급 시그널과 수요에 합리적 기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책 방향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공공에서 도시, 교통 물류 등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장기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 같은 주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철도 지하화 등 민·관이 협력해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점진적으로 늘려 수도권 외 지역 투자도 늘리는 방법 등도 있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가 '정치 리스크'에서 벗어나 정부·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뒤 논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비아파트 시장 운영을 보다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미분양대출보증 대상에 포함하고 리모델링이 유리한 구조를 채택할 경우 용적률 등에 혜택을 부여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특·장점을 보유한 만큼 선행지표 침체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시기에 보완책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건설산업 육성·진흥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및 지역 경기 활성화 등 미래 지향적 정책을 동력으로 삼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책 발굴보다 기존 정책과 연계해 수정·보완하는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무너진 ‘주거사다리’ 전세제도, 폐지론 거세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금융형 주택 임대 제도다. 임차인 입장에선 매월 현금을 마련해 집 주인에게 줘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월세에 비해 저렴하기도 하다. 집 주인도 그 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보통 주택 매수 자금에 보태는 등 '갭투자'로 활용하기도 하고, 은행에 맡겨 이자를 챙기기도 한다. 때론 통째로 날려 먹거나 가로챈 후 '배째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전세사기다. 전세제도는 그동안 서민의 내 집 마련 지렛대 역할을 해 주택 소비·공급의 윤활유로 작용해 왔다. 정부가 서민 주거 대책 차원에서 대규모 전세보증금 대출을 장려하고 전세사기가 발생하면 직접 나서 대신 변제해주는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금 제도까지 만든 배경이다. 문제는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대위변제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간의 신뢰를 전제로 거래되는 민간 사금융(전세제도)에 정부가 아무런 담보도 없이 공적 자금을 지원해 오히려 전세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제도 폐지 혹은 대대적 개선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민간에선 이미 전세보다는 월세가 대세가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현재 서울에서 1년간 진행된 전월세(12만7111건) 거래 중 월세는 6만8116건으로 전체의 53.6%를 차지했다. 이는 국토부가 실거래가시스템에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29.5%)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무려 24%포인트(p) 이상 급증한 것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기도 연립·다세대 전월세 신고(6만3520건) 중 월세 거래는 3만2760건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2020년(30.6%)과 비교하면 20%p 이상 증가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전세 포비아' 현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공적 자금 투입 규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세사기를 당한 입주자에게 HUG가 임차주 대신 보증금을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8조5119억원에 달하며, 이중 6조5848억원은 미회수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세제도를 폐지하고 선진국과 같이 장기 모기지(저당금융제도)를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제 '부도'가 날 지 모르는 사금융 대신 차라리 주택 구매시 담보 인정 비율을 대폭 높여 집을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차인이 전셋집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면제하고 매매가와 전셋갑 차액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반면 당장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에스크로(대금 제3자 위탁)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금융제도라는 점으로 굉장히 불안정하고 후진적인 제도"라면서도 “그렇다고 몇 십 년 동안 이어진 전세제도를 폐지한다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전세금의 30% 정도는 HUG에 일정 기간 강제 예치하고 이에 대한 이자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 제도 등의 안전장치를 도입한다면 현재 전세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좋은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원인을 제거해 안전한 계약 시스템을 만들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애 낳으면 대출 더”···새해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2025년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 정부의 주택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저출산 대책, 지역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변경되는 각종 부동산 관련 제도와 시행 시기를 짚어봤다. ◇ [금융]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이 달라진다. 기존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3년간(2025~2027년) 추가 완화한다. 이에 더해 특례 대출기간에 추가 출산한 경우 금리를 현행 0.2%포인트(p)에서 0.4%p까지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구입자금 대상 주택 요건, 전세자금 대상 주택 요건, 자산 요건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1월1일 이후 출산한 가구에만 해당한다. ◇ [금융]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50% 인하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중도상환 시 발생하는 손실비용, 행정비용 등 실비용 내에서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되서다. 1월 중순부터 취급하는 대출 상품에 대해 적용 예정이다. ◇ [금융] 상반기까지 입주 예정 수도권 신축 분양단지 디딤돌대출 후취담보 가능 2024년 12월2일 신규 대출 신청분부터 수도권 아파트의 디딤돌대출 가능 금액이 최대 5500만원 줄어든다.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신축 분양단지의 경우 2024년 12월1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 중에 입주기간 시작일이 2025년 6월30일까지인 경우 후취담보대출(미등기 아파트 잔금 대출)이 가능하다. ◇ [금융]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실시 스트레스 DSR은 일정 수준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고려해 나왔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가계대출 한도가 줄고, 모든 금융권 대출이 규제를 받게 된다. 3단계 시행 시기는 잠정적으로 7월로 정해졌지만 제도 안착 추이 등을 통해 변경될 수 있다. ◇ [세제]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지원 적용대상 확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의 소득공제 혜택이 무주택 세대주뿐만 아니라 배우자까지 확대된다. 납입액의 40%한도인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경우 이자소득 비과세 대상도 세대주와 배우자까지 넓어진다. 총 급여액 3600만원 또는 종합소득금액 26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이다. 이자소득 비과세 한도는 500만원이다. ◇ [세제] 상생·착한 임대인 제도 연장 상생 임대인 제도는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실거주기간 2년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에 대한 1세대 1주택 비과세 및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 시 해당한다. 임대시장의 안정을 위해 제도가 2026년 12월31일까지 연장된다. 착한 임대인 제도는 소상공인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건물주를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액의 최대 70%를 세액공제 해주는 게 골자다. 2025년 12월31일까지 연장된다. ◇ [공급] 민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시행 도심복합사업은 도심지에 자리잡고 있지만 사업성이 낮아 민간 주도 재개발이 어려운 곳을 용적률 상향 등 특례를 통해 고밀 개발하는 것이다. 조합이 주도하는 일반 정비사업과 달리 공공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 [공급]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가능 준공한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재건축 안전진단' 명칭은 '재건축 진단'으로 변경하고, 재건축 진단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까지만 통과하면 가능하도록 절차가 바뀐다. 이 같은 규제완화 조치로 재건축을 위한 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재건축 기간을 최대 3년 가까이 단축하면서 주택공급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제도] 건축물 에너지 성능 평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통합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평가하는 제도인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제'를 폐지하고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제'로 통합 운영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02년부터 에너지 성능이 우수한 건축물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제(10개 등급)'를, 국토교통부는 2017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별도로 운영해왔다. ◇ [제도] 모바일 등기 전자신청제 도입 모바일 앱을 통한 등기신청, 신탁부동산의 전세사기 방지, 상속·유증 등기의 관할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06년 PC 기반 등기 전자신청 제도가 도입됐지만 행정정보를 전자제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업무환경이 PC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변화되는 점을 반영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전자신청 방법을 추가하고, 등기신청 시 필요한 행정정보는 행정정보공동이용 연계를 이용해 관공서에서 관할 등기소로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제도] 1주택자 인구감소지역 주택 및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세제 혜택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이나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새롭게 구입해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1주택자로 간주해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 받는다. 인구감소지역에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받는다. 비수도권에서 전용면적 85㎡이하·취득가액 6억원 이하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제도] 신규 민간 건축물 '제로에너지' 기준 준수 의무화 신축 공동주택의 에너지 성능을 제로에너지 5등급 수준으로 강화한다. 민간 공동주택에 대한 친환경 건설 기준은 2009년 10월부터 적용돼 오고 있지만, 2025년 6월부터는 기준이 '제로에너지' 5등급 수준으로 강화된다. ◇ [제도]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 시 지자체도 검토 서울과 경기 등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수렴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 표준지(토지) 가격은 감정평가사가 산정해왔다. 개별 단독주택과 개별 토지 공시가격은 표준주택·표준지 가격을 토대로 지자체가 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는 부동산원이나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공시가격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 [제도] 모든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 적용 모든 공공주택 바닥 두께를 기존보다 4cm 상향(21cm→25cm)한다. 동시에 고성능 완충재 사용과 철저한 시공 관리 등을 통해 현행 대비 4배 이상 강화된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49dB→37dB 이하)을 적용한다. 시험시설 건립과 기술 검증을 거쳐 민간 주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제도] 생활형숙박시설 이행강제금 부과 시기 유예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고 주거용도로 사용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해 이행강제금(매년 공시가격의 10%)을 부과하는 시기를 2025년에서 2027년 말까지 늦춘다.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생숙이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려면 숙박업 신고를 하거나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해야 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부, ‘철도 지하화’ 공사 2031년부터 시작한다

정부가 2031년부터 전국 주요 도심의 철도 지하화 공사를 착공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사업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다. 국가철도공단 내 자회사를 신설해 사업을 추진한다. 수익성 극대화 차원에서 상부 개발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곳은 지방자치단체와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2028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9년 설계, 2031년 착공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채권을 발행해 지상 철도를 지하에 신규 건설하기로 했다. 국가가 소유한 철도부지를 사업시행자에게 현물출자한 뒤 이를 근거로 사업시행자가 채권으로 사업비를 선조달하는 방식이다. 이후 철도부지뿐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개발해 건설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특히 국가 재정 투입 없이 개발 수익만으로 사업 실현이 가능 곳에서 먼저 지하화를 시작한다는 원칙이다. 대신 사업성이 부족해도 파급효과가 큰 사업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해당 부족분을 부담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수익 노선 초과 수익은 전국단위 교차보전을 통해 사후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는 전반적인 사업 기획과 함께 자금 조달 및 관리를 위해 신설된다.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낮은 조달금리 등을 위해 민간 참여는 제한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내에 국가철도공단 내 자회사 신설을 위한 마련할 계획이다. 착공 전인 2026년까지는 사업 시행 전담 기관으로서 지위·역할·기능 등을 정립할 방침이다. 기존 공공기관 역량 활용과 함께 사업 책임성 강화를 위해 지자체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특별법도 개정했다. 도심 공간 재구조화 등 사업의 취지를 고려해 사업 범위는 '철도지하화'에서 '철도입체복합개발'로 확대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 철도시설 상부에 인공지반을 조성하는 것도 지하화 사업에 포함됨을 명확하게 했다. 종합계획에 반영된 노선에 대해 기본계획을 국토부가 수립하면 설계 단계부터 철도공단이 지하화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통상 철도건설 절차(설계 2~3년, 공사 5~6년)를 고려하면 우선 추진 사업은 기본계획(2028년) 이후 설계(2029년) 및 착공(2031년)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부 개발은 주변 여건을 고려해 최적화된 방식으로 시도한다. 국유지인 철도부지만 단독 개발하거나 주변지역을 통합개발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토지조성 후 분양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일부 토지는 건축물 분양·임대, 토지임대부개발 등도 고민한다. 국토부는 또 지역 여건별 맞춤형 개발을 위해 개발사업 유형을 다각화하고, 고밀입체개발이 가능토록 개발특례도 유사제도 대비 최고 수준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지하화에 따른 도시공간 변화를 계기로 상부 철도부지를 활용해 주거·교통 등 국민생활 관점에서 도시를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할 수 있다"며 “원도심 기능 강화, 교통기능 개편, 여가공간 확충, 역세권 중심 컴팩트 시티 조성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 연내 추진을 목표로 삼았던 철도지하화통합개발 1차사업은 지자체와 추가 협의 후 발표하기로 했다. 일부 지자체가 관내 전체구간을 1차 사업 대상으로 제안하는 등 핵심 구간 제시·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국토부는 주요 권역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 조정을 추진하고 지자체 협의를 마친 1차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에도 착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자체로부터 추가 사업제안은 내년 5월부터 접수 받는다. 전국적인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담은 철도지하화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은 내년 12월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광명·시흥에 6만7000호 신도시 만든다

경기도 광명시·시흥시 내 1271만m² 부지에 공공주택 등 6만7000호가 조성된다. 광역 교통이 발달한 우수 입지에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여의도 약 4.4배 면적 규모의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을 승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를 통해 주택 총 6만7000호를 만든다. 이 중 3만7000호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분양이 1만3000가구, 공공임대가 2만4000가구다. 지구계획 승인 이후 내년 보상 공고, 2027년 택지 착공, 2029년 첫 분양, 2031년 최초 입주를 목표로 세웠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사업시행자가 보다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보상 등 주택공급을 위한 절차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지방공사 참여 확대를 유도하고 신도시 공공리츠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광명시흥지구가 교통이 잘 발달돼 있고 녹지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서울과 비교적 가깝고 시흥공단 등 경제적 인프라도 잘 구비돼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사통팔달 도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광명시흥 지구는 KTX 광명역, 수도권 및 서울 지하철 1·7호선 등 철도 교통망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입지를 갖췄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2027년 개통예정) 등 주요 간선도로도 인접했다. 지구에는 중심지와 생활권을 잇는 남북 2개·동서 5개축의 격자형 도로망 골격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 KTX 광명역 등 주요 교통 거점과 연결을 강화하는 광역교통 사업을 추진한다. 광명시흥 지구를 거쳐 서울을 잇는 남북철도를 2031년 개통 목표로 건설한다. 동서축으로는 교통량이 많은 범안로 및 박달로는 더욱 확장시킨다. 지하철 1·7호선 및 신안산선 등과 이어지는 대중교통 라인도 추가한다. 경제중심으로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광명시흥 지구는 주변에 서울 도심과 대규모 산업단지·배후 생활권 등이 위치한다. 이러한 입지를 고려해 총 135만m²(판교 테크노밸리의 약 3배) 면적의 자족 용지를 배치했다. 남측에는 주변 산업기반과 연계해 첨단 모빌리티, 의료·바이오·헬스 등 핵심 미래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대규모의 자족 환경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지구를 많은 녹지와 수변 공원을 바탕으로 '걷기 좋고 쾌적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목감천과 주변 광역 녹지축을 촘촘히 잇는 공원·녹지 445만㎡를 만든다. 서울 올림픽공원의 3배 규모다. 주민들이 문화·체육·여가를 즐기는 친수 공원도 조성한다. 지구 내 주요 간선도로에는 덮개공원을 통해 보행 친화적 도시환경을 꾸미기로 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광명시흥 지구 교통 인프라와 연계한 자족 기능을 공급하고, 우수한 주거 여건도 제공해 인재와 기업들이 모이는 수도권 서남부 거점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공급 부족에···‘중대형 아파트’ 분양시장 존재감 커진다

국내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중대형 평형 주택의 존재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소형 평형이 '대세'로 떠오른 탓에 일부 지역서 품귀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건설사들 역시 수요는 꾸준하다는 판단 아래 조심스럽게 물량을 늘리며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국민평형'으로 자리잡으면서 중대형 아파트 공급량은 최근 들어 계속 줄었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11만2224가구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급량(98만6039가구)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사들은 60~85㎡ 이하 크기 아파트를 67만3936가구(68.4%) 공급했다. 60㎡ 이하 소형 아파트도 19만8279가구(20.1%)로 중대형 평형보다 훨씬 많았다. 공급이 부족해지며 희소성이 조금씩 부각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공급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전용 94㎡는 1순위 청약에서 5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서 분양한 '프레스티어자이' 전용 99㎡는 206.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3BL)' 전용 101㎡(51.29대 1)도 인기를 끌었다. 지방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2가에 분양한 '에코시티 더샵 4차' 전용 110㎡는 970대 1의 경쟁률을 보여줬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가도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전국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를 보면, 지난 2020년 1952만원에서 이달 중순 2323만원으로 약 19.01% 상승했다. 이 시기 전체 아파트 평균 상승률은 9.41%였다. 건설업계는 새 아파트를 공급하며 중대형 평형의 '희소성' 가치를 부각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은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 아산 탕정테크노 일반산업단지 C1블록에 '탕정 푸르지오 센터파크'를 분양하며 △109㎡ 240가구 △136㎡PH 5가구가 공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59㎡ 크기부터 총 1416가구가 들어서는 대단지로 근처 발전 가능성이 커 현지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산 탕정테크노 일반산업단지는 공공택지 지역으로 해당 아파트 역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태영건설은 다음달 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 일원에서 '더 팰리스트 데시앙'을 분양할 계획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8개 동, 아파트 418세대(전용면적 100~117㎡), 오피스텔 32실 (전용면적 97·109㎡) 규모로 조성된다. 100% 중대형 면적으로 돼 있다는 게 눈길을 잡는다. 태영건설은 서울 강남권 고급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커튼월룩 고급마감특화 설계를 적용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일원에 상봉9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으로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을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지하 8층~지상 49층, 5개 동, 전용면적 39~118㎡, 공동주택 총 999가구 규모다. 대형 물량은 △98㎡ 346가구 △118㎡ 84가구 등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전용면적 98㎡, 118㎡ 타입의 경우 계약금을 5%로 적용했다. 또 계약금 1차는 5000만원, 계약금 1차분을 제외한 잔금은 30일 이내에 납부하도록 해 수요자의 금융비 부담을 낮췄다. 신동아건설은 27일 인천광역시 서구 마전동 일원 검단신도시 AA32BL에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견본주택을 열었다. 이 곳은 △98㎡ 193가구 △110㎡ 8가구 등 대형 평형이 마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 서울원아이파크처럼 미분양 우려가 있어 물량이 확 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수요는 여전히 높아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책 대출 급증에…‘내 생애 첫 집’ 11년 만에 최대

올해 정부의 정책 자금 대출이 늘어나면서 생애 첫 아파트·다세대 구매자의 비율이 전체의 42%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공개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 등) 소유권 매매 이전등기 통계 분석 결과, 올해 11월까지 전국에서 매매로 이전등기 된 90만1479건 가운데 생애 최초로 부동산을 구입한 경우는 37만9067건으로 전체의 42.1%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40.2%)에 비해 2%포인트(p)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2013년(43%)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집합건물의 생애 최초 매수자 비중은 주택거래가 침체한 2010부터 2013년까지 40%를 웃돌았다. 이 기간에는 2011년(108만3410건)을 제외하고는 연간 매매 거래량이 100만건을 밑도는 등 거래가 침체됐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리의 정책 대출 지원 혜택이 있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비율이 높았다. 이후 주택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증가하면서 생애 최초 매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거래량이 150만건에 달하며 집값이 크게 오른 2020년과 2021년에는 생애 최초 매수 비중이 각각 34.4%, 34.5%까지 줄었다. 이후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 절벽'이 나타난 2022년에는 이 비중이 34.1%까지 떨어졌으나 2023년 들어 다시 40%대로 올랐다. 여기에는 지난해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하는 등 저리의 정책대출 지원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집값 및 전셋값 상승으로 지난해 대비 주택 거래가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의 자리를 신생아 특례대출 등이 대체하며 생애 첫 주택 구입자가 증가했다. 올해 전체 연령대에서 30대의 매수자(17만3783건) 비중은 45.9%를 차지해 지난해 30대 매수 비중(44.2%)보다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집합건물 생애 최초 매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51.9%)였다. 아파트 등 집합건물 매수자의 절반 이상이 생애 최초 거래자인 셈이다. 대구가 48.1%로 두 번째로 높았으며 울산(47.3%), 대전(45.7%), 경기(44.8%)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생애 최초 매수자 비중 또한 36.0%로 지난해(33.0%)보다 증가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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