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현물출자를 적극 유도해 현재 3∼5%에 불과한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인다. 토지·건물을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현물출자하면 실제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납부 시점을 늦춰주기로 했다. 정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PF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PF 자기자본비율이 그간 반복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미국·일본에서는 부동산 디벨로퍼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 투자자를 유치해 자기자본 30∼40%를 갖고 토지를 매입한다. 이후 건설 단계에서 대출을 받는다. 네덜란드의 자기자본비율 기준도 총 35%(시행사 10%, 지분투자자 25%)다. 우리나라 PF사업은 자기자본비율이 3∼5% 수준이라 총사업비의 20∼40%를 차지하는 토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 구조적 한계 탓에 우리나라 은행은 사업성을 평가하기보다는 건설·신탁사 보증(책임준공 확약)에 의존해 대출을 내주는 경향이 있다. 시공사가 리스크를 과도하게 짊어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금리가 급격히 오르거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사업성은 급격히 악화된다.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다 시행사, 건설사, 금융사 모두 위기에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정부는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리츠에 현물출자하도록 유도해 PF 자기자본비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토지를 PF사업에 출자할 때 내야 하는 법인·양도세도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이연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에서 지난 1992년 도입돼 리츠 시장 성장을 이끈 '업리츠(UP-REITs)' 방식과 유사하다. 토지주가 땅을 판 뒤 리츠 주주로 참여하면서 사업 수익을 나누면 토지 매입 비용 없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수도권 주요 지자체 내 100평 이상 주거·상업지역 나대지 7000만㎡ 가량이 현물출자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는 내년부터 토지 현물출자를 활용한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선도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토지 용도 제한과 건폐율·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공간혁신구역'에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공공에서 리츠 설립과 사업성 분석 컨설팅을 지원한다. 토지주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같은 정책사업을 위해 토지 현물출자를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 확약으로 사업성을 보완한다. 서울시는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PF사업에 용적률·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적극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이 PF대출을 해줄 때는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정한 뒤 위험 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한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PF대출에 대해 쌓아야 하는 자본금·충당금 비율을 높이면 대출을 더 깐깐하게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평가 기준과 절차도 마련한다. 정부가 사업성 전문평가기관을 인증하고, 이 기관의 평가를 의무화한다. 안정적인 자기자본비율을 지닌 리츠(개발+운영사업자)에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우선 제공해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에도 나선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책임준공 개선 방안과 PF 수수료 개선 방안을 내년 중 마련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