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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아니네?”…상반기 서울 장기보유 매도인수 1위 ‘노원’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10년 초과 장기 보유 매도인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노원구로 나타났다. 노원구와 도봉구는 지난해에 비해 서울 전체 매도인수 중 장기 보유 매도인이 집을 판 비중 또한 증가했다. 28일 법원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10년 초과 장기 보유자 매도인수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1935명)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같은 조사에서 노원구는 송파구(1위, 1355명)·강남구(2위, 1278명)·서초구(3위, 989명)에 이어 4위에 그쳤으나, 1년 만에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로 올라섰다. 올해 장기 보유 매도인수는 노원구의 뒤를 이어 송파구(1812명), 강서구(1552명), 강남구(1313명), 양천구(1273명) 순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전체 매도인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해 강서구가 1위(4317명), 송파구 2위(4306명), 노원구 3위(4301명), 강동구 4위(3376명), 영등포구 5위(3217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2등은 강서구와 송파구가 동일하지만, 3위권 이하는 작년에는 강남구·서초구가 포함됐으나 올해는 빠졌다. 비중으로 보면, 올해 서울 전체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매도인 6만1940명 중 2만3901명(38.5%)이 10년 초과 장기 보유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전체 매도인수 중 장기보유 매도인수 비중은 31.2%(4만8139명 중 1만5020명)로 1년만에 장기보유 매도자 비중은 7.3%포인트(p) 늘었다. 구별로 살펴보면 여전히 강남권이 앞선다. 강남구(49.47%)가 1위, 서초구(47.25%)가 2위를 지켰고, 노원구(44.98%)가 3위로 뒤를 이었다. 도봉구(44.96%), 송파구(42.08%)가 5위권에 들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노원구가 상위 5개 구 안에 들지 못했고 대신 종로구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정부의 세제개편 영향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강남 3구의 매물은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처분하는 것이고,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매물로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원구가 매도인수 기준으로 1위에 오른 것도 상계·중계·하계·월계동 등 원래 노후 대단지가 밀집해 있어 아파트 물량 자체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전월세난에 갇힌 청년들…“월세가 너무 무섭다”

“월세가 계약 만기 때마다 계속 올라요. 당연히 부담스럽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A(26·여)씨는 서울 관악구의 9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을 내며 임차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다. 그는 “월세가 전체 수익의 20%를 차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관악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다. 2025년 7월 기준 관악구 전체 1인 가구(15만 3605명) 중 65.5%가 2030세대로 나타났다. 강서구와 영등포구가 그 뒤를 이었다. 관악구청이 자체 집계한 통계(2026년 6월 말 기준)에서도 1인 가구 비율은 63.9%에 달한다. 이는 2017년 대비 약 10%p 상승한 수치다. 28일 오후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일대는 청년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카페마다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드리는 대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골목을 달리는 러닝족들도 간간이 보였다. 골목을 걷는 동안 마주친 주민 대다수도 2030세대였다. 청년들이 이곳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접근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공인중개사 B씨는 “관악구는 서울대를 비롯해 대학과 가깝다"며 “2호선이 있어 직장인들도 많이 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립·다세대 주택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하다. 가격이 가장 중요한 2030이 살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관악구 내에서도 주거 형태와 컨디션에 따라 가격 차이는 컸다. B씨는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봉천동 인근 전용면적 24.1㎡(약 7평) 원룸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선"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성들의 경우 보안 등의 이유로 가격이 더 높더라도 오피스텔을 선호한다"며 “32.2㎡(약 9.7평)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5만 원 수준이다. 신축은 같은 평수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까지 뛴다"고 부연했다. 최근 전월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은 '부모 찬스' 없이 온전한 홀로서기를 하는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 C씨는 “부동산에는 대부분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방문한다. 혼자 거래하는 이는 아주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젊은 사람들이 혼자 돈을 마련해서 살겠냐"며 “모두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이라도 받는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서울시의 '청년월세지원', '청년안심주택' 등 다양한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입을 모아 실질적으로 지원받기가 힘들다고 얘기한다. 직장 때문에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거주한다는 A씨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나 정책의 수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며 “특히 나는 직장인이라 소득 기준에 걸려 청년 주거 혜택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서 “일했음 청년에게도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A씨처럼 많은 청년이 까다로운 조건과 높은 경쟁률 탓에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B(23·남)씨도 “정부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월세 지원과 공공임대, 민간임대주택 공고가 나올 때마다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서울에 거주 중인 대학원생 C(27·여)씨 역시 “공공임대주택에 신청했으나 떨어졌다. 차선책으로 학교 기숙사에 지원했는데 이 역시 탈락했다"며 “월세 비용이 부담스러워 부모님이랑 살기로 결정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월세 가격의 상승에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주택담보대출 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양도세 중과 등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전월세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0.11% 올랐고, 서울은 0.27%나 상승했다. 청년들의 주된 거주지인 원룸 시장의 타격은 더 크다.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월세 지수는 2026년 6월 기준 1년 전과 비교해 3.90%,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5.29%나 상승했다. 규제로 인한 주거비 상승의 직격탄을 청년 세대가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청년 주거난에 대해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월세에 관해 청년들이 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여러 차원에서 준비가 되고 있고, 조금씩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정수빈 인턴기자 chloejung0318@gmail.com

[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반포 왕좌 흔드는 트리니원…원베일리와 ‘차별화’ 승부수

서울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출구를 나와 채 2분도 걷지 않자 짙은 회색 외벽 사이로 울창한 녹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을 마친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이다. 정문을 통과하자 주변 공사장의 소음은 한 걸음씩 멀어지고 물소리와 풀 냄새가 그 자리를 채웠다. 검은 석재와 짙은 초록의 나무, 낮게 깔린 초화류가 겹쳐진 중앙정원은 갓 지은 아파트보다 잘 다듬은 수목원을 연상시켰다. 2023년 입주한 래미안 원베일리가 사실상 독점해 온 '반포 대장주' 경쟁에 새로운 선수가 등장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트리니원은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7개 동, 2091가구 규모다. 641가구인 래미안 원펜타스보다 세 배 이상 크고, 반포 대장주 경쟁의 기본 조건으로 꼽히는 '2000가구 이상 신축 대단지'라는 체급을 갖췄다. 단지와 구반포역을 잇는 지하 연결통로까지 완성되면 날씨와 관계없이 9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반포 대장주의 역사는 신축과 입지가 번갈아 왕좌를 차지한 과정이었다. 2009년 입주한 2444가구 래미안 퍼스티지가 조경과 대단지 커뮤니티의 새 기준을 세웠고, 2016년 한강변의 아크로리버파크가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2023년에는 2990가구 원베일리가 최신 상품성과 생활 인프라를 앞세워 주도권을 가져왔다. 여기에 트리니원이 가세했고, 바로 앞에는 5002가구 규모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가 내년 11월 입주를 위해 한창 공사 중이다. 트리니원의 첫인상은 화려함보다 여백이다. 단지는 용적률 약 273%, 건폐율 17%로 지어져 동 간 간격이 비교적 넓다. 임대주택을 넣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방안 대신 조합이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쾌적성을 택한 결과다. 용적률 299%, 건폐율 19%인 원베일리와 비교해 숫자상으로도 여유가 있다.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그 차이는 넓은 조경 면적과 열린 시야로 체감된다. 단지 중심의 '웰컴가든'에는 이끼와 수국, 여러 종류의 단풍나무가 층층이 자리 잡았다. 검은 현무암 계열의 석재를 넓게 사용해 녹색 식재가 한층 도드라진다. 숲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미스트가 피어오르고, 계곡을 본뜬 수경시설을 따라 데크길이 이어진다. 단지 곳곳에 조성된 다섯 개 정원은 동선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단지 전체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심 공간이다. 입주예정자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제 조경이 훨씬 인상적이었다"며 “신축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수목의 밀도와 정원 구성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는데도 단지 전체가 숲처럼 느껴졌다"며 “시간이 지나 조경이 안정되면 트리니원을 대표하는 가장 큰 장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커뮤니티에서도 2000가구급 신축의 체급이 드러났다. 25m 길이 4개 레인과 유아풀을 갖춘 수영장을 비롯해 건·습식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필라테스·GX룸과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 입주민 카페는 약 250석 규모의 복층 공간으로 계획됐고 스카이라운지도 복층으로 설계해 개방감을 높였다. 각 동 로비에서는 우편함과 무인택배함을 지하 편의공간으로 내려 보내 호텔 같은 첫인상을 살렸다. 4m가 넘는 필로티와 높은 로비 층고, 승하차를 위한 드롭오프존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입주예정자는 넓은 안방과 파우더룸, 드레스룸, 욕실 2개를 장점으로 꼽았다. 식기세척기와 오븐 등 기본으로 설치된 주방 가전에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수영장과 운동시설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골프연습장도 잘 갖춰져 있다"며 “아이부터 부모까지 단지 안에서 여가와 운동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용 84㎡ 판상형 세대는 거실과 주방 양쪽에 창을 둬 맞통풍이 가능했다. 일반 아파트보다 약 20㎝ 높은 2.5m 안팎의 천장고가 개방감을 키웠고 안방 욕실에는 창가에 욕조를 배치했다. 다만 주방 상부장이 없어 실제 입주 후에는 수납장을 추가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 동·호수는 맞은편 동과 시선이 겹칠 수 있으며, 남쪽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가 최고 35층까지 올라서면 현재 스카이라운지에서 열리는 일부 조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단지 서쪽의 소음도 살펴봐야 한다. 동작역과 방배동 방향에 가까운 구간은 차량 통행량이 많아 방음벽이 설치됐다. 주차면 폭도 약 2.5m로 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많은 반포 수요층의 기대에는 다소 빠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축 프리미엄'만 볼 것이 아니라 동별 소음과 일조, 맞동 간격, 디에이치 클래스트 완공 후 조망까지 세밀하게 따져야 하는 이유다. 트리니원이 원베일리의 대항마로 꼽히는 것은 단순히 더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단지는 같은 반포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제안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베일리는 한강공원과 반포대교, 세빛섬이 가깝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역을 지하 생활권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교통과 상권, 한강 접근성을 한꺼번에 갖춘 입지는 트리니원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리니원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구반포에서 학군과 녹지, 생활 체육시설을 확보했다. 반포중·세화여중·세화고 등이 가깝고 단지 앞 반포천 산책로는 래미안 퍼스티지 방향으로 이어진다. 나무 그늘 아래 우레탄 길을 걷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반포종합운동장과 서초구민체육센터다. 축구장과 육상 트랙, 테니스장 같은 대규모 공공 체육시설을 집 앞 정원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한강공원이 탁 트인 풍경과 활기를 준다면 반포천은 한낮에도 그늘 아래 걷고 뛸 수 있는 일상의 길이다. 이 관계자는 “화려한 상권과 한강 생활을 중시하면 원베일리, 조용한 주거환경과 학군·공원을 선호하면 트리니원을 선택하는 식으로 수요층이 갈릴 것"이라며 “트리니원은 원베일리와 똑같은 장점으로 경쟁하기보다 원베일리에 없는 주거환경을 내세운 단지"라고 평가했다. 직접 걸어보니 '반포는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말도 절반만 맞았다. 원베일리에서는 신세계백화점까지 지하로 이동할 수 있지만 트리니원에서 고속터미널 상권까지는 체감 거리가 상당했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와 대규모 공사 구간도 두 권역을 심리적으로 나누고 있다. 서반포의 상권 열세가 그대로 굳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트리니원 2091가구에 디에이치 클래스트 5002가구가 더해지면 구반포역 일대에는 하나의 신도시와 맞먹는 새 수요가 생긴다. 현재 공사장과 낡은 상가가 뒤섞인 거리의 보행환경이 정비되고 학원·병원·식음시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생활 편의의 격차는 좁혀질 수 있다. 다만 상가 면적이 큰 만큼 입주 초기 공실과 업종 중복을 소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서반포의 완성도는 아파트 외벽보다 상가의 불이 얼마나 빨리 켜지느냐에 달린 셈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나인반포는 지하층 일부를 제외하면 분양가가 현실적인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상가시장이 위축된 데다 대출까지 제한적이어서 상당한 현금을 보유한 수요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위치의 점포는 기존 상가 조합원에게 우선 배정된 상태여서 일반분양 물량의 입지와 가격을 더욱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원베일리 상가는 대로변과 고속터미널 상권을 끼고 있지만 나인반포는 상대적으로 안쪽에 있어 같은 반포권 상가라고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용면적 7평 안팎의 상가를 약 30억원에 분양받는다고 가정하면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며 “7평에서 운영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적이고, 월 1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부담할 임차업종도 찾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격에는 트리니원을 향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트리니원 전용 112㎡는 지난 6월 74억29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84㎡도 50억원을 넘어선 거래가 나오며 입주 전부터 반포 최상단 가격대에 진입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84㎡ 전세 호가는 동과 층, 조망에 따라 20억원 안팎에서 20억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다만 입주장이 본격화하면 한꺼번에 나오는 전세 물량과 잔금 수요에 따라 호가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국토부-서울시 ‘1만 vs 8000’ 용산개발 ‘동상이몽’…합의  ‘평행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비공개 회동을 갖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방안을 논의했지만, 주택 공급 규모를 둘러싼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급 가구 수를 둘러싸고 국제업무지구의 기능과 사업성, 서울 오피스 수요 전망까지 맞물린 쟁점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27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 장관과 오 시장이 양측 주택공급 실무자들을 배석하고 지난 24일 비공개로 만났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다. 양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비롯한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국토부와 시 모두 서울 주택 공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주택 공급 상황을 비롯한 주택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한 대화가 오간 것도 맞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29 대책을 통해 1만가구 주택 공급 의지를 밝힌 반면, 시는 국제업무지구 기능 유지 등을 이유로 최대 8000가구 공급 입장을 유지해왔다. 시의 당초 계획안은 6000가구였지만 지난해 11월부터 8000가구 상향안을 검토하며 일부 양보했지만 합의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1만가구 공급안은 기존 서울시 6000가구 계획안과 비교했을 때 공동주택은 1500가구, 주거용 오피스텔은 2500실 늘어난 규모다. 정부 1만가구 공급안은 가구당 평균 공급면적 35평 기준으로 전체 연면적 대비 주거비율이 50%에 육박한다. 시의 당초 6000가구 공급안은 전체 연면적 대비 주거비율은 약 30%였다. 당초 용산국제업무지구 주거 세대수는 뉴욕 허드슨야드(35.2%), 일본 아자부다이 힐스(36.4%) 등 해외 사례와 주변 한강변 재건축 단지를 고려해 30% 수준으로 계획됐다. 전문가들은 주거 연면적 비율이 50% 가까이 가면 업무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취지는 업무용 시설을 확충해서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비중이 높아지면 그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주거를 소유한 사람에게 개발 이익이 가게 돼 문제"라고 말했다. 오피스 수요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주거 공급 확충이 논의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에 참여했던 진장익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국제업무지구에 오피스를 많이 공급했을 때 그 물량들을 다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주거를 공급하자는 논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업무지구 취지대로 진행이 되면 좋겠지만 서울 대형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엔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A등급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4년 만에 5%를 웃돌았다. A등급 오피스는 연면적 1만평(3.3㎡) 이상, 바닥면적 330평 이상의 오피스 건물을 의미한다. 진 교수는 “강남·종로에서 기업이 이사오고 원래 있던 곳이 공실로 남으면 의미가 없다"며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는 등 기업들이 들어와 새로운 업무가 창출돼야 하는데, 그 수요가 있냐 없냐가 가장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 공급 가구 수를 두고 견해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대수를 유지하면서도 주거 연면적 비율을 줄이기 위해 가구당 평균면적을 줄여 소평 형수로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된다. 소형 평수로 공급하더라도 오피스텔보다는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정부 정책 취지에 더 맞다는 진단도 나오지만, 사업성이라는 큰 산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 교수는 “오피스텔을 공급해도 업무용보다는 주거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며 “주거용으로 공급하려면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책 취지에 부합할텐데 문제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성 측면에서 용산 같은 입지에 소형평수를 확충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교수는 “용산이 입지가 좋기 때문에 분양가가 매우 비싸고, 그렇게 해야지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일정 비율 설정해야 하지만 이게 높아지면 수익성 문제와 국제업무지구 성격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원안과 정부안을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는 주택을 두지 않았던 핵심 구역에도 주거 기능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시 원안은 국제업무존을 중앙에 두고 업무복합존과 업무지원존이 이를 둘러싸고있는 배치였다. '국제업무존'은 주거시설 없이 계획됐다. 국제업무존에는 프라임급 오피스·전시컨벤션·호텔·문화시설, '업무복합존'에는 신산업 업무공간·국제의료·오피스텔, '업무지원존'에는 일반업무·주거·교육 등 지원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반면 정부안에는 국제업무존에도 주거용 오피스텔 796실을 넣는 방향으로 계획됐다. 국제업무시설 경쟁력 상 이를 비워두는 것이 맞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제업무지구 이용객 입장에서 이를 바라본다면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핵심 업무지구는 주거용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최고 100층 높이 랜드마크 빌딩이 조성될 예정이다. 진 교수는 “롯데월드타워처럼 대기업이 해당 건물을 유치해서 들어오면 가장 좋다"면서도 “국토부와 서울시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확정해줄 수 없으니 정리가 빨리 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동탄 아파트값 한 달 새 6.25%↑…서울 제치고 전국 상승률 1위

경기 화성 동탄구 아파트값이 한 달 만에 6.25% 뛰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북권을 중심으로 1%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오름폭은 전월보다 소폭 줄었다.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으나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면서 가격과 시장심리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27일 KB국민은행 KB부동산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3일을 조사 기준일로 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29% 상승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0.41%, 연립주택이 0.12% 올랐고 단독주택은 보합을 기록했다.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87%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률 0.65%보다 오름폭이 0.22%포인트 확대됐다. 경기권 상승세를 주도한 지역은 화성 동탄구다. 동탄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4.16% 오른 데 이어 이달에는 6.25% 급등해 두 달 연속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달 상승률도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탄은 GTX-A 개통에 따른 서울 접근성 개선과 신축 대단지 선호,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주택 수요 등이 맞물리며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동탄역 인근을 중심으로 이른바 '셔틀버스 역세권'을 뜻하는 '셔세권'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일부 주요 단지의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동탄에 이어 수원 영통구가 3.06% 올랐고 광명 2.52%, 구리 2.29%, 용인 수지구 1.94%, 하남 1.74%, 성남 중원구 1.70% 등의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경기 남부와 서울 인접 지역의 강세가 경기 전체 집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반면 고양 일산서구는 0.80% 하락했고 일산동구도 0.61% 떨어졌다. 이천(-0.52%)과 파주(-0.31%) 역시 약세를 보이면서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교통과 일자리, 신축 주택 여부에 따라 가격 흐름이 뚜렷하게 갈렸다. 인천 아파트값은 0.04% 올라 전월 0.09% 하락에서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05% 올랐다. 여전히 1%대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1.07%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강북권과 외곽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랑구가 2.08%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북구도 2.01% 상승했다. 성북구 1.85%, 노원구 1.60%, 강서구 1.59%, 서대문구 1.54%, 동대문구 1.44% 등이 뒤를 이었다. 대출 규제와 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 가능성 등으로 강남권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사이 비교적 진입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실수요가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의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 아파트 간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도 6.4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고가 대단지 시장은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99.2로 전월보다 0.38%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률 0.14%보다 오름폭도 커졌다. 선도아파트지수는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출회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6월부터 두 달째 상승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지난 5월 9일 종료된 뒤 급매물이 줄면서 일부 고가 단지의 가격이 다시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시장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1.34% 올랐다. 다만 지난달 상승률 1.43%보다는 오름폭이 0.09%포인트 줄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가 2.45%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성북구 2.37%, 중랑구 2.25%, 금천구 2.19%, 강북구 2.14%, 노원구 1.89%, 광진구 1.68%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아파트 전세가격은 0.86% 상승했다. 화성 동탄구가 3.04% 올라 매매와 전세 모두 강세를 보였다. 광명 2.71%, 구리 2.33%, 수원 영통구 2.02%, 하남 1.91% 등도 크게 올랐다. 인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0.32% 상승했다. 실제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향후 집값에 대한 기대는 다소 약해졌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4.0으로 전월보다 1.3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 연속 이어졌던 상승 흐름을 멈췄다. 지수가 100을 웃돌면 향후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중개업소가 하락 전망보다 많다는 의미지만 상승 기대의 강도는 낮아진 것이다. 서울 강북 14개구의 전망지수는 129.2, 강남 11개구는 119.4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각각 0.2포인트, 2.3포인트 하락해 강남권의 기대심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위축됐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115.7과 103.4로 전월보다 0.8포인트, 0.3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동탄구는 이달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출·세제·실거주 규제가 강화됐다. 이번 월간 통계에는 규제 시행 전후의 가격 움직임이 함께 반영된 만큼 실제 규제 효과는 앞으로 발표될 거래량과 실거래가격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재개발에 내쫓긴 10년차 고시원 주민…“보상은 생존 문제”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방 빼라면 빼야죠"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A씨는 지난달 10년 넘게 지내던 서울시 중구 봉래동의 고시원을 떠나야 했다. 고시원이 위치한 '봉래 3지구'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퇴거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역 인근 봉래동에서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인근 고시원 주민들이 이주를 반복하고 있다. 봉래3지구에는 SK디앤디가 지하 8층~지상 28층 연면적 7만5788㎡ 규모의 대형 오피스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태로 기존 노후건물을 일부 철거하고 있다. 앞서 봉래1지구는 완공돼 메리츠화재 신사옥이 들어섰고, 봉래2지구도 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봉래동 일대에는 A씨가 지내던 고시원을 비롯해 4개의 고시원이 있었다. 주민 150여 명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영리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주민들이 이주 과정에서 받은 지원은 고시원 주인으로부터 임대료 면제와 100~150만원 수준의 이사비가 전부다. 일부 고시원 주민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도 고시원 주인으로부터 3달치 월세에 달하는 이사비가 지원의 전부였다. 현행법상 고시원이나 고시텔은 '주택 이외의 거처'로 규정된다. '집'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거주자들은 정식 이주비를 받을 수 없다. 2016년 국민권익위가 고시원 거주자에게 재개발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지만, 이마저도 '권고 사항'에 불과해 사업시행자가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할 의무는 없다. 지난해에는 권익위 조정을 통해 공공사업 구역 내 고시원 거주자도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됐지만, 민간재개발 사업은 여전히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처럼 비자발적 이주자들의 거주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LH는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존주택 전세임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무주택 저소득층이 기존 생활권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LH가 집주인과 직접 전세계약을 맺은 뒤 대상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해 주는 방식이다. 고시원, 쪽방, 여인숙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환경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주거취약계층이라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입주 대상자가 1억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전세 주택을 선택하면, LH가 계약을 체결한 뒤 1%대의 이자로 재임대해 준다. 그러나 실제 입주까지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 고시원 주민들은 촉박한 퇴거 기한 안에 새 거처를 구해야 하고, 입주 절차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A씨도 퇴거를 한 달 앞두고 LH 전세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했지만, 계약 예정이던 주택이 권리분석 절차에서 전세보증금 확보가 불가한 주택으로 판정받아 입주하지 못 했다. A씨는 “당시 새 거처를 빨리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급히 둘러본 주택에 계약 의사를 밝혀 한 달간 입주를 기다렸는데, 입주가 무산돼 맘고생이 심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결국 봉래동 인근 중림동의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생활고를 겪는 고시원 거주자들의 경우, 임대주택에 입주했다가 기초생활수급비 등 기존 정부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입주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봉래동 고시원 거주자 LH전세임대주택 입주 현황을 두고 “지원금이 끊기는 것을 우려해 대부분이 입주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봉래동 고시원에서 거주하던 이들 중 LH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한 이는 2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시원 거주 가구가 적지 않은 만큼 관련 정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택이외의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고시원·고시텔 거주 가구는 15만 8374가구며, 이 가운데 8만 1884가구가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고시원을 포함한 재개발이 계속 이뤄질 텐데, 고시원, 쪽방 등 취약 주거시설에 대한 법적 정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활동가는 “지자체는 정비계획이 실제 주거 실태와 부합되게 설계됐는지 검토하고, 비자발적 퇴거시 주거이전비 보상과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종합적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고해람 인턴기자 rhgofka123@gmail.com

[르포] 재건축 ‘왕따’된 명일 삼익맨숀 5동 가 보니

현장에서 바라본 삼익맨숀 5동은 주변 동들과 외관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래된 외벽과 단지 내 주차 공간, 나무가 우거진 보행로까지 모두 하나의 아파트처럼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재건축이 완료되면 이곳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5동을 제외한 나머지 10개동은 최고 39층, 990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지만 5동은 1984년 준공된 기존 건물로 남는다. 한 단지에 속했던 주민들이 재건축 갈등 끝에 서로 다른 미래를 맞게 된 셈이다. 명일동 삼익맨숀은 최근 재건축에 반대한 5동을 정비구역에서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정 주거동을 실제로 별도 필지로 분리한 뒤 재건축 구역에서 빼는 사례는 서울 정비사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업 장기화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주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공간적으로 분리한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된 11개동, 768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지난 2011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17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후 2020년 정비구역 지정,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2024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단지에서 가장 큰 평형으로 구성된 5동 소유주들이 자산가치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5동 주민들은 다른 동보다 대지지분을 많이 보유한 만큼 기존 자산의 평가와 권리가액, 추정분담금 산정 과정에서도 그 가치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가액은 조합원이 보유한 기존 주택의 감정평가액에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비례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향후 배정받는 신축 주택의 가격보다 권리가액이 낮으면 조합원은 차액만큼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기존 평형과 대지지분이 다른 주민들 사이에서는 감정평가 방식과 신축 주택 배정 조건이 민감한 문제로 작용한다.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5동은 대형평형이고 대지지분도 많은 만큼 그에 맞는 평가를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며 “반면 다른 동 주민들은 협상이 계속 길어지면서 전체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컸다"고 말했다. 감정평가를 잘 알고 있다는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대지지분이 많으면 종전자산평가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권리가액이나 신축 주택 배정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감정평가액과 비례율, 신축 주택의 분양가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해 양측의 계산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5동 측이 원하는 업체에 추정분담금 산정을 맡기는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측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이 장기간 이어지자 조합은 5동을 정비구역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조합은 전체 소유주 739명 가운데 612명의 동의를 받아 공유물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5동 부지를 분리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고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5동은 명일동 270-8번지의 별도 필지로 나뉘었다. 공유물분할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보유한 재산을 각자의 지분에 따라 분리하는 절차다. 아파트 재건축에서는 단지 전체 토지가 공동 이해관계로 묶여 있어 특정 동만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사례가 드물다. 서울시는 법원 판결을 반영해 5동을 존치구역으로 두고 나머지 부지만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을 심의했다. 결국 삼익맨숀은 주민 간 합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대신, 토지를 나눠 사업을 지속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지 주민 A씨는 “같은 단지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 한 동만 남게 된다는 것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면서도 “계속 협상만 하다가 재건축 자체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나머지 동이라도 먼저 진행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 B씨는 “5동 주민들 역시 자신들의 재산가치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반대한 것 아니겠느냐"며 “반대 동을 제외하는 방식이 다른 재건축 단지로 확산되면 소수 주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5동 측은 그동안 대지지분과 대형평형의 가치가 추정분담금과 향후 주택 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5동을 제외했고, 5동 주민들은 조합 방식의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는 길을 택하면서 하나였던 단지가 사실상 둘로 나뉘게 됐다. 조합이 단지 일체성을 포기하면서까지 5동을 제외한 배경에는 사업 지연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삼익맨숀 재건축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통과시켰다. 5동을 제외한 부지에는 최고 39층, 10개동, 990가구 규모의 '써밋 이스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은 지난 10일 사업시행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는 정비구역 해제 가능성이 제기됐던 일몰제 적용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현재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정비사업 일몰제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일정 기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으면 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익맨숀은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늦어질 경우 정비구역 해제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했다. 최근 정비사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조합이 빌린 사업비와 이주비 등에 붙는 이자 부담도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커진다. 주민 갈등과 소송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변호사 비용과 조합 운영비뿐 아니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까지 누적된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더라도 5동을 둘러싼 문제는 남는다. 5동은 약 60가구 규모로, 향후 독자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에는 부지 면적이 좁다.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일반분양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주차장과 조경, 주민공동시설을 마련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나머지 10개동의 철거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5동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공사 차량 통행 등의 불편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최고 39층의 신축 단지와 1984년에 지어진 기존 아파트가 바로 맞닿게 된다. 일조권과 조망권, 출입구와 차량 동선, 기반시설 이용 문제를 놓고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축 단지에 조성되는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 주차장 등을 5동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 역시 별도의 문제다. 토지가 분리된 만큼 신축 단지의 시설은 원칙적으로 새 조합원과 입주민을 위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5동은 기존 재건축 사업에서 분리되며 당장의 분담금과 자산평가 갈등에서는 벗어났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개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건축 과정에서 대형평형 동과 다른 동 주민들이 권리가액과 신축 주택 배정을 놓고 갈등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방배삼호아파트는 대형평형으로 구성된 일부 동의 재건축 동의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해당 동을 제외한 설계안을 검토한 바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도 기존 대형평형 소유주들이 신축 평형과 동 배정에서 불리하다며 반발했다. 갈등은 관리처분계획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졌지만 특정 동을 제외하지 않고 통합 사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처럼 동별 이해관계 차이로 제척 방안이 논의된 사례는 있었지만, 삼익맨숀처럼 실제 공유물분할 판결을 거쳐 특정 주거동을 별도 필지로 나눈 사례는 이례적이다. 삼익맨숀의 선택은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정비사업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 주민과 장기간 협의를 이어가기보다 해당 토지를 분리해 사업을 먼저 추진하는 방식이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소수 주민을 사업구역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일반화될 경우 단지의 완결성과 주민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분리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향후 공사와 시설 이용, 독자 개발 과정에서 또 다른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익맨숀의 선택은 재건축 사업에서 속도를 지키기 위해 단지의 일체성을 포기한 이례적인 사례다. 5동 제척이 장기간 정체된 사업을 살린 현실적인 해법으로 남을지, 신축 단지와 존치 동 사이의 또 다른 갈등을 낳을지는 앞으로의 사업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길나현 인턴기자 khilnayheon@gmail.com

오세훈 유죄 리스크에 정비사업 ‘빨간불’…주택공급론으로 진화 나서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유죄 판결로 서울시 정비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핵심 공급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불확실성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오 시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답을 가린 채 시험문제를 푼다면, 결과는 낙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 시장은 “서울에 더 이상 집 지을 땅이 없다는 현실은 인정하면서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효과를 부정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담은 상세 보고서를 조만간 청와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글에서 자신의 1심 판결이나 시장직 유지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장직 상실형 선고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비롯한 서울시 핵심 정비사업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오 시장이 직접 공급 성과와 정책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로 확산한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어 시장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오 시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심 판결만으로 시장의 직무나 권한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 시장은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장직을 유지하며 기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단이 유지돼 시장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서울시 정비사업의 우선순위와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 시장의 대표적인 주택정책은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목표로 하는 신속통합기획 2.0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대상지 약 240곳을 진행 단계별로 관리하고 인허가 기간을 줄여 통상 20년 이상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최단 12년 수준으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과 각종 심의,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와 철거 등 장기간에 걸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치구 및 조합과의 갈등 조정은 물론 시의회 조례 개정과 예산 지원도 필요해 시장의 정책 의지와 정치력이 사업 속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18석 가운데 80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시의회가 출범한 상황이다.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정비사업 관련 조례와 예산을 둘러싼 시의회와의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서울시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31년까지 31만호 이상 착공을 목표로 하는 정비사업은 약 8만7000호의 순증 효과가 예상된다"며 “정부가 내놓은 1·29 대책의 서울 공급 순증분 3만2000호와 비교하면 약 2.7배 많다"고 주장했다. 재건축은 평균 약 40%, 재개발은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를 통해 평균 약 15%의 주택 순증 효과가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서울에 신규 택지가 거의 남지 않은 만큼 정비사업을 배제하고는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에도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기존 22만3000호를 철거하고 31만호를 공급해 8만7000호가 순증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가구주택의 개별 거주 세대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멸실 규모가 더 크다는 지적에는 정비사업 구역에서 공급되는 주택과 철거되는 주택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대규모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해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는 31만호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통계상 22만호가 멸실되지만 다가구주택의 개별 세대를 고려하면 실제 주거지를 잃는 가구가 30만가구를 웃돌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실련도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정비사업을 통해 31만가구가 공급됐지만 같은 기간 26만가구가 멸실됐다며 공급 순증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비사업이 저렴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고가 아파트로 바꾸고 대규모 이주를 유발해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진행 중인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작지만 사법 절차가 장기화하면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은 법정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되지만, 초기 단계 사업의 우선순위나 추가 규제 완화는 시장 교체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정비사업 정책이 출구전략으로 전환되고 상당수 구역이 재검토된 전례가 있다"며 “은마와 압구정·여의도·목동뿐 아니라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세운4구역 등도 서울시장의 정책 의지에 따라 추진 속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 업계가 사법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유죄 판결 이틀 만에 정비사업의 효과를 재차 강조하고 청와대에 보고서까지 제출하겠다고 나선 것은 공급정책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핵심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정비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유고나 교체 가능성에도 행정 절차가 흔들리지 않을 제도적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영등포 전통시장 일대 49층 주상복합 변신…1177가구 공급 ‘탄력’

영등포 전통시장 일대가 지상 49층 규모의 주상복합 대단지로 변신한다. 이번 통합심의 통과로 서남권 일대에 신규 주택 1177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24일 서울시는 전날 열린 제14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영등포재정비촉진지구 영등포1-12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통합심의안을 조건부의결 했다고 밝혔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5가 22-3번지 일대 구역면적 3만1215㎡ 부지에는 공동주택과 업무·판매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건축 계획상 건폐율 38.30%, 용적률 749.99%가 적용되며 연면적 26만1387㎡, 높이 187.85m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상업비율 규제 완화 이후 영등포구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크게 개선돼 추진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를 적용해 상업지역의 의무 상업비율이 20%에서 10%로, 준주거지역은 10%에서 0%로 낮아졌다. 영등포1-12구역은 상업비율 완화로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통합 재개발에 속도를 내게 된 사업지다. 영등포전통시장에 위치한 영등포1-12구역은 2018년 추진위원회 구성, 2019년 조합 설립 이후 사업성 제약으로 장기간 정체된 바 있다. 영등포1-12, 영등포1-14, 영등포1-18 구역이 각각 따로 재개발이 추진되다가 세 구역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과 상업비율 완화 정책이 반영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어 관할 지자체의 조합설립 변경인가 등 행정절차가 연이어 물꼬를 텄고 서울시 통합심의까지 넘어서며 속도를 냈다. 이번 통합심의 통과로 지상 49층 규모 주상복합 1177세대가 조성되고 그 중 235세대는 공공주택으로 분양세대와 혼합배치로 공급될 예정이다. 단지 내부에는 주변 지역과 이어지는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한다. 통로 주변에 다함께돌봄센터, 어린이집, 커뮤니티 마당을 배치해 입주민과 지역 주민이 접근이 쉬운 편의시설이 들어올 전망이다. 녹지·개방 공간 확보를 위해 문화공원도 조성한다. 시는 이번 심의에서 녹지와의 동선 연계성을 추가로 확보하도록 주문했다. 문화공원 하부에는 기존 영등포시장과 대상지 내 상가 세입자를 위한 공공임대상가를 만들 예정이다. 상가 방문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도 함께 들어선다. 영등포 일대 1-11구역, 1-13구역, 1-4구역(아크로타워스퀘어), 1-3구역(포레나) 등 기존 정비지구까지 합하면 향후 약 4283세대의 주거벨트가 완성될 전망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번 심의 통과로 영등포 전통시장 일대가 도심 배후 주거지로 재탄생되어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며 “앞으로도 낙후된 도심권의 지속적인 정비사업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20년 표류 상암 DMC 랜드마크…디벨로퍼 필요해

“133층 짜리가 들어온다고 했죠, 20년 전부터.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서울시가 20년간 표류한 서울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부지 규제를 완화하고 다시 매각에 나서자 상암 일대 주민들은 은근한 기대감을 비쳤다. 전문가들은 시의 이번 규제완화가 사업성을 개선해 현실성을 높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랜드마크가 상암의 거점으로서 기능하려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디벨로퍼가 받쳐줘야 한다고 진단한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시는 상암동 1645번지·1646번지 2개 필지로 구성된 DMC 랜드마크 용지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공급공고를 실시했다. 두 필지의 총 면적은 3만7262.3㎡다. 용지 공급 예정 가격은 감정평가액인 9241억원이다.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인 만큼 사업 유치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2004년부터 20년간 6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제껏 성사되지 않았다. 2008년에는 대우건설 등 출자사 25곳이 참여해 사업비 3조7000억원 규모의 133층 '서울라이트 타워'를 짓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 계약이 해제됐다. 매각이 추진된 이래로 민간 시장 여건은 바뀌었다. 공사비 상승, 금융시장 변동, 사업기간 장기화 등 초기 사업구조 설계의 안정성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시는 용도계획과 대금납부 조건 등을 현실화했다. 지정용도 비율을 기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30%로 주거비율을 제한했던 기준을 삭제했고, 국제컨벤션 의무 도입 기준도 없앴다. 용도별 최소비율 기준을 삭제함에 따라 사업자는 업무시설·숙박시설·문화 및 집회시설 등을 유연하게 제안할 수 있다. 자금조달 여건도 개선했다. 기존에는 매매대금을 5년간 6개월 단위로 균등분할 납부하도록 했지만 기준을 유연화해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이내의 범위에서 분할납부 횟수, 납부일정, 납부금액 등을 서울시와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참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중도금 반환채권 양도에 관한 특약을 신설하고, 제3자 양도제한 기간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시의 규제 완화를 두고 상암 일대 시민들은 기대감을 표했지만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상암 일대 공인중개사 A씨는 “랜드마크 용지는 이 지역 주민들의 20년 숙원사업"이라면서 “이번 규제 완화로 민간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해주는 것이니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상암에 15년간 거주해왔다는 B씨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우리금융센터, 누리꿈스퀘어가 다 삼성물산이 지은 것"이라며 “랜드마크 빌딩도 삼성물산이 들어와서 이 일대를 브랜드처럼 조성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회의감을 드러내는 주민도 있었다. 50대 C씨는 “교통이 좀 애매한데 랜드마크 수요가 있겠냐"면서 “지하철 입구라도 가까워야 유동인구도 늘고 사업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랜드마크 부지는 가장 가까운 수색역에서는 도보로 20분 이상, 버스를 이용해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도보로 랜드마크 부지를 가기 위해서는 수색역에서 내려 지하보도를 통해 역을 가로질러 상암동으로 넘어가야 한다. 한편 대장홍대선 상암역이 들어서면서 교통 여건은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대장홍대선 실시 계획을 확정했고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 추진 중이다. 시의 이번 규제완화를 두고 사업의 현실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100층 이상의 마천루가 아니라 그것보다 낮은 높이의 빌딩 여러 동으로 설계안이 제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 사업이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2014년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면서 105층 단일 타워를 계획했지만 지난해 말 최고 49층, 3개 동으로 변경한 계획에 대해 추가 협상을 마무리했다. 주거 비율 제한 규정을 풀어 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도 사업성을 제고하는 요인이다. DMC 랜드마크 부지가 반복되는 유찰을 겪은 것도 결국엔 비용 때문이다. 초고층으로 지을수록 화재·지진·바람을 견디는 건축 기준이 강화되므로 건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시가 사업 시행자에게 DMC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상암은 신촌역세권, 영등포역세권처럼 구도심 중에서도 거점을 조성해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지역"이라면서 “서울시가 업무용 랜드마크를 통해 서울시 내에서도 균형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시는 이번 공급 공고를 통해 단순한 고층 건물이 아니라 DMC의 산업적 정체성과 도시의 상징성을 담아낼 수 있는 랜드마크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 항목에는 미디어·콘텐츠·AI·데이터 등 DMC 핵심산업과의 연계 계획, 사업성, DMC 활성화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 한편, 시가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바라보고 설계하는 디벨로퍼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개발전문가인 장귀용 창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디벨로퍼들은 아파트를 지어서 파는 분양 중심"이라며 “오피스를 일단 짓고 나서 누구든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공급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일본의 모리빌딩 같은 디벨로퍼는 분양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면서 임대업을 수행한다. 자산가치 상승을 통해 추가 사업을 벌이는 구조다. 일본에서 성공적인 도심재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롯폰기힐즈 사업에서 그들은 지주들에게 지역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장 이사는 “공무원·디벨로퍼·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모인 거버넌스가 상암 일대를 어떤 모습으로 조성할지 논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시가 기존에 DMC가 가지고 있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인프라와 AI·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를 구현하는 것은 디벨로퍼이기 때문이다. 앵커기업이 들어오면 그 일대 시장 지형도 바뀔 수 있다. 상암은 1999년 새서울타운 발전 구상 이후 미디어·IT 중심의 첨단 산업단지로 성장하며 1차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제 DMC 랜드마크 사업은 단순히 초고층 건물을 세우는 사업이 아니라, 미디어·AI 산업과 도시공간을 연결해 상암의 다음 20년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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