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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임대 세제혜택 축소에 매도 딜레마…임차인 갱신권과 충돌 우려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세법상 주택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대사업자가 세제상 불이익을 피하려면 일정 기간 내 주택을 처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법적으로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 매도가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세부담 증가가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3일 이언주·김현정 의원과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등록임대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를 모두 이행한 기존 임대주택에까지 과세 기준을 변경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8·3 세제개편안은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에 대한 과세특례를 축소·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내년 말까지 매도해야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임대 의무기간 중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8년 말까지는 중과세율을 일부 완화해 적용하고, 2029년부터는 관련 특례를 전면 배제한다. 문제는 임대사업자의 세법상 매도기한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말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등록임대주택은 등록이 말소되면서 일반 임대주택으로 전환된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거나 실거주 등 법정 사유가 없다면 갱신을 거절하기 어렵다.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세제상 혜택을 유지하려면 내년 말까지 주택을 매도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이른바 '세낀 아파트'의 매도가 더욱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존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 역시 서민 주거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를 적용받지만, 2018년 9·13 대책 등으로 인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을 등록할 때에는 합산을 못하게 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중심에서 보유가액 중심으로 바꾼다고 설명했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기존 9억원에서 '4억원+5억원의 안분'으로 사실상 축소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8년 80%로 높이고, 세율도 상승시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증가시켰다. 다주택자 보유주택 상당수는 지방 및 소형, 저가 비아파트라는 점에서 협회는 다주택자는 저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임대인이 주를 이룬다고 봤다. 서울 아파트만 보유한 사람은 2주택자는 3.78%, 3주택자는 1.8%였다. 주택 1호당 평균 공시가격은 1주택자의 경우 약 4억8100만원이지만 4주택 이상 보유자는 약 1억5800만원이었다. 4주택 이상 보유자의 보유주택 평균 면적은 약 46㎡로 작았다. 이들의 종부세 부담이 늘면 월세로의 전환이 급격해질 수밖에 없고, 임대료의 상승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주택자에게 중과한 세금이 임대료 상승과 공급 감소를 통해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등록임대주택은 공공임대만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어 민간에서의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다.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에게 권리관계나 보증 등에 관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임대료를 1년에 5% 이상 올릴 수 없는 증액 제한 의무도 가진다.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임대의무기간 중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도 없다. 임대보증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이런 의무들을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특례를 단순히 특혜라고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등록임대주택과 일반 임대주택 임대료 차이를 분석한 결과 등록임대주택이 시세의 절반가량 저렴했다. 서울 전세의 경우 2024년 등록임대주택 평균 전세가는 2억5741만원으로 시중 일반 주택 평균 전세가인 4억8508만원과 비교해 약 53% 수준이다. 월세의 경우 2024년 기준으로 등록민간임대주택 월세 임대료가 일반 월세 시세보다 45.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의 취지는 알겠으나 시장에서 운영될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 안정이 우선적인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조세 정의로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주거 안정을 해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법무부 등 세종행 추진…공공기관 109개 감축 방침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지방이전을 검토하고, 올해 4분기 이전계획을 확정해 내년부터 선도이전에 착수한다. 수도권에 남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기관을 제외하고 이전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되, 기존 혁신도시에 연관 기관을 모아 지역 성장거점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등 수도권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도 2027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발전 5사와 항만공사 4곳을 각각 하나로 통합하는 등 공공기관 기능 개혁을 통해 109개 기관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균형 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생존 전략"이라며 수도권 과밀 완화와 지역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기관 이전과 기능 개혁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핵심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검토한다. 350여곳 전체의 이전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소관 부처 검토와 지방시대위원회 이전특위 논의,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대상 기관을 결정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차 이전 당시 적용했던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배치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을 한데 모으고 지역 대학·산업과 연결해 기관 이전이 일자리와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입지 선정에는 '5극 3특' 성장엔진과 기존 혁신도시 기능군, 지역 인프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국토부는 이를 포함해 △수도권 잔류 최소화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지역 대학·산업 연계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속도감 있는 이전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번 방향에는 1차 이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1차 이전으로 150개 기관, 약 5만명의 종사자가 지방으로 옮겼다. 정부는 이전기관 종사자의 약 70%가 가족과 함께 정착하고 연관 산업이 성장한 성과가 있었지만, 수도권 집중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기관 분산 배치로 정주여건 개선과 산학연 협력 기반 조성이 미흡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김 장관은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을 한데 모아 집적 배치하겠다"며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새 청사를 짓는 동안 이전이 지연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민간 건물 임차 등을 활용한다. 1차 이전은 계획 발표 이후 실제 이전까지 7년 이상 걸렸지만, 이번에는 2027년부터 선도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1차 이전 때와 같이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 임차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선도이전에 착수하겠다"며 “더 멀리, 더 빨리 이전하는 기관들을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전기관 종사자 지원도 확대한다. 1차 이전 당시 지급했던 이주수당인 2년간 월 20만원과 이사비 외에, 이전 거리에 따른 원거리 우대수당과 이전 시기를 고려한 조기이전 수당을 신설한다. 원거리 우대수당은 2년간 최대 월 20만원, 조기이전 수당은 2년간 최대 월 50만원이다. 주거 안정과 자녀 교육·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도 관계부처와 마련한다. 중앙·지방정부가 협력해 혁신도시의 교통·교육·의료·문화 시설을 개선하고, 기관 이전에 따른 인구와 수요 증가를 도시의 자족 기능 확충으로 연결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4분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확정·발표한다. 구체적인 기관별 이전지와 일정은 이 과정에서 정해진다. 수도권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등의 세종 이전도 추진한다. 기관별 기능과 성격, 부처 간 업무 연계성을 검토해 이전 대상을 정하고, 2027년 상반기부터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적으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무부 등 현재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대상으로 규정된 부처의 세종 이전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 시기는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이전계획을 변경 고시하는 절차로 확정한다. 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신축한 뒤 이전을 추진한다.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옮겨 민원·인허가·정책 집행 등 행정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모든 기관을 같은 시기에 일률적으로 옮기기보다는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을 고려해 행정 공백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2029년 8월 건립하고,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청사 확보와 업무 연속성, 직원·가족 정착 지원 등을 점검한다. 공공기관 기능 개혁은 전략적 구조 개편과 유사·중복 기능 통합, 자회사·소규모 기관 정비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정부가 제시한 기관 감축 규모는 109개다. 여러 기관으로 나뉜 유사 기능도 정비한다. 공공기관 해외 거점을 물리적·기능적으로 일원화해 수출기업과 교민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의 중복 업무를 통합해 운영비용과 관리 사각지대를 줄일 방침이다. 각 부처가 기능 개혁 로드맵을 마련하며, 법률 개정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즉시 이행에 착수한다. 정부는 통폐합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보수 등 처우가 낮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리후생 강화와 경영평가 인센티브 등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기관 이전과 기능 개혁의 실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과 예산 확보, 지역·노동계와의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총리 주관 관계부처 협의체를 통해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국회에 관련 예산 심의와 법령 개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김 장관은 “국가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절실한 국가 생존전략"이라며 “관계기관 등과 충분히 소통하며 합리적인 이전계획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집에 걸고 싶은 그림 찾아요”…키아프서 만난 ‘아트 리빙’

“이 작품을 샀다면 그때의 저희를 기억하는 거죠."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키아프 서울 2026'. 아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30대 부부는 그림을 소장하는 의미를 '추억'이라고 설명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집에 두고 감상하며, 그림을 골랐던 순간과 당시 가족의 모습까지 간직하고 싶다는 것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생활공간과 맞닿아 있었다. 가정집에서 보관하기 어려운 대형 작품보다는 집에 둘 수 있는 크기를 고려했다. 구매 예산으로는 600만원 정도를 언급했다.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작품으로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눈앞에 두고 보기 좋은 그림, 가족의 시간을 기억하게 할 그림이 먼저였다. 미술 감상과 작품 수집이 일상의 취향을 가꾸는 생활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키아프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작품 가격과 작가의 유명세뿐 아니라 집에 걸었을 때의 크기, 감상하는 즐거움, 소장에 담길 기억을 이야기했다. 갤러리 관계자들도 집에 걸 작품을 찾는 수요와 구매층의 다양화를 체감한다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50대 부부도 구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시장을 둘러봤다. 지나치게 고가가 아니라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작품을 어디에 둘지 묻자 “집에 걸어둘 수도 있고, 사이즈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작품에 대한 호감과 함께 실제 놓을 공간을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30대 부부에게 이번 방문은 이전 구매 경험의 연장이었다. 앞선 행사에서 작품 한 점을 산 이들은 같은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작업을 선보였는지 보고 싶어 다시 찾았다. 생각하고 있는 구매 예산은 1000만원이었다. 이들 부부는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작가의 발전 가능성도 살핀다고 했다. 재테크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내비쳤지만, 너무 비싼 작품을 구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의 예산 안에서 좋아하는 작품을 찾되 작가의 향후 활동과 가치에도 관심을 두는 것이다. 가족의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 집에 어울릴 작품을 찾는 사람, 좋아하는 작가를 계속 지켜보려는 사람까지 구매 동기는 다양했다. 집에서 즐기는 취향 소비와 작품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각자의 선택 안에 서로 다른 비중으로 담겨 있었다.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관계자들도 소장 목적과 구매층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요즘 시장에서는 재테크보다는 본인의 집에 걸고 싶은 것들을 많이 구매하시는 것 같다"며 회사에 걸 대형 작품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놓일 장소와 쓰임이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집에 걸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이 많은지 묻자 “보통 그렇게 사 가신다"며 “컬렉터들이 많이 다양해졌다"고 답했다. 구매층에 대해서도 “보통은 40·50대가 많으신데 요즘은 20대 분들도 보인다"고 전했다. 기존에 거래하던 갤러리와 인연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작품을 탐색하는 관람객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개막일 VIP 관람객 중에는 이미 거래하는 갤러리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아트페어에서는 여러 갤러리의 다양한 작품을 함께 살펴본다고 말했다. 구매 예산을 명확하게 정하고 오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시장이 죽었다고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개인 취향에 따른 구매이기 때문에 관심 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현장에서 미술계가 활발히 돌아가는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부터 50대까지 많이 좋아해 주신다"며 젊은 관람객들의 안목과 취향도 다양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구매 용도로는 집에 두거나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경우를 들었다. 다만 관람객의 관심을 곧바로 거래 증가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또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오늘은 첫날이라 판매량을 아직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개인 소장 작품의 가격에 대해서도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있어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언급한 600만원과 1000만원 역시 각자의 구매 계획으로, 행사 전체의 평균 구매가격을 뜻하지는 않는다. 작가 역시 소장층의 다양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이번 키아프에 작품을 출품한 홍순욱 작가는 “그림을 50년 정도 그려왔는데 돈이 많은 분들도 물론 사지만, 평범한 분들도 그림을 사시더라"고 말했다. 홍 작가는 코로나19 시기 열었던 개인전에서 관람객들이 보여준 감상 태도를 떠올렸다. 많은 사람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찾아온 이들은 작품을 하나하나 오랫동안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그는 “한 분 한 분 오시면 그림을 정말 자세하게 보셨다"며 “코로나 때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매출은 가장 많이 올라갔다"고 회고했다. 방문객 수와 별개로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들이 소장으로 이어졌던 경험이다. 작품의 투자 가치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 작가는 “재테크는 금방 되는 것이 아니고 세월이 흘러야 한다"며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의 작품을 언급했다. 작품을 고를 때 작가가 이어가는 활동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키아프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여러 나라의 갤러리와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관람객들이 꼽는 아트페어의 매력이었다. 서대문구 부부도 당일 구매를 반드시 하겠다는 생각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아이에게 다양한 작품을 접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방문 목적이 있었다. 개별 갤러리에서는 선별된 작품을 보지만, 아트페어에서는 여러 국가와 갤러리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어 감상 경험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과거 사람이 많을 때는 작품을 하나씩 보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개장 직후 아이와 함께 들어와 관람하기가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구매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족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문화생활인 셈이다. 전시장 구성도 관람객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간 연출을 맡은 정구호 디렉터는 주요 동선을 정리하고 특별전과 휴게 공간을 배치했다. B홀에는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광장 형태의 공간을 마련했다. 작품을 둘러보다 쉬고, 대화를 나눈 뒤 다시 관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KB금융그룹이 마련한 김택상 특별전 '별의 축적'은 작품을 여러 감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가로 11m, 세로 2.4m의 대형 회화 '별빛이 성운이 될 때'를 중심으로 조각과 소리, 향을 결합했다. 특별전 기획 관계자는 기자에게 색을 여러 겹 쌓아가는 작가의 작업 방식과 '축적'이라는 전시 개념을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회화와 조각에 사운드와 향을 더해 관람객들이 공간 전체에서 전시를 즐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작품을 소장하지 않더라도 예술이 만드는 분위기에 머무를 수 있다. 키아프 현장에는 그림을 집으로 가져오려는 사람과 아이에게 미술을 보여주려는 사람,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작업을 기다리는 사람이 함께 있었다. 작품을 자신의 생활과 연결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그때의 저희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서대문구 부부의 말에는 그 일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집에 걸린 그림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족이 함께 전시장을 찾았던 하루를 떠올리게 한다면, 소장의 가치는 가격표 밖에서도 쌓인다. 키아프 서울 2026은 3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맞아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시가 구청에 ‘신속 처리’ 공문보내도…구청장 권한 늘리면 정비사업 빨라질까

서울 종로구 창신9·10구역 재개발사업 사업시행자 지정이 두 달 넘게 처리가 지연되자 서울시가 종로구에 지정 절차를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정부·여당에서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구청장에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이미 구청장의 권한이 적지 않으며, 구청장이 바뀌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종로구청장에게 사업시행자(지정개발자) 지정 신청 건을 신속히 검토·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시행자 지정은 정비사업의 사업시행 주체를 정하는 핵심 절차로 후속 추진단계의 전제가 되는 만큼, 처리가 늦어지는 사유와 주요 쟁점, 지금까지의 검토 내용, 향후 처리 계획 및 예상 처리 시기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시는 이와 같은 내용을 오는 4일까지 회신하라고 요청했다. 시의 이번 요청은 시장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해 조언 또는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상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이는 행정지도의 성격으로 자치구를 직접 강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제재 수단은 없다. 창신9·10구역은 대통령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주택 순증효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이후 구청장이 관내 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대상지다. 종로구 정비사업에 포괄적 도시계획 구상이 빠져있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재개발·재건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관내 지역별 정비사업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지난 7월 열린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주민 동의율을 갖췄다고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라 구청 및 주민들과 제대로 협의해야 한다"며 법적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추가적인 합의가 없으면 사업 승인이나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업시행자 지정에 있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처리 기한을 정하고 있지 않다. 자치구가 사실상 무기한 검토가 가능한 구조다. 구청장이 바뀌면서 사업이 지연된 사례들도 있다. 종로구 세운4구역 사업은 전임 구청장이 지난 6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고시했지만, 유 구청장 체제로 바뀌면서 관리처분계획 변경 인가와 착공 절차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재개발사업은 지분문제로 장기간 표류했다. 전임 구청장은 구청이 직접 재개발 사업 시행자로 나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새로 당선된 박운기 구청장은 기존 방식이 아닌 주민·전문가가 참여하는 TF를 발족하고 개발 방식을 상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여당은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권한 이양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비사업 속도를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비사업 전체 9개 인·허가 권한 중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 7개 권한이 자치구에 있다.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구역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다. 시가 신속통합기획과 통합심의 등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과 심의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이후 자치구 단계에서 행정처리가 늦어지면 전체 사업 일정도 함께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서울에서 추진 중인 500세대 이하 정비사업 193곳 가운데 164곳(약 85%)은 이미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착공 등 후속 단계에 진입해 있다. 자치구가 담당하는 후속 인허가 단계에 많은 사업장이 놓여있다는 점에서 시의 인허가 지연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도 구청이 정비사업에서 실무적인 일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속도가 지연되는 이유가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병목현상에만 있다면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매매 매물 늘어도 전셋집 찾기는 난항…서울 주택시장 ‘엇박자’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지역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거나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부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거래가 뜸해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임대차시장에서는 이사할 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가을 이사철 신규 입주 예정 물량도 전월보다 줄어들어 지역별 임대차 수급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일 현장에서 체감하는 임대차시장 상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성북구에서는 전세 매물 규모가 지난달과 비슷하지만 전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노원구에서는 전세뿐 아니라 월세 물건도 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이사하기 위해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한 대기업 직장인은 “제가 알아본 곳들은 서울 중급지까지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2억원 정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전체 상승 폭을 나타내는 수치는 아니지만, 서울 진입을 준비하는 임차인이 느끼는 가격 부담을 보여준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의 1일 기준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최근 한 달 사이 6만1520건에서 6만7382건으로 5862건 늘었다. 증가율은 약 9.5%다. 매매시장에 나온 물건이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거래 부진이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 나온다. 성북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는 거래가 많이 안 이뤄지는데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도 가격이 내려가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전세 매물 규모에 대해서는 지난달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다고 전했다. 대신 전셋값이 오르면서 기존 보증금을 유지한 채 추가로 받을 금액을 월세로 붙이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있던 전세 금액에다가 추가 늘어나는 금액 부분을 이제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증금을 크게 낮추는 월세 계약과 달리 기존 전세보증금에 월 임대료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로서는 목돈을 한꺼번에 더 마련하는 대신 매달 고정 지출을 부담하게 된다.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임대 물건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 나왔다. 해당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한 현상은 아니라며 “한참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사례를 임대 물건 부족의 배경으로 들었다. 집주인이 들어오면 기존 세입자는 다른 집으로 옮겨야 하지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임대 물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거기 있는 세입자가 이동을 해야 되는데, 이분들이 갈 곳이 없다"라며 “전세 물량도 없고 월세 물량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중개업소가 체감하는 임대 매물 부족과 이사 수요의 어려움을 드러낸 설명이다. 다만 성북구에서 언급된 전세보증금 인상분의 월세 전환에 대해서는 “그런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같은 강북권에서도 성북구 취재 업소는 임대료를 받는 방식의 변화를, 노원구 취재 업소는 이사할 집을 찾기 어려운 수급 상황을 강조했다. 두 지역의 설명을 서울 전체의 상황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온라인 매물 수 역시 전체 임대주택 수와는 다르다.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이 늘면 새로 나오는 매물이 줄 수 있고, 계약이 체결되거나 집주인이 물건을 거둬들이는 경우에도 매물 수는 감소한다. 매물의 절대적인 규모뿐 아니라 신규 임차 수요와 실제 계약 가능한 물량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가을 이사철 신규 입주 물량도 임대차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438가구다. 8월 5512가구보다 약 38% 감소한 규모다. 수도권 전체 입주 예정 물량은 9514가구로 전월 1만2488가구보다 약 24% 줄어든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 7763가구와 비교하면 약 23% 늘어난다. 전월 대비 감소만으로 수도권 전반의 공급 상황이 일제히 악화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입주 물량의 지역적 분포도 중요하다. 9월 서울 입주 예정 물량에는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3064가구가 포함돼 있다. 서울 전체 예정 물량의 약 89%가 한 단지에 집중된 것이다. 특정 지역의 대규모 입주가 성북·노원 등 다른 생활권의 임대 매물 부족을 얼마나 해소할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모두 임대시장에 나오는 것도 아닌 만큼, 전체 입주 가구 수와 실제 전월세 공급량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매매 관망과 임대료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매매가격 조정을 기대하는 일부 수요자가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월세에 머무르려 할 경우, 해당 지역의 임대 매물이 충분하지 않다면 임대료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월세 상승이 곧바로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금리와 대출 여건,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등이 매수 결정에 함께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매 매물 증가가 실제 가격 조정과 거래로 이어지는지, 신규 입주 물량이 지역별 임대차 수급을 얼마나 보완하는지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원가법 적용하면 정말 수익 나나”…LH 설명회 달군 사업자들의 ‘절박한 질문’

“서울에서 사업 부지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1∼2년 동안 토지주를 설득해 접수했는데 심의에서 제외돼 다시 신청하려니 인감이 첨부된 동의서를 또 받아야 했습니다. 그 사이 토지주가 마음을 바꾸면 설계비만 날아갑니다."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주택매입 사업설명회'. 정부와 LH가 마련한 각종 지원책이 소개됐지만 건설사와 시행사 등 민간사업자들의 관심은 제도가 실제 사업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쏠렸다. 정부의 8·13 주택 공급대책에 따라 수도권 규제지역의 신축매입 가격 산정에 원가법을 병행하고 토지 확보와 금융지원 요건도 완화됐지만, 현장에서는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제도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수익성과 토지 확보, 감정평가 절차 등 실제 착공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설명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신축매입약정 주택의 가격 산정 방식이었다. LH는 거래사례비교법을 원칙으로 적용하되 수도권 규제지역에서는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원가법을 병행할 계획이다. 거래사례비교법과 원가법으로 각각 산정한 가격 가운데 원가법 평가액이 더 높으면 추가 가격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한 사업자는 질의응답에서 “기존 거래사례비교법으로 심의를 통과해도 수지가 맞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원가법에서 실제 공사비와 세금·부대비용, 사업자의 적정 이윤을 어떤 기준으로 인정할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기존 감정평가에서도 원가법을 활용한 검증이 이뤄졌는데 가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실제 통계를 분석했는지 궁금하다"며 “원가법을 병행한다고 해도 사업성이 정말 개선될지 사업자들은 절박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원가법 적용이 모든 사업장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건축물이라도 층수와 지하층, 구조, 커뮤니티 면적 등에 따라 재조달원가가 달라지고 사업자가 토지를 매입한 가격과 시공 방식에 따라서도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거래사례비교법과 원가법을 적용한 표본을 비교해 5%, 10%, 15% 등의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원가법을 적용한다고 무조건 사업자의 이익이 남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LH, 감정평가업계가 객관적인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기준을 협의하고 있다"며 “매입가격은 약정 당시가 아니라 준공 시점에 결정되는 만큼 관련 매뉴얼을 정비해 현실적인 원가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토지주의 감정평가 동의를 받는 절차도 현장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존에는 사업을 접수할 때 대상 토지 전체에 대한 감정평가 동의를 확보해야 했다. 사업자가 심의에서 탈락한 뒤 재신청할 경우 토지주에게 인감서류를 포함한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해 사업 추진이 무산되기도 했다. LH는 이달 중 접수 단계의 감정평가 동의 요건을 필지 기준 100%에서 75% 이상으로 낮출 예정이다. 지분 면적으로는 50% 이상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매입심의를 통과하고 도면 협의를 마친 뒤 실제 감정평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필지 기준 100% 동의를 받아야 한다. 토지주가 기존 동의를 철회하거나 재신청 과정에서 동의를 거부하는 위험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LH 관계자는 “감정평가 동의는 토지주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한 번 받은 동의가 계속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접수 때는 75% 이상으로 문턱을 낮추지만 실제 감정평가를 하기 전까지는 전체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사업자는 “토지주가 인감서류를 여러 번 발급하는 데 부담을 느껴 사업 참여를 철회하는 경우가 있다"며 재신청 때 서류를 다시 받는 절차까지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LH는 서울지역본부와 추가로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민간사업자의 초기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한 지원책도 공개됐다. LH가 토지비의 최대 80%를 무이자로 지원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LH와 매입약정을 체결한 사업자에게 약정상 토지비의 3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보증을 제공한다. HUG 관계자는 현재 전담 금융기관인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을 통해 4%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액은 사업자가 토지를 실제로 취득한 가격이 아니라 LH와 매입약정을 체결할 때 확정된 토지비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토지비 30%는 토지 잔금에 필요한 10%와 설계비 등 초기 사업비 20%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다만 초기 사업비의 세부 사용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해당 사업에 필요한 직접비와 제반 비용으로 확인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HUG는 현금흐름표 확인 등 심사 절차를 대폭 줄여 보증 신청 후 약 1주일 안에 승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실제 보증이 실행된 사례는 없지만 향후 LH의 매입약정 심사와 HUG 보증심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원스톱 방식도 검토한다.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인허가와 설계 등에 필요한 자금을 연 20%대 금리로 조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LH의 매입약정 체결과 동시에 보증 승인이 이뤄져 토지 잔금일 등에 맞춰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 도입된 초기 사업비 보증과 기존 총사업비 보증을 동시에 이용할 수는 없다. 사업자는 자금 조달 구조와 공사비 비중 등을 따져 두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착공 이후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사대금 지급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골조 완료와 준공, 품질점검 등 세 차례에 걸쳐 대금을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착공 후 3개월 단위로 공정률에 따라 지급한다. 지급 기준액은 매매예정금액의 90%에서 토지확보지원금을 뺀 금액이며, 감리자의 공정률 확인서와 공사 사진, 자금 집행 내역 등을 토대로 지급액을 산정한다. 다만 변경된 지급 방식은 2026년 접수 사업부터 적용된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사업자가 지난해 접수해 올해 초 약정을 체결한 착공 전 사업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자 LH는 “2026년 접수분부터 적용된다고 이미 안내했다"고 답했다. LH가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기존 사업장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는 일부 사업자의 부담은 당장 해소되지 않는 셈이다. 기존주택 매입 과정에서도 가격 문제가 사업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LH는 서울지역 기존주택 매입 물량을 기존 1300가구에서 약 두 배로 확대했지만 심사를 마친 매도자가 산정가격에 불만을 품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규 LH 매입임대사업처 차장은 “서울은 매도자가 심사를 모두 마친 뒤 매도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원인을 분석해 보면 거의 전부 가격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LH는 기존주택 매입가격을 토지 감정평가액과 건물 재조달원가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LH는 이를 주변 실제 거래가격을 반영하는 거래사례비교법으로 바꿀 계획이다. LH는 2023년 고가 매입 논란 이후 표준건축비를 적용하다 2024년부터 재조달원가 반영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현재 방식으로 산정한 가격은 시세의 약 90% 수준에 그쳐 서울 등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는 매도자의 계약 포기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제도가 개선되면 기존주택 매입가격을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라 시세 수준으로 산정하되, 매입심의에서 가격 적정성과 공공성을 별도로 평가해 고가 매입을 방지할 방침이다. 계약 안내가 이미 이뤄진 물건은 종전 가격을 적용하지만, 그 이전 단계에 있는 접수 건에는 개선된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LH는 현장 실태조사에 전문업체와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통상 3∼4개월가량 걸리는 신청부터 계약까지의 기간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설명회 현장에서 나온 질문은 제도 개선만으로 민간 참여가 곧바로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원가법이 실제 공사비와 적정 이윤을 얼마나 반영할지, 토지주 동의를 끝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초기 금융지원이 사업자의 자금난을 해소할 만큼 신속하게 집행될지가 관건이다. 정부와 LH가 낮춘 것은 일단 사업의 입구다. 민간사업자들이 실제 착공 버튼을 누를지는 개선된 매입가격과 금융지원이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는지에 달렸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시, 미리내집 1만7500가구 더 공급…“장기 거주 넘어 내 집 마련까지”

서울시가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미리내집'을 2030년까지 1만7500가구 추가 공급한다. 보증금 분할납부제로 입주 초기 목돈 부담을 낮추고, 입주 전 출산한 자녀도 우선매수청구권 혜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입주민들은 장기간 거주할 수 있게 됐더라도 집값 상승으로 실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2024년 7월 미리내집을 처음 공급한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7108가구를 공급했으며, 앞으로 매년 약 4000가구를 확보해 2030년까지 1만75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미리내집은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장기간 거주하면서 출산과 내 집 마련을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주거정책이다. 출산에 따라 거주기간을 연장하고 다자녀 가구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거와 양육 지원을 연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을 찾아 주거시설을 점검하고 미리내집 입주 신혼부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잠실르엘은 총 1865가구 가운데 미리내집 98가구와 장기전세주택 100가구가 포함된 단지다. 잠실르엘은 서울시가 지난 4월 도입한 미리내집 보증금 분할납부제가 처음 적용된 곳이다. 입주할 때 보증금의 70%를 우선 내고 나머지 30%의 납부 부담을 분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잠실르엘 미리내집 98가구 가운데 74가구, 약 76%가 분할납부를 신청했다. 이들 가구가 입주 당시 한꺼번에 내지 않고 나눠 낼 수 있게 된 보증금은 약 158억원이다. 서울 전체로는 올해 4∼8월 미리내집 계약자 533가구 중 489가구, 약 92%가 제도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분산된 초기 보증금 납부액은 총 765억원이다. 보증금 자체를 감면하는 것이 아니라 납부 시점을 나눠 입주에 필요한 목돈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오 시장은 “입주 자격을 얻고도 목돈 마련이 어려워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며 “보증금의 70%를 먼저 내고 나머지 30%를 분할 납부하도록 해 입주 포기 사례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우선매수청구권의 자녀 수 인정 범위도 손질한다. 현재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이후 출산한 자녀를 기준으로 혜택을 부여하지만, 입주 전 출산한 자녀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4자녀 이상 가구에는 입주 전 출산한 자녀까지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는 취지다. 다만 자녀 수 인정 범위 확대는 아직 검토 단계로, 적용 대상과 시행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미리내집이 주거 불안을 줄이고 출산 계획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월 미리내집 입주자 216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9가구인 36.6%가 입주 후 출산했다고 답했다. 향후 출산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84.7%였다. 다만 입주자 대상 조사인 만큼 이 결과만으로 미리내집의 출산 증가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공급 확대와 함께 입주민 의견을 반영해 출산·육아 및 내 집 마련 지원제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강남권 고가 재건축 아파트 등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보증금 수준이 높아져 자산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분할납부제를 이용하더라도 보증금 상당액을 입주 전에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장기전세주택은 공공임대가 저소득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이 선호하는 고품질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신혼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내 집 마련까지 꿈꿀 수 있도록 주거사다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삼성물산 ‘래미안’…5년 만에 “더 심플하게” 옷 바꿔입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2021년 이후 5년 만에 새롭게 단장했다. 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래미안의 신규 BI는 래미안을 상징하는 세 개의 수직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고유한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공간감과 여백을 강조해 간결한 형태로 재구성했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유지해 오던 기존 래미안 브랜드의 시그니처 색상인 그린과 그레이 계열의 컬러를 절제된 블랙과 화이트 색상으로 바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화려함보다는 주거의 본질에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래미안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워드마크는 영문과 한글, 한자 3종으로 개발됐고, 기존보다 굵은 서체에 정교하게 조정된 자간을 적용해 안정감을 높였다. 이를 통해 건축물 외벽과 문주 등 실제 주거 공간부터 온라인‧모바일 등 디지털 환경까지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BI는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에 첫 적용되고, 이후 입주하는 래미안 신규 아파트 단지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삼성물산은 이번 브랜드 리뉴얼을 단순 BI 변화가 아닌, 고객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혁신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넥스트 홈', 도심 속 자연을 통해 온전한 휴식을 제공하는 조경 브랜드 '네이처 갤러리', 일상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서비스 브랜드 '헤스티아' 등 래미안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상품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이번 리뉴얼은 래미안이 지난 26년간 쌓아온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 변화하는 주거 가치에 맞춰 향후 100년을 이끌어갈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기술을 통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Life Culture Brand'로 지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래미안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철학과 변화된 BI를 다양한 컨텐츠로 선보일 예정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지자체·민간 ‘10년 추진’ 경기광주역세권2,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혼란’

경기 광주시와 민간이 약 10년간 진행해 온 경기 광주역세권 2단계 도시개발사업지가 8·13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하는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집단환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 민간사업자와 토지주들이 맺은 계약 유지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3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기존 광주시 도시개발사업은 다음 달 구역 지정을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LH가 시행하는 4500가구 규모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됐다. 경기 광주시는 삼동·초월·곤지암 등 다른 역세권 중심 개발사업에 대해 국토부, LH 등 관계기관에 사업 추진을 위한 다방면의 건의를 해왔다. 이 가운데 광주역세권2단계 지역만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발표됐으며,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지자체 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광주시는 광주역세권2단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수용과 집단환지를 병행해 토지주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집단환지를 선택한 토지주 일부는 민간사업자와 토지계약을 맺었다. 기존 사업 방식에서 환지를 선택할 경우 개발 이후의 가치 상승 혜택을 토지주가 누리게 된다. 광주시가 수용할 경우 사업으로 인한 토지가치상승분은 광주시로 귀속된다. LH가 공공주택지구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토지 감정평가를 통한 강제수용이 기본 사업 방식이다. 사업추진 속도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민간사업자는 기존에 완료된 행정절차를 활용하면 정부의 주택공급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입안과 관계기관 협의·중앙토지수용위원회·경기도 도시계획 심의·각종 영향평가 등을 마친 상태이므로 기존안을 활용하면 다시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LH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시각도 있다. 보상 협의 시 감정평가사들이 평가를 하기 때문에 광주시가 하든 LH가 하든 협의 금액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신속하게 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지를 정리하고 공동주택이나 상부 건축물들이 들어서는 것까지 고려하면 LH가 진행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금이 아닌 토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LH의 대토보상제도를 활용하면 민간에서 실시하는 환지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집단환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토지주들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집단환지 방식을 위해 토지주들과 계약을 진행한 민간사업자는 구역지구 내 사유지 약 8만평 중 83개 필지, 약 3만4000평을 매입했다. 아파트 사업을 위해 민간사업자와 일부 토지주는 매매계약을 체결해 10%에 대한 계약금을 주고 받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이뤄진 것이고,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계약은 유지되기 어렵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각종 심의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구 지정에 있어서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도 철회한 선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LH는 “후보지 지정 권한은 국토부에 있고 LH는 사업성 등을 검토하는 역할"이라며 “지구지정형 사업은 아직 경계만 대략적으로 잡아둔 단계이므로, 주민공람 등 정식 절차에서 의견을 내어 논의해보라"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강남·서초 내리는데 노도강은 신고가…서울 집값 ‘15억 키 맞추기’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가격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강남·서초구 아파트값은 하락했지만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가격이 15억원 이하일 때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반면 15억원을 넘으면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출을 활용하려는 실수요가 비강남권 중소형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기존 10억∼12억원대 주요 단지들이 15억원 안팎으로 수렴하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31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9% 올라 직전 주 0.2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그러나 강남구는 0.11%, 서초구는 0.05% 각각 하락하며 서울 전체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강북 14개 구의 평균 상승률은 0.40%로 강남 11개 구 평균인 0.20%의 두 배에 달했다. 중랑구가 0.56% 올라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북·강북구가 각각 0.55%, 도봉·노원구가 각각 0.54% 상승했다. 서대문구도 0.53% 올랐다. 서남권에서도 강서구가 0.50%, 구로구가 0.49%, 관악구가 0.46% 상승했다. 강남·서초의 조정에도 동북·서북·서남권의 강세가 확산하면서 서울 전체 상승폭을 끌어올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YTN라디오 '생생경제'에서 “강남권은 가격을 낮춘 매물이 늘었지만 대출과 세제 불확실성으로 매수자들은 관망하고 있다"며 “반면 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비강남권은 주간 상승률이 0.5%를 넘어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진단했다. 한국부동산원은 강남구의 경우 대치·압구정동, 서초구는 잠원·반포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과 대출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가주택 시장의 매수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되지 않은 급매 호가를 근거로 강남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매도자가 가격을 낮춰 제시한 매물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져 신고되기 전까지는 시장가격 하락으로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소장도 “강남권 현장에서는 기존 가격보다 1억∼2억원가량 낮춘 매물이 늘고 있지만 살 사람은 없는 상황"이라며 “대출이 어렵고 세제 개편안이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없어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는 노원·강북구를 중심으로 종전 가격을 넘어선 거래가 잇따라 확인됐다.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 전용면적 41.3㎡는 7월 말 5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8월 8일 5억6000만원, 14일에는 5억8000만원에 계약됐다. 보름 사이 실거래가격이 6000만원 상승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는 8월 13일 9억23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1일 거래가격인 8억6500만원보다 5800만원 올랐다. 노원구 하계동 벽산 전용 84㎡도 10억1700만원에 손바뀜하며 종전 최고가격을 1억1900만원 넘어섰다. 비강남권에서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 59∼84㎡를 중심으로 가격 경신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비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기존 10억∼12억원대였던 주택가격이 15억원 안팎까지 오르는 거래가 나타났다. 성북구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전용 59㎡는 지난해 10억원을 밑돌았지만 지난 6월 1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말 12억3000만원에서 지난 7월 15억9000만원으로 7개월 만에 3억6000만원 올랐다. 강서구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 전용 59㎡는 8월 7일 14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84㎡는 다음 날인 8일 16억3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선호 면적의 가격이 15억원을 넘어섰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전용 59㎡는 지난 5월 14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단지 전용 84㎡는 6월 16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도 15억3500만원에 거래돼 중랑구에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가격이 15억원을 넘어선 사례가 나왔다. 거래 흐름을 종합하면 전용 59㎡ 등 중소형은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15억원 바로 아래까지 오르고, 입지와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전용 84㎡는 15억∼16억원대로 넘어서는 양상이다. 비강남권의 가격 상승에는 주택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대출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는 15억원 이하 주택이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이 2억원이다. 주택가격이 15억원을 조금만 넘더라도 대출 가능 금액이 2억원 줄어든다.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와 30대 실수요자로서는 대출한도가 상대적으로 큰 15억원 이하 주택에 매수 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비강남권에서는 집주인이 대출 경계선인 15억원을 기준으로 호가를 높이고, 실수요자가 남아 있는 매물을 매입하면서 실거래가격도 뒤따라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억원 이하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지역 내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16억원대로 확산하는 점도 주목된다.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데도 전용 84㎡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것은 전세난과 매물 부족, 신축 희소성 등이 대출 규제 효과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사비와 토지비 상승으로 비강남권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높아진 점도 주변 구축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높아진 신축 분양가가 지역 내 새로운 가격 기준이 되면서 인근 구축 단지 소유자도 신축과의 가격 차이를 근거로 호가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격이 통제되는 반면 비강남권은 공사비와 토지비 상승분이 분양가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된다"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비강남권의 3.3㎡당 분양가가 강남권을 웃도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불안도 비강남권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전주 0.19%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대문구가 0.45%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도봉·노원구가 각각 0.37%, 성북구가 0.36% 상승했다. 매매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전셋값도 동시에 오르는 모습이다.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임차 비용까지 오르면 무주택자는 전세를 갱신하는 대신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의 매수 전환이 대출 가능한 비강남권 주택가격을 밀어 올리는 셈이다. 김 소장은 현재의 매수세가 2021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1년에는 집값 상승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포모'와 조급함이 매수를 자극했다면 지금은 전월세 매물을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가 주거 안정을 위해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상승에 올라타기 위한 투자 전략이라기보다 자신의 자금에 맞춰 안정적으로 거주할 집을 찾는 생존을 위한 주거 전략에 가깝다"며 “강남보다 서민과 실수요자가 거주하는 서울 외곽지역의 가파른 상승세를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저가주택의 강세가 이어질지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 수정과 국회 논의, 전세시장 흐름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권의 조정이 실제 하락 거래로 확산하지 않고 전셋값과 비강남권 신축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 15억원을 향한 가격 키 맞추기가 더 넓은 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15억원을 넘는 순간 주담대 한도가 2억원 줄어드는 만큼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고가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가 비강남권 중저가주택 가격을 밀어 올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키우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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