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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 15개월 만에 최저치…당분간 먹구름 이어질 듯

대출 규제 강화·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부담 등으로 수분양자들의 입주가 당분간 지연될 전망이다. 11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대비 4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25.1포인트(p) 하락했고, 3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0.6%로 소폭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주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산출한다.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좋음' 응답비중과 '나쁨' 응답비중의 차이에 100을 더해 산정한다. 좋고 나쁨의 판단이 같은 경우에는 지수가 100이 된다. 4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69.3으로 25.1p(3월 94.4→4월 69.3)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20.8p(97.5→76.7), 광역시 26.8p(100.0→73.2), 도 지역 25.4p(89.1→63.7) 모두 20p 이상 크게 하락했다. 전국 입주전망지수가 70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작년 1월 전망 이후 15개월 만이다. 작년 1월엔 탄핵정국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입주전망이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연구원은 이번 입주전망의 급격한 하락을 정책·대외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 수분양자들의 자금조달 상황은 좋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부담과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 대출 규제 강화, 거래 위축이 지속됐다. 다음 달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도 입주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의 경우 인천과 경기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서울은 6.5p(100.0→93.5) 감소해 소폭 하락했지만, 인천 32.5p(92.5→60.0)·경기 23.4p(100.0→76.6)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타 지역과 달리 서울은 15억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나타나 신축 아파트 입주 전망이 소폭 하락에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광역시에서도 하락세가 관찰됐다. 울산·대전·부산·세종은 30p 이상 하락했고, 광주·대구는 10p 대 하락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울산 36.6p(105.8→69.2)·대전 33.4p(100.0→66.6)·부산 30.0p(105.0→75.0)·세종 37.3p(114.2→76.9)로 하락했다. 광주 11.9p(83.3→71.4)·대구 11.6p(91.6→80.0)로 소폭 하락했다. 도 지역 역시 충북 40.9p(90.9→50.0), 충남 29.7p(93.3→63.6), 제주29.4p(89.4→60.0), 경남27.1p(93.7→66.6), 전남 26.2p(83.3→57.1), 강원 23.3p(83.3→60.0), 경북 20.6p(93.3→72.7), 전북 5.7p(85.7→80.0) 순으로 모든 지역에서 입주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연구원은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하락이 나타난 이유를 다주택자 규제의 여파로 설명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주택 처분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돼 지방시장 위축 전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1일 정부가 '2026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연장이 제한될 경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보증 등 정책대출도 축소돼 주택시장이 전국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전망지수는 공급, 가격, 금융조달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2020년·2021년에는 높은 유동성과 함께 공급량도 늘고, 가격도 빠르게 늘었다. 당시 지수가 100에 도달하며 정착하나 싶었지만 가격이 정체됐다. 가격이 정체된 상황에서 공급이 많다 보니 2022년까지는 지수가 40 밑으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2023년 이후 공급이 급감해서 지수가 오름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후 금융조달·세제강화 등으로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평균 70선에서 지수가 정체돼있다. 2월 대비 3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0.6%로 전월 대비 1.4%p 소폭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는 매물감소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울이 5.8%p(85.2%→91.0%) 상승했다. 반면 인천·경기권은 3.7%p(81.0%→77.3%) 하락했다. 비수도권에서는 강원권 10.0%p(30.0%→40.0%), 대구·부산·경상권 1.5%p(56.6%→58.1%) 상승했다. 대전·충청권 5.9%p(63.4%→57.5%), 광주·전라권 4.5%p(57.6%→53.1%), 제주권 1.6%p(67.2%→65.6%)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입주 사유는 잔금대출 미확보(32.1%), 기존주택 매각지연(32.1%), 세입자 미확보(17.0%), 분양권 매도 지연(3.8%) 순으로 나타났다. 노희순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아진 상황"이라며 “금융비용·거래비용 등이 높아지는 상황이므로 당분간은 입주전망지수가 좋지 않을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은행권의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수분양자는 제2금융권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땅 내놓은 우리가 왜 후순위인가”…장미상가 소유주들 분노의 이유

서울 송파구 잠실 장미1·2·3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상가와 아파트 조합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상가가 발목을 잡는다'는 단순 구도와 달리, 실제 쟁점은 상가 부지의 주거전환과 이에 따른 권리 배분 구조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은 이미 사법부 판단을 통해 확인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상가 일부 소유주들이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고, 이후 항소가 제기되지 않으면서 조합설립의 적법성은 확정됐다. 이번 소송은 장미종합상가 A·B동 소유주 8명이 조합 설립 당시 체결된 '독립정산제' 약정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제기됐다. 독립정산제는 아파트 조합과 별도로 상가 조합원들이 별도 기구를 구성해 개발이익과 관리처분계획을 독립적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상가 조합원들은 통합 재건축 시 분양가 상승으로 기존 상가 소유주의 재입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선호해왔다. 상가 측은 해당 협약을 전제로 조합 설립에 동의했지만, 이후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개발 방향이 주거 중심으로 바뀌자 '기망에 의한 동의'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약정 이행 여부나 사후 분쟁은 인가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설립 동의 철회 역시 법정 기한 이후에는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법적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판결은 절차적 적법성에 한정된 것으로, 권리 배분 문제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상가 재건축협의회는 '상가가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인식부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상가가 재건축을 반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통합 재건축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며 “상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프레임은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설립 무효 소송 역시 일부 개인의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특정 임원이 독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며, 상가 조합원 다수가 이를 문제 삼아 이미 해임했다"며 “사업 지연과 연결짓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도 갈등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안을 잘 아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가 측이 재건축에 조직적으로 반대했다면 장미상가 일대는 이미 반대 현수막으로 뒤덮였을 것"이라며 “상가의 재건축 반대 주장은 일부 의견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상가와 조합 간 협의가 본격화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며 “사업시행인가 신청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분담금이나 구체적 조건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귀띔했다. 본격 착공시기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7~8년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는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시각이 대다수"라며 “장기 사업인 만큼 단기 갈등보다 향후 협의 과정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갈등의 핵심은 토지 구조와 정책 변화다. 장미아파트와 상가는 1979년 준공 당시 하나의 필지에서 출발했고, 이후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상가 부지 약 6700평이 중심시설용지로 구분됐다. 그러나 신속통합기획 도입 이후 이 중 5000평 이상이 공동주택용지로 전환되면서, 해당 부지에서도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약 400세대 이상의 추가 물량이 발생하며 사업 규모와 수익성이 동시에 확대됐다. 협의회 관계자는 “상가 부지에서 발생한 물량은 토지 기여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에 맞는 권리 배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등의 출발점은 2020년 협약과 이후 정책 변화 사이의 괴리다. 당시 상가와 아파트 측은 독립정산제를 전제로 재건축에 합의했지만,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개발 방향이 바뀌면서 협약의 전제가 흔들렸다. 상가 측은 “정책이 바뀌었으면 협약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현재 구조는 과거 협약 중 불리한 조건만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협의 절차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지적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정비계획이 협약상 절차와 달리 실질적인 협의 없이 추진됐다"며 “공문만 오갔을 뿐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분양 구조 역시 쟁점이다. 상가 측은 “상가 부지에서 발생한 주택 물량이 있음에도 일반분양이나 후순위 배정 구조가 적용되고 있다"며 “독립정산제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공공기여 부담에 대해서도 “최신 기준을 적용받으면서 권리 배분은 과거 기준을 따르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중심시설용지는 상업·업무 기능 유지를 전제로 하는 만큼, 대규모 주거용지 전환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상업용지를 사실상 주거용지로 통째로 재편한 수준"이라며, 사업성 확대를 위해 토지 성격 자체를 바꾼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대형 재건축 단지들도 상가와의 이해관계 충돌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반포 원베일리는 상가 통매각을 통해 수익 배분 문제를 조정했고, 둔촌주공은 공사 중단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거친 뒤 상가 측과 비용 및 이익 분담 구조를 재협상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전문가들은 장미아파트 역시 '독립정산제'의 구체적 설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상업용지가 대규모로 주거용지로 전환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단순 비율 조정을 넘어서는 새로운 권리 가액 산정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해 지난달 7일 선출된 김만수 신임 조합장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가 내 한 관계자는 “김의천 상가협의회장과의 논조 조율과 협상 호흡이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합 측은 공식적인 상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법원 판결로 확인된 절차적 정당성과 기존 협약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은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 마련에 착수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안 재상정을 위한 보완자료를 제출한 상태로, 현재 서울시 내부에서 심의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 향후 절차는 재상정 심의, 조치계획 수립, 재공람, 고시, 통합심의 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9월경 입찰 공고를 내고 이르면 올해 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으로 내년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정비계획은 신속통합기획 틀 안에서 진행 중인만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만큼 사업의 큰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상가 배치와 분양 방식 등 세부 조건을 둘러싼 이견은 남아 있어 향후 협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가협의회 관련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조합 측에 관련 입장을 문의했으나, 마감 시점까지 별도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행정 절차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했으며, 이에 따라 단지는 용적률 300% 이하, 최고 49층 규모로 재건축돼 기존 3522가구에서 약 51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조합 간 권리 배분 문제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것이 원칙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 장미1·2·3차 재건축은 정비계획 변경안이 수정가결된 상태로, 사업은 계획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약 51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3주 더 벌어준 ‘양도세 중과 유예’…매물 유도커녕 ‘버티기’ 명분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짙은 관망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가 유예 적용 기준을 '매매 계약'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까지로 완화하며 사실상 약 3주의 시간을 추가로 부여했지만,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줄다리기만 길어지는 모습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토지거래허가 절차에 최대 15영업일이 소요되는 현실을 반영한 보완책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는 5월 9일까지 허가 신청만 해도 중과 배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후 허가를 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기존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 내, 신규 지정 지역은 6개월 내 양도해야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정부는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정책 기준 변경이 반복되면서 혼선이 커진 데다, 오히려 매도자들에게 '버틸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미 한 차례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매물 증가세가 꺾였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1월 23일 기준 약 5만6000건에서 출발해 3월 중순 7만6000건 수준까지 증가했고, 3월 21일에는 8만건을 넘어서며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최근에는 7만7000건 안팎으로 소폭 감소하며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다. 가격 흐름도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는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쏟아지며 수억 원대 하락 거래가 이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해 최고가 대비 7억 원 낮은 40억5000만 원에 거래됐고,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도 한 달 만에 6억 원 하락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시장에서도 10억 원 안팎의 조정이 나타났다. 반면 압구정 등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단지에서는 매물 잠김과 희소성 영향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동일 권역 내에서도 상승과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분절된 시장' 양상이 뚜렷하다. 거래 공백은 더 심각하다.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남은 매물은 가격이 높아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려던 매도자들이 유예 연장 이후 버티기로 돌아섰다"며 “거래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단기 급매물은 이미 대부분 소화됐고 최근에는 매물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감소 전환 움직임도 나타난다"며 “추가 하락보다는 보유로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급매 중심의 하락 국면에서 관망과 버티기 국면으로 넘어가는 초기 단계"라고 부연했다. 매수자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급매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와 “유예 종료 이후 반등할 수 있다"는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며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이라면 일부 매수는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 상승 구간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예 조치가 시장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미 다주택자 매물 상당수가 시장에서 소화된 데다, 남은 물량은 보유나 증여로 선회한 경우가 많아 추가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증여 건수는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매물 잠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분당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한 다주택자는 “처분이나 증여를 통한 절세를 고민했지만 결국 보유로 방향을 정했다"며 “세 부담이 큰 만큼 월세로 전환해 수익형으로 가져가고, 장기적으로는 지방이나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예 종료 이후 시장의 추가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매도 대신 증여나 전월세 전환으로 물량이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며 “매물이 줄어들 경우 전세·월세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변수는 세제다. 전문가들은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매물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도 “7월 예정된 보유세 개편이 고령층 등 현금흐름이 부족한 다주택자의 추가 매물을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정부의 '3주 연장 카드'가 추가 매물을 끌어낼지, 아니면 매도자의 버티기만 강화해 거래 절벽을 심화시킬지는 향후 한 달간 시장 흐름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시장은 매물 출회가 시기별로 나뉘는 '3단계 파동' 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3~4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회피 목적의 1차 매물이 출회됐고, 7월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에는 절세를 고려한 2차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에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추가 매물이 한 차례 더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7월 이후에는 중과 부담으로 일반 매도는 제한되는 대신, 임대주택사업자 물건이나 비거주 고가주택 중심의 매물이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위원은 “매물 증가 자체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공권력 없는 권력?”… KISO 허위매물 검증 ‘갑질’ 논란

공인중개업계 일각에서 민간 자율규제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의 허위매물 검증 방식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상 매물을 등록했음에도 사실 확인보다는 '허위매물 낙인'에 가까운 결론 유도형 조사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중개사의 영업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KISO는 해당 절차가 행정조사가 아닌 플랫폼 이용약관에 근거한 민간 자율규제이며, 허위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이라고 맞서고 있다. 허위매물 근절이라는 공익적 명분과 민간기구의 실질적 제재 권한 사이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균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KISO의 허위매물 검증 과정에서 부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강남구의 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매물을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했다가 허위매물 신고를 당했다. 해당 매물은 분양대행사로부터 정식 의뢰를 받아 약 1년간 지속적으로 광고해온 물건이었지만, 이해관계자가 얽힌 신고 한 번으로 곧바로 검증 대상이 됐다는 게 A씨 측 설명이다. A씨에 따르면 이후 사무실을 찾은 KISO 클린관리센터 조사관은 사실관계를 차분히 확인하기보다 “왜 허위매물을 올렸느냐"는 식으로 몰아붙였고, 현장에서 즉시 의뢰인과 통화해 정상 매물임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설명은 뒷전이고 허위매물임을 인정하라는 압박뿐이었다"며 “민간 단체임에도 관공서보다 더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A씨는 조사관이 사전 동의 없이 조사 내용을 녹취했고, 재방문을 약속하고도 예고 없이 나타나지 않는 등 행정적으로도 불성실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사가 길어지자 네이버 매물 등록 협력업체를 통해 “경고 1회 수준으로 합의 보고 종결하자"는 취지의 제안까지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잘못이 없는데 왜 경고를 받아야 하느냐"며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중개사에게만 지우고, 신고자는 뒤에 숨은 채 무분별하게 신고를 남발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중개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KISO는 검증 절차의 법적 성격부터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KISO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하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로,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아래 운영된다. 지난해 기준 허위매물 신고는 월평균 약 2800건, 연간 3만452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100건 안팎의 신고를 처리하는 수준으로, 온라인 부동산 시장에서 일정한 감시·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조사권이나 처벌 권한은 없고, 검증의 근거 역시 어디까지나 플랫폼 이용약관이라는 설명이다. 중개사는 매물 등록 과정에서 관련 약관에 동의하며, 검증 절차는 계약상 의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KISO 측은 “플랫폼 선택은 자율이며, 이용을 선택한 이상 약관에 따른 검증 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KISO 관계자는 “중개사가 매물을 등록할 때 자율 규제 절차에 이미 동의했으므로 이는 계약상 사실 확인 과정"이라며 “행정 처분과 달리 경고 제도는 플랫폼 이용 제한일 뿐 과태료나 법적 제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경고 1회 합의' 주장에 대해서도 KISO는 시스템상 연동된 참여사 등을 통해 절차가 안내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현장 검증 일정이 어긋난 것 역시 다른 중개업소 확인 일정과 겹치며 발생한 실무상 혼선이라는 입장이다. 또 무단 녹취 의혹과 관련해서는 “내부 가이드라인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이며, 민원이 제기될 경우 교육과 매뉴얼 준수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KISO에 따르면 허위매물 검증은 이용자 신고 접수, 48시간 자율 시정, 유선 검증, 현장 검증의 순으로 이뤄진다. 초기 단계에서 상당수 매물이 자율적으로 정리되는 구조이며, 실제로 허위매물의 약 30~40%는 48시간 자율 시정 단계에서 해소된다고 한다. 유선 검증은 매물의 기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이고, 여기서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현장 검증이 진행된다는 게 KISO 측 설명이다. 집주인이나 의뢰인과의 통화 연결 요청도 이 과정에서 실제 거래 가능 여부를 최종 확인하기 위한 통상 절차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단계적 절차가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느냐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중개업계에서는 유선 검증 없이 곧바로 판단이 내려지거나, 형식적 확인만으로 사실상 결론이 정해지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장 검증은 형식상 거부가 가능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약관 위반으로 간주돼 플랫폼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강제력이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제재는 과태료 같은 행정처분은 아니지만, 경고 누적 시 신규 매물 등록 제한 7일 또는 14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는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매물 삭제 이상의 문제"라며 “경고가 누적되면 신뢰도 하락은 물론 신규 영업 기회 상실로 이어져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KISO 시스템이 '공권력 없는 권력'처럼 작동하며, 중개사를 잠재적 위반자로 전제한 채 사실상 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KISO는 오히려 자율규제가 중개업계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관계자는 “허위매물을 방치해 국토교통부의 직접 조사를 받게 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 등 더 큰 행정 처분이 가능하다"며 “자율 규제는 일종의 사전 정화 장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허위매물로 인해 이용자가 시간적·경제적 피해를 보는 만큼, 정직한 중개사들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는 클린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고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KISO 측 반론도 있다. KISO는 허위매물 신고가 단순 제보가 아니라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친 실명 인증 기반으로만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신고 시에는 통화 기록, 메신저 대화 캡처, 중개업소 명함이나 간판 사진 등 구체적 증빙 자료 제출이 필수이며, 이를 바탕으로 1차 검증을 거친 뒤 중개사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신고 내용의 신뢰성이 현저히 낮을 경우 접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고도 강조했다. 악의적 허위 신고를 막기 위한 장치도 있다는 게 KISO 측 입장이다. KISO에 따르면 특정인이 고의로 허위 신고를 남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소 14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 신고권이 제한된다. 실제로 중개사가 허위 신고자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하는 사례도 있으며, 이 경우 압수수색 영장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에 신고자 정보가 제공된다고 한다. KISO는 이를 근거로 시스템이 일방적인 '중개사 길들이기'가 아니라 이용자의 알 권리와 중개사의 영업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상호 견제형 자율규제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증빙이 있다고 해도 분양대행사, 시행사, 중개업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시장에서는 신고 자체가 분쟁의 연장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신고의 형식적 요건보다, 그 신고가 실제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또 조사 과정에서 중개사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와 절차적 보호가 보장되는지 여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호 디에이치엘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약관에 동의했다면 자율규제 절차 역시 계약상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전에 고지된 프로세스에 따라 검증과 제재가 이뤄졌다면 이를 일률적으로 위법한 사적 제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관 동의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KISO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공정위 승인 체계 아래 운영되는 민간 자율규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KISO는 공정위 표시광고법 제14조에 따라 설립된 자율심의기구로, 온라인 부동산 광고 자율규약 역시 공정위 승인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며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은 공정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KISO의 현장 검증 역시 표시광고법과 자율규약에 따라 매물 클린관리센터를 두고 검증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토부는 개별적인 자율규제 과정까지 직접 통제하거나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자율시정 결과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인터넷광고재단을 통해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조사 방식의 강제성이나 절차 위반 여부를 직접 컨트롤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송파구 사례처럼 유선 통보 생략이나 강압적 조사 등 절차적 부당성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서는 “정상적인 프로세스라면 신고 접수 후 유선 검증을 거치고, 거기서도 소명이 안 될 때 현장 검증을 나가는 것이 맞다"며 “조사권 남용이나 권익 침해 여부는 공정위 측에 관련 사안을 전달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KISO의 조사 방식 논란과 관련해 “KISO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로, 법적 강제력을 수반한 단속권이나 사법적 권한을 보유한 기관은 아니다"라며 “자체적인 사실 확인 절차는 가능하더라도, 이를 공권력에 준하는 조사나 제재로 보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KISO가 공식적으로 규제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현장에서 중개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강제 조사나 사실상의 제재가 이뤄졌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사적 제재' 논란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중개사가 주장하는 광고 제한 조치 등이 사실이라면 영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단순한 내부 절차로 볼 수 있을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전세보다 싸도 못 산다”… 강동 헤리티지자이 ‘9억 로또 청약’ 결국 현금 게임

서울 강동구 길동, 평소라면 한산해야 할 지하철 5호선 인근 중개업소 거리가 이례적인 열기로 들끓고 있다. '강동 헤리티지자이' 무순위 청약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단 2가구 모집에 “당첨되면 9억 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지만, 현장에서 만난 청년 무주택자들의 표정은 기대보다 체념에 가까웠다. 8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에 풀린 물량은 전용 59㎡ B타입 2가구(102동 704호, 102동 2804호)다. 기존 계약이 불법행위로 취소되며 다시 시장에 나온 물건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접수는 이달 13일, 당첨자 발표는 16일이다. 2024년 10월 입주한 신축 단지로, 지하 3층~지상 33층, 8개 동, 총 1299가구 규모다. 시장 반응은 과열 양상이다. 분양가는 각각 7억3344만원, 7억8686만원으로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에어컨(4대) 등 옵션이 포함된 금액이다. 반면 올해 1월 동일 면적 실거래가는 17억원, 현재 호가는 18억5000만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최소 9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여기에 신축 희소성과 공급 부족, 9호선 연장(길동생태공원역 예정) 등 교통 호재까지 맞물리며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첨되면 자산 점프, 아니면 영원한 추격자'라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흐름이다. 전세시장과 비교하면 왜곡은 더욱 선명해진다. 지난달 같은 면적 전세가가 8억~8.5억원에 형성되면서, 이번 분양가는 전세금보다 낮은 '역전 구조'가 나타났다. 매매·전세 가격 체계가 뒤집힌 이례적 상황에 현장에서는 “청약이 아니라 사실상 복권"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복수 공인중개사 설명을 종합하면, 이 같은 기대는 구조적 배경을 갖는다. 2년 전 분양 당시에도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가격이 시세 대비 크게 낮게 책정됐는데, 그 '저가 분양가'가 그대로 적용된 물량을 현재 시세 기준에서 다시 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과거 가격으로 현재 자산을 매입하는 셈이 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10억 점프가 가능한 거래'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실제 진입 장벽은 높다. 계약 시 분양가의 20%인 약 1억5000만원을 즉시 납부해야 하고, 계약 후 30일 이내에 나머지 80%를 완납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은 LTV 40% 수준에 묶여 약 4억원 내외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당첨자가 실제로 마련해야 하는 현금은 최소 3억8000만원 이상이다. 청약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넣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단기간에 수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계층만 접근 가능한 구조다. 30대 직장인 A씨는 “무주택자 대상이라지만 월급으로 7억을 한 달 안에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결국 부모 지원이 가능한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과 동시에 약 1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현금으로 넣고, 한 달 안에 잔금을 완납해야 하는 조건이라 사실상 즉시 현금 동원이 가능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다"며 “이번 청약은 '현금 있는 사람들만의 리그'"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도 변수다. 해당 물량은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내 입주 및 3년 거주 의무가 적용돼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 레버리지가 차단된 구조라는 점에서 '현금 중심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같은 시간, 전혀 다른 선택이 10억 원의 격차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헤리티지자이 입주 당시부터 시장을 꼼꼼히 살펴봤다는 소식통은 실제 2년 전 분양 당시 일부 수요자들은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분양가 7억 원대 아파트를 취득했다고 귀띔했다. 실투자금은 수천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후 2년 만에 시세가 17억~18억 원으로 급등하면서 순자산이 10억 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 시기 비슷한 가격대의 서울 아파트 전세를 선택하며 저축을 이어간 수요자들은 집값 급등으로 이제는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졌다. 같은 2년 동안 한쪽은 자산이 급증했고, 다른 한쪽은 시장에서 밀려났다. 평범한 직장인의 소득으로는 이 격차를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빌라→구축→신축으로 이어지던 '주거 사다리'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시장은 '자산 보유층'과 '무자산층'으로 양분되며, 아파트는 주거 공간을 넘어 계급을 구분하는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을 해 온 업계관계자는 “강남이 아닌 길동에서도 이런 수준의 시세 점프가 발생했다는 건 서울 전체의 주거 사다리가 붕괴됐다는 신호"라며 “이제 집은 노력으로 사는 자산이 아니라, 당첨으로 획득하는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사례를 두고 “분양가상한제의 전형적인 '역설'이 드러난 사례"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통제하면 당첨자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이 돌아가면서 청약이 '로또화'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강동 사례처럼 과거 저가 분양가로 현재 시세 수준의 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투기적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해서도 짚었다. 박 위원은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나 가점과 무관해 기회는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기간에 수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금 동원력이 있는 계층에 유리하게 작동한다"고 했다. 이어 “분양가를 시장가격에 맞추면 초기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반대로 가격을 억제하면 '로또 청약'이 발생하는 딜레마가 있다"며 “결국 현재 제도는 시장 안정과 형평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20억’ 노량진서 ‘원가’, 반포선 ‘로또’… 계급장 뗀 서울 청약시장

서울 분양시장의 가격 질서가 무너졌다. 같은 20억원이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강남의 20억원은 시세 차익이 보장된 '로또'이고, 노량진의 20억원은 상승한 공사비와 사업비가 반영된 '원가'다. 이 기묘한 역전이 서울 주택시장을 둘로 쪼개고 있다. 7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량진 뉴타운 6구역 '라클라체자이디파인'은 전용 84㎡ 최고 25억8510만원, 59㎡ 22억원 수준의 분양가로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특히 전용 59㎡ 기준으로는 강남권 분양가를 웃도는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는 당초 84㎡ 기준 17억~18억원 수준이 거론됐지만 실제 가격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는 반응과 함께 “입지와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며, 가격 자체보다 '이 가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시장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량진뿐만이 아니다. 흑석동 역시 평당 8000만원 시대에 진입하면서 강남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흑석 11구역 '써밋더힐'은 3.3㎡당 8500만원 수준이 예상된다. 한강 조망과 반포 인접 입지를 앞세워 '서반포'로 불리는 이 일대는 동작구를 사실상 '비강남 하이엔드 시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같은 시기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전용 59㎡ 최고 분양가는 20억4610만원으로, 노량진보다 1억6000만원가량 낮다. 여기에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역시 전용 59㎡ 최고 분양가가 약 18억6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되며, 주변 시세 대비 수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공급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이른바 '로또 분양'으로 불렸고, 특별공급 26가구 모집에 1만9533명이 몰려 평균 7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생애최초 유형에서는 1897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입지 서열이 높은 강남권 단지가 더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비강남권은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분양가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 같은 역전의 배경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있다. 강남·서초·송파·용산 등은 분상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억제되는 반면, 노량진과 흑석은 비적용 지역으로 공사비와 금융비용, 시장 가격이 그대로 반영된다. 결국 같은 26억원이라도 출발점이 다르다. 강남은 할인된 진입 가격이고, 노량진은 상승한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량진 3구역 일대 한 중개사는 “평당 6500만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7000만원 중반에서 8000만원까지 올라온 것이 주변 시세를 반영한 결과"라며 “인근 단지 실거래가가 22억~23억원인데 신축이면 그 이상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분양가만 보면 비싸 보이지만 시세 기준으로 보면 크게 틀린 가격은 아니다"며 “이번 가격 역전은 시장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상한제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강남이 저렴해진 것이 아니라 분상제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눌려 있는 상태라는 해석이다. 이 관점에서는 노량진의 가격 역시 비정상이라기보다 시장 가격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상승의 이면도 분명하다. 조합원 부담은 빠르게 늘고 있다. 노량진 8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분담금이 당초보다 2~3억원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입주권 매도를 고민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프리미엄은 상승했지만 거래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격 상승이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으로 작용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가격을 떠받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공급 부족이 지목된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구조"라며 “매물이 없는데 가격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간 재개발이 지연되며 공급이 묶인 점이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역시 이를 '공급 지연이 만든 구조적 상승'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 가격은 공급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데, 2017~2021년 상승기 당시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며 “당시 충분한 공급이 있었다면 이후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가격이 더 안정적으로 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에서 정책 대출과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수요가 유입되자 빠르게 반등한 구조"라며 “내부적으로는 상승 압력이 우세하고 하락 요인은 금리 등 외부 변수에 제한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파트는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실질적인 물량은 2030년 전후에나 반영될 것"이라며 “이미 공급 타이밍을 놓친 상황에서 단기간 내 가격 안정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특히 서울은 가구 수 증가와 지역 간 인구 이동으로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중소도시부터 조정이 나타나고 수도권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추가 상승 기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노량진은 평당 8000만원 이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현재 가격조차 저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시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인중개사들은 “일반분양보다 입주권 시장이 더 현실적인 가격 기준"이라며 “총투자금 기준으로 이미 26억~27억원 수준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청약이 아닌 입주권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완판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분양가 부담이 커진 만큼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청약 쏠림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본지가 만난 복수의 분양 홍보대행사와 공인중개사들 역시 “일반분양은 소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경쟁률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시장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38.3대 1로 직전 분기(288.3대 1) 대비 급감하며 13개 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청약자 역시 10만명에서 2만명대로 줄었다. 수요자들은 더 이상 '묻지마 청약'에 나서지 않고, 시세 차익이 확실한 단지만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이 시장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가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분양가상한제는 강남에서는 시세차익을 만들어내고, 비강남에서는 공사비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낳았다. 그 결과 강남 당첨자는 '로또'를 얻고, 비강남 실수요자는 '원가'를 감당하는 시장이 형성됐다. 노량진 현장에서도 이 같은 인식은 분명하다. 노량진 3구역 한 조합원은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구조적 불균형이 생긴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반포·서초 쪽이 더 불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노량진과 동작 일대는 앞으로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초동 일대 공인중개사들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노량진이 비싸진 것이 아니라 강남 분양가가 분상제로 눌려 있는 것"이라며 “반포는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돼 당첨 시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이고, 노량진은 공사비와 시장 가격이 반영된 정상 가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강남은 청약으로 싸게 들어가는 시장이고, 비강남은 분양 단계에서 이미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시장으로 완전히 나뉘었다"며 “같은 20억원대라도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 자금이면 반포 청약을 노리는 수요도 적지 않다"며 “노량진과 흑석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접근이 쉽지 않은 시장이 되고 있다"고 살명했다. 장기간 서초 일대 다가구·빌라 투자를 이어온 한 투자자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수년간 재건축을 기다려온 투자자 입장에서는 청약 당첨 한 번으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투자 과정과 무관하게 단기간에 큰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상제로 강남 분양가가 눌리면서 일부 당첨자에게 이익이 집중되고, 재개발·재건축을 기다린 투자자나 실수요자는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며 “시장 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분양가상한제는 원래 선분양제 아래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당연한 제도"라며 “이를 일부 지역에만 적용하고 다른 지역은 사실상 방치하면서 분양가 역전, 상대적 박탈감, 지역 간 갈등이 생긴 만큼 책임은 결국 정책을 선택적으로 운영한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분양현장] 노량진 하이엔드 시대…라클라체자이드파인 견본주택 가 보니

GS건설·SK에코플랜트가 지은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다. 에너지경제신문이 견본주택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이갤러리를 직접 방문했다.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은 우수한 입지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단지를 시작으로 하이엔드 브랜드가 밀집한 뉴타운이 완성되면 향후 인근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다만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와 높은 경쟁률을 부담 요소로 꼽았다.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최고 28층 14개 동 총 1499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이중 조합원 및 임대물량 등을 제외한 전용면적 59~106㎡ 369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위치는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294-220번지 일원 노량진6 재정비촉진구역이다. 노량진 뉴타운은 총 8개 구역 9048가구 규모다. 라클라체자이드파인(1499가구)을 비롯해 오티에르 2개 단지(2992가구, 1012가구), 디에이치(844가구), 아크로(987가구), 써밋(727가구), 드파인 2개단지(579가구, 411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미래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전용면적별 일반분양 물량은 △59㎡A 132가구 △59㎡B 9가구 △59㎡C 28가구 △84㎡A 65가구 △84㎡B 91가구 △84㎡C 20가구 △106㎡A 24가구다. 타입별 분양가는 △59㎡ 19억원 중반~21억 후반대 △84㎡ 23억원 중반~25억원 후반대 △106㎡26억원 후반~30억원 초반대 등으로 책정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3.3㎡당 약 7600만원 수준이다. 이날 견본주택을 찾은 한 40대 여성은 “초창기 진입을 고민 중" 이라며 “보통 뉴타운은 초기 분양가가 결과적으로 저렴해서 지금 들어가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분양가가 높기도 하지만 경쟁률이 워낙 세서 당첨이 힘든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59㎡ 유닛을 둘러본 어린 자녀를 둔 40대 부부는 “전체적으로 수납공간 활용도가 높아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도 “작은 평수라 확장을 하지 않으면 좁은 느낌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또 “4베이 구조가 아닌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단지는 남향 위주로 배치돼 채광 효율을 높였다. 다만 모든 구조에 4베이 구조가 적용된 것은 아니다. 84㎡ 유닛을 둘러본 50대 남성은 “입지도 괜찮고, 현재 신축에 살고있는데도 지금 살고있는 집과 비교하면 마감이나 구조가 좋아보인다"고 했다. 방문객들이 공통적으로 짚은 장점은 우수한 입지였다. 도보 거리에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이 있어, 여의도·서울역·광화문·강남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분양 관계자는 단지 근처에 대형 쇼핑시설과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근처에는 하나로마트와 더현대 서울,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롯데백화점 등이 위치해있다. 보라매병원,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중앙대학교병원, 강남성심병원 등 주요 의료시설로도 접근이 쉽다. 단지 인근에 초·중·고등학교가 고르게 밀집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영화초, 영등포중, 영등포고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있다. 분양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만큼 커뮤니티 공간이 잘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독서실, 휘트니스 클럽, 다목적 체육관, 게스트 하우스 등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비돼 있었다.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총 3개실 규모로 마련돼있다. 손님이 찾아와 묵을 곳이 필요할 때 일정 요금을 내고 미리 예약을 하면 사용 가능하다. 분양 일정은 오는 13일 특별공급, 14일 1순위 해당지역, 15일 1순위 기타지역, 16일 2순위 청약 순으로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일은 22일이고, 정당계약은 다음달 4일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입주는 2028년 11월 예정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르포] 길 하나 건너 10억 차이…동마포·북아현, 가격 갈림길은 ‘입지’ 아닌 ‘시간’

서울 서북권 핵심 주거벨트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지역 간 가격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마포구 아현·공덕 일대 '동마포'와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의 아파트값은 단지별 기준으로 최대 10억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단순 입지보다 정비사업 속도와 지연 리스크가 가격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 일대는 서울 도심 재개발의 대표 축으로, 동일 생활권 내에서도 사업 완료 여부에 따라 가격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례로 꼽힌다. 실제 두 지역은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지만 가격은 사실상 한 단계 이상 차이를 보인다. 6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동마포 일대는 아현뉴타운을 중심으로 신축 대단지가 밀집한 '완성형 주거지'의 모습이었다. 단지 외관과 상가, 보행 동선까지 전반적으로 정돈된 분위기가 이어졌고, 공덕·아현·염리 일대 대단지 아파트들이 시세를 견인하며 서북권 핵심 상급지로 자리 잡은 흐름이 뚜렷했다. 최근 실거래 기준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28억5000만~29억6000만원, 래미안마포리버웰은 29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가격 상단을 형성하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25억~26억원대 거래가 확인되고, 상단 호가는 27억원 안팎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다. 일부 단지는 30억원에 근접하며 동마포는 사실상 '준강남급'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촌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같은 생활권이지만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의 완성도가 갈리는 모습이다. 북아현뉴타운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완성 단지들의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실거래 기준 e편한세상신촌은 20억~23억원대, 신촌푸르지오와 힐스테이트신촌은 19억~20억원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두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단지와 거래 시점에 따라 편차가 크다. 시장에서는 상단 단지 기준 최대 6억~10억원 수준의 차이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단지 내부에서도 입지 체감에 따라 가격이 세분화된다. e편한세상 신촌 3·4단지는 평지 동선과 역 접근성으로 선호도가 높은 반면, 1·2단지는 경사와 동선에 따라 체감 편의성이 달라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완성 프리미엄'과 '지연 디스카운트'로 설명한다. 동마포는 이미 인프라와 주거 환경이 구축된 상태에서 가격이 형성된 반면, 북아현은 사업 지연과 추가 분담금 등 불확실성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입지 자체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현지 중개업계는 북아현뉴타운 역시 동마포와 사실상 동일 생활권에 속한다고 본다.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호선 아현역을 중심으로 동마포와 북아현이 연결돼 있고, 공덕·여의도·광화문·서울역까지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라며 “2·3구역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대규모 주거벨트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에는 사립초와 주요 대학이 인접해 있고, 세브란스병원과 강북삼성병원 등 대형 병원 접근성도 좋아 생활 인프라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가격 격차의 본질은 입지가 아닌 '완성도'다. 이미 생활 인프라와 상권, 주거 환경이 구축된 상태에서 가격이 형성된 동마포와 달리, 북아현은 사업 진행 여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구조다. 북아현뉴타운은 총 5개 구역 가운데 1-1·1-2·1-3구역만 입주를 마치며 '절반 완성'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핵심 사업인 2·3구역은 장기간 정체돼 있으며, 완성된 신축 단지와 사업이 멈춘 구역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가 형성돼 있다. 전체 사업이 완료될 경우 약 1만2000세대 규모의 대규모 주거벨트가 조성될 전망이지만, 현재는 개발 진척도에 따른 격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특히 북아현3구역은 약 26만3100㎡ 부지에 4700여 가구 규모로 추진되는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 중 하나다. 2008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26년 기준 약 18년째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11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도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장기간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연을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정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합 내부 갈등과 행정 변수, 사업 구조적 복잡성이 결합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조합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이견이 지속되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총회 운영을 둘러싼 갈등과 법적 분쟁 등이 이어지며 사업 일정이 영향을 받아 왔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외부 규제보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합 내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연 흐름 속에서 사업비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공사비는 3.3㎡당 300만원대에서 700만원대 수준으로 상승했고, 총사업비 역시 초기 약 8000억원에서 3조원대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증가 압력이 구조적으로 커지는 재개발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 나온다. 북아현2구역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1+1 분양' 이슈와 행정 절차 변수 등이 맞물리며 관리처분인가가 지연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법적 쟁점 일부는 정리됐지만 행정 판단과 사업 조율 과정에 따라 일정 변동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북아현뉴타운은 단순한 사업 지연 사례를 넘어, 조합 내부 갈등, 행정 변수, 사업비 증가가 맞물린 복합 구조를 보이는 지역으로 분석된다. 입지와 규모 측면에서는 서울 도심 핵심 주거지로 평가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사업 속도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격차는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북아현3구역 일대는 노후 저층 주택과 일부 정비된 구역이 뒤섞여 있고, 좁은 골목과 경사 지형이 남아 있다. 바로 인근의 신축 단지와 대비되며 동일 생활권 안에서도 환경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주 시점이 불확실해 주택 보수를 미루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현지 설명이다. 특히 북아현에서는 '시간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북아현2구역 조합원 A씨는 “2017년 매수 당시만 해도 5년 내 입주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착공 시점조차 불확실하다"며 “재개발은 수익보다 시간이 변수라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시간을 감수한 투자'로 보면서도, 동시에 장기 지연 시 기회비용 부담이 커지는 전형적인 고위험 구조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입지 경쟁력 자체는 여전히 높다. 북아현은 2호선을 중심으로 광화문·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까지 30분 내 접근이 가능한 직주근접 입지다. 조합원 A씨는 “20억원대 중반 투자로 30억원대 아파트를 기대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언제' 실현되느냐"라며 “재개발은 시간으로 수익을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북아현 일대의 기반 여건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서대문구는 북아현 과선교를 개통하고 금화터널 인근 도로를 확충하는 등 교통망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의중앙선으로 단절됐던 북아현동과 충현동이 연결되며 신촌 방면 접근성이 개선됐고, 금화터널 일대 정체도 일부 완화됐다. 여기에 경의선 지하화(서울역~가좌역 5.8㎞)와 성산로 입체복합개발 등 대형 사업도 추진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분명하다.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교통이나 입지 개선이 아니라 사업 완료 시점, 즉 '시간'이다.결국 두 지역의 격차는 입지가 아니라 시간의 차이다. 동일 도심 안에서도 정비사업의 속도와 안정성이 자산 가치를 갈라놓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 아파트 ‘15억의 저주’… 대출 규제가 부른 ‘외곽 폭등·강남 침체’ 양극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정부의 대출 규제선인 '15억원'을 기점으로 거대한 칸막이가 쳐진 형국이다.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6억원)를 활용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실수요자가 몰리며 신고가가 속출하는 반면, 대출 문턱이 높은 강남권 상급지는 매수세가 끊기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4일 KB부동산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중소형 아파트(전용 60~85㎡)의 평균 매매 가격이 이달 15억 1,022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5억 원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14억 원을 돌파한 지 단 5개월 만에 1억 원이 더 오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부른 '규제의 역설'로 풀이된다. 현행 대출 규제상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15억 원을 넘어서는 순간 한도가 4억 원으로 급감한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최대한 끌어쓸 수 있는 15억 원 이하 매물에 몰리면서, 가격이 15억 원으로 수렴하는 '키 맞추기' 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8건(81.3%)은 15억 원 이하에서 이뤄졌다. 지역별 온도 차는 실거래 사례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국 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 84㎡가 지난달 2일 12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동일 면적 기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종전 최고가는 같은 해 2월 5일 거래된 12억2000만원이었다. 성북구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는 최근 15억 4,000만 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15억 원 선을 돌파했다. 이 단지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13억~14억 원대에서 거래되던 가격이 단기간에 1억 원 이상 뛰어오르며 '대출 마지노선'에 맞춰 가격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외곽 지역 중소형 아파트가 연이어 10억 후반~15억 구간으로 올라서면서, 실수요가 몰린 가격대에서 상승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상급지'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거래 현장에서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는 1분기 누적 상승률이 0.11%에 그치며 사실상 보합 수준에 머물렀고, 최근에는 주간 기준으로 하락 전환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거래 현장에서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간헐적으로 체결되는 모습이다. 예컨대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주요 단지에서는 직전 최고가 대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낮춘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거래 성사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보유 부담을 느낀 매도자들이 선제적으로 물건을 내놓고 있는 반면, 매수자들은 대출 규제에 막혀 적극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5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현금 비중을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매입이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강남권 시장은 거래량이 줄고 가격은 약세를 보이는 '거래 절벽형 하락' 양상이 나타나며, 점차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국평(국민평형)' 이하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중 전용 85㎡ 이하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36.8대 1에 달했으나, 85㎡ 초과는 6.9대 1에 그쳤다. 분양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겹치자 대형 평형의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수요자들이 소형 평형으로 대거 눈을 낮춘 결과다. 문제는 고소득자라 하더라도 부모의 자산 조력(증여 등)이 없는 이른바 '자수성가형' 그룹은 대출 벽에 막혀 상급지 진입이 원천 차단된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자산 형성과 상급지 이주를 목표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며 서울 외곽에서 근무해온 연봉 2억 원대의 전문직 직장인 김 모 씨(40)는 최근 오른 서울 집값을 보고 큰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높은 소득을 올려도 대출 규제 칸막이에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에 가로막혀 서울 상급지 내 가족이 살 집을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만 급매물을 쓸어 담는 불공정한 구조"라고 성토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시장 변화를 넘어 주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고령층이 보유세 부담 등을 고려해 매물을 내놓으면서 강남권과 일부 한강벨트 가격은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30~40대는 주식시장 호황과 공급 부족 체감 속에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 신호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시장의 엇갈린 흐름을 만든 결과"라고 부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25억 하이엔드에 포위된 ‘4평 청년들’… 노량진의 위태로운 공존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3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1번 출구. 컵밥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서울의 과거와 미래가 날카롭게 맞물린 현장이 펼쳐졌다. 수십 층 높이의 아파트 골조가 예고하는 화려한 미래는 약 9000가구 규모의 '부촌'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 골목 안에서 방을 찾는 청년들에게 노량진은 이제 '머물고 싶은 곳'이 아닌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섬'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지를 만난 복수의 공인중개업자는 “요즘은 방 하나 나오면 길어야 2~3주면 다 빠진다"며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서울에서 이 가격대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5만원. 숨만 쉬어도 주거비 70만 원이 나가는 4평 남짓한 방마저, 매물로 나오면 2주를 채 넘기지 못하고 계약이 끝난다. 이것이 4월 노량진의 현재다. 손바닥만 한 고시원부터 다가구 원룸까지 상태가 괜찮은 매물은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진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주택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울 역시 70%를 넘어섰다. 전세 물량 감소와 보증금 부담 확대 속에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노량진은 이 변화가 가장 먼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보증금 1000만 원 기준)으로 집계됐다. 성균관대(73만8000원), 이화여대(71만1000원) 등 일부 지역은 이미 70만 원을 넘어섰고, 신축의 경우 100만 원을 웃도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 임대사업자 제도 변화 등이 맞물리며 월세 중심 구조가 강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노량진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코로나 이전 대비 약 5~10% 수준 상승에 그치고 있지만, 체감 부담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원룸월세를 전문으로 하는 공인중개업자는 “겉으로 보면 몇 만 원 오른 수준"이라며 “노량진은 구조적으로 구축의 초저가 월세 시장이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함부러 월세를 못 올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은 원래 공시생과 대학생, 사회초년생이 유입과 이탈을 반복하는 '회전형 월세 시장'이었다. 시험 일정이나 학기 단위로 수요가 빠르게 교체되면서 공실과 계약이 순환하는 구조다. 최근 수요층이 바뀌고 있는 흐름이 감지된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줄어든 자리를 여의도·용산·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채우면서, 시장은 '정체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입주하면 장기간 거주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매물 회전율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과거에는 계절이나 시험 주기에 따라 일정 수준의 공실이 발생했지만, 현재는 공실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예전에는 수험생들이 빠지면 바로 다음 수요가 들어오면서 시장이 돌아갔지만, 지금은 직장인들이 들어오면 2~3년씩 거주하면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가격 문제가 아니라 방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량진은 '저렴한 주거지'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골목 풍경은 불과 몇 분 거리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구역에서는 철거와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 전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8구역, 약 900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뉴타운에는 '아크로', '디에이치', '오티에르' 등 하이엔드 브랜드가 들어설 예정이다. 23년 만에 첫 일반분양도 시작된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다음 달 6구역 '라클라체자이 드파인' 36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며, 대부분 구역이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진입하면서 사업은 사실상 막바지에 들어섰다. 용적률 완화가 적용될 경우 전체 공급은 9800가구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첫 분양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는 24억~25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같은 지역 안에서 월 50만원대 원룸과 20억원대 아파트가 공존하는 구조는, 노량진이 겪고 있는 주거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6구역 지근거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이미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노량진은 입지상 중장기적으로 서남권 핵심 주거지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이드파인의 실제 매수를 검토 중인 한 직장인은 “노량진은 대규모 신축 단지가 들어서면서 주거 위상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9호선 급행 등 교통과 신축 메리트를 고려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량진이 기존 고시촌 이미지에서 벗어나며 빠르게 신축 중심 주거지로 전환될 것이라는 청사진이었다. 노량진재개발 지역 투자에 관심이 높다는 여의도 근무 직장인은 “서남권은 그동안 낙후된 주거지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재개발과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주거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흑석·상도·노량진·신길을 축으로 신도림·영등포까지 이어지는 주거벨트가 형성되면서 실수요 기반의 거래도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노량진은 오랜 기간 저렴한 방값을 기반으로 청년들이 사회 진입 전 머무는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재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일부 구역에서는 이미 이주와 철거가 진행되고, 나머지 구역도 이주를 앞두면서 고시원과 다가구 주택 등 저가 주거지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대신 그 자리는 고가 아파트와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가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공시생들을 위한 고시뷔페가 있어 365일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물가도 낮은 편이라 생활하기 부담이 적다. 나름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라는 점도 장점"이라면서도 “동네가 좋아지는 건 환영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이 사라질까 걱정된다"며 “결국 더 먼 곳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가구 주택을 임대하는 한 집주인은 “집값이 오르고 결국 고시촌이 사라지면, 이곳을 기반으로 형성된 대형 학원가도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그 시점이 되면 노량진 고시촌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엔드 아파트 숲이 올라가는 사이, 청년들의 마지막 보루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노량진은 지금 '저가 주거 마지막 방어선'에서 '붕괴 직전 단계'로 이동 중인셈이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노량진 고시촌은 청년층을 수용해 온 저렴한 주거지지만, 동시에 안전과 주거 환경 측면에서 개선 필요성이 큰 공간"이라며 “재개발 과정에서 단순히 철거·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적정 임대료 기반 주거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을 통해 기존 기능을 보완하고, 학원가와 결합된 지역 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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