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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주택 강조’ 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5차례 전세 거쳐 서울 아파트 매수

과거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재직 당시 과도한 전세나 대출 부담 없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3년 동안 다섯 차례 전셋집을 옮긴 뒤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홍 후보자의 주거 이력과 현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배치된다고 비판하며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2012년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하기 직전 보유하고 있던 경기 수원시 성원아파트를 2억5000만원에 매도했다. 홍 후보자는 같은 해 8월 보증금 3억5000만원에 노원구 건영아파트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8월에는 같은 노원구에 있는 그린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전세보증금 3억1000만원을 지급했다. 2018년에는 보증금 4억1500만원인 수원 래미안노블클래스로 거처를 옮겼다가 같은 해 다시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아파트로 이사했다. 당시 영등포구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은 5억7000만원이었다. 이어 2021년에는 전세보증금 9억2500만원에 영등포구 당산롯데캐슬에 입주했다. 2012년 수원 아파트를 처분한 뒤 노원과 수원, 영등포 등에서 다섯 차례 전셋집을 옮긴 셈이다. 홍 후보자는 이후 지난해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구로구 신도림태영타운아파트를 10억500만원에 매수해 현재 거주하고 있다. 주택 매수 과정에서는 매매가격의 절반 이상을 금융기관과 가족에게 빌려 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영끌 매수' 논란도 제기됐다. 홍 후보자는 주택담보대출로 3억6700만원을 조달했고, 배우자는 중도금 2억원을 지급하기 전날인 지난해 4월 15일 모친으로부터 1억7000만원을 빌렸다. 배우자는 연 4.6%의 이자를 지급하고 1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한 뒤 원리금을 균등 상환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올해 변경계약을 통해 원금 상환 유예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홍 후보자가 과거 기본주택을 설명하며 내놓은 발언과 실제 주거 이력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홍 후보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인 2021년 11월 기본주택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과도하게 전세, 또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할 필요가 없이 적정한 금액에 안정적으로 본인이 원할 때까지는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수단을 보급하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장관이 올라탄 주거 사다리를 이제 국민은 이용하기 어렵다"며 “정부 고위직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전세 갈아타기를 적극 활용하고 국민은 더 이상 쓰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 이재명 정권 부동산 정책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 측은 해당 아파트 매입이 투자나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가 아니라 실거주 목적이었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자 측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아파트는 시세차익이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는 현재도 해당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다만 홍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전세나 대출을 이용한 내 집 마련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라기보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장기 거주가 가능한 공공주택을 공급하자는 기본주택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홍 후보자의 실제 주거 이력과 기본주택 관련 발언이 정책적 소신과 배치되는지는 향후 인사청문회의 주요 공방 소재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철도계획에 묶인 신용산 재개발…공단 “설계 끝나야 부지 매각 판단”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구역 안에 포함된 국유 철도용지의 매입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은 정비구역 지정이 철도계획보다 앞섰고 정당한 가격을 지불할 의사도 있지만 국가철도공단이 구체적인 설계가 나오지 않은 장래 철도사업을 이유로 매각 협의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단은 해당 토지가 수색∼광명 복선전철과 경부선 철도지하화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관련 설계가 확정되기 전에는 처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인가받은 도심 정비사업과 이후 추진된 국가철도계획이 한 땅을 두고 충돌하면서 주택 공급 일정과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가철도공단과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조합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정비구역 안에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2-226 일대 국토교통부 소유 철도용지 22개 필지, 총 2245.3㎡가 포함돼 있다. 공단은 이 토지를 관리하고 있고, 현재는 철도 선로 주변 대지로 이용되고 있다.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은 대지면적 1만3963.1㎡에 공동주택 2개 동과 업무시설 1개 동을 짓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다. 계획된 공동주택은 총 324가구이며 조합은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는 2023년 12월 이뤄졌고 현재 조합원 분양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합은 사업 추진을 위해 구역 곳곳에 분포한 철도용지를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현재 수립된 건축계획에 따라 착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국유지를 무상으로 넘겨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평가액을 지급하고 유상 매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철도 설계도 없이 협의가 장기간 보류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은 정비계획과 철도계획의 수립 시점 및 효력이다. 이 지역은 201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철도용지 일부가 사업구역에 포함됐다. 이듬해 발표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현재 쟁점이 된 수색∼광명선이 신규 추진사업으로 처음 반영됐다. 이후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도 수색∼광명 복선전철 사업이 포함됐다. 조합은 정비구역이 먼저 지정됐고, 당시 공단의 전신인 한국철도시설공단도 방음벽 설치와 구역 내 철도용지 매수 등의 의견을 제시했을 뿐 구역 편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비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 후속 철도계획을 이유로 매각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공단의 설명은 다르다. 공단은 2019년 정비계획 변경 협의와 2023년 사업시행인가 신청 협의 과정에서 수색∼광명 복선전철 사업을 이유로 해당 철도용지를 사업구역에서 제외하거나 현 단계에서는 협의가 어렵다는 의견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매각 제한의 근거로 국유재산법 제48조 제1항 제3호와 재정경제부의 '2026년 국유재산 처분기준' 제4조를 들었다. 해당 토지가 국가의 행정 목적에 필요한 재산이어서 매각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조합이 국유지를 유상 매입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점은 공단도 인정했다. 다만 공단은 “도시정비법에 따른 유상 매입 근거는 있으나 국유재산법과 국유재산 처분기준에 따르면 처분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수색∼광명 복선전철뿐 아니라 철도지하화 사업도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공단은 해당 부지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른 수색∼광명 복선전철과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에 따른 경부선 철도지하화 통합개발계획에 관련돼 있어 공단과 관계기관의 검토 의견을 반영한 조치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색∼광명 복선전철 사업은 올해 8월 기본계획 고시를 마쳤다. 그러나 철도 구조물의 정확한 배치와 지적 경계는 향후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공단은 철도사업의 설계가 완료되고 사업실시계획이 승인돼야 해당 토지 가운데 매각할 수 있는 범위와 계속 보유해야 할 범위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업실시계획 승인 이후에도 계획 변경 가능성이 있으며 승인은 국토교통부 고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조합이 요구하는 일부 매각이나 조건부 매각 등의 대안도 당장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다. 공단은 “정확한 구조물 배치와 지적 경계가 향후 기본·실시설계 단계에서 확정되므로 세부 사항은 수색∼광명 복선전철 설계 단계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이처럼 매각 결정이 수년 뒤로 미뤄질 경우 사업 일정뿐 아니라 토지 매입비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합 측에 따르면 2023년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 철도용지 평가액은 약 280억원이다. 그러나 인가 이후 3년이 지나는 올해 12월까지 매입하지 못하면 재감정을 받아야 해 매입비가 약 340억∼360억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합 추산대로라면 매입 지연에 따른 추가 부담은 60억∼80억원에 달한다. 조합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경우 116명인 조합원의 분담금과 사업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공단은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공단은 “사업시행계획인가 후 3년 이내 매각하지 못한 국유지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매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가격 차이는 공단이 알 수 있는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단이 매각수입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협의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조합 일각의 의혹도 부인했다. 해당 토지는 공단 소유가 아닌 국토교통부 소유 국유재산으로, 매각대금은 국고에 귀속돼 공단 수입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공단은 앞서 조합에 보낸 회신에 담긴 '향후 철도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가 필요할 경우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공단은 해당 회신을 보낸 올해 3월 당시 수색∼광명 복선전철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뒤 기본계획 용역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철도망계획 저촉 가능성을 알리고 무분별한 지장물 설치로 국가 재정이 매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도 예정지 관리 과정에서 통상 사용하는 포괄적인 유의 사항을 기재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단은 “공동주택과 업무시설 등 영구건축물을 신축한 뒤 원상복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은 타당하다"며 “본 건은 건축 완료 후 원상복구를 조건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조합은 매입 협의가 더 늦어지면 노후 건축물의 안전 문제도 심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역 내 일부 건축물은 외벽 등이 떨어져 용산구청이 현장을 점검하고 소유주에게 위험성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건축물도 낡아 하루빨리 개발돼야 하는데 부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편과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의 갈등은 인근 정비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합 측은 신용산역 북측 제2구역과 정비창 전면구역, 남영동·동자동 등 철도 주변 정비사업에서도 유사한 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단은 용산구 내 협의 대상 사업장의 정확한 수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등 개발사업에 공단 소관 국유지가 포함되면 협의 대상이 되지만 사업계획 수립과 제출은 지자체와 사업자 소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이미 인가 단계에 들어간 정비사업과 장기 철도계획의 충돌을 조정할 행정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시설에 필요한 토지 범위를 신속히 구체화하고, 철도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는 일부 매각이나 정비계획 조정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노인주택 좋다는데…중산층은 갈 곳이 없다②

요양원을 가기엔 건강하고, 기존에 살던 집에서 살기엔 안전과 돌봄이 걱정되는 실버세대에게 '집 아니면 요양원'으로 좁혀진 선택지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들에게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이 '노인주택'이다. 노인주택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노인 생활 특성을 배려해 물리적 거주 조건이나 서비스가 제공되고, 다수의 노인이 모여 거주하며, 노인의 자립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건축물 및 인적서비스가 지원되는 주택'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노인이 입소해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생활하는 시설은 요양원이 해당되는 '노인의료복지시설' 이므로 이는 제외한다. 노인주택 중에서 '중산층' 실버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을 찾는다면 또 다른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노인주택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주택'과 '고령자복지주택'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각각 다른 법적 근거에 따라 운영된다. 이는 정책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주택은 보건·돌봄 등 복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반면, 고령자복지주택은 저소득 주거약자 노인의 안정적인 주거 공급에 집중한다. 노인복지주택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것으로 공공과 민간 모두 공급할 수 있다. 중산층 이상을 포함한 노인의 보건·돌봄·시설 운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건축법상 노유자시설,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되며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고령자복지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임대주택이다. 이는 취약계층 노인의 안정적 주거 확보를 목표로 한다. 국토교통부 소관 사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주도해 공급한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중산층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택이 아니다. 결국 중산층 실버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노인주택은 노인복지주택으로 좁혀진다. 노인복지주택은 시니어스타워·더 시그넘 하우스·노블레스타워 등 전국에 38개소가 있다. 노인복지주택과 유사하지만 단독취사가 허용되지 않는 대신 급식을 제공하는 (유료)양로시설 192개소까지 포함하면 중산층 실버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 230개소가 수준이다. 노인복지주택의 운영 주체는 크게 대기업·재단, 병원·종교단체, 민간사업자로 구분할 수 있다. 노인복지주택 임대사업은 임대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므로 사업주체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추가적인 수입이 없는 은퇴한 중산층에게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건국대에서 운영하는 '더 클래식 500'의 보증금은 9억원·월 생활비는 세대당 500만원이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 노블카운티'는 보증금 3억~6억원·월 생활비 336만원이다. 송도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는 보증금 4~5억원·월 생활비 160만원이다. 천주교회 인천교구에서 운영하는 '마리스텔라'는 보증금 2.5억~3.5억원·월 생활비 145만원이다. 단, 더 클래식 500은 단일 평수로 56평형 기준이다. 노인주택 시장이 고가로 형성돼있는 가운데 중산층 실버세대에게 충분한 선택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고, 서울시도 공급 확대에 나섰다. 시는 지난 4월 '서울형 시니어주택 공급 촉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고가 실버타운 위주로 편성된 시니어주택 시장에서 약 49만명에 달하는 서울 중산층 실버세대가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시는 중산층을 포함한 실버세대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각종 도시 건축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규제를 완화해 민간사업자 참여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2035년까지 서울형 시니어주택 1만2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복합개발하는 민간 컨소시엄의 사업자가 노인복지주택을 공급하는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 컨소시엄 규모에 맞춰 노인복지주택도 500세대 이상 대형 규모로 개발하는 추세다. 실제로 청라지구에 인천경제자유청 보유의 의료복합용지를 공모 방식으로 사업자 공모한 결과, 아산병원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병원과 오피스텔 2800세대·노인복지주택 1100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롯데호텔의 노인복지주택 운영 브랜드인 'VL르웨스트'는 서울 강서구 마곡에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보유한 마곡 MICE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한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복합개발이 중산층 실버세대 선택지를 확충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소득과 자산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노인복지주택이 얼마나 공급되느냐가 관건이다. 서울시도 이를 고려해 민간 사업자가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 역세권 내 노인복지주택 등을 30% 이상 확보하면 공공기여를 10% 완화하고, 50% 이상 확보하면 공공기여를 20% 완화한다.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시니어주택 건축 시 무장애 설계 등을 적용하면 조례상 용적률의 최대 10% 범위 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2단계 이상 용도지역 상향도 적용할 방침이다. 공공기여 5%포인트(p) 완화, 제1종 전용 주거지역 내 노인복지주택 허용 등 기준도 정비했다. 도심 인프라 활용이 가능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에서 시니어주택을 도입할 경우 최대 200%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건물 높이도 최대 30m까지 완화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폐교하거나 통폐합한 학교 부지에 이를 건립할 경우에는 건폐율·용적률을 완화하는 조례 개정도 추진 중이다. 노인복지주택 공급이 확대되고 보증금과 월 생활비 수준이 감당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질 필요가 있지만, 은퇴이후 월 생활비를 지불하는 방식에 대해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불하는 생활비에 주거비·관리비·식비·돌봄비 등이 포함됐음을 고려하면 지불할 만한 수준일 수 있다"며 “자가를 가진 고령자라면 기존 주택을 임대해 얻는 수입으로 비용 일부를 충당하는 등 기존 주택 자산을 노후 생활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강신철 국방장관 후보자 아들, 이모·이모부에게 7억1550만원 빌려 분당 상가 매입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상가를 매입하면서 이모와 이모부로부터 7억1550만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 가운데 2억1550만원이 10년간 무이자로 차용됐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기획 증여'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 측은 법적 절차와 세무 기준을 준수한 정상적인 거래라고 반박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천 권한대행은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을 찾아 강 후보자 장남의 상가 매입 자금 출처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1996년생으로 29세인 강 후보자의 장남은 지난 6월30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양지마을 단지 내 상가를 7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6월 학군장교로 전역한 뒤 중견기업에 취업해 근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천 권한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의 장남은 후보자의 처형과 동서, 즉 자신의 이모와 이모부에게 총 7억1550만원을 10년간 빌려 상가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이모에게 빌린 5억원에는 연 4.6%의 이자가 적용됐고, 이모부에게 차용한 2억1550만원은 무이자 조건이었다. 천 권한대행은 이모·이모부가 공동 소유한 양지마을 아파트의 등기부등본과 차용증에 적힌 생년월일을 대조해 자금 대여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역시 양지마을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천 권한대행은 “세상에 어느 이모와 이모부가 취업한 지 1년밖에 안 된 29세 조카에게 7억원을 선뜻 빌려주느냐"며 “말이 차용이지 치밀하게 계획된 가족 간 증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이자로 빌린 2억1550만원이 세법상 증여세 과세 여부를 가르는 약 2억1700만원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 세법은 특수관계인에게 무이자 또는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 얻은 이익이 연간 1000만원 이상이면 해당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법정 적정이자율 4.6%를 적용하면 무이자 차용 원금 약 2억1700만원까지는 연간 이익이 1000만원을 밑돌게 된다. 천 권한대행은 “이모부에게 무이자로 2억1550만원을 10년간 빌려 증여세를 피할 수 있는 무이자 차용 한도를 사실상 꽉 채웠다"며 이른바 '이모부 찬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층에 적용되는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규제와도 비교했다. 천 권한대행은 “2030세대는 신혼집을 구하려 해도 부동산 규제로 6억원 이상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데 누구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7억원을 빌려 재건축을 앞둔 상가를 샀다"고 지적했다. 양지마을은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했던 아파트가 있는 단지다. 천 권한대행은 “이 대통령은 부동산 민심을 고려해 17억원의 근저당까지 설정하면서 양지마을 아파트를 처분하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국방부 장관 후보자 가족은 재건축을 노리고 가족 사금융을 통해 양지마을 상가를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 근절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강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가와 관련 채무가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에 첨부된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에서 빠진 점도 논란이 됐다. 천 권한대행은 7억원에 이르는 장남의 부동산과 채무가 누락됐다며 고의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 후보자 측은 단순한 실무상 누락이라는 입장이다. 후보자 측은 “국회에 제출된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에서 장남의 부동산 내역이 누락된 사실을 지난 4일 발견했다"며 “즉시 국회와 관계기관에 설명하고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부동산은 2026년 정기 재산신고 이후 취득한 재산으로 관련 지방세 납부 내역은 인사청문요청안에 이미 첨부했다"며 “정기 재산신고 내역을 토대로 공개목록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추가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용 거래에 대해서도 후보자 측은 “법적 절차와 세무 기준을 모두 준수한 정상 거래"라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이자 지급 내역과 장남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능력, 차용금의 구체적인 사용처 등은 향후 인사청문 과정에서 추가로 검증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싸게 산 건 아냐”…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 ‘영끌 아파트’ 1년새 4억7000만원 올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매매대금의 절반 이상을 빌려 마련해 '영끌' 논란이 불거진 서울 구로구 신도림태영타운아파트는 당시 시세보다 특별히 싸게 매입한 주택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후보자가 매입한 뒤 1년여 만에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격이 약 4억7000만원 뛰었지만, 현지에서는 특정 거래가 아닌 단지 전체의 가격 상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회 인사청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홍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신도림태영타운 전용면적 84.87㎡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10억500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억원을 낸 뒤 4월 중도금 2억원, 5월 잔금 7억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자금 가운데 3억6700만원은 은행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했다. 후보자의 배우자는 중도금 지급 전날 모친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렸다. 금융기관과 가족에게 빌린 돈은 총 5억3700만원으로 매매가격의 약 53.4%다. 해당 거래를 두고 야권에서는 '영끌·빚투 매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홍 후보자가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11월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과도한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없는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현지 중개업계는 후보자의 매입가격이 당시 시세와 비교해 특별히 낮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당시 같은 면적이 10억원대 초·중반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10억500만원이면 싸게 산 것은 아니다"며 “집이 없던 사람이 실거주 목적으로 산 것으로 보이고, 해당 거래만 갖고 투기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매입 이후 단지 가격은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주택은 지난달 7일 21층이 14억7500만원에 거래돼 최근 3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후보자의 매입가격과 단순 비교하면 상승 폭은 4억7000만원에 달한다. 다만 동·층·향 등 주택 조건이 달라 이를 후보자가 실현한 시세차익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현지 중개사는 가격 급등 배경에 대해 “지난해 6월 전후로 거래가 갑자기 늘면서 가격이 계속 올랐다"며 후보자 소유 주택만이 아니라 단지 전체에서 나타난 시장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 측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매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후보자 측은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현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3월 남양주 부시장 재직 당시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고 이후 실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5월부터 살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전셋집과 약 4.5㎞ 떨어진 곳으로, 당시 홍 후보자의 근무지인 경기 남양주시와 배우자의 직장인 인천 서해구까지의 출퇴근 거리 및 기존 생활권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배포한 보도 설명자료 이상의 후보자 입장이나 의견을 별도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장모에게 빌린 1억7000만원과 관련해 “이자소득세는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후보자 측은 실제 지급한 이자액과 현재까지 상환한 원금, 원금상환 유예기간을 변경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답하지 않았다. 매입이 정상적인 시세에 따른 실거주 목적이었다는 해명과 별개로, 가족 차용금의 구체적인 상환 내역과 과거 과도한 대출 수요를 지적했던 발언과의 정합성은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년 장기전세 첫 만기 온다…‘주거사다리’ 순환구조 시험대

2007년 서울시가 중대형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한 이래로 20년이 지나 첫 만기가 도래한다. 서울시는 초기 입주 가구 퇴거가 시작되면 이를 장기전세주택과 미리내집으로 다시 공급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세주택이 다음 무주택 시민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지속하고, 주거사다리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8일 시에 따르면 2027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약 9300가구를 반환받아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서민이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수준인 보증금을 내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으로 중산층 주거정책에 해당한다. 장기전세주택은 누적 4만5715가구가 공급됐으며, 이는 올해 5월 말 기준 SH가 보유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약 12%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영구·국민임대, 행복주택 등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올해 9월 기준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년 6개월이었다. 이를 두고 시는 “상당수 가구가 안정적인 거주기간 동안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저축과 청약을 준비한 뒤, 최장 거주기간을 채우기 전에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등 다음 주거단계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SH 패널조사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월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하고 있었으며, 청약통장 보유율은 83.7%였다. 시는 8일 장기전세주택 첫 20년 만기 도래를 1년여 앞두고 실제 입주민·퇴거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장기전세주택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준비 중인 입주민·퇴거자 13명, 주거·부동산 전문가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주거비 절감과 저축, 자산 형성, 청약과 내 집 마련 경험을 공유하고 제도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김 씨는 “저렴한 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할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20년 만기 주택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 없이 재공급할 계획이다. 지난 7월 강동·송파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이 분양전환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입주민들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했지만 시는 당초 공급 원칙과 신규 무주택자의 입주 기회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최장 20년 거주·분양전환 불가 원칙은 2007년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 단계부터 명시해 온 기본 원칙"이라며 “만기가 도래한 뒤에는 해당 주택을 다른 무주택 시민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순환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도입 이후 올해 9월 기준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는 1만5529가구다. 이는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다. 이 중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퇴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누적 공급량 기준으로 3분의 2는 계약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퇴거 전인 상황임을 의미한다. 소득 증가율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높은 상황에서 장기전세주택이 주거 사다리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변 전세 시세의 80% 수준 보증금을 내고 20년 동안 잘 살게 해주면 큰 메리트를 준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몇 년만 벌어져도 전세 월세 매매가격 상승을 못 따라간다"며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전세대출 길도 다 막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임대주택 제도 설계가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없이 만기가 도래한 입주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영구임대주택이 아닌 이상, 20년 장기임대를 주더라도 2년이나 4년처럼 일정 기간을 정해 자격 심사를 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만기 가구의 안정적인 이주를 위해 사전 상담과 현장 설명회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만기 가구 가운데 소득·자산 등 입주요건을 충족하는 가구에는 영구·국민임대 등 가구 여건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한다. 자치구 주거안심종합센터 등을 통해 이주 상담과 이용 가능한 금융지원 정보도 안내할 예정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장기전세 첫 20년 만기…오세훈 “연장 요구 비양심적 억지”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이 제도 도입 20년 만에 첫 만기를 앞두면서 기존 입주자의 거주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이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 고령화 등을 이유로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예외 없이 퇴거시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내년 310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약 9300호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만큼 장기전세주택이 기존 입주자의 장기 거주 공간에서 다음 무주택자에게 넘어가는 '순환형 주거 사다리'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일부 입주민의 만기 연장 요구에 대해 강한 어조로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더 살고 싶다거나 20년인 줄 몰랐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비양심적인 억지"라며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 똑같이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취지가 20년이라는 기간을 잘 활용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축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미처 준비가 안 됐다고 해서 퇴거를 거부하는 분들에게 예외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령자나 취약계층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가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거 대책을 검토할 여지를 남겼다. 오 시장은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거나 누가 봐도 피치 못할 형편에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예외는 극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가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저축과 청약 등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올해 장기전세주택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으로 지난달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1178만원의 약 41% 수준이다. 현재까지 총 3만8296호가 공급돼 누적 4만5715가구의 주거 안정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가 실제 입주자의 자산 축적과 주거 상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달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했고 청약통장 보유율도 83.7%에 달했다.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4개월이었으며 퇴거 이후 72%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인 60%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제도 도입 이후 이달까지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도 1만5529가구로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에 달했다. 이 가운데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퇴거한 경우였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도 장기전세주택을 발판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례가 소개됐다. 상암동 장기전세주택에서 12년간 거주한 뒤 자가를 마련한 한 퇴거자는 “넓은 집, 좋은 집으로 이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희망과 여유, 무엇보다 안정감이 생겼다"며 “장기전세주택이 더 많은 시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행 제도가 오히려 입주자의 자산 축적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에서 15년째 거주 중인 한 입주민은 “2년마다 재계약하는데 소득 기준을 150% 초과하면 바로 퇴거해야 한다"며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한두 번 정도는 예외 기준을 뒀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5년 차 입주민 역시 “거주하면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것에 비해 소득 기준이 너무 낮아 재계약 때마다 기준을 넘을까 불안하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형성과 재계약 기준 사이의 제도적 보완을 요청했다. 일부 만기 도래 입주민들의 사정도 변수다. 장기전세 입주 이후 약 20년 동안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과거 납부했던 보증금만으로 기존 생활권에서 새로운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장기간 거주하면서 고령층에 접어든 입주자도 있어 일률적인 퇴거 원칙에 대한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수도권 주택 지을 땅 5000억원어치 미리 산다… 공공토지 비축 첫 가동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유휴부지를 5000억원 규모로 미리 사들인다. 도로나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는 데 주로 활용됐던 공공토지 비축제도를 주택 공급으로 확대하는 첫 시범사업이다. 수도권에서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토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향후 주택 수요에 대응하고 공급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후속조치로 8일부터 '2026년도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 매입 공모'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기존 공공토지 비축의 역할을 주택시장 수급 조절까지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공공토지 비축은 예산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나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토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토지를 사전에 확보하는 '수급조절용 토지 비축'을 본격화한다. 주택 공급이 필요해진 뒤 부지를 확보하는 대신 개발 가능한 땅을 미리 확보해 놓고 필요할 때 공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모에는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개인과 법인 등 민간 토지 소유자도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매각 희망 토지를 접수한 뒤 공익사업 활용 가능성과 공공비축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5000억원 규모의 매입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매입 대상은 신청일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하면서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3300㎡ 이상 토지다. 3300㎡는 약 1000평 규모다. 다만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토지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근저당이나 압류 등이 설정된 토지와 취득·이용에 제한이 있는 농지·임야 등도 대상에서 빠진다. 개발 과정에서 권리관계나 토지 이용 문제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낮은 토지를 우선 확보하려는 취지다. 매입가격은 LH가 선정한 감정평가사업자 2명이 평가한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내에서 토지 소유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수도권에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유휴토지를 보유한 기관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사전 컨설팅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매각 신청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한 달간 받는다. 토지 소유자는 LH 수도권 4개 본부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또는 LH 누리집을 통해 매각신청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접수가 끝나면 연말부터 실제 매입 절차에 들어간다. LH는 신청 토지를 검토해 오는 12월 적격 대상을 통보하고 내년 1월 측량과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같은 달 토지 소유자와 가격 협의를 거쳐 내년 2월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수도권 주택 공급 과정에서 부지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수도권,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개발 가능한 대규모 토지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토지 매입과 보상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가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유휴토지를 미리 사들여 비축하면 향후 공급 필요성이 커졌을 때 확보된 토지를 활용해 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 도로·산업단지 등 특정 공익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됐던 공공토지 비축이 주택시장의 수급 대응 수단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다만 이번 공모를 통해 어느 지역의 토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와 실제 몇 가구의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000억원이라는 매입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서울과 경기·인천의 토지가격 차이가 큰 만큼 확보 가능한 면적과 향후 공급 물량은 선정되는 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하면서 건축물이 없고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3300㎡ 이상 토지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우량 유휴부지가 서울 등 도심에서 얼마나 공모에 나올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신윤근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수급조절용 공공토지 비축을 통해 수도권 내 확보된 토지가 도심 내 주택공급으로 신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주택공급을 위한 공공토지 비축제도를 시행하는 첫 시범사업인 만큼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입주는 강남, 거래는 비강남…엇갈린 서울 주택시장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 한 곳에 집중된 반면 매매 수요는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비강남권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9월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의 89%를 차지하는 서초구 '디에이치방배'가 집들이를 시작했지만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15억~16억원을 유지하며 대단지 입주에 따른 가격 조정 효과가 제한적인 모습이다. 전세 매물 부족과 금융 규제가 맞물리면서 고가 신축 공급은 강남에, 실수요 거래는 비강남에 집중되는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7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현장을 직접 찾았다. 단지 주변에서는 입주를 준비하는 차량과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입주가 시작됐지만, 인근 공인중개업소 취재 결과 이른바 '입주장 급전세'가 쏟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집주인이 입주 기한을 앞두고 호가를 낮췄지만 전셋값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는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반면 실제 매매 수요는 비강남권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출과 세제 규제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전세 매물 부족과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4174가구로 전월 2만390가구보다 30%, 지난해 같은 달 1만5120가구보다 6% 감소했다. 2021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서울 입주 물량도 3438가구로 전월 5512가구보다 38% 줄었다. 이 가운데 89.1%인 3064가구가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방배 한 단지에 몰렸다. 서울에서 9월 입주하는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약 9가구가 서초구 고가 단지에 집중된 셈이다. 대규모 입주에도 전셋값 하락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날 만난 방배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세 곳에 따르면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59㎡ 전세 호가는 13억~14억원, 전용 84㎡는 15억~16억원 수준이다. 전용 59㎡가 12억원 선에서 계약된 사례가 있었고, 임대 기간 등 조건이 붙은 전용 84㎡ 매물은 13억원대에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방배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입주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서 계약을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전셋값을 조금 낮춰 놓은 집주인이 가끔 있다"면서도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용 84㎡ 전셋값은 대체로 14억5000만원에서 15억원 안팎"이라며 “가격이 갑자기 많이 올랐다기보다는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고려해 해당 가격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이 전세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으로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꼽힌다. 전세를 놓을 예정이던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기로 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잔금 마련을 위해 계약을 서두르는 매물과 실거주 전환에 따라 회수되는 매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를 놓으려던 집주인 가운데 본인이 직접 거주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꾸면서 매물을 거둔 경우가 있다"며 “전세를 찾는 사람이 와도 조건에 맞는 물건이 마땅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통상 신축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세입자를 구하려는 주변 구축 아파트 집주인도 호가를 낮추지만, 방배동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변 구축 아파트는 원래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디에이치방배가 입주한다고 해서 구축 전셋값까지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방배 입주가 방배·서초권 임대차시장에 일부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데다 전세보증금도 13억~16억원에 달해 노원·도봉·성북 등에서 중저가 주택을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이 강남권 고가 단지에 집중된 것과 달리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는 비강남권과 중저가 주택의 비중이 커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 1월 5373건에서 4월 8659건, 5월 8962건으로 증가했다가 6월 5289건, 7월 5800건으로 감소했다. 지난 4~5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나오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이후 대출 규제와 세제 불확실성, 기준금리 인상 등이 겹치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다시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일 계약일 집계 기준 8월 거래량은 2322건이다. 7월보다 약 60% 적지만 실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거래량과 감소 폭은 달라질 수 있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이하 중저가 거래의 비중이 확대됐다. 3억~6억원 구간의 거래 비중은 1월 16.97%에서 8월 21.32%로 상승했고, 3억원 이하도 같은 기간 3.39%에서 5.12%로 높아졌다. 6억~9억원을 포함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1월 47.1%에서 8월 54.3%로 7.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9억~15억원 거래 비중은 31.79%에서 26.61%로, 15억원 초과는 21.07%에서 19.08%로 각각 축소됐다. 대출 문턱과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은 주택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 흐름도 비슷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거래 비중은 1월 12.9%에서 5월 16.1%까지 높아졌다가 8월 9.1%로 떨어졌다. 반대로 강남 3구 외 지역의 거래 비중은 90.9%까지 상승했다. 전체 거래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강남권의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의미로, 비강남 지역의 거래량 자체가 증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존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 데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임대 매물을 회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입주하더라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디에이치방배 전세보증금이 13억~16억원에 형성돼 있어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입주 물량이 특정 지역과 고가 단지에 편중된 상황에서는 서울 전체의 전세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함 랩장은 “강남 3구는 과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상급지 쏠림 현상이 숨을 고르고 있지만, 비강남권은 전·월세 가격 불안과 매물 부족의 강도가 큰 데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더 나와 수요 감소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서울 아파트 거래의 냉각과 위축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가을·겨울 시장의 향방은 세제 개편안 확정과 추가 금리 결정 여부뿐 아니라 주택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심화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만으로 서울 전세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는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지만, 월세 부담이 커지면 다시 전세를 찾게 된다"며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만 이동하기 때문에 결국 임대차시장 전반의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물량이 일부 고가 단지에 편중되면 해당 지역의 급전세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어도 중저가 전세를 찾는 수요자에게까지 효과가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요양원 가기엔 건강한데”…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이유①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원함에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요양원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요양원에 가기엔 건강한 실버세대에게 노인주택이 대안이 되는 이유, 중산층 실버가구에게 부족한 선택지와 입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10명 중 7명' 장기요양 재가 어르신 중 “아파도 살던 집에 살겠다"고 답한 숫자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급여 수급자 중 건강이 악화돼도 현재 집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69.4%로 2022년 49.8%에서 19.6%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2022년 28.7%에서 2025년 17.6%로 감소했다. 장기요양 수급자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사람을 말한다. 초고령층이 빠르게 늘면서 노년기에 돌봄이 필요한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85세 이상 노인인구 수는 2021년 63만명에서 2025년 11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 수급자 중 80세 이상이 71.4%, 85세 이상 수급자는 47.3%로 증가 추세다. 현재 재가급여 수급자는 방문요양(78.1%), 주·야간보호(21.5%), 방문목욕(19.6%), 방문간호(3.8%) 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 자체가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계단이나 욕실 같은 주거 환경부터 식사·청소·외출 등 일상생활까지 기존 주택이 고령자의 신체 변화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 종사자들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70세 이상 재가급여 종사자는 2019년 10.9%, 2022년 17.8%에서 2025년 20.2%로 고령화 수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돌봄 수요는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서비스 인력의 연령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고령자 주거 문제는 집 아니면 요양원으로 양극화돼있다. 요양원은 자립생활·커뮤니티 중심 이라기보다 의료·간병 중심이다. 요양원에 가기엔 너무 건강하고, 일반 아파트에 살기엔 돌봄·안전이 불안한 실버가구를 위한 선택지가 부재한 것이다. 이들을 위한 대안이 '노인주택(senior housing)'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이 노후를 지내기 위한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이란 거주하는 사람이 독점적으로 거주하는 고유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주택에 포함되는 것은 소유권 방식의 시니어 대상 분양 아파트와 임차권 방식의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맞도록 주거 공간을 설계한 공간이다. 고령화에 따른 불편을 억제할 수 있는 물리적 요소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수반된다. 물리적 요소로는 쾌적한 주거시설 병원과 연계된 의료시설, 문화·오락·체력 서비스를 위한 공용시설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기능은 건강관리 서비스와 문화·일상생활 서비스 등이다. 노인주택과 시설과의 가장 큰 차이는 프라이버시 여부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지역사회 돌봄 연계를 위한 노인주거복지시설 개선 방안 연구'에서 기존의 병원·요양시설 중심 돌봄은 공간적으로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있어 고령자의 자율성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진단했다. 주택형 주거는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하지만 시설형은 협조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시설은 고령자 전용 공간에 대한 이용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주택은 분양방식이라면 소유권 상속이 가능하고, 임차라고 하더라도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입주자 개인의 선호를 반영한다. 노인주택에 비해 요양원 공급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장기 요양기관 3만1281곳의 입소자는 82만5514명이다. 반면 노인복지주택은 1만가구 수준으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양원은 개인이 85%를 공급하는데, 이는 낮은 진입장벽과 사업 인센티브에서 비롯된다. 토지·건물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원을 운영하려면 입소자 수에 비례해 시설장·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조리원 등을 의무 배치해야 하는데, 30인 이하 시설의 경우 인력 배치 기준이 완화돼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수익 구조도 명확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요양원에 지급하는 서비스 단가인 장기요양보험 수가에 상급 침상료 등 비급여 이용료 같은 추가 수익을 얹는 사업 모델이 확산됐다. 미분양 상가 등을 활용해 초기 취득 비용을 낮추고, 4~5년 운영 후 양도차익과 권리금을 노리는 사업 모델이 유행했다. 경매로 취득할 경우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입 과정에서 입소자의 주거환경이나 서비스 수준 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노인복지주택 시장이 정체상태인 이유에 대해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구조를 지적했다. 노인주택 초기 공급자들이 이를 일반 분양형 개발사업처럼 접근했기 때문이다. 노인 주택은 서비스와 운영이 결합한 상품인데, 분양 후에 운영 주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공급의 한계가 있음에도 수요 측면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 교수는 “기존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진입을 꺼렸지만, 현재 주거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이미 지출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진입이 수요변화의 결정적 변수"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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