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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회장 “셀트리온CDMO 경쟁력, 삼바보다 우위”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시켰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기존 CDMO에 임상시험수탁(CRO)을 결합한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서비스로 차별화해 2031년 매출 3조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셀트리온은 17일 오전 국내 언론과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범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CDMO 사업의 본격 출발을 알렸다. 이 간담회에서 서정진 회장은 “오늘(17일) 오전 10시부로 셀트리온 지분 100%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법인 등기를 마쳤다"며 “본사는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 인근이며 대표이사는 제품 개발·생산 경험을 갖춘 이혁재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이 맡는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우선 1단계로 내년 상반기 국내에 10만리터 규모의 위탁생산(CMO) 신규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8년부터 CMO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위탁개발(CDO)과 임상시험수탁(CRO)은 내년부터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현재 캐파(용량) 경쟁에 따른 설비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CMO, CDO, CRO를 모두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제시했다. 서 회장은 “제품만 만들어 주는 서비스인 CMO 분야는 설비과잉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CMO에 더해 임상 전단계까지 개발해 주는 CDO, 임상 허가를 수행하는 CRO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스위스의 세계 최대 CDMO 기업) 론자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2년 아시아 최초로 CMO 사업을 시작했던 셀트리온은 2000년대 중반까지 론자 다음으로 큰 CMO 회사였다"며 “오랫동안 항체의약품 사업을 해오면서 CDO, CRO 역량도 쌓아왔고 바이오벤처, 병원들의 CDMO 서비스 요청도 많이 받아온 만큼 CMO, CDO, CRO를 모두 원스톱으로 제공해 차별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서 회장은 기존 항체의약품에 더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마이크로바이옴(인체내 미생물) 치료제 △현재 글로벌 열풍이 불고 있는 펩타이드 기반 비만 치료제까지 광범위한 바이오의약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매출을 2030년 1조5000억원, 2031년 3조원까지 올린다는 목표다. 특히 서 회장은 “1단계 10리터 규모 공장을 8000억원 안팎의 비용으로 건설할 계획"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우리보다 저렴하게 건설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항체의약품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로 증설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에 우선 자본금 100억원을 투자했고 향후 총 2조~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외부자금도 조달하겠지만 셀트리온 지분이 5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자체재원 위주로 투자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에 투입하는 자금은 매입 후 소각하고 남은 자사주를 활용하기 때문에 CDMO 사업에 투자한다고 신약개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가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해 CDMO와 함께 신약개발에도 매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삼성바이오로직스, 고환율 직격탄에도 ‘나홀로 미소’ 이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고환율이 제약바이오업계의 짓누르고 있다. 다만, 수출비중이 97%를 차지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호적인 환율에 호재를 맞으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오후 1시 기준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1436.60원으로 직전 거래일 종가 1436.20원보다 0.4원 상승했다. 금융권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정국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환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상승 압박은 여전한 셈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 아직 불확실성이 높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고환율로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과 해외 임상시험 비용이 증가하는 부담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월 초부터 환율이 급상승한 만큼 4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5.4%에 머물러 있으며 나머지는 중국, 인도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완제의약품 자급도도 70% 가량에 그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전통 제약사들은 고환율이 지속될수록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다. 전통 제약사 매출 1위인 유한양행 역시 올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원화 환율이 10% 상승하면 해당분기 손실은 89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유한양행은 제산제, 항생제 등 연간 1000억원에 가까운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고 GC녹십자는 원료 혈장, 대웅제약은 호르몬제, 광동제약은 청심원 원료 등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환율 수혜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수출 비중이 97%에 이를 뿐 아니라 위탁개발생산(CDMO) 특성상 원·부재료 수입비용을 고객사로부터 환급받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항체의약품 위탁생산을 위해 머크 등 해외 제약사로부터 연간 수천억원대 원·부재료를 수입하지만 CDMO 산업은 일반적으로 생산을 의뢰한 고객사로부터 원·부재료비 전액 및 취급 수수료를 환급받는다. 이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원·달러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129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수출비중이 90%를 넘는 셀트리온 역시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 수출 기반으로 실적을 형성하고 있는 셀트리온에도 일정기간 동안 긍정적 영업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마일스톤, 로열티 등을 받는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기업도 고환율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정국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쳐 바이오벤처의 해외투자 유치, 글로벌 빅파마와의 신약 공동개발 제휴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K-바이오, 中 빠지는 美시장 공략기회 놓칠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 정부가 표방해 온 바이오산업 육성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업계의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이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을 금지하는 법안의 연내 제정을 밀어붙이는 등 호재도 있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중 예정이었던 대통령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출범이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사실상 출범이 보류됐고 14일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대통령 직무정지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출범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무총리직속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보건·의료(레드바이오)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농축산업(그린바이오), 연료·소재(화이트바이오), 디지털(융복합바이오)을 모두 아우르는 바이오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바이오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당초 업계가 바라던 예산수립·집행기구보다는 자문기구에 가까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보건·의료·식량·자원·에너지·환경 등 전 산업에 두루 걸쳐 있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첫 국가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특히 미국은 앞서 지난 3월 백악관 주도로 바이오산업 전 영역을 총괄하는 '국가바이오경제위원회'를 출범시켜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게 됐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산업계 의견을 두루 반영하고 부처간 의견을 조율할 범부처 거버넌스가 되길 기대했는데 출범이 무기한 연기된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현재의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츨을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의 연내 제정을 강행하고 있는 만큼 탄핵정국이 조속히 안정되고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를 통과한 '2025년 국방수권법(NDAA)'에 생물보안법이 포함되지 않았다.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특정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방수권법은 매년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국가예산 투입 방향을 결정하는 법으로, 이로써 올해 초부터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추진해 온 생물보안법의 연내 제정이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마이크 존슨 미국 연방 하원의장 등 일부 의원들은 오는 20일 결정되는 '예산 지속 결의안'에 생물보안법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결의안에 포함되면 연내 제정이 가능해진다. 이밖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당초 비상계엄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정국이 안정되고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윤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밝혀 왔지만 그동안 실질적인 지원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특히 지난 2년여 동안 재정건전화 명목으로 국가 R&D 예산이 삭감돼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돼 왔다. 이 기회에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월 2만원대 안경구독 아이러뷰, ‘안경계 넷플릭스’로 키울 것”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안경 구독서비스 아이러뷰를 '안경의 넷플릭스'로 정착시키겠습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이자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구독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안경 업종에 접목시킨 스타트업기업 오큘러스의 김민규 대표는 온라인 콘텐츠뿐 아니라 오프라인 제품 분야에서도 완전한 의미의 구독경제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매일 받아보는 신문이나 우유 등을 위주로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구독서비스는 최근 온라인 콘텐츠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구독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대표 사례가 인터넷 TV 서비스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는 추가생산 비용이 사실상 제로로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으나, 가전·가구·의류 등 오프라인 실물 제품은 구독자가 증가할수록 그에 비례해 추가 생산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신문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현재 국내에서 본래 의미의 구독경제를 구현하고 있는 업종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가전 구독서비스는 사실상 장기 렌털에 가깝고 명품의류, 패션잡화 등 구독서비스도 국내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오큘러스는 온라인 콘텐츠가 아닌 오프라인 제품, 특히 의료기기인 안경에 구독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민규 대표는 2022년 눈건강 전문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오큘러스를 창업하고, 국내 최초로 안경 구독서비스 '아이러뷰'를 출시했다. 아이러뷰 구독서비스에 가입하면 월 2만원대 구독료로 매달 새로운 안경을 제공받아 가입기간 동안 제품 수에 관계없이 무제한 사용할 수 있으며 가족도 이용할 수 있다. 안경테는 모두 30만원대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안경테를 바꿀 때마다 구독자 눈에 맞춘 5만원대 도수렌즈도 교체해 제공한다. 분실만 아니면 손상된 안경을 반납해도 추가 부담이 없으며 오큘러스는 반납된 안경을 복원해 거의 새 것 수준의 안경테로 만들어 완전 새 제품인 도수렌즈와 함께 제공한다. “안경 렌즈는 6개월이 지나면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하는데 코팅이 손상된 안경을 계속 착용하면 시력과 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6개월마다 안경을 새로 맞추는 사람은 많지 않죠." 이러한 구독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방대한 양의 안경테와 렌즈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김민규 대표는 “20여년간 국내외에서 안경 유통기업 대표를 지낸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러한 방대한 양의 물량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뷰는 입소문을 타고 2022년 출시 이후 현재 약 3000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28년 가입자 수 3만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규 대표는 유통뿐만 아니라 신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노안 인구가 늘고 있지만 돋보기 등 노안 안경은 지난 70여년간 거의 기술 발전이 없었다는데 착안했다. 오큘러스가 개발 중인 '가변초점 안경'은 노안인 사람이 스마트폰 등 가까운 거리의 사물을 볼 때와 TV·모니터 등 비교적 먼 거리의 사물을 볼 때 각각 다른 돋보기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 안경 하나로 서로 다른 거리의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만든 돋보기 안경이다. 우선, 명품 브랜드 안경테에 착탈식으로 돋보기 렌즈만 교체하는 '수동 가변초점 안경' 개발을 완료해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안경테에 부착된 버튼만 누르면 렌즈 초점을 바꿀 수 있는 '전동 가변초점 안경'도 내년 시제품 개발을 끝내고 오는 2026년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창업 직후인 2022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한 오큘러스는 수동 및 전동 가변초점 안경 모두 세계 최초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내년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지원프로그램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김민규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서울바이오허브와 중기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바이오허브는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돼 있어 정부과제 지원시 여러 가점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서울형 R&D의 경우 유용한 프로그램과 혜택이 꽤 많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김 대표는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기업간의 네트워크가 가장 큰 강점"이라며 “서울바이오허브 내 미팅공간 등에서 여러 입주기업을 자주 만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뜻이 맞을 때는 컨소시엄도 꾸려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오큘러스는 인공지능(AI)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사업, 글로벌 기술도입 지원사업 X&D, 창업중심대학 초기창업패키지 및 신산업분야 창업기업, 디딤돌 창업성장기술개발 등 다양한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기술력과 성장잠재성을 인정받았다. 김민규 대표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2800만명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고, 1100만명이 돋보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2007년 국내 첫 온라인 안경유통 플랫폼으로 엑시트(수익창출) 한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보다 안경시장이 크지만 서비스가 취약한 호주·미국 등에 진출시켜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제약사, 의료파업 딛고 전문의약품 실적 선방했지만…

올해 초 시작된 의료파업이 해를 넘기게 됐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주요 제약사들의 전문의약품 매출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계엄 파동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과 탄핵정국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 등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어 제약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3분기까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전문의약품 매출은 대부분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7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와 원내·원외처방 통합매출 1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미약품은 매출 상위 5대 전문의약품(처방의약품)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모두 전년동기대비 2~15%씩 증가했다.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은 1155억원으로 13.9% 성장했고, 고혈압 복합 치료제 '아모잘탄'은 766억원으로 1.6%,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은 344억원으로 4.6% 각각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별도기준 전체 국내매출 중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94.5%, 일반의약품 비중이 5.5%일 정도로 전문의약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병·의원의 진료·운영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별도기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8336억원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7.4% 성장했다. 이는 전공의 이탈 등으로 대형 대학병원 내원환자가 동네 병·의원으로 이동하면서 만성질환 등 전문의약품의 처방·판매가 계속 유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병원의 응급실·수술실 운영이 축소되면서 대표적 응급·수술용 품목인 수액(링거) 매출 감소가 우려됐으나 이 역시 타격이 크지 않았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수액 시장점유율 1위인 JW중외제약은 주로 수술용으로 사용하는 일반수액의 1~3분기 누적 매출이 60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8% 줄었다. 이 여파로 일반·특수·영양수액을 합친 전체 수액 매출은 1828억원으로 1.5% 감소했다. 그러나 당초 우려보다 감소폭이 크지 않고, 특히 JW중외제약이 자체개발한 3세대 종합영양수액 '위너프'는 고령화 등 영향으로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 JW중외제약의 올해 1~3분기 누적 전체 매출은 53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 줄었지만 이는 소매중심 유통체제에서 도매 및 온라인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반의약품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JW중외제약은 단일품목 매출 1위 품목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11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5% 늘었고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매출은 3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3대 수액 공급사로 불리는 HK이노엔은 수액 제품 매출이 지난해 1~3분기 681억원에서 올해 같은기간 908억원으로 33.3%나 늘었고 수액전문회사 대한약품공업의 수액 매출액도 1124억원에서 1177억원으로 4.7% 늘었다. 특히 HK이노엔은 매출 1위 품목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매출이 861억원에서 1246억원으로 44.7%나 성장하는 등 전문의약품이 선전하면서 전체 매출도 6614억원으로 9.4% 늘었다. 다만 업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부결(투표불성립)로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고 대안으로 '책임총리제'를 내세운 국민의힘과 매주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이 계속되는 만큼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파업이나 계엄, 탄핵 등으로 매출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각종 의료학술대회, 신약개발 임상시험 등이 차질을 빚고 있고 의료계 전반의 분위기가 위축돼 있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해 의료파업과 정국불안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계엄령·탄핵정국에 제약업계도 ‘긴장’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가 제약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지침을 조정해 직원들이 매니저와 상의해 출근 및 대면활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재택근무를 권고했다가 계엄 해제 이후 매니저와 상의해 재택근무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자 팬데믹 이전부터 시행해 오던 유연근무제를 확대, 2021년 근무시간과 장소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스마트 워크'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주 2~3회 재택근무를 운영하던 한국화이자제약은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매니저와 상의해 재택근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더욱 확대한 것이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직원들에게 메일로 재택근무 안내를 발송했다"며 “한국화이자제약은 자연재해 또는 비상상황 발생시 상황을 고려해 업무지침을 적절하게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MSD 역시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집회·시위 등 안전이 우려되는 지역 방문을 자제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침을 안내했다. 한국MSD 관계자는 “임직원과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적 고려사항"이라며 “사무실 및 기존 업무는 모두 정상 운영하되 월간 재택근무 한도(10회)와 무관하게 당분간 직원·가족의 안전과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직원 및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한 바 있다"며 “안전을 위해 집회·시위 또는 기타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 가까운 지역 방문을 자제할 것도 권고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직원 등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제약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3일 밤 11시에 포고됐던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 '전공의를 비롯해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복귀해 근무하고 위반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조항이 있었던 만큼 의료계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의료파업의 장기화로 일부 응급·수술용 전문의약품 매출이 감소하고 있고 신약 임상시험이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이번 계엄 사태로 의료계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파업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익명의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계엄 사태를) 밤사이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라 외국계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사들은 재택근무 확대나 대외활동 자제 등의 조치는 따로 하고 있지 않다"며 “(계엄 사태로 인한) 의료파업 장기화 우려도 직접적으로 매출에 타격을 준다기보다는 의료계 전반의 분위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씨젠·바디텍메드 “엔데믹 딛고 ‘팬데믹 호황’ 되찾자”

코로나 엔데믹 기간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체외진단기기 업계가 비(非) 코로나 진단제품 수출확대와 글로벌 협력사업을 통해 팬데믹 시절의 위상을 되찾는다는 포부다. 4일 체외진단기기업계에 따르면 바디텍메드는 최근 진단기기 14종과 진단키트 142종에 대해 유럽 체외진단 의료기기 규정(CE-IVDR) 인증을 획득했다. CE-IVDR은 유럽연합(EU)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유럽에서 판매되는 진단기기 및 진단키트는 반드시 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로써 바디텍메드는 감염병은 물론 비감염성 질환인 암, 심혈관질환, 당뇨, 호르몬질환 등 유럽에 판매하는 모든 진단 제품에 대한 승인을 완료해 내년부터 유럽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바디텍메드는 올해 3분기 매출 376억원으로 엔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3분기 누적으로도 매출 1069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각각 7.7%, 10.4% 성장했다. 바디텍메드는 국내 체외진단업체 중에서도 비교적 발빠르게 제품 다각화에 나서 엔데믹 시절이던 지난 2022년 잠시 주춤한 이후 지난해 곧바로 실적 회복세에 들어섰다. 바디텍메드는 체외진단업계가 새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시킨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 회장사도 맡아 업계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세계 최초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개발해 2020년 팬데믹 초기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이 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씨젠은 올해 3분기에 흑자로 돌아선 여세를 몰아 내년 '기술공유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씨젠의 기술공유사업은 진단제품을 직접 만들어 수출하는 대신 세계 각국 현지 진단업체에게 씨젠의 기술을 공유해 줌으로써 새로운 팬데믹 발생시 현지에서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이다. 씨젠은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의 파트너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영국 국제학술지 '네이처' 발행사 '스프링거 네이처'와 손을 잡았다. 씨젠의 '신드로믹 정량 유전자증폭(PCR) 기술' 등 진단시약 개발 기술과 MS의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서비스, 스프링거 네이처의 과학자 커뮤니티를 결합해 각종 질병에 관한 현지 맞춤형 진단제품을 현지 전문가가 직접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씨젠은 지난 10월 영국에서 3개 파트너사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인 '기술공유사업 파트너 라운드테이블'을 처음 개최했고 내년에 파트너사들과 함께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 구현' 선포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씨젠은 지난해 4분기 엔데믹 이후 처음 분기 흑자로 돌아섰다가 곧바로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적자로 전환했으나 올해 3분기 매출 1088억원, 영업이익 53억원으로 다시 흑자로 올라섰다. 이밖에 2021년 국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5145억원, 영업손실 36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7% 늘고 영업손실은 2185억원에서 6분의 1 가량으로 줄였다. 체외진단기기 업계 전체의 회복세도 완연해진 모습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체외진단기기 수출액은 1억7400만달러(약 2400억원)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18.4%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체외진단기기가 약 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체 의료기기 수출액도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 분기기준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바디텍메드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중국에 만성질환 모니터링 진단제품을 본격 공급할 예정"이라며 “동물용 진단시장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어 내년부터 실질적인 매출 기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리딩 제약바이오’ 가시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신약과 위탁개발생산(CDMO)을 아우르는 종합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3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최근 국내 미생물 생균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 '바이오미'와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총칭) 기반 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지분투자를 통해 셀트리온은 바이오미가 보유한 '다제 내성균 감염증' 치료 신약 후보 균주 'BM111'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향후 신약에 대한 권리나 수익을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다제 내성균 감염증은 항생제 내성이 생긴 세균(다제 내성균)으로 인한 감염질환으로 항생제 사용 증가에 따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BM111은 4종류의 미생물을 조합한 생균치료제(LBP)로서 다제 내성균 집단을 없애 감염증을 치료한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폐암·대장암 등을 치료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항암제, 혈액암 등을 치료하는 다중항체 항암제 등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항체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장질환, 면역질환 등에 새로운 치료제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까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게 됐다. 앞서 서정진 회장은 지난달 27일 홍콩에서 투자자 설명회를 갖고 마이크로바이옴을 포함한 신약 개발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제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전문회사로만 보지 말아달라"며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설명회에서 서정진 회장은 내년 CDMO 사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2002년 아시아 최초로 위탁생산(CMO) 사업을 시작했던 기업"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CDMO 위탁 요청을 받아 왔고 글로벌 CDMO 시장도 향후 5년간 연평균 10.9%씩 성장해 2029년 305억달러(약 4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해 CDMO 사업 진출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서정진 회장은 이달 중 CDMO 자회사를 설립하고 약 1조5000억원의 내부 자금을 투자해 내년 국내에 10만리터 규모의 CDMO 생산시설을 착공하고 국내에만 총 20만리터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춰 2028년부터 CDMO 매출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 인도, 유럽 등에 CDMO 관련 연구소를 신설해 박사 기술인력을 500명 규모로 확대하고 기존 CDMO에 임상시험수탁(CRO)를 결합, 약물 발굴부터 제조, 임상, 상용화까지 위탁받아 통합 수행하는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서비스로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경영복귀 후 내년 3월 사내이사 2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서 회장은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킨 후 은퇴하겠다고 밝혀 온 만큼 내년에도 셀트리온의 성장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올 한해 미국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컨퍼런스 등 미국, 캐나다, 유럽, 홍콩 등을 누비며 기업, 투자자, 현지 의료진 등을 상대로 세일즈 활동을 벌여 온 서 회장은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위탁개발생산을 아우르는 종합 제약바이오기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은 어떤 제약회사보다 현재와 미래 준비가 잘된 회사"라며 “(글로벌 CDMO 1위 기업인) 스위스 론자 등 경쟁사들보다 더 깊이 있고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한미약품, 신약 조기개발로 경영권분쟁 악재 돌파

한미약품이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1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국내 최초 비만치료 신약으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 일정을 당초 계획인 오는 2027년에서 2026년 하반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미 임상 3상 환자 모집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만큼 이후 진행절차 속도를 높여 출시를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 평택 '한미약품 스마트플랜트'에 이미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경제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도 가능하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지난달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등과 같은 계열의 비만치료제다. 특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 수준의 체중감량 효과(최대 15%) 뿐만 아니라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심혈관·신장 보호 효능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비만약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존 비만치료제들의 부작용인 근육손실을 최소화하고 대사질환 개선효과도 갖춘 삼중작용 비만치료제 'HM15275', 근육손실 방지를 넘어 근육증가 효과까지 갖춘 'HM17321' 등 차세대 비만 신약도 개발하고 있으며 경구형,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흡입분말형, 디지털 융합형 등 다양한 제형의 비만치료제도 개발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HM17321은 체중감량을 위해 근육손실이 불가피한 기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통해 비만·대사질환 신약 명가로 자리잡는다는 목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이 주도해 비만 신약 강자로 도약한다는 한미약품 'H.O.P'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형제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모녀3자연합측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H.O.P 프로젝트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3자연합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역시 전문경영인체제 강화를 위해 역대 최고 실적을 지속 경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는 올해까지 취임 이후 2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경신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50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지속가능경영 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국내 최초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 'HCP1803'의 임상 3상을 올해 중에 마무리하고 1~2년 내 출시할 예정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와 HCP1803 등 출시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연매출 100억원 이상 의약품을 30개로 늘리고 매출 1조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한미약품은 앞서 지난달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형제측 인사 5명과 모녀3자연합측 인사 5명 양분구조로 재편됨에 따라 경영권 분쟁 장기화와 이로 인한 경쟁력 저하 우려를 받고 있다. 이번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새로 이사회에 진입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재현 대표의 독자경영 선언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오는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한미약품 이사직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신약개발 및 기업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박재현 대표는 “국내 사업과 신제품 개발, 제제 연구소, R&D 분야가 어우러져 내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과 관련없이 신약개발에 매진할 뜻임을 강조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이사회 양분된 한미사이언스, 관건은 임종훈 대표 단독 의결권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가 경영권 분쟁 중인 형제측 인사 5명과 모녀3자연합측 인사 5명으로 정확히 양분됨에 따라 다음달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2월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은 총 2개로 3자연합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를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과 형제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다. 이번 임시주총은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형제측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재현 대표가 전문경영인 체제전환과 독자경영을 표방한데 대해 그룹 전체의 투명경영과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해임을 추진해 왔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 6월까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측을 지지하다가 이후 형제측의 경영스타일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측으로 돌아섰다. 주목할 점은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신동국 회장이 신규 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며 형제측 인사 5명과 3자연합측 인사 5명으로 동률이 됐다는 것이다. 이전 형제측 인사와 4자연합측 인사가 5대 4 구도였을 때에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가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에 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5대5 구도가 된 현재로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사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8일 임시주총 직후 한미사이언스는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가 동수가 되면 임종훈 대표이사의 역할과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라며 “임 대표가 회사의 미래를 위해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훈 대표는 주총 직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 발전을 이끌고 오는 12월 19일에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해임 건이 포함된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은 '중요한 업무 집행 사항'이라며 이 경우 의결권은 (임종훈) 대표이사에게 위임되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 제11조 4항 3호에 따르면 '기타 경영상 중요한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은 부의사항으로, 부의사항을 둔 목적은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사회나 관련 회의체에서 투명하게 논의하기 위한 것을 뜻한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직후 신동국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모델을 이뤄내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형제 독주를 막고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이루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부 법조계는 한미약품에 대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보고 상법과 판례등에 비춰볼 때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 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예시 조항으로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도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즉 경영권 분쟁이 없을 때라면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일상업무로 간주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 대해 단독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있는 현재의 상황이라면 중요업무에 해당해 임종훈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미약품과 일부 법조계의 판단이다. 업계는 3자연합측이 임종훈 대표의 단독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임종훈 대표의 단독 의사결정을 막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보고 향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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