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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모녀-장남 ‘화해’…막내 임종훈 선택만 남았다

1년 간 끌어온 한미약품그룹 창업 패밀리 간 경영권 분쟁이 마침내 극적인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가족간 대립의 한 축인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그동안 상대방인 모녀측과 분쟁 종식과 상호간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화해의 손을 맞잡은 것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그룹 '4인연합'(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은 임종윤 이사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5%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한미그룹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영체제 구축 등에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아울러 4인연합과 임종윤 이사는 상호 제기했던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에서 4인연합의 지분은 40% 가량으로 높아질 전망이며,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50%에 이른다. 임종윤 이사는 남은 지분이 6%대로 낮아지지만 1200억원 가량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4인연합과 임종윤 이사간 극적 합의는 지난 11월 28일 한미사이언스와 이달 19일 한미약품의 잇단 임시주주총회에서 4인연합과 형제측(임종윤 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의 대립구도가 지속돼 경영권 분쟁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온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타결로 평가된다. 앞서 임종윤 이사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고 “19일 개최되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철회하고 주주의 신뢰회복을 위한 대화의 장을 열자"고 제안해 4인연합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먼저 보낸 바 있다. 다만, 모녀측의 한미약품은 임 이사 제안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임시주총을 밀어부치고 안건으로 올랐던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해임안을 부결시키며 '박재현 대표 체제'를 더욱 굳히는데 성공했다. 4인연합과 임종윤 이사간 합의에 따라 한미약품과 업계는 경영권 분쟁 해결의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는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결단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모녀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 해임안이 부결된 직후에도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대표이사 해임요건에 해당하는 사실들이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해 모녀 4자연합측과 대결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임종윤 이사의 모녀측과 화해는 동생 임종훈 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의 지분 매각 공시 직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형님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걸로 알려왔다"며 “형님과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그룹 주력사인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 재신임에 이어 오너일가 장남까지 전문경영인 체제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신약개발 전문기업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대표는 지난 19일 임시주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비만·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 등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통해 2033년 매출 5조원의 글로벌 톱50 제약사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4인연합측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오랜기간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주주간 화합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식은 물론 '글로벌 한미'를 향한 과정에서 임종윤 주주도 4인연합에 적극 힘을 보탤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2024 제약 결산] 신약개발·헬스케어로 지속성장 ‘찜했다’

2024년 한 해 국내 주요 제약업체들의 성장전략 지향점은 크게 '신약개발 전문회사' 또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으로 크게 구분지을 수 있다. 신약 1개 개발에 10년 이상 수천억 원이 소요되지만 성공시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앞당길 수 있는 만큼 일부 상위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 몰두했다면, 다른 제약사들은 우선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의약품·의료기기·건기식 등을 결합한 종합 헬스케어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주력해 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전문회사를 중장기 비전으로 내세운 대표 제약사로 한미약품이 꼽힌다. 한미약품은 비만·대사질환과 항암,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30여 개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영, 10년 내 매출 5조원의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창업패밀리간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안 부결로 입지를 굳힌 박재현 대표는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고 임성기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해 신약개발 전문 제약기업으로 방향성을 지켜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약업계 실적 1위의 유한양행도 올해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을 계기로 글로벌 신약개발 전문회사로 변신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통 제약사 연구개발비 지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유한양행은 제2의 렉라자 후보로 이중항체 항암제 'YH32367' 임상 1·2상, 알레르기·천식 치료제 'YH35324' 임상 1상 등 30여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창립 이후 최대인 1조7000억원 규모의 희귀질환 신약후보물질 'CKD-510' 기술수출에 성공했던 종근당은 지난달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0508' 임상 1상 시험을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았으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KD-703' 임상 1상을 진행하는 등 혁신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1~3분기에 연구개발비 지출에서 전통 제약사 2위를 차지한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등 자체 신약 성공 여세를 몰아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 등 신약개발 전문회사로 변신한다는 포부다. 신약개발로 지속성장의 엔진을 장착하려는 제약사와 달리 또다른 제약업체군은 '종합 헬스케어기업으로 도약'을 표방하며 양적 성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령은 지난 18일 '제3회 휴먼스 인 스페이스(HIS) 챌린지' 최종 수상팀 4팀을 선정하고, 미국의 우주인 건강 모니터링 솔루션 스타트업 이젠타 등 4개 수상팀에 지분 투자 및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 기회 제공 등 지원을 약속했다. HIS 챌린지는 보령이 개최하는 글로벌 우주의학 경진대회로, 보령은 2022년부터 오너 3세 김정균 보령 대표 주도로 우주여행시대에 대비한 '스페이스 헬스케어(Space Health Care)'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보령은 지난 12일 대만 제약사 로터스와 항암 주사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하고 처음 글로벌 CDMO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주름개선 화장품 '마데카크림'의 성공을 일궈낸 동국제약은 뷰티 헬스케어(Beauty Health Care) 전문 제약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출시한 홈 뷰티 디바이스 '마데카 프라임'의 제품군을 올해에도 계속 확대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국비엔씨가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비에녹스'의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해 국내 톡신 시장에도 진출했다. 휴온스그룹은 최근 주력사 휴온스의 건강기능식품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고 그룹 내 건기식 전문 계열사 휴온스푸디언스에 통합 합병해 건기식 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제약 전문 휴온스, 의료기기 전문 휴온스메디텍, 부자재 전문 휴엠앤씨 등 계열사간 종합 메디컬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올 한해 국내 제약업계의 공통 트렌드의 하나로 오픈이노베이션이 꼽힌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제약 대기업과 혁신기술 기반의 우수 중소벤처기업 간 협업 전략인 오픈이노베이션은 시너지 창출 및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제약바이오 두자릿수 성장, 대기업·의료기기 ‘견인차’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올해 3분기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한 가운데 특히 바이오 대기업과 의료기기 업계가 이러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대기업의 해외 수출·수주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의료기기업계도 엔데믹 침체를 딛고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바이오협회 '2024년 3분기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의료기기 분야 91개 상장사의 매출은 올해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평균 10.8%, 2분기에 15.0%, 3분기에 10.8% 각각 성장했다. 올해 들어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올해 전체 매출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야별로 보면, 의약품 분야 56개 상장사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11.8%, 의료기기 35개사의 매출은 평균 13.6% 성장해 의료기기산업의 성장률이 더 높았다. 의료기기 분야의 높은 매출 성장률은 엔데믹의 기저효과 영향도 있지만 치과용 임플란트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에 더해 체외진단기기 부문에서도 비(非) 코로나 제품 매출 호조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1위, 세계 3위 시장점유율의 오스템임플란트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98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0% 성장해 올해에도 역대 최대 매출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체외진단기기 부문에서도 올해 3분기 바디텍메드는 엔데믹 이후 최대 매출을 올렸고 씨젠은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3분기에 매출은 13% 늘고 영업손실은 4분의 1로 줄였다. 의약품 분야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조사대상 56개 기업의 1~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평균 11.8% 증가한 가운데 이중 8개 대기업의 매출은 평균 26.1% 성장한데 반해 23개 중견기업은 평균 6.0% 성장한데 그쳤고 25개 중소기업은 1.0% 감소했다. 이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9.4% 증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39.0% 증가한 셀트리온, 68.6% 증가한 SK바이오팜 등 대기업 계열사의 성장폭이 컸던 것이 주요했다. 반면에 중소 제약사는 원료중간체 및 기술료수익 등의 감소로 역성장했다. 특히 올해 1~3분기 의약품 부문 대기업은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수출, R&D 투자 모두 전년동기대비 증가했으나 중소 제약사는 모두 감소했다는 점에서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희 한국바이오협회 산업통계팀장은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국내외 매출 회복세에 힘입어 재무상태가 안정화되고 있으나 의약품 분야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되고 있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 인력도 축소되고 있다"며 “투자유치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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