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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정기선, 필리핀 국방장관과 조선·방산 협력확대 논의

HD현대가 필리핀 정부와 손 잡고 조선·방산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 체계 고도화에 나선다. HD현대는 정기선 회장이 지난 7일 서울에서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과 만나 조선·방산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HD현대와 필리핀 정부 측은 지난 10년간 양측이 구축한 방산협력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필리핀 해군의 현대화와 현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지난해 필리핀 수빅만에 위치한 HD현대필리핀 가동이 양측 산업협력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언급됐다고 HD현대 측은 설명했다. HD현대는 최근 HD현대필리핀에서 건조한 첫 선박을 성공적으로 진수했으며, 해당 선박은 내년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향후 현지 운영상황에 따라 생산역량도 점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테오도로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HD현대와의 협력의 자국 해군 현대화와 조선산업 활성화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HD현대의 현지 사업기반 확대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양측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호 호혜적 협력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자는 뜻도 밝혔다. HD현대 정기선 회장은 “필리핀 정부 및 해군의 일관된 정책과 협력을 바탕으로 필리핀 해군의 역량을 한 단계 신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HD현대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 신뢰에 기반해 지난 10년간 사업의 성공과 확장을 가져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상선과 함정 건조를 넘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인 산업 협력의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HD현대는 현재까지 필리핀으로부터 12척의 함정을 수주한 후 6척의 함정을 인도했다. 축적된 사업 역량을 통해 후속 호위함 사업 등에서도 협력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대한항공 “조종사 승진은 회사 고유 인사권…노조는 쟁의조정 중단해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조종사 승진 서열을 문제 삼아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한 조종사 노동조합에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승진 기준은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에 속해 노동 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통합 이후에도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격이 늦어지는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8일 대한항공은 자사 조종사 노조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문에서 외부 컨설팅을 통해 객관적·합리적인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사 조종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도록 설계한 안인 만큼 조종사 노조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며 자사 출신이 아시아나항공 출신보다 먼저 승진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요구는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가 요구하는 합의의 내용과 성격부터 문제 삼았다. 다른 회사 출신 조종사의 승진 기준을 자신들과 합의하도록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쟁의에 나서겠다는 것은 회사의 인사권에 관한 사안을 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관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실도 근거로 제시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종사 노조는 2004년 임단협에서도 해당 조항 위반을 이유로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장 승격 등에 관한 인사권이 사용자 측에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회사는 이러한 경위를 들어 통합 승진 서열을 반드시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한다는 노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합 이후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존 기장 승격 요건과 내부 상대 서열이 모두 유지된다는 이유 노동 쟁의 대상으로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에 대해서도 회사는 이번 사안에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의 항공기 규모와 기장 수요 등을 반영해 향후 승격 시기를 분석한 결과 기존 자사 조종사 가운데 통합 전 예상보다 승격이 지연되는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90% 이상은 기장 승격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운항 본부 관리 매뉴얼(FOAM)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통합 이후 기장 승진 요건을 현재 대한항공 기준으로 통일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훈련과 심사 기준 역시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양사가 서로 다른 채용 조건을 운영해 왔지만 그 차이가 반영된 각 회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통합 이후에도 유지한다고 했다. 군 출신과 민간 경력 출신 조종사 간 승격 서열 격차는 대한항공이 평균 9개월, 아시아나항공이 평균 4년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과정에서 이 격차를 그대로 보존해 기존 서열을 뒤흔드는 혼란을 방지할 계획이다. 회사가 제시한 민간 경력 조종사의 입사 비행 경력 기준은 대한항공 1000시간, 아시아나항공 300시간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에도 자사 민간 경력 조종사가 아시아나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보다 기장 승격 시기에서 평균 3년 3개월 앞선다고 했다. 따라서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의 승진이 밀리는 등의 불이익은 없다는 전언이다. 회사는 양사의 내부 서열과 기존 격차가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합 때문에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가 불리해진다는 해석을 부인했다. 임금과 휴식·수당 등 나머지 임단협 의제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은 노조가 제시한 협상 상황과 실제 진척 정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열을 제외한 사항들은 이미 잠정 합의 수준으로 의견이 모였고 노조 집행부도 내부 공지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를 여러 차례 알렸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가 승진 순위에 관한 요구만으로는 쟁의 대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해 잠정 합의된 임금 등의 사항에도 이견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통합 과정에서 양사 조종사가 쌓아 온 자격과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상대방의 기존 자격과 경력을 인정하지 말라는 요구는 앞으로 함께 일할 조종사를 동료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조는 쟁의 조정 절차와 통합을 방해하는 극단적·일방적 주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양사 조종사 모두 승객을 안전하게 수송하겠다는 같은 마음으로 조종간을 잡아 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금호석유화학, ‘기술개발인의 날’ 유공정부포상 대통령 표창 수상

금호석유화학이 고성능 타이어의 연비 성능과 제동 성능을 개선하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7일 열린 제1회 기술개발인의 날 유공정부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고 8일 밝혔다. 기술개발인의 날은 산업 기술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를 발굴하고 포상해 연구개발(R&D) 종사자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기념일(9월 7일)은 국내 기업부설연구소가 1만개를 돌파한 2004년 9월 7일을 기념해 올해부터 법정기념일로 정해졌다. 올해 시상식에는 한성국 국무총리와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회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금호석유화학에선 김재윤 고무연구랩 수석연구원이 수상자로 자리했다. 이번 대통령 표창은 금호석유화학의 고성능 타이어 적용 '실리카 친화형 기능성 부타디엔 고무' 개발 성과가 주효했다. 타이어업계에선 연비와 젖은 노면의 제동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실리카 사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타이어에 주로 사용되는 부타디엔 고무는 실리카와의 친화력이 낮아 혼합시 연비와 제동, 마모 성능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기존에 타이어용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소재로 분류됐던 기능성 부타디엔 고무에 주목해 한계 극복에 나섰다. 연구소에서 성능을 구현하고, 이를 실제 생산 공정에서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파일럿과 상업 생산 단계에서 반복 검증을 거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분자 구조와 제조 조건을 최적화하고, 기존 생산 공정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안정적인 상업화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실리카 친화력을 높여 타이어의 마모 성능과 연비, 제동력을 함께 개선한 기능성 부타디엔 고무 소재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해당 소재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높은 수준의 마모·연비 성능을 요구하는 전기차용 타이어에도 적용돼 활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새로운 합성고무에 맞는 품질관리 기준도 마련해 국내외 타이어사에 제안하고, 이를 고객사 제품관리 기준으로 정착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합성고무 제품 관리 기준을 제조사가 먼저 제안하고 타이어사가 이를 적용한 것은 이번 사례가 최초라는 게 금호석유화학 측 설명이다. 아울러 도로 소재에 적용되는 '열가소성 탄성체 SBS' 기술도 고도화함으로써 아스팔트의 계절성 손상을 방지하는 등 도로 내구성 개선에도 나섰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표창은 타이어 산업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새로운 소재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시장을 개척한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해당 소재가 글로버 스탠다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고객의 잠재적인 수요를 먼저 발굴해 시장을 이끄는 고부가가치 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칩은 더 작게, 마스크는 두 배 크게…삼성·ASML이 노리는 것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정밀 '틀'인 포토 마스크가 커진다. 현재 업계 표준인 6인치에서 12인치로 크기를 두 배 키우면 나누어 새기고 다시 이어 붙이는(스티칭) 공정상 제약이 사라져 생산성이 크게 올라간다. 그만큼 회로는 더 미세하게, 더 촘촘하게 새길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이 전환을 주도하는 ASML의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리는 동시에, 2028년에는 차세대 D램 제조에도 최첨단 노광장비를 세계 최초로 들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노광장비 기업 ASML이 주도하는 '대형 마스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12인치 포토 마스크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이 컨소시엄은 노광설비와 포토 마스크 관련 글로벌 기술 동향을 함께 모니터링하며 공동 연구와 표준 개발을 추진하는 협의체다. 포토 마스크는 미세 회로 패턴을 새긴 정밀 마스크로, 노광설비 안에서 빛을 통해 웨이퍼에 설계 패턴을 그려 넣는 데 쓰인다. 이 마스크에 회로를 새기는 정밀도가 곧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좌우한다. 그동안은 6인치 마스크가 쓰여 왔지만, High NA EUV 도입과 함께 12인치로 전환하면 나눠 새기고 잇는 스티칭 작업 자체가 필요 없어져 팹 생산성이 높아지고 칩 제조 비용은 낮아진다. 특히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정밀 배치해야 하는 첨단 반도체일수록 12인치 마스크를 통해 High NA EUV 설비의 이점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더 커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두 분야 모두에서 오랜 EUV 사용 경험을 쌓아 온 만큼, 이번 전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ASML과 2028년까지 첨단 D램 제조에 차세대 노광설비인 High NA EUV를 도입하는 협력도 함께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 최초로 메모리 공정에 이 장비를 들이는 것이다. 그동안 High NA EUV는 주로 파운드리 공정에 적용돼 왔는데, 이번 협력은 이 기술이 첨단 메모리 제조에도 적용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 정밀한 패터닝이 가능해지면 D램 미세화 로드맵을 한층 더 연장할 수 있고, 공정은 단순해지면서 생산성은 함께 오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AI 시대의 도래는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밸류체인 전반에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며 “혁신 기술과 강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이어가고 ASML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Next AI'를 위한 기술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ASML의 가장 중요한 혁신 파트너 중 하나로, 현대 반도체 제조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함께 발전시켜 왔다"며 “AI가 이끄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반도체 제조를 위한 혁신을 이끌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첨단 메모리와 혁신적인 제조 방식 등에서 추가 협력 기회도 계속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전기차 안 팔리는데 목표는 천정부지…현대차 덮친 ‘무공해차 의무판매’

전기차 수요 회복세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공해차 판매 목표를 빠르게 높이며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전기차 수요를 여전히 웃도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전기차 중심의 전환을 재촉하면서 시장 상황와 정책 목표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월 시행한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에 따르면, 직전 3년간 연평균 판매량이 10만대 이상인 대형 자동차 판매업체의 무공해차 보급목표율은 올해 24%다. 지난해 22%에서 2%포인트(p) 높아졌다. 이후에도 목표율은 점점 높아져 2027년 28%, 2028년 36%, 2029년 43%를 거쳐 2030년에는 50%까지 올라간다. 연평균 판매량 2만~10만대인 중견 판매업체 역시 올해 20%에서 2027년 24%, 2028년 32%, 2029년 43%, 2030년 50%로 목표치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문제는 정책 속도와 소비자 수요 전환 속도 사이의 차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신차 신규등록 중 하이브리드차는 28만9814대로 전기차 19만8509대보다 1.5배 많다.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동기보다 0.6% 감소한 반면 전기차는 113.6% 급증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와 별개로 절대적인 판매 규모에서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목표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을 대상으로 해, 저공해차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같은 기준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정부는 무공해차 보급목표 실적을 산정할 때 하이브리드차 1대를 무공해차 0.3대로 환산해 일부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올해도 이 기준은 유지되지만, 업체들이 저공해차 판매를 통해 무공해차 목표를 보완할 수 있는 여지는 줄었다. 저공해차 초과실적을 무공해차 실적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이 지난해 100%에서 올해 70%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2027년에는 50%로 낮아지고 2028년부터는 완전히 폐지된다. 결국 업체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등 저공해차 판매만으로 무공해차 목표를 충당할 수 있는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셈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판매 실적을 놓고 보면 이 같은 간극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현대차의 올해 1~7월 국내 판매량은 36만4826대로 전년 동기보다 1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4만3466대, 하이브리드차는 9만5105대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기차의 두 배를 웃도는 가운데, 전기차가 전체 국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그쳤다. 전체 국내 판매량에 올해 무공해차 목표율 24%를 단순 적용하면 8만7558대 규모로, 실제 전기차 판매량과 단순 비교하면 4만4092대의 차이가 난다. 무공해차 목표율 자체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목표율 22%를 현대차의 올해 1~7월 판매량에 적용하면 목표에 해당하는 판매량은 8만262대지만, 올해는 목표율이 24%로 높아지면서 8만7558대로 늘어난다. 겉으로 보기엔 2%p 인상에 지나지 않지만, 같은 판매 규모를 가정해도 목표율 인상만으로 충족해야 할 판매량이 7297대, 9.1%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며 부담이 가중됐다. 무공해차 목표율은 높아졌지만 생산·판매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면서, 현대차로서는 높아진 목표를 맞추기가 더욱 녹록지 않게 됐다. 같은 24%의 목표율을 적용받더라도 업체별 부담이 같지는 않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지, 전체 판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실제 차량 대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아는 올해 1~7월 국내에서 35만383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전기차가 8만5444대로 전기차 비중이 24.4%에 달했다. 올해 무공해차 목표율 24%를 이미 웃도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KG모빌리티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2만4416대를 판매했으며, 전기차는 5559대로 전체의 22.8%를 차지했다. 특히 판매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목표율이 조금만 변해도 실제 충족해야 할 차량 대수의 변화 폭이 커진다. 올해 1~7월 판매량을 기준으로 목표율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현대차는 목표 기준 대수가 3648대 늘어나는 반면, KG모빌리티는 244대 증가하는 데 그친다. 똑같이 2%p씩 목표율이 높아져도 기아처럼 현재 전기차 판매 비중이 이미 목표율을 넘어선 업체와 현대차처럼 목표율과의 격차가 큰 업체, KG모빌리티처럼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업체 간에는 실제로 체감하는 부담의 크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것은 목표 미달 시 부과되는 보급 기여금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는 미달분에 따라 부족 차량 1대당 150만원의 보급 기여금이 부과된다. 2028년부터는 300만원으로 오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0년 보급목표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모든 판매자가 목표를 초과 달성해 실제 기여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당시의 시장 상황과 목표 수준은 지금과 크게 다르다. 실제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4년 판매량이 전년보다 9.7%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수요 둔화를 겪었다.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수요 둔화와 캐즘을 겪은 전기차 시장의 회복 속도와 비교해 정책 목표는 훨씬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무공해차 목표율이 연간 2~4%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높아졌다면, 올해 24%인 목표율은 내년 28%로 올라선 뒤 2028년에는 36%로 한 해 만에 8%p나 뛰고, 2029년 43%, 2030년 50%까지 높아진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며 상황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들이 감당해야 할 목표 수준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높아지는 구조다. 정부는 초과실적 거래와 이월·상환 등 목표 미달을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 장치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보완책이 업체별 시장 상황과 생산·판매 여건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부터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한 영국의 경우, 제도 도입 당시부터 목표 실적 차입 등을 허용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관련 유연성을 추가로 확대했다. 차입분 상환 기한을 더 연장하고, 비무공해차 실적의 전환 기간도 늘렸다. 목표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업체들이 실제 시장 여건에 맞춰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넓힌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목표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와중 업체별 경영 상황이나 생산·판매 여건을 반영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목표율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업체별 전기차 판매 비중이나 생산 여건에 따라 체감하는 부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부진이나 생산 차질, 신차 출시 일정 등 개별 업체가 처한 현실과 관계없이 목표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에서 실적 거래나 이월 같은 사후적인 보완책만으로는 업체별 부담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며 “업체별 시장 상황과 전환 여건을 고려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사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다시 뛰는 연료비…공급난에 해운업계 불확실성 커지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고조되면서 선박용 연료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도 동반 강세를 나타내 시황 자체는 우호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선박유 공급난 우려가 확대되며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8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싱가포르 저유황유(LSFO) 가격은 톤(t)당 848달러로 전주 대비 63.5달러 상승했다. 한 주 만에 약 8.1% 오른 수준이다. 고유황유(HSFO) 역시 같은 기간 13달러 오른 642달러(t당)를 기록했다. 당초 선박유 가격은 직전 주 당시 LSFO 기준 784.5달러(t당)로 800달러를 하회했으나, 원유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재격화 양상으로 오름세를 보이며 연료유 역시 상승 전환했다. 실제 WTI 선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CL) 기준 지난달 27일 배럴당 83.53달러에서 지난 4일 91.48달러로 일주일간 9.5% 급등했다. 이날도 한국 시간 오후 3시 기준 93.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선박유 가격 상승세가 국제유가 오름세와 맞물리는 가운데, 연료 자체의 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빠듯해진 수급이 선박유 가격의 하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정유업계가 중동전쟁 이후 휘발유·경유 등 고마진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연료유 생산 여력이 줄어든데다, 러시아와 중동 등 주요 공급지역의 연료유 수출 감소가 겹치면서 수급 부담은 지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글로벌 연료유 시장의 올 3분기 공급 부족 규모가 하루 평균 21만8000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 부족 규모가 하루 약 6000배럴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부족분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싱가포르와 유럽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푸자이라 등 주요 벙커링 허브의 연료유 재고 역시 최근 3년 계절 평균보다 약 30%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급 감소폭도 가파르다. 러시아의 연료유 수출은 지난해 하루 평균 86만배럴 이상에서 지난달 하루 59만1000배럴까지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지난 3~8월 평균 연료유 수출량도 하루 44만7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 당장의 유류비 부담은 주요 선종의 운임 강세가 업계 충격을 흡수하는 양상이다. 실제 건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4일 3628포인트(p)로 전주 3186p 대비 13.9% 상승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같은 기간 3509.53p에서 3590.05p로 2.3% 상승해 시황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탱커 운임 역시 강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가용 선복이 줄고 화주들의 조기 확보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4일 기준 중동~중국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기간용선환산수익(TCE)은 하루 70만4025달러로 전주 대비 4만7857달러 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이에 더해 업계는 유류할증을 통해 유류비 부담을 운임에 전가하고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수익성 충격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유류할증은 선종별·계약구조 특수성에 따라 일정 시차를 두고 운임에 반영되는데다 연료 효율화 역시 선박유의 구조적 공급부족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선박유 공급난이 실현 및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선박유 상승 부담은 유류할증을 통해 충격을 일부 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심화할 경우 역내 가격 변동성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아이즈엔터, 신임 CSO에 차상훈 전 카카오엔터 부사장

아이즈엔터테인먼트가 신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차상훈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8일 밝혔다. 차 신임 CSO는 20년 이상 정보기술(IT), 플랫폼, 콘텐츠 산업에서 사업 전략과 신사업을 추진해 온 전략 전문가다. NHN과 KTF 등을 거쳐 2010년 카카오페이지 전신인 포도트리를 공동 창업했으며,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지식재산권(IP), 콘텐츠, 플랫폼 사업의 성장 과정에 함께했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SO로 국내 스토리 사업 전략과 신사업을 추진했으며, 2023년에는 두나무와 하이브의 합작법인 레벨스 대표를 맡아 IP와 팬덤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을 진행했다. 차 신임 CSO는 향후 아이즈엔터테인먼트의 경영 및 사업 전략을 총괄하며 중장기 전략 고도화 및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등을 통해 다음 단계의 성장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아이즈엔터테인먼트는 인간과 가상인간이 공존하며 소통하고, 함께 즐기는 챗봇 게임 메신저를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차 CSO는 신규 서비스 출시와 성장 단계에 맞춰 전사 차원의 전략의 수립과 실행 강화에 힘을 보탠다. 차상훈 CSO는 “AI 시대에 콘텐츠를 즐기는 것과 소통하는 것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회사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다양한 성장 기회로 연결하고, 기업가치 확장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궁훈 아이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차 CSO의 합류를 통해 자사의 보유한 역량과 새로운 기회를 연결하고 전략적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회사의 성장 기반을 넓히고 중장기 전략을 함께 설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노동쟁의조정 신청…아시아나 ‘서열 통합’ 쟁점

조합원 2624명을 둔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따른 조종사 서열 통합과 임금·근로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기장 승격과 임금 등에 영향을 미치는 서열 기준을 노사가 함께 정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핵심 요구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2024년 단체 협약과 2025년 임금 협약 체결을 위해 30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는 14~20일에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과 인천공항 제2여객 터미널, 서울 서초구 반포2동 소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대 쟁점은 양사 조종사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서열 순위인 '시니어리티'다. 노조는 서열이 기장 승격과 대형기 전환 순서뿐 아니라 선임·수석 기장 수당, 교관·검열 보직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합 기준에 따라 장기적인 처우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교섭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단체 협약 제24조다. 이 조항은 회사가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 승무원 서열 순위 제도를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특정인의 승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병 이후 적용할 공통 기준을 노사 합의로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 통합안의 산출 근거도 논란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객관적인 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가 요구한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전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노조는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회사 측 설명 역시 월별 기장 승격 인원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회사가 해당 인원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 경력 조종사 약 600명에게 적용할 입사 시점 산정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최초 입사일 대신 '정사번 부여일'을 서열 기준으로 삼으면서, 입사 후 계약직으로 장기 양성 과정을 거친 기간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사 교육을 오래 받은 조종사일수록 정사번을 늦게 받아 서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사의 과거 채용 기준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민간경력 조종사에게 비행경력 1000시간을 요구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기준은 250시간이었다. 노조는 이러한 차이가 각 회사의 채용·양성 제도에서 비롯된 만큼 통합 과정에서 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의 경력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라며, 필요하다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서열 기준을 정하는 절차는 단체협약에 따른 노사 교섭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임금 인상 △장거리 비행 후 휴식 확대 △비행 수당 산정 기준 변경도 포함됐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율은 3.3%로 회사 제시율인 2.7%와 0.6%포인트 차이가 난다. 노조는 대한항공 감사 보고서의 장기 재무 추정에 반영된 기대 임금 상승률 등을 요구 근거로 들었다. 휴식과 관련해서는 10시간 이상 비행한 뒤 현지에서 30시간을 쉬는 기준을 미주뿐 아니라 유럽 등 전 노선에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분석에서 런던 노선의 비행시간 중위값은 14시간 25분으로 뉴욕보다 25분 길었지만 분석 대상 런던 노선 30편 모두 현지 휴식시간이 30시간에 못 미쳤다. 유럽 노선 전체로는 219편 중 103편, 약 47%가 30시간 미만이었다. 비행 수당은 출두 시각부터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 교통 흐름이나 항공기 연결 문제로 출발이 지연되더라도 조종사는 근무를 이어가는 만큼 해당 시간을 수당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조는 조정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지난 4월 실시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바탕으로 쟁의 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쟁의 행위에 돌입하더라도 노사가 정한 필수 유지 업무 수준의 운항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문형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회사가 양쪽 조종사 어느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서열을 정해 버린 것"이라며 서열 기준에 대한 노사 합의와 임금·휴식 요구 수용을 촉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중대 보안사고’ 발생…김포 국제선 승객 5명, 입국심사 없이 공항 벗어나

일본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던 대한항공 승객 40여 명이 버스 이동 과정에서 국내선 청사에 내려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5명은 공항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와 뒤늦게 심사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조업사 버스의 동선 이탈을 확인한 뒤 관계 당국과 입국 절차를 진행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현장 운영 절차를 점검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월 7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2106편이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발생했다.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터미널로 이동하기 위해 여러 대의 램프 버스에 나눠 탔다. 이 중 내·외국인 약 40명을 태운 버스 한 대가 국제선 청사 대신 국내선 청사로 향했다. 승객들은 국내선 도착 승객들과 함께 청사로 들어갔다. 당시 현장에는 이들을 국제선 입국 동선으로 안내하거나 이동을 통제할 직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선 승객이 국내선 도착 구역으로 유입되면서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고 공항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착오는 수하물을 기다리던 승객이 공항 직원에게 국내선 청사로 잘못 이동한 것 같다고 알리면서 드러났다. 이후 항공사 측은 수하물 수취 구역 등에 남아 있던 승객들을 찾아 국제선 청사로 이동시키고 입국심사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승객 5명은 이미 공항을 떠난 상태였다. 이 중 외국인 한 명은 경기 이남 지역까지 이동했다가 오후 늦게 소재가 확인됐다. 이 승객이 김포공항으로 돌아와 입국심사를 받은 것은 사고 발생 9시간 뒤였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다른 승객도 김포공항으로 되돌아와 입국 절차를 밟았다. 국토교통부는 이 과정에서 출입국 관리에 공백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램프 버스 운송 과정에서 자체 보안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대한항공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가 원격 주기장에 도착한 뒤 승객들이 조업사 램프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던 중 일부 승객을 태운 버스가 국제선 입국 절차와 다른 동선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승객들이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공항 관계 기관과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현장 운영 절차를 재점검해 유사한 불편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검토·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소상공인 AI, ‘몇 명이 쓴다’보다 ‘어떻게 쓰는가’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500곳에 물었다. “지금 디지털·AI 기술을 쓰고 있습니까." 열에 여덟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무엇을 쓰고 있는지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응답자의 83.3%는 키오스크나 SNS 홍보처럼 이미 익숙해진 도구를 쓰는 입문·기초 단계에 머물렀다. AI가 재고를 알아서 채워 주는 자동발주는 3.3%, AI가 가격을 최적화해 주는 경우는 2.2%에 그쳤다. 활용률 80%는 숫자이고, 실제 역량은 그 숫자가 가린 그림자에 가깝다. 이 착시는 낯설지 않다. 중기중앙회가 별도로 실시한 키오스크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드러났다. 키오스크를 도입한 소상공인의 90% 이상이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지만, 정작 정부 지원을 활용한 경우는 소수였다. 지원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도구는 보급됐지만, 그 도구까지 닿는 길은 여전히 좁았던 셈이다. 도입과 활용은 처음부터 다른 과제였다. 올여름 정부는 이 문제를 풀겠다며 다시 움직이고 있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도 매출·업종·상권 정보로 성장성을 평가해 주는 AI 신용평가체계(SCB)가 8월 말부터 16개 은행에서 순차 시범 도입됐고, 정책과 경영, 상권 정보를 대화로 안내하는 AI 도우미 서비스가 9월 문을 연다. 방향은 맞다. 다만 이번에도 '몇 명이 접속했는가'로 성과를 잰다면, 3년 뒤 우리는 또 다른 활용률 80%짜리 착시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 더 눈에 띄는 숫자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곳은 3.2%뿐이었다. 참여하지 않은 이들의 76.2%는 그런 사업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반면 참여해 본 이들의 87.5%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써 본 사람은 만족하는데, 대부분은 써 볼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다. 도구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 도구까지 닿는 길이 좁아서 생기는 격차다. 정작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물으면 대답은 다르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운영비 지원(59.0%)이었고, 맞춤형 교육을 꼽은 비율은 16.6%에 그쳤다. 당장의 현금이 급한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 응답을 그대로 정책에 옮기면, 우리는 다시 돈을 쥐어 주고 활용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는 익숙한 길로 돌아가게 된다. 소상공인이 원하는 것과 진짜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교육·여가업의 활용률은 98%에 달했지만 소매업은 46%로 최하위였다. 활용 분야도 회계·문서 작성 같은 경영지원(54.5%)에 몰려 있고, 정작 매출과 직결되는 판매·유통(22.3%)이나 마케팅·홍보(21.3%)는 뒤로 밀려 있었다. 소상공인이 AI를 안 쓰는 게 아니라, 매출에 힘이 되는 곳까지는 아직 손이 닿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근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본다. 결과물을 AI에게 그대로 받아 쓴 학습자는 과제는 빨리 끝내지만 정작 그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다. 반대로 AI의 답을 검토하고 고쳐 보고 반박해 본 학습자는 시간이 더 걸려도 실력으로 남는다. 도구를 얼마나 자주 켰는가가 아니라, 그 결과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는가가 진짜 실력을 가른다. 소상공인의 AI 활용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첫째, 성과 지표를 활용률에서 활용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몇 명이 로그인했는지가 아니라, 몇 명이 재고관리나 가격 결정처럼 실제 경영 판단에 AI를 쓰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 둘째, 지원사업의 존재를 알리는 일 자체를 별도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열 중 여덟이 모르는 사업은 없는 사업과 같다. 셋째, 맞춤형 교육을 예산의 뒷전이 아니라 설계의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 사장님이 원하는 것이 당장의 현금이라 해도, 정책이 함께 챙겨야 할 것은 그 현금을 내년에도 벌어들일 수 있는 역량이다. AI 신용평가와 AI 도우미가 문을 여는 지금이 이 질문을 던지기 좋은 시점이다. 80%라는 숫자에 안심하기 전에, 그 뒤에 숨은 83%의 '입문 단계'를 먼저 봐야 한다. 도구를 나눠 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지금 정책이 답해야 할 진짜 질문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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