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총수 일가 3·4세들이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주요 기업 경영 전면에 속속 나서고 있다. 롯데·HD현대·GS·CJ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속도가 나는 모습이다. 경력·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인물들이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의 역할을 대폭 확대했다. 신 부사장은 앞으로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를 맡기로 했다. 그룹 지주사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도 이끌게 된다. HD현대는 지난 10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회장은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에 더해 내년부터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 대표도 맡기로 했다. GS그룹에서도 총수 3·4세 경영인이 전면에 배치된다. 지난달 인사를 통해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용수 부회장은 고(故) 허완구 ㈜승산 회장의 아들이다. 허세홍 부회장은 GS칼텍스 회장을 지낸 허동수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승진한 홍순기 ㈜GS 부회장과 함께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해 허태수 회장을 보필하게 된다. CJ그룹 4세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경영리더)도 영향력이 커진다. 올해 인사를 통해 상위 조직인 미래기획그룹까지 이끄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LS MnM 대표는 사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이밖에 농심에서 총수 3세 신상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사장은 앞으로 회사 글로벌·미래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삼양식품에서는 3세 경영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전무 자리에 올랐다. SPC그룹에서는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이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은 사장 자리를 차지했다. 재계에서는 3·4세 경영인들이 지나치게 '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주나 2세들이 밑바닥부터 사업을 배우며 실력을 쌓아왔다는 점과 비교된다는 이유에서다. 신유열 롯데 부사장은 1986년생이다. 일본 노무라 증권 등에서 경험을 쌓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곧바로 본부장·기획부장 등 직함을 달았고, 2023년에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역할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이 사이 롯데그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 유통 부문 혁신 부재, 화학 업황 불황 등을 만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 인사에서 전체 CEO의 3분의 1 수준인 20명을 물갈이해야 했을 정도다. 1982년생 정기선 HD현대 회장 역시 본격적으로 회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수석부장으로 입사하고 1년만인 2014년 상무를 달았다.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 부사장, 2021년부터 HD현대 사장을 맡았다. CJ 4세 이선호 경영리더는 1990년생이다. 2013년 입사해 2022년 임원 자리에 오른 뒤 경영 수업을 받아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82년생 구동휘 LS MnM 사장은 2013년 LS일렉트릭에 차장으로 입사해 6년만인 2019년 임원을 달았다. 1993년생인 신상열 농심 전무는 지난해 11월 임원이 된 뒤 1년만에 부사장이 됐다. 1994년생인 전병우 삼양식품 COO는 2019년 입사 뒤 1년만에 임원이 됐다. 2023년에는 상무, 올해는 전무를 달며 초고속 승진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00대 그룹 총수일가 경영인들은 임원 승진 이후 회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17년1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세보다 3·4세로 갈수록 임원 진입 연령이 낮아지고 승진 속도도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재직 중인 총수 일가 임원들은 평균 29.4세에 입사해 약 5년2개월 뒤인 34.9세에 임원을 달았다. 이후 7년10개월 뒤인 42.7세에 사장으로 승진하는 경향을 보였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출발한 인원도 28명에 달했다. 실력으로 리더 자리를 차지한 전문경영인들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최근 효성그룹 첫 전문경영인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김규영 HS효성 회장은 1972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53년간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도 1978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40여년만인 2019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문제는 최근 재계 주요 기업들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계속 불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고환율 시대 수출·수입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고 '인공지능(AI) 혁명' 등 미래 기술을 향한 변화의 속도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재계 '젊은 리더'들이 위기 속 본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경험이 부족한 재계 3·4세가 '신성장동력 발굴' 특명을 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 능력 입증이 아니라 관련 경험 자체가 없는 직원이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고속 승진하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총수 일가 세대교체는) AI 시대 도래가 전문경영인 '관록의 가치'를 약화시킨 측면도 있다"며 “과거에는 오랜 경험과 축적된 통찰이 강점이었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실행하는 젊은 임원들이 더 적합하다는 인식도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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