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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KAI 인수 구상 上 ] 수익 창출 능력만큼 중요한 ‘자금 설계’

“이왕 인수를 할 거라면 잘해야 한다." 기자가 접촉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원의 말이다. 한화그룹의 경영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는 노조의 공식 입장과는 구분되는 개인의 발언이다. 그러나 인수 찬반을 넘어 누가 어떤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이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 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AI 노조는 지난 20일 상경 투쟁에 이어 오는 28일과 11월 3일 추가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한화의 지분 취득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와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컨설팅 용역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방위산업계에서는 기업 간 결합을 통해 기술과 자본, 생산 기반을 확충해 온 흐름이 이어져 왔다. 막대한 개발비와 긴 투자 회수 기간을 감당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생산·금융·정비 지원을 함께 제공하려면 개별 기술을 넘어 사업 전반을 묶는 역량이 필요하다. 한화가 KAI와의 결합을 추진하는 산업적 논리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한화의 엔진·항전·무장 역량과 KAI의 완제기 개발·생산 능력을 연결한다는 구상에는 산업적 의미가 있다. 이를 실제 경쟁력으로 바꾸려면 지분 취득과 기존 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제표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익 창출 력과 관리해야 할 자금 부담이 동시에 나타난다. ◇ 지분 15.89% 확보…경영권 취득은 별도 과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KAI 보유 지분율은 15.89%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한다. 지난 8월 확보한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26.41%에 이어 2대 주주다. 공정위는 지난 8월 31일 한화의 KAI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다만 당시 지분만으로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향후 추가 지분 취득으로 최다 출자자가 되거나 일정 수준의 임원 겸임이 발생하면 새로운 기업 결합 신고와 심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승인을 경영권 인수에 대한 포괄적인 허가로 해석할 수는 없다. 수은도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KAI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의 지분 확대와 실제 경영권 거래가 성사되는 과정 사이에는 여전히 정책적·거래적 변수가 남아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확보한 지분의 규모와 향후 경영 참여 구상, 실제 경영권 취득에 필요한 절차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재무적으로도 추가 취득 규모와 거래 방식에 따라 필요한 자금과 조달 구조가 달라진다. ◇ 한화그룹 “역량 통합"…수출·우주 경쟁력에 방점 한화그룹의 설명은 지난 5월 경영 참여 목적을 밝힌 이후 유지해 온 기조와 같다. 국가 안보 증진과 우주·항공 분야의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KAI와의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국내 우주·항공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업 간 중복 투자가 개발과 운영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항공 엔진·항공 전자·레이더·위성·발사체 등에 투자해 온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과 완제기 개발·제작·체계 종합 역량을 갖춘 KAI가 결합하면 개별 기업이 분산해 수행하던 사업을 연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기체 △엔진 △항전 장비 △무장 △유지·보수·정비(MRO)를 묶은 대응을 강조한다. 해외 고객의 요구가 기체 구매를 넘어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 후속 지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공동 전략 수립과 마케팅을 통해 원가·납기·기술·지원 역량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주 분야에서는 발사체부터 위성 제작·운용, 지상 체계와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사업 구조를 제시했다. 경남 창원과 사천, 전남 고흥을 잇는 우주·항공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협력업체의 해외 동반 진출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영 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와 주주,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의 효과를 높이려면 각 회사의 기술을 연결하는 전략과 함께 개발·생산 일정에 맞춘 장기 자금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수 주체가 확보한 현금뿐 아니라 앞으로 창출할 현금과 이미 예정된 투자 지출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고수익 능력과 늘어난 차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은 4조3429억 원, 영업이익은 8237억 원으로 집계된다. 영업이익률은 약 19%다. KAI 지분을 보유한 세 회사 가운데 추가 매입을 주도할 사업 규모와 이익 창출 능력을 갖췄다. 인수 여력을 따질 때는 연결 재무제표와 별도 재무제표를 구분해야 한다. 연결 수치는 종속 회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의 규모를 보여준다. 반면 별도 수치는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법인 자체의 자금 사정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 이하 두 상장사의 재무 수치는 별도 언급이 없는 한 별도 기준이며, 재무 상태는 올해 6월 말, 실적과 현금 흐름은 상반기 누적 기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상당한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에서는 8788억 원의 현금이 순유출됐다. 회계상 이익이 같은 기간의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먼저 투입하고 대금은 나중에 받는 과정에서 흑자 기업의 현금 흐름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반기 현금 흐름만으로 사업의 장기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훼손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추가 인수 여력을 평가할 때 이익 규모와 함께 대금 회수 시기, 생산에 필요한 운전 자금까지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차입금·사채는 지난해 말 4조9017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7조5099억 원으로 약 2조6082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2174억 원에서 3조1807억 원으로 약 1조367억 원 감소했다. 차입금·사채는 리스 부채를 제외한 장부 금액이다. 6월 말 부채 비율은 185.6%다. 회사가 공시한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 6.0%에서 33.5%로 상승했다. 이는 차입금·사채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기타 유동 금융자산을 차감한 금액을 자본과 비교한 지표다. 상반기 KAI 주식 취득 금액은 약 9170억 원이다. 주요 투자 지출이지만 차입 증가액 전체를 KAI 매입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존 사업의 자금 수요와 다른 투자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채의 성격 역시 구분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동 부채에는 약 6조9354억 원의 계약부채가 포함돼 있다. 향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와 관련된 계약 부채를 금융권 차입금과 동일하게 취급하면 부담을 과장하게 된다. 반대로 계약 이행에 필요한 자금까지 모두 인수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으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높은 수익 창출력은 투자와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기반이다. 이를 인수 이후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추가 지분 취득과 기존 사업의 생산·개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함께 배분하고, 예상 현금 유입에 맞춰 조달 만기를 설계해야 한다. ◇ 한화시스템, 현금 확보와 조달 비용 함께 봐야 한화시스템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68억 원, 영업이익률은 약 13.5%다. 이 회사 역시 본업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 다만 현금이 늘어난 배경은 영업 현금 흐름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442억 원에서 6월 말 1조334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사채도 1조3596억 원에서 3조1066억 원으로 약 1조7470억 원 늘었다. 상반기 영업활동 순현금 유입은 375억 원인 반면 재무활동 순현금 유입은 1조6353억 원이었다. 현금 증가를 자체 영업으로 축적한 여유 자금의 확대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6월 말 부채 비율은 141.7%이며,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약 143억 원에서 534억 원으로 증가했다. 확보한 유동성이 투자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만큼 조달 비용과 상환 조건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한화오션 주식을 활용한 자금 확보도 중요한 거래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오션 주식 1328만 1250주를 1조7000억 원에 양도하면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 보유 자산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주식 양도 이후에도 계약상 정산 관계가 남는다. 주식을 처분하면서 가격 변동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완전히 해소한 거래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현금 유입 규모와 함께 계약 만기·정산 조건을 살펴야 한다. 한화시스템은 6월 말 이후 약 4999억 원을 들여 KAI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따라서 반기 말 현금에는 이 지출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약 2878억 원 규모의 한화미래기술연구소 부동산 매입 결정도 있어 여러 투자 수요가 겹친다. 연결 손익에도 차이가 있다. 한화시스템은 상반기 별도로 1395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종속회사 등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43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본사 수익성과 함께 종속사업의 손익 부담을 살피고 투자 성과가 현금 창출로 이어지는 시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화 계열사의 수익 창출 능력과 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은 KAI와의 결합을 추진할 기반이다. 늘어난 차입과 여러 투자 수요는 거래의 가격과 속도, 조달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이유다. 인수를 추진한다면 지분 매입을 마친 뒤에도 기존 사업과 KAI의 성장을 함께 뒷받침할 재무 여력을 남겨야 한다는 평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CXMT 4F² 해부 ③] 규제가 떠민 CXMT의 4F²…K메모리 해법은 ‘수율·원가’

수출 규제가 강요한 선택이 중국 메모리의 독자 노선으로 굳어지고 있다. 당장의 기술 격차는 뚜렷하다. 하지만 막대한 이익과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CXMT를 상대로 한국이 내세울 것은 첫 출시가 아니라 양산 수율과 원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 EUV 쥔 한국, 출발선부터 다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여러 세대 D램의 핵심 공정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쓰고 있다. DUV 멀티 패터닝 대신 EUV를 쓰면 핵심 레이어 층에서 공정 단계가 약 50~60% 줄어든다. 반대로 EUV 없이 같은 물량을 생산하려면 웨이퍼를 30%가량 더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4F²가 중국만의 길은 아니다. 업계와 기술 전문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10㎚급 공정으로 만든 16Gb 4F² 시제품의 읽기·쓰기 동작을 공개했고, 2028년 전후 양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F²와 웨이퍼 본딩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공식화했다. 다만 출발선이 다르다. 한국에 4F²는 값비싼 EUV 사용을 줄이는 선택지지만, CXMT에는 EUV 없이 버티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경로다. 기존 6F² 미세화에서도 격차는 여전하다. CXMT는 지난달에야 1a 공정 양산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는 2021년에 이미 이 단계를 지났다. EUV를 들여올 수 없는 CXMT로서는 선폭 경쟁에서 갈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선폭을 줄이지 않고 셀 모양을 바꿔 밀도를 높이는 4F²로 노광 해상도 싸움을 구조 싸움으로 바꾼 배경이다. SAQP·수직 트랜지스터·웨이퍼 본딩을 묶어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전략 자체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 자금·규모 앞세운 CXMT…'공급 과잉' 나비효과 그렇다고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다. CXMT는 확보한 기술부터 단계적으로 조합해 제품을 만들고, 중국 내수 시장을 시험대 삼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EUV 없이 1a급 D램을 양산 궤도에 올렸고, 4F² 관련 특허도 300건 넘게 쌓았다. 자금은 더 큰 변수다. 메모리 호황으로 CXMT의 올해 매출은 몇 배로 늘고, 매출총이익률은 80%를 웃돌 전망이다. 이 이익과 국가 지원은 수율이 낮은 초기 구간을 버티게 하는 완충판 역할을 한다. 중국산 DUV 장비 생산도 시작됐다. 높은 메모리 가격은 CXMT의 원가 열세를 가려주고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CXMT가 기술적 난관을 넘어 4F²-SAQP전환에 안착했을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AI 분야의 수급에 따라 메모리 시장 전반이 공급 과잉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CXMT의 웨이퍼 생산능력은 연말 월 30만 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증설이 더해지면 월 60만 장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 생산량은 수율에 달렸지만, 수율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물량에 원가 경쟁력까지 함께 갖출 수도 있게 된다. 한국 기업들도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 완제품 업체들이 자국산 메모리에 한해 도입 기준을 완화하면, 그동안 한국산 칩을 써 온 현지 고객사가 CXMT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시점도 겹친다.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2028년은 업계 전반의 4F² 전환 시기와 맞물린다. 공급이 한꺼번에 늘면 가격 하락 압력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진짜 위협은 중국이 이미 앞질렀다는 발표가 아니라 수출 규제가 벌어준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데 있다"며 “강요된 선택이라도 쌓이면 독자적인 기술 경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쟁의 본질은 누가 먼저 발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수율과 원가를 맞추느냐"라며 “한국은 첫 출시 경쟁에 휘말릴 필요 없이 서버 고객 인증을 통과한 양산 수율, EUV·4F²·웨이퍼 본딩을 결합한 원가 우위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4F² 다음 전장인 3D D램 준비도 과제다. 시장조사기관과 기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수직 트랜지스터 단계를 건너뛰고, 낸드플래시처럼 셀을 층층이 쌓는 3D 구조로 직행하고 있다. 진 교수는 “3D D램 준비도 늦춰선 안 된다"며 “연말에 나올 제품의 사양과 수율, 서버 고객의 실제 채택 여부가 첫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이재용 ①] 107조 이익으로 돌아온 삼성…취임 4년 ‘초격차’ 재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취임 초기 반도체 불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논란에 시달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20.0%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6.6%, 영업이익은 782.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아직 사업 부문별 확정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용 제품 수요 증가, HBM 판매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취임 4년을 맞은 이 회장의 경영 성적표도 달라졌다. 그동안 제기됐던 '투자는 많은데 성과가 늦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반도체 불황기에 유지한 대규모 투자가 이익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공시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오너 경영인의 취임 전후 성장성·수익성·재무건전성·현금창출력·투자효율·주주가치를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한다. 동종업계 및 시장 평균과 비교해 업황 영향을 통제하고, 관련 교수와 전문가의 해설로 숫자의 의미와 한계를 보완한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10월27일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했지만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해왔다. 따라서 회장 취임만을 기준으로 성과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보다 이 회장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와 경쟁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분석 대상은 삼성전자 연결재무제표다. ◇ 불황기에 멈추지 않은 투자가 반등 기반으로 이 회장 체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반도체 불황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2023년 53조1000억원, 2024년 53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투자액은 각각 48조4000억원과 46조3000억원이었다. 연구개발비도 2024년 약 35조원, 2025년 37조7000억원으로 잇달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해 투자를 줄이기보다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차세대 패키징에 자금을 투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에는 투자 효율을 둘러싼 비판이 컸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대응이 늦었고, 파운드리에서도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2023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까지 감소했고, DS부문은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HBM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6년 들어서는 HBM4 판매를 확대하고 주요 고객사에 차세대 HBM4E 샘플을 공급했다. 올해 2분기 메모리사업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HBM4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도 미국 고객사 수주와 HBM용 베이스다이 수요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 '많이 투자한 삼성'에서 '투자 성과 내는 삼성'으로 재무제표의 장기 비교만 보면 이 회장 체제의 수익성은 아직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2017~2019년 연평균 매출은 23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6조8000억원이었다. 2023~2025년 평균 매출은 297조8000억원으로 2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조6000억원으로 40.9% 감소했다. 다만 이 비교에는 2023년의 극심한 메모리 불황이 포함돼 있고, 2026년 실적 반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과거 3개년과 최근 3개년 평균만으로 현재의 경영 성과를 판단하면 삼성전자의 수익성 회복 속도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017~2019년의 연평균 영업이익을 크게 웃돈다. 불황기에 집행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가 HBM4와 서버용 메모리 매출로 전환되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전장 등으로 사업이 분산돼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반도체 불황기에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가 손실을 완충했고, 반도체가 회복되자 그룹 전체 이익이 빠르게 증가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실적 방어와 회복 양쪽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취임 4년 성과는 '회복', 다음 평가는 '지속성' 이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당시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이사회는 승진 배경으로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했다. 취임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과 HBM 대응 지연이라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개발을 이어가면서 2026년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등했다. 투자 규모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숫자로 답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은 과제는 실적의 지속성이다. 올해 이익 증가에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업황 효과도 포함돼 있다. 오는 29일 공개되는 확정 실적에서 HBM과 파운드리의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HBM4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 대형 고객사 확보가 이어져야 이번 실적을 구조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메모리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높은 이익률과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다음 성적표를 좌우한다. 재무제표로 본 취임 4년의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 투자를 지속했고, 그 성과가 역대 최대 실적으로 나타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 초기의 HBM 대응 지연은 한계로 남지만, 2026년의 실적 반등은 이 회장 체제의 투자 전략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할 근거가 됐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베일 벗은 ‘별들의 전쟁’…올해 최고의 게임 가린다

올해 최고 게임을 가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후보작이 베일을 벗었다.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작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작품들도 대거 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들도 후보에 오른 점도 눈길을 끈다. ◇ 유력 대상 후보로 펄어비스 '붉은사막' 물망 26일 지스타조직위원회는 '2026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후보작을 공개하고, 이날부터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최고 게임상을 뽑는 '2026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은 다음달 18일 부산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지스타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본상 후보작 명단에는 총 12종의 게임이 이름을 올렸다. 후보에 오른 작품은 △도깨비의세계(슈퍼캣)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몬길: 스타다이브(넷마블몬스터) △붉은사막(펄어비스) △스톤에이지 키우기(넷마블엔투)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엔픽셀)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넷마블에프앤씨)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레드징코게임즈) △제우스: 오만의신(에이버튼)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스마일게이트) △아이온2(엔씨) △미메시스(렐루게임즈) 등이다. 업계에서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유력한 대상 후보로 점치는 분위기다. 올해 3월 출시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은 출시 한 달이 채 되기 전 500만 장을 판매하며 국산 콘솔 패키지 게임 역사상 최단 기간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단순 흥행을 넘어 해외 게임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기술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붉은사막'은 영국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The Develop Conference)가 주최하는 '디벨롭 스타 어워드(Develop:Star Awards)'에서 '기술 혁신상(Best Technical Innovation)'을 수상했으며,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 기간에 열린 '중국 게임 혁신 어워드 2026(CGIA)'에서 '최고의 인터내셔널 게임(Best International Game Award)'을 수상했다. 또 개선판인 '붉은사막 인핸스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중 투표 게임 시상식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The Golden Joystick Awards 2026)'에서 '올해의 PC 게임(PC Game of the Year)', '최고의 사운드트랙(Best Soundtrack)' 등 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 아이온2·카제나…다크호스 떠오른 '미메시스' 글로벌 성과로 치면 엔씨의 '아이온2'나 스마일게이트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도 쟁쟁한 후보로 꼽힌다. 엔씨의 '아이온2'는 이달 5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된 후 최고 동시접속자 수 40만 명을 넘어섰고, 출시 첫주 스팀(Steam) 주간 글로벌 매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엔씨가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출품한 것은 지난 2012년 대상을 받은 '블레이드&소울' 이후 14년 만이다. 스마일게이트의 서브컬처 게임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자체 신규 IP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10월 전세계 174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출시 한 달 만에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111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2월에는 '센서타워 APAC 어워즈'에서 '최고의 신규 서브컬처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크래프톤 산하의 렐루게임즈가 만든 '미메시스'도 다크호스다. 지난해 10월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됐고, 지난 6월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 장을 넘어섰다. 미메시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게임의 핵심 구조에 결합한 'AI 네이티브 게임'으로, 이미 해외 여러 시상식에서도 게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앞서 일본 최대 게임 개발자 전문 컨퍼런스 CEDEC에서 열린 'CEDEC 어워드 2026'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게임 디자인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일본 호러 게임 어워드'에서 멀티플레이 호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일 게임 기업 중 가장 많은 작품을 후보에 올린 넷마블이 어떤 성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넷마블몬스터의 '몬길: STAR DIVE', 넷마블엔투의 '스톤에이지 키우기', 넷마블에프앤씨의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은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6 올해의 우수게임'에서 나란히 일반게임 블록버스터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대국민 투표는 누구나 게임대상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대국민 투표 결과는 본상에 25% 비중으로 반영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테슬라, 국토부에 FSD 승인 신청서 제출...주사위는 국토부로

테슬라코리아가 국토교통부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 적용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2일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에 FSD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테슬라의 신청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FSD와 관련해 국토부에 공식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신청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대상 차종, 적용 하드웨어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FSD 사용이 제한된 차량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모델Y로, 이번 신청에 해당 차량 전체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산 테슬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안전기준 인정 예외가 적용되는 만큼, 신청 대상 차종과 기능에 따라 적용 여부는 달라진다. 관건은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능에 별도의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지다. 국토부는 지난 8월 국민신문고 민원 답변에서 일반도로에서 작동하는 테슬라 감독형 FSD와 FSD V14 라이트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89조 별표 6의2 제10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기준은 차로 변경 시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직접 조작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반면 테슬라의 감독형 FSD는 주변 교통 상황을 바탕으로 시스템이 차로 변경을 판단하고 주행을 수행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작동 방식이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자동차 안전기준 특례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4조의2 등을 언급하며 특례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시 장 의원은 테슬라코리아 측에도 정식 승인 신청과 안전성 검증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당시 국토부로부터 FSD 관련 공식 조사나 자료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검증 창구와 제도가 마련되면 국토부와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제114조의2는 기존 규칙에서 정한 장치보다 우수한 새로운 장치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장치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다. 장 의원은 이 조항과 제114조제15항을 근거로 외국 안전기준 적용 등 특례 활용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해당 조항을 테슬라 FSD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토부의 구체적인 판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기준과 국내 기준의 관계도 쟁점이다. 국토부는 운전자제어지원시스템(DCAS)에 관한 국제기준인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R171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도심 핸즈오프 주행을 포함한 테슬라 FSD는 DCAS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제기준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과 FSD가 해당 기준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FSD 안전성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장 의원실이 공개한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출자료에 따르면 FSD 관련 정부 시험·검증 실적과 공단의 시험·평가 결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 검증 여부에 대한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향후 검증 계획 역시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테슬라의 승인 신청에 따라 국토부는 FSD의 국내 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안전성 평가 항목과 검증 절차를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정부가 해당 시스템을 직접 시험·검증한 이력이 없는 만큼, 심사 과정에는 차로 변경 등 주행 기능의 안전성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실도로 시험을 실시할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한국항공정책연구원 개원…“학자적 양심, 발주처 요구에도 연구 결과 왜곡 않겠다”

한국항공정책연구원이 항공 안전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항공산업 전반의 정책과 제도 개선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 기관으로 출범했다. 공항 주변 고도 제한과 도시 발전의 접점을 찾고 산업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준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연구원은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결론을 바꾸지 않는 연구의 독립성과 정확성을 운영 원칙으로 내세웠다. 항공정책연구원은 2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사무실에서 개원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항공 운항·관광·사고 조사·관제·항공 보안·정보 기술(IT) 등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연구원의 출발을 축하하고 협력 의사를 밝혔다. 연구는 송병흠 원장이 총괄하고, 윤수정 대표이사가 행정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체계다. 송 원장은 개원식에서 연구원의 지향점을 '연구자적 관점'으로 설명했다. 정책적 분위기나 발주처의 이해관계에 휩쓸리기보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정확한 판단을 제시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원칙이 영업에 불리해 보일 수 있지만, 정확한 결과를 필요로 하는 기관과 기업의 신뢰를 얻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갑이 아무리 우리한테 돈을 줬더라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학자적 양심으로 왜곡하지 않고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원장은 이 같은 연구가 5년 가량 축적되면 국가 기관을 비롯한 여러 주체가 정확한 판단을 구하기 위해 연구원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으로 약 5년간 자신의 연구 경험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연구원에 접목하고, 함께하는 연구자들이 이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연구원은 기존 한국항공안전과 항공안전시스템을 통합해 재설립한 조직이다. 송 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전 쪽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정책이나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항공 안전과 엔지니어링·시스템 분야를 기반으로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는 의미다. 출범 배경에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 비해 관련 제도의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문제 의식이 자리한다. 송 원장은 “항공 분야에는 약 50년 전 만들어진 법령과 기준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현대 산업사회의 발전을 제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의 선진 제도와 기준을 비교하되 국내 실정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연구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법령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법령·훈령·고시 등을 살펴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 내용을 발굴한 뒤 국가 기관과 지방 자치 단체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당면 과제로는 공항 주변 고도 제한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꼽았다. 송 원장은 도시 발전을 제약하는 규정과 법령의 개정안을 마련하는 연구 용역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 강서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도 제한과 관련, 그는 기준 높이를 산정하는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관련 문제를 지자체에 제시했고 국토교통부에서도 긍정적인 답변과 개정 검토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의 성과로는 자신이 참여한 경기도 성남시 고도 제한 관련 연구를 들었다. 송 원장은 성남시의 1·2·3차 연구를 수행해 왔다며 제시한 다섯 가지 방안 가운데 두 가지가 국방부를 통해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과 주변 기업들이 연구에 신뢰를 보내고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구원의 초기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용역을 중심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공공 분야에서 수행 실적과 신뢰를 쌓은 뒤 대기업과 공항 주변 사업자 등 민간 부문으로 연구·자문 수요를 넓혀 가겠다는 방침이다. 민간 기업과는 두 건의 과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는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과 관련한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장 주변에서 건축물의 높이를 높이려는 기업의 의뢰다. 송 원장은 사업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현재 수행 중인 연구와 예정된 과제를 차근차근 완수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찾아다니며 외형을 키우기보다, 정확한 연구와 유용한 결과를 통해 일정한 용역 수요가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송 원장은 “어떤 이윤을 낸다기보다는 우선은 연구원을 유지하는 정도로 하면서 지역 사회나 국가에 공헌한다는 개념"이라며 “정확하고 모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수익 극대화보다 연구원의 지속적인 운영과 공공적 기여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취지다. 조직 운영에서는 연구와 행정의 역할을 나눴다. 송 원장은 약 35년간 쌓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방향과 결과를 책임지고, 윤 대표는 연구진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경영을 맡는다. 현재 부원장은 없지만 향후 박사급 연구자나 교수들의 참여에 따라 인적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연구원의 역할이 과제 수주에서 출발해 깊이 있는 연구로 통찰을 얻고, 더 나은 항공 정책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를 제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원장과 연구진이 연구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면서 정부 기관·학교·다른 단체들과도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연구는 깊이 있게, 운영은 탄탄하게"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원 단독으로 성장하기보다 외부 기관과 전문성을 나누며 항공정책과 항공 안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성장 단계에 맞춰 행사를 확대하고 국제 콘퍼런스를 여는 구상도 언급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소개에서는 연구원이 구축하려는 협력 기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선아 수원과학대학교 항공관광과 조교수는 책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유재훈 청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개원을 축하하며 협력 의사를 전했다. 시스템 통합(SI) 분야에서 일하는 김형섭 씨는 약 15년 전 송 원장과 항공 관련 연구를 함께한 인연을 소개했다. 이후 연구원의 전신인 한국항공안전(KASA) 설립에도 함께했다며 기존 활동이 새 조직으로 이어지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앞으로 2년이 더 위험하다”…PHP 추가 결함에 北 해킹 의혹까지

전 세계 웹사이트의 약 70%가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발견된 데 이어 새로운 취약점까지 확인됐다. 긴급 보안 패치를 적용한 서버에서도 특정 조건에선 해킹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이다. 북한 해킹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세력이 한국 정부기관과 금융권을 공격 대상으로 검토한 정황도 포착됐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PHP 개발팀은 지난 23일 기존 보안 패치로 해결되지 않는 추가 취약점(CVE-2026-115560)을 공개했다. 지난 21일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을 수정한 새 버전을 배포한 지 이틀 만이다. 새 취약점은 PHP의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과 관련돼 있다. 특정 서버 설정과 프로그램 코드가 결합하면 외부 공격자가 악성 코드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배포된 최신 보안 패치를 설치한 서버도 해당 조건에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PHP 서버가 새 취약점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도중 세션 데이터 처리 방식을 변경하는 등 일부 조건이 충족돼야 공격이 가능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정식 수정판이 나올 때까지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을 비활성화하도록 권고했다. 설정을 변경한 뒤에는 PHP 작업 프로세스를 재시작해야 한다. PHP 개발팀은 해당 문제를 다음 정기 업데이트에서 수정할 예정이다. ◇2년 전부터 결함 징후…늑장 대응 도마 이번 사태는 지난 21일 PHP에서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해커가 이를 악용하면 관리자 비밀번호 없이도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하거나 정보를 빼낼 수 있다. PHP 개발팀은 보안 수정판을 긴급 배포했지만, 사전에 취약점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서 공격 시도가 잇따랐다. 글로벌 인터넷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취약점 공개 이후 이를 악용하려는 공격 시도가 급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공식 발표 나흘 전인 지난 17일부터 관련 공격 시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 시도가 실제 서버 침투나 정보 유출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매슈 프린스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기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며 “앞으로 2년간 거의 매주 중대한 버그가 발견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거에는 찾아내기 어려웠던 취약점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PHP 개발팀의 대응이 늦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PHP 재단에 따르면 이번 취약점의 원인이 된 문제는 2024년 외부 보안 감사에서 처음 지적됐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인 공격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수정 방법을 둘러싼 이견도 이어지면서 조치가 지연됐다. 올해 8월 외부 보안 연구진이 해당 결함을 이용해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수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PHP 재단은 보안팀의 의사 결정 과정과 인력 부족 등이 대응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PHP가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기업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정부기관 웹사이트 등에서 로그인과 검색, 결제 기능을 처리하는 데 쓰인다. 자체 보안 인력이 부족하거나 오래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은 업데이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北 해커 연계 의혹…한국도 공격 대상 PHP 취약점을 이용해 한국을 공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싱가포르 보안업체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해커들이 익명 네트워크에서 PHP 취약점을 활용한 공격 계획을 논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격 대상으로 거론한 곳에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부기관과 은행, 금융회사 등이 포함됐다. 제조업체와 물류회사, 항공 관련 시설 등도 공격 대상으로 검토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퍼마는 해당 세력이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라자루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의 확신을 보였다. 공격을 준비한 정황과 실제 공격 성공 여부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8시간 동안 관련 공격 행위가 의심되는 인터넷주소(IP) 17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IP가 모두 북한 해킹조직에 속한다거나 실제 침투에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보안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간 분야 사이버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주요 기업과 기관에 보안 점검을 요청했다. 보안업계에서는 기존 패치를 적용했더라도 추가 취약점과 관련된 서버 설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보안 지원이 끝난 구형 PHP를 사용하는 기관은 최신 버전으로 교체하고, 침입 시도가 있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AI의 옳고 그름 누가 정하나”…빅테크, 종교계까지 손 뻗었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챗봇에 옳고 그름을 가르치기 위해 종교계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 AI가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떤 요청을 거부할지 기준을 정하는 데 종교 지도자와 철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것이다. 다만 종교마다 도덕적 판단 기준이 달라 이를 AI 모델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5월 15개 이상의 종교 및 문화권 집단에 속한 학자와 성직자, 철학자, 윤리학자 등을 만나 AI의 윤리적 판단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AI에 적용하기보다는 종교와 정치, 세속적 가치관을 폭넓게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앤트로픽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올라 연구원은 지난 5월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 레오 14세의 첫 회칙 발표 행사에 참석해 종교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직면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연구실에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러분과 같은 전통이 수천 년 동안 다뤄온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앤트로픽의 자문 회의에서는 인간에게 영혼이 있는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교육용 챗봇 사용을 허용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메건 설리번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먼저 종교계 인사들에게 AI 모델의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이후 참석자들이 기술의 활용과 윤리적 문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설리번 교수는 앤트로픽이 다른 기술 기업들보다 종교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다고 평가했다. 오픈AI도 AI 모델에 다양한 도덕적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챗GPT가 인류의 도덕적 견해를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메타와 구글, 아마존 관계자들도 바티칸 측과 만났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종교계와 교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 AI에 종교 윤리 가르친다지만…학계는 우려 AI 기업들은 모델이 위험한 요청을 거부하고 차별적인 답변을 피하도록 별도의 학습과 평가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답변을 유해하다고 판단할지, 어느 경우에 답변을 제한할지 등의 기준을 정한다. 종교계 자문을 둘러싼 쟁점은 종교와 문화권마다 도덕적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다. 안락사나 낙태처럼 종교별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에서는 어떤 관점을 AI 모델에 반영할지를 놓고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앤트로픽이 종교계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실제 AI 모델의 답변 정책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종교 지도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어떤 기준을 채택할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다. 학계에서는 종교를 일정한 윤리 규칙의 집합으로 보고 AI에 적용하는 방식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웹 킨 미국 미시간대 인류학 교수는 종교가 교리뿐 아니라 의례와 문화, 신앙인들의 실제 생활과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마다 고유한 도덕 규칙이 존재하고 이를 추출해 AI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일부 종교의 관점이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다른 전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를 여러 개의 독립된 체계로 구분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도모코 마스자와 미국 미시간대 종교학자는 세계의 종교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개별 체계로 분류하는 관점이 근대 서구 학문을 통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불교와 힌두교 등을 독립된 종교 범주로 구분하는 방식이 각 지역의 신앙 전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의 독립 감독위원회 위원인 파올로 카로차도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하나로 결합할 경우 각 전통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로 다른 종교의 관점을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 종교의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국내 AI 업계 “종교계 자문 사례 드물어" 국내 AI 개발 현장에서는 종교적 교리보다 사회적 규범을 바탕으로 모델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한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모델을 공개하기 전에 별도의 안전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특정 교리나 원칙에 기반하기보다는 사회 규범에 비춰 답변의 유해성, 편향성, 사실 오류 등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AI 정렬(alignment)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AI 정렬은 모델이 개발자가 의도한 목표와 인간의 가치, 안전 기준에 부합하도록 작동하게 하는 기술적 과정을 뜻한다. 유해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특정 집단에 편향된 답변을 내놓지 않도록 모델을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작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같은 안전성 검증과 종교계 자문은 서로 배타적인 방식은 아니다. 안전성 검증이 모델의 답변을 평가하는 절차라면 종교계 자문은 그 평가에 활용할 가치관과 판단 기준을 검토하는 과정에 가깝다. 다만 어느 기준을 채택할지에 관한 문제는 두 방식 모두에서 남는다. 국내 업계에서는 해외 빅테크의 종교계 자문이 문화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서구권은 한국과 종교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종교계에 묻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종교계 자문을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도 관련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해외와 국내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나 인식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PHP 사태 이어 또 터졌다…이번엔 Node.js 보안 결함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 이어 서버 개발에 사용되는 'Node.js'에서도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 공격자가 별도의 인증 없이 서버를 중단시키거나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는 결함으로, 국내 보안당국도 긴급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26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Node.js 개발진은 지난 21일 공식 보안 공지를 통해 데이터 압축 해제 모듈인 '브로틀리(Brotli)'에서 원격 코드 실행을 허용할 수 있는 취약점(CVE-2026-111497)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Node.js는 자바스크립트를 웹브라우저 밖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환경이다. 웹사이트 서버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에 널리 사용된다. 이번 취약점은 외부에서 전달된 압축 데이터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공격자가 조작한 압축 데이터를 서버에 보내면 정해진 메모리 영역을 벗어나 데이터가 기록되면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하면 서버를 비정상적으로 종료시키거나 메모리 정보를 빼낼 수 있다. 특정 조건에서는 악성 코드를 원격으로 실행해 서버 제어권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개발자가 작성한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더라도 Node.js 자체의 결함으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외부에서 전달된 압축 데이터를 자동으로 해제하는 서버는 별도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취약점은 오픈AI의 코덱스 보안팀이 발견했다. 오픈AI는 앞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보안 성능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브로틀리의 잠재적 결함을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Node.js 개발진은 취약점 위험도를 '높음(High)'으로 분류하고, 이를 수정한 22.23.4, 24.22.1, 26.12.1 버전을 배포했다. 이번 보안 업데이트에서 수정된 취약점은 모두 10건으로, 이 가운데 4건이 고위험으로 분류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관련 보안 공지를 내고 영향을 받는 버전의 사용자들에게 최신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보안업체 티오리는 이날 'Node2Shell'로 불리는 이번 취약점의 자체 재현과 검증을 마치고 긴급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티오리에 따르면 개발자가 압축 해제 기능을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웹 프레임워크나 외부 라이브러리가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티오리는 즉각적인 업데이트가 어려운 기업을 위한 임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사이트 주소만 입력하면 취약점 노출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무료 진단 서비스도 공개했다. 다만 모든 Node.js 서버가 공격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공격 가능성은 서버의 압축 데이터 처리 방식과 운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취약점으로 인한 대규모 침해 사고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PHP에서도 인증 없이 악성 코드를 원격으로 실행할 수 있는 취약점이 발견돼 국내외 보안당국이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당시 보안업체들은 취약점이 공식 공개되기 전부터 공격 시도가 발생했으며, 공개 이후에는 수백만 건으로 늘었다고 보고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CXMT 4F² 해부 ②] EUV 없이 ‘최정밀 바둑판’ 도전…‘수율 10%’의 벽

CXMT가 회로를 가장 정밀하게 그리는 도구 없이 가장 정밀한 설계를 요구하는 구조에 뛰어들었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빛의 파장이 짧아 가장 가는 선을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미국 수출 규제로 쓸 수 없는 탓이다. EUV 대신 패턴을 여러 번 쪼개 그리는 우회 공정으로 바둑판의 가로·세로를 동시에 맞춰야 해, 발표와 양산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 'EUV 없는 4중 패터닝'의 모순 4F² 구조 자체는 특정 선폭에 묶인 기술이 아니다. F가 선폭을 뜻하는 만큼 60㎚ 공정이든 15㎚ 공정이든 4F² 셀을 만들 수는 있다. 관건은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XMT가 쓰는 장비는 불화아르곤(ArF)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다. 노광은 빛을 회로 원판(마스크)에 통과시켜 웨이퍼에 패턴을 새기는 공정으로,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더 가는 선을 그릴 수 있다. DUV는 통상적으로 193㎚ 파장을 쓰는 반면 EUV는 13.5㎚로 DUV의 약 14분의 1이다. DUV로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선의 반복 간격(피치)은 약 80㎚다. 패턴을 쪼개 두 번 그리면 40㎚, 세 번 그리면 20㎚까지 내려간다. 선폭 15㎚ 수준에서 4F² 셀을 구현하려면 기둥 사이 피치를 30㎚ 안팎까지 좁혀야 하는데, 두 번 그려서는 이 간격에 미치지 못한다. CXMT가 '자기정렬 4중 패터닝(SAQP)'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다. SAQP는 기준선을 그린 뒤 그 테두리에 얇은 막(스페이서)을 입히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해 선 간격을 4분의 1로 쪼개는 기술이다. EUV라면 한 번에 그릴 패턴을 증착·포토·식각·세정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만들어내는 셈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4F²와 상극이라는 점이다. 6F²는 공책의 가로줄처럼 한 방향만 가장 촘촘하면 되고, 다른 방향은 3F로 여유가 있다. 그래서 EUV로는 패턴 공정을 한 번씩만 적용하면 된다. 반면 4F²는 가로와 세로가 모두 가장 촘촘한 바둑판 구조다. 줄이 교차하는 지점마다 기둥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DUV로는 패턴을 그리는 작업을 가로로 세 번, 세로로 세 번 적용해야 한다. SAQP는 막 두께가 원자 몇 층만 달라도 선 간격이 넓고 좁기를 번갈아 반복한다. 이 오차가 두 방향에서 동시에 생기면 기둥마다 크기와 위치가 달라진다. 그 위에 커패시터를 정확히 올리기도 더 어려워진다. 기둥 하나의 오차가 곧 셀 하나의 불량이 되는 구조다. 공정 단계도 몇 배로 늘어난다. 단계가 늘면 생산 기간이 길어지고, 결함이 끼어들 여지와 원가도 함께 커진다. CXMT가 SAQP 기반 G4~G5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6F² 구조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한 방향으로 선을 쪼개는 것과 가로세로로 엇갈려 쪼개진 바둑판식 선에 기둥을 아래위로 이어 붙이는 것은 난이도 차원이 다르다"며 “노광 해상도가 가장 부족한 회사가 노광에 가장 가혹한 구조를 고른 것이 CXMT 전략의 최대 모순"이라고 진단했다. ◇ 웨이퍼 접합·신소재·수율·데이터 유지…4F² 양산의 '4대 난제' 난관은 셀에서 끝나지 않는다. D램에는 셀에서 읽은 미약한 신호를 키우는 감지증폭기, 워드라인을 움직이는 드라이버 같은 주변회로가 있다. 셀만 작아지고 주변회로가 그대로면 4F²의 효과는 희석된다. 그래서 업계는 셀과 주변회로를 서로 다른 웨이퍼에서 만들어 위아래로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전자의 4F² 시제품은 주변회로를 셀 아래로 옮겨 면적 비중을 17%에서 3% 수준으로 낮췄고, 웨이퍼당 칩 수를 20% 넘게 늘렸다. 이 방식의 핵심은 배선이다. 4F²에서는 비트라인이 기둥 아래로 묻히고, 커패시터는 위로 올라가며, 주변회로는 아래 웨이퍼로 내려간다. 예전에 셀 위 배선으로 오가던 신호가 이제 두 웨이퍼의 접합면을 건너야 한다. 1~2㎛ 간격의 접합점을 어떻게 배치하고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도 문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닌 메모리용 하이브리드 본딩의 접합 수율이다. 이에 따라 칩의 크기와 원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CXMT는 웨이퍼를 붙인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 이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웨이퍼를 두 장 쓰면 원가가 늘고 두 웨이퍼의 불량률이 곱해진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신소재도 변수다. 땅속 비트라인의 저항을 낮추려면 루테늄 같은 새 금속이 필요하고, 기둥 소재로 실리콘 대신 산화물 반도체를 검토하는 흐름도 있다. 하지만 새 재료는 열처리 온도, 오염, 계면 결함이라는 새 숙제를 낳는다. 웨이퍼 본딩까지 더해지면 온도와 물리적 신뢰성 제약은 한층 까다로워진다. 간격이 제각각인 좁은 기둥 사이를 게이트 막과 금속으로 고르게 채우기도 어렵다. 이런 편차는 결국 셀마다 다른 문턱전압과 누설 전류로 나타난다. 가장 높은 벽은 수율과 데이터 저장 시간이다. D램은 수십억 개 셀이 모두 정해진 시간 동안 전하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몇몇 셀만 새도 칩 전체가 불량이 되고, 24시간 가동되는 서버용은 기준이 더 엄격하다. 진 교수는 “연내 제품이 나오더라도 초기 수율은 10%를 밑돌 가능성이 크고, 의미 있는 물량은 빨라야 2027년 말에서 2028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EUV를 쓰는 회사는 패턴 오차라는 변수 하나를 덜고 이 문제를 풀지만, CXMT는 네 변수를 모두 떠안고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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